Books2013. 4. 30. 22:00





http://www.imdb.com/title/tt1222815




지난해 (2012)에 디즈니에서 출시한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 시리즈 -- '침팬지'를 집에서 동영상으로 보았다.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1) 근래에 '미러 뉴론' 관력 책자 읽으면서 '모방 (보고 따라하기)' 행동에 대하여 들여다보던 중, 침팬지들의 '모방'행동--이로 파생되는 '학습'을 구체적으로 살펴 볼 만 했다.  (2) 서열 사회에서 보여주는 '약자' 왕따 시키기 -- 고아가 된 침팬지는 또래 친구들로부터 역시 왕따를 당하는 현상, (3) '수컷'도 충분히 '엄마' 행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 등.


3년 넘게 전문가들이 찍어낸 자연 다큐멘터리.  '드라마'라고 할만한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아, 흥미 위주나 눈물나는 드라마를 기대한다면 지루해서 하품 날 만하고, 침팬지의 행동을 '동물학자'처럼 들여다보기에는 흥미진진한 작품.


내가 주로 챙겨서 읽는, 에모리 대학의 동물학자 Frans De Waal의 근작 The Bonobo and the Atheist 에 소개가 되어서 일부러 구해서 보게되었다.  이 책에서 드 왈의 논점은 -- 종교인들과 과학자들 사이에서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념적 갈등을 소개하면서 (그 이념적 갈등이 뭔데? 창조냐 진화냐 신이 있냐 없냐 인간이 위대하냐 아니냐 도덕감이란것이 인간에게만 있는거냐 아니냐 뭐 이런 구태의연하고 지긋지긋한 갈등) -- 자신들을 '브라이트'라고 주장하는 도킨스의 태도 -- '브라이트'가 아닌 사람들을 모두 '바보'로 보는 듯한 극단적인, 또다른 '도그마'로 보는 나의 시각과 일치했다. 도킨스도 내가 보기엔  매우 독단적인 자기 신앙에 빠진 사람처럼 내 눈에 비쳐졌으니까 말이다. 그의 신은 '이기적 유전자'. 역시 유일신.  아무튼 이건 내 생각이고, 드 왈은 무신론자 과학자의 입장에서 '박애주의'라던가 '도덕성'의 근원을 들여다 보며 좀더 관용적인 사고방식으로 자신의 무신론적인 세계관을 설명하고 있다.  드왈은 인간이나 동물에 대해서 '성선설'과 '성악설' 중 '성선설' 쪽에 비중을 두어서 바라보는 편이다. 


침팬지 영화에서도 드 왈의 그런 관점이 몇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잘 보여진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소개 했겠지.)








Posted by Lee Eunmee
Humor2013. 4. 29. 06:53




어제, 50킬로미터 걷기, 마지막 스테이션 (휴게소)에서 잠시 앉아 발을 주물러주며 쉬고 있을 때 였다.  한 잘생긴 아시안 남자 참가자가 와서 내 근처에 앉았다.  얼핏 영화배우 김수로를 연상시키는, 단아한 (!!!)  용모의 아저씨였다.





우리가 미국 땅에서 살면서, 온통 백인종에 둘러 싸여 있다가 가끔 아시안을 보게 되면 자동적으로 '저이가 어느 나라 오리지널인가' 가늠하게 되지 않는가.  대개 행색이 촌스럽고 머리가 좀 오래된 것 같으면 중국계로 판단하고, 용모가 말쑥하면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판단을 하게 되는데, 뭐랄까 어딘가 팬시한 용모라거나 치열이 고르지 못하면 일본계, 그럭저럭 수줍으면 한국계 뭐 이런 식으로 자기만의 기준이 있게 마련이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기준이 있다. 


그런데, 그 김수로를 닮은 아저씨의 경우, 내가 갈팡질팡 했다. 일본계일까? 한국계일까?  판단을 못 한채로 그냥 커피나 마시고 있는데, 그 사람 목에 감은 '수건'이 눈에 들어왔다.  수건, 아아, 수건. 


허연 수건을 먼길 걷는 운동복 차림 위에 목에 건 그 사나이 (일본인들도 목에 수건을 걸지 않을까? 한국인만 저러는걸까? 갈팡질팡.).


하늘에 계신 우리 대장께서 내게 힌트를 주시느라 그랬는지, 그 사람 목에 두른 수건에 새겨진 문구가 선명하게 내 눈에 들어온다.


락빌 뼈다구 해장국. MD.


으흐흐흐, 음 하하하, 하하하하, 꺄륵꺄륵꺄륵, 음 핫핫핫핫.


...


나는 길에서 온갖 인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잘 하지만 ... 한국인 남자하고는 말을 절대 안섞는게 불문률이다. 한국인끼리는 내외를 하는 것이 법도이니까 말이지.  눈도 안마주치는 편이다. 그러니 이상한 여자라거나 쌀쌀맞은 여자라고 오해를 받아도 하는수 없다. 아무튼 난 한국남자하고 말을 안 섞는다. 그래서 그냥 눈도 안마주치고 그자리를 떴다. 


나중에 집결지에서 파스타와 샐러드등, 주최측에서 마련한 음식을 먹고 있노라니, 그 락빌 뼈다구해장국 신사께서 들어오는데, 그 댁은 부인께서 픽업하러 마중을 오신 것 같았다.  나는 아무도 픽업 해 주는 사람이 없는데...뼈다구님은 부인께서 마중을 나오셨구나. 좋겠다.  이런 생각을 잠시 했다. 


나는 셔틀버스에 탈 사람이 채워질 때까지 대략 40분쯤 기다리고 있어야 했는데, 기다리는 시간도 흥겹다. 파티하는거니까. 온종일 걸었던 다른 사람들과 편안하게 이야기도 하고, 즐겁지. 이 순간 만큼은 모두 형제자매같이 따뜻하고 풋풋하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큰소리로 이쪽을 보고 "굿바이!" 외치는 것 같았다.  돌아보니 '뼈다구 해장국'님.  그래서 나도 뼈다구 해장국님을 향해 방긋 웃으며 "굿바이!" 해 주었다. 서로 한국인이냐고 묻는 대신에, 알아서 가늠하고 동족의 우정을 표하는 인사, 굿바이!  잘생긴 해장국 뼈다구 아저씨!  


(근데....  한국 아저씨들은 왜 목에 수건을 걸고 하이킹을 하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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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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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428 (구구단 사이는 팔 -- 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50킬로 걸었다는 인증 표딱지. 이거 하나 얻으려고, 회비내고 온종일 사서 고생.  인생이 그래. 다 쓸모 없는 것을 얻으려고 평생 살다가, 황혼에 대장님이 '와라' 하고 부르시면, '녜 갑니더' 하고 손 털고 가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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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랜드 화이츠 페리 (수로 35마일 표시 점) 주차장에 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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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한 구석에서 대장 마이클이 사람들 모아 놓고 주의사항 전달하는데, 나는 두번 해봤다고 '담임선생님' 말씀 안듣고, 그냥 따로 이쪽에서 구경.  (나처럼 말 안듣고 빈둥거리는 일동.)


올해 50킬로미터 걷기 참가자는 225명.  조지타운에서 출발하는 100 킬로미터 참가자는 125명 (합계 35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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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밀리면 나중에 한없이 뒤처져서 쓸쓸할까봐, 이번엔 작정하고 초기에 선두에서 걸었다. (첫 12 마일 기록이 세시간이니까  처음엔 시속 4마일 속도를 유지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중엔 기운 떨어지고 몸이 뻑뻑해지니까 뒤 떨어졌지만, 그래도 이번엔 100등안에 들었을걸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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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사진은 여기 올리는 것이 전부이다. 사진을 별로 안 찍었다. 그냥, 혹시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까...그냥 이 형광빛도는 초록의 향연을 눈과 마음에 담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늘 이거 걸을땐, 내년에 또 올 수 있을까, 마지막이 아닐까 그런 알 수 없다는 느낌.  내 몸이 미국에 있는 동안에는, 그리고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에는 해마다 오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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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명이 참가를 했대도, 이 길이 아주 아주 길고 한적한 길이니까, 걷다보면 백미터 전방 후방에 아무도 없고 그냥 나 혼자 걷는 시간이 더 많다.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걸으니까 그런 상태가 지속된다.  어쩌다 누군가가 추월할 때 그 때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리고는 그 사람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냥 내 페이스대로 걷는 것이다. 




첫 해에는 찬삐랑 함께 걸었지만 그 이후 두번을 나 혼자 참가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다. 두명, 혹은 서너명이 함께 걷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혼자 걷는 사람들이다 (100 킬로 선수들이야 더욱 그럴 것이고). 열시간을 동무도 없이, 귀에 음악을 꽂지도 않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들으면서 걷다보면 -- 혼자서 여러가지 생각을 골똘히 하게 된다. 대장님과 두런두런 대화도 나누고.  '대장님, 참 대단허시네. 이런걸 싹 마련해 놓고 내가 오기를 그렇게 오랜시간을,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를 기다리셨네.. 내가 안 왔으면 얼마나 섭섭허셨겠수.... 쏠랑쏠랑.' 혼자 걸어도 심심할 틈은 없다. 


(우리 대장님과 나의 진지한 가상 대화)


대장: (내 눈치를 살피며) 사랑하는 나의 피조물 인간아.   어때? 맘에드니?

나: (딴전을 피우며)...뭐...그럭저럭...

대장: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그..뭐..난, 너를 위해서 오늘 완벽한 날씨까지 준비 했는데 말이지...

나: (입을 비죽거리며) 뭐, 그럭저럭...

대장: (실망한 표정) 내가 너를 위해서 수만년 전에 강을 파고, 물을 흐르게 하고, 저 나무를 심고, 꽃을 심고, 나비를 만들고, 딱따구리를 저쪽으로 날게하고, 너를 보여주려고 말이다. 저기 커다란 황금나비, 저것도 때맞춰서 날게 하고, 바람을 불게하고, 이 모든걸 너를 위해서 내가 준비하느라 애를 썼는데, 넌 어째 반응이 그러냐...섭섭헐려구 그런다...

나: (사악하게 웃으며) 대장님도, 뭐 그런일로 섭섭허고 그러셔요. 내 맘 다 알면서...그러니깐, 내가 보러 여기 왔쟎아요. 

대장: 얘야, 넌 좀 사악해. 진작에 말허지. 난 섭섭해서 거의 울뻔했구나. 못된것.

나: 날 이렇게 만들어 놓으시고 뭘 그러셔~  그나저나, 나 목말라...

대장: 조금 후에 스테이션 나온다. 거기서 오렌지하고 물하고 먹어라.

나: 녜, 대장 최고셔.  근데, 다리가 아파요. 누구 나를 업어 줄 사람 없으까요?

대장: 조금 후에 내가 천사 보내주마. 넌 그냥 이 모든 것을 기뻐하며  즐기기만 하면 돼. (윙크) 

나: 대장 증말 최고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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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스테이션. (여기서 1시 5분에 다시 출발)  첫번째 스테이션에서는 그냥 게토레이드 한 잔 마시고 바로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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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스테이션 (여기서 샌드위치 만들어 주셔서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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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스테이션 (마지막 스테이션) -- 여기서부터 마지막 7.5 마일이 기다리고 있는거라 '아이고 아이고' 했다. 마지막 1.5 마일의 '지옥 코스'를 생각하면 지레 한숨이 나오는 판이니까.  걷기 행사중 가장 아름다운 강물이 펼쳐지는 코스가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6시 5분에 출발 -- 진행요원이 기록하면서 가르쳐준다.)

스테이션에서 빨간 셔츠 입은 사람들은 의료 자원봉사자, 흰 셔츠는 식음료 자원봉사자.  이런 자원봉사자들이 안계시면 이런 행사가 제대로 유지가 안 될 것이다. 





스테이션 세워진 것을 들여다보면 5마일 (스테이션 1) ---> 6마일 (스테이션 2) ---> 6마일 (스테이션 4) ---> 7마일 (스테이션 4) ----> 7마일 집결지. 대략 이러한 거리에 세워져 있다.  그래서, 걸을때, 집결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스테이션까지 몇마일 남았나를 생각하며 걷는다.  그러면 덜 지루하고 힘이 덜 든다.  '3마일 걸었다. 이만큼만 더 걸으면 음료수와 과일을 먹을수 있다...' 이렇게 자신을 달래며, 1마일마다 나타나는 마일포스트를 친구 삼아서 그냥 터벅터벅 걸어나가는 것이다. 멀리 보면 못 간다. 그냥 다음 스테이션에서 오렌지 한 조각 얻어 먹을 요량으로 한걸음 한걸음.  (그대신 가슴에 먼 지도가 담겨있어서, 꾀부리지 않고, 먼길 가는 마음가짐으로 줄창 가는거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요상해서, 내가 혼자 20마일 작정하고 걸을 때면, 15마일에서 기운이 빠지고, 20마일 즈음에는 휘청휘청하는데 -- 30마일 작정하고 걸을 때는 15마일에서 '이제 반 왔네' -- 20마일에서, 이제 10마일 남았네 하면서 아직 쌩쌩하게 걷고 있는거다. 마음을 멀리 두면, 몸도 이에 따른다.  목표를 높게 잡으면 몸도 높아진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러니까, 목표를 좀 높게 잡고, 자신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더 멀리, 더 높이 도약해야 하는거다.  사람에게는 그런 힘이 있다. (그래도 100마일은 내게 무리겠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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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일곱시 반에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셰이디 그로브 메트로 역으로 출발했는데, 출발 전 우리 만복이 복순이 바우와 기념사진. 


돌아오는 길에는 열이레 달을 봤다.  우리 왕눈이 대가리처럼 둥글고 큰 달이 우리 왕눈이 산소쪽 하늘에서 벙글벙글 웃으며 반기고 있었다.  아주 아주 크고 탐스러운, 약간 일그러진 예쁜 달.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2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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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에 Whites Ferry (35마일 지점)에서 출발하여 32.5마일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돌아오는 식으로 5마일을 해결하고, (30마일 지점에서 출발한 것과 같은 거리) -- 60 마일 포스트에서 다리 건너 하퍼스 페리 마을로 진입 약 1.5마일 거리의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면 집결 장소에 도착.  다리를 건너 두개의 언덕을 오르는 일이 우리들에게는 유명한 '지옥의 코스.'  도착하니 오후 8:50분. 



오전 10에서 오후 8시 50분까지 31.5마일을 걸었으면 -- 처음 30마일은 시속 3마일 속도로 걸었고, 나머지 언덕 두개 오르는 코스가 약 50분 소요 되었을 것이다. 



강변을 빠져나와 다리를 건너 하퍼스 페리 마을에 진입한 시각이 오후 8시였으므로, 아직 주변에 어둠이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갖고간 손전등도 꺼낼 필요가 없었다. 



작년, 재작년 기록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 분명, 오늘 기록이 내 신기록이 될 것이다.



신기록을 세울수 있었던 이유는... 작년보다 내 몸이 더 좋아졌다고 보기는 힘들고 (여자 한살 먹는게 얼마나 무서운건데...), 뭐랄까, '신세한탄'하는 요령을 터득했다고나 할까?  힘들기는 마찬가지인데, 힘들면 하늘을 쳐다보고 "아이고 대장님, 나 못 살겠어여. 아이구 내 신세, 아이구 내신세. 나를 좀 업어서 이 길을 건네주세요"  뭐 이러고 혼자 신세한탄을 하면 -- 누군가가 나타나서 도와주거나 혹은 힘이 다시 나거나 그랬다.  



마지막 6마일 남겨두고, 기진맥진 했을 때, 백인여자, 흑인남자 커플이 내 뒤에서 내 앞으로 앞질렀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내가 기운이 빠져서 서서히 많은 사람들이 나를 추월하겠지, 아이고 내 신세, 그래 추월해라...'이러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내 보폭에 맞춰서 내 속도대로 앞에서 걸었다. 마치 내 동행처럼. 내 길 인도자처럼.  그 흑인남자가 내 앞서서 걸으니, 나는 그 남자를 따라서 그냥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다. 딱 내 속도대로. 내가 편안히 걸을수 있는 보폭으로.  참 고마웠다.  그렇게 그 사람을 따라서 1마일을 '날아가듯' 걸었다. 



그래도 기운이 빠지니까, 나는 길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쉬는데, 이번에는 다섯명의 아주 유쾌한 남자들이 지나치면서 -- '너 힘들어서 거기 그러고 있는거지? 자 우리들이랑 함께 가자' 제안.  그래서 커피를 냉큼 마시고, 그들과 1마일을 또 갔지. 나중에 내가 다시 뒤처졌지만 -- 도착지점에서 이 사람들과 다시 만나서 거의 동시에 도착 도장을 찍었다.  



강변길 마지막 3마일은, 거의 구보. 아주 아주 느리지만 달리기 자세를 유지했다. 그냥, 기운이 나서.  그러니까 앞서갔던 동행들을 따라잡을수 있었지.  나는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우리 대장님이 열심히 나를 응원하고 계시다는 것을 느꼈다. Praise the Lord. 힘들땐, 무조건 신세한탄을 하는거다. 그러면, 힘을 주신다. 하!하!  몸이 이렇게 가뿐하다니.

(사진속의 손이 통통하다.  20마일 지점부터 눈에 띄게 손이 퉁퉁 부어올랐다. 아마 얼굴도, 발도 부엇을것이다. 언덕 올라갈때, 언덕 두개를 통과해야 하는데, 언덕 하나 통과하자 코피가 흘렀다. 마침 휴지가 있어서 휴지로 코를 틀어막고 마저 걸었는데, 다행히도 도착 할 때쯤 코피는 멈췄다.  내 몸이 고단했던 모양인데, 우리 대장께서 나를 돌봐주셔서 내가 힘든줄을 몰랐으리라.)



* 이전 블로그 기록을 살펴 보니 2011년에는 오후 10:19, 2012년에는 오후 9:30, 2013년에는 오후 8:50 .
사실 2011년에는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서 정말 날아다니듯 걸었는데, 찬삐선생께서 거북이 진행을 허셔서, 찬삐 부축하다 기록이 그렇게 된 것이고, 2012년에는 정말 컨디션이 안좋아서 고생 했다 (http://americanart.tistory.com/1659 ). 올해 내가 이런 기록을 낸 것이 정말 신기하고 기특하기도 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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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28.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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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오전 10 출발시각에 화이츠 페리에서 찍은 것이다.  18마일 걷고, 샌드위치 받아서 먹고 쉬면서 올린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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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50 킬로미터 걷기 행사에 간다.  


복장은, 목과 팔을 햇살에서 보호할 수 있는, 통기성 좋은  긴 팔 후드 셔츠. 그리고 트레킹 치마.  작년에도 신었던 등산화. 장갑 (손이 햇볕에 타서 까맣게 되는게 싫으니까.)


준비물은, 현금 약간, 카드, 면허증을 안 포켓에 넣었다 (지갑 갖고 다니면 무거우니까.)  그리고, 밤길에 필요한 손전등(배터리도 여분 준비).  비상 간식 초코파이 두개 (이것 필요 없는데, 찬홍이가 꼭 갖고 가라고 해서, 찬홍이 서운해 할까봐 넣는다.) 


물병에 물 한병만 채워가면, 스테이션마다 서서 물 보충해서 채우면 된다. 간식도 거기서 다 주니까, 그 때 챙기면 된다. (커피는, 스테이션에서 얻어먹기 힘드니까, 내 보온병에 한 병 담아가서 -- 마법의 피로 회복제가 필요한 시간이 오면 먹어줘야지.)




상습적으로 붓는 네번째 발가락 사이에는 미리 '몰스킨 밴디지'를 붙여서 예방 (내일 아침, 출발전에 붙이면 된다). 몰스킨 재작년에 사 놓은 것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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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에, 50킬로 두번 완보 했다는 인증서. 올해 완보하면 이런 딱지가 세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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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사용했던 손전등. 이번에는 목에 걸 수 있게 끈도 꿰어주고, 애교로 끈에 꽃도 한송이 달아 줬다.  아! 썬크림 넣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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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여덟시 반에 셰이디 그로브 메트로역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셔틀버스로 출발지로 이동. 열시부터 걷기 시작. 나는 저녁 여덟시에 도착하는 것이 일단 목표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전에 21마일을 일곱시간에 걸었는데, 여덟시는 무리겠지. 아무튼, 열시라도 상관없다. 열두시까지만 가면 되니까.  열심히 걸어보겠다.  




아이구, 내일 밤에 터벅거리며 목적지로 걷고 있을 나를 상상하면, 한숨이 나온다. 하하. 그래도, 온종일 강변길을 걸을 상상을 하니 가슴이 뛴다.  일년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아닌가. 


* 우리 사랑하는 나의 친구 왕눈아, 내가 내일 강변에서 예쁜 돌 발견하면 주워다가 네 무덤에 갖다 줄게. 왕눈아.  넌 달님하고 와서 응원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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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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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저녁 7:30 쯤에 왕눈이 산소를 향해서 집을 나섰다.  종일 집에서 책 보다가, 안나가려다가 그냥 나갔다. 달이 밝았다. 열 사흘 달 쯤 되려나. 아직 꽉 차지 않은, 그래서 안심이 되는. 


왜 안나가려다가 갑자기 나갔냐하면,  날도 춥고, 샤워나 하고 책보다 자야지 하면서 샤워를 하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샤워 커튼을 젖히고 내다 본거다.  전에 왕눈이가 살아 있을 때, 왕눈이는 집안 구석구석 나를 따라 다녔는데, 꼭 내시처럼 내 일거수 일투족을 일일이 감시를 했는데, 그러니까 내가 샤워커튼을 치고 샤워를 할 때라도 반드시 나하고 눈을 맞춰야 했다. 눈을 맞춰주면 안심하고 다른데로 설렁설렁.  그러니까, 샤워하다가, 내가 왕눈이 기척을 느끼고 평소처럼 '왕눈아 엄마 여깄다' 하면서 내다 본 것인데, 왕눈이는 거기 없었고.  거기 없는 왕눈이 빈자리가 너무 커서. 그래서 샤워를 하고는 곧바로 집을 나섰지.




개울가에서 희고 빛나는 돌멩이 하나를 찾아  주머니에 넣고. 


가는 내내, 달을 보며 갔다. 왕눈이가 마중 나와 기웃거리는 듯. 


어스름한 수풀 저너머, 왕눈이 무덤에 쌓인 돌무더기만이 희게 빛났다. 어둠속에서도 너희들은 흰 배꽃처럼 빛나겠지.  달밤에 왕눈이 산소에 오기는 처음 이구나.


돌아오는 길, 늪의 개구리들이 소프라노로 울어댔다 (하도 하이톤이라 새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가까이에서 들리기 때문일까?) 그리고, 내 오른쪽 어깨 너머로 달이 자꾸만 따라왔다.  숲이 깊어지면 나뭇가지 사이로 달이 보였고, 탁 트인 길에서는 맑은 하늘에 둥실한 달이 내 오른쪽 어깨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한걸음 가서 돌아보고

또 한걸음 가서 돌아보고


우리 왕눈이가 내 오른쪽 한걸음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아,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왕눈아, 설령, 엄마가 지구 반대쪽으로 이사를 간대도, 영영 너를 보러 못 온대도, 저 달을 보면, 저 달을 함께 보고 있을 너를 상상하면 되겠구나. 왕눈아, 우리는 죽어도 헤어지지 않아.  그런 생각을 했다.  웃다가 울다가 웃으면서 집으로 왔다. 달이 어찌나 환하고 예쁘던지. 


(사진은, 지난 주에 갔을 때 찍은 것.)



Posted by Lee Eunmee
NonArtBookReview2013. 4. 24. 04:21

http://www.amazon.com/Curious-Incident-Night-Time-Contemporaries-ebook/dp/B000FC1MCS





며칠 전에 읽은 The Emphatic Brain (http://americanart.tistory.com/2321 ) 에서 저자가 '자폐증'에 대한 설명을 하던 중, 이 책의 일부를 인용한 바 있다. 인용한 부분이 매우 흥미로워서 이 책을 구해서 읽었다.


영국의 15세 자폐 소년을 일인칭으로 그린 소설 (아드리안 모올의 비밀일기의 -- 자폐증 소년 판 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미러 뉴론 (우리 신경계에서, 거울처럼 투명하게 반영하고, 모방하는 성향의 뉴런)을 논하는 책들에 종종 등장하는 에피소드중에 이런 것이 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이나, 자폐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면 나타나는 증상중에 이런 것이 있다.  가령, 초콜렛 깡통이 있다고 치자.  그 깡통 표면에 초콜렛 그림이 그려져 있고, 초콜렛이라는 이름도 씌어져 있고, 누가 봐도 다 알수 있는 초콜렛 깡통이다.  실험자가 그 초콜렛 깡통을 아주 어린이, 혹은 자폐증 사람에게 보여준다. 


연구자: 이 안에 뭐가 들었을까?

자폐인: 초콜렛.

연구자: 맞았어. 


그리고나서 연구자가 자폐인이 보는 앞에서 초콜렛 깡통을 열고, 초콜렛을 모두 꺼내 치워버린다. 그리고나서 그 안에 탁구공 한개를 집어 넣는다. 


연구자: 이 안에 뭐가 들어있을까?

자폐인: 탁구공

연구자: 맞았어.


이때 실험실에 '영희 (혹은 아무나)'가 들어온다.  연구자가 영희를 가리키며 자폐인에게 묻는다.

연구자 : (영희를 가리키며) 내가 저 사람에게 '이 깡통안에 뭐가 들어있나?' 하고 물으면 저 사람은 뭐가 들어있다고 대답할까?

자폐인: 탁구공.


이것은, 사물의 관계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어린아이들이나 혹은 자폐 증상을 가진 사람의 경우 -- 내가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보는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미러 뉴론 연구자들은 이를 '미러 뉴론'기능의 미발달 혹은 결핍 등으로 해석하는 편이다. 



***


The Art of Racing in the Rain (http://americanart.tistory.com/2196 )이라는 책에서는 동물들의 (개의) 행동 패턴과 자폐인의 행동 패턴의 유사점을  잠시 설명하기도 한다. 짐승들은 대개의 경우 '변화'에 무척 민감하고 스트레스를 몹시 받는다고 한다.  수긍이 가는 것이, 우리가 야생 상태에서 산다고 치고, 내가 사슴이라고 가정해보면, 늘 있는 나무, 늘 있는 바위, 늘 흐르는 개울은 내게 무서울 것이 없지만, 늘 있던 나무 뒤에 평소에 보이지 않던 그림자가 지나간다면 -- 나는 포식자가 나타난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자폐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행동 패턴 중에 이렇게 낯선것, 새로운 것,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공포 증상이 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 귀를 막고 웅크린다거나, 마구 소리를 질러 댄다거나, 사나운 행동을 막 해댄다거나. 


자폐증을 크게 두가지로 단순화 시켜서 분류하면 '고기능 / 저기능' 자폐 로 나눌수도 있는데, 자폐증을 보이된 두뇌의 어떤 기능이 탁월하게 나타나는 경우 (예: 세상과 담을 쌓고, 사회활동을 전혀 못하지만 -- 높은 수준의 수학문제나 물리 문제를 척척 풀거나, 천재적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거나...)가 있고,  그냥 여러가지로 사회성도 떨어지고 대인 능력도 떨어지고, 그래서 지능도 일정 수준에서 더이상 발달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 소설의 주인공은 '수학'에 천재적 소질을 보이는 자폐증이라고 할 만하다. 이 사람이 보는 시각, 이 사람이 주변 사람들의 '언어'에 반응하는 방법이 흥미롭기도 하고, 소설 자채가 영국적 썰렁 유머로 가득하다. *영국적 썰렁 유머란 -- 대놓고 웃기자고 덤벼드는 일차원적 유머가 아니라, 심각해보이는데 돌아서보니 웃기는.* 


내가 이 웃기는 소설을 제법 진지하게 들여다 본 이유는 -- 외국어 학습자나 ESL학습자들 (그러니까, 영어 배워서 미국에 유학 나와 있는 사람들, 혹은 미국에 이민온 사람들, 아직 영어가 모국어처럼 자신만만하지 않고, 혹은 영어 때문에 괴로운 사람들, 영어 뿐 아니라, 아무튼 이와 유사한 상황속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 -- 어쩌면 이 15세 자폐증 소년이 보는 세상과 유사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민자, 유학생 (아무튼 남의 나라 언어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원어민'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표현들이 낯설고 이해하기 힘들고, 간단히 버스 타고 버스비 내는 것도 요령부득이고, 메트로 표를 사거나 갈아타는 것도 난해하고,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매우 스트레스 쌓이고,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매사에 스트레스를 받고, 이래저래 자폐증상 사람과 매우 비슷한 양태의 삶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외계 별에 떨어진 듯한 낯설음. 불안감. 


그래서 꽤나 공감하면서 -- 이 웃기는 소설을 심각하게 읽다.  :-)



꽤나 좋은 작품으로 널리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어서,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영화도 나온다고. 유튜브를 뒤지면 하이스쿨 드라마 클럽에서 올린 드라마 무대도 볼 수 있고, 전문 드라마 팀의 드라마 광고도 볼 수 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2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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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거실에서 내다 보이는 -- 4월의 예쁜 황혼.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몸의 노화 현상 때문인지 평생 겪지 않았던 것들을 겪게 된다.  작년부터 햇볕만 조금 쬐어도 따가와서 목에 만드시 스카프를 감고 다니게 된것도 그렇고,  지난 겨울에는 목에 아토피가 와서 고생을 했다.  내 곱던 목선이, 아토피 때문에 고운 색을 잃은 것 같아 서글프다.  이게 다 노화 현상일것이다. (그렇게 짐작하고 그냥 받아 들인다.)


올 해 봄엔, 평생 모르던 꽃가루 알러지로 약간 고생을 했다.  올 것 같지 않던 봄이 온다고 어느날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고, 벚꽃이 일제히 폭탄 터지듯 피어나던 화창한 날, 그날 나는 출근을 안해도 되었는데, 그래서 어디론가 소풍을 가려고 생각했는데, 온 종일 집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눈이 따갑고, 실내 공기에 노출 된 피부가 따끔거렸다.  심지어 청소 하느라 창을 열어 놓았더니 밖에서 들어오는 공기 (꽃가루) 때문에 눈이 더 따끔거려서 창을 닫고, 괴로웠다.  끝없이 재채기를 해 대고.  (아, 이런게 꽃가루 알러지인가봐...)  


그래서 나는 평생 모르던 알러지에 대해서 눈을 떴으며, 해마다 꽃가루 알러지를 겪는 사람들은 얼마나 심한 고통 속을 살아 온 것인지 자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군.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이군... 난 그걸 여태 몰랐으니, 그동안 축복이 넘쳤던거지...  이런 알러지는 운전중에, 학교 연구실에 앉아 있을 때도 마찬가지로, 괴로운 나날이었다. 


그런데, '눈이 따가워서 정말로 못 걷겠으면 그냥 집으로 온다' 작정하고 포토맥 강변으로 나가 걷는 날에는, 신기하게도 꽃가루 알러지로 인한 고통을 못 느꼈다.  왕눈이 산소에 가는날도,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꽃가루가 아무리 날려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상도 하지.


내가 꽃가루 알러지 때문에 눈 따갑고, 피부가 화끈거리고, 재채기가 연신 나오는 상황은 -- 7층 우리 아파트 실내, 운전 중 자동차 실내, 학교 실내. 학교 근처 돌아다닐때.  반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은 -- 포토맥 강변, 우리 동네 산책로 등 내가 수마일 걷는 노선.


그래서 내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상이하게 반응하는 내 신체 반응을 관찰하면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 

 꽃가루가 많아도, 내가 자연속에 있을 때는, 꽃가루 뿐 아니라, 이것을 중화시켜주는 다른 물질들, 나무와 흙에서, 개울 물에서, 그밖의 자연 속에서 배출되는 다른 물질이 꽃가루 알러지를 무기력하게 해 주니까, 모든 상태를 중화시켜주니까, 어떤 화학 물질이 특히 독성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꽃가루도 내게 알러지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자연이 배제된 상태-- 콩크리트로 지은 7층 아파트 실내, 아스팔트로 깔린 도로위를 달리는 자동차 실내, 역시 콩크리트와 아스팔트에 둘러싸인 학교 실내 이런 곳에서는 꽃가루 알러지를 무기력하게 하거나 중화시켜주는 '자연'의 장치들이 배제되었으므로 꽃가루의 유독성만이 내게 다가오는 것이고 -- 노화된 내 체력이 이러한 유독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리라. 아무래도 저항력이 떨어졌을테니까.  


이것이 내가 잠정적으로 풀이하는 -- 꽃가루에 내한 나의 신체 반응이다. 흙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에서는 알러지는 활개를 치지 못한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흙냄새를 맡고 살수 있는 환경, 그런데서 살다가 죽어야 하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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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NonArtBookReview2013. 4. 22. 12:16




http://www.amazon.com/Empathic-Brain-Christian-Keysers/dp/9081829203


Mirroring People http://americanart.tistory.com/2298 의 저자와 비슷한 시기에 '미러 뉴론'이라는 동일한 주제의 연구 작업을 한 학자의 책이라서, 이들의 주요 논점이 뭔지 알기 위해 마저 읽었다. (킨들 책 값이 싸서, 그것도 작용했다). 


이미 앞서의 책에서 미러 뉴런 연구 관련 주요 토픽 및 개론을 대충 파악 했기 때문에 이번에 읽은 책은 읽기가 수월했다. 겹쳐지는 부분도 많고, 설명이 장황한 부분은 건성으로 지나쳤다.  마코 아이코보니의 저술에 비해서 크리스챤 케이저스의 저술은 어딘가 논점이 좀 흐릿하고 - 자꾸만 일반적인 얘기로 흐르는 것 같아서 읽는 맛은 덜 했다. 


이 책에 소개된 에피소드들 중에서 세가지 실험 이야기는 메모 해 둘만 한 것으로 보인다.


1. 좋은 놈, 나쁜 놈 실험:


여자 16명, 남자 16명 이렇게 성별이 다른 두개의 실험 집단을 구성한다.  이들은 어떤 게임을 하는데, 게임 결과에 따라서 연구자가 상금을 주는 식이다.  두명의 연구자가 이들과 작업을 하는데 한명은 상금을 공정하게, 후하게 나눠주고 (좋은 놈), 또 한 사람은 상금을 불공평하게 나눠주거나 아주 떼어먹거나 하는 식이다 (나쁜 놈). 


이 게임이 끝나고 나서,  실험 참가자들을 어느 방에 모이게 한다.  그리고 그 옆방에는 바로 위의 '좋은 놈' 과 '나쁜 놈' 연구자들이 들어있는데, 이들은 고통스런 전기충격을 받아야 하는 처지이다. 


그들에게 친절하게 행동했던 좋은놈과, 못되게 군 나쁜 놈이 차례대로 전기충격을 받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

 * 남자들의 반응은 -- 좋은 놈이 전기충격 받고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면 곁에서 그 소리를 듣는 남자들도 뇌의 동일한 부분에서 고통을 느끼는 신호를 보냈다. (고통에 공감했다는 뜻).  그런데 그들이 괘씸하게 여기던 '나쁜놈'이 비명을 지를 때는 '고통에 공감했다는 신호'가 나오지 않거나, 심지어 뇌의 어느 영역 -- '아이고 고소해라 (보상의 기쁨)'이 강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 여자들의 반응은 -- 좋은 놈이건 나쁜 놈이건, 이들이 고통스런 비명을 지를 때 동일한 '공감'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괘씸한 놈이 고통스러워 할때 -- 남자들이 무감각하거나, 고소해라 하며 좋아할때, 여자들은 괘씸한 놈의 고통도 함께 나눴다는 것이다. 


2. 백일 (삼개월 반) 쟁이 아기들 실험:




백일쟁이 아기는 아직 손에 뭘 쥐는 것을 잘 못한다.



아기 (ㄱ) 

아기를 엄마가 안고 앉아있고, 아기의 앞에 실험자가 나타난다.  실험자가 아기 앞에 두개의 장난감 (오른쪽에 한개, 왼쪽에 한개)을 놓고, 찍찍이가 붙은 장갑을 낀 손으로 우선 오른쪽 장난감을 잡는다 (장난감이 찍찍이에 붙는다).  아기는 대략 60초 동안 이것을 들여다본다.  실험자가 동일한 행동을 반복할수록, 아기의 집중 시간이 짧아진다. 


실험자가 이번에는 왼쪽 장난감을 잡는다. 아기의 집중 시간이 다시 60초대로 올라가고, 그 후에 오른쪽 장난감을 잡으면 역시 다시 60초 가까이 집중하여 바라본다.  이것이 반복되면 집중 시간도 짧아진다.


아기 (ㄴ)

이제 또 다른 아기가 등장한다. 역시 백일쟁이 아기이다.  그런데 이 아기의 실험 조건이 약간 달라진다.  우선 아기에게 위의 장난감과 비슷하지만 약간 작은 장난감을 잠시 갖고 놀게 한다.  아기 손에 찍찍이 장갑을 끼워줘서, 그 찍찍이 장갑에 장난감이 붙을수 있도록 해 준다 (아기가 물건 잡는 것이 서투니까).  그렇게 잠시 작은 사이즈의 장난감을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나서 -- 이 아기는 전의 아기와 같은 실험을 맞게 된다.


아기 ㄴ 의 경우, 실험자가 오른쪽 장난감을 잡았을때, 집중헤서 보는 시간이 120초 가까이 되었다.  왼쪽 장난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집중시간이 길었다.  물론 행동이 반복되면 서서히 집중 시간이 줄어 들었다.


--> 사람은 친밀한 것, 면식이 있는것 -- 이런것에 좀더 집중한다. (교육 현장에서 보자면 생판 낯선 것을 제시하기 보다는 일단 '소개'하는 과정이 학습 효과를 높여 줄 것이다.)



3. 이웃의 고통 -- 원숭이 실험




원숭이 집 안에 줄이 하나 매달려 있다. 그 매달린 줄을 잡아 당기면 뭔가 먹을 것이 떨어진다. 몇 차례의 우연한 결과를 통해서 원숭이는 그 줄을 잡아 당기면 먹을게 떨어진다는 것을 학습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결과를 달리 해본다. 원숭이가 줄을 잡아 당기자 -- 옆 원숭이 집에 있던 이웃 원숭이가 죽겠다고 막 소리를 지른다. 전기충격을 받은 듯 하다.  원숭이가 일단 줄을 잡아 당기는 것과 이웃 원숭이의 고통이 상관관계가 있다고 파악하는 순간부터, 원숭이는 절대 끈을 잡아 당가지 않는다고 한다.  (---> 이런 것을 보면 동물들에게도 인간에 못지 않은 도덕감, 동정심,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물론, 보통 사람들이라면 동일한 환경에서, 절대 끈을 잡아 당기지 않을 것이다.


인간에게는 실험을 좀더 달리 해봤다. 


옆방에서 어떤 사람이 전기 충격을 받고 막 고통스러워 한다.  이걸 듣고 있어야 하는 사람들은 고통스러우니까, 나가버리고 싶을 것이다.  이 때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준다고 치자:

"저방에 있는 사람은 전기 충격을 열두번 받아야 해. 이제 두번이 끝났어. 너는 이제 여기서 선택을 할 수 있어: 

    1. 여기서 저 소리 듣고 있기 괴로우면 그냥 나가도 돼. 
    2. 끝까지 그냥 남아 있어도 돼. 
    3. 네가 저 사람 대신 들어가서 전기충격을 받을수도 있어. 이 경우 네가 몇번 대신 전기충격을 받을지 네가 결정할수 있어. 


자 이경우 나라면, 어떻게 할까...난,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나간다. (^_^*. 난 영리하니까. 실험 상황에서 내가 그냥 나가면 전기충격도 멈출거라는걸 아니까. ---> 그러니까 이렇게 실험의 속성을 아는 사람은 이런 자리에 끼워놓으면 안된다).  


그런데, 이 경우 대다수가, 3번 내가 대신 고통을 조금 나누겠다는 노선을 선택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나누는 고통은 60 퍼센트까지도 올라간다고 한다. 열번의 전기 충격이 남아있다면 그중 여섯번은 자신들이 받겠다는 식인가보다. 사람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




언어 발달과 미러 뉴런에 대한 챕터도 있었는데 -- 내가 기대했던 만큼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서 크게 건질 것은 없었고, 모국어에 반응하는 신경세포와 제2언어에 반응하는 신경세포가 어떠할지, 어떤 차이와 공통점이 있는지 궁금했다. 이런것을 fMRI로 들여다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내 추측에 --- 초기 학습 단계에서는 뇌의 다른 영역에서 불이 들어올것이고, 능숙한 단계가 되면 모국어와 동일한 영역에서 불이 들어올것 같다. 





Posted by Lee Eunmee
NonArtBookReview2013. 4. 20. 21:24






아마존 책방에서 Elenor Farjeon 을 검색해보면 제일 먼저 나오는 The Little Book Room 이라는 동화집.  이 동화집은 -- 계몽사 세계명작동화집 시리즈에서 '보리와 임금님'이라는 타이틀로 수십년전에 소개가 되었다.  그래서 내게는 '보리와 임금님'으로 각인 되어 있다. 


보리와 임금님의 원제목은 'The King and the Corn' '임금님과 옥수수'.  


내가 여덟살 때 쯤, 이 책을 처음 만났는데, 이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한 부분은, 작가 서문에 나오는 이 구석방 그림. 집에 책이 많아서 여기저기 책더미가 쌓여있고, 책이 막 흘러내리고 그랬다는 대목이, 내게는 디즈니의 매직킹덤보다 더 환상적으로 여겨졌다. '저런 집에서 살아봤으면...'   지금은 --- 책이 웬수다. 아이구, 이삿짐 쌀 때마다 '저 웬수, 저 웬수' 노래를 부른다.


킨들 덕분에 책이 가득한 작은 방이 내 손에 들어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매직 킹덤이 아닌가.  나는 그래서 현대 기술 문명에 무한한 애정과 감사를 보낸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한 작품은 역시 '보리와 임금님 (임금님과 옥수수)'이다.  그냥, 좋았지... 지금도.  그래서, 이 나이에 내가 어린시절 계몽사판으로 읽었던 그 책, 삽화가 동일한 그 책의 킨들 버전을 들여다보면서 여전히 몽환의 세계로 들어서는 것이지.


그런데 -- 어릴때는 나는 이야기에만 집중했지만, 이제 어른이 되니 자연스럽게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모두에게 관심이 생긴다. 특히나, (그래도 작가 이름 정도는 기억했으니까)...전혀 신경쓰지 않았던 '삽화가 (일러스트레이터)'에 좀더 관심이 생긴다. 왜냐하면, 이야기와 더불어 내 유년의 기억을 채워주던 것들이 바로 이런 일러스트레이션 이었으니까.  볼 책이 별로 없어서 읽고, 또 읽고,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하여 이야기와 삽화는 늘 함께  있어 주었는데. 


삽화가는 Edward Ardizzone . 어린이 동화책을 전문영역으로 활동한 삽화가이다. 



* 이미지는 맥 킨들 버전을 shift+command+3 으로 화면 캡쳐하여, 안티크 이미지로 살짝 터치하여 올린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NonArtBookReview2013. 4. 1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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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가을 -- 핑크 킨들. 흑백.  웹검색 가능. (출시 당시 대단한 찬사)

2012년 1월 -- 2011년 추수감사절에 출시되어 역시 선풍적 반응. (찬홍이가 사서 쓰다가 내게 양도했던 것)


2013년 4월 -- 커다란 킨들이 탐나서 새로 장만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찬홍이의 것은 찬홍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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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생께서, 어여쁜 사모님께 선물을 해 주고 싶으니 1*** 달러만큼 뭔가 사도 좋다고 명령을 하달 하신 바. 다이야몬드 대신에 이걸 달라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해서 -- 노란 가죽커버까지 해서 받음.   영감마님, 잘 쓰고 훌륭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


분홍커버의 흑백 킨들은 아직도 쌩쌩하다.  잘 보관 하고 있다. 

*아마존에서 나 -- 충성스러운 고객상 이런거 줘야 한다고 본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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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저만치 가네

촬영: 이 은미 


내 친구와 걷기 한 판. Fletcher's Cove 에서   Bethesda 까지 왕복 (8마일)



(위) 아리조나 철교 위에서 아래 수로변 길을 찍은 사진.  나는 이 사진이 요즘 내가 찍은 사진 중에서 가장 맘에 든다!  왜냐하면, 오른 쪽 아래 구석에 사람이 있어서.



사실은 다리 위에서, 닭장같은 철조망 틈새로 내 아이폰 렌즈를 갖다 대고 철조망이 카메라 각에서 벗어나게 한 후에, 마침 조깅하는 사람이 보이길래, 그 사람이 저 각도에 들어 올 때 까지 기다렸다가 -- 찰칵!  (내가 의도한 대로 잘 찍혔다.)  왜 이런 구도가 좋은가? 누군가 물으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냥 이 구도가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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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빛이 도는 -- 몽환적인 초록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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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처즈 코브, 가겟집 앞에서, 내 친구를 기다리며 커피 한 잔.  한가로운 토요일 오전.  저만치 보이는 흰 바둑 강아지.  그 녀석을 쓰다듬어 주며 한참 놀았다.  개들은 내가 쓰다듬어 주면 참 좋아한다.  나도 개를 쓰다듬어 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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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데스다의 켄우드, 벚꽃 마을.  해마다 이곳의 벚꽃 구경을 했는데, 올 해에 여기 또 오게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내 친구 덕분에 올해도 여기 출석 도장 쾅.


벚꽃은 이미 절정을 넘어서서 바닥에 떨어진 꽃잎이 쌓이고 또 쌓여, 마치 어린아이가 분홍 크레파스를 마구 칠해 놓은 것 같이, 나무 밑이 온통 분홍으로 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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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진 자리에 돋아다는 초록 잎들.  꽃만 예쁜 것은 아니지. 기지개켜고 일어나 태양을 향해 웃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다 예쁘다.  


친구와, 눈처럼 날리는 꽃잎과, 초록 새싹들과... 복이 넘치는 하루. 






(위)  내 친구 카메라에 찍힌 나.  (내 손에 아이폰 -- 내 아이폰은 사진을 찍는 존재라 자신이 나와 사진 찍힌 적이 거의 없다. 내 아이폰에 사쿠라가 가득.)    아마, 내 친구가 저 나무를 찍고 있는데 내가 그 앞을  휙 지나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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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NonArtBookReview2013. 4. 1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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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작문 기초과정 교재에 위와 같은 그림이 실렸다.  네 개의 그림의 순서를 이야기 흐름대로 번호를 매기고 문장을 작성 해 보라는 것이다.


내가 두시간 가르치는 영작문 수업 교재에 이러한 것이 실려 있었는데, 지난주에, 수업 준비하면서 '이게 뭐지? 이게 뭐지?' 한참 고민했다.  나로서는 이 그림의 흐름이 어떠한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처음에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 봤다.

 1. 오른쪽 위의 그림: 남녀가 부엌에서 일하는 모습이 첫번째다. 이들은 매일 부엌에서 설겆이 하는 일이 지루해졌다. 그래서 나가서 먹기로 한다.


2.  왼쪽 아래 그림: 그래서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3. 왼쪽 위의 그림:  맛있게 먹었다.


4. 오른쪽 아래 그림: 그런데 청구서를 보니 명품 지갑이나 명품 옷을 살만한 어마어마한 금액이라서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그런데 좀 이야기가 이상한 것 같았다. 




수업에 들어가서 영작문 기초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라고 했다.  그런데 20대의 내 학생들은 이 상황을 이구 동성으로 아주 정확하게 설명했다.



 1. 남자와 여자가 식당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고


 2. 맛있게 먹었는데


 3. 청구서를 받고 나서 -- 남자는 깨달았다, 자신이 지갑을 넣어 둔 웃옷 대신 다른 옷을 입고 왔다는 것을. 그래서 지갑이 없다.


 4. 결국 두 사람은 밥값을 못내고 식당 설겆이를 해야 했다.





20대 젊은이들이 이런 설명을 이구동성으로 하니, 이 그림을 그린 사람도 그런 의도로 그림을 조합한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런 상황을 이해를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을까?  나에게 결여 된 것이 한가지 있다. ---> 나는 식당에서 밥 먹을 때 남자가 반드시 지갑을 가져가서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결혼 하기 전에도 나는 서로 형편 되는 사람이 돈을 내는 시스템이었고, 그래서 박선생보다 내가 더 자주 지갑을 열었고, 결혼 한 이후에도 집안의 돈은 내가 주로 다 썼다. 박선생 혼자 돈을 벌거나, 나하고 둘이 함께 벌거나, 지갑 열고 돈 쓰는 역할은 내 역할이었다. 지금도 그러하다. 주로 내가 지갑을 열고 돈을 쓴다.


그러므로, 남자가 지갑을 잊고 왔으면 -- 여자가 돈 내면 되는거다. 여자는 당연히 지갑이 없단 말인가? 여자는 뭐 하고 있는건가?  그냥 입만 달고 왔단 말인가?  자기 몫을 낼 생각도 안 해봤단 말인가? 남자를 뭘 믿고 맨 손으로 따라다닌다는 말인가?  설령 식사 초대를 받았어도, 지갑을 갖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나는 20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파악하는 상황을 제대로 연결을 못 시키고 의아해 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나는 지금도 이 교재에 나온 이런 상황 설정에 불쾌감이 든다.  이건 남녀 평등 사상에 위배되는거다. 여자는 입만 달고 다니는 존재가 아니고, 남자가 궁지에 빠졌으면 얼른 구제해줘야 하는거지, 모든 책임을 남자한테 넘기면 안되는거다.  이 책의 내용은 수정되어야 한다.  







Posted by Lee Eunmee
Books2013. 4. 11.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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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roring People 책에 소개된 간단한 실험을, 리써치 방법론 수업을 할 때, 우리 대학원생 한명을 상대로 재연 해 보았다.



A 가 우리 대학원생이고  B가 나다.  다른 학생들이 모두 자리에서 보고 있는 가운데, 학생과 내가 화이트보드 앞에 나란히 등을 돌리고 섰다. 화이트 보드에 검은 동그라미를 각각 하나씩 그렸다. 내 앞 왼쪽에 하나, 내 학생 왼쪽  앞에 하나. 


그리고 내 학생에게 지시했다. "그냥, 내가 하는 동작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시오."  다른 학생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어떤 현상을 발견 했는가' 관찰하고 보고 할 준비를 하라고 일렀다.


내가 (1)에서처럼 오른 팔을 들어서 빈 화이트보드에 손바닥을 댔다.  내 학생도 오론 팔을 들어서 내가 했듯 빈 보드에 손다박을 댔다. 나는 손을 내렸다.  그도 손을 내렸다.   그 다음에 내가 그림 (2)에서처럼 오른손을 사선으로 올려서 왼쪽에 있는 검정 동그라미를 손바닥으로 가렸다. 


내 학생은 처음에 왼손을 올려서 동그라미를 가렸다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생각에 잠겼다가, 왼손을 내리고 나처럼 오른손을 들어서 동그라미를 손바닥으로 가렸다.



학생들도 모두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내 학생에게 "너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 믈어보자, 헛갈려서 그랬다고 했다. 뭐가 헛갈렸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고 했다. 


책의 저자 마코 이아코보니의 설명에 따르면 (그도 이와 흡사한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내가 오른 손으로 왼쪽에 있는 점을 가린 행동에서, 내 옆의 따라쟁이가 주목한 것은 오른 손의 행동보다는 그 오른손이 지향하는 바(행동의 목적/결과)였다고 한다.  그는 내 오른손이 어떻게 움직인것인가를 본것이 아니라, 오른 손이 뭘 의도하고 있는가 ---> 아하, 저 사람이 손으로 저 검은 점을 가렸구나 --> 나도 저 검은 점을 가려야지. ---> 마침 검은 점이 왼쪽에 있으니까, 자동적으로  (본능적으로) 좀더 가깝고 효율적인 왼손으로 검은 점을 가린 것이다.  (나중에 손을 바꾼 이유는 --- 생각해보니 오른 손으로 해야 한다는 건가? 하고 다시 사색을 하여 상대방의 의도를 다른 식으로 해석을 해 본 결과이다.)



사람은 (사람에 가까운 동물은 -- 침팬지나 이런...) 눈앞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날때, 무엇이 움직일때, 그 움직임의 결과/목적/지향점등을 추론하는 능력을 타고 났다고 한다. 이 작고 간단한 실험이 그러한 성향을 불씨처럼 잠깐 보여주는 것이라고.  책 읽을 때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실제로 실행해보니 곧바로 이런 결과가 나와서 참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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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NonArtBookReview2013. 4. 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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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mericanart.tistory.com/2273   Mirroring People 읽기를 마쳤다.


책에 소개된 흥미로운 실험 이야기 하나:


생후 7개월 유아들에게 세 종류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동일한 장난감이다.)

    1. 한 사람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2. 자동으로 움직이는 장난감이 저 혼자서 움직이고 있다.
    3. 장난감이 시계추처럼 규칙적으로 흔들린다. 
이 세가지 움직임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을때, 유아들의 눈길을 가장 오래 붙잡아 놓는 장면은 위의 1, 2, 3번중 어느 것일까?





이와 연결된 또다른 실험이 있다.  위의 세가지 장면들이 (1) 눈앞에서 실제로 진행 될 때와,  (2) 비디오 촬영하여 화면으로 보여줄때, 유아들은 실제 상황화 비디오 녹화 상황중 어느 쪽에 눈길을 더 오래 보낼까?


내가 누군가에게 위의 세가지 상황에 대한 답을 물었을 때, 그는 답했다: 유아들은 아직 인지 발달이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우선 --  3번, 규칙적인 흔들림을 집중할 것이고, 그 다음 2번, 그 다음 1번이 아닐까? 

실제로 유아들이 보인 행동은 1--2--3 순이다.  사람이 장난감을 갖고 노는 상황을 오랫동안 주목했고, 시계추같은 움직임에 눈길을 오래 두지 않았다.  실제 눈앞에서 진행되는 것과, 비디오 녹화 장면을 볼때는 '물론' -- 당연히 -- 실제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 많은 흥미를 보였다. 


1번이 유아들의 눈길을 가장 오래 붙잡을수 있었던 이유는 -- 인간은 본디 날 때부터 '사회적 상호작용'에 감응하도록 설계 되어 있다.  그리고 목적 지향적이다 (어떤 행동이나 움직임의 -- 방향, 목적이 무엇일까 추리하는 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1번을 보면서 유아들은 지속적으로 '저이가 저것을 가지고 뭘 하는걸까?' 추리할 것이다.  2번의 경우 저 혼자 움직이는 장난감에서 유아들은 사회적 상호 작용도 일어나지 않고  최종 목적/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에  흥미를 덜 느낄 것이다. 3번의 경우, 유아들은 금세 그 규칙성을 알아차리고 호기심을 잃을 것이다. (일말의 사회적 상호작용 역시 보이지 않고.)


실제상황과 녹화 상황의 구별 능력은 유아에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실제-- 녹화'의 대비가 될 것이다. 


책에 소개된 흥미로운 실험 이야기 둘:


대학생들/혹은 그 나이의 젊은이들 --- 학력이나 교양 정도가  비슷한 젊은이들을 두개의 그룹으로 나눈다.  

    1. 갑 그룹: 이들에게 '대학 교수'들의 행동 패턴에 대해서 종이에 상세히 적어보게 한다. 
    2. 을 그룹: 이들에게 '훌리건 (축구장에서 흥분해서 집단적으로 흥분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에 대해서 종이에 상세히 적어보게 한다. 


위의 과제를 마친 후에, 두 그룹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일반 교양 상식' 시험을 치른다. 


시험 결과를 보면 '갑 그룹'의 평균 점수가 '을 그룹'에 비해서 훨씬 높다고 한다.


왜 '대학교수'의 행동 패턴에 대해서 글을 쓴 사람들이, '훌리건'의 행동 패턴에 대해서 글을 쓴 사람들보다 평균 상식 점수가 더 놓은가?  사람은 -- 닮은 행동을 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학자'나 '교수'의 행동 패턴에 대해서 사색할 시간을 가진 사람은 -- 교양 시험 치를때 자신도 모르게 학자처럼 행동 했을 것이다, (답을 고를때 좀더 사색적이고 신중 했을 것이다, 아마도).  '훌리건'에 대해서 기술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훌리건처럼 행동 했을 것이다. 그냥 기분 내키는대로 ...이 시험이 뭐 중요하겠나... 그냥 뭐... 아마 그러한 마음 상태가 되었을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 책의 저자가 한 것이 아니라, 읽는 내가 편안하게 상상해 본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은 이유는 -- 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이야기하고 싶어  한 것이 'intersubjectivity' 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실험실의 뇌생리학자가 -- 추상적인 '상호이해'의 문제를 안고 씨름하고 있었는데, 그 '상호이해'가 내가  교육 쪽에서늘 들여다보는 연구 주제이기 때문에.  뇌의학의 시각에서, 내가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가령 Think aloud 실험을 우리쪽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도 했었는데) , 그의 의견으로는 Think aloud 하는 동안에 우리들은 생각하기 힘들다 (문제 해결을 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그의 의견이 타당해 보였다.  꼼꼼하게 읽은 것에 만족한다. 두고두고 참고 할 만 한 책이다.


* Mirror Neuron 기능을 보는 두가지 모순적 태도:


미러 뉴론의 기능으로 우리는 '흉내내기'를 통해서 상호 교감하거나 학습을 한다.언어도 취득한다. 서로 감응한다.   그런데, 그 '흉내내기'를 통해서 어떤 사람은 미디어에서 본 '폭력'을 재현하는 '모방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세상은 미러 뉴론과, 앰퍼씨 이론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분위기 이지만, 사람들이 '미디어에 나오는 폭력'을 모방 할 수도 있다는 논의에 대해서는 외면하려 한다.  맘에 드는 내용은 환영하고, 맘에 안 드는 내용은 거부하고 싶어한다. (저자는 이 점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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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곱시 20분에 국회 의사당 주차장에 도착. 걸어서 Tidal Basin 타이들 베이슨 -- 워싱턴 최대의 벚꽃 명소까지 갔다.  호수 한바퀴 돌고, 오전 아홉시 20분 -- 곧바로 귀가.  이른 아침 두시간의 디씨 산책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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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봄은 늦게 왔다. 예년 같았으면 벌써 벚꽃이 만개하고 서서히 지고 있을 무렵인데, 아직 꽃봉우리들만 보인다. 아마 이번 주 금요일 쯤 절정에 다다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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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서 겨울 코트를 입은 사람들도 보이고. 하지만 해가 중천에 뜨는 한 낮이 되면 사람들은 반팔 차림으로 바뀔 것이다.




벤치에 앉아서, 집에서 가져간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꽃 구경.  개 끌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아서 -- 동네 개들 만져주며 즐거운 시간.  



어떤 일본인 남자 둘이 '일본어로 씌어진' 관광안내 책자를 들고 내 앞에 서서 '사쿠라' 사진을 찍고, 서로 독사진을 찍어주길래 "May I take a picture of you, guys? (니네들 사진 찍어줄까?)"  그 중 한 남자가 "노, 상큐" 한다.  그러더니 덧 붙인다, "Because, we, two, men." (왜냐하면, 우리 둘 다 남자라서...)  그 남자 대꾸 듣고 깔깔대고 웃었다. 말 한 그 남자도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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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아래에서는 '활짝 핀 벚꽃 나무 아래에서'라는 일본 단편을 읽어야 하지만, 그 책을 작년에 이삿짐 보따리 싼 상자속에 그냥 그대로 있어서 (상자를 풀지도 않았다는 뜻), 올해는 읽지 못한다.  그 대신에 벚나무 아래에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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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0킬로미터, 5킬로미터 마라톤 대회가 이곳에서 있었다. (난 달리기는 잘 못 한다. 거북이처럼 걸을 뿐이다.) 달리기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매력적으로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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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 박물관 앞을 지나치는,  혼자 조깅하는 사람도 근사해보이고 (맞은편에 스미소니안 캐슬 -- 인포메이션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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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미술관 앞을 지날 때, '오필리어'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이 것 보러 미술관에 와야지 하고 생각했다.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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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파란 꽃도 아직 꽃잎이 열리지 않았다. 쌀쌀한 4월 날씨.  하지만, 금주 안에 모든 꽃들이 팝콘 터지듯 피어나겠지.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7. 21:18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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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맥 강변 체사피케 오하이오 수로 길 (지난 주에 12마일에서 22마일 지점까지 왕복)을 오늘은 10.5 마일 지점에서 0 마일 (시작점) 까지 왕복하는 행로를 선택했다.










캐더락 파크에서 출발하여, 그냥 수로를 택하면 길이 직선거리 인데, 강변의 정취를 즐기고 싶어서 강변 숲 트레일을 선택. 결과적으로 산책 행로가 길어졌다.


위의 캐더락 파크 입구에서 기념 사진  (민망해서 사이즈 줄였다 -__-;; ) 을 찍은 것이 오전 9시 30분.  검정색 파카를 입고 갔었는데, 파카는 벗어서 배낭에 넣었고,  치마 속에 얇은 쫄바지를 입고 갔는데, 그것은 벗어서 차에다 놓았다. 아침에 춥고, 비 예보가 있었는데 --쾌청할 것이라는 라디오 예보가 들리길래, 옷차림을 최대한 가볍게 했다.


빌리 고트 트레일을 헤메다가 9마일 스톤에 도착 한 것이 10시. 여기서부터 0마일 지점까지 두시간 반, 걸렸다. 0 마일 지점에서 더 나아가서 케네디 센터 앞까지 갔다가 조지타운 하버로 돌아와 간단히 요기.  하버에서 1시에 출발, 다섯시까지 네시간 동안 줄창 걸었다.  



오늘 준비한 식량:

  1. 찐고구마 작은 것 한개. (5마일 걷고 먹었다.)
  2. 물 두병 (한병은 다 먹었고, 한병은 그대로 남았다)
  3. 커피 --보온병에 한병 (반쯤 마시고 남았다)
  4. 사과 한개를 반으로 잘라 두조각 (반은 조지타운 하버에서, 나머지는 돌아오는 길 5마일 걷고 먹었다.)
  5. 바나나 두개  -- 가는 길에 한개, 조지타운 하버에서 한개.
  6. 삶은 계란 -- 조지타운 하버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물이나 커피에 대한 욕구는 지난 주에 비해서 현격히 줄었다. 식욕도 지난 주에 비해서 줄었다. 내가 분석한 바로는 -- 지난 주에는 오랫만에 먼길 행장이라, 스스로 약간 스트레스를 받고 (내가 건강한지, 잘 해낼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니까) -- 그래서 더 먹어댔던 것 같다.  이번에는 -- 지난 주에 한번 해 봐서 가늠이 되니까, 별로 걱정이 안 되어서 뭘 먹을 생각도 별로 안 났다.  


내가 경험해 보니 아는 길 보다 모르는 길에 대해서 사람들이 갖는 스트레스가 큰 것 같다. (물론 내가 걸은 길들은 모두 잘 아는 길들이지만, 자신의 건강에 확신이 안 설때는 그 길도 불안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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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마일 지점에서 (6마일을 걸었다는 뜻) --  멀리, 이 아리조나 기차 철교가 보일때부터 내 가슴이 쿵덩쿵덩 뛰었다.  매클레인에 사는 5년 동안 이 검정색 철교에 얼마나 자주 왔던가. 여기가 강변 산책의 시작점이었으니까.  온가족이 나올 때도 있었고, 왕눈이와 나올 때도 있었고, 이 다리를 내 친구, 스위스에 계신 내 선배, 내가 좋아하는 소중한 사람들과 얼마나 드나들었던가.  


우리 왕눈이와 이 길을 걸을 때, 왕눈이가 힘들면 내가 그 냄새나는 녀석을 안아 올려가지고 아기 안고 다니듯 했는데.... 길가는 사람들은 그 꼴이 우스워서 쳐다보고 웃었었다.  왕눈이를 안고 가면서 나는 얼마나 흐뭇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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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처럼 정겹게 느껴진 플레쳐즈 코브 -- 자전거/배 대여점.  마당의 벚나무에 흰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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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의 맨 끝/시작점 0 마일 지점 잔디밭에서 노는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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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조지타운 하버.  (케네디 센터 쪽에서 보이는)

하버에 앉아서 준비해 간 간식을 먹고 쉰 것이 한 20분 되려나?  모처럼 조지타운에 갔으니 정다운 식당에서 뭔가 맛있는 것도 먹고 싶었지만 -- 먼 길 돌아갈 생각을 하니 한숨... 그래서 서둘러 다시 길을 떠났다.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먼 길 가야 하는 사람은 아무데서나 늘어질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 가짐이 그렇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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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포토맥 강변의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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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버터컵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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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연두색으로 펼쳐진 것이 사실은 '연두'가 아니라, 노란 버터컵이 뒤덮에서 초록과 노랑이 섞여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강변에, 사슴들이 뛰노는 빈터가 온통 이 노란 버터컵으로 뒤덮였다.  온종일 -- 이렇게 뒤덮인 강변길을 걸었다.  우리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서 얼마나 근사한 세상을 만들어 놓으셨는고.  이것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셨을테니, 내가 안 나와 봤으면 얼마나 서운하셨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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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비가 내려서, 콸 콸 소리지르며 흐르는 포토맥. 그 흥건한 물 소리에 귀도 씻고 마음도 씻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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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시 반부터 다섯시까지 일곱 시간 반 동안 22마일.  지난 주보다 더 긴 행로였는데 몸은 지난주보다 가벼웠다. (물론 후반에 힘이 들었는데 그럭저럭 할 만 했다).  아무튼 4월 말에는 32마일을 걸어내야 하는거니까, 몸을 더욱 단련해야 한다. 


그래도 점점 몸이 다시 튼튼해지는 것이 느껴져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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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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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눈아, 너는 생전에 보지 못했지. 이 호숫가 언덕에 수선화가 무리지어 피어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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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핀 곳은 어디나 고향같다.  지구 정 반대편에 있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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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에 수양버들 가지도 이리저리 흔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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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파란 하늘 아래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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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물 빛 속에 내 그림자, 나무 그림자.  잠시 함께 있었다.


Daffodils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That floats on high o'er vales and hills,
When all at once I saw a crowd,
A host, of golden daffodils;
Beside the lake, beneath the trees,
Fluttering and dancing in the breeze.

Continuous as the stars that shine
And twinkle on the milky way,
They stretched in never-ending line
Along the margin of a bay:
Ten thousand saw I at a glance,
Tossing their heads in sprightly dance.

The waves beside them danced; but they
Out-did the sparkling waves in glee:
A poet could not but be gay,
In such a jocund company:
I gazed--and gazed--but little thought
What wealth the show to me had brought:

For oft, when on my couch I lie
In vacant or in pensive mood,
They flash upon that inward eye
Which is the bliss of solitude;
And then my heart with pleasure fills,
And dances with the daffodils. 


1-2-3연까지 과거형이던 시가, 4연에서 현재형으로 시제가 바뀐다.  시인은 젊은 날 호숫가에서 보았던 끝없이 펼쳐져 있던 수선화를 회상한다. (거기까지가 3연). 3연에서 그는 말한다, 나는 그 광경을 기쁨에 넘쳐서 보고 또 보았지만 이런 광경이 내게 무엇을 가져 올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나이 들어) 소파에 멍하니 누워 있을때 -- 젊은 날에 보았던 그 수선화들이 내 내면의 시선에 반짝이며 돌아온다고 한다.  그것이 혼자 있음에 내재한 축복이라고.  그러면, 내 가슴은 기쁨으로 넘쳐서 그 수선화들과 함께 춤을추게 된다고.


수선화 꽃이 피는 봄이 오면, 해마다 나는 워즈워드의 시를 꺼내 읽는데, 오늘은 -- 호숫가에서 수선화 언덕을 본 덕분에 -- 시인이 보았을 그 호반의 수선화가 어떠 하였을지 상상이 되었다.   내가 스무살 이던 대학 시절, 나는 수선화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이 시를 읽고, 외우고 그랬는데, 이제 내가 그 수선화 무리 속에 서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수선화 시를 열어보면, 스무살 3월 김재인 교수님의 첫 수업을 듣던 날의 햇살이라던가, 그 차갑고도 황홀했던 공기, 그런 것들이 그대로 다시 기억난다.  워드워드의 시는 <기억의 시>라고 할 만 하다. 그는 기억을 노래하는 시인이었다. 


아, 영국 가 보고 싶다.  내가 학부 전공이 소위 '영문학'인데 여태 영국 구경을 못 해 봤다. 아, 영국 구경하고 싶다. 런던에서 워즈워드의 '런던'을 읽고, 틴턴애비에서 '틴턴애비'를 읽고, 아 그러면 재미있겠다. 캔터베리 사원에서 캔터베리 테일즈를 읽고...뭐, 엘리자베스 여왕이 그려진 노턴 앤솔로지 한권 들고 가서 책 보면서 구경하면 -- 이제 나이도 들고, 세상을 이해하는 시선도 어릴때보다는 그래도 좀 더 익었을테니까, 게다가 '학점' 걱정 안해도 되니까, 재미 있겠지.  "대장님, 듣고 계시나요?"  <--- 알았다, 내가 적당한 때에 보내주마 <--- 예이~  알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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