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사진사들이 웹에 올려준 사진들 중에서. 동일한 순간에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 두장. (완전 레드카펫 :-) ) 내 뒤로도 부지런히들 도착하고 있는 사람들.
오른쪽의 앵두색 셔츠 여자분, 중간에 나하고 2마일쯤 함께 걷다가, 내가 뒤쳐졌는데, 도착점에서 다시 만났다.
내가 덩치 큰 미국 사람들 속에 있을땐, 제법 (!) 작고, 수줍어 보이기까지 하구나. (게다가 제법 귀여워보이기도). 왼손에 움켜쥐고 있는 흰휴지 덩어리, 코피 닦아서 피떡이 되어가지고 남이 못 보게 꼭꼭 눌러서 뭉쳐 들고 있는 중. 휴지통에 버리려고. 셔츠에도 피가 묻고...
걷다가, 나 스스로 열패감을 느낄 때가 언제냐 하면 키가 한 이미터쯤 되는 찬홍이 또래의 젊은 미국애가 내 뒤에서 나를 추월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가만보면 그 친구하고 나하고 걷는 속도는 똑같다. 내가 실제로 뒤에서 발을 맞춰서 걸어봤는데, 저나 나나 같은 속도로 걷는데 그 친구는 황새처럼 벌써 저 만치 앞으로 가는거다. 그 친구는 심지어 걷다가 길에 서서 뭔가 딴짓을 하면서 그냥 안걷는것처럼 슬슬 걸어도 바퀴 달아 놓은 것처럼 저 만치 가고 있다.
그 친구 다리가 내 다리길이 두배는 되는 것 같아. 완전히 황새하고 뱁새하고 걷기 게임 하는 꼴이다. 내가 아무리 다리를 길게 찢어서 보폭을 최대한으로 해봤자, 그 친구의 절반이라니깐... 그러니까 동일한 속도로 걸을 때 그 친구는 내 두배로 가는것 아닌가. 아이구...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우리나라 이봉주 선수 이런 분들 마라톤 하는 분들, 다리 긴 선수들 틈에서 단신으로 출전해서 막 일등 먹고 그러는 분들 -- 그 분들은 그냥 --한마디로 --- 위대한 분들이다.
***
어제, 학생들이 걷기 잘 했느냐고 묻길래, 걷기 행사 간단히 설명해 주다가, 나도 모르게 했던 말.
"100 킬로 도전한 사람들은 새벽 세시부터 조지타운에서 출발해서 오는 사람들이거든. 우리가 50 킬로 출발하려고 모인 지점이 그 사람들한테는 이미 50 킬로 걷거나 달린 지점인거야. 그런데 아침 열시에 우리가 이제 시작 할 때, 거기를 통과 하는 사람들이 슬슬 나타나는거야. 하나, 또 하나 지친 표정으로 구보하듯이 나타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 인종, 용모, 나이 불문하고 -- 그냥 멋있어. 그냥 멋있고 섹시해. 그냥 멋있고 섹시해가지고, 그냥 그중에 아무나 나한테 데이트 신청하면 경비 다 내가 대고 모시고 다니면서 데이트 하고 싶은 심정이야. 그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섹시한 사람으로 보인다니까. 100 킬로 하루에 뛰는 사람들 말이지....그냥 옆에서 쳐다보기만 해도 '너바나'라니깐... "
백킬로 해결 하는 사람들은, 일단, 몸매가 달라. 굉장히 슬림한데, 그런데 흐트러짐이 없어. 그것이 본래 하느님이 만들어낸 아담의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렇게 단단하고 빈틈이 없고 그리고 멋있어.... 놀라운 인간의 몸이셔....랄라~
이때, 저 쪽에서 박선생 : 야! 뭬라고? 아무나 데이트 신청해도 따라간다구? 그럼 난 어떻하라구?
이여사 왈: 안심허셔. 백키로 남자들은 나같은 것은 거들떠도 안보니까. 한 눈 팔면 백키로 못달리지~ 백키로 못달리면, 매력이 없구. 긍께, 영원히 못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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