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2. 3. 25. 03:16

일주일 내내 창가에서 연세대 교정을 내려다 봤다. 정문에서부터 백양로, 독수리상을 지나 주욱 올라가다 저 낡고 오래된 건물 앞에서 왼쪽으로 구부러져 올라가는 길가에 '윤동주 시비'가 서 있고,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내가 드나들던 건물.  20년 전 봄에 나는 저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도 '청춘'이라고 말하기엔 나는 내가 너무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늘 내가 뭔가 새로 하기엔 나이를 많이 먹어버렸다고 상상했었다.  지금도 나는 내가 지금 '첼로'를 배우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고 생각한다.  첼로는 갖고 다니기에도 너무 벅차게 크고...(하지만 피아노보다 훨씬 작고, 조금 크지만 갖고 다니는데도 별 문제가 없지 않은가?)

 

창밖의 중앙도서관 앞 길을 내려다보면서 개미만하게 작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내려다보면서 "저 속에 20년전의 나도 있겠지. 나는 걸어가고 있겠지"하고 상상을 하기도 한다. 

 

사람이 '청춘'을 말할때, 그는 이미 청춘이 아니다. 조망할때 그 때 모든 것이 뚜렷해진다.  전에는 병원에 들렀다가 '암병동' 간판만 봐도 뭐랄까 어린시절 '장례식장' 혹은 '장의사' 간판을 발견했을때처럼 간담이 서늘해지고 뭔가 무시무시한, '재수없는' 느낌이 들어서 아예 그리 시선도 돌리지 않았었는데 내가 그 '소굴'에 있다니 하하하.  있어보니 별게 아니더라... 해외여행보다 값진 경험이다. 하느님께서는 나에 대하여 여러가지 계획을 갖고 계심이 분명하다. 나는 매일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매일 연세대학교 교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늙그막에 찾아온 아름다운 시간과 풍경이었다.  하느님은 어쩌면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 주시려하시는지.

 

(일주일 전 사진이다. 그 후에 눈이 한 차례 펑펑 쏟아졌고, 그리고나서 봄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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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22. 3. 1. 11:03

어느 단체에서 내게 '장학생' 한명을 추천해 달라는 의뢰가 있었다. 성적이나 뭐 별다른 조건은 없고, 심지어 휴학중인 학생이어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 한가지 조건은 '공부하고자 하나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책값이라도 도움이 필요한 대학생'이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내가 추천하면 그냥 무조건 학생에게 장학금이 갈 수 있다고 했다.

 

내 머릿속에 번개치듯 떠오르는 한 학생이 있었다. 학기 내내 너무 힘들어보였다. 공부도 열심히, 공부 이외의 활동도 열심히. 봉사 활동도 열심히, 게다가 신앙생활도 타의 모범이 되게 열심히, 학비를 벌기 위하여 시간제 일도 열심히 - 모든 것을 성실하게, 열심히 꾸려나가느라 그 학생은 가끔 위경련을 일으켰고, 학기말에 번아웃을 겪기도 하였다. 그래서 막판에 다소 나를 실망시키기도 했으나 - 나는 그것이 그 학생의 불성실 때문이라기보다 너무 힘에 부치게 뭐든 열심히 하려는 그의 여러가지 선택들이 딱하게 느껴져 크게 실망하거나 질책조차 하지 않았다.  그 학생은 학기말에 실수한 것이 미안했던지 개학이 되어도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그 학생을 생각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책값이라도 도움이 필요한 대학생. 바로 그 학생이었다. 나와 긴밀하게 일하면서 내 일을 많이 도왔던 학생이라 카톡으로도 연결되어 있었기에, 카톡을 뒤져보았다. 그 학생이 보이지 않았다. 카톡 대화 기록을 뒤져봐도 그 학생이 보이지 않았다. 카톡을 닫은 것일까? 아무튼 카톡에서 그 학생이 사라졌다.  전화를 걸수도 있지만 - 나는 학생들과 전화통화를 하지 않는다. 이메일을 뒤져보았다. 겨울 방학 동안에 내게 보낸 이메일이 한통 있었다. 학기말에 나를 실망시킨 것에 사죄하며 - 잠시 학교를 떠난다는 (휴학) 메시지와 함께, 그래도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시면 곁에서 도와드리고 싶다는 예의바른 메일이었다.  그 당시에도 나는 약간 화가 나있던 중이라 이메일을 자세히 보지 않고 그냥 넘겨버렸기 때문에 그 학생이 휴학을 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휴학 했구나. 그래서 이 친구가 개강을 했는데도 내 앞에 안보였던것이구나.  학교에 있었다면 반드시 들러서 방긋거리며 인사를 했을텐데.

 

카톡을 뒤져본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이름이 지워진' 누군가와의 대화 기록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열심히 내 지시사항을 듣고 일 처리 결과를 알려오던 우리들만의 대화였는데 - 대화 상대가 그냥 이름 없는 모르는 사람으로 남아있다. 카톡을 지웠거나 아니면 나를 차단한건가?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는 긴밀한 대화 채널에서 스스로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그 학생에게 연락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추천 대상을 향한다. 네가 그자리에 그대로 있기만 했어도, 나는 너를 추천했을텐데. 너의 수고와 고민과 성실함을 너무나 잘 아니까. 너는 아주 훌륭한 학생인데.

 

그 학생과 내가 카톡으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업무를 해결하기 위하여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었다는 것은 - 사실 별게 아닐수도 있다. 그 학생에게는 어쩌면 그냥 내가 별로 의미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찌 생각하면 - 일대일로 나와 긴밀한 소통 체계를 갖고 있던 그 학생에게 그 소통 채널은 '특권'이었을수도 있다. 나와 연결되는 특권. 뭔가 기회가 오면 내가 제일먼저 그 기회를 줄수 있는. (비록 내가 별것 없는 인생이긴 하지만.) 그런데 그 특권을 그 학생 스스로 포기했거나, 버렸거나, 차단했다. 

 

나는 문득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를 생각했다. 

 

내가 기도를 통하여, 명상을 통하여, 상념을 통하여, 시도 때도 없이 한숨 지으며 '주여...' 혼자 중얼거림을 통하여 하나님을 부를때 주님은 분명 거기 계신다.  설령 주님이 아무 말씀 안하시고, 내 메시지를 '씹'는 것 처럼 보일지라도, 여하튼 나의 메시지는 계속해서 주님께 가서 쌓인다. 그리고 주님도 알고 계신다, 내가 끝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내가 주님을 잊거나, 차단하거나, 포기하거나, 아주 뒤돌아서 떠나버리면 - 그것은 내가 스스로 주님과 소통하는 채널을 포기하는 것이고, 주님과 소통하는 '특권'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이다. 내가 침묵하고 돌아 앉아있을때에도 - 주님은 문득 내 생각을 하시고 '요즘 이 아이가 왜 이렇게 조용한가? 어디가 아픈가?'하고 돌아보시게 될지도 모른다.  하나님께 기도드리고, 찬송의 노래를 부르고, '어디 계신가요? 한말씀만 하소서!'하고 내가 그를 부를때, 하나님은 들으신다. 나는 그 특권을 포기하면 안된다.

 

나는 이런 생각들을 갑자기 사라진 학생의 빈 카톡 계정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 - 하게 되었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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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22. 2. 21. 11:33

지난 주 목요일에 원탁형 회의실에서 여러 대학 관계자들 (열명쯤)이 모여서 한시간 동안 회의를 했는데 - 회의 참석자 중에서 한명이 코비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일요일 오후에 연락이 왔다.  

 

내가 부스터샷까지 맞은 상태이기 때문에, 우선 자가 검사키트로 검사를 시행하여 음성이 나오면 일상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고, 이틀 후에 다시 자가검사를 시행하여 음성이 나오면 안심해도 좋다는 안내를 받았다.  동네 편의점이나 약국에 가면 검사 키트를 구할수 있다는 안내에 따라서 편의점에 가서 검사키트 두개를 사왔다 (일인당 5매까지 살수 있다고 하는데, 진열대에 세개가 남아있어서 두개만 샀다. 누군가 나처럼 급히 필요하면 가져갈수 있도록). 결과는 음성. 결과 사진을 찍어서 담당자에게 증거로 보내고 - 나는 조심하며 일상을 이어간다.  

 

(내가 밀접접촉자로 분류가 되었어도 크게 근심하지 않은 이유는 - 그 분은 내게서 가장 먼 위치에 - 내 옆에 옆에, 마주보지 않는 곳에 - 있었고, 우리들은 모두 94마스크를 단단히 착용하고 있었고 - 나는 그분과 회의중에 멀리서도 한마디도 직접 나눈바 없이 회의를 마치기 전에 다른 회의를 위하여 현장에서 빠져 나간 상황이었다.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긴 하나, 이는 마스크 쓰고 길가다가 3미터 저 만치 지나간 사람이 양성 결과 나온 것과 비슷한 모양이다.) 그분께 '아무쪼록 쾌차하시길 빕니다' 라는 메시지를 보내 위로해 드렸다. 

 

 

오늘 개강이다. 봄학기 첫날 - 대면 수업이다. 2년만에 교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이다.  신입생들.  그들에게는 오늘이 대학생활의 첫 날이다.  비록 음성 결과가 나왔지만, 최대한 학생들과 거리를 유지하고, 돌아다니며 접촉면을 늘리는 일 없이 혼자서 섬처러 한군데 붙박혀서 수업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연구실 문에도 '밀접 접촉자.노크하지 마시오. 위험하오' 이런 메시지를 붙여놨다.  이렇게 해 놓고 보니,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아서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진다. (원래, 내 연구실은 온동네 사람들이 드나드는 참새 방갓같 같은 곳이다. 동료들은 이런 저런 구실로 나를 '즐겨찾기'로 지정해 놓고 있는 것 같다.) 

 

'하나님, 모든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므로 어떤 상황에서도 저는 두려움없이 상황을 맞이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성령께서 이끄시는대로 저는 흘러갈것이오니 성령께서 저를 인도하셔야만 합니다. 아멘.'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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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22. 2. 12. 05:04

 

 

https://www.yeonsu.go.kr/main/community/notify/notice.asp?page=v&seq=97583

자가격리에서 풀려나자마자 집으로 가는 대신에 내가 향한 곳은 '보건소'였다.  지난달 1월부터 '해외 코비드 백신 접종자 등록'에 관한 문건이 웹에 흘러다니기 시작했고, 연수구 보건소 웹페이지에도 이와 관련된 상세한 안내문이 올라왔다.  공항에서 입국 할때도 누군가가 '보건소에서 백신 접종 등록하세요' 하고 지나가는 말로 알려주기도 했다.  격리기간에 보건소에 전화해보니 담당공무원이  "네! 여권하고 신분증하고 백신 맞았다는 서류 갖고 오시면 됩니다!" 하고  매우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코로나 난리통이라 보건소는 출입도 매우 까다로워서, 점심시간에 도착했을때 입장이 안되었고 오후 1시까지 밖에서 기다렸다가 직원의 안내에 따라서 해당부서로 갈 수 있었다. 

 

내가 제시한 것은 미국 CDC에서 백신 맞은 사람에게 주는 접종 기록 카드 (명함 만한 크기에 간호사가 손으로 백신 종류, 번호, 날짜를 쓴다), 여권, 그리고 운전면허증. 원래는 그냥 접종증명서와 여권만 가져오면 된다고 했는데 - 내가 창구에서 "운전면허증도 있어요" 하니까, "예, 그거 주시면 작업하기도 편해요" 하고 반겼다. 

 

담당자가 내 서류를 전산시스템에 입력하는 사이에, 나는 창구에 안내된대로 COOV 앱을 다운받아 깔아놓았다.  담당자가 내가 깔아놓은 앱에 쓱싹쓱싹 몇가지 입력사항을 넣고, 이 모든 작업은 5분도 안되어 완료 되었다.  만세! 할렐루야! 담당자님 설명으로는 대체로 coov 를 다운받을줄 모르는 분들이 많고 그래서 자신이 그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나는 그걸 미리 해 놓아서 자신이 하는 일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나는 그에게 그는 나에게 서로 감사했다.

 

이 외에도 종이로 된 접종 증명 서류도 한장 떼어주면서 "이것 얼른 핸드폰으로 사진 찍어 놓으세요"하고 일러준다. "왜요?" 물으니, "종이서류도 갖고 계시고요. 만약에 종이 서류 잃어버리시면 사진서류를 이용하세요.  그리고 인터넷 안되는 곳에 출입할때 쿠브를 열수 없는 상황일때는 사진 찍어 놓은 서류를 내 보이시면 됩니다."  차~암, 친절하신 선생님이시다. 연수구 해외백신등록 담당자님 화이팅!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내가 너무너무 기뻐서 몇번이나 "감사합니다" 하니까 담당자도 기뻐했다.

****

 

 

사실 내가 이것 때문에 쌓인 울분과 한이 많았다. 내가 착하게 '나랏돈 들이지 않고' 미국 예산으로 밖에 나가서 백신 접종까지 모두 완료 했는데 나는 한국에서 돌아다닐때는 번번이 '백신 미 접종자'로 분류 되었다. 왜냐하면, 외국 접종자 등록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부터 해외 접종자 등록을 받아준다고 했지만 그것도 단서가 있었다. 외국에서 한국 영사관에 접종기록을 보내어 거기서 자가격리면제 서류를 받고 온 사람에 한해서만 등록을 받아줬다.  작년 여름에 나는 접중 이후 2주일 경과후에만 자가격리 면제 신청이 가능하다는 조항때문에 자가격리 면제 신청을 못하고, 그래서 격리 면제도 못받고 등록도 못하고 그랬다. 나로서는 참 답답한 상황이었다.  지난 10월에야 '장차 외국 백신자들 등록 시스템도 만들겠다'는 논의가 나왔고, 그것이 올해 1월에야 실현된 것이다. 

 

 

정작 적법하게 등록하는데 5분도 안걸릴 일이었지만, 그 시스템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참 일각이 여삼추의 세월이었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피치못하게 해외를 들나들어야 하는 분들이 백신을 이중으로 맞고 그랬다. 외국에서 완료한 사람들이 한국에서도 불편하지 않기 위하여 (시스템에 입력되기 위하여) 그 백신을 또 맞은 것이다.  나도 그렇게 할까 고민도 많이 했는데 - 부작용을 예측하기 어려워 포기했었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 결과 이중접종 하지 않고  시스템에 들어가게 되었다. 

 

과연 이 시스템이 해외에서 들어오는 외국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까? 그것은 나도 모르겠다. 일단 나는 한국국적이니까 아무 문제없이 쿠브 시스템을 사용할수 있다. 그런데 봄학기에 입국하는 내 동료 미국인들 (미국에서 백신 맞은)은 나와 똑같이 이것을 누릴수 있을까? 아니면 뭐 다른 경로를 통해서 같은 시스템을 누리게 될까?  그것은 일단 나로서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내가 '시스템'안에 적법하게 들어간 것에 대하여 감사한다. 

 

 

* 내 주위 사람들은 모두 나라에서 지시하는대로 고분고분 백신을 맞으라는대로 맞았고 그래서 이 쿠브앱을 소지하고 있다. 내 남편도 이것을 갖고 있고 미국에 입국할때도 혹시나 그것 보자고 할까봐 영문판으로 열어서 언제든지 보여줄 준비를 했었다. (뭐 보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쿠브앱을 갖고 있는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이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닌' 혹은 '의당 가질수 있는' 무엇일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사유에서건 남들처럼 접종을 완료하고도 이것을 가지지 못하고 '미접종자'로 분류되어 원귀가 되어 구천을 떠도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매우 특별한, 아름다운, 인싸이더가 되는 열쇠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어느 사회에난 인싸이더가 있고 아웃사이더가 있고, 때로는 한 개인이 동질적인 사회안에서 살면서도 시시각각으로 인싸-아웃싸의 파도를 타기도 한다. (아 이것은, 내가 이 주제로 뭔가 연구를 하고 싶어서 메모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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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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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22. 2. 11. 11:54

알래스카 상공에서 

Day 1, 2022년 2월 4일  (금) 아틀란타 --> 인천 

15시간여의 비행을 마치고 인천 공항에 무사히 도착하여, 정해진 자가격리 숙소로 왔다. 지난 여름에 자가격리했던 동일한 장소이다. 

 

 

Day 2, 2022년 2월 5일 (토)  PCR 검사

마침 일출이 아름답다. 20층. 눈앞에 오이도 빨간 등대가 보이고, 대부도 능선이 한 눈에 담긴다. 

 

오전 9시에 보건소에 도착하여 줄 서서 기다리다 PCR 검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도착일 포함 7박 8일간 지내다가 나가면 된다. 도착후 1회, 퇴소전 1회 이렇게 두차례 음성 판정을 받으면 다음주 금요일 12시 (정오)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Day 3, 2022년 2월 6일 (일)  주일

 

오전에 - 어제 받은 PCR 검사가 문자로 왔다. 음성이다. 

 

 

자가격리자의 최고의 친구는 '쿠팡 프레시'가 아닐까.  도착하는 날 저녁에  '방울토마토,' '비비고 김치볶음 소포장 5개들이,' '떠먹는 요거트,' 와 '샴푸/린스'를 주문해 보았다.  새벽에 도착 메시지가 울렸다.  '할렐루야!'을 외쳤다. 

 

사실 이전의 3차례의 자가격리 기간에는 남편이 드나들며 내 생필품과 먹고 마실것,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조달해 주었으므로 갇혀 지낸다는 것 외에는 불편함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남편도 아이들 보러 함께 나갔다가 왔기 때문에 함께 자가격리 신세가 되었다.  원래는 한국에서 부스터샷까지 맞은 내국인은 하루만 자가격리 한다는 방침이었는데 2월 4일 부터 '예외 없이 모두 7박 8일 자가격리' 방침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 우리가 준비 할 틈이 없었다.

 

내가 스스로 챙긴것은 한국에서부터 짐에 챙겨 넣었던 라면 포트, 켈로그 즉석 오트밀, 홍차 등이었고, 미국집에서 떠나기 직전에 '밥그릇 두개'와 '숫가락' 두개를 챙긴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내게는 계획이 서 있었는데 쿠팡 프레시로 주문하면 꼭 필요한 것들은 조달이 될 것이라는 믿음.  역시 쿠팡은 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오늘 나는 물과 사과, 즉석밥, 구운계란 등을 주문하였다.  이정도 있으면 불편하이 없다.  나는 배달음식은 주문하지 않는다. 편견 같은것은 없는데 이곳에서 살면서 음식 배달을 시켜본적이 없다. 그래서 배달앱도 설치도 안했고, 그냥 햅반, 오트밀, 라면, 과일, 게란 이런것만 먹어도 일주일 사는데 별로 지장이 없다. 

 

나처럼 거의 의무적으로 일년에 두차례 이상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친구 한 명은 지난 여름에 미국에서 코비드 백신 2차를 완료하고 한국에 돌아온 후에 다시 한국의 코비드 백신 2차를 완료했다. (가끔 그런 사람들이 뉴스에 소개가 되기도 했다). 이유는, 한국에서 미국의 백신 완료자를 한국백신 완료자와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가을 오미크론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까지 잠시 동안 한국에서 백신 2차 완료한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들은 귀국후 자가격리가 면제가 되었다. 한국에서 백신 완료한 사람들이 누리는 일종의 특혜였다.  그러니까, 미국 백신이 인정을 못 받으니까, 그냥 한국 백신도 완료를 해버린 것이다.  나도 이렇게 할까 한참 고민했었다. 어쨌거나 나도 의무적으로 드나들어야 하는데 자유롭게 드나들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데 백신 사고도 일어나고 해서, 나도 어떤 부작용을 겪기도 했고 해서 나는 중복으로 백신 맞는 것을 포기했다.  그대신 자가격리 면제 서류를 꼼꼼히 챙겨서 미국에 있는 동안 한국영사관을 통해 격리 면제 신청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미크론이 터졌고, 영사관을 통한 격리면제 신청도 중지되었다.  그리고, 오미크론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자 한국 정부는 2월 4일부터 한국에서 부스터샷까지 맞은 사람이라도 무조건 해외에서 귀국하면 7박8일 자가격리를 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그래서 남편이 자가격리를 하게 된 것인데 -- 남편은 난생처음 하는 자가격리를 이미 자가격리에 도가 튼 대 선배인 나와 함께 하는 것을 부담없이 받아들였다.  혼자 집에서 나를 기다리며 나를 챙기는것보다 함께 있는 편이 그에게는 더 편한듯 하다.  딱하게 된 것은 이중으로 백신을 맞은 분들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이중으로 백신을 맞았는데 - 그래도 자가격리를 해야만 한다. 억울하겠다...

 

 

Day 4, 2022년 2월 7일 (월)  광어회, 고등어구이, 명태회

 

저녁 뉴스에서 '자가격리 앱' 을 취소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언제부터 시행된다는 내용은 찾아 볼수가 없다. 나는 앱이 있건 없건 교과서대로 하는 편이므로, 내게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것이다.  나는 하루에도 서너차례 오전 오후에 생각날때마다 자가격리 앱을 켜고 리포트를 하는 편이다 (심심하니까).  남편도 내가 할때마다 하도록 했는데 - 남편의 앱은 거의 십분마다 벨이 울리고 '격리장소를 이탈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떴다.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왜 자꾸 이런 메시지가 오는가?  신경이 쓰인 남편은 담당공무원에 여러차례 전화를 걸어가지고 '도무지 신경이 쓰여서 살수가 없다'고 호소를 했다. 앱을 지우고 다시 깔라는 제안에 그렇게 했더니 더 자주 미친듯이 벨이 울렸다.  뭔가 앱에 문제가 있다. 결론은, 그냥 그것 지우고 '부인님' 리포트할대 비고란에 남편 사항 기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오전에  실내 만보걷기 운동하고 있는데 담당 공무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뭐 그냥 늘 그런 지침 안내였다. 자가격리자를 위한 식량 발송을 원하는가 묻길래 보내달라고 했다. 시일이 걸릴거란다. 그러면 금요일 격리 해제우헤 내가 떠난 후에 오는거냐고 물었더니 그 전에 도착하도록 노력해보겠단다. (이걸 그냥 보건소에 가서 자가격리자들 소독제 받아올때 그 때 한상자씩 줬으면 좋았지.) 

 

 

그 자가격리자를 위한 보급품은  내 자가격리 1차에는 받았고 2차에는 안 받았다.  다 끝나갈 즈음에 배달되는데다 내가 먹을수 있는게 없어서 두번째때는 안 받은 것이다 (카레, 사골국, 스팸 뭐 이런거 고기 들어간거 나는 못 먹는다).  그런데 나중에 남편이 '세금 내고 받는건데 거절할게 뭐 있냐. 주는것은 받아오라'고 하길래 3차때는 받았다.  그리고 4차때도 받기로 했다.  내가 격리 마친 후에 배달되면 내 다음에 여기 머무는 사람이 받아서 잘 먹으면 될것이다. 

 

 

쿠팡 프레시로 광어회 한접시, 고등어 구이, 명태회를 주문하여 맛있게 잘 먹었다. 아...이런 거구나.. 돈만 있으면 평생 문밖에 안나가도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구나...

 

 

Day 5, 2022년 2월 8일 (화)  생일

 

 

간밤에 우리 오빠가 카톡으로 뭔가 딸기케이크 선물 쿠폰을 보내셨다. 아! 내 생일인가? 부랴부랴 음력 날짜를 찾아보니 오늘이 내 생일이다. 내 생일이구나.  그러면 내일은 남편의 생일이겠다. (내일 새벽에 미역국이 도착하로록 주문을 넣어야지. ㅎㅎㅎ) 

 

 

나는 평생 내 생일을 특별히  축하하지 않고 살고 있다.  어릴때 엄마는 내생일을 잊고 건너뛰기가 일쑤였고 (이웃 친척 아주머니가 일깨워줘서 저녁에 미역국을 얻어먹은적도 있고), 뭐 그것이 슴성이 되니까 내가 독립한 후에도 내 생일에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게 되었다.  생일 뿐 아니라 거의 모든 '기념일'에 대하여 나는 무감각하다.  이런 성향은 어릴때부터 제사나 어른 생신이나 그런 행사가 엄마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행사로 보여서 그런 부정적인 장면이 내면화가 되어서 그런것도 같다. "내가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살겠냐"는 식의 노인들의 '생일타령'은 어머니 대에서 끝난게 아니라, 결혼 했을때 아직 회갑도 안된 시아버지, 시어르신들의 생일에서도 카피 페이스트로 답습이 되었는데 나는 그런 풍경이 영 거슬렸다.  대체로 제사와 어르신 생신에 대해서 히스테리를 부리는 집안일수록 그거 차리는 사람의 생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내 생일을 기억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조상과 자신들의 생일상을 기대했다. 나는 그분들의 기대에 충실히 따랐고 이제 내가 주도적으로 판단할 시기가 왔을때 '그 모든 것을 폐한다'로 결정하였다.  나는 명절과 제사 그밖의 인사치례등 모든 것을 철폐하였다. 

 

 

그런데 이제 성인이 된 미국에 있는 두 아들은 설 차례상과 추석 차례상의 기억을 아름답게 추억한다. 작은 놈은 심지어 "엄마가 차려주던 설 차례상을" 자기 약혼자와 재현해 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들은 결혼하면 그런 상 차려서 축하를 하겠다고 한다.  그들이 원하면 나도 차례상 차리는 것을 도와줄 용의는 있다. 좋아서 하고 싶다니까. (얘들은 그걸 좋아서 하는구나. 좋은 세상이야.)

 

 

 

내 생일이다. 자정이 넘은 시각. 멀리 밤바다위로 반짝반짝 불빛들이 비친다.  이 풍경은 하나님께서 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준비하신 선물. 내 일생에서 가장 아릉다운 생일 선물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나를 위해서 준비 해 놓으신 나의 하나님. 땡큐. 

 

최소한으로 살기  (로빈슨크루소 놀이)

자가격리 상황은,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시간동안 최소한으로 사는 경험을 제공한다. 두사람이 한공간에서 7박8일간 지내는것을 상정하고 미국에서 내가 챙긴 것은 참 부실하기 짝이없다.  

1. 한국에서부터 챙겨간 라면포트 (사실 이것도 기숙사에 누군가 버리고 간것을 주워다가 잘 쓰고 있는 것이다.)

2. 코렐 밥그룻 두개와 숫가락 두개 (아들 살림에서 빼 온것)

3. 인스턴트 오트밀 

4. 델타 타고 오면서 식사시간에 주던 냅킨, 일회용 플라스틱 포크, 나이프, 숫가락, 물 몇병, 과자류. 

 

 

이 외에 현재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들은 모두 쿠팡으로 주문한 것들이다. (라면, 햅반, 물, 요거트, 비누, 샴푸, 린스 등등등). 

 

우리는 햅반이나 컵국수, 요거트등을 먹으면서 발생하는 포장재는 모두 깨끗이 씻어서 볕좋은 창가에 말린다.  델타에서 제공한 질좋은 종이 냅킨은 벌써 며칠째 실내 청소용 걸레로 사용하고 있다. 요거트나 햅반 용기는 물컵, 티컵으로 사용한다. 플라스틱 칼로 사과를 썰어먹기도 한다.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깨끗이 먹어치운다. 그리고 뭐든 바싹바싹 말려 놓는다. (뭐 별로 할일이 없으니까 심심풀이로) 정리 정돈을 하고 하고 또 한다. 

 

 

이러면서 우리가 발견한 것: 우리가 일상에서 참 생각없이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구나. 사람이 맘만 먹으면 일회용 플라스틱 포크 하나로도 일년을 살수 있는거구나. 

 

 

지금 우리의 작은 목표는, 여기서 두사람이 7박8일 생활을 마치고 나갈때, 조그만 (가게에서 물건 팔때 주는) 봉지 하나에 쓰레기를 담아 갖고 나간다는 것이다. 가능해보인다 (아직 작은 실내용 쓰레기통이 절반도 차지 않았다.) 삶을 간소화 하는 방법을 더 찾아봐야겠다.

 

 

감옥살이하면서 부티나는 델타 에어 간식 만들기 

 

남편이 어딘가 출출하다고 하길래 내가 만들어서 제공한 간식: 

 

코렐 그릇에 사과 한개와 구운 계란 한개를 썰어 담는다 (플라스틱 일회용 나이프로), 그 위에 떠먹는 요거트를 붓는다.  델타 1회용 플라스틱 숫가락과 포크와 함께 제공한다.  헤헤헤. (이것은 이코노미 클래스는 안되고 드러누워 가는 계급만 맛볼수 있는 것이다. 하하하) 

 

사실 우리들의 삼시세끼에서 가장 친근한 아이템은 '떠먹는 요거트'이다.  

 

 

Day 6, 2022년 2월 9일 (수)  남편 생일

 

 

남편의 생일이다. 쇠고기 무우국과 쇠고기 육전을 쿠팡 프레시로 주문했으므로, 새벽에 도착 할 것이다. (남편에게는 비밀이다. ㅎㅎㅎ).

내 숙소 볕 좋은 창가에는 떠먹는 요거트 용기와, 햅반 용기와, 컵국수/라면 용기와, 2리터들이 페트병들이 질서정연하게 쌓여있다.  우리가 이것들을 잘 모은후에 여기서 나가기 전에 사진을 찍어보자고 얘기를 하였다. 

 

어제 새벽에는 '곤도 마리에'의 '정리의 기술'이라는 책을 이북으로 사서 단숨에 읽었다.  그냥 읽기만 한 것은 아니고, 책을 보다가 책의 설명대로 옷을 개켜보고, 가방 정리부터, 좁은 실내이지만 정리를 해 보았다.  그러니까, 여기가 내 집이 아니고 임시 숙소이므로 별로 정리할 것도 없고, 여행가방을 뒤집어 다시 정리하는 수준이라서  오히려 최소단위로 '실습'하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지금 옷장에는 내 옷과 남편 옷들이 네모 반듯반듯하게 접혀져 줄세워져 있다. 물을 마셔도 물병을 아무렇게나 놓지 않고 반듯하게 놓는다. 

 

사실 나는 살림 실력이 별로 없다. 그나마 한창 살림할때는 제법 각잡고 뽀득뽀득 윤기나게 했는데 그것은 내가 전업주부였을때 얘기이고, 내가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거나 - 하여튼 전업주부가 아닌 후부터는 살림은 늘 대충이었다. 내 공부, 내 일 외에는 신경을 안쓰면서 여태 살았다. 젊을때는 늘어놓고 살다가도 맘먹고 치우러들면 하루에 다 뒤집어 치우고 놀러나가곤 했는데, 나이가 드니 정리 정돈 청소가 만만치가 않다. [정리의 기술] 책을 읽으니 정리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점점 행동이 느려지고 기운이 떨어지는 나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볼때, 주변 정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집에 가면 옷장을 비롯하여 차근차근 정리를 하겠다고 마음 먹는다. (1년이상 건드리지 않은 옷들은 이참에 다 정리해야지). 

 

나는 유튜브에서 실내 걷기 운동이나 여러가지 정보의 도움을 받는 편이다. 요즘은 '명상' 관련 유튜브를 찾아내어 명상 호흡, 짧은 명상을 하는 중이다. 일단 명상/요가 호흡이 꽤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 오른 손의 검지 중지를 세우고 셋째 넷째 손가락을 접은후 엄지로 오른쪽 콧구멍 막고 들이쉬고, 접힌 넷째 손가락으로.... 뭐 이런식으로 오른쪽 콧구멍으로 들이쉬고, 왼콧구멍으로 내쉰후 들이쉬고, 오른쪽 콧구멍으로 내쉬고 들이쉰후... 그것이 원활해지면 그 사이에 숨을 참았다가 들이쉬고, 참았다가 내쉬는 무슨 000 호흡법이라는데 이름은 기억 안나고 - 하여튼 이 호흡법이 재미있다. 왼콧구멍 오른콧구멍의 들숨날숨이 화통하면 참 좋은 것인데, 대체로 한쪽이 약간 막힌듯 하다가 뚫리고 그런다. 

 

명상도 좋다. 요가 강사하시는 분이 명상을 이끄는데 - 대체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긍정적 에너지가 흐르는 코멘트를 하고 나를 고요한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 Singing Bowl 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릇같이 생긴 종인데 그것을 치는 것으로 명상에 들어가고 그 종소리를 들으며 명상에서 나온다. 

 

복식호흡도 유튜브에서 배웠다. 복식호흡을 하면서 강사의 인도에 따라 명상에 들어가고 10분후에 명상을 마치는 연습을 몇차례 유튜브를 보면서 따라해보니 머리도 맑아지고, 일단 마음이 안정되고 좋았다. 그래서 이 10분 명상법을 이용하여 '기도'를 해 보았다. 10분간 명상시간에 나는 누군가를 위해서 기도를 하는 것이다. 마침 내게 중보기도를 부탁한 가족이 있어서 그 가족을 위하여 깊이 깊이 명상에 빠지듯 기도를 드린다.  이렇게 하니까 기도가 흔들림없이 더 잘 된다. 딴생각도 덜하게 되고 기도에 좀더 집중할수 있게 된다. 

 

App Store 에서 singing bowl timer 를 검색해보니 몇가지가 보인다. 유료, 무료 있는데 무료는 광고가 많이 뜨고, 유료는 살생각이 없고,  무료중에서 아주 간단하고 광고가 안뜨는 앱을 하나 찾아냈다. 사실 아이폰 타이머와 별 차이가 안난다. 한가지 차이라면 'singing bowl' 소리가 있다는 것.  어쨌거나,좀 더 집중하여 기도하는 방법을 한가지 찾아낸 기분이다. 마음이 흐트러지고 기도에 집중이 잘 안될때는 이런 방법으로라도 기도하는 것이 나로서는 좋다고 생각한다.

 

 

Day 7, 2022년 2월 10일 (목)  자가격리 해제를 위한 2차 PCR 검사

 

오전에 검사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고 - 음성 확인이 되면 내일 정오 (12시)에 여기서 나가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나라 자가격리 시스템에 어딘가 구멍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며칠전에는 2차 검사를 보건소 옆의 임시 검사소에 와서 받으라는 문자 메시지가 오더니, 어제는 아무데나 검사소에 가서 받으면 된다는 메시지가 왔다.   근처에 걸어서 갈수 있는 검사소가 있어서 그리 가도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건소에 전화를 아무리 걸어도 받지를 않는다. 바쁜것은 이해 하지만 - 메시지가 오락가락하는 것이 불안하다.  내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번호로 나도 질문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이 없다. 바쁜것은 아해하지만 - 답답하다. 

 

자가격리앱에 '담당공무원' 연락처가 있고 직접 통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자가격리앱에 연결된 전화를 걸어보았다. 어떤 친절한 분이 전화를 받으시는데 내 이름을 묻더니 자기 담당이 아니라고 한다.  내 앱에 있는 번호인데 무슨 말이냐 했더니 아무튼 자기는 담당이 아니란다.  그분은 친절하셨다. 내게 다른 번호들을 가르쳐주시며 문의를 하라고 하셨다.  이 앱도 엉터리인건가?

 

자가격리 구호품은 보내준다더니 6일째 되는날까지 도착하지 않았다. 오늘 오려나? 자가격리 다 끝나는 마당에 오려는가? 어쩌면 내가 나간 후에 올지도 모르지. 그럴거렴 구호물자는 왜 보내고 예산낭비 하는지. 바쁜것은 이해하지만 뭔가 두서가 없어 보인다.  

 

매일 업데이트되는 뉴스를 봐도 뭔가 정보는 쏟아져나오는데 - 그래서 어쩌란건가? 따져보면 구체적인 시행 단위에서 구체성이 없다.  예컨대 '자가격리앱'은 이제 안쓴다는 뉴스가 엊그제 나왔다. 언제부터?  나는 지금 자가격리 앱에 꼬박꼬박 리포트를 하고 있는데 그것을 하라는거야 말라는거야?  정말 '난리통' 같다.  다들 힘드실것이다. 

 

 

Day 8, 2022년 2월 11일 (금)  귀가

어제 오전에 PRC 검사를 받았고, 오늘 오전 8시에 음성 결과 문자 통보를 받았다. 이것으로 네번째 자가격리를 무사히 마치고 이제 나의 집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한 300미터 거리에 있는 나의 보금자리). 

 

그나마 15일에서  10일 --> 8일로 줄어들은 것을 감사한다.  2020년 여름과 겨울, 그리고 2021년 여름에는 고스란히 2주를 감옥살이를 했는데 절반으로 줄어드니 감지덕지.  (해외에서 가능한 자가격리 면제 신청이 중지가 되는 바람에 또다시 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마지막 자가격리이길... 매번 그것이 마지막 자가격리라 생각하고 견뎠는데, 과연 이것이 마지막인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시계제로. 창밖에 우윳빛으로 가득한 안개처럼, 현재 상황은 예측불허이다.  어쨌거나 희망을 갖고 견디고 살아내는 수 밖에. 

 

모두 건강하시길.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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