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4. 2. 8. 22:27

 

2024년 2월 8일 목요일.

 

 

지난해까지 내가 수행하던 중요 프로젝트들을 대거 정리하면서 나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말했었다, "하나님께서 새해에는 뭔가 프로젝트를 주실것 같아요.  정리해 놓고 가만히 있으면 뭔가 보내실 겁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예상치 못했던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하나님이 툭 던지셨다.  나는 닷새간 잠을 이루지도, 밥을 먹지도 못하고, 숨쉬는 죽은 사람처럼 멀거니 시간을 보냈다.  목사님과 교회 어르신들께서 통곡의 기도를 올려주셨다. 내 머리와 뺨위로 내 눈물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눈물이 떨어져 흘러내렸다.  그분들의 눈물과 기도가 나를 일으켜세웠다. 

 

오빠와 언니가 응원해주기 위해서 온다길래, 집이 아닌 해변에서 만나자고 했다.  바닷물에 서리가 내린듯 살짝 성에가 낀 쌀쌀한 날씨였지만, 햇살이 따스했고 바람이 없어서 포근한 느낌이었다. 

 

 

개펄 멀리서 바다가 소리를 내며 밀려오고 있었다. 바다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으며 오빠와 나는 맨발로 개펄을 걸었고, 남편과 언니는 개펄에 들어가기 싫다고 해안 보드워크를 걸었다. 남편이 높다란 산책로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어 주었다.  오빠는 개펄에서 맨발로 걷는것이 평생 처음 경험이라며 즐거워하였다.  나도 오랫만에 개펄을 걸을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오빠는 개펄위에 아랍글자처럼 꼬불꼬불 씌어진 조개들의 발자취를 신기해 했다. 한번도 그런것을 본적이 없다고 했다. 세계적인 기업의 경영인이었던 그는 너무 큰것들만 보느라 아주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제대로 들여다 볼 시간이 없었나보다. 

 

 

바닷가 산책을 마치고 근처 카페로 가려고 자동차로 갔을때 - 내 자동차 열쇠가 사라지고 없었다. 외투 주머니에도 바지 주머니에도, 가방에도 어디에도 없었다. 가방을 거꾸로 들고 다 털어서 보아도 자동차 열쇠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도 없었다. 해변으로 달려가 내가 모래를 털고 양말과 신발을 다시 신었던 자리에도 가보고, 산책로 입구쪽에도 가보았다. 혹시 내가 실수로 흘렸나해서.  내가 다녔던 곳을 다시 뒤진다해도 열쇠를 되찾을수 있을것 같지가 않았다. 게다가 일부러 멀리서 나를 보러온 손님들을 마냥 기다리게 할 수만도 없었다. 마침 남편이 늘 여벌의 열쇠를 갖고 있으므로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단지, 내 열쇠에 함께 걸려있는 연구실 열쇠...그것이 없으면 연휴가 끝날때까지 연구실 출입이 불가하다. 연휴동안 밀린 일을 해야 하는데.

 

 

머릿속으로는 '연구실 열쇠를 어떻게 해결하지?' 생각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기위해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습관처럼, 아무것도 없이 텅빈 내 외투 주머니를  이리저리 뒤지던 내 손 끝에 무언가가 감지되었다.  외투 주머니에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그리고 외투자락으로 무엇인가 굴러다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외투자락 끝에, 뭔가가 있다. 내가 손으로 호주머니 아랫쪽 외투자락을 훑어보니 거기 뭔가 입체적인 것이 있다.  외투에 난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뒤져보았다.  열쇠였다. 내 자동차 열쇠가 주머니에 생긴 구멍을 통해 외투 안쪽으로 빠져 들어가서 내가 움직일때마다 이리저리 뒤척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잃어버린 열쇠는 내 안에 있었다.  어느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도록, 가장 안전하고 깊숙한 곳에서 내 열쇠는 뒤척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열쇠는 '잃어버린 것'이 아니었다. 내가 잃어버렸다고 상상 했을 뿐. 열쇠는 나와 함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것이 - 내 하나님께서 내게 보내시는 메시지라고 판단했다. 

 

하나님은 내가 풀어내기 힘든 고난도의 문제를 하나 주셨다.  나는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애쓰다가 낙심하여 미치거나, 죽자고 작정하거나, 하나님을 원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슬퍼할것이고, 좌절할 것이고, 많이 울것이고, 많이 기도할 것이고, 사색할 것이고, 자꾸만 자꾸만 작아져서 마침내 내가 나를 잃을 것이고, 나는 매일 매일 죽을것이다.  하지만 나는 매일 매일 다시 살아날 것이고, 내가 죽은 자리에 새로운 내가 생성될것이며, 어쩌면 하나님께서 주신 어려운 문제의 해답을 풀고, 잠긴것처럼 보이는 문을 열을수 있을것이다. 

 

하나님의 메시지는 자명하다: 아가, 아가, 소중한 나의 아가야. 내가 네게 문제를 주었을때 이미 나는 너에게 열쇠도 주었음을 기억해라.  나는 네가 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미리 준비시켜 주었다.  나는 네가 벌여놓은  여러가지 쓸데없고 잡다한 일들을 정리하도록 해 주었고, 성경통독을 통해서 나의 존재에 눈뜨게 해 주었다. 빅토를 프랭클의 책도 읽도록 해 주었다.  사실 너는 문제를 풀 준비가 다 되어있다. 이제부터 문제를 풀면 된다.   이제부터 내가 네 안에 감춘 열쇠를 네가 발견해라. 꼭 성공하길 나도 빈다. 아가 아가 울지 말고 일어나서 네가 갖고 있는 열쇠로 문을 열고 내게 더 가까이 오너라. 열쇠는 네 안에 있다. 아가. 네가 죽고, 새로운 네가 열쇠를 찾아내기를. 

 

 

이제부터 나는 하나님과 동행하며 길을 찾아낼것이며, 거기서 나의 하나님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길이 멀고 지루하고 힘들겠지만, 이 여정이 어딘가에서 끝날때, 거기 블루벨이 만발한 길의 끝에서 나는 쉴 것이다, 다음 프로젝트를 기다리면서. Dear God, I'm ready. Let's go.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