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5. 5. 4. 10:36

空墓, 沉默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면서 5월 한달동안 내가 실천할 과제를 생각해보았다.

 

나를 자꾸 자꾸 비워내어 '빈 무덤'같은 존재가 되어가기 위한 실천적 방법으로 '침묵'을 선택하였다.  대체로 나는 침묵을 선택하는 편이긴 하지만, 어떤 경우에 '너무 많은 말을 한다'고 느낄때가 있다. 팀원들을 이끌어 대체로 내가 판단하고 정리해야 할 때, 아무래도 내가 팀원들보다 더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다-다-다-다 하고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는 편이다.  팀원들은 리더가 판단이 빠르고 명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지할 수 있는 힘있는 리더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 가끔 내가 스스로 에너지를 소진하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때도 있다.  그리고 어딘가 '독재'하는 맥락이 있을것이다 설령 내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것은 -- 저쪽에서 요구하지 않을때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다. 의사표시를 요구받을때 조차, 최소한으로 응대하고 '침묵'쪽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요구를 최소회하고 지시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내 영역에 머물며 침묵하겠다. 어차피 이 세상 일들은 ...  대체로 쓸모가 없는 일들이다....  눈을 하늘에 두고... 사랑을 전달하는 행동 외에는 무엇도 유익하지 않다는 것을 늘 자각하며 5월을 살아내도록 하자. 

 

...

 

그건 그거고, 이땅의 민주주의를 망가뜨리는 악의 세력을 몰아내는 일에 침묵해서는 안된다. 방관해서도 안된다. '아침이슬'처럼 매일 아침 새로운 기운으로 저들과 싸워 이겨야한다. 이겨야 한다.  핍박받는 자를 응원해야 한다. 그것이 사랑이니까.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5. 3. 09:02

 

 

나는 요즘도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기하문제와, 중학교 수학문제를 조금씩 풀고있다.  인터넷 기하문제는 - 전에는 종이에 도형을 그려가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냥 모니터에 그려진 도형들을 보면서 혼자 '중얼중얼'하면서 그냥 답을 맞추게 되었다. (이제 척보면 답이 나오는 경지가 되었다).  중학교 수학문제는 - 나의 수학이 엉뚱해서 기초적인 문제를 쩔쩔매고 못풀다가,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쉽게 풀기도 하고 그런다 (문제집에 난이도 표시가 되어 있어서 - 이게 애들한테 쉬운문제구나, 이게 애들한테 어려운 문제구나 하고 생각을 하는데, 애들에게 쉬운 문제를 못풀어서 쩔쩔매고 있는 나를 내가 보면서 웃음이 나온다. 요새 애들 정말 고생이 많구나 한다.)  이렇게 나의 수학문제 해결 능력이 제멋대로인것은 - 어차피 나도 고3까지 수학교육을 받았고 (그게 40년전 일이라고 해도 말이지), 그러니까 수학 문제 풀이의 꼼수나 원리들이 기억 어딘가에 뒤죽박죽 아무렇게나 숨어있다가 - 뒤죽박죽 나오기 때문에 때로는 쉬운 문제도 어렵고, 어려운 문제도 직관적으로 쉽게 풀고 그런 것이리라 - 하고 추측한다.

 

그런데, 그래도 나의 '뇌'가 하는 일에 대하여 내가 새삼 발견하는 것은 - 어떤 문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해법을 모르겠어서 "아이고, 내가 이걸로 시험을 볼 것도 아니고 - 애쓸거 없다. 오늘은 그냥 덮고, 내일 풀지 뭐 -- 이러고 정말 책을 덮어 버렸다가 그 다음날 혹은 며칠후에 책을 펼치고 그 문제를 들여다보면 - 문제 해법이 너무나 간단하게 떠오르고, 아주 쉽게 문제를 풀어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거봐라!  뇌가 휴식하는 동안에 뭔가 작동을 하는 모양이야. 혹은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들여다보게 된것이겠지. 혹은 두가지 다 작동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그러면 이것이 수학문제나 혹은 다른 문제풀이에서만 발생하겠는가.  운동을 할 때에도, 다른 기능의 영역에서도 '인간'이라는 '수퍼컴퓨터'는 저 스스로 뭔가 하고 있는 모양이다.  놀라운 '내 속에 숨은 슈퍼 컴퓨터' 만세!  (하나님은 얼마나 놀라우신지. 이런 인간을 창조해내시다니....)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4. 27. 10:58

 

초록감각: 식물을 보도 듣고 만질 때 우리 몸에 일어나는 일들

Good Nature: The new science of how nature improves our health

by Kathy Willis

 

 

과학동아 5월호에서 발견한 책광고를 보고 주문. 나는 대체로 ebook을 주문해서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아직 ebook 이 나오지 않았다. 하는수없이 종이책을 주문하여 하루 기다렸다가 받아 읽었는데 - 읽으면서 드는 생각 - '이 책은 ebook 용이 아니고 반드시 종이책으로 읽어야하겠다.  왜냐하면 일단 책의 종이의 질감이 참 좋고, 책의 내용에도 자연의 촉감 (나무나 잎을 만질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것)에 대한 챕터도 있기 때문인데 - 종이가 기본적으로 펄프로 만든 것이고 종이책을 넘기고 만지는 행위역시 '자연과 교감'하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의도한 것을까? 책 종이의 질감이 참 보드랍고 좋았다.  (나도 다음에 나오는 책이 이런 질감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에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식물이나 자연이 우리 인간의 정서와 신체에 어떻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과학자'의 입장에서 학문적 논문등에 소개된 자료들을 토대로 설명해주고 있다.  내용도 좋고, 표지 디자인도 좋고, 책 종이 질감마저 좋아서, 이 책은 마치 액세서리나 실내 인테리어용 아이템처럼 손에 들고 다니거나 집의 어딘가에 놓아두어도 예쁘고 소중한 그런 책이다. 이런 책은 누구나 집에 한권씩 비치해놓고 이따금 열어보고, 그리고 화분이나 꽃을 사러 나가거나 산책을 나가거나....

돈주고 사기에 아깝지 않은, 이런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것이 아니라 한권 소장할 가치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집 베란다 가든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지, 그리고 학교 복도에 만든 나의 가든에 대한 기록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제목이 '초록감각'이지만 책 표지의 잎사귀들은 초록일색이 아니라 황색 주황색, 보라색 계열까지 포함되는데 - 책을 읽으면 왜 책표지에 이러한 색들이 포함되어있는지 알 수 있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4. 24. 10:11

약속한 원고 작업을 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주제에 접근했나' 참고용으로 목차만 봤을때 내가 기획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판단되는 책을 주문하여 받아 보았다.  그 책은 주루룩 추천사 페이지만 예닐곱 되는것 같았고, 여러명의 저자가 썼는데, 저자들의 화려한 '직함'에 비해서 구체적으로 그분들이 뭘 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목차만 봤을때 내가 수년전부터 기획했던 책과 많이 닮아 있었다. 

 

그래서 받아서 열어봤는데 - '이분들은 챗지피티한테 책쓰기를 시켰구나. 아주 그냥 시켜놓고 복사-붙여넣기를 했구나' 싶은 내용이었다.  이렇게 쓰면 정말 큰일 나겠구나! 나도 절대 이런 유혹에 넘어가면 안되겠구나, 망하는 지름길이구나! 했다.  역시 이런 샘플도 봐 봐야 내가 정신을 차린다.

 

물론 나도 자료조사를 위하여 여러가지 상이한 AI 프로그램에 질문을 하고, 비교를 하기도 하고, AI비서가 알려주는 참고문헌을 뒤져보기도 하고 그런다. AI는 그러라고 쓰는거지, 그걸 그냥 시켜놓고 복사-붙여넣기를 해서야...AI 허구헌날 쓰는 사람들은 이게 사람이 정리한것인지 AI가 정리한 것인지 그냥 쓱 보면 아는데...

 

 

 

(발표자료 AI로 대충 만든 사람들 그 발표자료보면 나는 확 짜증이 나는 편이다.  기계가 만든거 눈에 보이거등. 기계를 시켰어도 최소한 디테일 만이라도 네 손을 거쳤어야지!  지긋지긋하다구!!!) -- 이건 마치 이런거다. 편의점 음식을 사왔어도 그걸 그냥 전자렌지에 돌려서 손님에게 주는것과, 편의점 음식일망정 그것을 집에 있는 사기접시나 용기에 담아서 따끈하게 데우고, 냉장고에 있는 오이나 뭐 푸성귀를 곁들여서 손님 접대를 하는 것.  나는 적어도 '사람의 정성'이 들어간 것을 원한다.  AI할줄 안다고 자랑하지 말라구, 지긋지긋지긋하다구!!!!

 

 

AI로 대충 내용 채워서 '제가 이런 책을 출간했습니다' 용으로 막 나오는 책들의 홍수 속에서 -- 내가 그래도 나의 시간을 의미있게 가치있게 채우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 내 목소리로, 내 이야기로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가짜를 보면서 '진짜'에 대하여 새삼 다짐하게 되었다. 나의 미래의 독자들께 약속 드린다. '제 손글씨로, 저의 호흡으로 적은 그런 책을 선보이겠습니다.'  물론 여기서 '손글씨'란 진짜 손글씨로 원고 작업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손글씨를 쓰듯 꼬박꼬박 자판을 두드려 내 호흡으로, 내 목소리와, 나의 언어로 내 책을 채워나가겠다는 다짐이다. 

 

 

 

 

 

 

* 아 그래도 내가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지난번 라디오 인터뷰를 위해서 만났던 작가님이 '책 읽기가 수월했어요. 읽어나가는것이 편안했어요, 꼭 옆에서 이야기를 하시는것 같았어요'라는 평이었다. 그래서 내 글의 스타일을 그에게 간단히 말해줬다, "저는요, 말을 하면서 글을 써요. 글을 쓰고 나서도 제가 그걸 소리내서 읽어봐요. 말하듯 잘 읽히나 안읽히나. 왜냐하면 제가 근본적으로 스토리텔러라서 누구한테 이야기하듯 글을 쓰거든요. 잘 읽힌다는 느낌을 받으셨다니, 제 스타일이 살아있군요. 다행입니다."  오죽하면 (무명시절에, 지금도 무명시절이지만 아무튼 옛날 옛날에) "당신 글 진짜 쉽게 잘쓴다. 유명한 사람들 자서전/전기 출판하는거 있쟎아. 그거 대필하는 사람 필요한데 돈 많이 줄테니까 구술해주는 자서전 그거 대필해줄래?"  글쎄 저자이름 (내이름)이 들어가면 해주고, 내 이름 빠지고 그 사람의 자서전으로 소개되면 나는 고스트라이터(대필인생)인데 그런 짓은 안한다.  그러고 돈 벌 기회를 박찼다. 내가 굶어 죽어? 뭐하러 그런짓으로 인생을 낭비를 하냐!  참 호기로운 인생을 살아왔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4. 23. 12:58

중간고사 기간이라서 중간평가용 말하기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오늘 오후에 모두 끝난다.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어떤 '묘사와 설명'을 요구하는 '이미지'를 주고 -- 이것을 마치 현재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인것처럼 현재형이나 현재진행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라는 지시를 하면, 학생은 약 1분간 이미지 속의 상황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내가 이것을 어떻게 묘사하거나 설명할것인가 생각해본후 -- 1분간 설명을 하는 것이다. 나는 녹음을 하면서 학생의 설명을 최대한 받아쓰고 앉아있다. 

 

 

내가 보는 것은 --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법 -- 이야기의 연결성이나 짜임새 - 현재형이나 현재진행형으로 제대로 묘사하는가 - 평범한 어휘들을 제대로 구사하고 있는가 - 발음은 알아 들을수 있는가 이런 것들을 평가하며 귀를 기울인다. 

 

 

특히 '현재형이나 현재진행형'을 문법적으로 제대로 (여기서 제대로라는 말은 100퍼센트 정확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와 정확성이 뒤섞여 있을때 실수가 더 많은지 정확한 사용이 더 많은지 전체적으로 그정도면 충분하다 싶은정도를 말한다) 구사하는지 보는 항목의 점수 배점이 높다.  가령 He walk to school during the week and drives around on weekends. -- 이렇게 말한다면, 우리는 적어도 이 사람이 문법적인 사항을 알고 있는데 때로는 실수하고 때로는 올바로 말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내가 학생들을 평가하면서 발견한 재미있는 현상은 - 단 1분안에 일어나는 일인데 - 처음에는 삼인칭 단수 현재일때 's'를 붙이는 것을 생략하고 He say to his son... He try to fix his car... He wonder why... 하고 동사원형만 말하던 사람이 후반부로 가면서 Now he realizes that ... He gets out of the room and... 하면서 정확하게 삼인칭 현재 동사형을 구사하더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보이는 케이스가 벌써 여러명이다. (모두 그런것은 아니다. 대개 중구난방으로 실수와 정확한 구사를 뒤죽박죽 섞는데...).  전반부에서 실수를 거듭하다가 후반부에 가서 정확한 구사를 하는 현상을 보면 - 이 학생들은 '워밍업' 시간을 갖는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 이것도 시험이라서 긴장하고 떨리니까 잘하려고해도 자기도 모르게 실수를 연발하다가 - 서서히 그의 뇌가 이 상황에 적응하면서 본래 갖고있던 지식과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래서, 이런 현상을 보이는 학생들에게는 - 내가 받아적은 것들을 보여주고, 실수한것과 정확히 구사한것을 형광펜으로 표시하여 보여주면서 "이것 좀 봐봐, 처음에는 이렇게 계속 실수했는데 - 나중에는 모두 정확히 했어. 그대는 이미 머릿속에 문법을 가지고 있어. 이게 늘 이렇게 자동으로 정확하게 굴러가게 하는 비결은 - 자주 자주 써야 한다는거야. 그러니까 될수있는대로 자주, 많이 영어를 하셔. 자주 많이 사용하게 되면 이런 실수들이 점차로 줄어들게 될거야." 

....

 

 

이와는 별도로, '질문'을 만드는 과제도 있는데,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질문을 내가 그자리에서 받아 적는다. 학생들이 말한 질문중에 어떤 것은 문법적으로 정확하게 맞고, 어떤 것은 엉성하므로 다시 고쳐야 한다. 맞는 문장과 잘못된 문장이 뒤섞여있다. 우선 내가 맞는 질문 문장을 표시하고 읽어준다. 그 후에 틀린 질문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주고 '이것을 고쳐보라'고 한다.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하지만, 내가 맞은 문장에 줄을 긋고 이 문장을 보면 어떻게 고칠지 알수 있을텐데...하고 알려주면..자신이 만든 맞는 문장에 기대어 떠듬떠듬 문장을 고쳐나간다. 

 



한 학생은 틀린 질문 문장 "Why he go out of the room?"을 가리키며 고쳐보라고 했을때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뭐가 틀렸냐? 이거 맞는 문장 아닌가? 이런 표정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만든 맞는 질문을 가리폈다. "How did he fix his car?" 이 문장을 보면 어떨까...  

 

 How did he fix his car? (correct)
 How he go out of the room? (incorrect)

 

 

윗문장과 아랫문장을 몇차례 읽어보던 학생은 -- 아! Why did he go out of the room?! 하고 스스로 고친다.  그리고나서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제가 원래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말해줬다. "그대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문장이 왜 틀렸는지 어디가 틀렸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마치 내가 잘 못 받아적어놓고 너를 함정에 빠뜨리는것처럼 말하는군. 그래서, 내가 녹음까지 하는거지. 녹음 틀어볼까?  이런 말을 속으로만 한다. )

...

 

숙제 검사를 하거나 간단한 퀴즈 채점을 하다보면 와서 시비를 거는 학생도 있다. 자기가 이 문항에 대하여 이 답을 쓴 이유는 내가 수업중에 분명히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란다. (당신이 그렇게 말해서 내가 그렇게 썼는데 왜 틀렸다는거야? -- 뭐 이런 시빗조다). 그러면 나는 (속으로 ...너 정말 가르치기 싫다.... 이런 생각이 들지만, 마음을 숨기고) 평온한 표정으로 말한다. "만약에 내가 수업중에 그렇게 얘기해서 그대가 틀린거라면, 왜 그대 혼자만 틀리고 다른 학생들은 다 정답을 고른걸까?"  시비걸던 학생은 미안하다는 말도, 착각했다는 말도 없이 그냥 뒷걸음치고만다. 저도 할말이 없는지라. 교사도 교수도 가끔 엉뚱한 소리 하는 학생들의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비둘기같이 온유하게 - 뱀처럼 교활하고 지혜롭게 이런 엉뚱한 상황에서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4. 17. 10:17

 

요즘 언라인으로 제공되는 도형문제를 심심풀이로 풀다가 - 재미삼아서 수학 문제를 풀어보기로 생각하고, 중등수학 1-1 책을 주문하여 첫페이지 설명부터 꼼꼼하게 읽으며 문제를 풀어봤다.  그냥 하루에 한두페이지씩 '오락'하듯 할 생각이다.

 

 

 

오늘은 첫날부터 굉장한 것을 새로 배웠다. 내가 중학교때 다 배우고 지나갔을 내용인데 - 이것이 얼마나 놀라운지는 오늘 발견했다. 그러니까, '자연수'는 1과 소수와 (내가 중학교 다닐때는 이걸 '솟수'라고 배웠는데, 지금은 그냥 소수라고 한다) 합성수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이다. 숫자 1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아주 특별한 숫자인것이다. 이것이 너무나도 놀랍다. (1은 유일자, 단독자, 신과 같은 숫자구나. 어디에나 있으면서 그러나 무엇과도 섞이지는 않는구나. 외롭겠다. 그래서 시인 정호승은 말했다. '하나님도 때로 외로워서....' 라고 '수선화'였던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뭐 그랬던가...) 

 

그러니까, 나는 고3때 '수포자' 대열에 합류했다. 아무리 수학에 시간을 보내도 점수가 오르지 않아서, 막판에 수학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그 시간에 영어나 다른 과목 공부를 했던 것이다.  고등학교 이후로 수학하고 나하고는 서로 상관없이 살수 있었다. 나는 영문학에 푹 빠져서 '읽고 쓰기'에 바빴고, 수학은 내 인생하고 크게 상관이 없었다. 회사에 다닐때 잠시 회계서류를 들여다볼일도 있었지만 그것은 덧셈 뺄셈만 정확히 해 내면 되는 문제였으므로 역시 상관이 없었다. 

 

대학입학 이후에 수학의 악마가 다시 내게 돌아왔는데 - 대학원 입학을 위한 GRE시험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20여년이 흐른후에 수학의 악마가 다가와서 음험한 미소를 지었고, 죽을맛이었다. 하는수없이 GRE 용 수학공부를 벼락치기로 했는데 -- 내 GRE 점수에서 수학영역의 점수가 언어영역 점수보다 훨씬 높았다.  그때 나는 잠시 빙긋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었다 -- 미국 수학은 별게 아닌가부다... (아 미국은 정말 아름다운 나라였다. 나같은 수포자도 수학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수 있는! 그러니 내가 어찌 미국을 사랑하지 않을수가 있었겠는가. 여기는 내세상이었다!!!...)

 

세월이 흘러서, 나는 많이 지쳤고, 인생에 그다지 낙이 없으며, 하루하루 하루살이처럼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는 여행도, 오락도, 연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내 삶이 이끄는대로 살아가는 중인데 - 어느날 수학이 나를 불렀다. 그래서 중1 수학책을 들여다보게 된 것인데....


제곱근을 구하라는 문제였다. 제곱수에서 제수는 '밑'이라고 하고 몇번 제곱했나는 '지수'라고 한단다. 나는 곧잘 문제를 풀었다. 그런데 딱 한문제를 틀렸다. 10000 (일만)을 거듭제곱수로 나타내보라는 문제였다. 다른 문제들은 그냥 식대로 풀었기때문에 다 맞았다. 그런데 일만 (10,000)은 식으로 안풀고 머리로 풀었다. 그리고 틀렸다. 

 

내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을 그대로 옮겨보겠다. "일만..은 십곱하기 십..은 백이지. 백의 제곱은 만이쟎아. 그러니까 일만은 십의 세제곱."  나는 지금 머릿속으로 '고도리'를 하고 있었던거고, '십의 따따불'을 셈하고 있었던거다.  우리가 고도리칠때, 흔들고, 쓰리고에 피박에 광박 이러면  뭐 10점났으면 흔들어서 20점, 쓰리고해서 다시 따불 40점, 피박에, 거기서 따불 80점, 광박, 거기서 따불 160 이렇게 계산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거기서 따불, 다시 거기서 따불 뭐 이런식이라 집도 차도 날릴판이 된다. 그래서 도박이 무서운거다.  



제곱식을 할 때 만 (10,000)은 10 x 10 x 10 x 10 인데 그래서 10의 4승인데,  나는 이것을 (10 x 10) 하면 100 -- 그 100을 100으로 곱하면 만 뭐 이런 생각을 했던것이다. 왜 나는 이런생각을 했을까....이렇게 셈하는 방법도 나중에 나오겠지....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4. 15. 13:51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독자들의 교양에 필요한 좋은 책이다. 책의 끝부분에 내 책에도 소개되었던 에피소드가 나와서 '이 책의 저자와 나의 생각이 통한 부분이 있구나' 했다.

 

특히 각급학교에서 새로 도입한 '전자교과서'의 활용예가 나왔는데 - 그 부분은 내가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부분이라서 내게 아주 좋은, 새로운 정보가 되었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4. 15. 12:49

 

오호! 이 책은 '로봇'과 AI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들을 아주 잘 정리해 주었다는 느낌을 주는 '좋은책'이다. 과학동아를 정기구독하고 있고,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을 읽거나, 직무와 관련하여 사용하고, 경험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나 역시 AI에 많이 노출되어 있고 잡다하게 뭔가를 알거나 모르거나 하는건데, 이 책은 내가 알고 있는 영역과 모르는 영역 (혹은 좀더 읽고 이해해야 하는 영역)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 내가 어떤 분야에 대하여 상세히 알고 있고, 어떤 분야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 있었는지 그것을 파악할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내가 기획하고 있는 '청소년 과학캠프' 행사에서 참가학생들에게 한권씩 '선물'로 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길잡이 책이다. 저자께 경의를 표한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4. 15. 12:40

 

번역본으로 휘리릭 읽었는데, 책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 '뭐지 이거? 이 책의 1/3 쯤은 챗지피티하고 공저한 느낌이 드는군.'  저자 스스로 책 내용에  '이 부분은 챗지피티의 드래프트를 손 본 것이고' 하는 식으로 직접 AI가 작업한 것과 자신의 창작에 대한 비교를 하기도 했으므로 정직하게 씌어진 책이긴 하지만 -- 느낌은 뭐랄까 -- '책 쉽게 쓰시네' 였다.

 

 

 

이런책은 소장하기보다는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서 한나절에 휙 보고 반납하기에 적당해보인다. 그냥 휙 보면서 요즘 트렌드가 이런거구나 하고 자각하고 지나가면 된다. 왜냐하면 - 이미 세상은 그가 책을 쓰던 시간에서 멀어졌고 기술은 더욱 진보했으므로.  이런 첨단기술 관련책은 - 동네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책방에 서서 휘리릭 보면 될것 같다. (내가 뭐 얼마나 잘났다고 이렇게 평가하겠는가마는, 과대평가 되었다는, 혹은 낚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혹은, 저자가 이 책에서 논의한 내용들은 - 사실, 내가 속한 교수사회에서 이미 많이 논의되거나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각자 아이디어가 있던 상태였고 (나도 많이 알고 있었던 것이었고) 내게 그리 대수로울 내용이 아니었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많은 정보를 주는 책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전문영역의 교수가 - 자기의 고유 전문분야가 아닌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쓸때는 어딘가 어설프고 'fishy' 어딘가 '가짜' 같은 느낌이 들때가 종종있다. 예컨대 에드워드 윌슨이 개미 이야기를 할 때는 솔깃하게 읽지만 - 그가 아시아 문화나 한국문화에 대해서 이야기 할때 그의 지식이나 이해도가 얼마나 얕고 밑천이 드러나는지, 그래서 책을 던져버리고 말 때가 있었던 것이다. 통섭이니 뭐니 떠들지만 - 전문가가 자신의 전문영역이 아닌 남의 전문영역에 대해서 떠들때는,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너무 멀리 나가지 않는것이 좋다. 왜냐하면 어딘가에서부터 '생선비린내'같은것이 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그런 '비린내'가 느껴질때부터 나는 책을 건성 읽다가 마쳤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4. 15. 12:30

수업자료로 쓸까하여 이미지를 만들어준다는 ChatGPT에게 일을 시켜봤다. 여섯조각으로 이루어진 상황 그림 (6-cut comic strip)을 그려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얼핏보기에 그럴듯하게 여섯조각을 맞춰 놓았지만, 들여다보면 앞뒤가 맞지 않고 엉성하다. 수업자료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그래서 몇차례 잔소리를 하였건만 - 챗지피티 스스로 짠 스토리대로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안되는구나' 생각하고 본래 사용하던 파일을 꺼내고 만다. 

이럴때는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고 뺀질거리고 일 제대로 못해내는 비서를 상대하고 있다는  '배신감'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럴듯해보이지만 정작 쓸모는 없는...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들어먹지를 않는... (언제쯤 내 부탁을 척척 들어줄래? 유료 프로그램을 들으면 좀 다를까? )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4. 11. 10:22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4. 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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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매일 들러서 매일 3-5가지 문제를 풀어보는 놀이터.  극히 초보적인 기하학적 문제들을 업데이트 해 주는 곳인데, 아침에 잠꺴지만 일어나기 싫어서 게으름 피우다가도, 이 생각하면 일어나서 공책과 연필을 꺼내어, 문제를 풀게 된다. 대체로 도형의 어떤 각도를 구하는 문제인데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다. 사각형의 내각의 합은 360도다. -- 이런 기본적인 사실만 알면, 차근차근 들여다보면 답이 나오는 문항들. 

 

 

 

어떤 문항들은, 나의 상상력을 돕기 위해서, 그려진 도형보다 더 길게 직선을 그어놓고, 장면을 확장시켜서 답을 찾으면 의외로 쉽게 답이 구해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허공에 선을 긋고, 그 보이지 않는 선에 기대어서 답을 찾는다. 그것이 참 재미있다.  이 기하문제들은,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있고, 서로 영향을 끼치며, 정답은 예측 가능한 어느 범주안에 있다고 나를 안심시켜준다.  그러니까 주어진 각을 몰라도 삼각형 안에 있는 이상 어떤 각도 180를 넘기기 힘들고.....그런 예측가능성.   수학은 시험공부삼아 하면 지겹고, 심심풀이로 하면 재미있어 보인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4. 4. 19:23


▣ 프로그램 
: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https://radio.ytn.co.kr/program/program_main.php?s_mcd=0438
- 코너명 :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 방송시간
4월 6일 일요일 저녁 8시 20분
- 수도권 주파수 94.5㎒ 
YTN라디오 앱,
실시간 유튜브 채널인 https://www.youtube.com/c/@ytnradio/live
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 진행자
 : 이성규
서울 시립대학교 교수
한국 장애인 재단 이사장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4. 2. 19:23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5040209344757936

 

중국인보다 영어 못 하는 우리나라…답은 '질문'에 있다 - 머니투데이

"What is your greatest profeesional strength?"(당신의 가장 큰 직업적 장점이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에 대해 갖는 공포감은 매우 높다. 2023년 AI 영어 플랫폼 '스픽'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news.mt.co.kr

"What is your greatest profeesional strength?"(당신의 가장 큰 직업적 장점이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에 대해 갖는 공포감은 매우 높다. 2023년 AI 영어 플랫폼 '스픽'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5%가 "나를 평가하지 않는 AI 영어교사가 사람보다 낫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영어 수준이 비영어권 국가 순위에서 항상 중하위권을 맴도는 것도 회화에 두려움을 느껴 회피하는 경향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다.

이은미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저서 '매혹하는 영어 질문'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만 영어를 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문법이 틀리거나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걱정돼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면 영어가 늘지 않는다. 그는 미국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이더라도 질문을 어려워한다면 결코 대화의 주도권을 찾아올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2010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기자간담회와 2021년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꼽는다. 당시 두 대통령은 우리나라 기자들에게 질문을 요청했으나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2010년에는 중국인 기자가, 2021년에는 미국인 기자가 우리나라 기자 대신 질문 기회를 얻었다. 저자는 "질문의 힘이야말로 실력 있는 영어 학습자가 되기 위한 발판"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경우를 가정하고 영어로 질문을 던지는 상황에 대해 학습한다. 면접이나 학교 수업은 물론 입국 심사, 친구와의 대화 등 상황에서까지 자신이 먼저 질문을 던지며 능동적으로 영어 대화를 주도하는 법을 익힐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활용해 메시지를 보내는 때에 활용할 수 있는 영어 질문까지 담겼다.

가장 큰 특징은 매우 상세한 설명이다. 질문의 높낮이나 어조, 대화 분위기까지 실시간으로 대화를 옆에서 듣는 듯 생생하게 묘사해 이해가 쉽다. 독자는 영어 질문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우에 상대방이 훌륭한 답변을 내놓고, 또 무슨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부드러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학습 방법을 사용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저자가 미국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며 느꼈던 아시아계 영어 사용자들에 대한 시각,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기 쉬운 잘못된 습관 등 상식은 덤이다. '영어 사용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는 저자의 신념은 영어를 능숙하게 말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상깊다.

저자는 플로리대 주립대 대학원에서 영어 교육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조지메이슨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평생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영어 교육에 힘쓰고 있다.

 

저자인 나와는 일면식도 어떤 연결점도 없는 머니투데이의 오진영기자께서 - 내가 정작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보다 더 정확하게 잘 전달해주셨다. 이분의 북리뷰를 읽으며 - 새삼 '글의 힘'을 발견한다. '아니, 이 분이 어떻게 나보다 더 정확하게 책 이야기를 쓰신걸까? 마치 내 영혼을 들여다보듯, 내 골수의 생각을 다 들여다보듯 어떻게 그렇게 투명하게 그리고 자상하게 내 책이야기를 해 주시는가?   오진영기자님, 감사합니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3. 29. 09:02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3. 13. 04:11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1. 31. 15:46

열한자루의 검정펜과 네자루의 빨강펜

 

눈이 올듯 말듯 하더니 펑펑 오기도 하고 먼지처럼 흩뿌리기도 하면서 종일 온다. 창밖을 내다보니 많이 쌓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흰 눈이 길을 덮고 있다. 눈이 쌓이면 운전자에게는 힘들지만, 운전할 필요도 외출할 필요도, 농작물이나 하우스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는 그저 평온한 풍경일 뿐이다.  친구와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다는 남편에게 "점심 드시고, 뒷산에 진도개 있는 집앞길을 지나 산책을 하시고, 그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따뜻한 차도 마시고 눈을 실컷 즐기고 오셔"하고 보냈는데, 정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즐거운 한 나절이 되기를...

 

나는  KBS FM을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고 - 지난 명절기간동안 (나흘간) 팽개쳐두었던 성경을 다시 붙잡고 필사를 하며 고요한 시간을 편안하게 보낸다.  눈오는날 '사우나'에 가면 온천에 간것 같겠다, 비록 눈오는 노천 온천은 아닐지라도... 그런 상상을 하며 동네 목욕탕에 갈까 망설이다가, 그것도 귀챦아서 집에서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 입고 성경쓰기를 한가롭게 한다. 

 

쓰고 있던 빨강펜이 다 닳아서 새것으로 교체하면서 - 여태까지 쓰고 모았던 펜 껍데기들을 한자리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다. 12월 1일부터 성경필사를 시작하여 오늘 (1월 31일)에 이르기까지 2개월간 검정펜 11자루와 빨강펜 네자루를 다 썼구나. 성경필사공책도 지금 쓰고 있는 마가복음까지 마치면 다 쓰게 될것 같다. (이미 여벌로 2권을 배달시켜 놓았으므로 아무 걱정이 없다). 

 

아래의 첫번째 사진은 서재에서 내다보이는 - 집의 뒷편 풍경이다. 멀리 산과 들판이 흰눈에 뿌옇게 보인다.  거실쪽 창으로는 구청앞 버스정거장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이 버스정거장 주위로 걷거나 서있는 모습이 작게 보인다. 정겨운 풍경이다.  남편은 이 눈속에서 절친과 눈 구경을 하고 있겠지. 

 

 

하느님, 눈이 햇살에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지듯, 저의 근심, 제가 안고 있는 문제, 이러한 것들이 눈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질것을 믿습니다. 

 

 

 

KBS FM에서는 오늘 대체로 장송곡과 같이 무겁고 어두운 음악을 주로 틀어대고 있다.  어제 일어난 포토맥강의 민간기-블랙호크 충돌로 67명이 하늘의 별이 된것을 애도하는 것인가? (이것은 나의 지나친 확대 해석인가?).  사람의 목숨이...한치 앞도 알수 없으므로, 크게 근심할일도 크게 자신할 일도 없다. 지금 살아서 숨쉬고 눈뜨고 눈구경을 할 수 있는 동안, 감사하고, 기뻐하고 찬양드리는것이 인간이 할 일이라...

 

* 유엔난민기구의 후원자가 되어 달라는 광고를 보고, '그래 후원해주지 뭐..'하고 웹으로 찾아서 들어갔는데 [후원하기] 클릭하면 - 후원에 대해서 뭐라뭐라 정보가 나온다. 그래서 후원하기 위해서 '아이디'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아이디 만들기'를 하려하면 --  이름과 전화번호를 넣으라고  (다른 옵션으로 이메일도 있다) -- 그래도 인증하기 위해서 -- 아무리 이름과 전화번호를 넣고 '확인코드'를 받기 위해서 클릭을 해도 - 후원하고자하면 전화를 걸어서 담당자와 이야기를 하라는 메시지만 줄창 뜬다.  내가 여러단체를 후원했지만 이렇게 까다로운 단체는 처음이다. 내가 꼭 전화까지 해야해? 그냥 후원하겠다니까!  몇차례 '전화 안걸고' 후원하려고 시도하다가 포기했다.  나는 전화걸어서 담당자와 얘기하는 그게 장대높이뛰기의 장애물처럼 높게 여겨진다.  왜, 왜, 왜, 전화를 걸라고 하는거지? 다 인증이 되는 시대에 이렇게 구태의연하게 책상놀음을 하면 될까?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1. 24. 17:08

위 사진에서, 빨간 펜 끝이 가리키는 31절 - 예수님 말씀 부분. 빨간색 잉크로 인쇄되었어야 했다.

 

 

신약은 내 평생에 두번째 필사이다. 이번에는 번호도 꼼꼼하게 매기고, 예수님 말씀은 성경에서처럼 '빨간색펜'으로 적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주 사소한 편집상의 실수가 발견되는데, 마가복음 필사할때 아주 아주 사소해서 '실수 할수도 있겠다' 할만한 것들이 두세번 발견되었었다.  이를테면 "말씀중에" he said, "다시 말씀..."   이 경우에 말씀을 빨간색으로 설명은 검정색으로 표기가 되어야 하는데 그냥 빨간처리를 한 것이 몇차례 발견되었었다. 그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마가복음 6장 31절은 '대형사고'라 할만하다. 아예 예수님 말씀을 통째로 검정잉크로 처리를 했으므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 보면 성경을 필사하는 것의 엄중함에 대하여 잘 그려지고 있다. 나도 그 소설 읽을때 -- 옛날에 인쇄기술이 미비하여 오로지 사람 손으로 성경을 필사하여 전하는 상황에서 필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의 책임을 심각하게 지키려 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예수님 말씀을 빨간잉크로 처리하기로 약속한 책에서 말씀을 검정으로 처리하다니! (중세시대 같았으면 목이 달아날 일일것이다. 하하하) 아가페 NIV 이다. 최신판. 

 

마태복음까지는 매일 서너시간씩 성경필사를 하며 보냈고, 마가복음부터는 내가 할일들을 하면서 하루에 최소 '복음서 한장'씩 필사하고 있다. 지금 내게 성경은 나를 살아 숨쉬게 하는 유일한 안식처이다. 하느님이 지켜주실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1. 9. 12:11

 

성경을 읽을때나 혹은 베껴적기를 할 때, 혹은 사람들과 성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때, 나는 베드로가 나오는 장면에 오래 머물며, 그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어린아이처럼 울먹이게 된다. 오랜 습관 같다. 아마도 2011년1월부터 그러했던 것 같다. 당시에 지홍이는 군대에 가있고, 남편 역시 귀국하여 한국에 있고 찬홍이와 나 단둘이 지내던 시기인데 - 나하고 동갑쟁이였던 제자가 '신년기도회'에 가자고 하여 난생처음으로 제자를 따라서 일박이일로 진행되었던 한국인교회의 기도회에 가게 되었다. 미국교회에서는 이런 행사를 안하므로, 제자를 따라 간 한국교회의 기도회가 꽤나 신기하고 흥미진진했었다. 저녁에 어느 '기도원' 강당에 모여서 기도하고 찬양하고 기도하고 찬양하고, 그리고나서 정해진 숙소에 가서 (호텔방 같은 숙소) 자고 아침에 다시 강당에 모여서 기도하고 찬양하고... 오후에 이런 모든 행사를 마치면서 그제야 빵을 나눠주었다. (그러니까 어제 저녁부터 꼬박 금식을 하고 받아 먹는 빵이라서 - 그 하와이안 브레드라고 보통 식품점에서 파는 모닝빵 덩어리 - 꽤 맛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기도회의 마지막 행사로 빵을 나눠줘서 그걸 먹으며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데, 목사님은 베드로와 예수님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이야기해주셨다. 대략 기억에 의거하여 옮겨보면 -- '베드로는 평생 어부로 산 선수란 말이지요. 그 베드로가 밤새 아무것도 못 잡고 돌아오는데 호숫가에서 웬 낯선 남자가 서서 물어요, "물고기를 많이 잡았소?" 지친 베드로가 "한마리도 못잡았소"하고 대답을 하지요.  그러니까 그 낯선 남자가 "배를 저리 돌려서 그물을 저쪽으로 내려보시오" 이런단 말야. 프로 어부 베드로로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란거죠. 그렇지만 베드로가 그래도 사람 보는 눈이 있어서 이 낯선 남자가 범상치 않아 보였던 모양이에요. 그래가지고 이렇게 대꾸합니다, "내 밤새 한마리도 못잡았지만, 댁이 그렇게 말을 하니 내가 그러면 한번 해보지요"  이게 무슨 말인가하면 - '내가 명색이 어부다.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는거냐. 내가 밤새 한마리도 못잡은 고기를 여기서 어떻게 잡으라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는 마음을 바꾸고 "댁이 그렇게 말을 하니 내가 댁네의 말에 의지하여 그물을 던져보겠소"라고 했단 것이지요. 이해하시겠어요 이대목? "말씀에 의지하여.."가 이런 맥락이란 것입니다. 그런데 베드로의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많은 물고기가 거기 들어있더란 것이지요. 이때 베드로가 눈을 떠요. 베드로가 예수님의 범상치 않음을 바로 자각하고 곧바로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면서 그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가 시작된거죠. 

 

 

그때 목사님이 대략 이런 이야기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셨는데, 그 얘기가 내 귀에 꽂혔다. 아마도 심장에 꽂힌듯 하다. 당시에 찬홍이가 운전면허 시험 준비를 하던 중이었는데, 매나서스 운전면허시험장까지 데려다주면서 내가 그 이야기를 찬홍이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내가 운전대를 잡은 채로 하이웨이에서 통곡을 했다. 찬홍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 말고 이 대목에서 통곡을 했다. (찬홍이는 엄마가 원래 조금 이상한 사람이라서, 늘 엉뚱한 짓을 하므로, 크게 개의치 않고 침묵을 지켜주었다. 그날 찬홍이는 운전면허시험에서 떨어졌다. 하하하.) 

 

 

그날 이후로, 나는 성경을 읽다가, 쓰다가, 성경 이야기를 하다가, 베드로와 예수님의 대화 부분이 나오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흐른다. 

 

오늘 성경을 쓰다가 내가 발견한 것은 --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는 어떤 면에서 - 사랑에 빠진 두 연인의 대화 같다는 것이다.  사랑은 늘 나의 가슴을 뛰게 하고 눈물을 흘리게 하지 않던가. 아, 나는 사랑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

 

아, 잊고 있었는데, 그 기도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내게 신비한 현상이 일어났었다. (어디에 사진을 찍어 놓은 것이 있으리라. 어느 파일 구석에). 기도회 모두 마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돌아왔는데, 문득 내  왼손바닥에 붉은 십자가가 보였다. 나는 처음에 -- '내가 운전하면서 오다가 운전대를 너무 세게 잡아서 손바닥의 손금같은 것이 눌려서 벌겋게 된건가?' 이런 추측을 했다. 손바닥의 중심의 '명운'이라고 하는 굵고 선명한 손금을 중심으로 십자가모양으로 붉게 충혈이 되어 있었으므로.  어딘가에 눌린 자국이라고 추측을 했다.  그런데 그 붉은 십자가가 일주일 정도 그대로 그자리에 유지가 되었다.  내가 그 손바닥의 십자가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모두들 신기해했다. 물감으로 칠한것도 아니므로 아무리 비누로 문질러 닦아도 지워지지 않았고, 분명 손바닥 투명한 피부 안쪽에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그때 함께 일하던 우리학교 학장님이 그걸 보시고 '이런걸 스티그마 (stigma)라고 해요. 이런게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고 해요. 이교수 은혜 받았네! 밥사요!"  (그래서 내가 학장님에게 밥을 샀다.)  하하하. 

 

그게 정말로 기독교에서 일컬어지는 stigma (성흔)이라면 그게 왜 나같은 잡종 인간에게 나타난 것인지..는..잘 설명이 안된다.  어쨌거나, 하느님은 어쩌면 내가 상상하는 것 보다 더 가까이 내 곁에 계시는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안심하고 살아보자.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5. 1. 5. 16:19

 

새벽에 일어나 쉬엄 쉬엄 외출준비를 하고 여섯시에 출발하려고 밖을 내다보니 눈이 쌓여 있었다. 오늘 2025년 들어서 첫 예배라서 온라인으로 드리기 싫어서 송도에 가려고 생각했는데 - 눈이 계속내리고 있으니 어쩐다?  잠시 망설였지만 -- '내가 눈길을 헤치고 예배드리러 가는데, 하느님께서 알아서 다 살펴주시겠지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송도로 향했다.  텅빈 도로, 차창으로 날아오는 함박눈, 모두 '먼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신비한' 풍경이었다.

송도 집에 도착하여 챙겨온 밥과 국으로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뜨거운 차도 한잔 마시고, 교회로 향했다. 주차장에도 차가 몇대 없었다. 쌓인 눈을 뽀드득뽀드득 밟으며 교회로 걷는 기분이 유쾌했다. 참 좋구나. 눈이 내리는 가운데 교회로 가는 발걸음이 - 달력속의 풍경화처럼 아름답구나. 

입구에 서서 사람들을 맞이해주시던 부목사님들이 깜짝놀라시며 "이 눈길을 헤치고 오셨어요!" 하고 반가워하셨고, 목사님께서도 어디선가에서 나타나서 - 자리에 앉은 남편을 위해 안수기도를 해 주셨다. 장로님들도 권사님들도 일부러 다가와서 안부를 묻고 반가워하셨다. 우리 가족을 위하여 매일 매일 중보기도를 드려주시는 고마운 분들이다. 여기가 나의 집이다.

 

예배를 마치고 학교에 들렀다. 화단에 물을 준지 30여일쯤 된다. 그동안 목이 말랐겠다. 겨울에는 3-4주에 한번 물을 줘도 괜챦다지만 식물마다 물 먹는 주기가 조금씩 차이가 나고, 겨울철이라고 해도 학교건물에는 기본적인 난방이 계속 제공되기때문에 우리집보다도 따뜻하다. 물을 더 자주줘야 한다. 방학에 집으로 돌아간 동료 교수들이 갖다 놓은 화분들도 눈에 띄고. (식구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계절이다.) 일단 물을 시원하게 뿌려주고, 시든 잎들을 정리해주고, 스킨답서스와 자주달개비 줄기들을 듬성듬성 잘라 담았다.  스킨답서스는 물에 담가 뿌리를 내린후에 화분에 심고, 자주달개비는 곧바로 잘라서 흙에 심으면 된다. 

 

내가 물을 퍼다가 목마른 화분들에 물을 주는 동안, 남편은 시든가지를 정리하고, 화분 주변을 청소해주었다. 즐거운 화단정리. 본된 주일이다. 눈속을 달려 귀가. 

 

 

 

 

 

 

집에서 번식시키기위하여 챙긴 스킨답서스와 자주달래비 넝굴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