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내가 '술을 먹으니 우울증이 격하게 몰려온다'는 것을 깨닫고 술을 안마시기로 결심하는 글을 적은 적이 있다. 그런데, 며칠 전 나의 그 다짐을 잊고, 술을 몇 잔 마시게 되었다.
그러니까, 사연은 이러하다. 우리들은 대체로 새로 선출된 대통령에 대하여 만족해 하고 있었고, 축하할 겸해서 누군가가 보너스도 받았다고 해서, 보너스 받은 사람이 밥을 사기로 했고 새로운 대통령이 나라 살림을 잘 해줄것을 응원하는 뜻에서 모처럼 횟집에 모였던 것이다. 횟집이 문제였다. 여러가지 회르 바리바리 주문하면서 자연스럽게 '회에는 소주!'라고 누군가 외쳤고 (그게 나였던가....), 또 누군가가 '소주엔 맥주!' 이러고 장단을 맞췄고, 회가 상을 그득하게 채우고 소주와 맥주가 왔을때, 그 밥을 사기로 한 사람이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잔잔잔마다 딸아 주었다. 그래서 그 '소맥'이란것을 한 20년만에 마시게 되었는데 - 그것이 목에 무척 시원하게 넘어갔다.
회와 더불어 그것을 약 세잔쯤 마시면서 나름 스스로에게 설명을 붙였다 --'우울할때 먹는 술은 위험해. 우울감을 증폭시키거든. 그래서 술은 기분 좋을때 기분 좋게 마시라고 했어. 지금은 모두 새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기분 좋은 자리이니까 괜챦아...마셔도 돼.'
횟집에서의 만찬은 기분좋게 마무리되었고, 모두들 느긋한 포만감과 함께 자리를 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로컬푸드에 들러서 꽃화분을 사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결론은, 술은 이제 마시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기분이 나빠지지는 않았는데, 머리가 무겁고 몸이 편치 않았다. 이제 내가 청춘이 아니고 몸도 마음도 고단한 황혼이라, 술을 감당할 체력이 안된다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아아, 그런데 그 회를 먹다가 우리가 내기를 걸게 되었다. 우리가 내기를 건 것이 뭐냐하면: 지금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조국혁신당'의 당수 '조국'씨가 광복절 특사로 나올것이다 라는 중론이 있었고 - 거기서 유일하게 나 혼자 '그건 그렇게 안될걸...왜냐하면 말이지...' 하고 내 나름의 정치적 해석과 예측을 논했던 것인데 그래서 결론적으로 '조국 씨'가 '광복절 특사'로 나오면 내가 그들에게 한우 생갈비 숫불구이에 해당되는 어쨌거나 비싼 밥을 대접하고, 만약에 '조국씨'가 '광복절 특사'로 못 나오면 그들이 내게 한우스테이크나 갈비나 아무튼 비싼 밥을 사주기로. 그래서 우리들은 과연 '조국씨'가 어떻게 될 것인가 815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내가 '조국 씨'가 '815 특사로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 그냥 느낌이 그렇다. 사실 이 일파들과는 이전에 과연 '김문수씨'와 '이준석씨'가 후보단일화를 할것인가 논의를 하고, 모두들 '단일화 할걸 ...' 할 때, 나 혼자서 '이준석이가 머리가 있는 X이면 안하겠지. 그래도 그 사람이 머리는 있어보이니까 안할걸' 하고 단언했는데 내가 맞췄다는 것이지. 결국 안했으니까. 그런 감으로, 나는 조씨가 815 특사로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예상하는데, 뭐 내가 내기에 지면 그것이 조씨에게는 잘 된 일이니까 내가 밥사는 것이 아까울게 없고, 만약에 내 예상이 맞으면 안된 일이지만 내가 공짜 밥을 얻어먹으니...뭐...다음을 기약해야 하는건데. '그러면 언제 나오는데?'하고 그분들이 내게 물어보길래 내가 'XX'라고 딱 집어서 말을 하긴 했다. 그것은...일단 815까지 기다려보고나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