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라인으로 제공되는 도형문제를 심심풀이로 풀다가 - 재미삼아서 수학 문제를 풀어보기로 생각하고, 중등수학 1-1 책을 주문하여 첫페이지 설명부터 꼼꼼하게 읽으며 문제를 풀어봤다. 그냥 하루에 한두페이지씩 '오락'하듯 할 생각이다.
오늘은 첫날부터 굉장한 것을 새로 배웠다. 내가 중학교때 다 배우고 지나갔을 내용인데 - 이것이 얼마나 놀라운지는 오늘 발견했다. 그러니까, '자연수'는 1과 소수와 (내가 중학교 다닐때는 이걸 '솟수'라고 배웠는데, 지금은 그냥 소수라고 한다) 합성수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이다. 숫자 1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아주 특별한 숫자인것이다. 이것이 너무나도 놀랍다. (1은 유일자, 단독자, 신과 같은 숫자구나. 어디에나 있으면서 그러나 무엇과도 섞이지는 않는구나. 외롭겠다. 그래서 시인 정호승은 말했다. '하나님도 때로 외로워서....' 라고 '수선화'였던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뭐 그랬던가...)
그러니까, 나는 고3때 '수포자' 대열에 합류했다. 아무리 수학에 시간을 보내도 점수가 오르지 않아서, 막판에 수학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그 시간에 영어나 다른 과목 공부를 했던 것이다. 고등학교 이후로 수학하고 나하고는 서로 상관없이 살수 있었다. 나는 영문학에 푹 빠져서 '읽고 쓰기'에 바빴고, 수학은 내 인생하고 크게 상관이 없었다. 회사에 다닐때 잠시 회계서류를 들여다볼일도 있었지만 그것은 덧셈 뺄셈만 정확히 해 내면 되는 문제였으므로 역시 상관이 없었다.
대학입학 이후에 수학의 악마가 다시 내게 돌아왔는데 - 대학원 입학을 위한 GRE시험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20여년이 흐른후에 수학의 악마가 다가와서 음험한 미소를 지었고, 죽을맛이었다. 하는수없이 GRE 용 수학공부를 벼락치기로 했는데 -- 내 GRE 점수에서 수학영역의 점수가 언어영역 점수보다 훨씬 높았다. 그때 나는 잠시 빙긋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었다 -- 미국 수학은 별게 아닌가부다... (아 미국은 정말 아름다운 나라였다. 나같은 수포자도 수학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수 있는! 그러니 내가 어찌 미국을 사랑하지 않을수가 있었겠는가. 여기는 내세상이었다!!!...)
세월이 흘러서, 나는 많이 지쳤고, 인생에 그다지 낙이 없으며, 하루하루 하루살이처럼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는 여행도, 오락도, 연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내 삶이 이끄는대로 살아가는 중인데 - 어느날 수학이 나를 불렀다. 그래서 중1 수학책을 들여다보게 된 것인데....
제곱근을 구하라는 문제였다. 제곱수에서 제수는 '밑'이라고 하고 몇번 제곱했나는 '지수'라고 한단다. 나는 곧잘 문제를 풀었다. 그런데 딱 한문제를 틀렸다. 10000 (일만)을 거듭제곱수로 나타내보라는 문제였다. 다른 문제들은 그냥 식대로 풀었기때문에 다 맞았다. 그런데 일만 (10,000)은 식으로 안풀고 머리로 풀었다. 그리고 틀렸다.
내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을 그대로 옮겨보겠다. "일만..은 십곱하기 십..은 백이지. 백의 제곱은 만이쟎아. 그러니까 일만은 십의 세제곱." 나는 지금 머릿속으로 '고도리'를 하고 있었던거고, '십의 따따불'을 셈하고 있었던거다. 우리가 고도리칠때, 흔들고, 쓰리고에 피박에 광박 이러면 뭐 10점났으면 흔들어서 20점, 쓰리고해서 다시 따불 40점, 피박에, 거기서 따불 80점, 광박, 거기서 따불 160 이렇게 계산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거기서 따불, 다시 거기서 따불 뭐 이런식이라 집도 차도 날릴판이 된다. 그래서 도박이 무서운거다.
제곱식을 할 때 만 (10,000)은 10 x 10 x 10 x 10 인데 그래서 10의 4승인데, 나는 이것을 (10 x 10) 하면 100 -- 그 100을 100으로 곱하면 만 뭐 이런 생각을 했던것이다. 왜 나는 이런생각을 했을까....이렇게 셈하는 방법도 나중에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