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ArtBookReview2013. 4. 1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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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작문 기초과정 교재에 위와 같은 그림이 실렸다.  네 개의 그림의 순서를 이야기 흐름대로 번호를 매기고 문장을 작성 해 보라는 것이다.


내가 두시간 가르치는 영작문 수업 교재에 이러한 것이 실려 있었는데, 지난주에, 수업 준비하면서 '이게 뭐지? 이게 뭐지?' 한참 고민했다.  나로서는 이 그림의 흐름이 어떠한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처음에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 봤다.

 1. 오른쪽 위의 그림: 남녀가 부엌에서 일하는 모습이 첫번째다. 이들은 매일 부엌에서 설겆이 하는 일이 지루해졌다. 그래서 나가서 먹기로 한다.


2.  왼쪽 아래 그림: 그래서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3. 왼쪽 위의 그림:  맛있게 먹었다.


4. 오른쪽 아래 그림: 그런데 청구서를 보니 명품 지갑이나 명품 옷을 살만한 어마어마한 금액이라서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그런데 좀 이야기가 이상한 것 같았다. 




수업에 들어가서 영작문 기초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라고 했다.  그런데 20대의 내 학생들은 이 상황을 이구 동성으로 아주 정확하게 설명했다.



 1. 남자와 여자가 식당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고


 2. 맛있게 먹었는데


 3. 청구서를 받고 나서 -- 남자는 깨달았다, 자신이 지갑을 넣어 둔 웃옷 대신 다른 옷을 입고 왔다는 것을. 그래서 지갑이 없다.


 4. 결국 두 사람은 밥값을 못내고 식당 설겆이를 해야 했다.





20대 젊은이들이 이런 설명을 이구동성으로 하니, 이 그림을 그린 사람도 그런 의도로 그림을 조합한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런 상황을 이해를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을까?  나에게 결여 된 것이 한가지 있다. ---> 나는 식당에서 밥 먹을 때 남자가 반드시 지갑을 가져가서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결혼 하기 전에도 나는 서로 형편 되는 사람이 돈을 내는 시스템이었고, 그래서 박선생보다 내가 더 자주 지갑을 열었고, 결혼 한 이후에도 집안의 돈은 내가 주로 다 썼다. 박선생 혼자 돈을 벌거나, 나하고 둘이 함께 벌거나, 지갑 열고 돈 쓰는 역할은 내 역할이었다. 지금도 그러하다. 주로 내가 지갑을 열고 돈을 쓴다.


그러므로, 남자가 지갑을 잊고 왔으면 -- 여자가 돈 내면 되는거다. 여자는 당연히 지갑이 없단 말인가? 여자는 뭐 하고 있는건가?  그냥 입만 달고 왔단 말인가?  자기 몫을 낼 생각도 안 해봤단 말인가? 남자를 뭘 믿고 맨 손으로 따라다닌다는 말인가?  설령 식사 초대를 받았어도, 지갑을 갖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나는 20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파악하는 상황을 제대로 연결을 못 시키고 의아해 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나는 지금도 이 교재에 나온 이런 상황 설정에 불쾌감이 든다.  이건 남녀 평등 사상에 위배되는거다. 여자는 입만 달고 다니는 존재가 아니고, 남자가 궁지에 빠졌으면 얼른 구제해줘야 하는거지, 모든 책임을 남자한테 넘기면 안되는거다.  이 책의 내용은 수정되어야 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