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2019. 12. 24. 09:59

 

12월 19일이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 날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이 날은 무언가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무얼까? 누굴까?  누군가의 생일이거나... 하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2019년 12월 19일은 어쨌거나 내 기억에 새로 각인된 의미있는 날이 될 것이다.  종강을 했고, 기말 성적처리를 모두 마쳤고,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도 모두 제출했고, 수퍼바이저 학장님과  한학기를 마무리하는 회의도 즐겁게 마무리 지었고, 모든 일을 18일까지 마무리 지었다. 19일에는 모처럼 서울에 나갈 패였다.  나는 이제 '섬마을 여선생'처럼 촌사람이 되어 서울에 가봐야 동서남북도 분간이 안된다.  뉴욕이나 워싱턴보다 서울이 내게 더 낯설다.  나를 맨해턴에 떨어뜨려놓아보라. 나는 천지사방 이리저리 신나게 돌아다니며 길잡이를 할 것이다. 워싱턴 디씨에 내리면 나는 하루종일 관광안내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은 낯설다. 서울에서 성장하고 청춘을 보낸 나는 그 서울만큼 낯설것이다. 

 

버스가 언제 올지 예측 불가능하니 전철을 타라고 남편이 일러주었다. 전철을 한번만 갈아타면 홍대앞까지 편히 간다고. 그 다음에 합정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거나 그냥 한번 더 전철을 타거나 자신없으면 택시를 타라고 했다.  나의 선택은, 홍대앞에서 내려서 합정역까지 걷는것이었다. 1킬로미터만 걸으면 합정역이니까. 서울이 낯설지만 내게 익숙하거나 친근한 장소에서는 곧바로 옛기억이 되살아나니까. 

 

추운 날씨. 따뜻한 햇살. 경쾌한 걷기. 모든 것은 아주 좋아보였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때마다 나의 20대가 되살아나는 듯 했다. 

 

출판사에서 내게 연락을 취한분은 여자분이었다.  얼핏 남자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자분이 맞아주었다. 좋은 징조이다. (나는 사실 낯을 가린다.  활달하게 남녀노소 누구와도 대화를 잘 하지만, 사실은 남자들을 경계하는 편이고 여자들과 놀 때 즐겁게 잘 논다. 여자들과 일도 더 잘한다. 남자는 좀 성가시고 답답하다는 느낌이다.)  남자분도 함께 회의실에 들어오셨다.  그분이 출판사 대표였다.  우리들은 서로 수인사를 하고 웃고, 그리고 다른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고, 나는 대표께서 가져온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계약금은 곧바로 입금되었다고 내 핸드폰이 알려주었다. 

 

출판계약을 했다.  전에 첫 책 출간을 할때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 출판계약을 했다고해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거라는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는다. 고생을 좀 하겠지, 그리고 책이 나오겠지. 나 역시 초고를 보냈을 뿐이니까, 마무리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다. 

 

 

  ******

 

찰리가 내 맥북이 너무 오래되었다고 미국 집에서  제 친구 제론과 함께 내게 맥북프로를 새로 사 준것은 2018년 8월이었다. 작년 여름 휴가때였구나.  그 전까지 나는 2012년에 샀던 맥북을 쓰고 있었는데, 그것은 멀쩡했다.  그냥 단지 찰리는 내게 새로운 기기를 사주고 싶어했을 뿐이다. 제론과 찰리는 컴퓨터 고수들 답게 내 맥북을 내가 가장 사용하기 쉽게 세팅을 완료해주었다. 그날 나는 컴퓨터긱들에게 기념사를 한마디 날렸다, "고맙구나, 이 것으로 내가 좋은 책을 많이 써내마." 

 

고민을 좀 하다가, 8월에 귀국을 한 이후부터 한가지 주제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가을 연휴기간에도 나는 여행대신에 연구실에서 글을 썼다. 겨울이 오고 주변에서 예기치 않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나는 그 문제들을 들여다보느라 글을 쓸 여력이 없었다.  봄학기에는 예정에 없던 과목 하나를 갑자기 더 맡게 되어서 시난고난했다.  일을 하거나 아프거나 둘중에 한가지였다. 여름에 원고를 쓰려고 했으나 시난고난했다. 여름방학에는 산책만 하면서 보냈다. 

 

가을학기가 시작되었을때, 영문과교수가 제안을 했다. 교수들끼리 모여서 글쓰기 작업을 하자고 했다. 수업이 없는 매주 금요일 오전 세시간동안 강의실 하나에 모여서 각자 글쓰기를 하기로 했다.  마침 금요일에는 수업이 많지 않으므로 전망좋고 한적한 강의실이 우리차지가 되었다.  각자 강의실에서 가장 맘에 드는 코너 한군데를 정해놓고 세상에 오직 나 혼자 있는듯이 앉아서 각자 글을 썼다. 나는 통유리 밖으로 시내가 내다보이는 창가 자리에 긴 강의책상 두개를 붙여놓고 책이며 이미 완성된 챕터별 원고지를 줄지어 놓고 작업을 했다.  우리들은 정해진 시간에 모이되 각자 철저히 혼자 시간을 보냈다. 여럿이 각자 따로, 그러나 함께.  

 

내가 시내를 조망하는 통유리창을 대면하고 앉아있을때, 어떤이는 구석 벽을 향했다 (자기는 창밖이 내다보이면 산만해진다는 것이다). 어떤이는 벽쪽에 등이 닿게 앉아 있기도 하고, 어떤이는 강의실 책상의 위치 그대로 칠판쪽을 보면서 글을 썼다.  가을학기 내내 매주 금요일 그 시간을 지킨이는 제안했던 영문과 교수와 나, 이렇게 둘 이었다. 다른 교수들은 사정상 늦거나 빠지거나, 중간에 나가거나,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제안자 영문과 교수는 '제안자'라는 책임감때문에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켰을것이고, 나는 책임자는 아니었지만, 나 스스로 '책임의식' 때문에 그 자리를 지켰을것이다.  열감기 때문에 고통을 겪을때에도 일찌감치 가서 글을 쓰다가 병원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진료를 받고 다시 돌아와 마무리를 하기도 했다. 나는 늘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고 싶었을것이다. 

 

가을학기가 마무리되어가고, 금요 글쓰기 캠프도 마무리가 되어갈 무렵, 나의 초고 쓰기도 마무리를 향해갔다. 어느날 글쓰기 시간이 끝나고, 내 연구실로 돌아온 나는 글의 목차를 다시 정비하고, 출판제안서를 적어보았다. 어디론가 출판사에 보내야 책이 나올것 아닌가? 책 제목도 근사한 것으로 뽑아보고. 잡다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한것 같은데 저녁이 되었다.  그날 피곤하고 시장하여 학교앞 상가에서 저녁을 먹고 역시 학교앞 교보문고에 들러서 내가 쓴 원고와 동일한 주제의 신간이 쌓여있는 매대를 기웃거렸다. '어떤 출판사들이 매대에 책을 깔아 놓는가?' 나는 아이폰 메모장에 신간을 깔아놓은 출판사들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12월 첫 주, 수업을 마치고 시간이 날때마다 내가 이름을 적어온 출판사 홈페이지를 뒤져보고 그들의 이메일이나 혹은 원고제출칸에 내 초고와 출판제안서를 보냈다. 딱 열군데 잘나가는 출판사에 제안서를 보내보자.  [운좋은 출판사가 내 원고를 취할것이다. 그들은 대박이 날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 내 원고를 못 알아보는 출판사는 책을 모르는거나. 나를 놓치다니. 출판사 빌딩을 새로 지어줄 저자를 놓치다니 ]  

 

내 이메일 기록을 보면, 내가 원고를 보낸지 일주일만에 출판사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고, 연락받은지 일주일만에 만나서 출판계약을 했다.  오래걸리지 않았다.  [인물을 이렇게 빨리 눈치채고 알아보다니!] 

 

내 책을 편집하게될 편집자 선생은 마침  이런 책을 기획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한지 일주일만에 내 원고가 날아와서  놀랐다고 했다.  음...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우연히 '하늘의 성근 망' 어딘가에서 조우하게 된 모양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출판사에서 고민을 많이 하지 않고 곧바로 계약을 진행하게  되었으리라. 나 역시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감이 통한다 싶으면 손을 잡는 편이다. 그렇다고 '허겁지겁'도 아니다.  나는 정공법을 택했다.  책방 매대에 신간을 깔아 놓을 마케팅 실력과 현실적 감각을 가진 출판사를 택한 것이니까. 늘 '정공법'이 최선이다. 

 

출판사 대표께서, 내게 '이러저러한 책을 써보시라'며 가제로 책 타이틀까지 줬다. 나는 그 책 타이틀이 맘에 들어서 메모를 해 놓았다. 내가 썼던 초고의 일부와 연관책 타이틀인데 재미있는 주제로 보인다. 집에서 검색을 좀 해보니 비슷한 타이틀의 비슷한 책이 이미 존재한다.외국서적 번역서이다.  그래서 그 타이틀은 포기해야 할 것 같고, 하지만 우리가 논의했던 토픽으로 글을 엮어 볼 생각이다. 그것이 겨울동안 눈을 기다리며 내가 해야 할 일이다. 

****

 

서울 나들이가 뭐라고, 열이 나고 온몸이 아파서 내과에 갔더니 코에 긴 빨대같이 생긴것을 넣어 '검사'를 하더니 '독감'이란다. 5일간 격리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타미플루'를 복용하며 집 밖에 나가지 말고 꼼짝 말고 있으라고. (남한테 전염시키지 말라는거다).  타미플루는 부작용이 없는지 걱정이 되어 검색을 해보니, 뭐 환각제같은 효과가 있을수도 있다고. 고층에서 뛰어내린다거나 뭐 그럴수도 있다고.  (어딘가 긴장되고, 내 생애 처음으로 환각 효과를 느껴보게되는걸까 상상도 했지만, 속이 울렁거리고 그냥 기운이 없을 뿐. 어딘가 환각제효과 따위는 없는것 같다. 아니면 내 체질이 환각이 잘되는 체질이 아닌지도 모른다. 낭패다. 음 난 수술을 위해서 전신마취를 했을때도 중간에 깨어서 아주 난처했던 적이 있었다 하하하. 난 그냥 '깨어있는자'로 태어난것이 아닐까? ㅋㅋㅋ 난 기도할때도 방언 이런것도 모르고, 뭐 기도하다가 쓰러진다거나 그런 체험도 없다.  난 그냥 늘 깨어있다. 잠자는 시간 빼고.) 

 

음. 이 독감이 나아야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가지. 집에 가야한다. 고양이들이 기다리는 버지니아 집으로. 

 

2019년 12월 19일은 내게 좋은 소식이 있던 날이었다고 기억하게 될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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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은나무

    축하해.^^
    내가 네 꿈을 꿀 무렵 좋은 소식이 있었구나.
    책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려야겠다.
    독감은 다 나았니?

    새해에는 건강하게 하고픈 일 모두 이루고
    가족 모두 건강하기를.
    잘 다녀와.^^

    2019.12.27 16:03 [ ADDR : EDIT/ DEL : REPLY ]
    • 겨울 방학 내내 하루 한시간 기도드리기, 하루 네시간 책상에 붙어서 원고 쓰기 실천하고 있는 중이야. 휴식 같다.

      주님의 은혜 가운데 가족 모두 하루하루 건강하게 지내시길 빈다.

      너 힘들지 않니? 한번 보자. 응?

      2020.01.16 23:20 신고 [ ADDR : EDIT/ DEL ]

Books2018. 9. 10. 09:13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원제 21 Lessons for the 21st Century)'


북한의 9/9절이라던 날, 하늘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던 날, 아침 1부 예배를 마치고 모세의 기적을 품고 있는 섬으로 가서 온종일 30년 후의 미래를 위해서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 책을 보며 생각을 좀 해 봤다.   


딱히 이 책을 온종일 읽겠다고 섬에 간 것은 아니었는데, 아침에 썰물 시간이라  멀리 펼쳐진 개펄위를 맨발로 징검징검 끝없이 걷다가 텐트로 돌아오는 길에, 그만 어이없게도, 굴밭을 지날때도 다치지 않고 (굴의 군락지를 맨발로 걷는 일은 바다에서 평생 살아오신 분들도 하지 못하게 말리는 일이다. 잘 못 밟는 순간 피가 철철 흐른다.  물론 피를 철철 흘려본적도 있었지...) 영리하게 걸어 나왔는데, 텐트에 거의 다 와서 모래사장의 조개 껍데기에 발을 베었다.  이런 것을 보면 '위험'은 '방심'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칼같은 굴밭도 칼 끝 위를 걷듯 걸으면 가볍게 통과가 되는데, 모래사장의 조개껍질에 발을 다치다니.  방심 -- 그것은 마음의 흐트러짐이다.  내 마음이 왜 흐트러져 있었던 걸까?


그래서, 발을 다쳤기 때문에, 지혈을 하고, 얌전히 온종일 텐트에서 썰물이 밀물로 바뀌고, 바다가 쏴아 쏴아 소리를 내며 차오르는 한 나절, 그리고 해가 기울때까지 책이나 봤다.  21세기에 대한 '점쟁이'의 예언서인가 싶어서 봤는데, 특별할 것은 없었고, 그냥 요즘 많이 나오는 회의론적인, 뭐 대체로 지식인들이 떠들어대는 내용들이었다. 그러니까, 그런것, 내가 수업중에 학생들에게 자주 지적하는 것 -- 인터넷에 떠도는 오리무중, 신원불명의 잡지식들은 말 할 나위도 없고, 검증 받은 교재, 논문 조차도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말라.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신뢰할 만한 지식은 아무것도 없고, 절대적으로 믿을만한 사람도 아무도 없다. 선생님은 나보다 몇 해 먼저 태어난 사람일 뿐, 그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찾아내라. 교수인 나를 전적으로 믿지 말라. 나 자신 하루에 수십번씩 넘어지고, 잘못된 생각에 빠지며, 실언을 밥먹듯 하고, 착각도 많이 한다. 의문이 생기면 질문하고, 의심이 가면 일단 자신의 감각을 믿으라. 기대하지 말고 너 스스로 성장하라, 뭐 이런 류의 얘기를 온갖 지식을 동원해서 할 뿐이다. 



  page 393

  4C

    1. critical thinking
    2. communication
    3. collaboration
    4. creativity


그래도 내 생업과 관련된 '교육'의 문제라던가, 몇가지 참고하고 현실에서 적용할만한 제언도 있어서, 책이 책값을 한다고 말할수 있겠다. 한 이틀 정도 시간내서 읽었을때 책 값이나, 시간이 아깝지 않은 정도의 책이다. 수년간 책 꽂이에 꽂아둘 정도의 책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재미있는 현상 한가지는, 책의 말미에 자신이 '위빠사나' 수행을 해서, 대체로 인생의 갈증을 해소하고 뭐 덕분에 책도 여러권 낼 수 있었다는 '신앙고백' 내지는 '간증' 을 부연했는데, 명상수행의 가치를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내가 새벽기도를 하러 다니는 것도 맥락으로 보면 '절대자'의 존재를 믿고 안믿고의 문제 외에는 형식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는 것이라 그의 수행에 일견 수긍을 하면서도 속으로 픽 웃었다.


대체로, 서양의 '먹물 (지식인)'들이 서양의 사고의 틀 (예컨대, 기독교적 세계관이나 문화)에 신물이 났을때  동쪽의 철학 (불교)에서 답을 찾고 '해탈'이라도 한 양 과장되게 소개하고, 동양의 '먹물'들은 반대로, 동양적 색즉시공에 넌더리가 날 때, 서양적 사고의 틀에서 구원을 찾는 양상이다.  유발 하라리의 경우, 유태인으로 태어난 그의 한계 상황 (유태인들은 그들이 유태인들의 전통 종교를 따르건 벗어나건 그들이 유태인이라는 사실에 어떤 갑갑증을 느끼는 것 같다, 특히 유태인 지식인들은 상충하는 가치체계 속에서 절망하는 것 같기도 한데, 문제는 평생 거기서 못 벗어난다는 거다)에 대한 탈피책으로, 종교성 자체에 대해서 극렬하게 저항하다가 명상수행으로 안착한 케이스로 보인다. 실컷 '과학적 사고'의 가치와 '검증'하고 '회의'할것 등 '사실'과 '증거'에 기반한 사고를 하라고 게거품을 물고 주문을 외다가 명상수행에서 구원을 얻었다는 대목에서 대체로 독자들이 '뭐냐 이거?' 하겠지만, 원래 그것이 인간이다.  인간이 신이 아니기때문에, 그가 그렇다고 떠들면 그것또한 수긍해주면 그만이다. 



이 책은 21가지 제언이므로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되며, 챕터별로 관심있는 주제부터 슬슬 선별하여 읽어나가도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화장실에 놓아두고 심심할때 한챕터씩 읽어도 되겠다. 그렇다고 아주 가벼운 책은 아니다. 대학교 1학년이라면 진지하게 들여다 봐야 할 책인데, 내가 나이 50이 넘다보니 이런 종류의 책을 많이 봐와서 내게 조금 쉽게 읽힌다고 할 수도 있겠다. 



발을 다쳤으니 바닷물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해질녘에 파도에 들어가고 싶어 '난동'을 부리는 사람. (아래)

어찌보면,  물위를 걷는자를 발견한 '막무가내' '베드로 성자가 '아이고 사부님, 나도 같이 가셈!' 외치고 물위로 달려가는 자세로구나.  내 언젠가 저 물위를 걸으리라.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는 서해바다, 그 바다 발치에 누워 파도 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이마를 스치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모래위에 누워서, 태양이 보내는 자연 광선 속에서 대지와 내가 한 몸이 되어 책을 읽는 기분은, '천국이 이랬으면 좋겠다, 세상에 이보다 더 즐거운 휴식이 또 있을까. 바닷물위에 누워 흔들리는 것 과 같구나.  조금 있으면 예수님 손을 잡고 저 물위를 걸을수도 있겠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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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2018. 8. 24. 18:16


'문제는 보수냐 진보냐 하는 프레임 대결이 아니었어. 문제는 우파 정권이냐 좌파 정권이냐가 아니었어. 그들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우파이건 좌파이건 간에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대 정부가 나(국민, 시민)를 실망시킨 이유가 딴데 있었던거야.'


생각해보자. 그가 박근혜 지지자이건 문재인 지지자이건, 누구의 지지자이건 간에 진정으로 그가 그 정부에 대하여 제대로 흡족했던 적이 있던가? 그가 평생 보수 성향에 표를 던졌건, 진보 성향에 표를 던졌건, 혹은 오락가락했건 간에 정말로 자신이 표를 주고 선출했던 정부에 만족했던 적이 있던가? 


나도 평생 오락가락하는 일 없이 내가 선호하는 방향에 투표권을 행사해왔다.  그렇다고해서 정말로 내가 지지한 정부나 조직이 나의 희망을 일부라도 성취해 줬던가?  돌아보면 그게 꼭 그렇지는 않았던 것이다.  내가 지지한 진영이 '승리'했을때 나는 잠시 승리를 맛봤을 뿐이고, 내가 지지하지 않는 진영이 '승리' 했을때 나는 잠시 실망했을 뿐이고, 세상은 지지부진하게 흘렀을 뿐이다. 여태까지 그래왔다.  지금 현재도 그러하다. 저들은 나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며 죽을 쑤고 있다.  그저 저들이 잘 해내길 바라고 응원할 뿐이다.  떼거리로 움직이며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는데 있어 보수도 진보도 다를게 없다. (다른 도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면 나는 왜 번번이 실망하는가? 


이런 나의 '참 알수 없는 일'에 대한 해답을, 적어도 어떤 식의 설명을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 서문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었어. 

문제는 (미국식으로) 민주냐 공화냐가 아니었어.

문제는 (한국식으로) 아무개당이냐 아무개당이냐, 혹은 박근혜냐 문재인이냐 그런게 아니었어. 아니었어. 


어차피, 저들은 말하자면 '자본 권력을 가진자'들의 꼭뚝각시에 지나지 않았어.  자본권력자들은 보수건 진보건, 이명박이건 노무현이건 누가 대통령이 되건간에 상관없이 자본의 권력을 휘두르면 되었던거야.


정치에서 정치가 사라지고, 진보냐 보수냐가 무의미하고 정당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현재의 미국대통령이지. 그는 사실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사생아 취급을 당하던 사람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어. 양당이 공고한 미국 사회에서 그는 그저 '공화당'이라는 옷을 선택했을 뿐 그에게 공화당이 큰 의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 그는 자본가로서 키워온 동물적 감각으로 자본주의의 꽃 미국의 심장에 칼을 겨누고 승리를 쟁취했던 것이지.  


이제서야 내가 수십년간 품어온 의문에서 약간 벗어난 기분이 든다.  진짜 권력은 다른데 있었던 거야. 그 어떤 대통령이 와도, 저 숨은 권력을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는 망할수밖에 없는거야. (숨은 권력의 시녀로 빌어먹고 살던가...)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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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2018. 8. 18. 20:53




오랜만에 동네 산책 나가 영풍문고에서 발견하고 단숨에 읽은 책: 미국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진보진영의 스티글리츠와 맥을 함께하는 이론가, 행동가.  삽화만화도 저자가 직접 그렸다.  후딱 읽은 김에, 그의 전작 '자본주의를 구하라'도 읽기 시작했다.  아래 그림은 트럼프 치하에서 '말도 안되는 정치 선전 공작'에 대해서 보통 사람들이 보이는 현상을 그림으로 일목요연하게 설명한 것인데, 비정상에 대해서 --(1) 정상이 되기를 기대하다가 -- (2) 말도 안되는 미친 소리에 분노하다가 하다가 마침내는 무감각해져버리고 -- (3) 모든 현상에 대해서 냉소적으로 변하며 --(4) 심지어 무기력해져서 미친놈이 미친소리 할때도 아무 반응이 없는 단계까지 간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그의 처방은 오른쪽에 정리되어 있다. 

행동하라! 

변화하라!

정치에 참여하라 

격렬하게 논쟁하라

다른 사람의 활동에 가담하라

저항하라고 국회의원에게 요구하라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논의가 되고 있는 '국민연금' 관련해서 주목할만한 대목.  연금수령 연령을 높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부유층은 오래 살수 있지만, 빈곤층의 기대수명은 부유층과 동일하지 않고, 정작 연금에 의지할 사람들은 연금혜택을 못 받을것이고, 연금이 딱히 필요하지 않는 자들은 펑펑 쓰게 되겠지. 



미국인저자가 미국인들에게 제시하는 '대통령 탄핵' 방법론도 한챕터 있는데, 그 부분 읽으면서 '피식' 웃었다.  이미 앞서가본자의 여유랄까. 로버트 라이시 선생님, 한국의 예에서 배우시죠. 우리들은 이미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드렸거든요. 


저자는 그의 평생의 공부와 업적과 이론을, 이 짧은, 삽화와 곁들인 책속에 모두 응축시키고-아무나,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이해 할 수 있는 평이한 언어와 설명으로 풀어 놓은 것 처럼 보인다. 좋은 책이다. 이 책을 길잡이 삼아서 그의 전작들이나 관련 서적을 읽어나가면 좋을듯 하다.  좋은 책이다. 


August 18, 2018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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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2013. 8. 25. 00:00




아아아 성석제 이래로 나는 목마르게 기다려왔다.   '황만근'  '남가이' 에 필적할 위인을. 


그리고 마침내 그는 나타났다. '부르스 리'라는 이름표를 달고.






능청스럽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쓰윽 내미는 삶의 비밀스런 표정들.  작가 천선생은 내가 기다려온 그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투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고 있다.  아, 오랫동안 기다려왔어. 



한국말은 이런 소설가들에 의해 점점 살찌고 있는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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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2013. 8. 2. 05:14



http://www.amazon.com/Thats-What-Meant-Conversational-Relationships/dp/006206299



사회언어학 부교재로 쓸 책으로 읽어 보았는데, 영어가 아주 쉽고, 내용이 알차다.  교재가 아닌 일반인의 교양서적으로도 아주 좋겠다. 


우리는 대화를 할 때 메시지 내용, 매너 이런것을 염두에 두고, 이런 것들을 잘 지키면 성공적인 대화가 된다고 믿지만, 대화에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걸림돌들이 있다.  가령 예를 들어서, 내가 말을 꺼내기 위해서 1초가 필요할 때, 상대편이 말을 꺼내는데 5초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나는 1초 후부터 '저 사람이 말을 안한다'고 상상하고 판단할 것이다.  내 상대방은 내가 자기 말을 가로막고 혼자만 떠든다고 판단할 것이다. 나와 내 상대가 모두 교양을 갖추고 서로 좋은 의도로 대화를 한다고 해도, 이런 미묘한 '차이'가 우리의 대화를 가로막을것이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점'에 눈을 뜨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인가?  -- 그러할 것이다.  많은 문제들이, 이것을 '문제'로 파악하는 순간 '해결책' 아니 해결책을 만들어낸다.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깥에서 파악하는 것 자체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것이다. 


조지타운대 언어학과 교수가 쉬운 말로 살 풀어서 쓴 <메타 커뮤니케이션 --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커뮤니케이션> 책.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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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2013. 7. 12. 04:24









옛날에는 책을 읽으면 (영화를 보면) 간단히라도 제목이며 작가, 년도, 소감 이런것을 적어 놓곤 했는데, 요즘은 이것도 시들하다. (적어서 뭣 하나 .... 다 부질없지...이런 생각).  부질없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 그런 시간 속을 내가 지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지홍이가 하루키에 꽂혔는지 하루키 소설책을 한 보따리 갖고 왔는데, 그 중에서 내가 안 읽었던 것을 요즘 몰아서 다 읽었다 (그만큼 흡인력도 있다는 뜻이겠지).


그 쏟아져 들어온 하루키 소설 들 중에서 꼭 기록하고 지나가고 싶은 책.  <어둠의 저편>.


뭐 따지자면, 이 정도 길이는 장편이라기 보다는 중편 소설에 가깝다. 그래서 몇 시간 안에 읽힌다.  그런데, 지나고 난 후에 꽤 오래 그 잔상이 남는다. 막 한꺼번에 몰아 읽다보면,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이 저절로 슬며시 떠오르게 된다. 


'꿈속에서 나는 언제나 일곱살로 돌아가 있지'  이 대목.  기억이란 소프트웨어와 같아서 한번 손상되면 복구가 안된다나.  뭐 그런것을 '트라우마'라고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이 대목 읽을 때, 나는 혼자 다섯 살로 돌아갔다.  세상에 나 혼자 버려진 기분이 들었던 세월.  그 기억은 그 후에 아무리 기쁜, 사랑 가득한 시간이 나를 감쌌다고 하더라도 어딘가가 손상이 된 채로 그냠 남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루키가, 참 대단한 작가야...' 그래서 그 대목을 사진을 찍어 뒀다.  요즘은 펜으로 메모 할 필요도 없군.  아이폰 하나로 모든 기록을 다 하는군.


기억이란 것이, 그것이 칸트의 철학이건 아니면 오물 냄새 나는 정릉천 변을 바람 쐬러 돌아다닌 기억이건 뭐건 간에 그 내용이나 질량에 상관없이 우리 삶을 버티게 해주는 연료 같다는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기억'의 본질을 이렇게 쉬운 말로 간단히 정리 한 작가가 또 있을까?  (워즈워드의 기억에 관한 싯귀보다 설득력이 있는것도 같다.)


언니와의 좋은 기억을 찾아 내 보라는 메시지에서 소설가가 삶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느꼈다. 


단순한 구조의 짧은 소설인데 나로서는 이것이 하루키 문학의 정점처럼 느껴진다.  아주 젊은 시절에 씌어진 작품이건만. 


<어둠의 저편>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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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2013. 7. 12. 01:29



http://www.amazon.com/Will-Measure-Your-Life-ebook/dp/B006ID0CH4


실수로 킨들 책을 두권이나 사고 만 책.  평소대로 아마존 계정으로 킨들북 주문을 했는데, 해 놓고 보니 찬홍이 어카운트.  찬홍이 물건 살 때 내 컴에서 찬홍이 어카운트로 들어가 주문을 한 적이 있었던 모양.  그래서, 내 계정으로 다시 주문. 


그런데 이 책 읽으면서 -- '이 책을 찬홍이 킨들로 사고, 내 킨들로 사고 두번이나 산 것도 운명인가보다' 했다. 내 자식들도 꼭 읽어 줬으면 좋겠는 아주 착하고 좋은 책이다. 지홍이 태블릿에는 아예 내 아마존 계정을 연결해 놓아서, 지홍이는 내가 산 책들을 모두 볼 수 있다.


지홍이나 찬홍이처럼 20대 초반에 인생의 폭풍 같은 시기를 목전에 두고 --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 할 때 도움이 될만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중년의 나에게도 역시 내 남아있는 반생을 어떤 가치와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 갈 것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  저자가  신앙심이 강한 사람이고 신앙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이끌어 온 사람이라서 삶을 성찰하는 자세가 어딘가 '거룩'한 면이 있다. 이런 사람이 '경영'을 가르친다면 그의 경영학은 어딘가 비범할 것이다.  그의 삶도 소박하나 비범해 보인다.  그래서, 비록 책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이런 사람이 의지가 된다. 삶의 스승 혹은 선배.


하여, 책에 인용된 흑백 영화까지 찾아 보고, 연관 책 까지 뒤져보며 -- 내 삶을 어떻게 살아 내야 할지 고민 중.  저자는 이 영화속 주인공을 자신의 삶의 모델로 살아 온 것 같기도 하다. 삶의 이력이 어딘가 닮아 있다.




http://www.amazon.com/kindle/dp/B004G5ZJE2  이 책도 받아 놨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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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2013. 7. 12. 00:36





요 근래 진중권씨의 미술관련 책들을 섭렵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낸 바 있다.  귀한 책들로 판단하고 -- 내다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요즘 나는 책을 읽고, 두번 다시 안본다 싶으면 과감하게 내다 버린다.  노마드 인생, 짐을 늘이지 않기 위해서이다.)


좋은 책을 읽을 땐, 그 책이 얼마나 좋은 책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질이 떨어지는 책을 읽으면,좋은 책이 왜 좋은 책인지 상대평가로 알게 된다.


아마도 지홍이가 한국에서 가져온 책 보따리에 섞여있던 책 인듯.  그냥 심심풀이로 읽다가 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일단 34 페이지 '루저' 표기를 Looser 로 쓴것이 눈에 걸렸다.  어릴 때 생각이 났다. 고등학교 1학년때, 지각을 한 적이 있다.  교문에서 지각으로 걸렸다.  그날 지각으로 걸린 사람들은 모두 학생주임 선생님한테 단체로 가서 머리 조아리고 반성하고, 각자 반성문을 적어야 했다.  그날...(하하하) 내가 반성문 쓰면서 '학교의 rool을 잘 지키겠습니다...' 라고 영어 단어 섞어서 썼다가 학생주임 선생님한테 '칭찬'을 들었다.


학생주임 선생님 왈: 야 임마, 넌 지각도 지각이지만, 영어는 또 이게 뭐냐. rool 이 아니고 rule 이다 임마!  


흑역사의 일부지 뭐. 하하. 그 학생주임님께서 나 고 3때 복도에서 스치면, 어깨 툭 치시면서 "야, 넌  X대  영문과 가는거야 알았지? 여자는 무조건 X대 가는거고 무조건 영문과 가는거야."  응원 많이 해 주셨는데...절반의 승리. 그대학은 못가고, 영문가는 갔다.



어떤 부분에서 내 눈에 안 들었는지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나는 슬슬 이 책과 내가 코드가 안 맞는다는 느낌을 품게 되었는데,  그래서 별것도 아닌 타이포 (영어 철자 잘 못 된것) 그런것이 눈엣 가시처럼 들어 왔을 것인데, 문장 처리도 나하고 분위기가 안 맞는 듯.




가령, 동판이 '조용히' 놓여있다는 문장도 꽤나 시끄럽게 내 눈길을 끌었다. 동판이 언제는 시끄럽게 놓여 있는가? 동판은 조용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동판은 그냥 놓여 있는 물건이니까.  가령 '동판이 방치 된 듯이, 잊혀진채로 놓여있었다' 뭐 그런 표현이라면 상관 없다. 동판에 눈길을 보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해도 좋다.  아무튼 동판은 조용할 수밖에 없는 물건이므로 진부한 표현으로 보였다.


***



어떤 책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맘에 들수도 있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그렇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하게 만든 대목.


이 책의 194 페이지에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모세상. (구약 성경에 나오는 모세). 줄리우스 2세의 영묘를 장식한 모세상이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모세상을 일컬어 '머리에 뿔이 달린 괴물' 의 형상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다.  머리에 뿔달린 괴물같은 강력한 경영자가 될 것인가 뭐 그런 소리를 하기도 한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머리를 갸우뚱 했다.  (수상해...사기 같아...)



그래서 뭐 간단히 구글 검색. 


http://en.wikipedia.org/wiki/Moses_(Michelangelo)








위키 피디어 자료에 따르면, 구약에서 모세가 산에 들어가서 하느님을 만나고 오는 얘기가 나오는데, 하느님을 뵙고 나온 모세에게서 '광채'가 났다는 설명이 나온다 (나도 읽어서 알지).  그런데 당시 그 '광채'라는 어휘를 번역할 때 원어로는 '뿔'에 가까워서 '뿔'로 번역을 하거나 '뿔같은 광채'로 번역을 하거나 뭐 그랬다고 한다. 


그러니까 원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모세의 광휘가 '뿔'로 번역이 된 것이고 모세 머리의 뿔은 악마나 괴물의 뿔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는 것이다.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살아 있을 당시에 이 뿔은 '빛'으로 인식되었고 -- 훗날, 유태인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면서 유태인 선지자들에 대한 시각도 냉각되고 그래서 모세 머리의 뿔을 악마적 뿔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생겨 났다는 것이다.


그냥 간단히 위키 피디어만 열어 봐도 이 뿔에 대한 설명이 제법 객관적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도 확인 해 보지 않고, 자기 멋대로 이야기를 지어낸다는 말인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두 발로 마키아벨리가 살아서 돌아다닌 모든 곳을 돌아 다녔다고 자랑을 할 것이 아니라, 인문학자라면, 가장 기초적인 지식부터 확인을 했어야 마땅하다.


가령, 내가 미국 미술에 관심을 갖고 미국 전역의 미술관들을 돌아다니며 미국 미술품을 내 두 눈으로 보고, 만져봤다고 해서, 내가 진정으로 미국 미술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 가지고는 안된다.  역사서와 미술책을 공부하고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다각적으로 접근해서 연구를 할 때 진정한 전문가라고 할 것이다. 


마키아벨리를 이해 하기 위해서 마키아벨리가 물리적으로 살았던 공간에 가서 사진이나 찍고 그거 자랑질 할 시간에...자신의 원고 속의 내용을 두번 세번 확인하고, 기초 자료를 확인하고, 글을 다듬고 하는 작업을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이 책은 아마도 회사 연수회 할 때 그냥 사람들 몰아 놓고 그림 적당히 보여 줘 가면서 '경영이란 이런거야' 뭐 딱 이런 수준의 대중 강연 수준에 적합해 보인다.  그런 자리에선 사실 관계 그런거 확인 안 하고 그냥 휙 듣고 지나가는 거니까.  이건 인문학 책이 아니고, 회사원 연수 강연자료. (그냥 막 나가는 처세술 책...)


진중권의 책은 그래도 내용은 탄탄하거든.. (설령 그의 말투가 가끔 기분나쁘기는 해도 내욤 만큼은 흠 잡기 힘들다는 말씀이지.) 인생은 짧다. 좋은 책이 아니면 그자리에서 집어 던지는거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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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inker

    내욤 만큼은 -> 내용 만큼은

    책을 잘 써주는 것도 사회를 위한 큰 기여이지.

    2013.07.12 16:42 [ ADDR : EDIT/ DEL : REPLY ]

Books2013. 6. 18. 00:02





사진: 138쪽의 일부



<자크 데리다>편, 회화속의 진리 장에서 저자는 고흐의 구두 그림의 해석에 대한 '하이데거'와 '샤피로', 그리고 '데리다'의 각기 상이한 시각을 설명한다.


고흐의 낡은 구두 그림에 대해서 (나찌의 이념에 동조한 것으로 그의 오명을 남긴 철학자) 하이데거는 '농촌 아낙의 구두'라는 해석으로 그의 정치성을 드러냈다는 것이 '샤피로'의 판단이다.  '샤피로'는 '나찌 동조자 하이데거'에 대한 사망선고라도 내리겠다는 듯 하이데거의 고흐 구두 그림에 대한 해석이 '사실' 차원에서부터 이미 잘 못 된것이라며 맹 비난을 퍼부었다.  이미 사실에서 어긋난 정보를 가지고 뜬구름 잡는 얘기로 정치성만 드러냈다는 식이다.   그런데, 훗날 '데리다'는 이러한 '샤피로'의 시각을 걸레쪼가리처럼 취급하며 하이데거의 미학에 손을 들어준다.  --- 뭐 이상이 저자의 설명을 내가 이해한 바대로 옮겨 본 것이다.


간단히 보자면, 여기 고흐의 유명한 '낡은 구두' 그림들이 있는데

 * 하이데거는 -- 이 구두는 농촌 여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이다 -- 라고 했고 (하이데거는 그저 단지 그런 예를 들고 싶었을 뿐)

 * 샤피로는 --  (하이데거의 가상적 예에 핏대를 올리며) 천만에! 이 구두는 본래 도시에서 생활중인 고흐의 그림이라구!  병신! 알지도 못하면서! -- 하고 했고

 * 데리다는 -- 근데 말야? 이 구두가 정말 정당한 한켤레야? 이 구두가 누구의 것이건 간에 정말 본래부터 짝이었어? 혹시 짝짝이 (서로 다른 짝) 아닐까? 혹시 한쪽만 두개 있는 것 아니야? (가령 오른쪽 신발 두개, 혹은 왼쪽 신발 두개 하는 식으로)  -- 구두가 짝이라는 관념을 해체시켜 버리고 딴소리를...


이렇게 고흐의 구두 그림을 놓고 각기 딴소리들을 늘어 놓았는데.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읽던 나는 문득!  문득! 너무나 지루한 나머지 혼자 딴생각 하다가 문득! 


---데리다..는 게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엉뚱발랄한 추측에 이르다.




한켤레의 구두를 어떤 사람은 농부의 구두다, 어떤 사람은 아니다 도시인의 구두다, 어떤 사람은 가짜 가죽일것이다. 어떤 사람은 낡은 구두이다 라고 말할수 있는데, 이런 것들은 보통, 평범한 시각일수 있다. 구두를 대개는 한켤레로 인지하니까.


그런데 구두 두짝 그려진 '한켤레'를 가리키며 '저것이 혹시 오른쪽 구두 두짝이 모인것 아니야?' 라는 의문을 갖는이는 어딘가 비범하다. 한쪽이 두개가 모였다는 시선에는 어딘가 '게이'적인데가 있다. 뭐 이런, 한심한 생각을 나는 하고 앉아 있었다.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데 이 책 한권이 참 요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평소에 들여다보면서도 가늠이 안되던 '프란시스 베이컨'이라던가 '바넷 뉴만' 그 밖의 현대미술가들에 대한 미학적 설명이 친절하게 잘 곁들여져 있어서 현대 미술 전체를 가늠하고 판단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 한권은 미술관 갈때마다 들고 나가도 좋겠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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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2013. 6. 11. 09:07




319 쪽. 사진 설명: 앙드레 말로의 <벽 없늠 미술관>을 위한 도판들. 1950년 경.



이것도 앙드레 말로의 '트릭'이었던 걸까? 뭔가 일부러 오자를 넣어 제목을 달은 것을 한국어로 번역 할 때 비슷하게 시도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상상을 하면서 웹을 뒤져보기까지. 


정답은 바로 320 페이지에서 발견.  본문에는 <벽 없는 미술관>이라는 표기를 해 놓았다.







이런 사소한 오자를 발견 할 정도로, 이 책을 꽤 열심히 읽고 공부하고 있다는 증거.  책 사 보낸 본은 보람을 팍팍 느끼시겠구나.  상으로 더 좋은 책을 사 보내줄지도 모르지.


소생도 타이포 내기 일쑤이므로 뭐 흉이랄것도 없지만,  다음 판 찍을때는 수정하셔야 할 듯.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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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2013. 6. 8. 03:49



pp. 140






pp. 142




이 책에서 매우 흥미로웠던, <금시초문>이었던 내용은 러시아 성화에 나타나는 <물구나무 선 원근법> 제하의 '시각'에 관한 설명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교육받으면서 배우게 되는 것이 멀어질수록 -- 소실점에 가까워질 수록 짧아지는 대각선을 마주 하는 형식의 원근법이다.  그런데, 러시아의 성화에 나타나는 그림들은 그러한 서양식 원근법의 기준으로 보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위의 첫번째 그림 속의 테이블은 둥근 곡선 형태를 취하고 있는 면이 실제로는 직선 이라고 한다.  곡선이 직선이라니?  책의 저자는 굴절된 인간의 눈동자의 예를 들어 --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사물이 직선 형태가 아닌 굴절된 형태일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직선으로 보는가 곡선으로 보는가 하는 것도 문화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교육받은 문화권은 서양식 원근법의 세계였으므로 곡선으로 그려진 직선 상황이 낯설지만 이 그림이 그려진 당시의 러시안들에게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그림이라는 것이다.


옛날에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보던 시절, 우리는 티브이에 어리는 상이 굴절되어 전해진다는 것을 직접 확인 할 수 있었다.  오목, 볼록 렌즈에 비친 상이 늘어나거나 줄어들며 굴절된다는 이치도 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 그러면 '어째서' 러시아 사람들은 직선을 곡선으로 인지하거나 곡선으로 그려야만 했을까? 저자인 진선생은 러시아 사람들의 굴절된 직선 그림에 대한 설명으로 이 장을 마쳤다.  왜 러시아 사람들의 시각이 그러한지, 설명이 필요한데...  


이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던 중, 그것이 러시아의 자연 환경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에 이르게 되었다.


하루키의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 이런 일화가 나온다.  러시아의 농부는 한 없이 펼쳐진 벌판에서 아침을 맞고, 밭을 갈기 시작하여 해가 서쪽에 지면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다시 아침이 오면 온종일 밭을 간다고 한다. 그런데 그 벌판이 하도 넓어서 영원히 그런 삶이 지속된다고.  그러면 러시아 농민 중에는 착란을 일으켜 끝도 없이 서쪽으로 향해서 걷다가 쓰러져 죽기도 한다고 한다.  그것이 소설속의 에피소드이므로 허구인지 사실에 바탕한 것인지 나를 알지 못한다.  한가지, 한없이 펼쳐진 러시아 평원을 상상 해 볼수는 있다.


한없이 펼쳐진 평야지대, 밭 가운데 서서 사방을 둘러보라. 세상은 네모가 아니라 둥글다.  '사방'을 둘러볼수없다. 세상은 네 귀퉁이 '사방'이 아니고 원방이니까.   내가 몸을 한바퀴 돌려봐도 그저 저기에 지평선이 펼쳐져 있을 뿐이므로 세상은 둥글게 보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에 내가 앉아,  저쪽에서 걸어가는 이, 그 둥글어 보이는 지평선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그 곡선위를) 걷는 이를 바라볼때, 내 눈에 그는 곡선을 걷지만, 걷는이는 직선으로 걸을 뿐이다.  직선은 '곡선'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니 휘어진 '직선'을 러시안들은 자연스럽게 수용하는게 아닐까?



그리고, 아래쪽 그림.  테이블에 올려진 접시들이 테이블의 가장자리에 있다. 러시안들은 이렇게 그림을 그려놓고 그 접시들이 테이블의 중앙에 있다고 인지한다.  우리가 보기에 낭떠러지 같은 가장자리에 위치한 것을 그들은 '중앙'이라고 받아들이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이 문제 역시, 나는 러시아 평원에서 답을 찾는다. 


농부가 있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에서 일을 하는데 해가 뜨겁다. 농부는 저 지평선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를 본다. 저 나무그늘에 가서 쉬어야지. 지평선 (지구의 끝)에 있는 나무.  농부가 나무에 도착했을 때, 농부는 그 나무 너머에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발견한다. 나무는 내가 보기에 가장자리에 위치했으나, 실제로는 지구의 중심에 있는거다.  그러므로 러시안들은 테이블의 가장자리에 접시를 그려놓고 그것이 중심에 있다고 인지할 수 있는거다. 


여기까지는 이 책을 읽고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편 나의 추측이다.  


밭고랑이 수마일씩 이어진 그런 평원에 나가서 그 평원에 서서 세상을 보면 거기서 보이는 세상은 도시의 빌딩 아래에서, 혹은 울창한 밀림지대에서 보는 세상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다. 도심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의 직선거리는 그저 직선일 뿐이다.  평원에서 지평선의 이쪽 점과 지평선의 저쪽 점 사이의 거리는 직선이 아니고 곡선이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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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선 이건 순전히 이글을 읽다가 떠오른 제 상상력입니다만...
    제가 읽었던 톨스토이 단편들 중에 하나가 생각이 나서 러시아 정교회의 성화들은 문맹이 많은 러시아 사람들에게 대체로 성경을 대신할 정도의 권위를 가지니까요..
    그림을 가까이 눈앞에 놓고 볼수 없었을것 같다는 생각이어요.. 눈높이보다 높이, 또 멀리 있는 그림을 보게 된다면 그런 원근법과 중심점이 좀 이해가 되어요.. 은미님 글덕분에 떠오른 즐거운 상상이요.. ^^

    2013.06.10 08: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높이, 멀리, 기둥에, 휘어진 벽에 ...등등 여러가지 변수가 있을수 있겠지요.
      요즘 '시각'의 문제에 대해서 심심풀이로 생각 할 때가 많은데
      심지어, 식탁에 앉아서도 -- 이 식탁은 평평한데, 평면에 이것을 그릴때는 어느 모서리는 종이의 윗쪽에, 어느 모서리는 종이의 아래쪽에 그리면서도 우리는 상하 관계는 잊고 평면만을 떠올린다. 그것을 이상하다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 뭐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어요.

      문득, 내가 '일상적'으로 인지하던 것에 '물음표'를 붙여보거나 '낯설게 보기'를 하게 되지요. 역시 흥미로운 책을 만나면 삶이 좀 -- 덜 심심해지지요. :-)

      2013.06.10 17:54 신고 [ ADDR : EDIT/ DEL ]

Books2013. 6. 8. 00:39








pp 326



모더니즘 편에서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러시안 아티스트들이 주축이 된 constructivism 아트와 관련 된 것이다.  1923년 '모홀리 나기'가 '전화 통화'만으로 제작했다는 작품.


작품에 대한 '지시'를 하면 제 3자가 작품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미국 개념주의 작가 '솔레윗'을 떠오르게 한다.  (솔레윗이 영향을 받았겠지.)


그러니까,  두 사람이 동일한 '표'를 갖고 있고 '갑'이 전화를 걸어서 지시를 하면 '을'이 지시하는대로 동일한 표에 따라서 무엇을 만들어 낸다는 원리인데,  작품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끝나는데 --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에 떠오르는 의문  -- 그래서 정말로 갑이 말하는대로 '을'이 행동했을까?  정확히 일치 했을까?  정확히 일치 하지 않았다면 -- 그 결과물에 대한 갑의 입장은 어떠할까?  정말로 '을'은 갑의 '하수인/수족'에 불과한 걸까?


가령 갑이, "색상표에서 A1245 번을 선택하여 5센티 정사각형을 제작하여 *** 지점에 붙이시오" 라고 지시했는데 을이 잘 못 알아듣고 A1242색을 사용했다면?   갑은 이를 '우연한 창조'로 보고 수용했을까? 아니면 폐기 했을까?  그의 입장은 어떠한 것인가?


언어학에서 컨스트럭티비즘의 원조를 얘기 할때 주로 러시아 학자들을 논하는데, 미술사에서도 역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 덕분에. 


언어학습 수업에서도 이런식의 '텔레폰 페인팅'과 흡사한 작업을 하는데 여태까지는 말로 서술하고 각자 주관적으로 그것을 해석하여 그려내는 선에서 중단되곤 했다.  내가 생각해봤는데, 학생들에게 정확한 측량도구 (자)나 표 따위를 주고 좀더 공학적인 언어 훈련을 시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재미있는 실험이 되지 않을까?  


미술 책 보면서 전공 생각.  책이 주는 힘.  책은 힘이다.  


고전 예술이나  후기 모더니즘/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해서는 나도 어떤 체계적인 인상을 갖고 있던 편인데 '모더니즘'이라 불리우는 미술사의 한 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었다.  고전예술은 중고등, 대학, 그 이후에도 책들을 통해서 교양을 쌓았고, 현대(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은 자주 미술관 다니면서 직접 만나는 편이니까, 혼자서 공부도 했으니까 가늠이 되었는데 그 중간지대가 애매했던 것이지.  대체로 그 주축이 러시아와 유럽이었기 때문에 내게 낯설었던 것도 같다.  이제 좀 가늠이 된다.  어렴풋이 가늠이 되는 정도만으로도 만족 (책은 또다시 열어 볼 수 있으니까.)


이제 즐거운 3편.  이미 내 눈에 익숙한 작품들이 망라가 된 3편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편'으로 간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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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2013. 6. 7. 17:45





http://en.wikipedia.org/wiki/The_Birth_of_Venus_(Botticelli)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작품 년도가 1800년도로 표기 되어, 위키 피디어를 찾아 보았다.  1486 년을 1846년으로 잘 못 표기 해 놓았다. 









아주 좋은 책들이라 꼼꼼하게 읽는 중.   이런 좋은 책들을 읽으면,  국립 미술관에 나가 전시품들을 보고 싶어지지. 


유튜브를 뒤져보니 이 책 시리즈와 관련된 진씨의 강의 자료들도 많이 나와 있어 생생한 목소리도 듣고, 책도 읽고, 입체적인 공부.  진씨는 말을 조금 천천히 하면 전달력이 더 좋아질 것도 같다. 아마도 아는게 너무 많아서 그걸 전달하려고 애쓰다 보니 저절로 말이 빨라지는 모양이다. 성격이겠지. 동영상에서는 '이놈/저놈' 하는 거친 표현들이 귀에 거슬리는데 -- 책에는 거슬리는 표현들이 오르지 않아서, 책이 좀더 평화롭게 느껴진다. 그가 책의 언어로 말을 하면 훨씬 듣기에 편안 할 것도 같다.  이런 좋은 책들을 내 주시니 고마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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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inker

    말투는 다소 거스를지 몰라도 글은 성실하게 쓴 것으로 판단돼. 물 좋고 정자 좋은 데가 어디 흔하단 말인가. 인생, 남의 허물은 왕눈이가 제비 슬쩍 집에 들이듯이 덮어주고 그 사람의 장점을 애써 찾아보는 여정 아니겠는가.

    2013.06.07 20:45 [ ADDR : EDIT/ DEL : REPLY ]
    • 음...나이 들면서 바뀐 나의 태도는 ... 맘에 안들면 아예 초장에 집어 던지는거고, 조금이라도 내가 시간을 나눌 가치가 있는 대상을 만나면 최선을 다해서 그 좋은에만 집중을 하지. 어차피 부정적인 생각에 시간을 보내면 나만 손해이니까.

      이 책들을 읽으니, 저자의 의도대로, 너무 복잡해서 막막한 미로 같던 미술사가 한눈에 대충 지도가 그려지고 좋네요. 아주 좋은 길잡이 책.

      2013.06.08 04:15 신고 [ ADDR : EDIT/ DEL ]

Books2013. 6. 6. 02:41





서울에서 박선생이 '맛있게 먹으라'고 보내 준 나의 영양간식.  오랫만에 책에 자대고 줄 긋고 메모 해 가면서 맛있게 먹는 중.


서양 미술사 책 세권하고 미학책하고, 진 선생 책을 네권이나 보내주심.  





책 값 안 아까와요. 


2013년 6월.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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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2013. 4. 30. 22:00





http://www.imdb.com/title/tt1222815




지난해 (2012)에 디즈니에서 출시한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 시리즈 -- '침팬지'를 집에서 동영상으로 보았다.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1) 근래에 '미러 뉴론' 관력 책자 읽으면서 '모방 (보고 따라하기)' 행동에 대하여 들여다보던 중, 침팬지들의 '모방'행동--이로 파생되는 '학습'을 구체적으로 살펴 볼 만 했다.  (2) 서열 사회에서 보여주는 '약자' 왕따 시키기 -- 고아가 된 침팬지는 또래 친구들로부터 역시 왕따를 당하는 현상, (3) '수컷'도 충분히 '엄마' 행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 등.


3년 넘게 전문가들이 찍어낸 자연 다큐멘터리.  '드라마'라고 할만한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아, 흥미 위주나 눈물나는 드라마를 기대한다면 지루해서 하품 날 만하고, 침팬지의 행동을 '동물학자'처럼 들여다보기에는 흥미진진한 작품.


내가 주로 챙겨서 읽는, 에모리 대학의 동물학자 Frans De Waal의 근작 The Bonobo and the Atheist 에 소개가 되어서 일부러 구해서 보게되었다.  이 책에서 드 왈의 논점은 -- 종교인들과 과학자들 사이에서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념적 갈등을 소개하면서 (그 이념적 갈등이 뭔데? 창조냐 진화냐 신이 있냐 없냐 인간이 위대하냐 아니냐 도덕감이란것이 인간에게만 있는거냐 아니냐 뭐 이런 구태의연하고 지긋지긋한 갈등) -- 자신들을 '브라이트'라고 주장하는 도킨스의 태도 -- '브라이트'가 아닌 사람들을 모두 '바보'로 보는 듯한 극단적인, 또다른 '도그마'로 보는 나의 시각과 일치했다. 도킨스도 내가 보기엔  매우 독단적인 자기 신앙에 빠진 사람처럼 내 눈에 비쳐졌으니까 말이다. 그의 신은 '이기적 유전자'. 역시 유일신.  아무튼 이건 내 생각이고, 드 왈은 무신론자 과학자의 입장에서 '박애주의'라던가 '도덕성'의 근원을 들여다 보며 좀더 관용적인 사고방식으로 자신의 무신론적인 세계관을 설명하고 있다.  드왈은 인간이나 동물에 대해서 '성선설'과 '성악설' 중 '성선설' 쪽에 비중을 두어서 바라보는 편이다. 


침팬지 영화에서도 드 왈의 그런 관점이 몇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잘 보여진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소개 했겠지.)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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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2013. 4. 11. 02:59





Mirroring People 책에 소개된 간단한 실험을, 리써치 방법론 수업을 할 때, 우리 대학원생 한명을 상대로 재연 해 보았다.



A 가 우리 대학원생이고  B가 나다.  다른 학생들이 모두 자리에서 보고 있는 가운데, 학생과 내가 화이트보드 앞에 나란히 등을 돌리고 섰다. 화이트 보드에 검은 동그라미를 각각 하나씩 그렸다. 내 앞 왼쪽에 하나, 내 학생 왼쪽  앞에 하나. 


그리고 내 학생에게 지시했다. "그냥, 내가 하는 동작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시오."  다른 학생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어떤 현상을 발견 했는가' 관찰하고 보고 할 준비를 하라고 일렀다.


내가 (1)에서처럼 오른 팔을 들어서 빈 화이트보드에 손바닥을 댔다.  내 학생도 오론 팔을 들어서 내가 했듯 빈 보드에 손다박을 댔다. 나는 손을 내렸다.  그도 손을 내렸다.   그 다음에 내가 그림 (2)에서처럼 오른손을 사선으로 올려서 왼쪽에 있는 검정 동그라미를 손바닥으로 가렸다. 


내 학생은 처음에 왼손을 올려서 동그라미를 가렸다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생각에 잠겼다가, 왼손을 내리고 나처럼 오른손을 들어서 동그라미를 손바닥으로 가렸다.



학생들도 모두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내 학생에게 "너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 믈어보자, 헛갈려서 그랬다고 했다. 뭐가 헛갈렸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고 했다. 


책의 저자 마코 이아코보니의 설명에 따르면 (그도 이와 흡사한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내가 오른 손으로 왼쪽에 있는 점을 가린 행동에서, 내 옆의 따라쟁이가 주목한 것은 오른 손의 행동보다는 그 오른손이 지향하는 바(행동의 목적/결과)였다고 한다.  그는 내 오른손이 어떻게 움직인것인가를 본것이 아니라, 오른 손이 뭘 의도하고 있는가 ---> 아하, 저 사람이 손으로 저 검은 점을 가렸구나 --> 나도 저 검은 점을 가려야지. ---> 마침 검은 점이 왼쪽에 있으니까, 자동적으로  (본능적으로) 좀더 가깝고 효율적인 왼손으로 검은 점을 가린 것이다.  (나중에 손을 바꾼 이유는 --- 생각해보니 오른 손으로 해야 한다는 건가? 하고 다시 사색을 하여 상대방의 의도를 다른 식으로 해석을 해 본 결과이다.)



사람은 (사람에 가까운 동물은 -- 침팬지나 이런...) 눈앞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날때, 무엇이 움직일때, 그 움직임의 결과/목적/지향점등을 추론하는 능력을 타고 났다고 한다. 이 작고 간단한 실험이 그러한 성향을 불씨처럼 잠깐 보여주는 것이라고.  책 읽을 때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실제로 실행해보니 곧바로 이런 결과가 나와서 참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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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2012. 4. 19. 07:33

하드커버, 어린이용 그림책이다. 1979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 가격은 1.5 달러였다.  아마존 중고책방에서 구입한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자신의 이름이 홀리 호비이고,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만들어낸 캐랙터에 그대로 붙였다.

 

전체 16 페이지.  한 소녀의 하루 일과를 담아냈다. 책 전체를 블로그에 올리면, 아무래도 저작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것 같아서 일부만 맛보기.



 

 

파란 썬보넷을 쓰고 패치워크 에이프런을 두른 이 표지 그림이 아마도 가장 널리 알려진 홀리 호비 그림일 것이다. 이 그림을 베껴그리는 판도 있고, 수를 놓을 수 있는 디자인들이 다양하게 팔려 나갔고 아직도 여전히 생산 되고 있다.


 


 


이렇게, 한 페이지에 딱 한가지 그림과 이야기가 적혀 있다.

 


 


 


 

 

 



 

 

비오는 날 물장구를 치기 위해 웅덩이를 골라서 찾아다니는 우산 쓴 이 소녀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든다.



 




 

나 어릴 때는 이런 그림책을 가져보지 못했다.  아이들이 어릴때도, 놈들이 사내놈들이었던 관계로 이렇게 고운 그림책을 가져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내가 '응당' 누렸어야 할, 소녀 시절에 누렸어야 마땅한 것들을, 아직도 탐을 내고 있다. (노망이 난것도 아니고 말이지...)   헌책 주문해 놓고 며칠 기다리다가, 책 받아보고 아주 신 나셨다.   그냥 들여다보기만 해도 행복해.  아 아 일러스트레이션은 얼마나 멋진 예술의 한 영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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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2011. 9. 25. 11:58

Willpower: Rediscovering the Greatest Human Strength
Baumeister & Tierney


2011년 9월에 발표된 신간. 며칠전 NPR에서 이 책 소개를 하길래 기억을 해 두었다. 어제 '프로젝트' 한가지를  끝내고 나서, 홀가분한 기분으로 킨들북을 주문하여 읽기 시작.  읽다보니 플로리다, 탤라하시 얘기가 나오길래 검색을 해보니 바우마이스터가 현재 플로리다 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이다.  플로리다 주립대 심리학 프로그램이 제법 번듯하고 잘 나가고 있었는데, 아마도 대학에서 사회심리학계의 대가 한분을 초빙했던 모양이다.  '자기조절력 (self-regulation, willpower)' 과 관련된 사회심리학계의 고전이 되는 각종 실험 이야기가 재미있게 이어진다. 

함께 작업한 전문 작가 (Tierney)의 글솜씨가 좋아서, 쉽게 잘 읽힌다.  휙휙 지나가는 실험용어나 학문적인 용어가 쉬운 글속에 잘 스며있다.

자기 조절력에 대하여 평소에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들을 학문적으로 설명해주는데, 내가 잘 못 파악하고 있던 것도 새로 알게 되고, 흥미진진하다. (이기회에 자기 조절력을 어떻게 키울수 있을지도 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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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2011. 1. 14. 20:33

The College Application Essay, Revised Edition

http://www.amazon.com/College-Application-Essay-Revised/dp/0874477115/


찬홍이 대학 입학 신청 작업을 위해서 내가 참고 했던 책.  몇해전에 지홍이한테 사줬던 책이다. 이것 보고 참고해서 대학 가라고.  (지홍이를 내가 제대로 잡고 도와주지 않은 것이 두고두고 미안하다.)  지홍이는 혼자서 고생을 좀 했다. 찬홍이는 일단 내가 이것을 훑고, 자신감을 갖고 챙겨 줄 수 있었다.

컬리지보드에서 발행한 것이다. 제목은 [대학 입학 신청 에세이]이지만 미국의 대학 입학 준비를 위한 대략적인 안내가 내용의  1/3 쯤 차지한다. 이 책 한권 있으면 대략적인 스케줄까지 짤수 있다는 뜻이다. 3학년때 뭘 하고,4학년 올라가서 뭘 어떻게, 언제 준비하면 될지.

에세이에 대한 부분은 상식적인 미국식 글쓰기 형식을 정리 해 놓은 수준이다. 마지막 파트에 실제 대학 입학 신청 에세이 예제가 소개 되고 첨삭이나 평가를 통해서 실질적인 안내도 곁들이고 있다. 미국식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토플 영작]으로 알려진 형식을 따른다.

미국의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대학원 박사과정에 이를때까지 결국 원칙적으로 동일한 '규범'을 따르는 작문 교육을 받는다.  다섯개의 문단을 기본으로 하고, 1문단에 모든 것(2-3-4-5문단의 내용)을 때려 넣고 - 2,3,4,문단에 예시와 토론을 하고, 5문단에 다시한번 1문단을 다른 말로 정리하면서 한가지 아이디어를 덧붙여주면 거의 완벽한 모델이 된다. 결국 1문단의 첫문장에 글 전체의 '핵심'을 어떻게 넣는가로 승패가 판가름이 난다고도 볼수 있다. 단순무식의 표상이라 할 정도로 정형화된 형식이라서 유럽 지성들, 혹은 크리에이티브 라이팅 하는 사람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규범을 따라서 손해볼 것이 없다.

이 책에 소개된 안내도 결국 이런 식이라서, 한번 정독하고, 대체로 자신감을 얻었다. SAT 작문도 이와 같은 규범을 따른다.

에세이 쓰기 작업을 마칠즈음에야 찬홍이의 '눈'이 떠진듯.  "그래서 엄마가 맨날 밥상머리에서 -- 그래서 뭐라는거야?  하고 물으셨군요..." 한다. 중언부언 두서없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식구들이나 학생들에게, 들어주는 나는 머리가 복잡하고 다른 일로 너무 피곤하니까, "그래서 뭐? 용건이 뭐야?" 하고 대뜸 물을때가 종종 있다.  (내가 너무 피곤해서 그런다).  이럴때 내게 이야기하던 가족이나 학생은 상처입은 얼굴로, 뭔가 핵심을 전달하려고 애쓰는데...가족간의 대화가 이러면 안된다.  대화는 비즈니스가 아니니까.   하지만, 남에게 평가받기위한 글은 '비즈니스'처럼 작성하는 것이 좋다.  먼저 용건부터 말하고, 용건에 필요한 부가적인 설명 곁들이고, 그 용건이 자기에게 왜 중요한지 덧붙여주면 듣는 사람은 논리적으로 앞뒤 판단하고 알아들을수가 있는 것이지.  미국식 글쓰기가 말하자면 그런 전형을 따른다.

내가 글 평가하는 사람이라고 치자. 나는 하루에 수백편을 읽고 점수를 매겨야 한다고 치자. 남의 글이 재미있겠는가? 처음부터 핵심 정확히 전달해주고 부가 설명을 해줘야 내가 끝까지 읽거나 할 것이다. 끝도없이 이상한 소리만 나열하고, 핵심이 뭔지 모르겠는 글은 읽다가 던질것이다.  바로 그거다. 읽는 사람을 배려해주면, 평균 이상의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미국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그 학생을 돌보고 싶은 보호자가 한번쯤 정독하고 자기 점검을 할 만한 책이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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