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2013. 7. 1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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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진중권씨의 미술관련 책들을 섭렵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낸 바 있다.  귀한 책들로 판단하고 -- 내다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요즘 나는 책을 읽고, 두번 다시 안본다 싶으면 과감하게 내다 버린다.  노마드 인생, 짐을 늘이지 않기 위해서이다.)


좋은 책을 읽을 땐, 그 책이 얼마나 좋은 책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질이 떨어지는 책을 읽으면,좋은 책이 왜 좋은 책인지 상대평가로 알게 된다.


아마도 지홍이가 한국에서 가져온 책 보따리에 섞여있던 책 인듯.  그냥 심심풀이로 읽다가 좀, 이건 아니다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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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34 페이지 '루저' 표기를 Looser 로 쓴것이 눈에 걸렸다.  어릴 때 생각이 났다. 고등학교 1학년때, 지각을 한 적이 있다.  교문에서 지각으로 걸렸다.  그날 지각으로 걸린 사람들은 모두 학생주임 선생님한테 단체로 가서 머리 조아리고 반성하고, 각자 반성문을 적어야 했다.  그날...(하하하) 내가 반성문 쓰면서 '학교의 rool을 잘 지키겠습니다...' 라고 영어 단어 섞어서 썼다가 학생주임 선생님한테 '칭찬'을 들었다.


학생주임 선생님 왈: 야 임마, 넌 지각도 지각이지만, 영어는 또 이게 뭐냐. rool 이 아니고 rule 이다 임마!  


흑역사의 일부지 뭐. 하하. 그 학생주임님께서 나 고 3때 복도에서 스치면, 어깨 툭 치시면서 "야, 넌  X대  영문과 가는거야 알았지? 여자는 무조건 X대 가는거고 무조건 영문과 가는거야."  응원 많이 해 주셨는데...절반의 승리. 그대학은 못가고, 영문가는 갔다.



어떤 부분에서 내 눈에 안 들었는지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나는 슬슬 이 책과 내가 코드가 안 맞는다는 느낌을 품게 되었는데,  그래서 별것도 아닌 타이포 (영어 철자 잘 못 된것) 그런것이 눈엣 가시처럼 들어 왔을 것인데, 문장 처리도 나하고 분위기가 안 맞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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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동판이 '조용히' 놓여있다는 문장도 꽤나 시끄럽게 내 눈길을 끌었다. 동판이 언제는 시끄럽게 놓여 있는가? 동판은 조용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동판은 그냥 놓여 있는 물건이니까.  가령 '동판이 방치 된 듯이, 잊혀진채로 놓여있었다' 뭐 그런 표현이라면 상관 없다. 동판에 눈길을 보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해도 좋다.  아무튼 동판은 조용할 수밖에 없는 물건이므로 진부한 표현으로 보였다.


***



어떤 책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맘에 들수도 있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그렇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하게 만든 대목.


이 책의 194 페이지에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모세상. (구약 성경에 나오는 모세). 줄리우스 2세의 영묘를 장식한 모세상이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모세상을 일컬어 '머리에 뿔이 달린 괴물' 의 형상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다.  머리에 뿔달린 괴물같은 강력한 경영자가 될 것인가 뭐 그런 소리를 하기도 한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머리를 갸우뚱 했다.  (수상해...사기 같아...)



그래서 뭐 간단히 구글 검색. 


http://en.wikipedia.org/wiki/Moses_(Michelang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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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 피디어 자료에 따르면, 구약에서 모세가 산에 들어가서 하느님을 만나고 오는 얘기가 나오는데, 하느님을 뵙고 나온 모세에게서 '광채'가 났다는 설명이 나온다 (나도 읽어서 알지).  그런데 당시 그 '광채'라는 어휘를 번역할 때 원어로는 '뿔'에 가까워서 '뿔'로 번역을 하거나 '뿔같은 광채'로 번역을 하거나 뭐 그랬다고 한다. 


그러니까 원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모세의 광휘가 '뿔'로 번역이 된 것이고 모세 머리의 뿔은 악마나 괴물의 뿔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는 것이다.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살아 있을 당시에 이 뿔은 '빛'으로 인식되었고 -- 훗날, 유태인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면서 유태인 선지자들에 대한 시각도 냉각되고 그래서 모세 머리의 뿔을 악마적 뿔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생겨 났다는 것이다.


그냥 간단히 위키 피디어만 열어 봐도 이 뿔에 대한 설명이 제법 객관적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도 확인 해 보지 않고, 자기 멋대로 이야기를 지어낸다는 말인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두 발로 마키아벨리가 살아서 돌아다닌 모든 곳을 돌아 다녔다고 자랑을 할 것이 아니라, 인문학자라면, 가장 기초적인 지식부터 확인을 했어야 마땅하다.


가령, 내가 미국 미술에 관심을 갖고 미국 전역의 미술관들을 돌아다니며 미국 미술품을 내 두 눈으로 보고, 만져봤다고 해서, 내가 진정으로 미국 미술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 가지고는 안된다.  역사서와 미술책을 공부하고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다각적으로 접근해서 연구를 할 때 진정한 전문가라고 할 것이다. 


마키아벨리를 이해 하기 위해서 마키아벨리가 물리적으로 살았던 공간에 가서 사진이나 찍고 그거 자랑질 할 시간에...자신의 원고 속의 내용을 두번 세번 확인하고, 기초 자료를 확인하고, 글을 다듬고 하는 작업을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이 책은 아마도 회사 연수회 할 때 그냥 사람들 몰아 놓고 그림 적당히 보여 줘 가면서 '경영이란 이런거야' 뭐 딱 이런 수준의 대중 강연 수준에 적합해 보인다.  그런 자리에선 사실 관계 그런거 확인 안 하고 그냥 휙 듣고 지나가는 거니까.  이건 인문학 책이 아니고, 회사원 연수 강연자료. (그냥 막 나가는 처세술 책...)


진중권의 책은 그래도 내용은 탄탄하거든.. (설령 그의 말투가 가끔 기분나쁘기는 해도 내욤 만큼은 흠 잡기 힘들다는 말씀이지.) 인생은 짧다. 좋은 책이 아니면 그자리에서 집어 던지는거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