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3. 4. 22. 13:43

itistory-photo-1

우리집 거실에서 내다 보이는 -- 4월의 예쁜 황혼.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몸의 노화 현상 때문인지 평생 겪지 않았던 것들을 겪게 된다.  작년부터 햇볕만 조금 쬐어도 따가와서 목에 만드시 스카프를 감고 다니게 된것도 그렇고,  지난 겨울에는 목에 아토피가 와서 고생을 했다.  내 곱던 목선이, 아토피 때문에 고운 색을 잃은 것 같아 서글프다.  이게 다 노화 현상일것이다. (그렇게 짐작하고 그냥 받아 들인다.)


올 해 봄엔, 평생 모르던 꽃가루 알러지로 약간 고생을 했다.  올 것 같지 않던 봄이 온다고 어느날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고, 벚꽃이 일제히 폭탄 터지듯 피어나던 화창한 날, 그날 나는 출근을 안해도 되었는데, 그래서 어디론가 소풍을 가려고 생각했는데, 온 종일 집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눈이 따갑고, 실내 공기에 노출 된 피부가 따끔거렸다.  심지어 청소 하느라 창을 열어 놓았더니 밖에서 들어오는 공기 (꽃가루) 때문에 눈이 더 따끔거려서 창을 닫고, 괴로웠다.  끝없이 재채기를 해 대고.  (아, 이런게 꽃가루 알러지인가봐...)  


그래서 나는 평생 모르던 알러지에 대해서 눈을 떴으며, 해마다 꽃가루 알러지를 겪는 사람들은 얼마나 심한 고통 속을 살아 온 것인지 자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군.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이군... 난 그걸 여태 몰랐으니, 그동안 축복이 넘쳤던거지...  이런 알러지는 운전중에, 학교 연구실에 앉아 있을 때도 마찬가지로, 괴로운 나날이었다. 


그런데, '눈이 따가워서 정말로 못 걷겠으면 그냥 집으로 온다' 작정하고 포토맥 강변으로 나가 걷는 날에는, 신기하게도 꽃가루 알러지로 인한 고통을 못 느꼈다.  왕눈이 산소에 가는날도,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꽃가루가 아무리 날려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상도 하지.


내가 꽃가루 알러지 때문에 눈 따갑고, 피부가 화끈거리고, 재채기가 연신 나오는 상황은 -- 7층 우리 아파트 실내, 운전 중 자동차 실내, 학교 실내. 학교 근처 돌아다닐때.  반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은 -- 포토맥 강변, 우리 동네 산책로 등 내가 수마일 걷는 노선.


그래서 내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상이하게 반응하는 내 신체 반응을 관찰하면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 

 꽃가루가 많아도, 내가 자연속에 있을 때는, 꽃가루 뿐 아니라, 이것을 중화시켜주는 다른 물질들, 나무와 흙에서, 개울 물에서, 그밖의 자연 속에서 배출되는 다른 물질이 꽃가루 알러지를 무기력하게 해 주니까, 모든 상태를 중화시켜주니까, 어떤 화학 물질이 특히 독성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꽃가루도 내게 알러지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자연이 배제된 상태-- 콩크리트로 지은 7층 아파트 실내, 아스팔트로 깔린 도로위를 달리는 자동차 실내, 역시 콩크리트와 아스팔트에 둘러싸인 학교 실내 이런 곳에서는 꽃가루 알러지를 무기력하게 하거나 중화시켜주는 '자연'의 장치들이 배제되었으므로 꽃가루의 유독성만이 내게 다가오는 것이고 -- 노화된 내 체력이 이러한 유독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리라. 아무래도 저항력이 떨어졌을테니까.  


이것이 내가 잠정적으로 풀이하는 -- 꽃가루에 내한 나의 신체 반응이다. 흙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에서는 알러지는 활개를 치지 못한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흙냄새를 맡고 살수 있는 환경, 그런데서 살다가 죽어야 하는데 말이지...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일, 50 킬로미터 걷기 준비 완료  (2) 2013.04.27
달 밤  (2) 2013.04.24
Fletcher's Cove <--> Kenwood Cherry Blossom (Bethesda)  (2) 2013.04.14
워싱턴 디씨 벚꽃 축제  (0) 2013.04.07
under the cherry blossom  (0) 2013.04.07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