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3. 6. 1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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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빌 브라이슨이 A Walk in the Woods 에서 신랄하게 비평한 것처럼 (다른 걷기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비난) '걷기'에는 최악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가 없으면 식품점에 가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로 '자동차 공화국'이다.  땅이 넓다보니 공간적으로 듬성듬성 자리 잡은 편의시설들은 '자동차'로 오고 갈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차가 없는 사람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근처 마켓에 버스를 타고 다녀오려면 한 나절이 걸린다), 운동부족 현상은 '뚱보 나라' 미국을 완성시켜 가고 있다. 


그래서, 걸어서 5분 - 10분 거리 안에 '거의 모든 생활 편의 시설'이 다 있는 현재 나의 위치는 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어떤 현상이라 할 만하다. 


다음주에 한국으로 귀국하는 친구를 위한 작별 선물을 만들고 있는데, 단추가 필요해서 근처 크래프트 샵에 다녀왔다. 마치 한국에서 동네 가게에 나가듯 슬슬 바람쐬며 걸어가면 당도하는 쇼핑 몰.  마땅한 단추 고르고, 동네 상점 기웃거리다가 다시 바람 쐬며 돌아오는 길. 


여기서 내가 근무하는 곳 까지는 직선거리 4마일.  찬홍이가 집에서 출발하여, 걸어서 내 연구실까지 오는데 한시간이 안 걸렸다. 구글맵으로 주소를 넣어보니 아주 정확하게 4마일이라고 일러준다.   내일은 (비가 안 온다면) 아침 일찍 걸어서 학교에 나가 볼까.  걸어서 직장에 다니고, 걸어서 동네에서 장을 보고 돌아다니면 -- 나는 두 발로 걸어서 모든 용무를 다 보던, 전통 농경사회의 삶의 패턴으로 회귀하게 되는것이 아닐까?  아, 신석기 시대로 돌아간 듯 가슴이 아련해 진다. 


내가 집에서 출발하여 내 오피스까지 도착하기 위해서 횡단보도를 몇개를 건너야 할까? 길이 갑자기 뚝 끊어진 곳이 있다는데, 그 곳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것이 위험하지 않을까?  그래도 찬홍이가 이미 벌써 내 길을 걸어서 다녀 와 봤으니까, 찬홍이가 코치하는 대로 하면 아무 문제 없이 걸어서 일터에 다니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내일 비가 쏟아지지 않는다면 -- 나는 걸어서 학교에 가 봐야지. 



* 내가 오른쪽을 비스듬히 쳐다보고 있는데 -- 그곳은 옛날에 박선생이 처음으로 미국에서 근무할 때 몇달간 드나들던 사무실이 있던 곳이다. 내가 그 건물 뒤 마을로 이사하게 될 줄을 그 때는 몰랐던 것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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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6. 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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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숲속에 가면, 후두두두, 나무가 이야기 하는 소리.


호수에 빗 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바람소리 같기도 하고.  비가 와도 숲에 들어가면 사람은 별로 비를 맞지 않아요.  챙 넓은 모자 하나 쓰면,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되지요.


나무들이 우산이 되어 주니까. 


나무가 비 맞는 소리가 좋아서, 비오는 날 숲속길 산책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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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6. 9.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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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아닌, 숲으로 들어가 발견한 블루베리 수풀.  야생 블루베리는 조선 앵두처럼 이렇게 작구나.  며칠동안 비가 쏟아졌으니 내가 손으로 씻은 것 보다 더 정갈한 열매 이리라.  하나 따서 입에 넣으니 작지만 아주 달다.   이제부터 여기에 몰래 숨어들어 블루베리를 따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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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의 길 일까? 사람 하나 간신히 빠져나갈 숲속의 오솔길.  


이런 요정들의 숲길로 돌아오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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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처럼 포개진 숲이 비를 가려주는, 비 내리는 숲길을 걸으며, 그 황홀한 초록속을 물 흐르듯 지나치며 문득 -- 메릴랜드 컬리지 파크에서 보냈던 지난 일년의 세월이 마치 유형지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거기서도 불편함 없이 살았고, 그 집이 내게 주는 풍경을 사랑했는데, 막상 돌아와보니 그곳에서의 삶이 무척 힘들었다는 느낌.  아마도 왕눈이를 잃어버리는 그 쓰라린 시간을 견뎌야 했기 때문이겠지. 출퇴근을 하는 일이 늘 부담스러워서 헉헉 댄 것도 같고.  일주일에 한번씩은 차에 개스를 채워야 했지.  (이사 온 후에는 일주일 내내 돌아다녀도 개솔린 계기판에 큰 변화가 없다. 아마 이러다 한달에 한번 주유 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시간대를 잘 못 잡으면 27마일 거리의 하이웨이에서 두시간 반을 보내야 했지. 그런 날엔 집에 가면 우울하고 피곤했다. 진저리가 쳐 지고.  아주 먼길을 세시간 달리는 것과 지척의 거리를 세시간 달리는 것에는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울화통 터지는 교통 지옥.  거기서 해방 된 것만으로도 나는 한결 몸이 가볍다.



나는 내 삶의 힘든 일년을 잘 살아냈다고 생각해본다.  잘 견뎠다.  






빗길을 걸어서 흙투성이가 된 운동화를 깨끗이 빨아야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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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6. 8.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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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feel like I am back to my Walden pond (Thoreau's).

Rain falls on the lake and I am walking under the canopy.


feels so good.



메릴랜드에 사는 동안 내내 그리워 하던 버크 호수.  비가 슬슬 뿌리는 아침에 길을 나서다. 숲 속에 들어가면 웬만한 비는 피할 수 있으니까.


이제부터 나는 이 호수를 소로우의 '월든 호수'라고 부르기로 했다.  물속을 헤엄치듯 온몸을 촉촉하게 감싸던 숲의 향기, 빗 방울이 숲 위에 떨어지는 소리.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5. 15.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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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눈이 무덤 가는 길.  길가에서 노란 버터컵, 민들레, 토끼풀꽃으로 작은 꽃다발.


왕눈아, 엄마는 죽을 때까지 너를 잊지 않아.  네 비릿한 털냄새, 입냄새, 지긋지긋한 오줌냄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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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리가, 일곱명이나 되는 아기 오리들을 이끌고 연못위를 미끄러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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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5. 8. 00:22





Record 2013-2012-2011

 Start at 10:00 a:m.

 2013

In / Out

 2012

In / Out

 2011

In / Out

 Monocopy River

10.9 miles

 12:44 / 12:59

 12:59 / 1:15

 1:24 / 1:35

 Point of Rock

17.1 miles

 2:54 / 3:21

 3:11 / 3:35 

 3:25 / 3:55

 Brunswick

23.7 miles

 5:42 / 6:05

 6:26 / 6:57 

 6:10 / 6:52

 Bolivar Community Ct. 

31.1 miles

 8:50

 9:37 

 10:19

 

 T102

 146

 T130

 Speed

 2.87 miles / hour

 2.67 miles / hour

 2.52 miles / hour

 Comment

 My feet were very heavy, but I did it alright. I fully enjoyed it. 

 It was very hard and tiring. Thought of dropping out millions of time. 

The only reason that I didn't give up was because I had nobody to pick me up. :-)


 with Chanhong


 

 

 

Quick summary:
- 100K: 98 started, 55 (56%) finished
- 50K: 197 started, 182 (92%) finished
- both: 295 started, 237 (80%) finished


onedayhike.org 에서 올해의 공식 기록을 발표 하였다.  전체 도착 237명 중에서 내가 타이로 102등 했으니까, 그만하면 잘 했네.  내가 들어갈때 우르르 많이 와서, 양보하느라고 입구에서 조금 기다리고 그랬으니까, 서둘러 들어갔으면 100등안에도 들었을 것이다.  그만하면 참 잘했다.  


3년간의 기록을 내것만 다시 간추려 보았는데 해마다 조금씩 기록이 향상 되었다. 몸은 한살 한살 먹을수록 무거워지는 것을 실감하겠는데 -- 기록이 좋아지는 이유는, 내가 이 코스를 전체적으로 예측하고 힘조절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모르는 길이 멀게 느껴지지, 아는 길은 그럭저럭 가늠이 되니까 좀더 여유가 생긴다.


내년에도 내가 건강하게 이 행사에 참가할수 있기를 빈다. 그 날에는 지홍이 찬홍이 모두 앞세워서 하고 싶다.  내년엔 50등 안에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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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5. 6.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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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워킹하고 난 후의 효과는 웬만한 거리가 아주 짧아 보인다는 것이다.  집 근처 4마일을 걸으면 나오는 호수까지의 트레일.  시속 4마일 속도로 걸을 작정을 하고 휙휙 걸으니, 한시간도 안 걸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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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마라톤 행사가 있어서, 이 트레일을 달리는 단거리 마라토너들 속에서 걸었는데 -- 내 빠른 걸음이 어느 달리는 남자를 지나쳐가니까, 그 남자분이 "Oh, you are passing me..." 하고 외치며 나를 다시 따라 잡으셨다. 그분은 조깅 자세, 나는 속보, 그 상태로 1마일쯤 걷다가 각자 다른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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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수련도 새잎을 틔우고 있었다.  날이 흐려서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나무, 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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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겨울잠 자는 곰처럼 늦잠을 자던 찬삐는, 내가 숲에서 나왔다는 전갈에 -- 팬케잌 집에서 아침 먹으려고 슬슬 굴에서 나왔다.   IHOP에 신상품이라고 '브리오쉬 딸기' -- 5달러쯤 하는것 먹었는데, 딱 내가 먹고 싶은 컨셉으로 딱 내가 먹을 만큼의 양이라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바게뜨 잘라서 세장 프렌치 토스트 하고, 그 위에 딸기, 블루베리 졸임, 휩크림.  그게 전부였는데, 정말 맛있었다.  (왜 사진을 안 찍었을까...) 다음에 지팔이 오면 그것 먹으러 함께 가야지.




(웹에서 빌려온 사진: IHOP Berry Berry Brioche French Toast) 커피하고 곁들여 먹으면 --- 음매 맛있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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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앞에 흐드러지게 핀 꽃.  저 꽃을 시골 우리 동네 사람들은 '사발꽃'이라고 불렀다.  흰 밥사발에 흰 쌀밥 가득 지어 퍼 담은것 같이 푸짐한 꽃.  한국의 절에 가도 절 마당에 이 꽃이 소담하게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부처님한테 공양하는 밥 같은 꽃이라고 한다던가.  

난 해마다 이 꽃이 피면, 시골 우리집, 뒷문밖 밭앞에 무성하게 피어나던 이 꽃나무와,  사랑채 뜰 쪽에, 배나무 사과나무 사이로 흐드러지게 피던 우리집 사발꽃 나무들이 생각이 난다.  우리 밭 가운데 있던 웅덩이 근처에도 이 꽃이... 이맘때 시골집에 가면 천지 사방에 이 꽃이 피어났는데...  지금은 갈 수 없는 우리 집. (다 갈아엎고 아파트 단지가 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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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세상에서 가장 예쁜 그림을 그려내곤 한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5. 3. 20:29




http://www.baltimoresun.com/news/obituaries/bs-md-ob-mick-kipp-20130430,0,227721.story


It is with great sadness that we learned of the death of one our own hikers, Mick Kipp, who passed away Sunday.

He had planned to do the 100K, but switched to the 50K, which he completed with great pride. He had been very, very happy about doing the hike and couldn't wait to try it again. Harper's Ferry was one of his favorite places. A naturally exuberant man with a lust for life, he touched many of us on that one day.


볼티모어 썬지 부고 기사에 이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활기차게' 실렸다. 활기로 가득했던 삶이었다는 말이다. 향년 51세.


지난 토요일에 50킬로미터 걷기를 마치고 애나폴리스의 집으로 돌아가 푹 자고, 일요일 오전에 심장마비로 사망.  명복을 빈다.


나도 이분을 기억한다.  왜냐하면, 번호표가 '급조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100킬로미터 참가자, 50킬로미터 참가자의 번호표가 각기 다른데, 이분의 경우에는 이도 저도 아닌 '급조한' 번호표를 달고 있었다.  처음에 100 킬로로 참가 신청을 했다가 행사 직전에 50킬로미터로 변경을 하는 바람에 주최측에서 마땅한 번호판을 준비를 못 했을 것이다. (가끔 그런 일이 있다).


걷다가 첫번째 휴식을 취한 스테이션에서 이분의 번호판을 보고, 이분을 쓱~ 일별하면서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 '몸집을 보아하니...100킬로미터는 안되시지...나처럼 50 킬로미터 걸으셔야지...'   왜냐하면, 내가 여태까지 봐 았던 100 킬로미터 참가자들은 '모두' 이런 몸집이 아니었던걸.  정말 마라토너들 몸집.  마라토너보다 더 정교하게 조각된 슬림 근육 나비들인데, 이분은 이런 체격 가지고 100 킬로미터는 힘들어 보였으니까.   행사 직전에 아마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시고 급히 바꾸셨을 것이다. 


굉장히 발랄하고 유쾌해 보이셨다.  키는 내 키보다 조금 클까...남자키로는 자그마하 하면서 동글동글 하고, 선천적으로 유쾌하고 방글방글한 성격이신 분. 


온종일 신나게 걷고,  집에 가서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 친구들에게 '어제 걷기가 얼마나 유쾌했는지'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심장 발작으로 급히 천국행 비행기에 오르셨다는 부고 기사 내용이다.  이정도면 하느님이 엄청 사랑하신 분이었을듯.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이런 죽음이 대부분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희망사항 아닌가.  잘 놀다가 '휙' 가는 것. 


몇해전 가을에 급히 심장발작으로 떠났던 동료 교수 챔버스 박사도,  오늘 오후 네시까지 나하고 가을 빛 내다보면서 즐거운 여행계획 이야기 하고, 그리고 내일 보자며 헤어졌는데, 아침에 부인한테서 '사망'했다고 연락이 왔었지. 갑자기 심장 발작으로 쓰러져서 사망했다고.  


걷기 행사 하시고 휙 가신 분은 정말 복이 많은 분이지. 생의 마지막 하루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그의 잠은 얼마나 달콤하고 깊었던가. 그의 마지막 아침은 얼마나 눈부셨던가. (그런데, 평소에 운동 많이 안하시다 갑자기 하루 무리 하신듯....) 하루 하루 마지막처럼 달콤하게 살아야지.


Mr. Kipp enjoyed hiking around Harpers Ferry, W.Va. He told a co-worker last week that he "hoped to end up there one day."

"We are going to bury his ashes at Harpers Ferry," said Ms. Kins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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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5. 2. 19:29






자원봉사 사진사들이 웹에 올려준 사진들 중에서.  동일한 순간에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 두장.  (완전 레드카펫  :-)   )   내 뒤로도 부지런히들 도착하고 있는 사람들. 



오른쪽의 앵두색 셔츠 여자분, 중간에 나하고 2마일쯤 함께 걷다가, 내가 뒤쳐졌는데, 도착점에서 다시 만났다. 


내가 덩치 큰 미국 사람들 속에 있을땐,  제법 (!) 작고, 수줍어 보이기까지 하구나. (게다가 제법 귀여워보이기도).  왼손에 움켜쥐고 있는 흰휴지 덩어리, 코피 닦아서 피떡이 되어가지고 남이 못 보게 꼭꼭 눌러서 뭉쳐 들고 있는 중. 휴지통에 버리려고.  셔츠에도 피가 묻고...




걷다가, 나 스스로 열패감을 느낄 때가 언제냐 하면 키가 한 이미터쯤 되는 찬홍이 또래의 젊은 미국애가 내 뒤에서 나를 추월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가만보면 그 친구하고 나하고 걷는 속도는 똑같다. 내가 실제로 뒤에서 발을 맞춰서 걸어봤는데, 저나 나나 같은 속도로 걷는데 그 친구는 황새처럼 벌써 저 만치 앞으로 가는거다.  그 친구는 심지어 걷다가 길에 서서 뭔가 딴짓을 하면서 그냥 안걷는것처럼 슬슬 걸어도 바퀴 달아 놓은 것처럼 저 만치 가고 있다.  


그 친구 다리가 내 다리길이 두배는 되는 것 같아. 완전히 황새하고 뱁새하고 걷기 게임 하는 꼴이다.  내가 아무리 다리를 길게 찢어서 보폭을 최대한으로 해봤자, 그 친구의 절반이라니깐...  그러니까 동일한 속도로 걸을 때 그 친구는 내 두배로 가는것 아닌가.   아이구...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우리나라 이봉주 선수 이런 분들 마라톤 하는 분들,  다리 긴 선수들 틈에서 단신으로 출전해서 막 일등 먹고 그러는 분들 -- 그 분들은 그냥 --한마디로 --- 위대한 분들이다. 


***


어제, 학생들이 걷기 잘 했느냐고 묻길래, 걷기 행사 간단히 설명해 주다가, 나도 모르게 했던 말. 

  "100 킬로 도전한 사람들은 새벽 세시부터 조지타운에서 출발해서 오는 사람들이거든.  우리가 50 킬로 출발하려고 모인 지점이 그 사람들한테는 이미 50 킬로 걷거나 달린 지점인거야.  그런데 아침 열시에 우리가 이제 시작 할 때,  거기를 통과 하는 사람들이 슬슬 나타나는거야.  하나, 또 하나 지친 표정으로 구보하듯이 나타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 인종, 용모, 나이 불문하고 -- 그냥 멋있어. 그냥 멋있고 섹시해. 그냥 멋있고 섹시해가지고, 그냥 그중에 아무나 나한테 데이트 신청하면 경비 다 내가 대고 모시고 다니면서 데이트 하고 싶은 심정이야.  그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섹시한 사람으로 보인다니까.  100 킬로 하루에 뛰는 사람들 말이지....그냥 옆에서 쳐다보기만 해도 '너바나'라니깐...  " 


백킬로 해결 하는 사람들은, 일단, 몸매가 달라. 굉장히 슬림한데, 그런데 흐트러짐이 없어.  그것이 본래 하느님이 만들어낸 아담의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렇게 단단하고 빈틈이 없고 그리고 멋있어.... 놀라운 인간의 몸이셔....랄라~  


이때, 저 쪽에서 박선생 : 야!  뭬라고? 아무나 데이트 신청해도 따라간다구? 그럼 난 어떻하라구?

이여사 왈: 안심허셔. 백키로 남자들은 나같은 것은 거들떠도 안보니까. 한 눈 팔면 백키로 못달리지~  백키로 못달리면, 매력이 없구. 긍께, 영원히 못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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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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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428 (구구단 사이는 팔 -- 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50킬로 걸었다는 인증 표딱지. 이거 하나 얻으려고, 회비내고 온종일 사서 고생.  인생이 그래. 다 쓸모 없는 것을 얻으려고 평생 살다가, 황혼에 대장님이 '와라' 하고 부르시면, '녜 갑니더' 하고 손 털고 가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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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랜드 화이츠 페리 (수로 35마일 표시 점) 주차장에 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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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한 구석에서 대장 마이클이 사람들 모아 놓고 주의사항 전달하는데, 나는 두번 해봤다고 '담임선생님' 말씀 안듣고, 그냥 따로 이쪽에서 구경.  (나처럼 말 안듣고 빈둥거리는 일동.)


올해 50킬로미터 걷기 참가자는 225명.  조지타운에서 출발하는 100 킬로미터 참가자는 125명 (합계 35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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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밀리면 나중에 한없이 뒤처져서 쓸쓸할까봐, 이번엔 작정하고 초기에 선두에서 걸었다. (첫 12 마일 기록이 세시간이니까  처음엔 시속 4마일 속도를 유지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중엔 기운 떨어지고 몸이 뻑뻑해지니까 뒤 떨어졌지만, 그래도 이번엔 100등안에 들었을걸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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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사진은 여기 올리는 것이 전부이다. 사진을 별로 안 찍었다. 그냥, 혹시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까...그냥 이 형광빛도는 초록의 향연을 눈과 마음에 담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늘 이거 걸을땐, 내년에 또 올 수 있을까, 마지막이 아닐까 그런 알 수 없다는 느낌.  내 몸이 미국에 있는 동안에는, 그리고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에는 해마다 오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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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명이 참가를 했대도, 이 길이 아주 아주 길고 한적한 길이니까, 걷다보면 백미터 전방 후방에 아무도 없고 그냥 나 혼자 걷는 시간이 더 많다.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걸으니까 그런 상태가 지속된다.  어쩌다 누군가가 추월할 때 그 때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리고는 그 사람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냥 내 페이스대로 걷는 것이다. 




첫 해에는 찬삐랑 함께 걸었지만 그 이후 두번을 나 혼자 참가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다. 두명, 혹은 서너명이 함께 걷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혼자 걷는 사람들이다 (100 킬로 선수들이야 더욱 그럴 것이고). 열시간을 동무도 없이, 귀에 음악을 꽂지도 않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들으면서 걷다보면 -- 혼자서 여러가지 생각을 골똘히 하게 된다. 대장님과 두런두런 대화도 나누고.  '대장님, 참 대단허시네. 이런걸 싹 마련해 놓고 내가 오기를 그렇게 오랜시간을,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를 기다리셨네.. 내가 안 왔으면 얼마나 섭섭허셨겠수.... 쏠랑쏠랑.' 혼자 걸어도 심심할 틈은 없다. 


(우리 대장님과 나의 진지한 가상 대화)


대장: (내 눈치를 살피며) 사랑하는 나의 피조물 인간아.   어때? 맘에드니?

나: (딴전을 피우며)...뭐...그럭저럭...

대장: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그..뭐..난, 너를 위해서 오늘 완벽한 날씨까지 준비 했는데 말이지...

나: (입을 비죽거리며) 뭐, 그럭저럭...

대장: (실망한 표정) 내가 너를 위해서 수만년 전에 강을 파고, 물을 흐르게 하고, 저 나무를 심고, 꽃을 심고, 나비를 만들고, 딱따구리를 저쪽으로 날게하고, 너를 보여주려고 말이다. 저기 커다란 황금나비, 저것도 때맞춰서 날게 하고, 바람을 불게하고, 이 모든걸 너를 위해서 내가 준비하느라 애를 썼는데, 넌 어째 반응이 그러냐...섭섭헐려구 그런다...

나: (사악하게 웃으며) 대장님도, 뭐 그런일로 섭섭허고 그러셔요. 내 맘 다 알면서...그러니깐, 내가 보러 여기 왔쟎아요. 

대장: 얘야, 넌 좀 사악해. 진작에 말허지. 난 섭섭해서 거의 울뻔했구나. 못된것.

나: 날 이렇게 만들어 놓으시고 뭘 그러셔~  그나저나, 나 목말라...

대장: 조금 후에 스테이션 나온다. 거기서 오렌지하고 물하고 먹어라.

나: 녜, 대장 최고셔.  근데, 다리가 아파요. 누구 나를 업어 줄 사람 없으까요?

대장: 조금 후에 내가 천사 보내주마. 넌 그냥 이 모든 것을 기뻐하며  즐기기만 하면 돼. (윙크) 

나: 대장 증말 최고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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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스테이션. (여기서 1시 5분에 다시 출발)  첫번째 스테이션에서는 그냥 게토레이드 한 잔 마시고 바로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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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스테이션 (여기서 샌드위치 만들어 주셔서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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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스테이션 (마지막 스테이션) -- 여기서부터 마지막 7.5 마일이 기다리고 있는거라 '아이고 아이고' 했다. 마지막 1.5 마일의 '지옥 코스'를 생각하면 지레 한숨이 나오는 판이니까.  걷기 행사중 가장 아름다운 강물이 펼쳐지는 코스가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6시 5분에 출발 -- 진행요원이 기록하면서 가르쳐준다.)

스테이션에서 빨간 셔츠 입은 사람들은 의료 자원봉사자, 흰 셔츠는 식음료 자원봉사자.  이런 자원봉사자들이 안계시면 이런 행사가 제대로 유지가 안 될 것이다. 





스테이션 세워진 것을 들여다보면 5마일 (스테이션 1) ---> 6마일 (스테이션 2) ---> 6마일 (스테이션 4) ---> 7마일 (스테이션 4) ----> 7마일 집결지. 대략 이러한 거리에 세워져 있다.  그래서, 걸을때, 집결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스테이션까지 몇마일 남았나를 생각하며 걷는다.  그러면 덜 지루하고 힘이 덜 든다.  '3마일 걸었다. 이만큼만 더 걸으면 음료수와 과일을 먹을수 있다...' 이렇게 자신을 달래며, 1마일마다 나타나는 마일포스트를 친구 삼아서 그냥 터벅터벅 걸어나가는 것이다. 멀리 보면 못 간다. 그냥 다음 스테이션에서 오렌지 한 조각 얻어 먹을 요량으로 한걸음 한걸음.  (그대신 가슴에 먼 지도가 담겨있어서, 꾀부리지 않고, 먼길 가는 마음가짐으로 줄창 가는거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요상해서, 내가 혼자 20마일 작정하고 걸을 때면, 15마일에서 기운이 빠지고, 20마일 즈음에는 휘청휘청하는데 -- 30마일 작정하고 걸을 때는 15마일에서 '이제 반 왔네' -- 20마일에서, 이제 10마일 남았네 하면서 아직 쌩쌩하게 걷고 있는거다. 마음을 멀리 두면, 몸도 이에 따른다.  목표를 높게 잡으면 몸도 높아진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러니까, 목표를 좀 높게 잡고, 자신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더 멀리, 더 높이 도약해야 하는거다.  사람에게는 그런 힘이 있다. (그래도 100마일은 내게 무리겠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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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일곱시 반에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셰이디 그로브 메트로 역으로 출발했는데, 출발 전 우리 만복이 복순이 바우와 기념사진. 


돌아오는 길에는 열이레 달을 봤다.  우리 왕눈이 대가리처럼 둥글고 큰 달이 우리 왕눈이 산소쪽 하늘에서 벙글벙글 웃으며 반기고 있었다.  아주 아주 크고 탐스러운, 약간 일그러진 예쁜 달.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2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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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에 Whites Ferry (35마일 지점)에서 출발하여 32.5마일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돌아오는 식으로 5마일을 해결하고, (30마일 지점에서 출발한 것과 같은 거리) -- 60 마일 포스트에서 다리 건너 하퍼스 페리 마을로 진입 약 1.5마일 거리의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면 집결 장소에 도착.  다리를 건너 두개의 언덕을 오르는 일이 우리들에게는 유명한 '지옥의 코스.'  도착하니 오후 8:50분. 



오전 10에서 오후 8시 50분까지 31.5마일을 걸었으면 -- 처음 30마일은 시속 3마일 속도로 걸었고, 나머지 언덕 두개 오르는 코스가 약 50분 소요 되었을 것이다. 



강변을 빠져나와 다리를 건너 하퍼스 페리 마을에 진입한 시각이 오후 8시였으므로, 아직 주변에 어둠이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갖고간 손전등도 꺼낼 필요가 없었다. 



작년, 재작년 기록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 분명, 오늘 기록이 내 신기록이 될 것이다.



신기록을 세울수 있었던 이유는... 작년보다 내 몸이 더 좋아졌다고 보기는 힘들고 (여자 한살 먹는게 얼마나 무서운건데...), 뭐랄까, '신세한탄'하는 요령을 터득했다고나 할까?  힘들기는 마찬가지인데, 힘들면 하늘을 쳐다보고 "아이고 대장님, 나 못 살겠어여. 아이구 내 신세, 아이구 내신세. 나를 좀 업어서 이 길을 건네주세요"  뭐 이러고 혼자 신세한탄을 하면 -- 누군가가 나타나서 도와주거나 혹은 힘이 다시 나거나 그랬다.  



마지막 6마일 남겨두고, 기진맥진 했을 때, 백인여자, 흑인남자 커플이 내 뒤에서 내 앞으로 앞질렀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내가 기운이 빠져서 서서히 많은 사람들이 나를 추월하겠지, 아이고 내 신세, 그래 추월해라...'이러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내 보폭에 맞춰서 내 속도대로 앞에서 걸었다. 마치 내 동행처럼. 내 길 인도자처럼.  그 흑인남자가 내 앞서서 걸으니, 나는 그 남자를 따라서 그냥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다. 딱 내 속도대로. 내가 편안히 걸을수 있는 보폭으로.  참 고마웠다.  그렇게 그 사람을 따라서 1마일을 '날아가듯' 걸었다. 



그래도 기운이 빠지니까, 나는 길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쉬는데, 이번에는 다섯명의 아주 유쾌한 남자들이 지나치면서 -- '너 힘들어서 거기 그러고 있는거지? 자 우리들이랑 함께 가자' 제안.  그래서 커피를 냉큼 마시고, 그들과 1마일을 또 갔지. 나중에 내가 다시 뒤처졌지만 -- 도착지점에서 이 사람들과 다시 만나서 거의 동시에 도착 도장을 찍었다.  



강변길 마지막 3마일은, 거의 구보. 아주 아주 느리지만 달리기 자세를 유지했다. 그냥, 기운이 나서.  그러니까 앞서갔던 동행들을 따라잡을수 있었지.  나는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우리 대장님이 열심히 나를 응원하고 계시다는 것을 느꼈다. Praise the Lord. 힘들땐, 무조건 신세한탄을 하는거다. 그러면, 힘을 주신다. 하!하!  몸이 이렇게 가뿐하다니.

(사진속의 손이 통통하다.  20마일 지점부터 눈에 띄게 손이 퉁퉁 부어올랐다. 아마 얼굴도, 발도 부엇을것이다. 언덕 올라갈때, 언덕 두개를 통과해야 하는데, 언덕 하나 통과하자 코피가 흘렀다. 마침 휴지가 있어서 휴지로 코를 틀어막고 마저 걸었는데, 다행히도 도착 할 때쯤 코피는 멈췄다.  내 몸이 고단했던 모양인데, 우리 대장께서 나를 돌봐주셔서 내가 힘든줄을 몰랐으리라.)



* 이전 블로그 기록을 살펴 보니 2011년에는 오후 10:19, 2012년에는 오후 9:30, 2013년에는 오후 8:50 .
사실 2011년에는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서 정말 날아다니듯 걸었는데, 찬삐선생께서 거북이 진행을 허셔서, 찬삐 부축하다 기록이 그렇게 된 것이고, 2012년에는 정말 컨디션이 안좋아서 고생 했다 (http://americanart.tistory.com/1659 ). 올해 내가 이런 기록을 낸 것이 정말 신기하고 기특하기도 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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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28.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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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오전 10 출발시각에 화이츠 페리에서 찍은 것이다.  18마일 걷고, 샌드위치 받아서 먹고 쉬면서 올린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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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2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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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50 킬로미터 걷기 행사에 간다.  


복장은, 목과 팔을 햇살에서 보호할 수 있는, 통기성 좋은  긴 팔 후드 셔츠. 그리고 트레킹 치마.  작년에도 신었던 등산화. 장갑 (손이 햇볕에 타서 까맣게 되는게 싫으니까.)


준비물은, 현금 약간, 카드, 면허증을 안 포켓에 넣었다 (지갑 갖고 다니면 무거우니까.)  그리고, 밤길에 필요한 손전등(배터리도 여분 준비).  비상 간식 초코파이 두개 (이것 필요 없는데, 찬홍이가 꼭 갖고 가라고 해서, 찬홍이 서운해 할까봐 넣는다.) 


물병에 물 한병만 채워가면, 스테이션마다 서서 물 보충해서 채우면 된다. 간식도 거기서 다 주니까, 그 때 챙기면 된다. (커피는, 스테이션에서 얻어먹기 힘드니까, 내 보온병에 한 병 담아가서 -- 마법의 피로 회복제가 필요한 시간이 오면 먹어줘야지.)




상습적으로 붓는 네번째 발가락 사이에는 미리 '몰스킨 밴디지'를 붙여서 예방 (내일 아침, 출발전에 붙이면 된다). 몰스킨 재작년에 사 놓은 것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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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에, 50킬로 두번 완보 했다는 인증서. 올해 완보하면 이런 딱지가 세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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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사용했던 손전등. 이번에는 목에 걸 수 있게 끈도 꿰어주고, 애교로 끈에 꽃도 한송이 달아 줬다.  아! 썬크림 넣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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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여덟시 반에 셰이디 그로브 메트로역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셔틀버스로 출발지로 이동. 열시부터 걷기 시작. 나는 저녁 여덟시에 도착하는 것이 일단 목표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전에 21마일을 일곱시간에 걸었는데, 여덟시는 무리겠지. 아무튼, 열시라도 상관없다. 열두시까지만 가면 되니까.  열심히 걸어보겠다.  




아이구, 내일 밤에 터벅거리며 목적지로 걷고 있을 나를 상상하면, 한숨이 나온다. 하하. 그래도, 온종일 강변길을 걸을 상상을 하니 가슴이 뛴다.  일년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아닌가. 


* 우리 사랑하는 나의 친구 왕눈아, 내가 내일 강변에서 예쁜 돌 발견하면 주워다가 네 무덤에 갖다 줄게. 왕눈아.  넌 달님하고 와서 응원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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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저녁 7:30 쯤에 왕눈이 산소를 향해서 집을 나섰다.  종일 집에서 책 보다가, 안나가려다가 그냥 나갔다. 달이 밝았다. 열 사흘 달 쯤 되려나. 아직 꽉 차지 않은, 그래서 안심이 되는. 


왜 안나가려다가 갑자기 나갔냐하면,  날도 춥고, 샤워나 하고 책보다 자야지 하면서 샤워를 하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샤워 커튼을 젖히고 내다 본거다.  전에 왕눈이가 살아 있을 때, 왕눈이는 집안 구석구석 나를 따라 다녔는데, 꼭 내시처럼 내 일거수 일투족을 일일이 감시를 했는데, 그러니까 내가 샤워커튼을 치고 샤워를 할 때라도 반드시 나하고 눈을 맞춰야 했다. 눈을 맞춰주면 안심하고 다른데로 설렁설렁.  그러니까, 샤워하다가, 내가 왕눈이 기척을 느끼고 평소처럼 '왕눈아 엄마 여깄다' 하면서 내다 본 것인데, 왕눈이는 거기 없었고.  거기 없는 왕눈이 빈자리가 너무 커서. 그래서 샤워를 하고는 곧바로 집을 나섰지.




개울가에서 희고 빛나는 돌멩이 하나를 찾아  주머니에 넣고. 


가는 내내, 달을 보며 갔다. 왕눈이가 마중 나와 기웃거리는 듯. 


어스름한 수풀 저너머, 왕눈이 무덤에 쌓인 돌무더기만이 희게 빛났다. 어둠속에서도 너희들은 흰 배꽃처럼 빛나겠지.  달밤에 왕눈이 산소에 오기는 처음 이구나.


돌아오는 길, 늪의 개구리들이 소프라노로 울어댔다 (하도 하이톤이라 새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가까이에서 들리기 때문일까?) 그리고, 내 오른쪽 어깨 너머로 달이 자꾸만 따라왔다.  숲이 깊어지면 나뭇가지 사이로 달이 보였고, 탁 트인 길에서는 맑은 하늘에 둥실한 달이 내 오른쪽 어깨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한걸음 가서 돌아보고

또 한걸음 가서 돌아보고


우리 왕눈이가 내 오른쪽 한걸음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아,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왕눈아, 설령, 엄마가 지구 반대쪽으로 이사를 간대도, 영영 너를 보러 못 온대도, 저 달을 보면, 저 달을 함께 보고 있을 너를 상상하면 되겠구나. 왕눈아, 우리는 죽어도 헤어지지 않아.  그런 생각을 했다.  웃다가 울다가 웃으면서 집으로 왔다. 달이 어찌나 환하고 예쁘던지. 


(사진은, 지난 주에 갔을 때 찍은 것.)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2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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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거실에서 내다 보이는 -- 4월의 예쁜 황혼.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몸의 노화 현상 때문인지 평생 겪지 않았던 것들을 겪게 된다.  작년부터 햇볕만 조금 쬐어도 따가와서 목에 만드시 스카프를 감고 다니게 된것도 그렇고,  지난 겨울에는 목에 아토피가 와서 고생을 했다.  내 곱던 목선이, 아토피 때문에 고운 색을 잃은 것 같아 서글프다.  이게 다 노화 현상일것이다. (그렇게 짐작하고 그냥 받아 들인다.)


올 해 봄엔, 평생 모르던 꽃가루 알러지로 약간 고생을 했다.  올 것 같지 않던 봄이 온다고 어느날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고, 벚꽃이 일제히 폭탄 터지듯 피어나던 화창한 날, 그날 나는 출근을 안해도 되었는데, 그래서 어디론가 소풍을 가려고 생각했는데, 온 종일 집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눈이 따갑고, 실내 공기에 노출 된 피부가 따끔거렸다.  심지어 청소 하느라 창을 열어 놓았더니 밖에서 들어오는 공기 (꽃가루) 때문에 눈이 더 따끔거려서 창을 닫고, 괴로웠다.  끝없이 재채기를 해 대고.  (아, 이런게 꽃가루 알러지인가봐...)  


그래서 나는 평생 모르던 알러지에 대해서 눈을 떴으며, 해마다 꽃가루 알러지를 겪는 사람들은 얼마나 심한 고통 속을 살아 온 것인지 자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군.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이군... 난 그걸 여태 몰랐으니, 그동안 축복이 넘쳤던거지...  이런 알러지는 운전중에, 학교 연구실에 앉아 있을 때도 마찬가지로, 괴로운 나날이었다. 


그런데, '눈이 따가워서 정말로 못 걷겠으면 그냥 집으로 온다' 작정하고 포토맥 강변으로 나가 걷는 날에는, 신기하게도 꽃가루 알러지로 인한 고통을 못 느꼈다.  왕눈이 산소에 가는날도,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꽃가루가 아무리 날려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상도 하지.


내가 꽃가루 알러지 때문에 눈 따갑고, 피부가 화끈거리고, 재채기가 연신 나오는 상황은 -- 7층 우리 아파트 실내, 운전 중 자동차 실내, 학교 실내. 학교 근처 돌아다닐때.  반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은 -- 포토맥 강변, 우리 동네 산책로 등 내가 수마일 걷는 노선.


그래서 내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상이하게 반응하는 내 신체 반응을 관찰하면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 

 꽃가루가 많아도, 내가 자연속에 있을 때는, 꽃가루 뿐 아니라, 이것을 중화시켜주는 다른 물질들, 나무와 흙에서, 개울 물에서, 그밖의 자연 속에서 배출되는 다른 물질이 꽃가루 알러지를 무기력하게 해 주니까, 모든 상태를 중화시켜주니까, 어떤 화학 물질이 특히 독성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꽃가루도 내게 알러지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자연이 배제된 상태-- 콩크리트로 지은 7층 아파트 실내, 아스팔트로 깔린 도로위를 달리는 자동차 실내, 역시 콩크리트와 아스팔트에 둘러싸인 학교 실내 이런 곳에서는 꽃가루 알러지를 무기력하게 하거나 중화시켜주는 '자연'의 장치들이 배제되었으므로 꽃가루의 유독성만이 내게 다가오는 것이고 -- 노화된 내 체력이 이러한 유독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리라. 아무래도 저항력이 떨어졌을테니까.  


이것이 내가 잠정적으로 풀이하는 -- 꽃가루에 내한 나의 신체 반응이다. 흙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에서는 알러지는 활개를 치지 못한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흙냄새를 맡고 살수 있는 환경, 그런데서 살다가 죽어야 하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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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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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저만치 가네

촬영: 이 은미 


내 친구와 걷기 한 판. Fletcher's Cove 에서   Bethesda 까지 왕복 (8마일)



(위) 아리조나 철교 위에서 아래 수로변 길을 찍은 사진.  나는 이 사진이 요즘 내가 찍은 사진 중에서 가장 맘에 든다!  왜냐하면, 오른 쪽 아래 구석에 사람이 있어서.



사실은 다리 위에서, 닭장같은 철조망 틈새로 내 아이폰 렌즈를 갖다 대고 철조망이 카메라 각에서 벗어나게 한 후에, 마침 조깅하는 사람이 보이길래, 그 사람이 저 각도에 들어 올 때 까지 기다렸다가 -- 찰칵!  (내가 의도한 대로 잘 찍혔다.)  왜 이런 구도가 좋은가? 누군가 물으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냥 이 구도가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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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빛이 도는 -- 몽환적인 초록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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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처즈 코브, 가겟집 앞에서, 내 친구를 기다리며 커피 한 잔.  한가로운 토요일 오전.  저만치 보이는 흰 바둑 강아지.  그 녀석을 쓰다듬어 주며 한참 놀았다.  개들은 내가 쓰다듬어 주면 참 좋아한다.  나도 개를 쓰다듬어 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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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데스다의 켄우드, 벚꽃 마을.  해마다 이곳의 벚꽃 구경을 했는데, 올 해에 여기 또 오게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내 친구 덕분에 올해도 여기 출석 도장 쾅.


벚꽃은 이미 절정을 넘어서서 바닥에 떨어진 꽃잎이 쌓이고 또 쌓여, 마치 어린아이가 분홍 크레파스를 마구 칠해 놓은 것 같이, 나무 밑이 온통 분홍으로 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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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진 자리에 돋아다는 초록 잎들.  꽃만 예쁜 것은 아니지. 기지개켜고 일어나 태양을 향해 웃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다 예쁘다.  


친구와, 눈처럼 날리는 꽃잎과, 초록 새싹들과... 복이 넘치는 하루. 






(위)  내 친구 카메라에 찍힌 나.  (내 손에 아이폰 -- 내 아이폰은 사진을 찍는 존재라 자신이 나와 사진 찍힌 적이 거의 없다. 내 아이폰에 사쿠라가 가득.)    아마, 내 친구가 저 나무를 찍고 있는데 내가 그 앞을  휙 지나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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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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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곱시 20분에 국회 의사당 주차장에 도착. 걸어서 Tidal Basin 타이들 베이슨 -- 워싱턴 최대의 벚꽃 명소까지 갔다.  호수 한바퀴 돌고, 오전 아홉시 20분 -- 곧바로 귀가.  이른 아침 두시간의 디씨 산책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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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봄은 늦게 왔다. 예년 같았으면 벌써 벚꽃이 만개하고 서서히 지고 있을 무렵인데, 아직 꽃봉우리들만 보인다. 아마 이번 주 금요일 쯤 절정에 다다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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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서 겨울 코트를 입은 사람들도 보이고. 하지만 해가 중천에 뜨는 한 낮이 되면 사람들은 반팔 차림으로 바뀔 것이다.




벤치에 앉아서, 집에서 가져간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꽃 구경.  개 끌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아서 -- 동네 개들 만져주며 즐거운 시간.  



어떤 일본인 남자 둘이 '일본어로 씌어진' 관광안내 책자를 들고 내 앞에 서서 '사쿠라' 사진을 찍고, 서로 독사진을 찍어주길래 "May I take a picture of you, guys? (니네들 사진 찍어줄까?)"  그 중 한 남자가 "노, 상큐" 한다.  그러더니 덧 붙인다, "Because, we, two, men." (왜냐하면, 우리 둘 다 남자라서...)  그 남자 대꾸 듣고 깔깔대고 웃었다. 말 한 그 남자도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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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아래에서는 '활짝 핀 벚꽃 나무 아래에서'라는 일본 단편을 읽어야 하지만, 그 책을 작년에 이삿짐 보따리 싼 상자속에 그냥 그대로 있어서 (상자를 풀지도 않았다는 뜻), 올해는 읽지 못한다.  그 대신에 벚나무 아래에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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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0킬로미터, 5킬로미터 마라톤 대회가 이곳에서 있었다. (난 달리기는 잘 못 한다. 거북이처럼 걸을 뿐이다.) 달리기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매력적으로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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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 박물관 앞을 지나치는,  혼자 조깅하는 사람도 근사해보이고 (맞은편에 스미소니안 캐슬 -- 인포메이션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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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미술관 앞을 지날 때, '오필리어'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이 것 보러 미술관에 와야지 하고 생각했다.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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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파란 꽃도 아직 꽃잎이 열리지 않았다. 쌀쌀한 4월 날씨.  하지만, 금주 안에 모든 꽃들이 팝콘 터지듯 피어나겠지.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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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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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맥 강변 체사피케 오하이오 수로 길 (지난 주에 12마일에서 22마일 지점까지 왕복)을 오늘은 10.5 마일 지점에서 0 마일 (시작점) 까지 왕복하는 행로를 선택했다.










캐더락 파크에서 출발하여, 그냥 수로를 택하면 길이 직선거리 인데, 강변의 정취를 즐기고 싶어서 강변 숲 트레일을 선택. 결과적으로 산책 행로가 길어졌다.


위의 캐더락 파크 입구에서 기념 사진  (민망해서 사이즈 줄였다 -__-;; ) 을 찍은 것이 오전 9시 30분.  검정색 파카를 입고 갔었는데, 파카는 벗어서 배낭에 넣었고,  치마 속에 얇은 쫄바지를 입고 갔는데, 그것은 벗어서 차에다 놓았다. 아침에 춥고, 비 예보가 있었는데 --쾌청할 것이라는 라디오 예보가 들리길래, 옷차림을 최대한 가볍게 했다.


빌리 고트 트레일을 헤메다가 9마일 스톤에 도착 한 것이 10시. 여기서부터 0마일 지점까지 두시간 반, 걸렸다. 0 마일 지점에서 더 나아가서 케네디 센터 앞까지 갔다가 조지타운 하버로 돌아와 간단히 요기.  하버에서 1시에 출발, 다섯시까지 네시간 동안 줄창 걸었다.  



오늘 준비한 식량:

  1. 찐고구마 작은 것 한개. (5마일 걷고 먹었다.)
  2. 물 두병 (한병은 다 먹었고, 한병은 그대로 남았다)
  3. 커피 --보온병에 한병 (반쯤 마시고 남았다)
  4. 사과 한개를 반으로 잘라 두조각 (반은 조지타운 하버에서, 나머지는 돌아오는 길 5마일 걷고 먹었다.)
  5. 바나나 두개  -- 가는 길에 한개, 조지타운 하버에서 한개.
  6. 삶은 계란 -- 조지타운 하버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물이나 커피에 대한 욕구는 지난 주에 비해서 현격히 줄었다. 식욕도 지난 주에 비해서 줄었다. 내가 분석한 바로는 -- 지난 주에는 오랫만에 먼길 행장이라, 스스로 약간 스트레스를 받고 (내가 건강한지, 잘 해낼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니까) -- 그래서 더 먹어댔던 것 같다.  이번에는 -- 지난 주에 한번 해 봐서 가늠이 되니까, 별로 걱정이 안 되어서 뭘 먹을 생각도 별로 안 났다.  


내가 경험해 보니 아는 길 보다 모르는 길에 대해서 사람들이 갖는 스트레스가 큰 것 같다. (물론 내가 걸은 길들은 모두 잘 아는 길들이지만, 자신의 건강에 확신이 안 설때는 그 길도 불안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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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마일 지점에서 (6마일을 걸었다는 뜻) --  멀리, 이 아리조나 기차 철교가 보일때부터 내 가슴이 쿵덩쿵덩 뛰었다.  매클레인에 사는 5년 동안 이 검정색 철교에 얼마나 자주 왔던가. 여기가 강변 산책의 시작점이었으니까.  온가족이 나올 때도 있었고, 왕눈이와 나올 때도 있었고, 이 다리를 내 친구, 스위스에 계신 내 선배, 내가 좋아하는 소중한 사람들과 얼마나 드나들었던가.  


우리 왕눈이와 이 길을 걸을 때, 왕눈이가 힘들면 내가 그 냄새나는 녀석을 안아 올려가지고 아기 안고 다니듯 했는데.... 길가는 사람들은 그 꼴이 우스워서 쳐다보고 웃었었다.  왕눈이를 안고 가면서 나는 얼마나 흐뭇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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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처럼 정겹게 느껴진 플레쳐즈 코브 -- 자전거/배 대여점.  마당의 벚나무에 흰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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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의 맨 끝/시작점 0 마일 지점 잔디밭에서 노는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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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조지타운 하버.  (케네디 센터 쪽에서 보이는)

하버에 앉아서 준비해 간 간식을 먹고 쉰 것이 한 20분 되려나?  모처럼 조지타운에 갔으니 정다운 식당에서 뭔가 맛있는 것도 먹고 싶었지만 -- 먼 길 돌아갈 생각을 하니 한숨... 그래서 서둘러 다시 길을 떠났다.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먼 길 가야 하는 사람은 아무데서나 늘어질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 가짐이 그렇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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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포토맥 강변의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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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버터컵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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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연두색으로 펼쳐진 것이 사실은 '연두'가 아니라, 노란 버터컵이 뒤덮에서 초록과 노랑이 섞여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강변에, 사슴들이 뛰노는 빈터가 온통 이 노란 버터컵으로 뒤덮였다.  온종일 -- 이렇게 뒤덮인 강변길을 걸었다.  우리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서 얼마나 근사한 세상을 만들어 놓으셨는고.  이것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셨을테니, 내가 안 나와 봤으면 얼마나 서운하셨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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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비가 내려서, 콸 콸 소리지르며 흐르는 포토맥. 그 흥건한 물 소리에 귀도 씻고 마음도 씻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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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시 반부터 다섯시까지 일곱 시간 반 동안 22마일.  지난 주보다 더 긴 행로였는데 몸은 지난주보다 가벼웠다. (물론 후반에 힘이 들었는데 그럭저럭 할 만 했다).  아무튼 4월 말에는 32마일을 걸어내야 하는거니까, 몸을 더욱 단련해야 한다. 


그래도 점점 몸이 다시 튼튼해지는 것이 느껴져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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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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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눈아, 너는 생전에 보지 못했지. 이 호숫가 언덕에 수선화가 무리지어 피어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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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핀 곳은 어디나 고향같다.  지구 정 반대편에 있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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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에 수양버들 가지도 이리저리 흔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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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파란 하늘 아래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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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물 빛 속에 내 그림자, 나무 그림자.  잠시 함께 있었다.


Daffodils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That floats on high o'er vales and hills,
When all at once I saw a crowd,
A host, of golden daffodils;
Beside the lake, beneath the trees,
Fluttering and dancing in the breeze.

Continuous as the stars that shine
And twinkle on the milky way,
They stretched in never-ending line
Along the margin of a bay:
Ten thousand saw I at a glance,
Tossing their heads in sprightly dance.

The waves beside them danced; but they
Out-did the sparkling waves in glee:
A poet could not but be gay,
In such a jocund company:
I gazed--and gazed--but little thought
What wealth the show to me had brought:

For oft, when on my couch I lie
In vacant or in pensive mood,
They flash upon that inward eye
Which is the bliss of solitude;
And then my heart with pleasure fills,
And dances with the daffodils. 


1-2-3연까지 과거형이던 시가, 4연에서 현재형으로 시제가 바뀐다.  시인은 젊은 날 호숫가에서 보았던 끝없이 펼쳐져 있던 수선화를 회상한다. (거기까지가 3연). 3연에서 그는 말한다, 나는 그 광경을 기쁨에 넘쳐서 보고 또 보았지만 이런 광경이 내게 무엇을 가져 올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나이 들어) 소파에 멍하니 누워 있을때 -- 젊은 날에 보았던 그 수선화들이 내 내면의 시선에 반짝이며 돌아온다고 한다.  그것이 혼자 있음에 내재한 축복이라고.  그러면, 내 가슴은 기쁨으로 넘쳐서 그 수선화들과 함께 춤을추게 된다고.


수선화 꽃이 피는 봄이 오면, 해마다 나는 워즈워드의 시를 꺼내 읽는데, 오늘은 -- 호숫가에서 수선화 언덕을 본 덕분에 -- 시인이 보았을 그 호반의 수선화가 어떠 하였을지 상상이 되었다.   내가 스무살 이던 대학 시절, 나는 수선화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이 시를 읽고, 외우고 그랬는데, 이제 내가 그 수선화 무리 속에 서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수선화 시를 열어보면, 스무살 3월 김재인 교수님의 첫 수업을 듣던 날의 햇살이라던가, 그 차갑고도 황홀했던 공기, 그런 것들이 그대로 다시 기억난다.  워드워드의 시는 <기억의 시>라고 할 만 하다. 그는 기억을 노래하는 시인이었다. 


아, 영국 가 보고 싶다.  내가 학부 전공이 소위 '영문학'인데 여태 영국 구경을 못 해 봤다. 아, 영국 구경하고 싶다. 런던에서 워즈워드의 '런던'을 읽고, 틴턴애비에서 '틴턴애비'를 읽고, 아 그러면 재미있겠다. 캔터베리 사원에서 캔터베리 테일즈를 읽고...뭐, 엘리자베스 여왕이 그려진 노턴 앤솔로지 한권 들고 가서 책 보면서 구경하면 -- 이제 나이도 들고, 세상을 이해하는 시선도 어릴때보다는 그래도 좀 더 익었을테니까, 게다가 '학점' 걱정 안해도 되니까, 재미 있겠지.  "대장님, 듣고 계시나요?"  <--- 알았다, 내가 적당한 때에 보내주마 <--- 예이~  알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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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