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3. 6. 1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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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빌 브라이슨이 A Walk in the Woods 에서 신랄하게 비평한 것처럼 (다른 걷기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비난) '걷기'에는 최악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가 없으면 식품점에 가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로 '자동차 공화국'이다.  땅이 넓다보니 공간적으로 듬성듬성 자리 잡은 편의시설들은 '자동차'로 오고 갈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차가 없는 사람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근처 마켓에 버스를 타고 다녀오려면 한 나절이 걸린다), 운동부족 현상은 '뚱보 나라' 미국을 완성시켜 가고 있다. 


그래서, 걸어서 5분 - 10분 거리 안에 '거의 모든 생활 편의 시설'이 다 있는 현재 나의 위치는 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어떤 현상이라 할 만하다. 


다음주에 한국으로 귀국하는 친구를 위한 작별 선물을 만들고 있는데, 단추가 필요해서 근처 크래프트 샵에 다녀왔다. 마치 한국에서 동네 가게에 나가듯 슬슬 바람쐬며 걸어가면 당도하는 쇼핑 몰.  마땅한 단추 고르고, 동네 상점 기웃거리다가 다시 바람 쐬며 돌아오는 길. 


여기서 내가 근무하는 곳 까지는 직선거리 4마일.  찬홍이가 집에서 출발하여, 걸어서 내 연구실까지 오는데 한시간이 안 걸렸다. 구글맵으로 주소를 넣어보니 아주 정확하게 4마일이라고 일러준다.   내일은 (비가 안 온다면) 아침 일찍 걸어서 학교에 나가 볼까.  걸어서 직장에 다니고, 걸어서 동네에서 장을 보고 돌아다니면 -- 나는 두 발로 걸어서 모든 용무를 다 보던, 전통 농경사회의 삶의 패턴으로 회귀하게 되는것이 아닐까?  아, 신석기 시대로 돌아간 듯 가슴이 아련해 진다. 


내가 집에서 출발하여 내 오피스까지 도착하기 위해서 횡단보도를 몇개를 건너야 할까? 길이 갑자기 뚝 끊어진 곳이 있다는데, 그 곳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것이 위험하지 않을까?  그래도 찬홍이가 이미 벌써 내 길을 걸어서 다녀 와 봤으니까, 찬홍이가 코치하는 대로 하면 아무 문제 없이 걸어서 일터에 다니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내일 비가 쏟아지지 않는다면 -- 나는 걸어서 학교에 가 봐야지. 



* 내가 오른쪽을 비스듬히 쳐다보고 있는데 -- 그곳은 옛날에 박선생이 처음으로 미국에서 근무할 때 몇달간 드나들던 사무실이 있던 곳이다. 내가 그 건물 뒤 마을로 이사하게 될 줄을 그 때는 몰랐던 것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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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