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3. 6. 9.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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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아닌, 숲으로 들어가 발견한 블루베리 수풀.  야생 블루베리는 조선 앵두처럼 이렇게 작구나.  며칠동안 비가 쏟아졌으니 내가 손으로 씻은 것 보다 더 정갈한 열매 이리라.  하나 따서 입에 넣으니 작지만 아주 달다.   이제부터 여기에 몰래 숨어들어 블루베리를 따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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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의 길 일까? 사람 하나 간신히 빠져나갈 숲속의 오솔길.  


이런 요정들의 숲길로 돌아오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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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처럼 포개진 숲이 비를 가려주는, 비 내리는 숲길을 걸으며, 그 황홀한 초록속을 물 흐르듯 지나치며 문득 -- 메릴랜드 컬리지 파크에서 보냈던 지난 일년의 세월이 마치 유형지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거기서도 불편함 없이 살았고, 그 집이 내게 주는 풍경을 사랑했는데, 막상 돌아와보니 그곳에서의 삶이 무척 힘들었다는 느낌.  아마도 왕눈이를 잃어버리는 그 쓰라린 시간을 견뎌야 했기 때문이겠지. 출퇴근을 하는 일이 늘 부담스러워서 헉헉 댄 것도 같고.  일주일에 한번씩은 차에 개스를 채워야 했지.  (이사 온 후에는 일주일 내내 돌아다녀도 개솔린 계기판에 큰 변화가 없다. 아마 이러다 한달에 한번 주유 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시간대를 잘 못 잡으면 27마일 거리의 하이웨이에서 두시간 반을 보내야 했지. 그런 날엔 집에 가면 우울하고 피곤했다. 진저리가 쳐 지고.  아주 먼길을 세시간 달리는 것과 지척의 거리를 세시간 달리는 것에는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울화통 터지는 교통 지옥.  거기서 해방 된 것만으로도 나는 한결 몸이 가볍다.



나는 내 삶의 힘든 일년을 잘 살아냈다고 생각해본다.  잘 견뎠다.  






빗길을 걸어서 흙투성이가 된 운동화를 깨끗이 빨아야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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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