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2. 3. 23. 23:45




찬홍이와 벚꽃축제 :) 걷기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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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2. 3. 21. 10:30



봄날이 가는 것이 안타까워서, 학교에서 수업 마치자 마자 대충대충 책상위를 정리하고 집으로 달려왔다.  운동을 다녀와서 쉬고있던 찬홍이를 끌고 포토맥으로 향했다.  찬홍이가 운전대를 잡아서, 내가 차창밖의 풍경을 사진기에 몇장 담을수도 있었다.  체인 브리지 로드.  하늘에 떠있는 '꽃구름.'


비가 뿌렸던 걸까? 길이 촉촉하고 웅덩이에 물이 고여있기도 하고, 온세상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 그렇게 싱싱한 봄날의 오후. 웅덩이에 고인 물에 비친 나무의 연두가 너무 생생해서 슬프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일까?  작년까지도 나는 꽃잎에 열중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자꾸만 초록, 연두가 시선을 잡는다. 심지어 이 봄날의 연두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길가다 문득 문득 발을 멈추고 연두 잎을 들여다보거나 손으로 만져보기도 한다.  연두, 초록, 네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몰라.  살아서 이렇게 아름다운 색깔을 보고 만지고 하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산다는 일은 참 벅차고 힘든 숙제 같은 거지만,  그래도 이렇게 고운 빛깔을 볼 수 있으니 위로가 되고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찬홍이가 찍은 내 뒷모습이 참 태평하고 아담해보여서 맘에 들었다.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 살았다는 것을 기억해야지.




키브리지



조지타운 스포츠 용품점 쇼윈도. Run, Recover, Repeat. 달리고, 회복하고, 다시 달리고.
찬홍이가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루에 5-7마일을 꾸준히 달리고 있다고. 하도 기특해서 내가 달리기 운동화와 운동복을 사주기로 했다.  찬홍이를 따라서 나도 조금씩 달리기를 해 봐야지.



요즘 찬홍이와 외출을 하면 프로즌 요거트를 사 먹을때가 종종 있다. 만날때마다 한번씩은 사 먹는것 같다.  전에 혼자서 프로즌 요거트를 사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맛이 없어서 먹다 버렸다.  찬홍이와 먹으면 맛있는데, 혼자 먹으면 재미가 없다.  그래도 아이스크림은 느끼해서 다 못먹는데 프로즌 요거트는 작은것 하나는 거뜬히 해결한다. 즐거운 프로즌요거트.





집에 돌아오는 길에 조지타운에서 아주 고색창연하고 위엄있어보이는 빵집을 하나 발견했다. 빵집 점원이 갓 만든 빵을 진열하다 말고 창밖의 내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다음에 조지타운에 오면 이 빵집에 들러서 예쁜 파이 하나를 사 먹어봐야지!!!






꽃잎이 잔설처럼 내려 쌓인 조지타운 수로변. 파타고니아 옷가게 앞이다.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를 무심코 흥얼거리게 된다.

 


그리고 수로 너머로 지는 저녁해.  찬홍이와의 즐거운 강변 산책.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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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2. 3. 20. 10:45





 



리버밴드 파크에 산책 갔다가 만난 퍼그 종 개 한마리. 물론 곁에 주인이 있었다. 목줄을 묶어야 하지만, 한적한 숲속이고, 개도 순둥이라서 주인이 그냥 풀어놓고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 녀석은 오만상을 찌푸린채로 (원래 생긴게 그런 것이지 원래 걱정이 많은 개는 아닐 것이다), 꽃밭을 서성이며 연신 꽃무리에 코를 박고 나오려 하지 않았다. 못생긴 개와 꽃이 어쩐지 아주 잘 어울리고, 정겨워 보였다.  이 장면에 맞은 짧은 동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나중에, 생각나면.)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2. 3. 20. 10:39



폭탄 맞은듯 갑자기 몰아닥친 봄날에, 내가 마음이 바쁘다. 갑자기 봄이 왔기 때문에 예년 같으면 차례차례 피어날 봄꽃들이 순서 무시하고 한꺼번에 피어나고 있고,  아마도 이렇게 황망하게 봄날은 지나갈 것이다.  이꽃이 지면 저꽃이 피고, 이런 순서가 사라진 것이다.  아쉬운 일이다.

퇴근후에 저녁나절에 리버밴드 파크에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가 예상했던대로 작년보다 이르게 버지니아 블루벨 (파란 종) 꽃이 이미 길섶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었다. 앞으로 열흘정도 후에는 길이 온통 파랑이 되겠구나.  놓칠뻔 했다. 금주중에 터키런에도 가 봐야 하고...마음이 더욱 급해진다.  봄 아가씨가 벌써 저만치 가버리는 것 같아서다.





그레이트폴스까지 산책.











돌아오는 길에 찬홍이가 강가에서 놀다가 뻘흙에 두발이 빠지고 말았다.  그래서 넓다란 바위에 앉아서 흐르는 물에 찬홍이 양말도 빨아주고, 발도 씻어주고, 뻘흙이 뒤범벅이 된 운동화도 깨끗이 빨아 주었다.  강변의 바위에 앉아 빨래를 하고 있자니 마음이 한가로워졌다. 

찬홍이가 내게 미안했기 때문에, 앞으로 봄방학 끝 날때까지 매일 엄마가 산책가자는대로 함께 다니기로 했다.  4월말에 50 킬로미터 걷기를 성공적으로 하려면 이제 슬슬 몸만들기를 해야 한다. 거의 두달가까이 꼼짝 않고 누워서 뒹굴거리고 지냈기 때문에 몸이 둔해지고 발걸음에도 속도가 붙지 않는다. 민첩하고 단단한 몸을 만들어놔야 장거리 걷기를 무사히 해 낼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올 봄에는 단거리 달리기에도 도전을 해 볼 것이다.  이 봄이 다 가기전에 해야 할 일들이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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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2. 3. 19. 04:24
지난 금요일 저녁에 스프링 브레이크를 맞은 찬홍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어제는 종일 5월의 날씨처럼 화창했고, 꽃이 천지에 미친듯이 피어났고 햇살이 너무 눈부셨다.

오늘은 종일 구름낀 날씨가 예보되어, 아침에 찬홍이와 산책을 나갔다. 오랫만에 찬홍이와 베데스다.

차를 포토맥강변 마을에 세우고,  개나리가 만발한 어느 집 담장 앞에서 사진도 찍고.


숲길에 핀 야생 수선화에게 인사도 하고


누군가가 쓰러진 나무를 토막 내어 세워 놓고는 심심풀이로 조각을 한 듯.  나무 토막 일부를 잘라내어 의자를 만들어 놓았다.  나무꾼의 의자.





오랫만에 찬홍이와 커플샷 놀이도 하고. (불쌍한 찬홍이. 아직도 여자친구가 없어서 엄마하고 논다)
엄마 곰은 날씬해. 아기 곰은 뚱뚱해. 찬삐곰은 너무 귀여워~!


연두빛으로 물이 오르는 숲의 자태가 눈물겹게 아름다운, 아주 짧은 일년중 한때.


개울가 숲지대를 덮고 있는 이끼같이 고운 Buttercup.


다리의 철조망 사이로 삐죽 내민 벚꽃. (호기심 많은 강아지가 울타리 밖을 내다 보는듯 앙증맞고 귀엽다).





케닐우드 벚꽃 마을의 벚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직 만발한 것이 아니다. 다음 주말에 가면 온동네가 흰 벚꽃으로 뒤덮이리라... 다음 주말에 또 이곳에 와야지. (이 나무에 이렇게 걸터 앉으면...(작년에도 이 가지에 걸터 앉았었다) 어김없이 오스카 와일드의 '키다리 아저씨, 이기적인 거인 이야기가 떠오른다.  아이들이 나무에 오르자 봄이 찾아왔다는 이야기. 한아이가 나무에 오르지 못해 울고 있자 거인 아저씨가 아이를 나무에 올려 준다. 그러자 그 나무에도 꽃이 피고, 거인은 아이의 손발에 못자국 상처가 있는 것을 보고 화를 낸다, "누가 네게 이렇게 몹쓸짓을 한거냐?"   빙긋 웃고 사라지는 아이.

나무아래를 지나가는 꼬마 아이가 부러운듯 쳐다본다.



나무에 기어오르는 꼬마아이들.


늘 들르는 카페 뺑 꼬디디엥에서 늘 먹는 음식을 주문하여 먹고, 즐거운 봄날의 오전.

***  ***

살면서 올해 봄처럼 반갑고 고마운 봄은 처음 인 것 같다.  그만큼 지난 겨울 나기가 힘이 들었다. 2월 한달간은 정말 하루하루가 힘이 들었다. 내가 뜨개질만 내내 했던 것은, 일어나 걸을수가 없이 힘이 들어서, 침대에 기대 앉은채 뜨개질을 하다가 자다가 했기 때문이다. 잠이 깨면 뜨개질을 하고 그러다 졸리면 다시 뜨거운 전기담요 속으로 들어가 자곤 했다.  드디어, 결국, 내가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이러다 죽나보다 했다.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중병 환자 병동에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다. 병원에 일찌감치 안 간 이유는, 중병 선고 받기가 싫어서. 최대한 미루기 위해서.

의사는 '아무 병도 아니다'라고 나를 안심 시켰고, 그래도 나는 여전히 아팠고, 3월이 되고 세상이 꽃이 피면서 나를 괴롭히던 통증도 요술처럼 사라졌다. 정말 요술 같다. 내가 세상에 꽃이 피어나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내 몸의 통증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지금 1년전처럼,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 처럼 몸이 가볍고 건강하다.  부활한것처럼.

그래서, 지금 내가 누리는 이 몸 가벼운 건강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가 건강한 몸으로 맞는 이 봄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지 절절하게 느끼고 있다. (오늘 오랫만에 걸으러 나갔는데, 조깅하는 사람들을 따라서 달려도 몸이 가벼울만큼 그렇게 가뿐했다.) 이제 다시 뭔가 계획하고 노력하고 성취할수 있을것 같다.  다시 봄이 온것 같다.

지난 겨울은 너무나 혹독했고, 웅녀처럼 내 굴속에서 뜨개질을 하며 버티던 그 겨울의 시간은 내게 많은 소중한 것들을 일깨워주고 있었으리라.  굴밖의 세상은 황홀하게 아름답다. 이제 다시 부지런해져야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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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Life2012. 2. 8. 22:13

미학자이며 논객인 진중권씨는 10여년전 내 눈에 났다. 그의 베스트셀러라는 '미학 오딧세이'를 읽다가 책을 집어 던지는 것으로 나는 그와 절연했다. 그는 독자인 나를 알리도 없지만 말이다.  이유는?  참 별것도 아닌 이유다.  하지만 책 읽다가 내가 감정이 상했기때문에 나 혼자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려 버린 것이다.  뭣때문에?  그가 무슨 작품에 대한 썰을 풀던중 "권력이 생기면 술과 여자도 얼마든지 즐길수 있고...." 이런 말을 했다.  '술과 여자'  참 아무나 쉽게 내뱉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진중권의 책에서 그런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오리라고는 기대를 안했다.  '이 새끼도 똑같은 새끼군...재수없어...' ---> 이것이 그당시 나의 아주 원색적이고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결국 --> 너같은 놈이 쓴 미학책 따위, 개나 물어가라고 그래.  뭐 이렇게 된거다.

나는 현재 진선생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의 책을 들여다 볼만큼의 애정은 느끼지 못한다. 그가 그의 분야에서 건필하기를 바랄 뿐이다. 

***

강아무개 의원이 술자리에서 몇마디 실언을 한것이 문제가 되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을때, 나는 그의 인생이 참 딱하게 풀린다는 기분이 들었다.  실언 맞다.  나는 내심 그가 빨리, 잽싸게, 꼬리 팍 내리고 무릎 조아이고 싹싹 빌면서 '죽을 죄를 졌다. 술먹고 실언했다. 한번만 용서해달라'고 '사내 대장부'답게 '쿨'하게 행동을 해주기를 바랬다.  머리좋고 전도 양양한 쓸만한 국회의원이 아닌가 말이다.  그의 불운하고 억울한 가족사와 개인사가 제법 나의 마음을 움직였을수도 있다. 난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를 좋아한다. 드라마틱하니까. 하지만 그는 지저분하게 일을 마무리했고, 이상한 나락에 빠져들었다.  나는 그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

나꼼수가 비키니 파동에 휘말렸다.  기성언론이 어떤식으로든 이를 언어적 성추행의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저쪽의 프레임 놀이와는 별도로, 나는 나꼼수가 이것을 어떻게 깔끔하게 정리하고 넘어갈지 주시하고 있다.  내가 아직 젊고 철이 덜 들었을때는, 단지 '술과 여자'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쓸만한 논객을 단칼에 내 인생에서 지워버리는 치기를 보였지만,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고, 인내심도 좀 생겼고,  내 동생뻘 되는 남자들이 세상을 잘 모르고 말 실수 하는 것에 대해서 제법 관대해 진 면도 있다.  그래도, 그들은 '무엇'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왜 어떤 단어나 말이 여성들을 분노하게 만드는지 들여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쏟아내는 말 99 프로가 옳다해도 1프로가 오류가 있다면 시정을 해 주기를 나는 바란다. 쿨하게. '실패!' 이러고 한마디만 외쳐줘도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에게 박수를 날리고 여전한 애청자로 남을 것이다. 1프로의 오류 때문에 99프로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쫄지말라. 그리고 사과하라. 사과는 원래 진정 쫄지 않는 사람만이 할수 있는거다.

****

나는 처음 만난 사람(남자)가   대뜸, "미인이시네요" 하고 인사를 날리면 겉으로는 무표정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 하는 욕설을 상대에게 날린다. 재수없고 불쾌하다는 뜻이다. 내가 일하는 사회적인 영역에서 내가 미인이건 아니건 나는 아무 상관이 없다.  거기서 미모를 논하는 것은 무례한 태도이다.  <====== 남자들은 이런 내 심사에 대해서 "미인이라고 칭찬하는데 뭐 어때서 난리니?" 할지도 모른다.  글쎄, 나로서는 그 말이 성추행에 버금가는 아주 불순하고 지저분한 말처럼 들린다. 상대방의 의사와는 별도로 나로서는 기분이 아주 더럽다.  ---> 바로 이런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심사다. 아무자리에서나 그저 이쁘냐 안이쁘냐 가슴이 섹시하냐 안하냐 이런거 논하지 말라.  이쁘다 안이쁘다는 내 가족 내 애인이 내게 해줄수 있는 말이지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이 내게 대놓고 할 말이 아니라는거다.


****

여자 참 상대하기 어렵고 거추장스럽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겨우 이정도를 숙지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렵고 거추장스러운가?  여자들은 온갖 눈치를 다 보며 겪으며 살아가는데, 새발의 피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여자들 남자보다 몇배 노력해야 남자와 동등한 위치에 오른다.  그 여자들이 기울이는 노력의 반의 반의 반만이라도 남성들이 여성을 대하는 예의에 신경을 써준다면 이 세상, 참 많이 평화로워질것이다. 잘 모르겠으면 여성학 책이라도 보고, 공부도 좀 하고 그래야 한다. 

이해하려는, 배우려는 노력도 않고,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지랄들이야!" 하고 쿨하게 그냥 넘어가러 들때 그때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2. 2. 2. 10:29

http://onedayhike.org/

오늘 정오에 등록창이 열렸다. 일년에 딱 하루 모이는 모임. 4월 마지막 주 토요일 (4, 28) ! 결전의 날이다!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서 12시가 되기를 기다리다가 등록을 하고, 셔틀버스 서비스 신청서 작성도 마쳤다.

 * 등록비 : 100 킬로미터, 50 킬로미터 선택에 상관없이 일인당 50 달러.
 * 셔틀    : 가는 것은 무료, 돌아오는 것은 10 달러.  (50 킬로 참가자들은 Shady Grove 역에서 모여서 화이츠페리로 이동해야 한다. (중간지점에서 출발)

작년에는  뒤늦게 신청했다가 셔틀 서비스를 못 받아서 라이드 구하느라고 속 좀 썩였다. 그래서 이번엔 1등으로 신청하겠다는 각오로.

준비 완료.  그날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찬홍이는 마침 기말고사 기간이라 '면제' 되었다. 찬홍이가 어찌나 기뻐하던지!  안 갈수 있는 완벽한 핑계가 생겼으니.

이번에는 나도 혹 달린 것 없이 자유롭게 내 패이스대로 걸어볼수 있겠다. 나의 목표는 열시간 안쪽에 50 킬로미터를 완보한다는 것.  찬홍이하고 12시간 걸렸으니까, 혼자라면 10시간 이내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해 넘어가기 전에 끝내자.)

달력 보니 90일도 안 남았다.  뭔가 기다릴것이 있으니 기분이 좋다.  이번엔 또 어떤 길동무들을 만나게 될까. 버지니아 블루벨이 피어나겠지. 그 햇살과 산들바람. 강물소리.

*****

 

Hi,

Registration closed in record time around 7:30 tonight after reaching the 350 max. If you were unable to register, there will be other opportunities as cancellations accumulate, probably around late March.

Mike





우와...정오에 등록창이 열렸는데 저녁 7시 반에 350명 정원이 모두 차서 등록창을 닫았다고 대장이 단체 이메일을 보냈다.  하하. 세상에!  오늘 기회를 놓치신 분들께서는, 중간에 취소하는 사람들이 나오므로 3월말에 다시 등록 받을때, 그때 등록을 하시면 될 것이다. 사실 나도 작년에 4월 초에 (처음 이 단체를 알게 되었을때) 그때 등록을 했었다. 그때가 아마도 추가 등록 기간이었던 모양이다.  추가등록기간에 자리가 널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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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2. 1. 28. 22:28

Walking


날씨가 추워지면, 나는 집안에 박혀서 꼼짝을 안한다.  그래서 겨울에는 운동을 못하고 몸이 둔해진다. 체육관? 돈도 아깝고, 역시 귀챦아서 못간다.  이럴때는 '걷기'관련 책이라도 보면서 스스로를 달래는데, 책 찾다가 소로우 아저씨의 '걷기'라는 아주 짧을 책을 발견했다.  킨들버전은 공짜다. 킨들로 다운 받아서 읽었다.

소로우 아저씨는 어딘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구석이 있는데, 이분의 '워킹' 책을 읽으며, '아하, 이제 알았다. 이 사람의 글은 워즈워드의 시를 산문으로 옮긴것과 같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문학사조에서도 영국 낭만주의와 미국의 초절주의 (Transcendentalism)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는 어쩌면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라고 한지 문에 고모가 잉크로 적어 놓았던, 그것을 뜻도 모르고 읽던 다섯살때의 지적 영역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그 언저리를 맴돌고 있으니 말이다.  다행인지도 모른다 시를 좋아하던 할아버지와 고모들 속에서 내가 성장한것이. 아니 운명일지도 모른다.

소로우의 '걷기'는 '스포츠'로서의 '걷기'와는 거리가 멀다.  '동물중에 유일하게 사색하면서 걷는 종자가 낙타'라고 하는데 그 낙타처럼 걸으라고 그는 말한다.  나는 동의한다는 뜻에서 열심히 하일라이트 처리를 한다.

그래, 살을 빼기위해서라던가,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걷기 그 자체가 좋아서 걸어야 진짜 걷기하는 것이지.  자연스런 걷기 그 자체. 걸으면서 바라보는 세상. 눈에 들어오는 그 세상을 충분히 바라볼수 있는 여유. 그것을 위해서 걸으러 나가는거지. 그 자체가 기쁨일수 있을때, 우리의 걷기는 완정되는거지. 그것이 곧 우리의 '성지 순례'인것이지. 

내가 서 있는 이 대지가 성지가 아닌가. 아, 순례자가 되어 보기로 하자. 잠시만이라도. 강변으로 나간다.

201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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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2. 18. 21:11



http://www.imdb.com/title/tt1441912/

'순례자의 길'로 알려진 800 킬로미터에 달하는 산티아고 가는길이 영화에 담겨있다.  각자 다른 사연으로 순례자의 길에 오르는 사람들.  800 킬로미터라면, 내가 혼자 앉아서 따져 보니까, 하루에 30 킬로미터씩 27일을 꼬박 걸어야 한다. 중간에 며칠 쉬거나 일정이 늦어질경우 한달이 훌쩍 넘어 버릴수도 있는 여정이다.

하루 30 킬로미터가 어떤 거리냐 하면,  내가 지난 가을에 하루 20마일씩 몇차례 걸은적 있는데 (20마일은 대략 32 킬로미터 된다), 아이고, 이거 하루 걸으면 그 다음날은 그냥 뻗어버려야 할 판국이다. 다리가 뻗뻗하고, 발 바닥도 부르트고 그렇다.  하루 30 킬로미터를 줄창 걸어대는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 게다가, 등에 기본적인 생존 도구들을 짊어지고 걸어야 한다. 등짐 지고 하루 30 킬로미터는 간단한 행진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 나의 고민은,  내가 가볍게 산책 나갈때도 등짐을 지고 연습을 해야 하는가?  이런 것이다.)

이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해서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 죽은 엄마가 넋두리 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소설가인 딸에게서 들었던 순례자의 길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려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 속에서 실종되어 구천을 떠도는 엄마가, 순례의 길에 올랐다는 해석을 했었다.

또 있다. "엄마 또 올게"라는 책이 있다.  정경화 라는 분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모하며 만들어낸 책이다. 그 어머니는 '인간극장'에 소개된적도 있는 분인데, 근래에 돌아가셨다. 나는 운좋게도 그 할머니 생존시에 나오신 인간극장을 한국에 갔을때 테레비로 본 적이 있다. 이것도 인연이다. 그 따님이 70이 다 되신 분인데, 그 순례의 길을 떠나신다. 늙으신 어머니는 딸이 떠나 있는 동안 자신이 죽을까봐, 자신이 세상 하직 할 때 딸이 없을까봐, 그 딸이 순례의길을 안 갔으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하지만, 그 딸은 순례의 길에 오른다.  (할머니는 따님이 돌아온  후에 돌아가셨다.)  --> 이것은 소설이 아니고 실화이다.

그래서, 그 순례자의 길에 관심을 가져보긴 했는데,  영화에 그 풍광이며 문제상황까지 상세히 나와줘서, '나도 거기 가서 실컷 걸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좀더 구체화 되었다.

이것도, 내 삶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것 리스트에 담아 두기로 하자.

2011, 12.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2. 18. 04:39



모처럼 왕땡이를 데리고 조지타운에 산책을 나갔다. 왕눈이가 장거리 워킹을 한 지 오래되었고, 나이도 연로하셔서 잘 걸을지 약간 염려가 되었는데, 노익장!을 과시하듯 문제없이 가볍게 6마일 거리를 왕복을 했다.  헥헥거리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왕눈이가 장거리 걸을때 헥헥거린 이유는 날씨가 더워서 땀이 나서 그랬던 모양이다. 날씨가 쌀쌀하니까, 왕눈이 입장에서는 덥지가 않으니까 가볍게 잘 걷더라.

나 역시, 왕눈이를 위해서 왕눈이가 평소에 먹는 '과자'를 몇개 주머니에 갖고 나가서 약 1마일 걸을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였다. 말하자면 그것이 왕눈이에게는 '에너지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군소리 않고 걸어주었으니까.





조지타운 컵케이크 가게에서 오랫만에 컵케이크 하나를 사 먹었다. 점심도 안 먹었고, 출출하고, 배고프면 걷기 힘드니까, 에너지 보충을 위해서.  역시 토요일 오후라서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5분쯤 기다리다가 가게에 들어갔다.  왕눈이는 가게앞 기둥에 묶어 놓았다.  밖에서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왕눈이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사람들이 예쁘다고 쳐다보면서 보살펴 주었으므로. (줄서서 기다리다가, 개 한마리가 보이니까 덜 심심했을것이다.)



컵케이크 하나, 그리고 커피 작은것 한잔을 주문해서


착하게 기다려준 왕땡이와 컵케이크는 둘이 똑같이 노나 먹고,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달콤한 컵케이크와 뜨거운 커피는 이렇게 추운날에는 환상의 콤비이다.  조지타운 컵케이크는 내가 먹어본 중에서 오늘것이 가장 맛있었다.  배고프고 춥고 그런 상태에서 뜨거운 커피와 먹으니까 환상적이었을것이다.

왕눈이는 겁에 질려서 사방을 둘러보다가 유리문 안의 나를 발견하고는 앙앙거리고 짖어댔다.  왕눈이는 늘 그런다.  사람들이 나를 부러운듯 쳐다봤다. 모두들 왕눈이를 만져보고 싶어했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남의 개를 만져볼때는 사람들이 반드시 "May I pat your puppy?" 하고 먼저 승락을 받는 편이다.  그러니 개 주인인 내가 제왕이 된 기분이 드는 것이다.  :-)




컵케이크를 사이좋게 노나먹고, 다시 강변을 걸어서 돌아오는길



예정대로 였다면, 지금쯤 왕땡이는 자기를 세상에서 가장 예뻐하는 '아부지'의 품에서 놀고 있었겠지만, '아부지'께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휴가를 반납한 관계로, 불쌍한 왕눈이가 되었다.



조지타운 왕복 산책로 중간 지점쯤에 이런 벤치가 하나 있다. 이곳을 지날때면 왕땡이는 습관적으로 이 벤치위에 냉큼 올라가서 다리 쉼을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 의자를 '왕눈이 의자'라고 이름 지었다. 오늘도 왕눈이는 이 의자에서 하염없이 수로의 물을 바라봤다.









왕눈이가 정정해서 다행이다. 겨울 동안에는 워킹 나갈때 왕눈이도 데리고 다녀야겠다.  왕눈이를 데리고 나가면 카페나 책방에 들르기가 어려위지지만, 그러니만큼, 시간 낭비 안하고, 돈도 안쓰고 걷기만 하게 된다. 그러니 좋은 일일 것이다.  왕눈이를 운동을 많이 시켜서 날씬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를 해야, 이 친구도 내곁에서 오래 오래 살게 될 것이다.  요즘은 내가 왕눈이를 돌봐주는 것이 아니고, 왕눈이가 나를 돌봐 준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우리들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들일 것이다.

2011, 12, 17, 토, 흐린 날.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1. 25. 20:23

꽁지 아래 부분이 흰털로 덮여서 '흰꼬리 사슴'이라고 불리우는 사슴.



어제 하퍼스페리 숲길에서 오후내내 뻥뻥 울리는 총소리를 들었다.  아마도 사슴 사냥 계절이 온 모양이었다.  강변 길이라도 내가 주로 나가 걷는 워싱턴 인근에서는 총소리를 들을수가 없는데 (백악관이 지척에 있는 수도 중심에서 사냥질을 해댈수는 없겠지),  역시 웨스트버지니아 산골로 오니 사냥 총 소리가 난다.

처음에 어딘가에서 뻥!하고 총소리가 났을때, 나는 대포라도 터진줄 알았다.  깜짝 놀랄정도로 그 소리가 컸다. 정말 너무 깜짝 놀라서 가슴이 따가울정도였다. (체한것처럼 심장이 찌르르 찌르르 할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사슴 가족이 숲속에서 단체로 달려가는 것도 몇차례 봤다.  사슴이 쫒기고 있는가보다...

내가 알기로 버지니아 메릴랜드 웨스트버지니아 일대에서는 겨울 일정 기간에 사슴 사냥 허용을 해서, 대책없이 늘어나는 사슴의 개체수를 조정한다고 한다. 사슴 사냥철이 왔을것이다.  어느 댁에 가면 거실과 집안 곳곳에 자신이 사냥한 사슴의 머리며 곰을 박제를  해서 전시를 할 정도로 사냥 애호가가 있기는 한데, 나로서는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살륙에 대해서 뭐라고 반감을 가질 건덕지는 없다.  사슴이 사랑스럽다고 무한정 늘어나게 방치 할 수만도 없는 노릇일것이다. 게다가 미국인들중에 사슴을 혐오하는 사람들도 많다. '라임병'에 걸려본 사람들이라면 사슴을 아주 골치아픈 존재로 안다.  아무튼, 현실적으로 각자 입장이 다를수 있는데,  나는 뭐 그냥 대책이 없는 사람이고, 사슴 숫자가 넘치거나 말거나 사슴은 사랑스러운 존재일 뿐이고.  쫒기는 사슴은 나를 슬프게 한다.

사냥이 신나는 스포츠라도, 어쩔수 없다고 해도, 나는 사냥이 슬프다. (먹을거 많쟎아. 왜 취미로, 생명을 죽이는가?)

내가 기껏 해 줄수 있는 것이라고는, 사람을 보고 달아나는 사슴을 향해서, "사슴아, 멀리 멀리, 사람이 안보이는데로 달아나!!!"

하지만, 이세상에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어디있는가.  사슴이 숨을데가 없는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1. 25. 10:24

올가을 프로젝트,  장거리 여러번 해서 백마일 걸어보겠다고 생각한 것을 오늘 마칠수 있었다.  원래는 20마일 걷기를 다섯번 해서 백마일 채우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렇게는 못했고, 20마일은 세번, 나머지는 10, 15 뭐 이런 식으로 했다.  오늘 찬홍이와 20마일 할 생각이었지만, 찬홍이가 학교에서 풋볼하다가 무릎을 다쳤다고 엄살을 떨어서,  그냥 무리하지 않고 15마일로 마무리 했다.

오늘 코스는 하퍼스 페리 시내에 차를 세워놓고, 다리 건너서 61마일 지점에서 68 마일 지점까지 왕복 (7x2=14)하고 다시 하퍼스 페리 시내로 돌아가는 15마일 거리였다.

이로써 나는 체사피크 오하이오 수로길을 워싱턴 디씨의 시작점에서부터 68마일 거리까지 내 두발로 걸은 셈이다. 지난 봄에 50킬로미터 걷기의 마지막 지점이 하퍼스 페리였기 때문에, 그 이후의 길이 늘 궁금했었는데, 오늘 드디어 그 '너머' '미지의 세계'를 가 볼수 있어서 소원 한가지를 풀은 기분이었다.  나는 여태 몰랐는데, 하퍼스 페리 너머, 북쪽으로 올라 갈수록 수로변 강의 풍경이 절경이 되더라....  기가 막히는 절경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전 열시반에 하퍼스페리에 도착하여 걷기 시작.  오후 다섯시에 다시 차 세워 둔 곳에 돌아왔다.  중간에 앉아서 다리쉼도 하고, 여유있게 걸었다.



(아래)  셰난도어 강과 포토맥강이 만나는 지점 (하퍼스 페리가 두 강이 만다는 교통의 중심지였다) 여기서 오늘의 걷기 출발.



하퍼스페리의 상징과도 같은 철교를 지나 (저 건너 하퍼스페리 마을이 보인다)




반마일쯤 가다보면, 이런 수로변 마일 표시를 만나게 된다. 61마일.


지난 며칠간 날이 흐리고 비가 왔기 때문에 강에 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파도소리같은 물소리가 났다.  흑탕물같은 강물이 거침없이 막 쏟아져내리는 풍경을 보면서 --- 아, 아이스 카페라테 같구나...했다.





62마일 포스트.



그런데 상류로 올라가면 강이 호수처럼 고요해진다.
내가 발견한 현상.  강이 호수처럼 고요해보이는데, 강물에 나무기둥 떠내려가는 것을 보면 내가 달리기하는 속도보다 더 빨리 떠내려가는 것이다.  그러니 물이 흐르는 속도가 엄청 빠른 것인데, 육안으로는 마치 고여있는 호수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 고요해보이는 강을 한참 내려다보고 걸으며 생각했다. 

-- 정말 너르고 큰 강은, 물이 아무리 거칠고 세게 흘러도 저렇게 호수처럼 평온해보이는구나.  수로쪽 개울은 얕은데도 돌돌돌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데 저 큰강은 오히려 물이 깊고 넓고 빨리 흐르면서도 소리가 없구나.   저렇게 크게 움직이면서도 고요할수 있는 인품을 키운다면 좋겠다.  어떤 일에도 호수처럼 고요할수 있는 평정심을 키우면 좋겠다.







수문 근처에는 반드시 수문 관리인의 사택이 있는데, 물론 지금은 인적이 없는 기념물에 불과하다.  나는 이 빈집을 지나칠때면 늘 똑같은 생각을 한다: "저 집에서도 한때는 온가족이 모여서 웃고, 떠들고, 저 안에서 애도 태어나고, 누가 죽기도 하고 그랬을텐데...."  늘 같은 생각에 잠겨서 수문관리인 주택을 지나치게 된다.

수로 근처에는 이렇게 버려진, 혹은 허물어져가는 건물들이 남아있는데,  빈집이나 허물어져가는 건물의 흔적들이 보이면 쉽게 시선을 떼지 못한다.  나는 허물어져가는 것들에 대해서, 강박증적인 집착을 보이는것도 같다.  거기 살던 사람들이 웃음소리가 들리는것도 같고.  자꾸만 슬픈 기분이 드는 것이다.






68마일 포스트에서 반환.




저기, 아직 내가 걷지 못한 길이 이어져 있고, 저기 길이 남아 있어서 나는 안심이 된다.



아까 지나쳤던 작은 집 앞 계단에서 쉬면서 뜨거운 커피.




물에 허리까지 잠긴 강변의 나무들.



오늘 나의 동행이 되어준 나의 귀냄이.




산골에는 저녁이 빨리 찾아온다. 저만치 철교가 보인다. 저 다리를 건너 다시 하퍼스페리 시내로



추수감사절 휴일이라, 가게가 문을 열지 않아 텅빈 유령의 도시 같이 고요했던 하퍼스페리.



오늘 날씨가 참 화창하고 따뜻하고 좋았다.  그래서 얇은 겨울 잠바 입고 간것도 벗고 나중에는 그냥 스웨터만 입고 온종일 걸었다. 선물같은 아주 예쁜 하루였다.  :-)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1. 20. 06:00

어제는 내 친구와 만나서, 베데스다까지 걸어갔다 왔고 (거기 커피하고 베이글 샌드위치가 너무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 내 친구하고 또 가서 그것 먹을거다.  가격은 저렴하고, 맛은 황제급이다.  한국의 김선배가 있었다면 너무 너무 좋아하셨을 거라고 생각했다. (김선배께서는 귀가 무척 근질거리셨을 것이다.)

어젯밤에, 찬홍이를 데리고 왔다. 찬홍이가 감기를 앓고, 뜨거운 밥에 김칫국 그런거 먹고 싶다길래, 다음주에 추수감사절 휴가때 어차피 올거지만, 주말에 데려다가 김칫국하고 밥 해먹이려고 데리고 왔다.

오전에 느지막히 일어나 찬홍이를 데리고 오랫만에 함께 조지타운에 나갔다.  우리는 조지타운에 브런치를 먹으러 가기 위해서 3.5마일을 걸어가고, 그거 한끼 먹고 다시 3.5 마일을 걸어온다.  찬홍이에게 조지타운 하버에 새로 열린 공원을 보여주었다.  날씨가 화창해서 걷기에 아주 좋았다.  조지타운 거리의 상점들을 기웃거리고 구경을 하고, 문구점에 들러서 카드용지를 사기도 했다.  카드용지가 다 떨어져서 카드를 못 만들고 있었는데, 이제 만들어서 소중한 분들께 카드를 보내드려야지.





키브리지 아래, 보트 하우스의 암초록색 나무 벽 앞에서.



조지타운 하버에 새로 개장한 공원이 참 아름답다. 내 친구가 아직 못 봤을거다. 함께 가서 보여줘야지.




저기 키브리지가 보이고, 다리 건너 알링턴 시내 고층 건물들이 보이고. 



강에 바로 이어지는 계단.  저 멀리 케네디 센터와 동그란 워터게이트 빌딩.




강물이 계단과 평행을 이루고 있는데, 사진 속에서는 마치 모세가 홍해를 가른 것 처럼 강물이 계단보다 높아보인다.  초현실적 조작된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카페에서 커피와 브런치를 먹었다.  오랫만에 찬홍이하고 얘기하면서 걷고, 먹고 그러니까 참 좋다. 난 내 아들이 아주 친한 친구같다. 말이 잘 통하는 친구.



Urban Outfitters 에 구경 갔다가 엘모 장갑을 발견하고, 끼고 놀아봤다. 그런데 한켤레에 40달러인가 해서, 비싸서 사지는 못했다. 참 예뻤다.



황금빛 나무 밑으로 내 친구 찬홍이가 걸어간다. 내 작은 백팩을 녀석이 매니까 정말 고목나무에 매미 매달린 꼴이다.  나 혼자 지내면서 심심하다거나 쓸쓸하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는데, 찬홍이가 오니까 무척 재미있고 즐거워지면서, 내가 혼자 보낸 시간이 참 쓸쓸했던것 같다는 자각이 들었다.  혼자 있을땐 심심한걸 모르고 잘 놀고 잘 사는데, 찬홍이가 오니까 내 시간이 곱절로 빛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나, 어쩌면 외로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모두 외롭다.)  이런 자각도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다음주, 추수감사절 휴가 기간에 좋은 날 하루를 잡아서, 하퍼스페리부터 20마일을 걷는 프로젝트를 찬홍이와 함께 하기로 했다.  찬홍이가 함께 걸어주면,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착하고 고마우신 나의 귀냄이.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1. 6. 22:50

이제 20마일 더 걸으면 올가을 백마일 프로젝트가 완성 될 것이다.  오늘 문득, '여우에게 굴이 있고, 새들에게 둥지가 있지만 '인자'에게는 머리를 쉴 곳이 없구나'라고 말씀하신 나의 사부에 대하여 생각을 해 보았다. 나의 사부께서는 지상의 어느곳에서도 자신의 집으로 머무르지 않으셨다.  이는 Miles to go before I sleep, miles to go before I sleep 이라고 중얼거린 프로스트의 사색과도 맞 닿아있다.  우리는 죽을때까지 진정 쉴 수 없다. 이따금의 휴식과 잔치가 있을 뿐 진정한 휴식은 없다. 혹은, 내가 쉴 곳은 여기가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가 아니다. 차안이 아니다. 피안이다.

내일은 내가 아직 밟아보지 않은 땅.  하퍼스 페리 이후의 땅에 가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자동차로 한시간 넘게 달려가야 한다는 부담이 좀 있지만, 조금 부지런을 떨면 또 별것 아닌 거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일 할 일들을 오늘 서둘러서 모두 해 놓았다.  오늘 준비를 다 해놓고 일찍 자고, 내일 새벽에 길을 떠날 것이다. 그러면 해 지기전에 집에 돌아 올수 있을것이다.

나는 언젠가, 사람들이 약 50일씩 걷는다는 그 스페인의 싼티아고 트레킹을 하고 싶다. 그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도 미지의 길을 많이 걸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길을 실컷 걸을 것이다.

내일 일어나서 걷는다면 60-70 마일 포스트를 왕복하게 되겠지...  나는 한곳에 머무르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가 아닐것이다. 가을엔 떠나지 말라고 최백호가 노래했지만, 사실, 가을이야말로 떠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아닌가.  떨어지기 전의 나뭇닢은 빛나는 황금색으로 손짓을 하며 작별 인사를 보낸다. 아름답지 않은가?

내일 가방에 챙겨 갈 것은:

  1. 보온 텀블러에 뜨거운 커피 (반환점에서 기념식한다)
  2. 삶은계란 세개.
  3. 사과 한개, 찐고구마 한개 깍뚝썰기 해서 샌드위치 봉지에 담아간다, 먹기 좋게.
  4. 피칸을 후라이판에 살짝 볶아서 샌드위치 봉지에 담아간다 (볶아 가야 고소하다)
  5. 물 한병
  6. 현미밥으로 주먹밥 세덩어리 만들어서 오마일 지점마다 한덩어리씩 먹어준다.
  7. 킨들. 카메라. 전화. 지갑
  8. 바람불면 머리가 아프므로, 모자를 챙긴다.

 내일 날씨, 좋을 것이다... 



*** 

아아, 머리가 아파서 두통약을 먹고 잤는데, 밤새 자반뒤집기를 하느라고 제대로 못잤다. 머리가 아프다.  날씨는 기가막히게 좋은데, 장거리 걷기는 힘들겠다.  다음으로 연기~ 

오전에 일을 좀 하고, 오후에 머리가 안아프면 산책이나...

2011, 11, 6 써머타임 해제. 한국과의 시간차는 14시간.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1. 6. 03:38







헤론은 어쩐지 마음씨 착한 아저씨나 할아버지 같은 인상이다. 대개 말이 없고, 움직임도 느리다.  가만히 서서 해바라기를 하거나, 그냥 멀거니 서 있을 때가 많다. 애가 바지런하지가 않다.   어쩌다 사람이 가까이 지나치면, 그냥 좀 비키거나 혹은 아주 싹 무시를 하고 신경도 안쓴다.  (사람이 해코지를 하지 않을거라고 판단이 되면 안 움직이는것 같다.)

이 헤론님의 경우, 조지타운 입구에서 만난 분이신데, 아주 "날 잡아 잡수"하고 서 계셨다. 날 무시하는거냐 뭐냐, 응?

난 이 새가 날 피하지도 않고, 모른척 하고 있어서 너무나 심심한 나머지 소리내어 불러보기까지 했다.  가까이 가서 괴롭히니까, 마지못해서 날개를 펴고 저 만치 날아가더니 다시 길가에 그린듯이 서 있고 만다.  게으르지만 날씬한 새다. 운동을 그렇게 안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날씬한거냐 너? 응?  아마, 먹기도 조금밖에 안 먹는 모양이다.


헤론이나 딱따구리, 와블러, 이런 각종 새들을 강변길에서 자주 만난다. 나는 주로 혼자 걸으니까, 가끔은 '미친년'처럼 길에서 만나는 새들한테 말도 걸고 그런다.  뭐 어차피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까, 신경 쓸 것도 없고.  나는 사람 아닌 존재와 말하는데 익숙하니까.

어제는 길에서 자주색 뱀을 만났다.  가끔 가느다란 실뱀이 수풀 길을 건너가는 것을 보기도 하고, 가끔은 자전거에 깔려 죽은 실뱀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는데, 어제 그 뱀은 진짜 큰 뱀이었다. 길이는 1미터가 넘었고, 굵기는  직경 3센티쯤 되려나?  몸길이 중간 부분은 다른곳보다 더 굵어보였다.  머리를 세웠을때는 세모 모양이 되었다. 와인빛이 도는 뱀이었다. 그 뱀이 길 가운데 W 자로 누워 있었다.  그대로 계속 누워 있으면,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한테 밟혀 죽을걸~ 

그 뱀은 길에서 술에 취해 자는 것인지 길에 그러고 누워 있었다.  가운데가 불룩한 것이 배가 불러서 식곤증을 느낀 것일까?  아무튼, 그런데 그녀석이 머리를 들고 혀를 낼름낼름하는데 머리가 세모 모양이었다.  옛날에 우리 할머니가 말씀하시길, 뱀 대가리가 세모인 것은 독뱀이고, 뱀 대가리가 둥글면 그건 순한 뱀이라고 가르쳐 주신것이 생각이 났다. 이 뱀은 대가리가 세모였다.  그래서 나는 그 뱀이 어서 길에서 비켜주기를 바랬다.  서서히 사람들이 왔고, 길 이편과 저편에서 사람들이 오도가도 못하고 뱀만 쳐다봤다.  뱀은 주위가 시끄러운것이 짜증이 났는지, 슬슬 기어서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뱀이 수풀로 사라졌으므로 길을 가던 사람들도 다시 이쪽으로 저쪽으로 지나쳐갔다.

저런 뱀이 수풀속에 있을테니, 수풀에 함부로 들어가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특히 신발.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를 신어주는 것이 혹시나 길에서 뱀을 만나도 안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1. 5. 08:32

수로 마일 포스트 4번에서 14번까지, 왕복하여 20마일을 채웠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2011, 11, 4).

포토맥에 나가면 늘 걷기 시작점이 되는 아리조나 철교.  이곳이 사실은 약 3.5 마일 정도 되는 거리이다. 여기서 반마일 걸어서 4마일 포스트를 기점으로 십마일을 걷기로 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21마일을 걸을 셈이다.)



4마일 스톤과 포스트.  그런데 누군가가 마일스톤에다 스프레이로 표시를 해 놨다. 보기 흉했다. 이 마일 스톤이 그래도 제법 역사성이 있는 것인데.



11월이지만 제법 포근한 날씨였다. 지난 주에는 눈과 우박이 떨어질정도로 추웠지만, 그 후로 날이 온화해서 수로에 개구리밥같은 식물들이 덮여 있었다.


약 6마일 지점쯤 되려나, 여기 전망이 탁 트인 것이 참 좋다.



해오라기같이 생긴 이 새는 Blue Heron 이라고 한다. 고요하고 의젓한 새 이다. 순하게 앉아 있다가 한번 날개를 펼치고 너울너울 날면 참 근사해보인다.





여기는 12마일과 13마일 사이 지점인데, 이곳 풍경이 특히 환상적이다.  메릴랜드 그레이트폴스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나는 거의 9마일을 걸은 상태라서 지쳐 있을 무렵이다.



이곳 단풍은 아마도 다음주가 절정일것 같다. 



14마일 지점에 도착하여 간식 꺼내놓고 기념 촬영.

오늘 챙겨나간 간식은 사과 두알, 고구마 찐것 반개, 찐호박, 피칸 한봉지, 물. 
10마일까지 가는 도중에 찐고구마와 사과 한알을 먹어 치웠고, 이것은 그 나머지이다.
찐고구마는 결국 다 못먹었다. 피칸도 한줌 먹고 말았다.
사과는 다 먹어치웠다.  사과 두알을 먹으면 물을 안먹어도 목 마른줄 모른다. 날이 선선하니까 땀이 안나서 그럴것이다. 물은 예비로 갖고 다녔지만 한모금도 안 마셨다.




14마일 포스트에서 기념 사진 찍고, 반환.



깍아지른듯한 절벽 위에서 내려다본 광경인데, 사진속의 풍경은 밋밋하기만 하다. 여기가 참 절경인데, 사진이 엉망이라 송구스럽다.



사과 먹다가 조각을 내서 이 거위들에게 던져 줬는데 잘들 받아 먹더라. 재미 있어서 자꾸만 던져 줬다. 사과를 좋아하는 캐나다 거위들.


마지막 3마일은, 지쳐가지고, 악에 받쳐서 걸었다. 하하하. 그때는 무슨 생각을 하느냐 하면, 집에 가서 멸치 국물 내 가지고, 뜨거운 잔치국수 만들어 먹고 퍼 잔다. 뜨거운 국수를 먹으러 가자. 뭐 이런 생각을 간절하게 한다. 이런 간절함으로 기도를 한다면 아마 태산도 움직이련만, 나의 간절함이란것이 마지막 3마일 남겨놓고 뜨거운 국수타령에서 정지된다는 것이다.

지금 몰골이, 기진맥진해서 마귀할멈같은 표정이다. 하하하

(이제 20마일 행사 한번만 더 하면 백마일 채우는거다.... 뜨거운 국수 한사발....)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0. 29. 06:15




대학원 학생과 함께, Billy Goat Trail 일대와 Great Falls 인근 수로를 다섯시간 걸었다.  학생이 오전 일곱시 반에 내 아파트 마당에 도착해 "저 왔어요" 하고 전화를 걸길래 쏜살같이 뛰어나가, 함께 Angler's Inn 앞으로 가서 차를 세우고 거기서부터 Billy Goat 트레일을 돌았다. 완전 네발로 걷기 프로젝트.  빌리고트 코스가 평지 걷기가 아니라 좀 난이도가 있다. 네발로 기어야 하는 난코스가  두군데쯤 나온다.  빌리코트를 돌 때는 네발로 기느라 사진이고 뭐고... 여력이 없었고, 다 빠져나와서 폭포 구경할때쯤 카메라를 꺼내서 몇장 기념사진.

이른아침에 날이 꽤 추워서 나는 안 나갈 생각도 조금 했었다.  그런데,  학생한테 약속 해놓고 취소하기가 낯이 안서서 그냥 겨울 두꺼운 패딩 자켓을 입고 나갔는데, 나가니 몸도 따뜻해지고, 날씨도 쾌청하고 좋았다. 

(아래)그레이트 폴스, 메릴랜드 전망대. 물 건너는 버지니아 전망대. 저 멀리 보이는 숲은 내가 리버밴드 파트에서 그레이트 폴스까지 걷는 숲길이다.


그레이트폴스를 지나 17 마일 포스트까지 갔다가 반환.  풍광에 정신이 팔려서 Angler's 출구를 그냥 지나치고 11마일 포스트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했다.  풍광에 넋이 나가서 나가야 할 출구를  뻔히 보면서 지나치고 말다니... 내가 아주 혼이 나가 있었나보다.






아래 다리는, 3년전에, 온가족이 20마일 걷기 행사 할 때, 그날 저녁에 비가 쏟아졌는데, 그 비를 피하기 위해서 박선생하고 나하고 숨어 있던 다리이다.  저 다리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었다.  그 때도 이맘때였을 것이다. (일기를 찾아보면 날짜가 나오겠지만...음, 찾았다. 2008년 10월 25일에 행군을 했었다.)






 


 2008년 10월 25일자  내 일기 (20마일 대 장정 사건) 사진 일부를 가져왔다.  저 위의 다리 3년전 모습. 12 마일 포스트 인근에 있는 다리.


이날 비 쫄딱 맞고 마침내는 다리 밑으로 들어가서 비를 피했는데, 비에 푹 젖은 패딩 자켓에서 김이 무럭무럭 났다. 사람 인체에서 발산되는 열기가 안개처럼 솟았다.   신기하게도, 그날 그 비를 맞고 20마일을 걷고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홍이 백팩에 먹을것을 담아 갔는데, 이놈이 그 백팩을 지고 그냥 마라톤하듯 달려가 버려서, 물한방울 못먹고 그 먼길을 지홍이 자식 잡으로 허겁지겁 가야했다. 비참한 날이었다.  나중에는 배고프고 지치고 비맞아서 춥고  화딱지 나고 그래서 이자식을 잡아 먹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저 다리를 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저날 저 다리밑에서 김선배에게 전화를 했었다. "여차저차해서 지금 제가 다리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습니다" 하면서 깔깔대고 웃었는데, 이 순진한 양반이 내가 비를 맞고 다리 밑에 있다는 메시지만을 접수하고는 매우 걱정스러운 음성으로 "거기 위치를 정확히 말해봐요. 내가 지금 차로 데릴러 갈테니까."

지금 마님께서 저 라이드 해주실 군번이십니까. 깔깔깔.  그날 빗속에서 20마일 행군을 마쳤는데, 나 데릴러 와 주겠다는 김선배 말씀은 내가 죽을 때 까지도 아마 못 잊을 것이다.  나라면, "아 그래요? 그럼 조심해서 걷기를 마치기 바래요" 뭐 이렇게 한마디 하고 말았을 것인데.   나하고는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가 다른 것으로 보였다. 





 





네발로 기어다니는 난 코스를 거쳐 쉼없이 다섯시간을 헤메고 돌아다니다가 다시 차 앞으로 왔을때는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그래서 Angler's Inn 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2층 홀. 다락방 같은 곳에 테이블이 설치 되어 있었는데, 내가 마치 다락방의 주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유쾌했다. 너무 배가 고팠던 나머지, 식전에 제공된 빵을 두조각이나 먹었고, 저 접시에 담긴 음식을 싸그리 먹어 치웠다.

내 학생은 이곳을 처음 와 보는 입장이라 다니는 곳 마다 탄성이 이어졌다.  내가 이 트레일을 0마일 지점부터 60마일 지점까지 두발로 걸어본 결과, 한 사람이 한 10마일 정도 거리를 걸을때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딘가 하면 바로 이 지점이다. 마일 포스트로 10마일 지점에서 20마일 지점 사이가 가장 수려한 경관이다. 오늘 내 제자에게 내가 걸었던 수로중에서 가장 환상적인 코스를 보여준 셈이다. 내 학생은 아마 일요일에 가족과 함께 이곳을 또 찾아 올 것이다.

혼자 걷는것도 좋지만, 생각이 통하는 학생과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일을 얘기하면서 걷는 것도 좋았다.


사실, 어제까지도 몸살 기운이 있어서, 며칠간 밤이면 독한 타이레놀 수면성분이 있는 것을 먹고 잠이 들고, 낮에는 아스피린을 먹고 버티고 그랬다.  어젯밤에 약을 먹고 자면서 제발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가뿐해져라 가뿐해져라 하고 최면을 걸었다. 만약에 내 학생과의 약속이 아니었다면, 나는 모두 다 취소 했을 것인데, 그 약속을 나는 잘 못 깬다. 나는 참 우둔하게도  남과의 약속은 숙제처럼 꾸역꾸역 지키는 편이다.  그래서 옷 껴입고 약 두 알 먹고 나갔는데, 오히려 땀을 뻘뻘 흘리며 아주 진을 빼고 돌아오니, 오히려 몸이 가뿐하다. 자연의 치유력인가.  자연이 주는 상인가?  약속을 지켜서 다행이다.




2011년 10월 28일. 금. 학생 H 와 함께.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0. 21. 08:15



구글에서 Rileys Lock House 를 검색하여 주소를 찾아냈다. 약 40분 걸리는 거리. Seneca Creek Aqueduct 를 찾아가도 된다.

지난번에 저기 보이는 라일리의 집을 구경해 본 적이 있고, 여기서 조금 더 가면 23마일 포스트가 나온다. 이 23마일 포스트에서 33마일 포스트까지 왕복하는 것이 오늘의 목표. 10마일 갔다가 다시 돌아 오는 거리.

오전 10시 30분부터 걷기 시작하여 오후 1시 30분에 10마일 지점에 도착 (3시간)
다시 반환하여 오후 5시에 원점에 도착했다 (3시간 반)
중간에 앉아서 쉰적이 없다. 내내  걸으면서 사과와 주먹밥을 먹었다. 캔커피를 반환점에서 기념으로 마셨고, 물은 먹지 않았다. 날이 쌀쌀하고 (땀을 많이 흘리지 않고), 사과를 먹었으므로 그것으로 수분 보충은 충분 했던 것 같다.

오전에는 길에서 사람을 아무도 못 만났다. 강변 숲속길에 오직 나와 다람쥐, 새들 뿐이었다. 오후에는 다섯사람을 길에서 스쳤다.  33마일 지점까지 가는 길에 마일 포스트에  도착할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증명사진.)

























도착!!!  33마일 지점!!!







33마일 지점 도착 기념으로 가방에서 캔커피를 꺼내서 기념식~


마셔 주시고~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 가는 길.


혼자 온종일 걸으면 심심하지 않는가?  뭐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걷는가? 묻는 분도 있다. 난 별로 심심하지 않다. 그저 즐거운 생각을 할 뿐이다.  그런데 슬슬 심심해지면, 가방에서 킨들을 꺼내어 주로 마태복음을 읽는다.  오늘은, The Beautitudes 를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길에 아무도 없으니까, 그냥 이걸 꺼내어 소리내어 읽으면서 걸어도, 발에 걸리는 것도 없고, 어느정도 외워지면, 킨들을 가방에 다시 넣고, 대강 생각나는 구절들에 대해서 사색을 하면서 걷는다.

오늘 나는 이 The Beautitudes 의 '순서'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색을 해 보았다.  순서에 대해서 사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체를 외우게 된다.  그리고, 피로를 잊게 된다.




다시 출발지점 라일리즈 록 하우스.


반다나 (머리에 두르는 면 스카프)가 꽤나 유용하다는 사실을 오늘 알게 되었다. 목에 두르고 갔는데, 오늘 바람이 몹시 불었다. 후드자켓을 입고 갔으니 그 후드를 뒤집어 쓰면 되었는데, 써보니 몸이 불편했다. 자꾸만 목을 움추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것이 성가셔서 벗어버리고, 목에 둘렀던 반다나를 머리에 썼다. 의외로 간편하고 바람도 잘 막아줬다.  이것이 그러니까 만능 스카프였군.

오전에는 후드자켓 위에 카디건까지 입고 출발 했는데, 걸으면서 점점 몸이 뜨거워져서, 차례차례 벗고 마침내 셔츠만 남았다. 운동의 매력은, 몸이 공장처럼 막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몸이 뜨거워지는 그 기분이 좋아서 자꾸만 나가고 싶어지는 것도 같다.

지난번에 등산화를 신고 나갔을때는 신발이 무거워서 좀 피로했지만, 발 상태는 아주 좋았었다. 뭐 아무런 피로 증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워킹화를 신고 나가니 이미 반환점 부터 발바닥 엄지 발가락 아랫부분, 아치가 시작되기 직전, 힘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이 슬슬 따가워지기 시작하더니 자꾸만 아파왔다. 집에 와서 보니 물집이 생겨 있었다. 두발 모두.  물집이 심한 것은 아니고, 약간. (내일 나갈수 있으려나 조금 걱정이 된다.)

역시 장거리 숲길  워킹에는 등산화가 더 좋은 것으로 판결이 났다.


중간에 주먹밥을 두번 먹어줘서 그런지, 워킹을 마쳐도 배가 고프지 않고, 피로하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지난번의 운동 효과도 있고, 어제도 몸 풀어주기 위해서 나가서 8마일 걸어줬고, 이래저래 몸이 가벼워진것 같다. 몸도 피로하지 않고, 걷기 기록도 향상되었다.  어제 온종일 비가 왔기 때문에 강물이 불어서 소리를 내며 흘렀고, 숲길도 물에 젖어 촉촉했기 때문에 걷기가 아주 좋았다.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흙길이 이어졌으므로.  그래서 아마 덜 피로했을 것이다.

오전에는 맑고 바람이 몹시 불었고, 오후부터는 날이 흐려졌다. 그래도 춥지는 않아서 걷기에 좋았다. 축복받은 또 하루였다.






그러니까, 아래의 지도에서, 맨 아래, 조지타운에서 시작되는  0마일--> 3.5 마일 구간은, 평소에 내가 워킹 나가면 걷는 곳이다.  3.5 에서 13.5 마일까지는 3년전 가을에 온가족이 왕복 한 적이 있다. Great Falls 까지 다녀오는 20마일 거리이다.

며칠전에는 12.3 마일부터 23마일 구간을 왕복을 하였다.

오늘은 23 에서 33까지 왕복 하였다.

33마일부터 60마일 구간은 지난 봄에 50킬로미터 걷기 행사에서 걸은 구간이다. 그날 화이츠페리에서 출발하여 워싱턴 방향으로 걷다가 다시 돌아 거슬러 올라갔었다. 마일리지를 정확히 채우기 위해서.  그러니까, 오늘 33마일까지 채움으로써, 60마일 지점까지는 내 발로 모두 걸어준 셈이다.  이후에는 하퍼스페리에 가서 걷기를 해야 한다.  집에서 하퍼스 페리까지 차로 힌시간 반 정도 걸릴텐데... 걷고 오는 길에 장시간 운전하는게 고역이겠다.  :-)

광개토대왕이 되어 내가 정복한 땅의 지도를 보고 있는듯한 기분이 든다 :-) 

Posted by Lee Eunmee
Diary/Life2011. 10. 20. 00:07


필라델피아 미술관 인근의 오래된 밥집 거리.  이곳에는 이탤리안 식당이나 카페가 많이 있었다.


내 친구는 조지타운의 천주교회에 다닌다. 나는 가끔 내 친구네 천주교회에서 음악회를 하거나 바자회를 할때 내 친구를 보러 거기 간다.  이 천주교회의 주임신부님은 미국 최초의 한인 천주교 신부님으로 알려져있다. 이분 가족들은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인들로 알려져있는데, 미국과 한국의 대학에 거액을 기부하는 사람들로 알려져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카톨릭대학에 장학기금을 전달한 것으로 신문에 소개가 되기도 했다.  (나는 나 먹고 살기도 바쁜데, 내 참 할말이 없다...  )

내 친구가 공부하는 모임에서 신부님과 함께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열리는 '렘브란트전'을 보러 가는 행사에 나를 끼워줬다. 이번 렘브란트 초대전의 주제는 '렘브란트와 예수의 얼굴' Rembrandt and the Face of Jesus (August 3, 2011 - October 30, 2011) 이다. 렘브란트와 그의 제자들이 작업한 예수님을 주제로 한 유화, 판화, 펜화등이 전시되고 있었다.  나는 그냥 소풍 가는 기분으로 따라 나선 처지라서, 이 전시회 자체에는 큰 관심도 없었고, 바람이나 쐬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직접 운전대를 잡고 '미제차'에 '어린 양'들을 실어 나른 신부님이 참 소탈하신 분이었다.  필라델피아에 왔으니 일단 '필리 치즈 샌드위치'를 먹어야 한다며 식당을 찾아 가셨다. 미술관을 코 앞에 두고 식당으로 향하는 분이라니~  하하하. 평소의 나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래서 낯선 사람들과의 여행은 재미가 있다.)  덕분에 기름기 없는 필리 치즈 샌드위치를 잘 먹었다.





전시회는, 일없이 소풍삼아 따라나선 나에게, 예기치 않은 감동을 주었다.  렘브란트전시장 안에서만 두시간 가까이 보내면서 작품들을 천천히 보았다.  렘브란트 전시장을 빠져나온 일행은, 이 거대한 미술관의 다른 전시장들을 둘러보기를 단념하고,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내 생애에 시간들여, 돈들여  초대형 미술관에 갔다가 조그만 전시장 하나만 보고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별로 아쉽지 않았다.  이 전시회를 관람한 나의 일행 모두가 똑같은 심정이었던 듯 하다.  '오늘은 이것만 보자. 더 보면 체한다.'

일행중의 한분은 동일한 전시회를 이미 파리에서 봤다고 한다. 그런데 파리의 전시회에서는 오늘같은 무거운 감동은 맛보지 못했다고 한다. 각자 다른 이유로 이 전시회에 감동받았을 것이다.  나 역시도.

전시회장을 떠났지만, 그러나 전시회장을 쉽게 떠날수 없었던 우리는, 미술관 계단에 앉아  기억을 정리하듯, 우리들이 보고 느낀것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누가 미리 계획을 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그리 된 것이다. 마침 나는 25장짜리 기념 엽서 세트를 샀는데, 그것을 돌계단에 펼쳐놓고, 각자 맘에 드는 것을 고르기로 했다.  기념 엽서중에서 내가 정말 갖고 싶은것.  사람들은 각자 자신에게 의미있는 그림들을 한두장씩 골랐다.

내가 고른  그림은, 렘브란트의 아주 작은 잉크화였는데, 예수께서 잡혀가기 전날 밤, 제자들과 함께 산에 들어가서 아주 힘든 기도를 하고 내려와 잠에 빠진 제자들을 보며 "느이들 시방 잠이 오니? 잠이? 그렇게 깨어있기가 힘드냐?" 이러고 한탄/꾸중을 하는 장면이다.  나는 이 장면이 슬프다. 절대고독 속의 한 인간을 보는 듯 하다.  눈물이 나게 슬픈 장면이다.




전시회의 감흥에 젖어 신부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일행들. 계단에 펼쳐진 엽서들. 내가 이날 찍은 사진중에 제일 맘에 드는 작품이라서, 출연자들의 허락도 받지 않고, 공개한다.


이날 나는 운이 좋았다.  내가 로댕의 지옥의 문을 보고 싶어하는걸 알고 일행이 모두 거기에 가보자고 했다. 가을 햇살이 아름다운 오후에 우리들은 경쾌하게 웃으며 느릿느릿 필라델피아 중앙 도로인 프랭클린가를 걸어 로댕 갤러리에 갔다.

전에 이곳에 왔을때 로댕 갤러리는 공사중이었는데, 외부 공사를 마친 이곳은 내부 수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실내에 전시되던 칼레의 시민이 정원에 나와서 파랗게 부식되고 있었다. 청동이니까 파랗게 부식되겠지.  그런데 그렇게 부식된  모습이 더 근사해 보였다.




지옥의 문 앞에 다시 섰다. 2년전 10월에도 나는 이 앞에 서서 지옥의 문을 만져보며 삶의 위안을 얻고 있었다.


여행은 편안하였고, 유쾌했다.  복된 하루였다.  고마운 일이다.




지옥의 문 앞 연못  하하하 지옥문 앞에서 이렇게 웃을수 있는 여유~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0. 18. 18:51

지난 3년간, 강변에서 길 막아놓고 공사하던 것이 끝났다.  조지타운에 오랫만에 나가보니 이렇게 말끔한 공원이 탄생.  매일 이 길 걷다가 서울로 돌아간 '조지타운 향우회' 회원 여러분을 위한 특별 뽀나쑤.























2011년 시월의 어느날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