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1. 10. 18. 18:36


수로 22.5 마일 거리에 수문 (Lock 24)가 있고, 이곳 수문 관리원 주택이 문을 열고 방문객을 기다린다. 1870년에 이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 지역 걸스카우트 여학생들과 부인들이 당시의 아주머니, 소녀의 복장을 하고 사람들을 맞는다. 각 방마다 걸스카우트 소녀들이 배치되어 조롱조롱 안내를 해준다.  <초원의 집>을 떠올리게 하는 소녀들의 복장과 실내 집기들.











손을 씻거나 세수를 할 수 있는 실내의 공간과 집기들. (2층 안방=부모의 방 구석에 있었다)


1층 거실에 놓여있던 의자와 인형.



 

1층 부엌 한 켠에 마련된 식탁.


부엌의 중심. 화덕.


역시 부엌의 오른쪽 구석에 마련된 빨래도구들. (집앞에 강도 흐르고 수로도 있으니 밖에 나가서 펑펑 빨래하면 되었을걸~)




초원의 집, 로라 잉걸스 같은 소녀가 생크림을 만든다고 휘젓고 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0. 18. 17:49


2011년 가을 휴가.  일주일간 100마일 (160킬로미터)을 걸어보면 어떨까?  대략 하루에 20마일씩, 닷새정도 걸어보면 어떨까?  일단 이렇게 생각을 정하고, 길을 나선 첫날. 

행선지는 포토맥 강변 수로 길 (Chesapeake Ohio Canal Road) 12.3마일 거리에서 ---> 23 마일 거리까지 왕복.  Great Falls 입구 Angler's Inn 이라는 식당 쪽 입구에서 10여마일을 갔다가 반환하여 오는 코스를 잡았다.  10시에 걷기 출발. 중간에 10분 이상 앉아서 쉰 적이 없다. 돌아올때 몇차례 쉬었고, 반환점 까지 가는 동안에는 쉬지 않았다.  도중에 수로변 관리인 주택에서 집 공개 행사를 하길래 잠시 기웃거리며 구경을 하기도 했다.

출발한지 세시간 반만에 반환점 (23마일표)에 도착 (10시 출발 --> 오후 1시 30분 반환점 찍고), 출발점으로 돌아왔을때는 여섯시. 반환점 까지는 세시간 반, 거기서 원점까지 돌아오는 길은 네시간 반이 소요 되었다. 전체 8시간.

평가: 등산화를 신고 출발했는데, 신발 바닥 부분은 일반 워킹화보다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발바닥 부분의 피로함은 적었다.  그렇지만 워킹화보다 무거우니까 그것은 감점 요인.  오래 걷기 할때 등산화가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발목을 감싸는 등산화인데, 왼쪽 발목 한쪽이 약간 부었다.  그래도, 발 전체를 보호하는데는 등산화가 좋은것 같다.

8시간동안 먹은것: 사과 두알, 물 반병.

위의 동영상은, 천국같이 맑은 가을날, 강바람이 상쾌했고, 며칠간의 워싱턴 지역의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서 강물이 요란하게 소리내어 흐르던 '시간'을 잠시 붙들어 둔 것이다.  마지막에 내가 Hey! 하고 즐거운 비명을 지를 것은, 화면에 잠깐 나타나는 노인의 개가 나를 지나치면서 내 다리를 싹 핥고 지나갔기 때문에 간지러워서.  개들은 그 촉촉한 코를 문질러대며 내 신체의 어딘가를 싹 핥고 지나치곤 한다. 개가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방법일 것이다.

물소리 바람소리, 햇살의 노랫소리가 내 카메라에 잠시 모습을 드러내다.



혼자 길을 걷는 나그네에게는 마일스톤도 아주 소중한 친구가 된다. 23마일 표시. 이 조그만 마일스톤을 손으로 쓰다듬어주고 반환. (그러니까, 다음에는 여기서 출발해서 또 10마일 가는것이지... 가능하다면...)



오른쪽에 바다같이 너른 강. 왼쪽에 수로. 나는 반환점을 돌아, 다시 동쪽으로 가는 중. 저 앞에 보이는 아저씨의 개가 내 다리를 싹 핥고 지나갔다.






햇살은 바람에 일렁이는 나무 그림자로 편지를 쓴다.




오후 여섯시, 기진맥진. 다리는 천근이고, 배는 고프고. 시작점에 있는 Angler's Inn 식당. 20마일을 잘 걸어준 나를 위하여, 스테이크와 와인. 식당은 분위기 좋고 서비스도 만족할만하다. 단지, 음식값이 좀 비싼편이지... 나도 처음 가 봤다.  기념 할 일이 있을 때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변, 숲속의 여관. 여관 정원의 테이블.  촛불과 야외 난로.  대체로 아름답다.





2011년 시월의 어느날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지타운, 분수 공원  (2) 2011.10.18
시월, 100마일 프로젝트, Day 1 (수로 관리인 주택)  (0) 2011.10.18
[산책] Heritage Trail  (2) 2011.09.06
2011년 9월 운동 기록장  (0) 2011.09.06
등산화  (2) 2011.09.04
Posted by Lee Eunmee
Diary/Life2011. 10. 10. 13:12

사람들이 내게 연락하기는 쉽지 않다. (아니  쉽다). 나는 이메일 인간이다.  그러니까, 내 이메일로 연락을 취하면 소통을 할 여지가 많지만, 전화로는 거의 소통 불가에 가깝다.  일단, 학교의 내 연구실에는 직통 전화가 없다. 내가 전화기를 빼서 내다 버렸다. (시끄러워서.)  학교의 나와 통화를 하려면, 천상 학교 공식 전화를 통해서 -- 학장님이나 조교를 통해서 할 수 있다.  내 핸드폰은, 내가 이름을 입력해 놓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만 통화를 하는 편이다.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오면 그냥 안 받는다.) 

학장님이나 조교선생은 내 성격을 잘 아는지라, 여간해서는 모르는 사람의 전화를 바꿔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이뭐시 교수'를 찾으면, 용건을 묻고, 이리저리 탐색을 한 후에 대개는 "이메일 해 보세요. 그러면 연락이 빨리 될 것입니다" 대략 이렇게 설명을 해주고 만다.  나에게 전화를 연결해주지 않는다.  내가 낯선 사람의 연락을 절대 안받는다는 것을 그분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꽉꽉 막힌 소통 장치 틈 사이로 나와 통화가 된 분이 있었다.  학장님이 전화번호를 주면서 꼭 한번 연락을 취해보라고 했다.  뭔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인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대개 시큰둥하게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지나치는 편이지만, 그날은 어쩐지 그 나를 간절히 찾는다는 그분께 전화를 드리게 되었다.  내게 전화를 건 분은 메일랜드 주에서 비영리 교육기관의 운영 책임자였다. 말하자면, 노인학교. 그 노인학교에서는 주 교육국의 교육기금을 받고 있는데, 그랜트 신청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전문가가 나였다.  그분은 신문에서 나를 보았다고 했다. 그래서 신문에 난 정보를 토대로 나에게 연락을 취하셨다고 했다.  내게는 신문을 보았다며 연락을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대개 비영리 단체에서 협조를 구하는 내용인데, 나는 이런 협조 요청에 답으르 한 적이 없다. 내가 답을 안하고 지나치는 이유는, 그 단체가 뚜렷한 내용없이 정치적인, 혹은  이념적인 색깔만 내세울때, 그 허망함을 내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난, 행동 없이 공염불 하는 집단, 개울도 없는 곳에 다리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집단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다. 그런데, 나와 통화가 이루어진 그분이 안고 있는 문제는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아주 정확한 사람을 찾아냈다.  내가 아주 잘 해 낼수 있는 분야의 일이었다.

그렇게 하여, 나는 메릴랜드주의 어느 노인대학의 영어교육 프로그램의 자문을 해 주는 일을 하게 되었다. 물론 자원봉사로 하는 일이다. 내가 그곳에 자주 갈것도 없이, 중요한 행정적인 절차에서 내가 필요할때 그 때 내가 일처리를 해주면 되는 일이다.  나로서는 잠시 시간 내서 신경을 쓰면 그만인 일이지만, 노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내 도움이 요긴한 모양이다.  그래서 나도 무척 기쁘게 생각했다.  내 별것도 아닌 노력으로 노인 어르신들의 공부에 도움을 드릴수 있다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일전에는 그곳의 운영자 선생님과 대표 어르신이 내 연구실로 찾아와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매우 송구스러운 연락이었다. 여태까지는 그분이 내 연구실로 찾아와 내 연구실에서 몇가지 작업을 해 드리거나, 전화 통화로 일을 처리 하였는데, 어르신들 여러분이 내게 인사를 하러 오신다니, 난처한 느낌이 들었다. 시퍼렇게 젊은년이 앉아서 어르신들의 인사를 받는 격이 아닌가.

그래서, "그러실 것이 아니라, 제가 수업 없는 날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했다.  그러자 저쪽에서 펄쩍 뛰셨다. 바쁘신 분이 그렇게까지 시간을 내시면 너무 죄송하다고. 이런 말씀을 들으니 나도 더욱 죄송스러워졌다. 그래서, 일전에 난생처음으로 나와 인연이 된 그 노인대학을 찾아가게 되었다.  집에서 하이웨이를 15마일쯤 타고 달리다가 도착하게 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초대형 교회가 있었는데, 그 노인대학은 교회당의 시설을 빌려서 운영되고 있었다.  교회가 지역 주민들의 평생학습의 장을 주선해주는 것은 아주 좋은 사례로 보였다.

주차장에 정각에 도착하니 나와 만나 일을 의논하던 선생님께서 이미 주차장에 마중을 나와 서 계셨다. 융숭한 영접을 받은 셈이다. 그 선생님은 내게 교육시설을 하나 하나 보여주며 설명을 해 주셨다. 그리고 교무실로 안내를 했는데, 교무실에는 열명도 넘는 선생님들이 모여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모두 노인 선생님들이셨다. 모두 내 어머니 아버지뻘 되는 어르신들.   "아유, 신문에서 뵌 것보다 더 젊고 이쁜 분이 오셨네!"  (신문에 오르는 사진은 3년전 사진인데요....그때가 더 젊었지요...). 

나는 낯선 사람이 나를 보자마자 대뜸 '미인이시네요' '젊으시네요' '아가씨 같으시네요' 이런 소리 하면 모욕감을 느끼는 편이다. 너무나 상투적이고 값싼 인사법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그자리에 모이신 어르신들이 내게 젊고 이쁘다고 말씀 하실때는 그런 모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분들 눈에는 내가 '정말로' 꽃처럼 젊고 이뻐보이실것도 같았다. 내가 그분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니까 말이다.

어르신 선생님들은 영어 선생님을 비롯해서 각기 다른 프로그램의 선생님들이셨는데, 내가 영어교육 전문가라고 소개가 되자, 각기 살아오시면서 겪었던 영어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면서 아주 진지하게 내 의견을 물으셨다.  어떤 분은 한글학교 선생님이셨는데, 미국에서 영어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칠때, 영어 사용을 안하고 한국어만 사용하는 것이 정말로 효과가 있는가 물으셨다.  수십년간 영어 선생님을 하셨다는 노신사는 내게 영어를 영어로만 가르치는게 타당한지 모국어로 설명을 하면서 가르치는게 타당한지 아주 진지하게 물으셨다.  이분들의 질문은 여전히 심도깊게 논의가 되는 주제들이다. 상황에 따라서 답은 달라질수 있는 것 들이다.  선생님들과의 대화는 진지하면서도 활기차게 진행 되었다.

회장님이 나를 위하여 회식을 제안하셨다.  모두들 노인대학 스쿨버스를 타고 근처 식당으로 이동을 했는데, 식당에서도 진지한 대화는 이어졌다. 칠십세 안팎의 선생님들이 진지하게 교육을 고민하고 계셨다. 그리고 내가 이분들의 말씀을 주의깊게 듣고 맞장구를 치거나 웃거나 뭔가 대꾸를 하면 그것을 참 좋아하셨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이처럼 나의 한마디 한마디에 주의깊게 반응하는 청중을 본적이 없었던 것도 같았다. 내가 가르치는 대학원생들도 내 수업중에 눈을 빛내고 활발하게 토론을 하는 것을 자주 보는 편이지만, 노인 선생님들과의 대화 속에는 뭔가 반짝거리는 기쁨 같은 것이 숨어있는것 같았다.  (아마도, 내가 이 어르신들 속에서는 예쁘고 싹싹한 젊은피라서, 그래서 어르신들이 무조건 사랑을 보내주셔서 그런것 같다.)

점심식사후에 작별 인사를 하고 각자 흩어졌는데, 선생님들이 한분 한분 내 손을 꼭 잡고 악수를 하시고, 다음에는 언제 올거냐고 묻기도 하고 그러셨다.  (이런 환대와 환송이 기다리고 있을줄은 예상도 못하던 일이었지....) 게다가, 마지막에는 나와 늘 연락을 취하시던 선생님이 혼자 남아서 인사를 하시더니 내게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자원봉사로 일해주시니 기름값이라도 하시라는 것이다. 자원봉사 하는 사람도 기름값은 받는거라고.  그래서 그 선생님께, 앞으로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학교를 위해서 일하게 될지 알수 없지만, 일하는 동안에는 기름값도, 선물도, 아무것도 받을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사과 한알이라도 받는 순간, 이것은 자원봉사가 아닌게 되는거라고. "점심밥도 얻어 먹을 생각이 없었지만, 어르신 선생님들께 실례가 되는 것 같아, 제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것인데요. 저를 그냥 순수하게 일만 하게 해주세요. 뭘 받으면 그때부터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니까요. 사례를 받으면, 저는 봉사하는게 아니쟎아요. 제발 저를 좀 도와주세요."

결국 나는 앞으로도 선물 한가지라도 안받는다는 것까지 분명히 의사 전달을 했다. 담당 선생님은 내게 무척 미안해 하셨다. 그 미안해 하시는 표정이 이미 내게 충분한 보상이었다.  그것으로 나는 더 큰 보상을 받은 셈이다. 내가 어딘가에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사실. 그것보다 더 큰 보상이 있을까?  그 빛나는 보람을 서푼짜리 휘발류값 혹은 작은 선물과 바꿀수는 없는 일이다.

찬홍이가 대학에 들어갈때까지, 나는 늘 사회에 대한 나의 봉사의 의무를 애들 핑계를 대며 미뤄왔었다.  찬홍이는 대학에 들어갔고, 내 곁을 떠났다. 나는 여러가지 숙제로부터 놓여났다. 이제 더이상 누구의 핑계를 대면서 내가 사회에 되갚아야 하는 것을 미룰수가 없는 형편이다.  바로 그때, 하늘이 보낸것처럼 노인학교 선생님이 내게 신호를 보낸 것이리라.  감사한 일이다.  가끔 혼자 앉아서, 베란다에서 살고 있는 거미를 쳐다보다가, 그 노인대학 생각을 하면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이세상 어딘가에 내 혼이 잠시 쉴수 있는 공간이 하나 있다. 그곳에는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모여서 즐겁게 노시는데, 내가 가면 무척 반기신다.  나의 새로운 친구들이다.


* 내가 최근에 나에 대해서 발견 한 것이 뭔가하면, 내가 노인에 대하여 친화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나는 노인과 대화하는 것에 익숙하고, 노인과 대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신체적으로 불편한 노인을 어떻게 도우면 좋을지 조금 알고 있다.  이런 친화력은, 내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품에서 자랐으며, 주변에 할아버지 할머니 또래의 어른신들이 많은 환경이었고, 시집살이를 할 때에도 노인 시어른들 속에서 시집살이를 착실히 하여 노인들의 화법에 익숙하며, 어머니가 늙어가신 세월속에 있었으며, 최근에 한달 넘도록 엄마와 '합숙'을 하면서 훈련을 단단히 받은 전력에서 오는것도 같다.  그리고, 어르신들을 뵐때, 늘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생각이 나기 때문에 내 마음이 굉장히 말랑말랑해지는 면도 작용을 한다.  내 환경이 나를 어르신 친화력이 있는 사람으로 키웠을것이다. (내가 잘 모르는 낯선 분야가 있는데, 그 쪽 분야에서 일을 좀 해볼까,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망설이고 있는 편이다..... 내가 실수해서 아픈 영혼에 상처를 줄까봐 그것이 겁이 나는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Life2011. 10. 3. 20:21



'망각'도 능력이라고 한다. 망각하는 능력이 없으면, 우리의 기억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인간은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모두 기억하지 않는다. 선택적으로 기억을 하는 것이다. 내가 사람 많은 시장에서 스치고 지난 모든 사람을 기억한다면 내 머릿속은 너무나 복잡할 것이다.  나는 대부분을 잊고 지나가는 것이다. 오직 특별한 것들만 내 기억 장치에 남게 된다. 이것도 생존의 기술이며 능력인 것이다.

쥐 실험을 보았다. 쥐를 커다란 수조에 빠뜨린다. 쥐는 물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헤엄을 친다. 수조 어디쯤에 깡통 모양의 물건을 놓아둔다. 이것은 물 속에 감춰져 있지만, 일단 이 깡통에 다다르면 물에 빠질 염려는 없다. 물속에 감춰진 섬인 셈이다.

쥐는 필사적으로 헤엄치다가 우연히 그 깡통섬을 발견하고, 그 섬위에서 잠시 안도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몇차례 쥐를 수조에 빠뜨리고, 그 쥐는 몇차례 동일한 위치에 있는 깡통섬을 발견하고, '학습'하게 된다. '좋았어, 물에 빠지면 나는 그 깡통섬으로 헤엄쳐 가겠어.'

그러다가, 깡통섬의 위치를 옮긴다.  대부분의 쥐들은 본래 깡통이 있던 자리 주변을 찾아 헤메다가 곧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위치에 놓여진 깡통을 찾게 된다. 상황 변화를 파악하고, 새로운 위치로 이동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쥐들이 그렇게 행동한다.  이는 새로운 학습이면서, 동시에, 전에 학습한 것을 망각하는 행동이다.  (우리는 전에 살던 집의 주소나 전에 사용하던 전화번호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현재의 주소나 번호를 더욱 선명하게 기억한다. 전의 주소나 번호를 기억해내기 위해서는 머리를 갸우뚱하거나, 혹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뇌의 어느 부분에 손상을 입은 쥐의 경우, 그 쥐는 본래의 깡통섬 주위를 끊임 없이 맴돈다. 번번이 깡통섬이 그곳에 없음을 체험하면서도 번번이 물에 빠졌을때 그 쪽으로 향한다. 이 쥐는 깡통섬의 위치는 기억하지만, 그것이 더이상 그자리에 없다는 것은 기억하지 않는다. 혹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제 그 기억을 지워야 하지만, 지우지 않는다. 혹은 지우지 못한다. 자꾸만 그쪽으로 향한다.

쥐만 그런게 아니지.  사람들이 쥐 실험을 하는 이유는, 쥐의 행동에서 인간의 행동을 추측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http://www.opposingviews.com/i/health/alternative-medicine/israeli-study-marijuana-blocks-ptsd-symptoms-rats

According to a new study conducted at the Haifa University psychology department and published in the Neuropsychopharmacology Journal, rats that were treated with marijuana within 24 hours of a traumatic experience successfully avoided any symptoms of PTSD (post- traumatic syndrome).

Dr. Irit Akirav, who led the study, said: "There is a critical window of time after trauma, during which synthetic marijuana can help prevent symptoms similar to PTSD in rats."

In the experiment, rats were exposed to extreme stress and then divided into four groups: the first given no marijuana, the second given a marijuana injection two hours after being exposed, the third after 24 hours and the fourth after 48 hours.

The researchers examined the rats a week later and found that the group that had not received marijuana, as well as the one that received the injection after 48 hours, displayed PTSD symptoms and a high level of anxiety.

Although the rats in the other two groups also displayed high levels of anxiety, the PTSD symptoms had totally disappeared.

"This shows that the marijuana administered in the proper window of time does not erase the experience, but can help prevent the development of PTSD symptoms in rats. We also found that the effects of the cannabinoids were mediated by receptors in the amygdala area of the brain, known to be responsible for mediation of stress, fear and trauma," Akirav said.

While a decisive parallel between emotional states in humans and animals cannot always be drawn, Akirav was confident psychiatrists will take her research forward to implement it on humans

'Diary >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라델피아 미술관: 렘브란트전을 보러 갔다  (6) 2011.10.20
나의 새로운 친구들  (6) 2011.10.10
찬홍이 기숙사행  (8) 2011.08.29
Have a Good Day!  (2) 2011.06.01
청순 가련 요염 섹시 왕눈이 특집  (2) 2011.05.21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9. 6. 03:56


그저께 산 등산화를 길을 들이기 위해 (to make it broken well) 헤리티지 트레일에 나갔다.  지난 토요일에는 동일한 길을 반대 방향으로 진행했었다.  그러니까, 지난 토요일에는 평소대로 포토맥 강을 끼고 걷다가, 그냥 반환하기 심심해서 키브리지를 건너 로즈벨트 섬으로 진입하여 여기서부터 헤리티지 트레일을 따라서 체인브리지, 거기서 다시 포토맥 애비뉴까지 가는 동선이었는데. 내 예상보다 험난한 길이었다. (만만히 생각하고 들어섰다가 고생을 좀 했다.)  전에도 왔던 길인데, 왜 이렇게 험난하게 느껴질까?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동선을 잘 못 잡은것도 원인 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 동선은 '갈수록 태산' 이다. 가면 갈수록 힘든 코스.  이러면, 그렇지 않아도 힘이 빠지는데 갈수록 난감해지니까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반대방향으로 시작을 했다.  일단 차는 평소에 두는 장소에 모셔놓고, 몸을 풀겸 편안하게 체인브리지를 건너서 헤리티지 트레일로 접어 든다.  체인브리지에서 들어가는 헤리티지 코스의 경우 로즈벨트 섬까지 4마일 거리중에서 처음의 약 1.5 마일이 난코스에 해당된다. 이 코스를 지나면 그저 강을 끼고 오르락 내리락하는 언덕길이 펼쳐질 뿐이다. 그러니까 걷기 시작할때, 아직 기운이 펄펄 날 때 힘든 코스를 통과하면, 그 후부터는 기운이 빠져도 별 어려움없이 평소 페이스대로 걷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역시 내 계획이 내 몸에 잘 맞았다.  로즈벨트에서 키브리지를 건너 조지타운에 접어 들었을때는 이미 내집 안방 같은 편안한 기분.  오늘은 무리없이 편안하게 한바퀴를 돌았다. 초년 고생은 사서도 한다.  힘든 코스는 처음에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고생 다 끝나고, 키브리지를 통과할 무렵 길가에 펼쳐진 허니써클 무더기 무더기.  인적없는 길에 무리지어 핀 흰꽃무더기가 어쩐지 봄날의 찔레꽃처럼 슬프더라.  지홍이한테 편지쓸때 부쳐주기위해서 꽃을 좀 땄다. 눌러서 편지에 붙여서 보내주면, 지홍이가 이 꽃 향기를 맡을수 있을까?




강의 이편에서 강의 저편을 내다 보다.  주로 강의 저편에서 이쪽을 쳐다보곤 했는데, 이제는 내가 이편에 있다. 차안과 피안. 삶의 이편 저편을 경험하듯, 나는 강의 이편 저편을 걷는다. 이 길이 끝나면, 키브리지를 건너 다시 강의 저편으로.

집으로 돌아오는길, 내가 아침에 걸었던 길을 찾기 위해서 나는 기웃기웃 강건너편을 보며 걸었다. 나의 길. 인적이 뜸한 나의길.


새로산 등산화는 '합격'이다.  어제 산책할때 일부러 신었는데 편안했다. 그래서 오늘 용기를 내어 이걸 신고 산으로 간 것인데, 세시간 넘게 걷는 동안, 특히 바위 골짜기를 이리저리 넘나드는 동안 내 발을 잘 보호해주었다. 신발이 무겁지도 않고, 바닥에 닿는 착지감이 참 안정되고 좋았다. 새로 신었는데 발이 불편하지도 않았다. (요즘 신발 만드는 기술이 정말 좋은가보다. 새 신인데 불편하지가 않다니 말이다.)

키브리지 건너, 조지타운에 도착했을때 열두시쯤.  그래서 나의 단골 식당으로 가서 샐러드와 아이스티로 점심을 먹었다. 웨이터가 친절했고, (알아서 아이스티를 충분히 리필해주었다), 이웃 자리에 앉은 사람들도 친절했다. 내가 먹기 좋게 잼을 내 쪽으로 밀어 주었다.  땀을 흠뻑 흘리고 노곤한 상태에서 마시는 아이스티와, 적당히 배가 고플때 먹는 음식. 친절한 미소. 참 좋은 시간이었다.  혼자서 즐겁게 점심을 먹으며 내 생활의 '주제'를 정했다. '칸트 놀이'를 해야지. 칸트 놀이. 

칸트는 고약스럽고, 수다스러우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괴상한 성격이었다고 알려져있다. 그는 심부름하는 머슴에게 인색했다고 하며, 자기 몸을 꽤나 챙겼다고도 한다. 좀 웃기는 할아버지였던 것 같다. 나는 당분간 칸트 놀이를 하기로 했다.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면서, 산책하고, 사색하고, 공부하고 그렇게 살겠다는 뜻이다.  주말에는 '순례자' 놀이를 해야지. 주말에는 어디론가 낯선 곳으로 가서 한나절 걷겠다는 뜻이다.  나는 현재의 나의 삶을 '안식년'이라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잠시 주어지는 안식년. 나 혼자서 사색하고 생활하는 시간. 이 시간이 길어질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 내게 주어진 이 고요한 시간을 나는 최대한 의미있게 보내고 싶다. 칸트 놀이를 하면서.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월, 100마일 프로젝트, Day 1 (수로 관리인 주택)  (0) 2011.10.18
시월, 100마일 프로젝트, Day 1 (21.4 마일)  (3) 2011.10.18
2011년 9월 운동 기록장  (0) 2011.09.06
등산화  (2) 2011.09.04
2011년 8월 운동 기록장  (0) 2011.09.02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9. 6. 03:29

 날짜  걷기오전  걷기오후  다른 운동  메모
 1 (목)
 2 (금)
 3 (토)
 2
 -
9
 -
2
-
 
카메라도 안가지고 나간 인적없는 산길.  사진대신 들꽃을 따서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오다.
 
lemon
 포토맥-로즈벨트-헤리티지-체인브리지 논스톱 세시간 20분 길 끊어진 바위 산길. 등산화 사야겠다.
 5 (월)  10  -   5 hours Heritage + Potomac
         
         
 총계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월, 100마일 프로젝트, Day 1 (21.4 마일)  (3) 2011.10.18
[산책] Heritage Trail  (2) 2011.09.06
등산화  (2) 2011.09.04
2011년 8월 운동 기록장  (0) 2011.09.02
[워킹] 조지타운의 착하고 늙은 개 한마리  (1) 2011.08.22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9. 4. 20:20

 

내 생애 최초로 내 발에 맞는 등산화를 샀다. (어제).

전에 스포츠 오소리티에서 대강 등산화를 살펴 봤었고, 노스페이스 등산화도 살펴놨고, 어제 팀버랜드 매장에서 예쁜 등산화를 만났는데 (꽤 팬시했다) 어쩐지 그 팬시함에 넘어가면 안될것 같아서 에코에 갔다가, 이 신발이 제일 맘에 들어서 이것을 샀다.
 
어제 아침에 산책 나갔다가, 난데 없는 바위지대를 만나는 바람에 내 발이 고생을 좀 했다. 평평하고 잘 닦여진 산책로에만 익숙해진 내 몸이 집중력을 요구하는 바위 산길에서 영 적응을 못하고, 특히 발과 발톱이 고통을 겪었다. (발톱 일부가 깨졌다. 양말과 신발이 얇았던 때문이다.)  그래서 '등산화'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등산화 그것이 둔하고 무겁고, 그걸 왜 신나 했더니 발전체와 발목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어제 바위지대에서 고생을 좀 했는데, 통과 하고 나니, 특히 그 고생스런 지대에 또다시 가고싶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평소에 안다니던 길에서 고생을 좀 한 결과, 몸살이 났다. 이 몸살이 지나면, 산에 가도 몸살이 안 날것이다.)  평탄한 길은 재미가 덜하고, 바위산을 좀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평생 내 몫으로 등산화를 사 본 적이 없다. 옛날에 엄마가 산 빨간 나이키 등산화를 신은적이 있었는데, 내 발에 약간 작은 (발에 딱 맞는) 신발을 그래도 열심히 신고 다녔었다. 그것이 집에 있던 유일한 등산화였었으니까.  발가락이 아픈것을 참고 그 것을 신고 산에 오르고 그랬었다. 아주 옛날 얘기다. 지홍이가 태어나기도 전이니까.

이제야 내가 내 몫의 등산화를 한컬레 장만한다. 인생은 아직도, 새롭고, 처음이고 그런 것들이 많이 있다. 늘 새로운 해가 떠오르는 것이니까. 새로운 길이, 새로운 사람들이 내 앞에 펼쳐지고 지나갈 것이다.  열이나서 오늘 장거리 워킹은 불가능하겠다. (산에 가기 전에 이 신발을 신고 길을 들여줘야 하는데...)


***

같은 매장에 트레킹화도 아주 예쁜, 그리고 편해보이는 것이 있었는데, 신어보니 발 앞꿈치가 신발에 닿았다.  이상도하지 똑같은 사이즈인데 등산화는 앞꿈치가 신발에 안닿는데 왜 트레킹화는 닿는 것일까? (나는 발 앞꿈치가 신발에 닿으면, 안신는다. 두꺼운 양말 신고, 발이 부을경우 신발에 닿는 부분이 아프니까.)  그 트레킹화가 참 가볍고 예뻤지만, 그점이 맘에 안들어서 안사고 말았다.  하지만 가벼운 트레킹화도 한켤레 갖고 싶은데 말이지. 

아주아주 나비처럼 가볍고 기능적인 트레킹화도 하나 골라서 사야지.  산에 가기에 좋은 계절이다. 산으로.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책] Heritage Trail  (2) 2011.09.06
2011년 9월 운동 기록장  (0) 2011.09.06
2011년 8월 운동 기록장  (0) 2011.09.02
[워킹] 조지타운의 착하고 늙은 개 한마리  (1) 2011.08.22
와 와 세상이 막 지나간다!  (0) 2011.08.18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9. 2. 22:32

 날짜  오전(새벽)  오후 (저녁)  기타  
 8월 6일 (토)  포토맥  (6마일)  버크레이크 (2마일)    레몬다이어트 8일째부터 운동 다시 시작
       7일 (일)  포토맥 (6마일)      
       8일 (월)      수영 1시간  레몬다이어트 10일 완성
       9일 (화)      수영 1시간  
       10일 (수)      수영 1시간  
       11일 (목)    포토맥 (6마일)  수영 1시간  
       12일 (금)  포토맥 (6마일)  조지타운 (7마일)    
       13일 (토)  버크레이크 (5마일)      
       14일 (일)  포토맥 (6마일)      
        15일 (월)  동네 (3마일)      
        16일 (화)  동네 (3마일)  포토맥 (6마일)    
        17일 (수)  동네 (3마일)  동네 (3마일)  수영 90분  
        18일 (목)  동네 (4.2마일)      
        21일 (일)  조지타운 (7마일)  동네 (2마일) 왕땡이와    
        22일 (월)  동네 (4.2 마일)      
        24일 (수)  동네 (2마일)      
        25일 (목)  동네 (4.2 마일)      
        26일 (금)  동네 (4.2마일)      
        27일 (토)
        31일 (수)
 동네 (4.5 마일)
 동네 (2 마일)
   트랙 달리기도 했다.  

통계: 걷기 96마일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년 9월 운동 기록장  (0) 2011.09.06
등산화  (2) 2011.09.04
[워킹] 조지타운의 착하고 늙은 개 한마리  (1) 2011.08.22
와 와 세상이 막 지나간다!  (0) 2011.08.18
[워킹] 동네 산책 새로운 코스  (0) 2011.08.17
Posted by Lee Eunmee
Diary/Life2011. 8. 29. 05:43


2011년 8월 28일 일요일.
태풍 아이린이 이름처럼 사뿐하게 (별 사고 없이) 버지니아를 통과한 아침.
찬홍이를 대학 기숙사에 이사를 시켰다.  오전에 보따리를 모두 기숙사에 풀어 놓고, 집에 와서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에 다시 소소한 (보따리 싸면서 잊었던) 것들까지 다시 챙겨가지고 또다시 기숙사에 갖다 놓아주고 왔다.  두번째에 갔을 때에는 나는 건물에 안들어가고 그냥 찬홍이가 물건을 갖고 들어갓다. 물 한박스와, 찬홍이의 곰인형까지.




두번째로 기숙사에 갈때는, 왕땡이도 데리고 갔다.  그래도 식구니까 찬홍이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아야 하니까. (내 사진을 보니, 저 바지가 영 볼품없이 헐렁하군...  저거 빵빵하던 것인데...  내가 날씬해지긴 한것인가, 아니면 바지가 늘어났던가.) 저 팔에 걸린 시장가방에 쌀을 두자루 담아 가지고 갔었다. 완전 쌀자루.  찬홍이는 밥을 먹어야 한다고 전기 밥솥까지 갖고 갔으니까... 뭐 얼마나 해 먹을지 모르지만, 기름기 많은 서양음식보다 밥이 좋지. (그래서 발아 현미를 사줬는데.)


집안이 폭탄 맞은것처럼 엉망이다. 찬홍이방의 가구가 나갔고, 옷장도 엉망이고, 전체적으로 태풍이 휩쓸고 간 폐허처럼 그렇게 집안이 엉망인데, 누가 좀 청소 좀 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수업 준비도 해야하고, 할일이 많다.

결핵반응 검사 한 부분의 붓고 열이나고, 상태가 안좋다. (그건 순전히 벌레에만 물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부풀어 오르는 내 피부의 문제이지 결핵의 문제는 아니다. 아무튼 피부가 많이 부풀면, 엑스레이를 찍자고 할것이다. 그러면 엑스레이 비용이 추가로 들겠지.  그렇게 돈 들어가는 일이 부담스럽지...)

여권사진을 찍을 일이 있었는데, 찬홍이와 내가 둘이 여섯장씩 사진이 필요했는데 CVS 매장에서 두사람 사진을 해결하는데 12달러가 들었다.  2인분 여섯장씩 (12장) 12달러면, 종전보다 싼 가격이다.  사실 적당한 디지탈 사진으로 여권사진 사이즈로 리사이즈해서 현상만 부탁만 해도 되는데 (정부 안내페이지에 여권 사진 리사이징 하는 도구까지 나와있다) 그러다가 실수 할까봐 그냥 가서 찍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사진 값이 저렴해서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사진은 CVS가 왕입니다요~ 

내일 오후에 찬홍이 데리고 와야한다. 지난 주말에 혈액검사한 결과를 본인이 와서 봐야 하기 때문에.  내일 데리고 와서 하루 자고 다시 기숙사행.  그러니까, 기숙사에 보냈어도 멀리 보낸것 같지는 않고, 그냥 이웃에 보낸 기분이다.

(아, 집안 정리 좀 하고, 다음주 수업 준비 해야 한다.  피곤하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8. 22. 01:54



지난 금요일 아침에는 찬홍이 대학 오리엔테이션에 다려오느라 이른 아침부터 바빴고
어제 토요일에도 아침부터 찬홍이 귀 고막 파열 된것 같아서 이비인후과에 갔다가, 은행에 들러서 찬홍이 카드 하나 만들어주고, 집에 가구 가지러 사람이 온다고 해서 집안 정리 좀 하느라 고된 하루였다.  그래서 지난 이틀간 운동을 못했다.  집에 있는 침대며, 아이들 쓰던 책상 이런것들을 내 학생네 집에서 가져가기로 했다. 그 집에 홈스테이 하는 학생이 와서 그런 가구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우리집에 있는거 가져가라고 했다. 어차피 나는 짐을 확 줄이고 단촐하고 가뿐하게 살 생각이라, 원하는 사람 있으면 모두 내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태권도 대회 할때 귀를 맞아서 찬홍이 귀 고막이 약간 파열되었으나, 의사 소견으로는 그냥 내버려두면 되는 정도라고 한다. (다행스런 일이다.)

오늘도 어쩐지 매일 새벽에 깨던 내가 일곱시까지 내쳐 자버렸다. 여덟시가 넘어서야 산책을 나갔다. 모처럼 찬홍이 데리고 조지타운까지 가서 카페에 가서 아침을 잘 먹고 왔다.  찬홍이는 오늘이 레몬 다이어트 7일째 인데, 그냥 카페에서 아침을 먹였다. 찬홍이 레몬 다이어트는 이쯤에서 정리 시키려고 한다.   (나는 하루에 한번, 그리고 주말에 레몬 다이어트 요법을 병행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하루중 저녁 한끼, 그리고 주말 하루쯤을 레몬다이어트 음료를 만들어서 계속 해독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 해독 요법이 내 체질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몸이 가볍고, 머리가 맑은 느낌이 좋다. 커피도 안먹고 있고, 매일 레몬수를 먹으니까, 확실히 잠 잘 자고 머리 맑고, 그리고 덜 지치는것 같다. )

조지타운에 작은 카페가 있는데 그 카페 앞에는 예쁜 자전거가 장식으로 세워져 있다. 오늘은 그 자전거 그늘에 개 한마리가 묶여 있었다.  순하고 착한 개. 다가가서 보니 아랫니 송곳니 두개 중에 하나는 빠지고 없다. 꽤 오래된 개 인 모양이다. 열살 넘은 우리 왕눈이도 아직 이가 멀쩡한데...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등산화  (2) 2011.09.04
2011년 8월 운동 기록장  (0) 2011.09.02
와 와 세상이 막 지나간다!  (0) 2011.08.18
[워킹] 동네 산책 새로운 코스  (0) 2011.08.17
[워킹] 조지타운, 버크레이크, 조지타운  (0) 2011.08.15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8. 18. 00:26

나 어렸을때, 시골에서 살때, 그러니까, 내가 네 살때, 우리들이 마당에서 놀다가 일없이 하는 자랑질 중에는 "너 버스 타봤어?" 이런거였다. 내가 이것을 분명 네살 때라고 기억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해에 우리 부모님과 형제들이 나를 떨어뜨려 놓고 서울로 가버렸으니까. 그리고 내가 버스를 처음 탄 기억은 아직 시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우리식구 이렇게 모두 모여서 살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네살이거나 그 전이었다는 것이지.

버스를 처음 탔을 때의 기억.

흑먼지 막 날리고, 그리고 창밖으로 사물이 막 휙휙 지나가는 그 놀라움! 와 와 세상이 막 지나간다!!!

버스를 처음 탄 아이들은 대개 너무나 놀라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서 버스를 타봤냐 못 타봤냐 점검이 끝나면, 그 다음에는 "너 울었냐 안 울었냐" 이런 조사였다. 난 울었는지 안 울었는지 잘 모르겠다. 내 성격에, 안 울었을것 같다 (너무너무 겁이 나서 쫄았겠지만 겉으로는 태연한척 했겠지...)   아, 창밖에 미루나무가 막 다가왔다가 휙 지나가던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그 후에 우리들이 초등학생이 된 후에, 그 마당에 놀던 아이들의 화제는


"너 에레베타 타봤어?"  --> 일단 에레베타가 뭔지 모르면 한수 꺽이고 들어가는거다.
"너 에스카레타 타봤어?" --> 역시 타고 못타고를 떠나서 이것의 존재 자체를 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그리고 그 후에

"너 서울에 있는 전철 타봤어?"

서울에 가서 전철을 처음 타 본 아이는 우리 이웃의 유순이였다.  서울가서 전철 탔다고 자랑질을 엄청 했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놀이같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며칠전에 찬홍이와 왕눈이와 산책을 하다가  문득, 걷는 것이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갑자기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내가 다리를 움직일때마다 세상이 조금씩 움직인다. 멀리 있던 것이 가까이 다가오고, 그리고 내 곁은 지나쳐간다. 내가 다리를 움직이면, 세상은 영화처럼 돌아간다. 움직인다. 세상이 움직인다.  내가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면, 세상은 정지해 있을 것이다. 내가 다리를 움직이면 세상은 살아 움직인다.  그런 현상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어쩌면, 옛날에, 옛날에, 내가 한돌쯤 되었을때, 내가 처음으로 일어나서 걸음마를 시작했을때, 그 때, 한걸음 한걸음 떼면서 나는 세상이 마구 흔들리고 그리고 덜컹거리며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내게 세상은 얼마나 신기했을까?  나는 여기 있는데, 나는 왜 나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걸까?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8. 17. 23:37


요즘, 아침에 (강변에 나갈수 없는 평일에) 내가 걷는 산책 코스.  

우리 아파트 앞 일직선으로 나 있는 도로가 Margarity Road 인데, 지난해에는 아침에 이 길을 따라서 매클레인 하이스쿨까지 가서 트랙을 몇바퀴 돌고 돌아오는 (총 3마일) 워킹을 하곤 했다.  (우리집은 이 마가리티 도로 중간쯤에 위치한다.)

그런데 내 성격상, 운동장을 뺑뺑이질 하는 것을 진심으로 즐길수가 없다. 난 뱅글뱅글 도는 일이 굉장히 지루하다.  그래서 학교 찍고 근처 공원을 에둘러서 막 이리저리 돌아다니곤 했는데, 그것도 질서가 없어 보여서 금세 싫증이 났고.  오늘 아침에 지도에 있는 노선을 '확정' 지었다. (당분간 아침마다 이 노선대로 산책을 나가겠다는 것이지.)  그러니까 내 성격이,  반복해서 뭘 하는것은 지겨워하고, 그렇지만 뭔가 정해진 질서를 필요로 한다. 무질서한것은...매력이 없어 보인다. 무질서 속의 질서. 그것이 가장 매력적일 것이다.

구글 맵으로 계산해보니 일직선 2.1 마일. 한바퀴 돌면 4.2 마일이 되겠다.  4.2 마일이면 빠른 걸음으로 한시간이면 걸을수 있다. 달린기를 하는 사람들은 30분이면 가능한 거리. (이길을 달리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난 타고난 거북이라서 달리기를 하면 금세 지치고 만다. 

이 길의 장점은 일직선으로 길이 뻗어있되, 구불구불 완만한 언덕길을 오르 내리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 걸을때는 잘 모르겠는데, 막판에 반환하는 지점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멀리 오르락 내리락 완반한 언덕길이 펼쳐져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완만한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걷는것도 재미있다. (평지는 약간 지루하다).

나는 여전히 포토맥 강변길로 나가곤 하지만, 아침 출근전에 몇시간씩 강가에 갔다 올수는 없으므로, 아침 운동은 이길에서 보낼 때가 잦을 것이다.  오죽 맘에 들었으면 내가 지도까지 갖다 붙여놓고 이러고 있을까. :-)  새벽에 혼자 이길 걸을때 기분 무척 좋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8. 15. 09:22
2011년 8월 12일 (금)

새벽에 일어나서 키브리지까지 왕복했고,

저녁에 혼자 나가서 조지타운 거리와 반즈앤노블 책방을 구경하고 밤길을 걸어 돌아왔다. 밤의 숲속은 캄캄한데, 막상 어둠속을 혼자 걷는 일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좋았다.  나중에 정말 배낭 하나 매고 천지 유람을 해도 될것 같다.

해질녘, 조지타운의 올드 스톤 하우스 앞에서 두명의 악사가 파헬벨의 캐논을 연주하고 있었다.  단지 음악이 흘렀을 뿐인데, 나는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방랑자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2011년 8월 13일 (토) 버크 레이크

아침 일곱시, 버크 레이크의 태양.




이른아침, 호수에 배를 띄우고 낚시를 하는 가족.  미국의 아빠들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자녀들에게 낚시를 가르쳐주거나 혹은 스포츠를 함께 하는 것을, 어떤 신성한 의무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의 문화...)

 


2011년 8월 14일 (일)

온종일 날이 흐렸다, 비가 왔다, 개였다, 다시 흐렸다를 반복하고 있다. 저녁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예보되고 있지만 얼마나 쏟아져 줄지는 미지수다. 아침에 비가 부슬부슬 오길래 그냥 키브리지까지 걸어갔다 왔다.  90분간 걷는 도중 소나기가 후두둑하고 쏟아지거나 부슬부슬 비가 내리거나 개이거나 그랬다.  시원하고 좋았다.


일기예보와 달리 쨍쨍한 저녁.  풀장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모두들 비가 쏟아질것을 예상하고 안 나온 모양이었다. 한시간동안 쉬지 않고 수영을 하고 돌아왔다. 물속에 있을때는 내가 물고기가 된것처럼 자유롭고 시름도 사라진다.  하지만, 이 좋은 수영도 앞으로 일주일 정도 하면 여름이 갈 것이다. 일주일후에 생리가 오고, 그래서 물에 못들어가고  며칠 지나면 서늘한 바람이 불겠지.  그런 생각을 했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빨리 지나간다. 그래서 청춘도, 인생도 금세 지나간다.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고 하고 있다. 날이 추워지기 전까지는 꾸준히 근육을 키워야겠지...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8. 12. 12:02


새벽 네시에 잠이 깨면, 그 때부터 잠을 못잔다.  그래서 버스럭거리면서 동이 트기를 기다리다가, 동트면 찬홍이네 학교까지 해서, 동네를 한바퀴 돌고 들어온다. 그러면 한시간이 지난다.  오늘 아침에도 그렇게 아침 운동을 했다.

퇴근 후에는 찬홍이와 곧바로 아파트 수영장에 가서 한시간동안 쉬지 않고 수영을 했다. 며칠 연달아 하다보니 할수록 는다. 신기하다 사람의 몸이. 사람의 몸은 써줄수록 발달된다.

수영 마치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곧바로 포토맥으로 나갔다.  조지타운에 도착하니 예배당의 종이 아홉번을 때렸다. 다시 터벅터벅 걸어서 출발 지점으로 돌아와, 집에 돌아오니 열시 반이다. 빠진 살 다시 찔까봐 내가 아주 발광을 하고 있다....  (찬홍이도 기숙사 들어가기 전에 살을 좀 빼줘야 하겠어서...)

아직 보름 되려면 2-3일 남은것 같은데, 달이 참 환했다. 밤의 숲속길을 걷는것이 참 좋은데, 찬홍이 기숙사 들어가고 나면 나 혼자서는 밤길 못다닌다. (새벽에 다니면 되겠지...)  밤은 신비롭고 그윽하다. 그리고 공기가 시원하다. 참 아름다운 달빛 속 산책이었다.  내일 또 나가야지.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8. 7. 22:29
2011년 8월 7일 일요일 아침 6시-8시

곧 비라도 쏟아질것 같이 찌푸린 하늘.  일요일 아침.



어제 아침에 멀쩡했던 길에 나무 한그루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다.



달리기 행사를 하는듯 단체로 뛰는 사람들 행렬.



그래서 포토맥 강변에 나가면 저절로 운동에 대한 자극을 받게 된다. 미끈한 선수들이 총 집결을 하니까.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8. 7. 06:26
2011년 8월 6일 토요일

아침에 찬홍이와 조지타운까지 왕복. 마침 오늘은 여러 단체에서 마라톤이나 걷기 행사를 열어서, 평소보다 강변 길이 활기가 넘쳤다. (아래) 단체 달리기 행사를 하고 집결한 사람들.








오후에, 버크 레이크에 갔다. 찬홍이 태권도 연습 하는 날이라서 나는 두시간 반을 기다렸다가 데려와야 하는데, 카페에 가서 책을 읽는 대신에 호숫가를 걸었다.  날이 후텁지근 했지만 그래도 바람도 불고, 그럭저럭 걸을 만 했다. (이미 여름은 갔으니까.... 7월이 가면, 여름도 간다...)



바위 주위를 찰랑이는 이 호수 물을 한참 동안 들여다 보았다. 나는 물을 들여다보는 일이 참 재미있다. 그냥 온종일 물속을 들여다본대도 좋을 것이다.




나를 황홀하게 해준 나비.  나도 나비처럼 멀리 훨훨 날아가고 싶다. 꽃잎에서 자고, 바람을 타고 나르고.















숲길을 걷다가, 쓰러져서 풍화해 가는 커다란 나무 기둥들을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나무는 죽어도 부패하는 악취가 나지 않는다.
사람이나 동물, 생선은 죽으면 악취를 풍기는데, 나무는 쓰러져 죽으면 그냥 곱게 마르고 그리고 흙으로 돌아간다.  나무는 약취를 풍기지 않는다. 나무는 어떻게 그렇게 좋은 냄새가 나고, 그리고 죽어도 악취가 나지 않는 것일까?   나는 나무로 태어났으면 좋았을것도 같다.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책] 달 밤  (0) 2011.08.12
[워킹] 포토맥, 조지타운  (0) 2011.08.07
비오는 일요일 아침, 거위 가족과 들꽃들  (0) 2011.06.19
달밤  (3) 2011.06.16
달님이 맑게 웃은 밤  (0) 2011.06.14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25. 09:16



엄마의 앨범을 만들었다.  내가 블로그에 올린 사진을 비롯, 여러가지 사진과 내가 쓴 글 카피들을 모았다. (그리고 우리가 방문한 곳의 이름과 날짜를 크게 적어 놓았다.)  사실은 뭔가 좀더 정리를 해야 하는데 내가 경황이 없어서 대충 시간 순서대로 엮은것에 지나지 않는다.



엄마는 내가 쓴 칼럼들을 내가 학교에 가고 없는동안 하나 하나 읽으셨다.  내 글을 읽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고 그러셨다. 그걸 모두 카피해서 달라고 하셨는데, 내가 차일피일 미루다 이행하지 못했다.  엄마와 직접 관련된 글들만 사진 사이사이에 넣었다.


좀 더 잘 엮을수도 있었는데, 내 성에 차지 않는 기록물이라서 아쉽지만, 나로서는 이것도 힘겨운 작업이었으므로 이쯤에서 꼬리를 내리고 현실을 수긍해야만 한다. 내가 수퍼맨은 아니니까.

엄마에게 전자 앨범을 해 드려야지 생각하다가 그것도 못했다. 다음에 크리스마스때나 언제 전자 앨범에 모든 사진을 담아서 보내드려야겠다.  그러면 깜짝 놀라시겠지...  (나중에 후회 할 짓을 절대 안하겠다고 수시로 다짐하면서도 엄마한테 못되게 군일이 많다. 엄마를 어린아이 야단치듯 잔소리를 한 일도 많고...).  그래도 엄마가 한달 넘게 내 품에서 내가 지어드리는 따뜻한 밥을 잡수시고, 내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들을 맘껏 보여드렸으니, 나는 나중에 엄마 생각을 하면서 조금 기쁘기도 할 것이다. 옛날에 엄마 모시고 유럽여행을 했던 일을 나는 두고두고 기뻐했었다. 그래도, 엄마하고 넓은 세상을 둘러봤으니까.  그래도, 내가 엄마한테 유럽을 보여드렸으니까 (경비야  엄마가 댄거지만.)  나중에, 나는 '그래도 내가 엄마를 모시고 뉴욕을 가봤으니까, 미술관을 돌았으니까, 이 일을 기뻐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기쁘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를 주시기를 하느님께 빌어야지.  :-)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25. 06:11
내일 아침에 엄마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신다.  오늘이 우리집에서 남아 있는 하루.  오늘 뭘 하고 놀까 궁리궁리를 하고 있는데, 엄마가 "나는 거기 한번 더 가고 싶다"고 하셨다.  거기란, 알렉산드리아의 토피도 아트센터를 말한다. 예술가들의 스튜디오가 밀집해 있는, 일명 "예술 공장."



그래서, 한가롭게 아침을 지어먹고, 집안 청소를 싹 해치우고 (외출 전에 집안을 청소 해놓고 나가면 돌아왔을때 상쾌하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로 갔다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


미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니까,  거리 구경을 하는 차원에서, 차에서 내려서 약 500미터를 걸어서 강변으로 갔다. 젊은 사람이야 가볍게 걸을 거리이지만 엄마에게는 힘든 일이다. 마침 내리막길이라서 걸을만 했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중의 하나라서 거리가 고풍스럽고 아름다웠다.

엄마가 스커트와 스카프를 맞춰서 입으셨다. 어제 찬홍이 태권도장에 데려다주고 기다리는 동안, 엄마를 모시고 동네 탈보트 아웃렛 매장에 가서 옷 구경을 했는데, 엄마가 탈보트 스커트를 무척 맘에 들어 하셨다.  나도 탈보트 면스커트를 즐겨 입는데 편안하고 실용적이면서 얌전하다. 엄마는 내가 평소에 입던 치마를 눈여겨 보고 있었나보다.  그래가지고, 동일한 디자인의 포플린 주름치마를 세장이나 고르셨다.  (엄마가 흡족해 하셔서 내가 엄마 사이즈에 맞는 것을 색깔별로 갖다 입혀드렸다.)  엄마는 한국에서는 이런 치마를 구하기 힘들다며 너무너무 좋아하셨다. 

그래가지고, 엄마 치마를 무려 네장을 골랐다. :-)   엄마는 평소에 오빠나 언니가 한국에서 무지하게 비싼 치마를 척척 사드리니까, 그 치마값을 생각하고, 치마를  네장이나 사면 '가난한 미국딸이 파산'을 할까봐 불안해 하셨다. (치마 네장값이 한국돈 십만원쯤 한다고 가르쳐드렸더니 안심하시는 눈치이다. 하하하.)  탈보트는 그래도 중산층 아줌니들의 옷인데, 하필 가까운곳에 아웃렛 매장이 있는데다가, 요새 거기서 세일에 들어가가지고 정가의 1/4 가격에 파는데다, 내가 신규가입을 하면서 또다시 10% 할인을 받아가지고 엄청 싸게 사긴 했다.  그러니까, 어제 산 옷 값 다 해야, 평소에 우리 언니나 오빠가 엄마 블라우스 한장 사드리는 값밖에 안할걸 아마...  

엄마는 당신이 나한테 큰 폐를 끼치고 있다고 걱정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새옷을 보니까 막 갖고 싶은거라.  오늘 기분좋게 어제 산 스커트와 스카프를 두르고 나들이를 나오신거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소풍을 간 곳이 알렉산드리아, 토피도 아트 센터인데,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도 이곳에 다시 들르셨다. 아무래도 미술 작업을 하는 분이라 이곳의 생생함에 매혹되는가보다.


찰판에 그림도 그려보시고~



작업을 하고 있는 화가를 쳐다보기도 하고


오늘 이 작품이 매력적이었다.



창밖풍경이 액자속 동영상처럼 보였다.


창밖의 알렉산드리아 항구 표정




"엄마, 엄마도 이런데 방하나 얻어서 그림 그리면 좋겠지?"
"좋겠지..."
"꿈을 가져...언젠가 될지도 모르지..."








 











항구가 내다보이는 식당에서 한가롭게 늦은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엄마는 피곤하신지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기어 올라가(?) 주무신다.  나는 사진 정리를 해가지고 CVSPHOTO.com 에 사진을 올려 현상주문을 했다.  조금 있다가 동네 CVS에 가서 픽업 해오면 된다.  사진을 정리해서 앨범을 완성시키면, 엄마의 한달간의 사진 정리가 끝났다.

지난주에 몰아서 사진 정리를 마쳤고, 이제 며칠분의 정리만 하면 되니까...

그리고나서 가방을 싸 놓아야지.

내일 아침에는 엄마를 씻겨가지고, 예쁘게 화장시켜가지고, 이쁜 옷을 입혀가지고 공항으로 가야지.  그래도 예술가답게 미국에서의 마지막 소풍 일정을 아트센터로 정하시는 센스.  엄마에게 수료증서라도 만들어서 보내드려야겠다. :-)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23. 09:27





딸네 학교 구경을 마치고, 서둘러서 찬홍이네 학교로 향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라는데 퇴근 시간 길이 막혀서 한시간쯤 걸렸다.  마침 학교의 예배당에서 여섯시의 종을 울렸다.




이곳은 대학의 중심. 멀리 계단 연못 언덕위에 중앙 도서관이 보이고, 도서관을 마주 보는 곳에 행정관이 있다.


찬홍이 등뒤로 학교 행정관이 보인다.  찬홍이가 서 있는 지점이 이 학교의 가장 중심점이 될 것이다.







모름지기 대학의 중심은 -- 그 대학의 중앙 도서관이다.  대학의 중앙도서관의 위상을 보면 대략 그 학교의 분위기가 짐작이 된다.  일단 도서관 건물이 맘에 든다.




엄마가 걷는것이 힘이 드셔서 일단 대학 중앙 지점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고, 차로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이 학교는 지난해 가을에 내가 학회 발표를 하기 위해서 며칠 드나든적도 있어서 나도 대충 학교의 분위기에 익숙한 편이다.  찬홍이도 내 학회 행사에 구경을 하러 왔었는데, 그 때 이 학교를 보고 마음에 들어 했었다.  (그때는 이곳이 찬홍이의 학교가 될거라고는 별로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찬홍이가 저 도서관에서 생활하면서 많이 배우고, 사색하고 깨닫기를 바란다. 학교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22. 03:14


유람선에서 열두시 반쯤 내렸다. 차를 차고 슬슬 돌면서 친코티그 섬 구경을 하였다.  키 웨스트의 풍경과 비슷한 섬의 풍경이 이어졌다. 한 여름이라 휴가객이 많은데도, 이 섬은 어쩐지 쓸쓸해 보였다.  기념품 가게의 물건들도 값이 싸다고 여겨졌다.  어딘가 빛 바랜듯한, 상업성도 없어 보이는 그런 분위기.  식당에 앉아서 유리창 밖 풍경을 찍은 것이다.



엄마는 기념품 가게에서 지금 사진속에 입고 있는 분홍색 면 카디건을 하나 고르셨다. 미국인들은 여름에 헝겊을 걸레처럼 쥐어 비들은듯하게 염색을 한 셔츠를 즐겨 입는다. 엄마 눈에 그것이 안 띄었을리가 없지. 엄마는 그런 염색셔츠가 입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걸 골라놓으셨는데 반액 세일을 해서 값이 꽤 쌌다.  게다가 상점 아저씨가 손님이 없어 심심했던듯 우리 식구에게 자꾸만 말을 붙이고 하더니만 엄마에게 손톱소재하는 도구를 그냥 선물로 드렸다.  친코티그 등대가 그려진 기념품이었는데, 그냥 주다니.  그래서 엄마에게 '미국 남자가 엄마한테 반했나봐, 이걸 엄마한테 선물로 준대" 했더니 엄마가 무척 좋아하셨다.  "엄마 재주도 좋아, 미국 남자가 막 선물도 주네~"



어느집 창가에 채송화가 예뻤다.


찬홍이가 뒷자리에 앉아 카메라로 아무렇게나 찍은 풍경들





친코티그 섬을 떠나기 전 바닷가 슾지대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해가 나고, 다시 폭우가 쏟아지고. (나는 이런 날씨를 좋아한다.)


비를 맞고 서있는 길가의 해바라기 무리.



버지니아 농장 풍경




오후에는 퇴근시간과 맞물려 네시간만에 집에 왔다.  집에 와서 밥해먹을 기운이 없을것 같아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타이슨스 몰, 타카 그릴에 가서 엄마에게 불고기 도시락과 우동을 사드리고, 찬홍이는 돈까쓰를 먹고, 나는 엄마가 배부르게 잡수시고 남은 우동을 조금 먹고 그리고 집으로 왔다.  집에 오자마자 나는 거실 바닥에 나뒹구러진채로 뒹굴뒹굴하다가 송장처럼 잠이 들었다. :-)  바닷가에 다녀오면 잠이 잘 온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