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2. 2. 8. 22:13

미학자이며 논객인 진중권씨는 10여년전 내 눈에 났다. 그의 베스트셀러라는 '미학 오딧세이'를 읽다가 책을 집어 던지는 것으로 나는 그와 절연했다. 그는 독자인 나를 알리도 없지만 말이다.  이유는?  참 별것도 아닌 이유다.  하지만 책 읽다가 내가 감정이 상했기때문에 나 혼자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려 버린 것이다.  뭣때문에?  그가 무슨 작품에 대한 썰을 풀던중 "권력이 생기면 술과 여자도 얼마든지 즐길수 있고...." 이런 말을 했다.  '술과 여자'  참 아무나 쉽게 내뱉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진중권의 책에서 그런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오리라고는 기대를 안했다.  '이 새끼도 똑같은 새끼군...재수없어...' ---> 이것이 그당시 나의 아주 원색적이고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결국 --> 너같은 놈이 쓴 미학책 따위, 개나 물어가라고 그래.  뭐 이렇게 된거다.

나는 현재 진선생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의 책을 들여다 볼만큼의 애정은 느끼지 못한다. 그가 그의 분야에서 건필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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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무개 의원이 술자리에서 몇마디 실언을 한것이 문제가 되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을때, 나는 그의 인생이 참 딱하게 풀린다는 기분이 들었다.  실언 맞다.  나는 내심 그가 빨리, 잽싸게, 꼬리 팍 내리고 무릎 조아이고 싹싹 빌면서 '죽을 죄를 졌다. 술먹고 실언했다. 한번만 용서해달라'고 '사내 대장부'답게 '쿨'하게 행동을 해주기를 바랬다.  머리좋고 전도 양양한 쓸만한 국회의원이 아닌가 말이다.  그의 불운하고 억울한 가족사와 개인사가 제법 나의 마음을 움직였을수도 있다. 난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를 좋아한다. 드라마틱하니까. 하지만 그는 지저분하게 일을 마무리했고, 이상한 나락에 빠져들었다.  나는 그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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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가 비키니 파동에 휘말렸다.  기성언론이 어떤식으로든 이를 언어적 성추행의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저쪽의 프레임 놀이와는 별도로, 나는 나꼼수가 이것을 어떻게 깔끔하게 정리하고 넘어갈지 주시하고 있다.  내가 아직 젊고 철이 덜 들었을때는, 단지 '술과 여자'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쓸만한 논객을 단칼에 내 인생에서 지워버리는 치기를 보였지만,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고, 인내심도 좀 생겼고,  내 동생뻘 되는 남자들이 세상을 잘 모르고 말 실수 하는 것에 대해서 제법 관대해 진 면도 있다.  그래도, 그들은 '무엇'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왜 어떤 단어나 말이 여성들을 분노하게 만드는지 들여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쏟아내는 말 99 프로가 옳다해도 1프로가 오류가 있다면 시정을 해 주기를 나는 바란다. 쿨하게. '실패!' 이러고 한마디만 외쳐줘도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에게 박수를 날리고 여전한 애청자로 남을 것이다. 1프로의 오류 때문에 99프로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쫄지말라. 그리고 사과하라. 사과는 원래 진정 쫄지 않는 사람만이 할수 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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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 만난 사람(남자)가   대뜸, "미인이시네요" 하고 인사를 날리면 겉으로는 무표정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 하는 욕설을 상대에게 날린다. 재수없고 불쾌하다는 뜻이다. 내가 일하는 사회적인 영역에서 내가 미인이건 아니건 나는 아무 상관이 없다.  거기서 미모를 논하는 것은 무례한 태도이다.  <====== 남자들은 이런 내 심사에 대해서 "미인이라고 칭찬하는데 뭐 어때서 난리니?" 할지도 모른다.  글쎄, 나로서는 그 말이 성추행에 버금가는 아주 불순하고 지저분한 말처럼 들린다. 상대방의 의사와는 별도로 나로서는 기분이 아주 더럽다.  ---> 바로 이런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심사다. 아무자리에서나 그저 이쁘냐 안이쁘냐 가슴이 섹시하냐 안하냐 이런거 논하지 말라.  이쁘다 안이쁘다는 내 가족 내 애인이 내게 해줄수 있는 말이지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이 내게 대놓고 할 말이 아니라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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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참 상대하기 어렵고 거추장스럽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겨우 이정도를 숙지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렵고 거추장스러운가?  여자들은 온갖 눈치를 다 보며 겪으며 살아가는데, 새발의 피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여자들 남자보다 몇배 노력해야 남자와 동등한 위치에 오른다.  그 여자들이 기울이는 노력의 반의 반의 반만이라도 남성들이 여성을 대하는 예의에 신경을 써준다면 이 세상, 참 많이 평화로워질것이다. 잘 모르겠으면 여성학 책이라도 보고, 공부도 좀 하고 그래야 한다. 

이해하려는, 배우려는 노력도 않고,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지랄들이야!" 하고 쿨하게 그냥 넘어가러 들때 그때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