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1. 12. 18. 21:11



http://www.imdb.com/title/tt1441912/

'순례자의 길'로 알려진 800 킬로미터에 달하는 산티아고 가는길이 영화에 담겨있다.  각자 다른 사연으로 순례자의 길에 오르는 사람들.  800 킬로미터라면, 내가 혼자 앉아서 따져 보니까, 하루에 30 킬로미터씩 27일을 꼬박 걸어야 한다. 중간에 며칠 쉬거나 일정이 늦어질경우 한달이 훌쩍 넘어 버릴수도 있는 여정이다.

하루 30 킬로미터가 어떤 거리냐 하면,  내가 지난 가을에 하루 20마일씩 몇차례 걸은적 있는데 (20마일은 대략 32 킬로미터 된다), 아이고, 이거 하루 걸으면 그 다음날은 그냥 뻗어버려야 할 판국이다. 다리가 뻗뻗하고, 발 바닥도 부르트고 그렇다.  하루 30 킬로미터를 줄창 걸어대는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 게다가, 등에 기본적인 생존 도구들을 짊어지고 걸어야 한다. 등짐 지고 하루 30 킬로미터는 간단한 행진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 나의 고민은,  내가 가볍게 산책 나갈때도 등짐을 지고 연습을 해야 하는가?  이런 것이다.)

이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해서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 죽은 엄마가 넋두리 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소설가인 딸에게서 들었던 순례자의 길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려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 속에서 실종되어 구천을 떠도는 엄마가, 순례의 길에 올랐다는 해석을 했었다.

또 있다. "엄마 또 올게"라는 책이 있다.  정경화 라는 분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모하며 만들어낸 책이다. 그 어머니는 '인간극장'에 소개된적도 있는 분인데, 근래에 돌아가셨다. 나는 운좋게도 그 할머니 생존시에 나오신 인간극장을 한국에 갔을때 테레비로 본 적이 있다. 이것도 인연이다. 그 따님이 70이 다 되신 분인데, 그 순례의 길을 떠나신다. 늙으신 어머니는 딸이 떠나 있는 동안 자신이 죽을까봐, 자신이 세상 하직 할 때 딸이 없을까봐, 그 딸이 순례의길을 안 갔으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하지만, 그 딸은 순례의 길에 오른다.  (할머니는 따님이 돌아온  후에 돌아가셨다.)  --> 이것은 소설이 아니고 실화이다.

그래서, 그 순례자의 길에 관심을 가져보긴 했는데,  영화에 그 풍광이며 문제상황까지 상세히 나와줘서, '나도 거기 가서 실컷 걸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좀더 구체화 되었다.

이것도, 내 삶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것 리스트에 담아 두기로 하자.

2011, 12.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