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1. 11. 6. 03:38







헤론은 어쩐지 마음씨 착한 아저씨나 할아버지 같은 인상이다. 대개 말이 없고, 움직임도 느리다.  가만히 서서 해바라기를 하거나, 그냥 멀거니 서 있을 때가 많다. 애가 바지런하지가 않다.   어쩌다 사람이 가까이 지나치면, 그냥 좀 비키거나 혹은 아주 싹 무시를 하고 신경도 안쓴다.  (사람이 해코지를 하지 않을거라고 판단이 되면 안 움직이는것 같다.)

이 헤론님의 경우, 조지타운 입구에서 만난 분이신데, 아주 "날 잡아 잡수"하고 서 계셨다. 날 무시하는거냐 뭐냐, 응?

난 이 새가 날 피하지도 않고, 모른척 하고 있어서 너무나 심심한 나머지 소리내어 불러보기까지 했다.  가까이 가서 괴롭히니까, 마지못해서 날개를 펴고 저 만치 날아가더니 다시 길가에 그린듯이 서 있고 만다.  게으르지만 날씬한 새다. 운동을 그렇게 안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날씬한거냐 너? 응?  아마, 먹기도 조금밖에 안 먹는 모양이다.


헤론이나 딱따구리, 와블러, 이런 각종 새들을 강변길에서 자주 만난다. 나는 주로 혼자 걸으니까, 가끔은 '미친년'처럼 길에서 만나는 새들한테 말도 걸고 그런다.  뭐 어차피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까, 신경 쓸 것도 없고.  나는 사람 아닌 존재와 말하는데 익숙하니까.

어제는 길에서 자주색 뱀을 만났다.  가끔 가느다란 실뱀이 수풀 길을 건너가는 것을 보기도 하고, 가끔은 자전거에 깔려 죽은 실뱀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는데, 어제 그 뱀은 진짜 큰 뱀이었다. 길이는 1미터가 넘었고, 굵기는  직경 3센티쯤 되려나?  몸길이 중간 부분은 다른곳보다 더 굵어보였다.  머리를 세웠을때는 세모 모양이 되었다. 와인빛이 도는 뱀이었다. 그 뱀이 길 가운데 W 자로 누워 있었다.  그대로 계속 누워 있으면,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한테 밟혀 죽을걸~ 

그 뱀은 길에서 술에 취해 자는 것인지 길에 그러고 누워 있었다.  가운데가 불룩한 것이 배가 불러서 식곤증을 느낀 것일까?  아무튼, 그런데 그녀석이 머리를 들고 혀를 낼름낼름하는데 머리가 세모 모양이었다.  옛날에 우리 할머니가 말씀하시길, 뱀 대가리가 세모인 것은 독뱀이고, 뱀 대가리가 둥글면 그건 순한 뱀이라고 가르쳐 주신것이 생각이 났다. 이 뱀은 대가리가 세모였다.  그래서 나는 그 뱀이 어서 길에서 비켜주기를 바랬다.  서서히 사람들이 왔고, 길 이편과 저편에서 사람들이 오도가도 못하고 뱀만 쳐다봤다.  뱀은 주위가 시끄러운것이 짜증이 났는지, 슬슬 기어서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뱀이 수풀로 사라졌으므로 길을 가던 사람들도 다시 이쪽으로 저쪽으로 지나쳐갔다.

저런 뱀이 수풀속에 있을테니, 수풀에 함부로 들어가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특히 신발.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를 신어주는 것이 혹시나 길에서 뱀을 만나도 안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