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6. 7. 26. 08:38



오늘 새벽에 나가서 32.92 마일 (53 킬로미터)를 걷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새벽 5시 10분에서 오후 6시까지 이어진 나홀로 장정).  원데이하이크 제한 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14시간이고, 나는 12시간 50분 걸렸으니까 조금 느리지만 기준 시간 안에 제대로 해 낸 셈이다.  내가 갖고 있는 기록중에 가장 오래 걸리긴 했지만, 내가 이걸 해 낼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못했었다.  잠도 설치고 거의 뜬눈으로 새다 시피하고, 잠이 안와서 새벽에 나갔던 것인데 -- 글쎄, 내가 이걸 해 내다니.  (아무래도 하느님이 개입하신 것 같다. 내가 딱해보이셨나... 너무 친절하신 하느님. 아멘.)


오늘은 죽은듯이 깊이, 오래 잘 수 있겠지.  사지가 뻣뻣할정도로 지쳤으니까.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6. 7. 25. 16:44




2011년, 2012년, 2013년 4월 마지막 토요일.  그날 내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나는 기억한다.  일기나 지나간 블로그포스트를 찾아보지 않아도 나는 잘 안다.  



그 삼년간, 일년중 가장 날씨가 좋은, 부활의 계절 4월의 마지막 토요일마다 나는 포토맥 강변을 하루종일 걷고 있었다.  하루에 50킬로미터 걷기 행사.  2011, 2012년은 매클레인에 살때.  2013년은 메릴랜드 칼리지파크에 살때.  첫해 기록은 12시간쯤.  두번째 해 기록은 11시간쯤.  세번째 해 2013년에는 열시간 이내에 골인을 했다.  기록은 점점 좋아졌다. 이 행사를 성공 시키기 위해서 내가 한 사전 준비는, 20마일 (30킬로미터 안팎)거리를 사전에 두세번 걸어서 기초 근력을 확인하고, 확보하는 일이었다. 평소에 걷는 것은 말 할 나위도 없고.  



2012년 11월에 나의 왕눈이가 죽었다.  나의 왕눈이가 죽은 후 -- 아, 왕눈이의 죽음과 함께 무언가 내 삶에서 보이지 않는 불꽃 같은것이 빠져 나간걸까?  왕눈이가 죽은지 아직 만 4년도 안되었는데, 그 사이에 10년쯤 흐른것 같기도 하다. 왕눈아.  



2014년 봄.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그 행사에 등록을 했지만, 나는 장거리 워킹용 하이킹화를 사 놓기까지 해 놓고도, 그 걷기 행사에 가지 못했다.  내게서 불꽃이 빠져 나갔기 때문일것이다. 2015년 봄, 나는 50견에서 회복중이었고 내 몸은 녹 슨 고철 인형처럼 삐걱댔다.  하루에 50킬로미터를 걷는 일을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올 해 봄, 물리적으로 나는 미국 밖에 있었거니와 설령 내가 미국에 있었다해도 상황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나는 기운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내 생애에서 하루에 50킬로미터를 걷는 일은 이제 요원하거나 불가능한 꿈이 된걸까?





하루 50킬로미터는 마일리지로는 31.1 마일쯤 된다.  31.1마일은, 내가 종종 나가서 걷는 버크 호수를 여섯바퀴 돌면 되는 거리이다. 2주쯤 전에 나는 왕복 16마일, 아코팅크 레이크 다녀오는 일을 별 일 없이 잘 해 냈다.  엊그제 버크 호수 세바퀴 도는 일을 잘 해 냈다.  과거에 비하면 걷는 속도는 현저히 떨어진 것 같은데, 느려진 속도 외에 다른 신체적 컨디션에는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대체적으로 신체가 노화 되었을 것이고, 그동안 운동도 부족해서 둔해진 측면도 있고, 이래저래 과거의 '영화'를 기대하기는 힘들어보인다.  그 몇년 사이에 평소 체중도 3킬로그램 정도 증가되었다. 나잇살일수도 있지만, 운동부족으로 인한 나잇살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음.  나이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 평소 체중이 증가한것은 내가 그만큼 게을러졌다는 것일뿐. 



버크호수 세바퀴 돌은 기록으로, 그 두 배를 해 낼 수 있을까? 나는 자다 깨어 그 점을 곰곰 생각해본다. 



내가 조금 걱정이 드는 것은, '더위'가 한몫을 한다는 점이다.  며칠전 버크호수에 새벽에 나가 두바퀴를 걸은적이 있는데, 그날은 선선했다. 새벽날씨는 오슬오슬 서늘하기까지 했다. 약간 서늘한 날씨가 걷기에는 최고 좋다. 그래서 새벽에서 아침 나절까지 두바퀴 도는 일이 가뿐했다. 엊그제는 새벽에 나갔는데도 훅훅 더운 열기가 올라왔다. 찜통 더위였다. 새벽이슬조차 매달리지 않았고, 나무그늘에서도 시원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두바퀴 돌았을 때 무척 지쳤고, 세바퀴째 돌때는 있는대로 게으름을 피우기까지 했다.  날씨가 조금 서늘하다면...50킬로미터를 도전해 볼 만도 한데...



올림픽 경기중에서 가장 근사한 종목은 '마라톤'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스포츠중에서 가장 신성한 것을 나는 마라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달리기를 잘 하지 못한다. 달리라고 하면 달리기는 하겠지만, 그 흔한 '조깅'조차도 나는 힘들게 여겨진다. 나는 그냥 달리기를 하는게 힘들고, 전혀 즐겁지 않다.  어릴때는 바람개비를 들고 들판을 뛰어 다니기도 한 것 같은데, 동네에서 저기 떨어져있는 전봇대까지 누가 먼저 달려가나 경주를 하면 나도 지는편보다는 이기는 편이었는데, 달리기는 내게는 무거운 운동이다.  나는 인간이 혼자서 42.195 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달릴수 있다는것이 경이롭게 여겨진다.  마라톤 선수들은 달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떤 무시무시한 고통'을 견디고 있을거라는 상상을 하는 편이다.  숨이 차고, 가슴이 벅차고, 그냥 그대로 뛰던 다리를 멈추고, 팔을 늘어뜨리고 터벅터벅 걷고자 하는 '악마의 욕망'을 꾹꾹 눌러 참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하게 된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운동선수는 '마라톤 선수'이다. 



하지만 나는 달리기를 잘 하지 못한다. 달리기를 잘 하려는 욕구도 없다.  난 -- 걸으면 되니까.  난 내가 잘하는 것을 하면 된다. 나의 발과 나의 다리는 내가 아무리 멀리 걸어가도 내게 불평하지 않는다. 내 심장은 투덜대는 일 없이 평온하게 제 할일을 하며, 대체로 나는 평온하다.  조금씩 조금씩 지칠 뿐이지만, 지치면 지칠수록 내게 찾아오는 '평화'도 있다.  지칠수록 더 가까이 다가오는 평화.  그것의 정체를 나를 인간의 언어로 설명하기 힘들다.  신체의 언어로만 설명할수 있을 것이다. 지쳐 쓰러질때까지 걷는자가 얻게되는 평화 -- 그것은 직접 지쳐 쓰러지도록 걸은 자만 느낄수 있을 것이다.  아마 마라톤 선수들도 그들만의 희열을 맛보고 싶어서 힘들어도 끝까지 달리는 것이겠지.  그들의 경지를 나는 절대 알수 없지만.  (그러니까...미루어 짐작컨대...인생이 캄캄한 어둠 속을 혼자 걷듯 외롭고 두렵고 힘들다고 해도, 불평하지 않고,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내면, 끝까지 견디고 살아낸 것에 대한 보상으로 죽음이 비둘기의 깃털처럼 고요히 내 눈에 내리지 않을까?  두렵고 무서운 죽음이 아니라, 견딘것에 대한 보상같은 평화로운 죽음 같은것. 그런게 아닐까? 그러하다면, 나는 끝까지 견뎌내는 일에 좀더 성의를 다 해야 할 것이다. 마라톤 선수처럼.   )





나는 죽고 싶다.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싶다.  (사람들은 가끔 이런 상상이나 충동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상상한다.  내가 하루에 50킬로미터를 걸으면, 나는 어쩐지 한번 죽었다가 새로운 영혼으로 새 옷을 입고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과 비슷한 체험을 하게 되지 않을까? 나는 어떻게든 내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번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의식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엊그제, 지친 걸음으로 기도조차 멈추고 늙은 개처럼 꾸역꾸역 걷다가 문득 발견한 고요한 평화 (그건 기적같았다. 고요한 감사의 기도가 저절로 나왔으니까)를 상기하며, 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50킬로미터를 참고 걸으면, 마지막엔 좀더 큰 평화가 내 가슴에 내릴지도 몰라.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수는 없겠지만, 50킬로미터를 걸어도 안되면, 더 멀리 더 멀리 멀리 멀리 아주 멀리까지 가 보면 되겠지.  그렇겠지... 



준비물: 꽁꽁 얼린 물 두병.  소금 조금 (혹시 소금기 빠져서 기절할까봐), 주먹밥 한덩이. 냉장고에 사과가 없어...  신발은 하이킹화와 하이킹샌들 두가지를 준비해서, 상황에 따라서 갈아신고. 


불리한 상황: (1) 써포트 스테이션이 없다는 점.  (2) 여섯바퀴 도는 일이라 중도 포기가 용이하다는 점. 그냥 지치면 때려치고 차에 자빠져 잘게 뻔하다.  게다가 난 의지박약이야.  걷는내내 '하느님 제가 이걸 해내게 도와 주세요. 못하면 하느님 책임입니다 뭐 이렇게 협박을 해야 하려나. 그래봤자 '맹랑한 년' 이러고 못들은척 하실걸.  진짜 행사때는 단방향 50킬로미터 걷기라서 중도포기 자체가 불가능하지...난 여섯바퀴니까 세바퀴 이후부터 계속 유혹에 시달릴거다, 그만하자, 그만하자, 그만하자. 음 그걸 극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유리한 상황: 쓰러져 죽을 일은 없다. 힘들면 중도 포기하기가 용이하므로. 백팩을 짊어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차에 물건 다 놓아두고 돌다가, 필요하면 한바퀴 마쳤을때 차에 가서 꺼내 먹고, 꺼내 마시고 하면 되니까. 


월요일 새벽에 거사를 치르려고 했는데, 어쩐지 물건너 간것 같다.  잠을 못잤다.  (고질적인 수면 장애.) 어제 저녁에 수영을 다녀왔어야 했어. 


***


일요일 아침 예배 마치고나서, 쇼핑 몰에 갔다. 찬삐가 돈 벌었다고, 내게 뭔가 선물을 사 주고 싶어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검정 가죽 누비 지갑 아주 세련된 것이 보여서 둘이 만져보고 눈독을 들였다. 정말 내 맘에 꼭 드는 물건이었다. 만지작거리다가 그냥 내려놓았다.  

왜, 왜, 왜! 왜 그냥 돌아서는 것인가요?


내게 선물을 사주고 싶어하는 아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내게 화를 내듯 물었다.  "지갑이 있어..." 


내가 현재 사용하는 지갑은 선물 받은 것이다. 선물 받은 것인데, 선물 받을때부터 '이거 중국 갔다가, 머라머라 짝퉁, 머라머라 똑같아서 비싼 돈 주고 사온건데, 짝퉁이라 미안해. 그냥 쓸래?'  뭐 이런 사연으로 내가 선물 받아서 몇 해 들고 다니는거다.  그거 몇년 썼으니 정품 새거 사준다고 찬삐가 성화를 하길래, 나는 아주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근데 옷장 서랍에 똑같은거 새거 또 있어... 나중에 또 하나 선물 받았어.. 쏘리, 쏘리." 


찬삐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나를 잡아먹을듯이 으르렁댔다. "엄마는 왜 불법 짝퉁을 쓰시나요?"  아니, 내가 일부러 산게 아니고, 누군가가 선의로 그걸 선물했는데, 그럼 그걸 면전에서 쏘아 붙이고 버려? 좋은 마음으로 선물했으니 귀하게 써야지... 내가 불법으로 산건 절대 아니야...  


찬삐는 내가 아주 못마땅하다.  난, 뭐 내가 뭘 들고 다니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뭐건, 나로서는 짝퉁이건 찢어진 것이건, 지갑 안에 돈이나 많았으면 좋겠다. 하하하.  내 인생이, 나라는 인간 자체가 짝퉁이 아닐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난, 나 자체가 뭐랄까 짝퉁 같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내 소유물이 아니라, 나라는 인간성 자체가 가짜 같은 것이다. 가짜.  그걸 극복할수 있다면. 내가 짝퉁이 아닌 순정의 무엇일수 있다면.  


찬삐야, 엄마 선물 살 돈 나줘. 내가 짝퉁이 아닌 진짜 일에 쓰게. 응? 지갑 사주지 말고, 지갑에 돈이나 많이 채워줘. 난 지갑보다 돈이 더 좋아. 진심이야. 



사실 내가 요즘 눈독 들이고 있는 친구는 따로 있다. 뉴요커들 사이에 알려져 있는 앰지월리스, 검정 가죽 누비 메트로 토트백.  475달러.  매트로 가방을 좋아하는데 검정 가죽으로 나왔대서 작년 크리스마스 때부터 침흘리며 쳐다보던 것이다.  참 예쁠거야... 갖고 싶은 것을 그냥 상상만하면서 쳐다보는 일도 재미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6. 7. 24. 23:30




어제, 7월 23일 산책 기록. 


어제, 15.6 마일 (25킬로미터) 걸었던 기록.  아침 6시에 버크 레이크를 걷기 시작.  대략 5마일 안팍 (걷는 노선에 따라 약간 다른 길이)의 호수 주변을 세바퀴를 돌았다.  다섯시간쯤 걸렸다.  두바퀴까지는 한바퀴에 90분 유지. 마지막 바퀴는 그냥 쉬엄쉬엄 걸었다. (나는 여름 휴가가 끝나기 전에 이 호수 주변을 여섯바퀴를 온종일 돌까 궁리하고 있다. 내 목표는 하루에 50 킬로미터 걷기. 여섯바퀴 돌면 된다.  --참 스투피드해 보이는 계획이지만, 내가 본래 스투비드 쪽으로 천재급이라, 실행에 옮길수도 있을것이다. 애매한 추측). 새벽 5시쯤 출발하면  오후 서너시 (열시간 잡으면) 될걸 아마. 운이 좋다면 말이지... 


동틀무렵 시작된 바보스러운 걷기. (늙은개가 걷듯...느릿느릿, 바보스럽게, 하염없이.)


데이타에 의하면, 나는 평균 하루에 만 사천보를 걷고, 거리로 따지면 하루 평균 10.5 킬로미터 (6.5 마일)를 걸었다.  걷기 기록이 안보이는 날은, 수영장에 가서 한시간정도 수영을 하거나, 온종일 소파에서 뒹굴거리거나.







뭐 혼자 걷는거니까, 내 주변 만물이 내게 말을 건다. 나는 그들과 대화하느라 바쁘다.  혼자 있다고 혼자는 아니다. (전형적인 내향적 성격파탄자들의 증세--인트로버트 증후군).  부엉이나 올빼미 같지, 응, 응?   요즘 유행하는 포켓몬고의 증강현실 캐랙터는 절대 아니라굽쇼. 




세바퀴 마칠 무렵, 벤치에 앉아 쉴 때 내 눈길을 끌었던 두 사람.  소녀는 4살쯤 되어 보이고, 곁에 있는 이는 머리가 허연 노인. 할아버지였을 듯.  소녀는 물에 들어가 풀을 뜯어 관찰하다가 지친듯 물에서 나왔고,  할아버지는 그녀의 젖은 발을 수건으로 닦아주고 앙증맞은 신발을 신겨주느라 몸을 굽히고.



어딘가 나를 사로잡는 광경.  어린 소녀와, 부성애 넘치는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의 모습은 늘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게도 할아버지가 있었다구!  물론 나는 저렇게 예쁜 소녀가 아니었고, 할아버지도 저렇게 곰살맞지는 않았지만.  '그림'하고는 거리가 멀었지만, 나에게도 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할아버지가 있었다구!  (소녀 곁에 있던 이가 할아버지가 아니고 젊은 아빠였다면, 나는 소녀를 질투했을 것이다. 그건 내 사정이고.)




혼자 서너시간씩 걸을 때,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는 늘 기도를 한다.  너무 지치면 기도조차 하지 않는다.  누군가 걷고 있는 나를 관찰하면, 내가 '미친 사람처럼' 혼자서 중얼중얼 속삭이듯 쭝얼거리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는 지칠때까지 기도한다.  죄많은 인생.....


어제는, 문득, 내가 계획한 기도를 마칠때, 가슴이 평온해지면서 감사한 마음이 찾아 들었다.  하느님, 최소한, 최소한 말입니다. 내가 손발이 묶여 아무것도 못하고, 아무곳에 가지 못하고, 아무것도 되돌릴수 없다 하여도 말입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할 수 없거나, 아무것도 해서는 안된다는 이 암담한 기분이 지속된다해도 말이지요. 아무것도 할수 없지만, 최소한 내가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할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요. 하느님, 제가 기도할수 있게 해 주셔서 참 갑사합니다.  기도조차 못했다면, 저는 지옥에 있었을겁니다.  그러니 감사합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6. 7. 16. 22:14


이것은 발을 푹 담그고 물장구를 쳐도 물이 밖으로 튈 염려가 없는 '발 전용 세숫대야'라고 할 수 있다.  한국마켓에서 보이길래 석달열흘 쳐다보며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샀던 기억이 있다. 두어해 전에.  그리고는 그 이후로 '나의 사랑하는 친구'가 되었다.  물론 우리집에도 목욕시설 완비되어 있고, 체육관에 가면 건식, 습식 사우나에 월풀 사우나, 수영장, 뭐든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게 필요한가?  --- 예. 절대적으로 필요합죠.  저 위에 열거된 모든것을 다 이용해도 해 줄 수 없는 것을 이 플라스틱통이 해결해 줍니다요.


목욕탕이건 수영장이건 사우나건 어딜 가도, 내 발을, 오직 내 발만을 편히 쉬게 해 주는 시설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내 발은 늘 내 몸을 지탱하고 서 있어야 해.  물속에 누워 있을 때에도 내 발만 특별 대접을 받는것은 아니지.  그런데  이 통은 '내 발'을 '황제'처럼 대접할 수 있는 도구이다. 그리고 참 간편한 도구이기도 하다. 


한때 내 인생의 암흑기가 있었다. 아주 깜깜한 암흑기였다. 직장에 사표쓰고, 세상과 연을 끊고, 오십견 와서 어깨는 '병신'이 되었고, 어깨가 아파서 잠을 이룰수도 없었고, 우울증이 심했고, 뭐 아주 '죽어라죽어라죽어라'의 시간이 모래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니 시간마저 멈춘듯했다). 늘 골치가 아팠고, 중이염이 떠나지 않았다.  최악이었다. 그리고 겨울이었지... 겨울이라서 발이 시려운데, 그런 물리적인 시려움 말고, 그냥 뼛속까지 시려웠다.  난 사람들이 한여름에도 발이 시렵다고 말하는 그 발시려움을 몰랐었는데 그 때 그 시려움의 정체를 알았다.  따뜻한 이불속에 있어도 발이 시려운 그런 시려움.   그래서 이 플라스틱 통이 내 눈에 띄었을것이다. 


이 플라스틱통으로 그해 겨울을 보냈다. 세상과 단절된 암흑의 겨울. 그 통에 따끈한 물을 그득 담아가지고 발을 담그고,  고무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가득 담아서 아랫배에 안고 그렇게 춥고 시린 시간을 보냈다. 다시 직장을 찾고 세상으로 나가는 것으로 내 암흑기는 끝났다. 이 발 목욕통도 그래서 잠시 내게서 떠나갔다.  하지만 요즘 나는 거의 매일 이 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걷고 돌아와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도, 곧장 샤워를 하기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떠다놓고 발부터 씻는다.  선물받아 아끼던 향기로운 고급비누를 꺼내다가 발에 문질러주고, 씻어내고, 또 다시 비누칠을 해 주고, 씻어내고, 발을 주물러주고, 발목도 종아리도 주물러주고, 다시 향기로운 비누로 문질러주고.  온집안이 비누향기로 가득찰때까지 ...  그렇게 '발을 위한 의식'을 치른후에야 샤워를 하거나, 혹은 그대로 소파에 누워 책을 보거나 한다.  발이 향긋하고 편안해지면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끈적거린다는 느낌도 날아가고...



서민이 황제처럼 노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 통하나면, 나는 황제가 부럽지 않다.  향긋한 비누와 뽀송한 타월이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다른 무수리들은 필요도 없다.  유튜브 열어서 유제하 노래나 메들리로 들으면, 악사도 필요없어지지. 정명훈따위 트럭으로 없어진대도 세상의 음악은 충분히 아름다울수 있다.  내 발이 따뜻한 물에 잠겨 있을때.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6. 7. 16. 21:19






나는 심심하면 킨들용 공짜책을 다운받아서 아무데나 읽곤 하는데, 그래서 한시간이면 후다닥 읽는 '걷기'관련책 한가지를 다운받아서 읽어보았다.  걷기를 하기로 작정하면 -- 나가서 걷거나 -- 쇼핑 가서도 걷기 편한 신발을 열심히 들여다보거나 -- 걷기와 관련된 신문기사를 찾아보거나 -- 걷기로 30킬로 감량했다는 모델의 일화를 눈독들여 읽거나 -- 걷기 관련 철학책도 들여다보고 -- 걷기관련 건강 상식 책도 보고 -- 어디로 걸으러 갈 것인가 계획을 세워보고 -- 걸을때 목마르면 물을 마실 것인가 오이를 한개 씹어 먹을 것인가, 어느 쪽이 더 좋을까 혼자 고민해보고 -- 땀이 많이 흐를땐 맹물보다는 이온음료를 마셔야 하는지 신중하게 고민하고, 그냥 자기 자신을 그쪽으로 몰아간다.  걸을땐 걷고, 걷지 않을 땐 걷기에 관한 정보를 취합한다.  



그래서, 내가 새로 알게된 정보는:


보통 사람들이 걷는 속도가 시속 5 킬로미터 안팎. (내가 엊그제  25킬로미터 걸을때 평균 속도가 그랬지. 나는 평균인이다.)  노인들은 아무래도 속도가 떨어진다.  그런데 경보선수들은 시속 8마일 (12.9 Km)  뭐, 초특급 선수일때 그렇단 얘기겠지, 아니면 세계기록이라거나... (맥빠짐).



내가 한 때, 약 4-5년전에 한창 걸을때는 날아다니듯 걸었었다.  내가 빠른 걸음으로 속도를 붙이면, 조깅하는 아저씨하고 비슷해서,  아저씨가 나하고 같은 속도로 조깅하면서 (나는 걷고, 그는 뛰고) -- "Man, I am jogging and you are walking and look at this! Are you flying?" 뭐 이런 농담도 들었었는데.  한때 듣던 신동소리.  지금은, 뭐, 평범하다.  허리 굵어지고 배나오고 흰머리 늘어나고, 신속정확하게 노화가 진행중이다. (어쩌라구...) 그 당시 기록을 보면 50 킬로미터를 10시간에 걸으면서 중간에 쉬는 지점에서 휴식한 것까지 다 계산이 되었는데 (관리자들이 체크인 한 시간과 체크 아웃한 시간을 기록해서, 쉬는 시간 제외한 걷기 시간만 가지고 통계를 냈었다), 10시간 평균 걷기 속도가 3.3 마일 (5.3 킬로미터)였다.  초기에는 날아갈듯 하다가 후반에 속도가 떨어지면서 평균치가 이러했다.  총 50킬로미터중에서 약 30킬로미터는 평균  시속 6킬로미터를 유지 했으리라.  한창때니까... 아, 청춘을 돌려다-아-오. 이 못난 내 처엉춘.



지금 내가 속도내서 걸으면 얼마나 나오려나? 궁금해져서, 5마일 (8킬로미터) 짜리 버크레이크 한바퀴를 한시간에 도는지 못 도는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작정하고 속도내서 파바박 걸어봤다. 뭐 그렇다고 숨차 쓰러질 지경으로 속도를 내는 바보는 아니고, 그냥 평소보다 좀더 의식적으로 좀더 빠르게 걸어봤는데, 60분에 딱 4마일을 찍는다. 한시간에 6.4 킬로미터.  흠... 물론 이보다 좀 더 속도를 낼수는 있었지만, 한계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직 나는 회복중이니까.  


오늘도 나는 --어딜 갈까 -- 장거리를 할까 -- 그냥 평소대로 6마일 코스를 갈까




걷기와 체중감량에 관한 언라인 자료를 보다가 재미있는 --혈액형별 성격 스케치를 보았는데,  여러가지 사항중에 이 부분이 재미있어서 긁어왔다. 


-가장 싸가지 없는 사람은?

1위-AB형:AB형은 싸가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재수도 없다.

2위-B형:약간 싸가지가 없다.

3위-A형:A형은 싸가지란걸 모른다.

4위-O형:O형은 일부러 싸가지 없게 행동하려는 경향이 잇다.

             하지만 O형의 착한 본심과는 다르게 자신을 싸가지없게 만드려고 노력한다.





사진은, 드라마 매드멘에서 신경질적인 아내가 어느날 애 울린 옆집 아저씨한테 보복하기위해 (그건 핑계고, 스스로의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담배를 입에 꼬나물고, 옆집아저씨가 날리는 비둘기를 향해 총질을 해대는 아주 웃기고 통쾌한 장면이다.  이 여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줄담배를 피워대다가,결국은 폐암 선고를 받고 시들어가는 와중에도, 마지막까지 줄담배를 입에서 놓지 않는다. 이 여자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 역시 매케한 연기속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것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사람은 그럴 때도 있다.  해로운줄 알면서도 오기로 그걸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때도 있다.  하지만 여자가 담배를 입에 물고 허공에 총질을 해 댈때, 옆집 아저씨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을때, 나는 꽤나 통쾌했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6. 7. 15. 10:50




어제 장거리를 걸었으니, 오늘은 가볍게 몸 풀기나 하자고 숲으로 갔다.  걷다보니 마냥 걷게 되었지만... 





다녀 오는길에 진흙을 잔뜩 짋어지고 걷고 있는 '자라'를 만났다.  머리와 꼬리를 다 내밀고 걸을때의 몸 길이는 챙 넓은 내 모자 폭보다 더 길어보였다.  아무튼, 자연 상태에서 내가 본 자라중에 최고 큰 것이었다.  천로역정에 나오는 크리스티안처럼 무거운 짐 - 진흙을 등껍질에 짊어지고 가길래, 내가 막대기로 진흑을 긁어 내 주었다.  자라는 내가 신경이 쓰이는지 움직이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등껍데기 가로 길이가 내 한뼘을 훨씬 넘는 것이었고, 세로 길이는 두뼘이 넘는것처럼 보였다. 컸다.  머리도 엄청 크고, 발도 아주 크고.  아주 작은 공룡처럼 보였다. 








오늘은 거대한 자라도 보고, 나름 즐거운 하루다.  이렇게 써 놓고보니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그림일기 같다.  인생이 초등학교 3학년의 여름방학 그림일기처럼 단순하고, 즐거운 일로 가득찰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어린시절은 짧게 흘러가고, 자라는 느리게 걷는다. 


자라님,  내게 기쁨을 주려고 잠깐 나오신건가요? 오늘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반가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자라 사진을 본 우리 오빠는 --" 중국에선 사람들이 저렇게 큰 자라를 들고 길에 서 있는데, 사 가라고. 미국은 좋은 나라구나..." 한다.  자라 요리를 테레비에서 본 적이 있다.  중국을 자주 드나든 우리 언니도 그 자라와 자라 파는 사람이 슬퍼 보였다고 회고한다.  역시 중국에서 사업을 했던 임작가께서는 '저걸 -왕팔-이라고 부른다고 알려준다.  왕팔이는 우리 왕눈이를 내가 별명으로 부르던 이름인데. 왕팔이, 우리 왕팔이.  자라는 내 친구다. 




* 저녁에 찬삐와 외출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주차장에서 갑자기 찬삐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차 문을 열고 달려나갔다.  나는 순간 -- 우리 고양이들 중의 하나가 뭔가 사고가 나서, 교통사고가 나서 죽어 자빠져 있거나, 혹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상상을 했다.  가슴이 무너졌다.  속으로 이런 생각도 했다.  사고당한채 살아서 고통받기보다는 차라리 이미 절명해 있기를... (난 참 이기적이다.)  내가 차를 세우고 찬삐가 달려간 쪽으로 가보니, 찬삐차 뒷창 유리가 박살이 나 있었다.  누군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혹은 사고로, 찬삐차 유리를 망가뜨린 모양이다.  찬삐는 난감한 표정이었지만 -- 나는 '안도'했다.  고양이가 아니었어. 고양이는 무사하다. 그냥 차 유리가 다친것 뿐.   하느님 고맙습니다. 고양이를 지켜주셔서.  차 유리 망가진 것이야 기분 나쁘지만 갈아 끼우면 되고, 고양이는 갈아 끼울수가 없으니까.  하느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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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6. 7. 14. 11:28




아침 9시 10분에 출발하여 11시 40분 8.2 마일 지점 도착.   30분 휴식.

오후   12:10분에 출발하여 2:40분에 출발점에 도착 


총 걸은 시간은 5시간.  총 걸은 길이는 16..4마일 (= 25.7 Km / 34,000보). 대략 시간당 5킬로미터를 꾸준히 유지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침에 출발 했을때는 오히려 아침이라서 걸음이 좀 무거웠고,  반환 지점에서 돌아올 때는 약간 지치기는 했지만 오히려 몸이 풀려서 속도는 유지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쳤지만 속도 유지에는 문제가 없는 정도의 피로.  (한창때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속도가 많이 떨어지긴 했다.)  미국으로 돌아와서 걸은 것 중에서 최고 기록이 12마일이었는데, 오늘 작정하고 장거리를 다녀왔다.  잘 해 냈다. 덥지 않은 날을 골라 20마일 코스를 가봐야 할텐데. 






돌아오는 마지막 1마일 지점부터 비가 뿌렸다.  햇볕은 쨍쨍한데 비가 쏟아졌다.  울창한 나무 아래로 걸으니 나뭇잎이 비를 가려줘서 비는 맞지도 못했다.  그래도 아무튼 내 머리위 나무로 비가 쏟아졌고, 그러니까,  나무와, 햇살과, 비와, 그 모든것이 '천지 만물'이 마치도 장거리 워킹을 마쳐가는 나에게 환호를 보내는 듯한 경이로운 풍경이었다.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숲에 비가 쏟아지는 사진들이다.  이건 분명히, 나를 특별히 사랑하시는 하느님이 더위에 지친 내게 보내신 선물이다.  


땀을 많이 흘렸다.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 반팔 셔츠와 얇은 운동 반바지만을 걸치고 나갔다.  가슴을 욱죄는 브레지어 조차 하지 않았다. (미국 여자들중에 가슴이 작은 여자들은 브레지어 없이 잘 돌아다닌다. 나라고 못 할게 없지. 숲에서 누가 내 가슴선을 보는것도 아니고.)  면셔츠가 젖고, 젖고 흠뻑 젖었다.  얼굴에서도 땀이 흘렀다.  나는 한가지를 깨달았다.  올드 팝 Rain and Tears 에서는  비오는 날 울면 빗물처럼 보인다고 노래하는데, 나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  울고 싶으면 뜨거운 태양 아래를 걸으면 된다. 땀이 쏟아질것이다.  흐르는 땀 때분에 눈물이 흐르건 말건 문제가 안된다.  땀이 온 몸에서 강물처럼 흘렀다.   땅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와 나무그늘이 만들어내는 서늘함을 함께 온몸으로 맞으며 내 몸이 강물이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사람이 아닌 어떤 다른 존재로 살 수 있다면, 나는 흐르는 강물이 되고 싶다.  바다로 바다로 향해서 매일 흐르는 강이 되고 싶다.  그리운 바다를 향해서 매일 달려갈 수 있게.  바다와 만나는 날, 나는 완벽한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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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6. 7. 5. 23:39


한국에서 한학기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내가 매일 하기로 작정한 것은 -- '걷기'이다.  스트레스 때문에, 그리고 여러가지 여건상 한국에서 운동이 부족했다. 뭔가 몸 상태가 항상 찌부둥하고 개운치가 않았다.  '미세먼지'라는 뿌연 존재가 귀신처럼 창밖에서 늘 서성인다는 기묘한 느낌도 한 몫했다.  눈이 따끔거리거나 콧속이 입안이 매캐해지는 느낌. 집으로 돌아왔을때, 창밖이 온통 초록 나무와 잔디로 가득차고, 그걸 내다보며 소파에서 잠들때의 그 느낌이 어찌나 평화롭던지.  (아 여기가 지상낙원이구나... 이런  고마운 느낌.) 


그래서 나는 매일 숲으로, 호숫가로 걸으러 나간다. 최소 하루 7마일에서 10마일 이상. 전체적으로 매일 10킬로미터이상을 나는 숲속을 걷는다. 날씨가 쨍쨍할때도 숲이 우거져, 초록 물속을 유영하는듯한 기분으로 나는 걷는다. 


어제는 찬삐와 간단히 7마일쯤 걸었는데, 녀석이 물었다, "엄마는 그렇게 걸으시면 발목이나 발이 안아프세요? 저는 발목이 좀 부담이 돼요."  


"글쎄,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대답해놓고 보니, 온종일 걸어도 발목이나 무릎, 혹은 발에 아무런 통증이나 '문제'가 없는 내 발과 다리가 -- 걷기에 최적화된 '타고난' 구조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  내 몸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상체는 하체에 비해서 가는편이다.  하체가 상체에 비해서 굵다고 해도 맞다.  좀더 살펴보면, 머리통이 큰 편이고 (그래서 얼굴도 크다), 목부터 엉덩이까지 상체에 해당되는 부분은 대체로 가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엉덩이 아래 -- 허벅지부터 발끝까지가 꽤 '발달되어 있다.'  다리뼈가 굵은 편이고, 발도 좁고 가느다란 아가씨발이 아니고, 딱 머슴놈 발같다.  다리는 균형이 잡혀 있지만 발목이나 종아리가 보통 여자들보다 굵다.  그래서 무릎 길이의 치마를 입을경우 발목과 종아리가 두드러져보인다.  이 경우 아예 미니스커트를 입어서 다리 길이가 길어보이게 하거나, 아예 발목까지 오는 긴치마를 입어서 굵은 다리를 살짝 가리는 것이 내 패션 전략이다.  혹은 폭이 좀 여유있는 치마를 입어서 다리를 다소 가늘게 보이게 하는 수도 있다.  아무튼 내가 옷을 입을 때, 곱다랍게 가늘지 않은 내 종아리가 나로서는 스트레스이고, 치마를 고를땐 늘 A라인 무릎치마나 혹은 발목치마를 고를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의 패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내 다리의 구조가 -- 걷기 위해서 길을 나서는 순간 세계최고의 '황금다리'가 된다.  난 온종일 걸어도 더 걸을수 있고, 아무리 걸어도 발이나 다리에 부상을 입지 않는다.  물론 발바닥에 물집에 잡히기도 하는데, 그 경우에는 터뜨려서 물기를 빼내고 반창고를 붙이는 것만으로 처치가 끝난다.  좋은 신발만 잘 갖춰 신으면, 나는 일년 365일, 평생 걸어도 좋을것이다. 난 그냥 타고난 '걷는존재'일지 모른다. 


우리 언니는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길고 늘씬한 다리를 가졌다. 참 부럽다.  한때 부러웠다.  지금은 별로 부럽다는 생각을 안한다.  길고 늘씬한 다리의 언니는 나보다 운동도 잘하고 여전히 날씬하고 부지런하지만 -- 과연 내 다리만큼 튼튼한 다리를 갖고 있지는 않다.  보통 사람처럼 쓰면 쓴 만큼 어딘가 아프고 문제가 생기고 그러아므로.  내 다리는 -- 그냥, 이건 하느님이 내게 주신 아주 특별한 선물이다.  '코끼리다리' 혹은 '무다리' 인것이 약간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말이다. 


코끼리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봤다. 코끼리는 일견 느리게 걷는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사실 코끼리가 미친듯이 달려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코끼리도 필요하면 달리겠지만 대개는 걷는다.  느리게 걷는것처럼 보이지만 꽤 빨리 걷기도 한다.  그리고 코끼리는 오래 오래 아주 멀리 멀리 갈 수 있다. 난 슬슬 내 코끼리 다리에 대해서 막 자랑을 하고 싶어진다. 하하하. 


다시 한국으로 갈 시간이 올 것이다. 버지니아의 아름다운 자연, 내가 온종일 걸을수 있는 숲을 두고 가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내가 미국에서 가장 사랑한것이 -- '자연'이었구나, 실감하게 된다.)  애인과 작별하기 싫은 사랑에 빠진 여자처럼, 나는 매일 숲으로 간다. 나의 코끼리다리는 불평없이 나를 숲의 심연으로 이끈다.  (아, 한국에 있는 동안 3킬로 정도 체중 증가.  이걸 다시 빼고 가야 한다는 것이 내가 내게 부과한 '숙제'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먹고 퍼 잔것이 체중 증가에 주효했다.  갱년기로 다가가는 나의 나이도 한몫 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으로 가면, 아, 여건상 많이, 오래 걷기가 어렵다. 난 도심에서 걸으면  시끄럽고 막 스트레스 올라간다. 공기도 안좋고. 해결책을 찾아야 해. 아무튼 한국 가기 전에 체중을 잘 조절해야 한다.  몸풀기가 끝났으니, 이제 왕복 15 마일 (24킬로) 코스를 일주일간  해 보고, 그게 제대로 되면 왕복 20마일 코스 (32 킬로)로 도전해보고.  그러면 내 몸의 시계가 청춘으로 돌아가겠지. 걷는 내내 나는 기도하고 사색하고, 노래 할 것이다.  


걷기를 마치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체육관에 들러서 수영을 하고 몸을 씻고 오는것도 -- 지상낙원의 삶의 일부다.  하느님은 나를 정말 예뻐하신다.  이런 선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허락하시다니. 이 죄많은 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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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6. 7. 5. 03:29





뭔가 사람의 몸과 마음을 짓누르는 듯한 잔뜩 흐리고 축축한 날씨. 이따금 나무위로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더니,   결국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부터 비가 추적추적 추적추적.   내 집에서 나를 기다리던 내 파랑 자동차.  아, 너 참 예쁘구나. 


비가 그치면, 밤이 오면, 사람들은 폭죽을 터뜨리겠지.  작년에는 바다건너 군함에서 터뜨려대던 불꽃놀이를 보았지.  종이를 접듯이 시간을 접으면 그 시간으로 포개질 수 있을까?  꼭 그럴것은 없다.  사람에게는 '뇌'가 있고, 기억장치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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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6. 7. 4. 03:59


내일은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지난 금요일부터 내일까지 4일간의 연휴.  멀리 떠나지 않은 사람들은 근처 공원을 찾는다.  나도 작년에는 메릴랜드 오션시티와  버지니아비치에 갔었다.  버지니아 비치에서 독립기념절 불꽃놀이를 보았다.  불꽃놀이 직후에 소나기가 쏟아져서 빗속을 깔깔대고 달렸었다.  


가족단위로 소풍을 나온 사람들이 호숫가에서 낚시를 하거나 배를 타거나.  모두 한가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표정.  아침에 비가 좀 뿌렸고 날이 흐려서 야외에서 놀기에 아주 좋은 날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Black-eyed Susan (검은 눈동자의 수잔).  메릴랜드주의 꽃이 이 꽃이다.  미국에서는 들꽃으로 아무데서나 무리지어 피어 있는것을 볼 수 있다. 




Henry David Thoreau 의 월든 호수를 연상시키는. 






한바퀴 돌면 아이폰 미터기로 오마일이 약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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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6. 7. 2. 01:38




시차를 극복하기 위하여 어제 몸을 고되게 놀렸건만, 새벽 네시가 되기도 전에 잠에서 깨었다.  시차 문제가 아니라, 그냥 평소의 나의 잠의 양상인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 할머니처럼 새벽 네시 혹은 그 전에 잠에서 깰때가 많다.  (나이 들면서 좋은 점 한가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일찍 잠에서 깬다는 것. )


뭘할까? 아주 잠시 생각해보다가, 뭔가 꾸물대다가, 문밖 고양이 타워에서 나를 반기는 고양이와 인사를 나누고 집 뒤 숲으로 갔다.  새벽 네시 반.  하늘엔 내 눈썹같이 가느다란 그믐달이 걸려있고, 사방은 어두웠다.  밤에 숲길을 걸을때는, '길'이 희게 빛난다.  밤길 걷는 사람만 알것이다. 


공원 입구에서 숲으로 걸어들어갈때, 내 심장은 무서운 '귀신영화'를 볼 때처럼 두렵다고 외치며 쿵쾅댔다.   사방에 불빛도 인기척도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숲길을 혼자 걸어 들어가는 일은 내가 상상했던 것 보다 '무서운' 일이었다.  어둠에 대한 그냥 원초적인 두려움, 아마 그런것일게다.  내가 자주 다녀서 눈감고도 다닐수 있다고 믿었던 아주 아주 익숙한 길.  그 익숙한 길이 어둠속에선 낯설다.  아니 길 자체가 잘 안보인다.  반딧불이 전등처럼 반짝일뿐이다.  반딧불이 내 발길을 인도하듯 앞서 날며 깜빡댔고, 새들도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아 고요하였으며, 나뭇가지만 이따금 수런거리를 소리를 냈다.  발끝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둠속을 혼자 걸을 때 -- 나 혼자여서 무서웠을때 내가 이유없는 이 공포를 극복한 방법은, 참 너무나도 간단하다.   나의 기도문을 소리내어 외는 것이다.  어둠과 정적속에 나 혼자 걸을때, 속삭이는 내 기도문은 소리질러 외쳐대는 함성처럼 그렇게 크게 들렸다. 나는 깨달았다.  하느님이 잘  안보이고, 하느님이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시는지 잘 모르겠을때, 하느님을 만나고 싶다면, 깜깜한 밤길을 혼자서 걸으며 기도를 하면 된다. 그러면 그가 나와 함께 계시다는걸 발견하기가 용이해진다.  깜깜한 어둠속에 오직 그와 나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하하하.   사람은 새벽기도를 하기 위해 숲으로 가야 할거다 아마.  


위의 달 사진은 다섯시에 찍은 것이다.  주위가 밝아지고, 더이상 어둠의 공포가 나를 괴롭히지 않을 무렵.  어둠의 공포가 사라지는 만큼 내 손을 잡아주시던 하느님의 온기도 희미해진다. 






위의 달은 다섯시 반.



여섯시 자귀화.



일곱시 산딸기.  목마르고 배고픈 내 눈에 가들 들어온 산딸기의 축복.  이것으로 시장기를 달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해 보고 싶으나 여태 해보지 못한 것들중에 한가지는 밤새워서 숲길을 걷는 것이다.  나는 숲속에서 해가 지고 달이 뜨고, 그 달이 지고 다시 아침이 오는 것을 지켜보며 내쳐 걸어보고 싶다는 환상을 품고 있으나 여태 한번도 실천을 한 적은 없다.  왜 못했나?  혼자 그러는게 어쩐지 겁이나서.  그걸 같이 할 사람을 아직 못찾아서.  올 여름에 찬홍이를 꼬셔서 그걸 딱 한번 해보면 어떨까? 


장담을 못하겠지만, 나는 또다시 새벽 네시도 되기 전에 잠에서 깬다면 -- 새벽 어두운 숲길을 걸으러 나갈것이다.  어둠속에선 하느님을 더 생생하게 만날수 있다.  그러니까, 어둠이나 고통, 고난을 너무 겁내면 안된다.  





내가 최근에 읽은 책에 나온 얘긴데,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바 없으나 인상적이라서, 아니 그걸 왜 이 페이지에 적는지.  아마도 새 페이지 열기가 귀챦아서, 그러고 싶지 않아서.  단지 기억하기 위해.


이 호박벌은 몸집에 비해서 날개가 아주 작다고 한다.  몸과 날개가 비례가 대충 맞아야 날 수 있는건데, 날개 크기를 보면 도무지 이게 정말 날개인지 악세사리인지 알수 없게 작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그 몸집에 그 날개면 '날기가 어렵다'고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외견상 -- "이봐 호박벌, 너는 날수가 없는 존재야. 넌 그날개를 갖고 도저히 날수가 없어요"라고 충고를 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아무리 호박벌한테 '넌 그 날개 갖고 도저히 못날아. 인생 포기해라' 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호박벌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자신의 딱한 현실을 모르기때문에, 잘도 날아다니고 있다.  


호박벌은 어쩌면 인간에게 이렇게 말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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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3. 12. 13.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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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토요일 정오부터 가족 친지들과 전시회 기념 다과, 식사. 

그날 오시면 아름다운 그림 + 아름다운 식사 동시 해결. 

꽃다발이나 화분 사절. 

빈손으로 오셔서 영혼과 육신을 아름다움으로 채워가시길.


(그날 얼굴 좀 보세, 바쁘시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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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동생 나이키가 눈길을 헤치고 밤에 갖고 와서 던져 주고 간 팜플렛을 세폭으로 접고 접어서 봉지에 넣는 작업을 반복.
귀신같이 해 내는 나를 보고, "아주 공장 시스템이구나. 기계손이셔!" (나이키 왈)
그렇다. 나는 원래 '조작의 동물' -- 머리 쓰는 일 보다, 손 쓰는 일에 더 능하다는 말씀.

70년대 봉투 만드는 알바의 재현. 


전시회를 위해서 나는 한 것이 없고
우리 오빠와 내동생 나이키와 그 처가 발을 동동거리며 준비. 
나는 뭐 가오마담이지.
그냥 내가 거기, 그 자리에 존재 한다는 것만으로도 
그자리는 영화로운 자리.


아, 팜플렛이 적혀 있는 개미 눈꼽만하게 박힌 갤러리 주소에 열통을 터뜨리다가, 
아예 커다란 글씨로 갤러리 주소를 쓰고 말다. 
내 눈에도 안보이는 주소가
할아버지 할머니 눈에 제대로 보일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한가지 깨달음
행사를 함에 있어 '주소'와 '약도'를 가장 눈에 띄게 해야만 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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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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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10. 30. 01:07


I am on my way back from my walk to the Accotink. I am now waiting for chanppi because he took a wrong path and failed catching me up.


ha ha ha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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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9. 8. 03:17

tiffany-1


투명한 9월, 토요일 오전 아홉시 

매클레인 살 때 늘 그러했듯,  포토맥 애비뉴에 차를 세우고 강변을 따라 조지타운으로 걷다.



조지타운 간다는 말에 군소리 않고 동행한 찬삐.

이제 몸에 붙는 폴로셔츠도 제법 할랑한 느낌. 


어쩌다 우연히

흰셔츠에 청바지 커플룩

엄마와 아들.  :-)

(불쌍한 찬삐, 엄마와 커플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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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워킹 나갈땐 운동바지에 운동용 백팩인데, 

오늘은 모처럼 토요일 오전의 산책이라서

시내 나가는 기분을 좀 내느라 귀염둥이 배팩도 메고 청바지도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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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타운 입구에 도착하면 늘 들르던 성벽 낭떠러지.

우리 왕눈이하고 여기서 찍은 사진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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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포토맥 강을 일년 넘게 떠나 있던 사이에 포토맥에 새로운 유행이 불어 닥쳤다.

배 위에서 땟목을 젖듯, 서서 배를 젖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일년중 가장 상쾌하고 햇살 투명한 계절 --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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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브리지로 이어지는 다리 아래 알록달록한 거리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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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타운 입구, 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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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타운의 늘 들르던 카페에 들러

찬삐는 연어를 먹고

나는 스트로베리 쇼트케잌을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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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시의 햇살 

수로 

멀리 아리조나 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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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지쳐...


초록이 지쳐 단풍의 계절이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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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9. 2.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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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 호수의 매력은, 이끼로 뒤덮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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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나 자전거 타기를 하는 사람들은 잘 조성된 산책로를 선택하지만, '걷기족' 나는 이들이 잘 가지 않는 '처녀림'같은 숲속 오솔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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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기둥에까지 뒤덮인 '이끼' 는 곰팡이, 버즘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 내게는 초록색 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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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일곱시, 산책을 시작할때 이슬비가 뿌리더니, 숲에서 나온 오전 여덟시 반에는 구름이 걷히고 햇님이 얼굴을 내밀었다.


복된 9월.  




행 패



오늘은 새벽 예배 마치고 곧바로 호수로 차를 달려 산책을 했지만,  저녁 나절에 산책 나가야 하는데 몸도 무겁고 날이 어두워져서 혼자 나가기 싫을 때, 이럴때는 찬홍이를 꼬셔서 함께 데리고 나간다.  찬홍이는 나하고 워킹 나가는 것을 '효도' 혹은 '자식으로서 마지못해 하는 의무' 정도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찬홍이에게 워킹을 함께 나가자고 조르는데는 몇가지 난이도 안에서 이루어진다.


1단계: 찬홍이도 뭔가 운동을 하고 싶은데 내가 나가자고 하면 군말 않고 선뜻 따라 나선다.



2단계: 찬홍이는 가기 싫은데, 내가 나가자고 조를때 내가 하는 협박 -- "너 청소 할래, 산책 갈래? 양자택일 해."  마지못해 따라나서는 찬삐.



3단계: 역시 내가 행패 부릴때 -- "너 나하고 예배당 갈래, 산책 갈래?"  예배당 가는것을 '자식으로서 마지못해 하는 의무'라고 생각하는 찬삐를 구슬리는 방법 (-_-)  억지부리는것 다 알지만 찬삐가 그냥 따라 나서 준다.



4단계: 청소도 다 되어있고, 아침에 예배당도 다녀왔고, 뭐 내가 행패부려봤자 도무지 먹히지 않는 상황에서는 --> 왕눈이를 판다.  "아이고 아이고 왕눈아. 우리 왕눈이가 죽으니 엄마가 산책 나갈때 따라 나서는 자식 새끼도 하나 없구나. 아이고, 내가 더 살아서 뭣하겠는가. 우리 왕눈이 따라서 천국 가야지. 왕눈아, 왕눈아, 아이고 아이고. 내가 더 살아서 뭐해"  내가 이러고 곡을 하면 찬삐가 '내가 못살아' 하면서 따라 나선다. 



5단계: 이러한 모든 것이 통하지 않을때,  이럴때는 한국의 박선생께 전화를 때린다.  "아이고, 자식 새끼 다 소용없네. 이 껌껌한 밤에 내가 산책을 나간다는데 따라 나서는 자식새끼 하나 없네. 내가 못살아 못살아"  ---> 이러면 박선생이 "찬홍이 바꿔봐" 해가지고 뭐라뭐라 잔소리를 한다. 그러면 착하고 귀염둥이 찬삐가 한숨을 푹 내 쉬면서 내 산책에 동행을 한다. 카카카. 


아침에 나갈때는 나 혼자 나가고, 오후에는 찬홍이한테 나가자고 행패를 부릴때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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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아침 이슬에 젖은 버크 호수 오전 일곱시, 노동절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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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 호수의 낚시 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뭐 좀 잡았니?" 하고 묻는 순간, 그의 낚싯대에 손바닥만한 썬피시가 잡혀 올라왔다.  그 사람이 "You brought it!"  하면서 물고기를 내게 내밀었다.  손바닥만하고 통통하고 예쁜 물고기였는데, 다시 풀어줬다.  

난 낚시는 안하는데, 낚시꾼 근처에서 구경하는 것은 재밌다. (만고의 게으름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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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빗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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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한단에 3.99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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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개인 일요일 저녁

물 구경하러 개울에

물을 보면 발을 담가야 하는 엄마와

물에 들어가기 싫은 아들 (박씨 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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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이어 오늘도 '천국이 지상에 반사된' 듯한 청명하고 선선한 초가을 날씨.



오전 7:30분에 출발하여 9:30에 7.5 마일을 걸어 아코팅크 호수 언덕에 도착.  딱 두시간 동안 한눈 안팔고, 쉬지 않고 부지런히 걸은 결과.


내가 호수 전경을 내다보며 다리 쉼을 하는 자리에 오늘은 한 남자가 먼저 와서 자전거를 세워 놓은채 명상이나 요가 혹은 기체조를 하고 있었다. 여기는 폭 파묻혀서 사람들이 잘 안 오는 곳인데, 용케 찾아내어 터를 잡았군. 역시 알아보는 사람만 알아보는 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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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쯤 쉬다가 다시 집을 향해 출발. 9:50에 출발하여 오후 12시 정각에 내 차가 기다리는 공원 입구에 도착. (가는데 2시간, 오는데 2시간 10분 걸렸다.) 



새벽기도 다녀와서 조금 쉬다가, 찬밥 남은것 한공기하고 풋고추 된장에 찍어서 먹고.  사과 반쪽, 포도 조금, 커피우유 한팩, 물 한병 싸가지고 집을 나섰다.  사과, 커피우유는 목적지 도착하여 휴식할 때 먹었고, 포도는 남았다.  어쩐지 지치거나 배 고프다는 느낌이 안들었다. 


차가 서 있는 공원 근처 숲속에서 발견한 사슴. 


여름 사이에 내 체력이 많아 좋아졌음을 확인 했다.  걷는 운동보다 더 좋은 운동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겠다.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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