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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14 [엄마] 2011년 7월13일 셰난도어 엄마사슴 아기사슴, 아기곰 4
  2. 2011.07.13 [엄마] 2011년 7월 12일 뉴욕: 엄마가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 2
  3. 2011.07.13 [엄마] 2011년 7월 12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식당과 정문 앞 광장 4
  4. 2011.07.13 [엄마] 2011년 7월 12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전시장 2
  5. 2011.07.13 [엄마] 2011년 7월 12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6. 2011.07.11 [엄마] 2011년 7월10일 (일) 볼티모어 미술관 식당에서 (동영상)
  7. 2011.07.10 [엄마] 조지타운에서 아침 식사
  8. 2011.07.09 [엄마] 2011년 7월8일 (금) 연꽃구경 --엄마 동영상 2
  9. 2011.07.09 [엄마] 2011 년 7월8일 (금) 연꽃구경 -- 연꽃나라
  10. 2011.07.08 [엄마] 2011년 7월7일(목) 반즈앤노블 책방에서 2
  11. 2011.07.08 [엄마] 엄마의 워싱턴 신작들 : 갤러리~ 4
  12. 2011.07.07 [엄마] 쇼핑도 하고 동네 구경도 하고 2
  13. 2011.07.06 [칼럼] 달걀을 먹는 여러가지 방법
  14. 2011.07.06 [엄마] 2011년 7월 5일 (월) Riverbend Park 에서 저녁식사 3
  15. 2011.07.04 [엄마] 2011년 7월 3일 (일) 책 읽는 엄마 5
  16. 2011.07.04 [엄마] 2011년 7월 3일 (일) 아가씨와 건달들~ 2
  17. 2011.07.04 [엄마] 2011년 7월 3일 (일) 비온 아침, Great Falls & Riverbend Park 3
  18. 2011.07.02 [엄마] 2011년 7월 1일 (금) 뮤지컬 맘마 미아 관람
  19. 2011.07.01 [엄마] 선물 쇼핑 + 샌디 포인트 해변
  20. 2011.06.30 [엄마] 찬홍이와 엄마 2
Diary/엄마2011. 7. 14. 09:02




집으로 돌아오기 위하여 공원 입구로 차를 모는데 눈앞에 아기 사슴 한마리가 한가롭게 나타났다.  가만히 차를 세우고 내가 카메라를 가지고 다가가도 사슴은 도망가지 않았다. 아기사슴은 오히려 신기하다는 듯 나를 자세히 보기위해 다가오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 아기사슴과 그 어미를 동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사슴 촬영을 마치고 다시 천천히 차를 모는데, 이번에는!  곰 한마리가 한가롭게 길가에 나타났다. 숲에서 나와서 차가 다니는 기슭으로 혼자 산책을 나온것 같았다. 곰은 내 차를 발견하자 다시 숲으로 가서 몸을 숨기더니 움직이지 않고 내 차를 바라봤다.  곰이 내 앞을 어정거리는 동안 나는 차를 세우느라고 카메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내가 카메라를 집어 들었을때 곰은 이미 나무 그림자로 숨은 후 였다. 내 육안으로 보이는 곰을 차창을 통해 카메라로 잡았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 곰의 윤곽을 잡아내기 어렵다.  하지만 사진 중앙에 곰의 코를 비롯한 얼굴 형상이 보인다. (숨은그림 찾기).

내 일생에 '야생 곰'을 두눈으로 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그것은 엄마와 찬홍이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오늘은 우리 세명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 인것 같다.

단지 눈앞에서, 살아있는 곰을 봤다는 것 만으로도 오늘은 기분이 참 좋다. (그것을 엄마와 함께 봤다는것도 아주 자랑스럽다. 엄마도 아주 좋아하셨으니까.)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3. 20:50


오후 다섯시, 미술관을 출발한 이후에, 조수석에 앉아있던 엄마가 엄마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 

내가 운전을 해야 하므로 차창밖의 생생한 거리 풍경 사진을 찍을수가 없어서 엄마한테 숙제를 드렸다, "엄마, 한번 저 풍경을 찍어봐!"

엄마는 서툴지만 그럭저럭 창문 유리에 카메라를 갖다 대고 열심히 사진을 찍으셨다.




뉴욕의 아름다움은, 번쩍거리는 초고층 건물들 사이사이로 낡은 건물들이 삐뚤빼뚤 채워져 있고, 그 사이 좁은 길을 활기차게 걸어가는 사람들.














링컨터널 표시판이 보인다. 링컨터널을 통과하면 맨하탄을 빠져나와 뉴저지로, 남쪽으로 달리게 된다.





링컨터널을 빠져나와 뉴저지의 고가 차도에서, 멀리  맨하탄이 눈에 들어온다. 신기루처럼 아쉽게 아쉽게 우리 시야에서 멀어져가는 도시.



오후 여덟시 반 쯤, 델라웨어 강을 건너면서 강 건너로 붉고 둥근 해가 지는 것을 보았다. 엄마가 사진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켜는 사이에 (엄마가 서툴게 카메라를 들고 쩔쩔매는 사이에) 해가 '꼴까닥' 넘어가고 말았다. (아쉬움.)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3. 12:46

여러시간 쉬지 않고 미술관을 둘러보고 세시쯤, 느지막히 미술관의 전망좋은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센트럴파크가 바로 창밖에 펼쳐진 곳에 식당이 있었고, 식당 통로에는 로댕의 '칼레의 시민' 조각상이 있었다. 음식 값이 '배가 아프게' 비쌌지만, (그래 좋다, 전망 좋은 자리 값이다...) 이러고 그 비싸고 맛도 없는 음식을 사 먹었다. (나만 갔으면 이런거 안 사먹을텐데, 엄마에게 이런 멋진 식당에서의 점심 식사, 그 추억을 만들어드리고 싶었다. )

엄마도 사실은 이 파스타에서 '미국냄새'가 난다고 많이 안드시고 찬홍이에게 다 주셨다. 그리고는 식전에 제공된 맨빵을 잡수셨다.  하하하.



식사를 마치니 오후 네시.  지하 차고에서 전시장으로 집접 들어온터라, 엄마가 정문 풍경을 못 보셨다. 그래서 정문으로 나가서 계단에 앉아서 한시간 가까이 사람 구경을 하며 보냈다.  늘 그러하듯, 정문 앞에서는 악사들이 연주를 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그림처럼 알록달록 했다. 늘 그러하듯 관광객들중에 애국심 드높은 한국인이 악사에게 팁을 듬뿍 준듯,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갈때마다 나는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애국가를 듣는다).  뉴욕 한가운데서 들리는 애국가에 대해서 나의 기분은 좀 복합적인데, (1) 애국가를 들으니 반갑네  (2) 그런데 꼭 여기서 애국가를 연주해야 직성이 풀릴까? 난 차라리 뉴욕 한복판에서 '섬집아기'라던가 혹은 '동백아가씨'같은 노래가 나오는 것이 훨씬 분위기 있고 정감이 있으며, 그래서 더욱 고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들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여간에 공짜로 음악을 듣는 처지이므로  고마울뿐이다.




단체로 노래를 하는 가수들도 보이고


핫도그를 사 먹기 위해 길게 줄 지어 선 사람들. (엄마가 안계셨다면, 찬홍이와 나도 여기서 각자 핫도그와 프레첼 같은것을 사 먹고 점심을 때웠을것이다.)




바람을 쐬면서 스케치를 하는 유여사.




7월의 햇살.


오후 다섯시에 미술관을 출발하여. 밤 열시반에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해가 붉게 지는 것도 보았고, 달이 떠서 따라오는것도 보았다.  무탈하게 뉴욕에 다녀와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3. 12:31



이천여년전 그리스의 조각들을 보면, 그리고 당시에 피어나던 철학과 과학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참 인간이 매력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름답지 않은가...
(엄마가 무릎에 덮고 있는 것은, 몇해전에 내가 손바느질로 만들었던 조각이불(양면 조각보)이다. 내가 엄마를 모시고 다니다보니, 미국의 실내가 서늘해서 휠체어에 가만히 앉아있는 엄마에게는 추운 느낌이 든다.  나는 움직이니까 덥지만, 엄마는 춥다.  그래서 내 카디건을 늘 갖고 다니다가 덮어 드리는데, 오늘은 아예 그 조각보를 챙겨갔다.  야외에서 밥먹을때는 식탁보로 사용하고, 추울땐 덮개로 사용하고, 외출에서 돌아오면 후루룩 빨아 널면 그만이다.  엄마는 '이것을 어떻게 만든거냐'고 꼬치꼬치 물으시는데, 내심 그것이 탐이 나시는 눈치이다.  뭐, 엄마가 좋다면 내것을 드려도 되고, 내가 새로 하나 만들어서 드려도 되고...




그런데 사천여년전의 이집트 예술 쪽으로 넘어가게되면 경이를 느끼게 된다.

사천여년전의 나일강변의 사원을 그대로 맨하탄 한복판에 옮겨다 놓았다.  배포한번 크다. 금싸라기같이 비좁은 맨하탄 한복판에 이집트의 사원이라니...





스핑크스를 보니 집에 두고온 왕눈이 생각이 난다. (불쌍한것 혼자 온종일 나를 기다리고 있겠구나...)



엄마는 아무래도 엄마가 익숙하게 보아온 인상파 화가들 시절의 그림들 앞에서 기쁜 표정이었다. 모네의 수련꽃을 무척 반가워하셨다.



엄마에게 추상미술은 난해한 개념이다... 추상미술을 하겠다고 덤벼들기는 했는데...그런데 대체 추상미술이라고 하는 것들은 왜 이렇게 가지각색이고, 왜 딸년은 여기 있는 모든 것을 추상미술이라고 하는건지 도통 알수가 없는 것이지...





아무 그림도 안그리고, 그냥 색만 칠해놓은것도 그림이라고 딸년은 종알거리는데, 이것이 어째서 그림인걸까?  알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런거라면 누군들 화가가 못되겠는가?  유여사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그림 앞에서 난감해지는 것인데...



갈수록 태산, 도무지 이것들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뭐 대략 이렇게 몇시간을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3. 12:17



새벽 세시에 일어나서 밥 짓고, 초밥 싸고, 먹을 것 챙기고, 이럭저럭 하다가 아침 다섯시에 뉴욕을 향해서 출발했다. 
 


가던 중간에 델라웨어에서 아침 식사.

점심은 뮤지엄 식당에서 사 먹고, 저녁은 아침에 챙겨간 것으로 해결했다 (그래도 밥과 과일이 남았다.) 넘치는 준비정신이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1. 09:01


(화면을 클릭하거나 화면 하단 오른쪽 화살표 단추를 클릭하면 전체화면으로 보실수 있습니다.)

오늘 메뉴
 * 엄마는 핫케이크 (핫케이크에 시럽과 크림)
 * 찬홍이는 햄버거 샌드위치
 * 나는 지중해식 호무스 랩

식전에 빵과 잼, 크림을 갖다 주므로 그것으로 일단 시장기를 면할수 있다.  엄마는 어제 조지타운 식당에서 잼을 너무 많이 (공격적으로) 잡수신 결과,  배탈이 나셔서 다 토하고, 아주 큰일이 날뻔하셨다.  그래서 저녁과 아침을 된장국으로 달랬는데, 미국식당에서 마땅한 것이 없어서 그중 순한 핫케이크.

엄마는 시장하셨던듯 그것을 아주 맛있게 달게 잡수셨다. (나는 엄마가 배탈이 날까봐 조마조마).  오늘은 별 탈이 없어 보인다. 다행이다. 엄마는 내가 상상하는것보다 더 연약하시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는 엄마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해야 한다.  이번주에 뉴욕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엄마의 건강이 걱정이 된다. 편도 다섯시간의 운행 시간을 엄마가 잘 버티실지 가늠이 안된다. 

헬렌켈러는 '일생에 단 3일 , 세상을 볼 수 있다면...'  꼭 보고 싶은것중에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꼽았다. 나는 그 미술관을 엄마의 눈에 담아드리고 싶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0. 00:37


엄마가 어제 연꽃 구경이 고단하셨나보다. 입술이 부르트셨다.  토요일은 찬홍이와 내게는 오후에 여러가지 행사가 있는 날이라서 분주하게 들락거려야 한다.  그래서 오전에 조지타운에 나가서 밥을 먹는 것으로 엄마의 오늘 행사를 잡았다.  (나는 매일 하루에 한가지씩은 엄마에게 뭔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려고 작정을 했다).

장소는 박선생과 찬홍이와, 친구와 들르곤 하는 조지타운의 식당.  정원의 테이블이 비어 있어서 그쪽에서 자리를 잡았다.  엄마와 찬홍이는 토마토 오믈렛을 주문했고, 나는 두부 샐러드를 주문해봤다. (두부 샐러드는 오늘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각종 '베리' 종류를 담은 과일 한그릇. (strawberry, blueberry, raspberry).  아이스티~

엄마는 접시에 담긴 모~든 음식을 싸그리 비우셨다.  (놀라운 일이다).  엄마는 나처럼 비위가 약해서 서양 음식을 잘 못 드신다. 그래도 가끔 서양식당에 모시고 가는 이유는, 이질적인 문화라도 조금은 경험을 해 보는것이 외국에 나갔을때 해 볼수 있는 것이라서 그렇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은 '학습'이다.  가만히 엎드려서 자기가 아는것만 되풀이해서 경험하는 것 보다는 낯설어도 자꾸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이 건강에 좋다.  그래서 외국식당에 갈때는 엄마한테 먼저 다짐을 하고 간다, "엄마, 오늘 가는데는 서양 식당이니까, 엄마 입맛에 잘 안맞을지 몰라. 기대는 하지 말고, 그냥 미국 구경하는 셈 치고 가보셔. 어차피 밥하고 된장국은 집에서 먹으면 되는거니까..."

그런데 엄마는 접시에 날라져온 오믈렛과 야채 샐러드와 빵과, 그리고 따로 담겨나온 과일을 아주 '싸그리' 해 치우셨다. 찬홍이 왈, "할머니하고 나하고 무시무시하게 먹었다!"


엄마가 모든 음식을 해치울수 있었던 이유는, 이 집에서 제공하는 오가닉 잼에 있었다. 이집에서는 유기농 식품이라는 딸기잼, 자두잼, 피넛버터 세가지를 병에 담아 무한 제공한다.  그런데 내가 엄마 접시에 담아 드린 세가지 잼에 엄마가 맛을 들이셨다. 잼이 개운하고 맛있는거라~  잼이 너무너무 맛있으니까, 나중에는 저기 접시에 담겨있는 빵을 다 먹어 치운 후에도 맨 잼을 퍼 잡수셨다.  하하하. 


이집에서 제공하는 빵이 구수하고 좋은데, 껍질이 딱딱해서, 내가 살만 파서 엄마를 드리고, 나는 껍데기 부분만 먹었다. 엄마의 테이블 매너도 많이 좋아지셨다 (물론 가끔 실수는 하시지만, 그래도 엄마는 배운대로 하려는 노력과 의지를 보여주신다.)


엄마가 그 잼이 너무너무 맛있다고 하셔서, "집에 사갖고 갈까? 나 없을때 엄마가 이걸로 빵하고 먹을까?" 했더니 그러라고 하신다. (되게 맘에 드셨군...).  "몇병 사서 한국에도 싸갖고 갈까?" 하고 물었더니, "비행기에서 안깨지까?" 하고 걱정을 하신다. 다시 말해서, 한국에도 갖고 가고 싶다는 뜻이다.  엄마의 화법이 그런 식이다. 한국에도 갖고 가? 하고 물을때 '그래, 갖고 가자'가 아니다. '비행기에서 안깨지까?' 하는것이다.  엄마의 이런 화법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우리 언니이다. 우리언니는 마치 아기 엄마가 아기를 이해하듯, 그렇게 엄마의 화법을 이해한다.

깔깔대고 웃으며 야외 테이블에서 즐거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조지타운 시내를 산책하였다.


식당에서 산 잼병 보따리를 들고 서있는 찬홍이.(잼을 다섯병이나 샀으니깐...)
내 동생이 사드린 엄마의 파란 모자가 챙이 넓어서 이렇게 볕이 뜨거운날 쓰고 다니기에 참 좋다.



조지타운 행차를 마치고 돌아 오는길, 길에서 농부가 수박을 팔길래 그것도 한통 사가지고 ~
엄마는 집에 오자마자 매일 먹는 약을 꺼내 드시고는, 벌써 침대에 누워 세상 모르고 주무시고 있다. 날이 뜨겁다. 여름 한낮의 달콤한 잠이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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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선에 따라서, 색깔이 확 차이가 나네... 아, 이쯤되면... 동영상 전용 카메라를 구입하고 싶어진다는 것이지....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9. 00:52


워싱턴의 7월은, 나에게는 연꽃의 계절 입니다. 집에서 자동차로 30분쯤 가면 다다르는 Kenilworth Aquatic Gardens 는 연꽃으로 사랑받는 워싱턴의 명소입니다.  홈페이지를 검색해보니 아침 일곱시에 개장을 한다기에, 오전 6시 30분에 출발하여 7시 정각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키 큰 연꽃들이 절정을 향해 치닿고 있는 듯 해 보였습니다.


전에 "엄마, 워싱턴에는 내 키보다도 커다란 연꽃들이 피어나" 하고 설명을 해 드린적이 있는데, 마침내 오늘, 내 소원대로 엄마에게 정말 커다란 연꽃밭을 보여드리게 되어서 내심 무척 기뻤습니다.



늪지대에는 부들이며 다른 습지 식물들도 곱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백련' -- 흰 연꽃은 꽃잎 끝이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습니다.

 


이 연꽃밭을 모두 둘러보는것만으로도 엄마의 느린 걸음으로 한시간이 훌쩍 지나 갑니다.




연꽃에서는 작약과 비슷한 향이 은은하게 났습니다.

작약처럼 꽃잎이 겹겹으로 이루어진 연꽃도 보입니다. 한송이가 내 머리통보다 큽니다.



풍경속의 엄마는 모네 그림속의 초록과 빨강을 연상케 합니다. 나는 이 구도로 그림을 그려볼까 합니다.




엄마가 오랫만에 허리를 쭉 피셨습니다.


이렇게 연꽃나라를 둘러보고 아침의 산책을 마쳤습니다.



올해도 연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한번쯤 더 가보고 싶기도 합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8. 10:28


꽁보리에 콩을 넣은 밥을 지어, 된장 쌈이랑, 나물이랑 해서 저녁을 편안하게 먹고, 동네 마실을 나갔습니다. 반즈앤노블 책방. 엄마에게 미술책을 잔뜩 가져다 안겨놓고, 각자 한가로운 저녁시간.  찬홍이는 다른 매장에 어슬렁대고 돌아다니고, 나는 나대로 책 구경을 하면서 이리저리 산책을 하고. 엄마는 꼼짝없이 앉아서 미술책을 열심히 보시고. 

나는 요즘 구스타프 클림트의 예술에 꽂혀서, 그의 책을 들여다 볼 때가 많습니다.


엄마는 주로 20세기 현대 미술 중심으로 책을 갖다 드리고 있습니다. 명색이, '추상미술'의 세계로 나아가고 싶다고 하시므로... 아하, 엄마는 아직도 추상미술의 개념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나는 똑같은 설명을 백번도 넘게 되풀이합니다. 엄마가 영영 모른다 해도, 그렇다고 해도, 나는 되풀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몰라도 할수 없지만, 그래도 내가 포기하면 안됩니다.

 

엄마가 폴 클레의 작품을 좋아하셔셔, 이 책을 한권 아마존에서 주문했습니다. 현장에서 사면 세금포함 20달러가 넘는데, 아마존에서 사면 15달러이므로. 엄마는 내가 아마존에서 책 검색하는 것을 보시더니 -- "이 깜깜한 밤에 아무도 없는데 어디서 책을 사니?" 하고 물으십니다. 하하하. 주문을 했으니 곧 책을 받아 볼수 있습니다. 즐거운 인생입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8. 07:16

엄마가 워싱턴에 '유학'을 와서 새로 그린 작품들 입니다. 엄마는 한국에서 가져온 작품들도 손을 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엄마가 새로이 눈을 뜨면서 앞서서 그린 작품들을 다시 만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카페트 위에 얇은 다 떨어진 면 카바를 깔고, 그 위에 다시 신문지들을 늘어 놓고, 이곳에서 매일 작업을 합니다. 나도 가끔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놉니다.

이 네편의 작품들은 Blue 라는 제목을 달아주면 좋을것 같습니다. Blue I, Blue II, Blue III, Blue IV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7. 10:00


쇼핑몰


퇴근후에 엄마를 모시고 셰난도 스카이웨이 드라이브에 가서 애팔래치안 산맥을 보여드리고 했는데, 66도로가 꽉 막혀서 도저히 제시간에 갈수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하이웨이를 나와서 가까운 쇼핑몰에 갔다. 독립기념일 세일이 지난 쇼핑몰은 한가롭고 좋았다.  엄마는 옷구경을 하다가 노란 상의를 고르셨다. 마침 반액 세일중이라서 제법 좋은 옷을 싸게 살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흰색 7부바지도 하나 고르시고...



찬홍이 지홍이 다니던 매클레인 하이스쿨

집에 오는 길에 찬홍이 학교에 들러서 학교 구경을 시켜드렸다.





찬홍이가 4년간 드나들며 일하던 신문/잡지사 앞에서 찬홍이가 졸업전 마지막으로 참여한 잡지를 발견하고는 한국에 가져간다고 한웅큼 집어 드셨다. 


학교 현관 벽 장식.  클림트의 '생명의 나무'를 연상시킨다.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주민 농장


역시 돌아오는 길에 우리동네 농장에 들렀다.  바둑판 모양으로 잘라서 개인들에게 임대해준 작은 밭들.


즐거운 여름 저녁 시간이었다.


나는 지금 솥에 삼계탕을 앉혀놓고 앉아있다. 잘 고아서 한그릇 주무시기 전에 드려야지.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7. 6. 23:56

달걀을 먹는 여러 가지 방법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221962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누구나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실려 내 십대를 장악했던 글귀. 아마도 학창시절에 헤세를 읽었던 많은 이들이 이 글귀를 베껴 적으며 가슴 설레는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새는 태어나기 위해서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알을 먹기 위해서 알 껍질을 깨야만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걀 요리는 뚝배기에 달걀 푼 것을 넣고 새우젖으로 간하여 밥솥에 쪄내는 달걀 찜이다. 그 외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삶은 계란, 계란 말이, 계란 후라이 정도이다. 삶은 달걀은 소풍 갈 때 엄마가 김밥과 함께 반드시 넣어주던 특식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달걀은 매우 귀한 것이었고, 우리 할머니는 집안의 남자들, 할아버지, 아버지, 아저씨, 오빠 이런 사람들에게만 날달걀을 보약 먹이듯이 제공 했다. 날 달걀을 먹는 방법은, 쇠 젓가락으로 계란의 뾰족한 위 아래를 톡톡 두드려 부순 후에, 하늘을 보며 계란을 입에 대고 빨아 먹는 것이다.

 미국의 식당에서도 다양한 계란 요리를 제공한다. 아마도 가장 흔한 종류가 스크램블드 에그 (Scrambled Egg)일 것이다. 계란과 우유를 뒤섞어서 부슬부슬하게 지져 내는 것이다. 요즘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노른자를 제외한 ‘Egg White (흰자)’로만 요리를 해달라고 주문을 할 수도 있다. 미국 식당에서 계란 후라이를 주문할 때는 ‘Overcooked (계란 노른자와 흰자가 단단하게 익은 상태)’, ‘Over Easy (한번 뒤집긴 하나 노른자와 흰자가 부드럽게 익은 상태’나 ‘Sunny Side Up (한 면만 익혀서 노른자가 볼록하게 살아있는 상태)’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수란’이라고도 하는 ‘Scorched Egg’도 있다.

 식당에서 ‘삶은 달걀 (Boiled Egg)’을 주문하면, 대개는 반숙된 달걀이 조그만 술잔 같은 것에 담겨 나온다. 이 반숙을 어떻게 먹으면 우아하다는 칭송을 들을 수 있을까? 내가 이따금 가는 조지타운의 어느 식당에서 삶은 달걀을 주문해 먹는 손님이 많아서 이 사람들을 눈 여겨 관찰 한 적이 있다. 내가 살피니 사람들마다 이것을 먹는 방법이 제각각 이었고, 계란 노른자를 터뜨려 흘린다거나 반숙 계란 껍질을 다 까놓고는 쩔쩔매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반숙 먹는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군!

 마침내, 어느 날 나도 용기를 내어 반숙을 주문했다. 그런데 친절한 웨이터가 계란을 내 테이블 앞에 놓더니 직접 내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어떻게 내가 난생 처음으로 미국 식당에서 반숙을 주문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일까? 어쨌거나, 그날 나는 웨이터의 도움까지 받은 덕분에 우아하게 반숙을 먹는데 성공했다.

 작은 잔에 계란 반숙이 날라져 올 때, 작은 나이프와 스푼도 함께 오는데, 스푼으로 계란 머리를 톡톡 두들기고, 나이프로 그 부스러진 부분을 도려낸다. 그리고는 손끝으로 계란 껍질을 적당히 벗겨 낸 채로, 계란 스푼으로 계란을 야금 야금 파 먹는다. 그러다 보면 노른자가 나오는데 스푼으로 퍼 먹어도 되고, 아니면 빵으로 노른자를 찍어 먹을 수도 있다.

 무슨 계란 한가지 사 먹는 것도 이렇게 복잡한가? 이민자로 살아가는 일도 피곤한데, 밥 한끼 먹자고 계란 요리 이름까지 외워야 하는 일도 신세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언어를 익혀야 하는 일이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낯선 언어를 사용하고 먹는 것이야 말로 새로운 문화와 일체감을 갖게 되는 시작점 일수도 있다. 삶은 달걀 하나를 사 먹는 일은 내게도 엄청난 모험이었다. 모험으로 가득한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알을 먹기 위해 알 껍질을 깨야만 한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6. 10:27


며칠전에 엄마가 리버벤드 파크를 아주 좋아하셨기 때문에, 오늘 이곳에 가서 저녁을 먹고 바람을 쐬다가 왔다.

학교에서 처리할 일들이 쌓여 있어서 나가서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오는 길에 김밥집에 들러서 김밥 몇가지를 주문하고, 빵집에 가서 단팥빵도 사고.  집에 오자마자 하루종일 착한 아기처럼 집을 지킨 엄마를 서둘러서 공원으로 갔다.  엄마는 하루종일 일하고 왔는데 어딜 또 나가느냐며 미안해 하셨다. 나는 피곤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강가에 가서 바람을 쐬는 것이 필요했다.  바람 쐬며 쉬는것이 집구석에서 집안일 하는 것 보다 편하니까.  바람 쐬고 돌아오면, 집안 일 챙길 기운도 나니까.
 



엄마는 강변의 바위에 한시간 가까이 앉아서 강에 떠가는 오리, 물새들, 물에 비친 영상들을 신기한듯 구경하셨다.  고요한 저녁 시간이었다.  카약을 저어 가는 사람이 보였다.  엄마가 손을 흔들며 "헬로!" 하고 외치자, 그 카약신사도 역시 웃으면서 인사를 날렸다. 평화로운 시간.







기분좋은 하루가 될뻔 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세금 얘기가 나와서 그만 기분을 망치고 말았다.  엄마는 사회 시스템을 잘 이해를 못하시기 때문에 세금을 왜 내야 하는지 잘 모르신다. 그리고 왜 돈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는지 이해를 못하신다.  엄마가 잘 모르시기 때문에 세금에 대한 불평을 말할때 그냥 흘려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세금을 왜 내야 하는지 엄마한테 설명을 해도 납득을 못하시는데, 나는 자꾸만 설명을 하러 들었다. 나의 불찰이다.

엄마는 자신이 한 사회에서 대단히 운좋은, 혜택받은 집단에 속해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건 엄마가 사회체제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인데, 난 혜택받는 집단이 그 것을 잘 모를때, 화가 난다. 엄마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 세상에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진 사람들은 잘 모르거나 혹은 그들이 그렇게 사는 것은 자신과는 동떨어진 별개의 사항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하다. 소유와 행불행은 별개의 문제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아무튼, 천치같이 나는 오늘 내 불편한 심기를 엄마에게 드러내고 말았다.  (그렇다고 내가 지대한 인격자도 아니고 사회주의자도 못되는 주제에 말이다.  이럴때 내가 나에대해서 느끼는 환멸이 나를 더욱 좌절하게 만든다. )

엄마는 내가 무엇때문에 짜증을 내는지 이해하지 못하신다.  그리고 답답하게 여기신다. 속으로는 나를 빨갱이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나는 왜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것일까...


* 내일은 소시얼 시큐리티 로컬 오피스에 가봐야 한다. 내가 IRS에 신고한 이름과, SSN 카드에 적힌 이름 사이에 차이가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이를 일치시키라는 공문이 IRS에서 날아왔다.  그래서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서 최종적으로 알아낸 사실이, 내가 직접 SSN 오피스에 증빙서류를 가져가서 이름을 정정을 해야 한다고 한다. 문제의 원인은 내 이름이 Eunmee Lee 인데 그 사이에 Park 이 끼어들면서 시스템에 차이가 발생한거다.  한국과 미국의 이름표기 차이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현상이다. 아, 오늘도 피곤했는데,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한다. 날은 덥고, 내가 해결해야 할 일들은 널려있고. 천치같이 엄마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리고. (앞으로 엄마가 아무리 답답한 말씀을 해도, 그냥 흘려보내기로 하자...하지만, 딜레마가 뭔가하면, 그런 태도 역시 엄마를 무시하는 태도라는 것이지... 아, 몰라...)  아, 좀 잘해보고 싶다. 잘 해보자. 지혜롭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4. 04:20



엄마가 책 읽기의 재미에 빠졌습니다.  엄마의 홈그라운드인 침대에 앉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계십니다.  내가 책을 읽으시라고 한것도 아닙니다. 그냥 책이 방 어딘가에 있었고, 마침 며칠전에 내가 신경숙씨를 만나 사진을 찍고 왔다는 것을 들으셨고, 내가 얼마전 쓴 칼럼에 신씨의 소설과 엄마의 이야기를 적은 것을 엄마가 기억을 한 것 뿐입니다.

엄마는 문득 그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엄마, 그림 안그려?"

"아니, 나 이 책좀 보고...그러니까, 이 엄마가 병이 들어서 집을 못찾나보다, 응?"

사실 어제 식탁머리에서 내가 뭔가 엄마한테 스트레스를 줘서, 엄마가 체했었는데, 그 후에 놀라운 일이 벌어지긴 했습니다. 여태까지 없었던 확 달라진 습작이 거실에 하나 새로 생겨났고, 엄마가 구부리고 앉아 열심히 글을 적어대더니, 오늘은 책을 끼고 앉아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합니다. (엄마가 이제 삶과 예술에 대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걸까요?  글쎄...알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튼 아무도 엄마한테 책 읽으라고 안했는데, 엄마가 책을 집어 들더니 꿈쩍을 안합니다.  사람은 (무릇, 생명가진 존재는)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진화를 거듭하는 존재일 것입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4. 04:07


 


말하자면....아가씨 (엄니)와 건달들 이라는 것이지요.

찬홍이와 함께 음악 동아리를 하는 친구들입니다.  찬홍이는 프로듀서. 그러니까, 찬홍이의 방이 이 친구들이 작업하는 소굴입니다.  몇시간 동안 음악이 울리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더니, 작업 끝났다고 합니다.

이 잘생긴 꼬마 청년들이 한국에서 온 화가 할머니를 만나는 것 자체가 얘네들한테 영광입죠~
착하고 잘생긴 '청년'들 속에서 입이 귀에 걸린 유여사.



찬홍이의 음악동아리의 인종 분포는 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왼쪽부터 인도계 수재, 아랍계, 코카시안계, 그리고 아시아계 찬홍이.  (몇명 더 있는 모양인데, 애들이 들락날락 합니다...)

할무니가 찬홍이 친구들에게 기념으로 용돈을 듬뿍 주셨기 때문에, 이 친구들은 피자 가게로 몰려 나갔을겁니다. 아무튼 몰려 나갔으니깐.  엄마, 오늘 '하이, 헬로' 이런 말도 이 청년들에게 해 봤습니다. 진도 잘 나가고 있습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4. 00:03


새벽에 세상이 깜깜해지고,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한시간쯤 미친듯이 쏟아지다 그쳤다.  비가 오면 포토맥강이 생기를 띄게된다.  서둘러 세수를 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비 온 후의 포토맥을 엄마에게 보여주려고.

오랫만에 Great Falls Park 로 향했다.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 동네 마실 나가는 기분으로 나가면 된다. 비 쏟아진 후의 일요일 아침은 상쾌하고 한적하였다.




검은 물수리들이 폭포 주변 바위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며 날개를 말리고 있었고, 폭포에서는 물안개가 스멀스멀 올라갔다.



찬홍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달팽이처럼 느리게 폭포에 도착하는 엄마.



엄마는 폭포가 좋다며 여기서 한참 동안 구경을 하고 싶다고 했다.






폭포 전망대 앞에 서있는 기둥에는 큰 홍수가 났을때 물이 어디까지 찼었는지 가리키는 표시판이 붙어있다. 엄마가 아기였을때, 이 곳은 저 꼭대기만큼 물이 찼던적도 있다. 


덤불에서 산딸기를 발견한 엄마가 그것을 따 먹으며 기뻐하고 있다.




폭포의 상류, 리버밴드 파크.
물은 '그림'처럼 고요하였고, 아침 안개로 뿌옇게 누워 있었다.



엄마가 내다보는 강 풍경이 마치 액자속 그림 처럼 보인다. 엄마가 미술관의 커다란 풍경화 앞에 서 있는것처럼 보인다. 강에 떠있는 하늘의 구름.




낭만적으로 세상을 사는 방법중의 한가지: 가끔은 나무를 안아주라~ 




관점의 문제:

엄마가 이 바위를 가리키며 "저기 저 바위는 부처님이 드러누운것 같다"고 했을때... 너무나 속된 찬홍이와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킬킬대고 있었다.  "아무래도 변강쇠 같은데...쩌~그, 쩌~ 그, 긍께 뭐시냐, 저기 서있는 나무가 말씀시, 아무래도 변강쇠 거시기 아닌감?"

긍께 저 변강쇠 거시기를 확 거시기해버리면... (이거 무슨말인지 각자 해석의 문제...)  잘 나가다 삼천포~  웃기는 인생~  아무튼 엄니는 저것을 부처님이 드러누워 하늘을 보며 명상하는 것으로 보았고, 찬홍이와 나는 관점이 달랐다고 하는, 참 거시기한 거시기였던 거시기였다.




아홉시에 집에 돌아와 옥수수 쪄고, 불고기 해서 아침을 아주 거시기하게 자알~ 거시기 혔음.


엄마에게는 특히 이 고요한 호수같은 리버밴드 파크가 매력적이었던 듯 하다. 아무래도 고요하고, 안정적이고, 나무 그늘에 앉아서 맘껏 쉴수 있고 그런 분위기가 엄마에게 아주 편안했던 모양이다. 집에 가지 말고 더 있다 가자고 하시는데, 시장하실까봐 아침 지어 드리려고 서둘러 왔다. 내일 아침에 먹을것까지 챙겨가지고 또 오면 되니까.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2. 13:25



우리 집에서 약 15분 거리에 아주 커다란 야외 음악당 Wolf Trap 공연장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4년 가까이 살면서 실제로 이 야외 음악당에 가 본 것은 오늘이 처음 입니다.  뮤지컬 '맘마 미아'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고보면 박선생이 워싱턴 지역에서 3년을 살면서도 여기를 못가보고 귀국을 했군요.)

가본 사람의 말로만 어떻다고 들었는데, 가본적이 없어서 가늠이 잘 안되었는데, 마침내 오늘 현장을 가 본 것입니다.  전에 찬홍이와 내가 보려도 표 두장을 미리 사 놓은 것이 있는데, 엄마가 오기로 결정이 된 후에 부랴부랴 표 하나를 더 샀습니다. 그래도 처음 가보는 곳이고 현장 사정을 잘 알수 없어서, 제일 좋은 좌석 표를 사 놓았었지요.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언덕 위로 올라가면, 언덕 위에 목조 건축물이 보입니다. 중앙에 공연 무대 시설과 높다란 지붕. 그리고 지붕을 받치고 서 있는 목조 기둥들.  그런데 벽은 없으므로 야외 음악당이긴 합니다.  올라가는 중간 숲속에는 피크닉 시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음악당 입구에 세워진 행사 안내판 앞에서 엄마의 '인증샷. '  엄마가 맘마 미아 안내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공연장을 대략 이런 모양입니다.



나무 기둥들 사이로 숲과 하늘이 그대로 보입니다. 실제로 공연 도중에 바람도 불고, 새들도 날아 다니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나는 마치 에덴 동산에서 공연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엄마와 나의 셀카 놀이.



공연중에는 사진 촬영을 못하지만, 공연 마치고 앵콜 공연 할때는 사진을 찍어도 됩니다.  앵콜 공연때 찍은 사진 입니다. 아바의 히트곡을 조합하여 만든 뮤지컬 맘마 미아는 사실 몇해전에 나온 영화가 매우 성공적이었고, 나도 그것을 극장에서, 그리고 디비디로 여러차례 보기까지 하였습니다.  영화가 너무나 성공적이었던 것이 뮤지컬에는 오히려 손해를 끼칠수도 있습니다. 어쩐지 오늘 본 뮤지컬이 내가 극장에서 봤던 영화보다 생동감이 덜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야외음악당에서 공연을 보는 즐거움은 컸습니다.  아마 별이 빛나는 밤에 야외 음악당 공연을 보게 된다면 느낌이 색다를 것입니다. 여름이 가기전에 밤 공연을 한번 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에게는 뮤지컬 맘마 미아가 지루했을 것입니다. 잘 모르는 줄거리. 영어 대사. 잘 모르는 노래들. 엄마에게는 이 낯선 뮤지컬을 두시간 넘게 봐야 한다는 것이 아주 지겨운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는 꾸벅꾸벅 졸다가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쓰기도 했습니다.  곁에서 엄마를 지켜보기가 안쓰러워서 "엄마, 힘들지? 그냥 나갈까?" 하고 물으면 "아니야. 조금 졸았다. 끝까지 보고 가야지" 하면서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엄마는 자신이 잘 몰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고 싶어 합니다. 나는 그것이 엄마의 아주 큰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모르고 지루하고 답답해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그 태도. 그러한 인내심은 나도 따라 하기 힘든 미덕입니다.

엄마는 오늘도 달게 곯아 떨어지셨습니다. 내일은 집에서 푹 쉬시게 하겠습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 11:16



어젯밤에 지팔이 훈련병 수료식 중계방송을 듣느라 (지팔이 부친이 전화질을 했다는 뜻) 잠을 설친 관계로, 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나 게으르게 아침을 지어 먹고, 행장을 차려 베이 브리지 너머에 있는 퀸스타운 아웃렛에 갔습니다. 대략 정오쯤 되는 시각.

오늘 엄마의 직계 자식들 및 손녀딸들에게 줄 선물을 모두 샀습니다. 서울의 가족들은 군침을 삼키며 기대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엄마가 심혈을 기울여 고른 작품들입니다.  (엄마와는 별도로, 나는 지팔이 작은 엄니들과 작은 아빠들 선물도 챙겼습니다. 지팔이 부친이 특명을 내린 관계로, 고민해서 좋은 것으로 골랐습니다.)




성지순례하듯 제일 먼저 간곳은 코치 매장인데, 이곳에서는 재은이와 세팔이, 윤지를 위한 소품들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주변 친지에게 선물할 작은 스카프들도 골랐습니다.   그러다가, 모자를 발견했는데, 엄마가 척 써보더니 "이거 좋다" 이러고 안벗어...그래서 나도 써봤는데, 엄마가 "너도 좋다" 그래서 나도 안벗고, 모녀가 둘이 똑같은 모자를 하나씩 사서 썼습니다. (사실 내가 입고 있는 원피스하고는 색깔이 안 어울리지만, 얌전한 것이 맘에 들었습니다.)
세시간쯤 선물을 산다고 돌아다니고...  엄마는 내가 선물 고르는 동안 소파에서 쉬시거나 찬홍이와 노닥노닥, 아무래도 힘에 부치시는 듯, 내가 골라가지고 "엄마 이거 좋아?" 그러면 "응" "아니" 이런 식으로 코치만 했습니다. 엄마의 직계 자손들을 위한 선물 쇼핑을 모두 마치고, 아웃렛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 (써브웨이)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조그만 피크닉 아이스박스에 인절미, 현미떡, 수박, 체리 이런것들을 싸 갖고 가서, 엄마와 나는 그것을 먹고, 찬홍이는 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먹었습니다. (엄마 앞에 수박, 체리, 그리고 인절미 봉지가 보입니다.) 미국은 여름에 실내 냉방이 잘 되어 썰렁할 정도 입니다. 우리들은 이런 생활이 익숙하지만, 엄마에게는 춥습니다. 그래서 내가 가디건을 갖고 다니다가 엄마의 어깨나 목에 걸쳐드립니다.


난, 아웃렛가서 정작 내가 사고 싶은 것은 구경도 못하고 순전히 선물 쇼핑만 하고 말았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엄니하고 다니니 몇집만 돌아도 피곤합니다. (나 비치용 썬드레스 하나 사고 싶었는데, 구경도 못했네...)  깔깔대면서 늦은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10분쯤 차를 달려 해변으로 갔습니다.

엄마가 바닷바람을 쐬면 기침이 나올수 있으므로 역시 내 카디건으로 꽁꽁 싸 매줍니다.  엄마가 입고 있는 분홍색 블라우스는 '치코' 매장에서 새로 산 것입니다.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던 큰 우산을 꺼내서 파라솔로 쓰고 있습니다.



찬홍이는 박씨문중 사람답게, 바다를 봐도 들어갈 생각을 전혀, 전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우리집 쓰리박은 물가에 가도 물에 첨벙첨벙 들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내가 석달열흘 고사를 지내야 한번 발을 담글까말까 입니다. 참 대단한 쓰리박입니다.  역시 오늘도 물한방울 만질 생각도 없어 보이는 박찬홍 선수.




파란 모자, 분홍 블라우스, 그리고 알록달록한 드레스를 입은 엄마는 얼핏 '소녀'같습니다. 파란 모자가 바닷가에서 아주 시원해보입니다.








사람좋게 벙글벙글 웃기만 하는 거북이.






"엄마, 바다에 왔는데, 바닷물도 안건드리고 그냥 가면, 바다에 좀 미안하지 않어? 응?" 내가 뭐라고 하니까, 엄마가 용기를 내어 바닷물에 손을 담급니다.  엄마는 바닷물이 찬줄알고 몸을 사리고 있다가, 바닷물이 따뜻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눈을 빛냅니다. 엄마 몸이 가뿐하면 물놀이를 하고 싶겠지요.  그러나 엄마의 몸은 마음같이 가볍지가 않습니다.






어린애처럼 물에 손을 담가보고 아주 좋아하는 엄마.



엄마는 바닷바람에 감기에 걸릴까봐 옷을 여러겹 껴 입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록달록하고 예쁩니다.




 





엄마 어릴때 사진이 몇장 있는데, 이 사진속의 엄마와 비슷합니다.

 

우리 찬홍이와 엄마 얼굴이 환하게 빛납니다.


신나는 쇼핑, 즐거운 바닷가의 시간이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다시마 멸치로 국물을 내어 우동을 끓였습니다. 엄마는 우동 한대접을 국물까지 싸그리 달게 잡수셨습니다. 내가 목이 말라서 맥주를 갖고 오자 엄마가 먹고 싶다는 듯 맥주를 쳐다봤습니다. "엄마, 맥주 할껴?" 내가 묻자 "응!"  엄마가 맥주가 먹고 싶대요.  그래서 내 맥주를 조금 따라드렸습니다. 맥주가 달다며 그것을 마십니다. 뜨거운 우동과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오늘의 피로를 날려보냈습니다.

엄마는 새로 사온 옷을 입고 지금 축구장같이 넓은 침대위에서 크르렁 크르렁 코를 골며 단잠에 빠졌습니다.  원래, 해변에 가서 놀다 오면 그날 잠은 아주 달콤합니다. 밤새 꿈속에서 파도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붑니다.

오늘도 신나는 하루를 살았습니다. 내일은 울프트랩에 뮤지컬 '맘마 미아'를 보러 갑니다. 자알~ 놀고 있군요~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30. 10:15


오늘은 내가 학교에 출근을 했다.  아침 지어서 함께 먹고, 부엌 치우고 학교로 향하면서 "찬홍아 새우젖 찌개 데워서 할머니 점심 차려 드려라" 하고 나갔다. 

오후에 학교 근처 떡집에 들러서 떡 몇가지 사고 (인절미 같은것을 작은 팩에 나눠 담아서 냉동 보관하면 소풍갈때 갖고 나가기 좋다) 반찬거리 사가지고 집으로 향하는데, 집에서 엄마와 찬홍이가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곳이 묵직해 오고, 뭔가 내가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의미심장하게 여겨졌다. (가장들이 저녁에 집으로 향할때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오직 나 하나를 믿고 기다리는 가족에게 향하는 그 사명감과 뿌듯함 같은것)

네시쯤 집에 왔는데, 모두들 낮잠을 자다 깬 분위기.  찬홍이와 엄마가 점심도 건너뛰고 낮잠을 퍼 자고 있었다고 한다. (할무니를 점심을 안드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일단 찬홍이한테 잔소리를 끓여붓고)  떡을 꺼내 접시에 담아 내 놓으니 찬홍이도 엄마도 그 떡을 아주 달게 드신다.  (나는 떡을 봉지봉지 담아서 냉동실에 넣고.)

나는 드러누워서 책 보다가, 한국의 언니와 전화로 이야기를 하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엄마가 사용하는 내 방에서 지속적으로 깔깔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엄마가 소녀처럼 하이톤으로 뭔가 신나게 설명을 하고 있고, 찬홍이가 가끔 킬킬대며 추임새를 넣는 모양이다.  찬홍이는 할머니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잘 한다.

내가 가만 관찰해보면, 찬홍이는 할머니가 알아 듣건 말건 뭔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찬홍이가 말을 하면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준다. 찬홍이의 늘어지는 수다를 다 들어준다. 

또한, 할머니가 이야기를 할 때는 찬홍이가 추임새를 넣으며 웃어가며 그 얘기를 다 듣는다. 

찬홍이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찬홍이가 '너무나 지나치게 잘난척에 빠진 엄마'와 사는동안, 엄마가 중간에 말을 툭툭 끊어버리거나, 요점을 정확히 말하라는 잔소리질을 해 대는 통에 맘껏 자기 얘기를 못했던거다. 그런데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을 해 주니까 마음이 기뻐지는 모양이다.

엄마 입장에서 봐도, 역시, 잘나 자빠진 딸년은 무슨 말을 하려해도 다 들어주지를 않고 똑똑 끊어버리거나 혹은 무시하는 태도를 슬쩍슬쩍 비치는데, 손자놈은 할머니 얘기를 재미있다고 들으며 웃고 깔깔대고 박수를 쳐 주는 것이다. 그러니 엄마도 찬홍이하고 얘기하는 것이 편안하고 즐거우신 모양이다.


찬홍이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대단한 출세를 할지 나는 가늠할수 없다.  하지만, 이놈이 사람이 아주 진국인것은 분명한 것 같다. 애가 참 어질어보인다. (내가 멍청하다고 놀리기는 하는데), 따지고 보면 어질고 멍청한것이, 약고 사악한 것보다는 그래도 낫지...  찬홍이가 어진 놈이라서 참 고맙다. 어떻게 나한테서 저런 순둥이가 나왔으까?  (아무래도 그건, 엄마를 안 닮고, 아빠를 닮았나부다...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엄니는 오늘 집에서 푹 쉬시면서, 나 없는 사이에 그림 작업을 조금 해 놓으셨다. 
금요일에는 뮤지컬 공연 보러 갈 것이고, 일요일에는 필라델피아에 모시고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외출 일정이 없는 날에는 내가 내 일을 하거나 찬홍이 라이드를 해주거나 그러고 보낸다.  그러면 엄마도 집에서 낮잠도 자고 쉬고 그러실수 있다.


엄마는 내 침실, 내 침대를 사용하신다. 내 침대가 크니까, 거기에 엄마의 귀중품을 모두 정리해 놓으셨다. 내 침대를 자신의 방처럼 정리해 놓고 쓰신다. (뭐 침대가 웬만한 조그만 방 한칸 크기이니까 ㅋㅋㅋ).  나는 거실, 지홍이가 쓰던 침대나 소파나 혹은 바닥에서 뒹굴며 잔다.  전에 플로리다에서 살때, 세팔이하고 함께 살때, 그때도 나는 거실 소파에서 주로 잤다. 거실 바닥이나 소파에서 자는 생활에 익숙한 편이다.  거실의 절반은, 우리집 화실이다. 거기에 화구를 온통 늘어놓고 엄마와 내가 각자 작업을 한다. 나도 내 작품을 가끔가다 조금씩 만져주고 있다.  지금 '사랑이 나를 교활케하여' 라는 허영자 시인의 싯귀를 주제로 연작을 만드는 중이다. 

나는 학교에 연구실이 있으니까, 거기가 완벽한 내 공간이니까, 집에서 이렇게 내방도 없이 사는것도 불편하지 않다.  마치 룸메이트들이 자유롭게 사는 공간처럼 보이기도 하고. 엄마하고 이러고 사는것도 재미있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