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1. 7. 6. 23:56

달걀을 먹는 여러 가지 방법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221962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누구나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실려 내 십대를 장악했던 글귀. 아마도 학창시절에 헤세를 읽었던 많은 이들이 이 글귀를 베껴 적으며 가슴 설레는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새는 태어나기 위해서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알을 먹기 위해서 알 껍질을 깨야만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걀 요리는 뚝배기에 달걀 푼 것을 넣고 새우젖으로 간하여 밥솥에 쪄내는 달걀 찜이다. 그 외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삶은 계란, 계란 말이, 계란 후라이 정도이다. 삶은 달걀은 소풍 갈 때 엄마가 김밥과 함께 반드시 넣어주던 특식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달걀은 매우 귀한 것이었고, 우리 할머니는 집안의 남자들, 할아버지, 아버지, 아저씨, 오빠 이런 사람들에게만 날달걀을 보약 먹이듯이 제공 했다. 날 달걀을 먹는 방법은, 쇠 젓가락으로 계란의 뾰족한 위 아래를 톡톡 두드려 부순 후에, 하늘을 보며 계란을 입에 대고 빨아 먹는 것이다.

 미국의 식당에서도 다양한 계란 요리를 제공한다. 아마도 가장 흔한 종류가 스크램블드 에그 (Scrambled Egg)일 것이다. 계란과 우유를 뒤섞어서 부슬부슬하게 지져 내는 것이다. 요즘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노른자를 제외한 ‘Egg White (흰자)’로만 요리를 해달라고 주문을 할 수도 있다. 미국 식당에서 계란 후라이를 주문할 때는 ‘Overcooked (계란 노른자와 흰자가 단단하게 익은 상태)’, ‘Over Easy (한번 뒤집긴 하나 노른자와 흰자가 부드럽게 익은 상태’나 ‘Sunny Side Up (한 면만 익혀서 노른자가 볼록하게 살아있는 상태)’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수란’이라고도 하는 ‘Scorched Egg’도 있다.

 식당에서 ‘삶은 달걀 (Boiled Egg)’을 주문하면, 대개는 반숙된 달걀이 조그만 술잔 같은 것에 담겨 나온다. 이 반숙을 어떻게 먹으면 우아하다는 칭송을 들을 수 있을까? 내가 이따금 가는 조지타운의 어느 식당에서 삶은 달걀을 주문해 먹는 손님이 많아서 이 사람들을 눈 여겨 관찰 한 적이 있다. 내가 살피니 사람들마다 이것을 먹는 방법이 제각각 이었고, 계란 노른자를 터뜨려 흘린다거나 반숙 계란 껍질을 다 까놓고는 쩔쩔매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반숙 먹는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군!

 마침내, 어느 날 나도 용기를 내어 반숙을 주문했다. 그런데 친절한 웨이터가 계란을 내 테이블 앞에 놓더니 직접 내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어떻게 내가 난생 처음으로 미국 식당에서 반숙을 주문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일까? 어쨌거나, 그날 나는 웨이터의 도움까지 받은 덕분에 우아하게 반숙을 먹는데 성공했다.

 작은 잔에 계란 반숙이 날라져 올 때, 작은 나이프와 스푼도 함께 오는데, 스푼으로 계란 머리를 톡톡 두들기고, 나이프로 그 부스러진 부분을 도려낸다. 그리고는 손끝으로 계란 껍질을 적당히 벗겨 낸 채로, 계란 스푼으로 계란을 야금 야금 파 먹는다. 그러다 보면 노른자가 나오는데 스푼으로 퍼 먹어도 되고, 아니면 빵으로 노른자를 찍어 먹을 수도 있다.

 무슨 계란 한가지 사 먹는 것도 이렇게 복잡한가? 이민자로 살아가는 일도 피곤한데, 밥 한끼 먹자고 계란 요리 이름까지 외워야 하는 일도 신세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언어를 익혀야 하는 일이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낯선 언어를 사용하고 먹는 것이야 말로 새로운 문화와 일체감을 갖게 되는 시작점 일수도 있다. 삶은 달걀 하나를 사 먹는 일은 내게도 엄청난 모험이었다. 모험으로 가득한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알을 먹기 위해 알 껍질을 깨야만 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