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엄마2011. 7. 6. 10:27


며칠전에 엄마가 리버벤드 파크를 아주 좋아하셨기 때문에, 오늘 이곳에 가서 저녁을 먹고 바람을 쐬다가 왔다.

학교에서 처리할 일들이 쌓여 있어서 나가서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오는 길에 김밥집에 들러서 김밥 몇가지를 주문하고, 빵집에 가서 단팥빵도 사고.  집에 오자마자 하루종일 착한 아기처럼 집을 지킨 엄마를 서둘러서 공원으로 갔다.  엄마는 하루종일 일하고 왔는데 어딜 또 나가느냐며 미안해 하셨다. 나는 피곤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강가에 가서 바람을 쐬는 것이 필요했다.  바람 쐬며 쉬는것이 집구석에서 집안일 하는 것 보다 편하니까.  바람 쐬고 돌아오면, 집안 일 챙길 기운도 나니까.
 



엄마는 강변의 바위에 한시간 가까이 앉아서 강에 떠가는 오리, 물새들, 물에 비친 영상들을 신기한듯 구경하셨다.  고요한 저녁 시간이었다.  카약을 저어 가는 사람이 보였다.  엄마가 손을 흔들며 "헬로!" 하고 외치자, 그 카약신사도 역시 웃으면서 인사를 날렸다. 평화로운 시간.







기분좋은 하루가 될뻔 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세금 얘기가 나와서 그만 기분을 망치고 말았다.  엄마는 사회 시스템을 잘 이해를 못하시기 때문에 세금을 왜 내야 하는지 잘 모르신다. 그리고 왜 돈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는지 이해를 못하신다.  엄마가 잘 모르시기 때문에 세금에 대한 불평을 말할때 그냥 흘려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세금을 왜 내야 하는지 엄마한테 설명을 해도 납득을 못하시는데, 나는 자꾸만 설명을 하러 들었다. 나의 불찰이다.

엄마는 자신이 한 사회에서 대단히 운좋은, 혜택받은 집단에 속해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건 엄마가 사회체제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인데, 난 혜택받는 집단이 그 것을 잘 모를때, 화가 난다. 엄마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 세상에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진 사람들은 잘 모르거나 혹은 그들이 그렇게 사는 것은 자신과는 동떨어진 별개의 사항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하다. 소유와 행불행은 별개의 문제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아무튼, 천치같이 나는 오늘 내 불편한 심기를 엄마에게 드러내고 말았다.  (그렇다고 내가 지대한 인격자도 아니고 사회주의자도 못되는 주제에 말이다.  이럴때 내가 나에대해서 느끼는 환멸이 나를 더욱 좌절하게 만든다. )

엄마는 내가 무엇때문에 짜증을 내는지 이해하지 못하신다.  그리고 답답하게 여기신다. 속으로는 나를 빨갱이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나는 왜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것일까...


* 내일은 소시얼 시큐리티 로컬 오피스에 가봐야 한다. 내가 IRS에 신고한 이름과, SSN 카드에 적힌 이름 사이에 차이가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이를 일치시키라는 공문이 IRS에서 날아왔다.  그래서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서 최종적으로 알아낸 사실이, 내가 직접 SSN 오피스에 증빙서류를 가져가서 이름을 정정을 해야 한다고 한다. 문제의 원인은 내 이름이 Eunmee Lee 인데 그 사이에 Park 이 끼어들면서 시스템에 차이가 발생한거다.  한국과 미국의 이름표기 차이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현상이다. 아, 오늘도 피곤했는데,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한다. 날은 덥고, 내가 해결해야 할 일들은 널려있고. 천치같이 엄마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리고. (앞으로 엄마가 아무리 답답한 말씀을 해도, 그냥 흘려보내기로 하자...하지만, 딜레마가 뭔가하면, 그런 태도 역시 엄마를 무시하는 태도라는 것이지... 아, 몰라...)  아, 좀 잘해보고 싶다. 잘 해보자. 지혜롭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