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엄마2011. 7. 4. 04:20



엄마가 책 읽기의 재미에 빠졌습니다.  엄마의 홈그라운드인 침대에 앉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계십니다.  내가 책을 읽으시라고 한것도 아닙니다. 그냥 책이 방 어딘가에 있었고, 마침 며칠전에 내가 신경숙씨를 만나 사진을 찍고 왔다는 것을 들으셨고, 내가 얼마전 쓴 칼럼에 신씨의 소설과 엄마의 이야기를 적은 것을 엄마가 기억을 한 것 뿐입니다.

엄마는 문득 그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엄마, 그림 안그려?"

"아니, 나 이 책좀 보고...그러니까, 이 엄마가 병이 들어서 집을 못찾나보다, 응?"

사실 어제 식탁머리에서 내가 뭔가 엄마한테 스트레스를 줘서, 엄마가 체했었는데, 그 후에 놀라운 일이 벌어지긴 했습니다. 여태까지 없었던 확 달라진 습작이 거실에 하나 새로 생겨났고, 엄마가 구부리고 앉아 열심히 글을 적어대더니, 오늘은 책을 끼고 앉아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합니다. (엄마가 이제 삶과 예술에 대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걸까요?  글쎄...알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튼 아무도 엄마한테 책 읽으라고 안했는데, 엄마가 책을 집어 들더니 꿈쩍을 안합니다.  사람은 (무릇, 생명가진 존재는)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진화를 거듭하는 존재일 것입니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