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엄마2011. 7. 2. 13:25



우리 집에서 약 15분 거리에 아주 커다란 야외 음악당 Wolf Trap 공연장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4년 가까이 살면서 실제로 이 야외 음악당에 가 본 것은 오늘이 처음 입니다.  뮤지컬 '맘마 미아'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고보면 박선생이 워싱턴 지역에서 3년을 살면서도 여기를 못가보고 귀국을 했군요.)

가본 사람의 말로만 어떻다고 들었는데, 가본적이 없어서 가늠이 잘 안되었는데, 마침내 오늘 현장을 가 본 것입니다.  전에 찬홍이와 내가 보려도 표 두장을 미리 사 놓은 것이 있는데, 엄마가 오기로 결정이 된 후에 부랴부랴 표 하나를 더 샀습니다. 그래도 처음 가보는 곳이고 현장 사정을 잘 알수 없어서, 제일 좋은 좌석 표를 사 놓았었지요.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언덕 위로 올라가면, 언덕 위에 목조 건축물이 보입니다. 중앙에 공연 무대 시설과 높다란 지붕. 그리고 지붕을 받치고 서 있는 목조 기둥들.  그런데 벽은 없으므로 야외 음악당이긴 합니다.  올라가는 중간 숲속에는 피크닉 시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음악당 입구에 세워진 행사 안내판 앞에서 엄마의 '인증샷. '  엄마가 맘마 미아 안내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공연장을 대략 이런 모양입니다.



나무 기둥들 사이로 숲과 하늘이 그대로 보입니다. 실제로 공연 도중에 바람도 불고, 새들도 날아 다니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나는 마치 에덴 동산에서 공연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엄마와 나의 셀카 놀이.



공연중에는 사진 촬영을 못하지만, 공연 마치고 앵콜 공연 할때는 사진을 찍어도 됩니다.  앵콜 공연때 찍은 사진 입니다. 아바의 히트곡을 조합하여 만든 뮤지컬 맘마 미아는 사실 몇해전에 나온 영화가 매우 성공적이었고, 나도 그것을 극장에서, 그리고 디비디로 여러차례 보기까지 하였습니다.  영화가 너무나 성공적이었던 것이 뮤지컬에는 오히려 손해를 끼칠수도 있습니다. 어쩐지 오늘 본 뮤지컬이 내가 극장에서 봤던 영화보다 생동감이 덜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야외음악당에서 공연을 보는 즐거움은 컸습니다.  아마 별이 빛나는 밤에 야외 음악당 공연을 보게 된다면 느낌이 색다를 것입니다. 여름이 가기전에 밤 공연을 한번 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에게는 뮤지컬 맘마 미아가 지루했을 것입니다. 잘 모르는 줄거리. 영어 대사. 잘 모르는 노래들. 엄마에게는 이 낯선 뮤지컬을 두시간 넘게 봐야 한다는 것이 아주 지겨운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는 꾸벅꾸벅 졸다가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쓰기도 했습니다.  곁에서 엄마를 지켜보기가 안쓰러워서 "엄마, 힘들지? 그냥 나갈까?" 하고 물으면 "아니야. 조금 졸았다. 끝까지 보고 가야지" 하면서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엄마는 자신이 잘 몰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고 싶어 합니다. 나는 그것이 엄마의 아주 큰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모르고 지루하고 답답해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그 태도. 그러한 인내심은 나도 따라 하기 힘든 미덕입니다.

엄마는 오늘도 달게 곯아 떨어지셨습니다. 내일은 집에서 푹 쉬시게 하겠습니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