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엄마2011. 6. 29. 10:36

미술관을 출발하여 집으로 오는 길에 프레데릭스버그에 있는 Cracker Barrel 식당에 들러서 이른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 크래커 베럴 식당은 하이웨이 주변에 있는 프렌차이즈 식당인데,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주제로 실내 장식을 하였습니다. 음식도 대략 10달러 안팎의 미국 음식들 입니다. 이 식당의 특징은, 건물의 절반은 식당이고 절반은 기념품 매장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여행하다가 밥도 먹고 기념품 구경도 하고.



이른 저녁이라 식당에 손님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서비스가 신속하고 매우 친절했습니다. 식사를 하는 사이에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사진 상태가 안 좋은 것은 찬홍이의 아이포드로 찍어서 일 것입니다.


엄마가 스테이크를 열심히 썰고 계십니다. 엄마는 포크와 나이프 사용을 제대로 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수저 (숫가락이나 포크, 젓가락)를 들고 이야기 하다가 그것으로 무엇을 가리키는 버릇이 있습니다.  나는 엄마가 이런 행동을 할 때마다 아주 히스테리컬하게 반응 하는 편입니다. (내 눈에는 특히 이것이 거슬립니다.)  그래서 요즘 밥상머리에서 엄마가 이런 행동을 할때마다 지속적으로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엄마가 포크를 들은채로 무엇을 가리키면 "엄마...지금 손에 뭐가 있지?" 하고 묻습니다. 엄마는 슬그머니 포크를 내려놓고 눈으로만 가리키며 말을 합니다.

엄마가 어떤 친구에 대한 흉을 보려고 합니다. 찬홍이는 지긋이 들어드립니다. 나는 '팍!' 신경질이 납니다. 왜냐하면, 친구의 흉을 보는 엄마의 모습이 미워보이기 때문입니다.  "엄마, 엄마는 그런적 없어?"  "나도 조금은 그런적 있지..."  "그러니까, 엄마도 실수 하쟎아. 그러니까, 엄마 친구 흉보지마... 엄마가 안 이뻐보여..."  엄마는 뭐라고 변명을 하려다가 내가 골난 표정이라서 그냥 입을 다뭅니다.  이번에는 찬홍이가 시무룩한 표정이 됩니다. 엄마가 할머니한테 쌀쌀맞게 군다고 찬홍이가 삐지는 것입니다. 뭐, 이런 식의 아주 사소한 갈등이 발생했다가 꺼지고, 다시 점화되었다가 꺼지고 합니다.

지금 엄마가 스테이크를 깔로 썰면서 밝게 웃고 있습니다. 엄마가 자신있게 칼질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 엄마 장합니다. 무엇이건 빨리 배웁니다.  나는 내가 골낸것을 반성하고 그 대신에 엄마를 아주 많이 칭찬해줍니다.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내게 다짐을 합니다, "너, 나중에 후회할짓은 하지를 말어라. 너 ...엄마 가고 난 다음에 ...그때 내가 좀 더 잘할걸! 하고 후회할 짓 하지 말어라..." 

엄마는 조수석에 앉아서 하늘의 구름을 보다가 혼자서 손 춤을 춥니다. 엄마의 버릇인데 손가락을 춤추듯 놀리며 혼자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뭔가 즐거운 생각에 빠진듯 합니다.  그런 모습이 아기처럼 천진해보여서 운전의 피로를 잊고 나는 달립니다. 아,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버지께 효도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서러울 따름입니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