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1. 4. 20. 04:06

이랬던 왕눈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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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20. 00:30


국립수목원의 입구쪽에 있는 행정관은 현재 수리중에 있다.  하지만, 건물 밖의 연못에는 잉어들이 살고 있다.  잉어의 몸집이 오리만하다. (내 팔뚝만하다는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니다).  스프링 브레이크를 맞이한 어린이들이 이곳에 소풍을 왔다가 잉어들에게 모이를 주며 좋아라 하고 있다.

어린이뿐인가. 나 역시  물속을 유유하게 헤엄치는 이 기름지고 현란하게 아름다운 잉어의 자태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런데, 꼬마들이 모이 주는 것을 보고, '청둥오리' 녀석 한마리가 잉어들 틈에 끼어서 모이를 빼앗아 먹고 있다.  오리 주제에 물고기를 잡아 먹지도 못하고, 물고기 밥이나 빼앗아 먹고 있다니... 자존심을 지켜주기 바란다 오리선생. 하하하.

아니지 아니지, 이 오리는 평화적 오리라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대신에 물고기와의 공생을 선택한 것일지도 몰라.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19. 06:51


오전 10시에 국립 수목원의 분재 전시장 앞에 차를 세우고 오후 세시까지 계속해서 걸었다.

분재 전시장 --> 국회의사당 기둥들 --> 양치식물 공원 --> 아시안 공원 --> 아나코스티아 강변--> 목련공원 --> 벚꽃 공원 --> 사철나무 공원 --> 다시 국회의사당 기둥을 지나 --> 분재 전시장을 지나 --> 기념품 매장 지나 --> 진달래길을 한바퀴 돌은 후에 --> 진달래 동산 구경.

수목원의 큰 두개의 루프와 그 일대의 공원들을 다섯시간 동안 두 발로 샅샅이 누비고 돌아다녔다. (지도에 표시된 대부분의 중요 포인트들을 보았다. 그래도 지루하거나 힘든줄 몰랐다. 아침에 김밥을 쌌고, 귤 다섯개와 물 두병을 갖고 갔는데, 김밥은 남았다. 돈은 한푼도 쓰지 않았다 (뭐 살것도 없고, 돈 쓸 일이 없었다).


사진이, 양이 좀 많아서, 주제별로 분류 정리하여 몇개의 페이지로 만들어봐야겠다.
주제별 정원에서 찍은 것들로 분류를 하는 것이 좋을것 같다.

사진은 나중에 공개하겠지만, 금주중에 방문하면, '천국'같은 비밀의 벚꽃동산을 거닐수 있고, 진달래 동산에서 꽃망울이 터져 나오는것을 볼 수 있다. 진달래는 이번주 말이 최절정이겠고, 다음주까지는 탐스럽게 남아있을 것이다.


찬홍이와 나, 꽃밭에서 놀고 있는 사진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18. 04:52
찬홍이가 다음 일요일까지 스프링 브레이크이다.  (나 역시 스프링 브레이크 이다). 그래서 찬홍이를 일주일간 '걷기'로 단련 시킬 궁리를 하고 있다.  오늘은 '간단히!'  찬홍이를 '끌고' 베데즈다 왕복  8.5마일을 걷고 왔다.


아파트 입구의 왕벚꽃 나무. 꽃이 탐스러운것이, 크레용이나 유화 물감으로 막 짓이겨서 떡처럼 발라 놓은것 같은 느낌을 준다.


지난 며칠간의 비바람에 꽃이 많이 지고 만 흰 벚꽃나무.


차를 세워놓는 포토맥 애비뉴의 사과꽃.  (사과가 열리니까 사과꽃이라는 것을 안다.) 며칠간의 짙은 구름이 쓸려나가고 화창한 하늘. 그리고 구름.

베데즈다로 향하는 Capital Crescent Trail 구간. 내가 '부스럼꽃'이라고 부르던 '박태기 나무 꽃' 혹은 Redbud.



늦은 벚꽃 나무.







 


Kenwood 의 흰벚꽃은 일주일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마치 마을 전체가 사라진듯한 낯선 느낌. 흰꽃으로 뒤덮여 있던 나무가 이제는 초록색 새잎들을 매달고 있다.





나무타기. (내가 The Selfish Giant 삽화를 그려보고 싶어서, 애들이 나무에 올라 앉아있는 풍경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 나무에 올라서 여러장의 사진을 찍었다.









우리의 목적지, 베데즈다 반즈앤노블 앞. 이곳은 마을의 광장같은 구실을 한다. 매장 앞 마당을 꽃으로 예쁘게 꾸며놓고,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서 논다.




베데즈다의 '조지타운 컵케이크'는 줄을 길게 서 있지 않아도 된다.  단지 조지타운 컵케이크가 주는 '단맛'을 조금 맛보기 위해서 찬홍이와 나도 하나씩 사서 먹었다.  인생의 순간순간, 즐길수 있을때 즐기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는것이 요즘 내가 사는 방법이다.  돌아보지 않기.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기. 때되면 떠날 각오로 하루하루 즐겁게 살기.  우리에게는 하루치의 근심만큼 하루치의 위안이 필요한법.   아, 오늘도 크 커피집에 들러서 프렌치 프레스 커피를 한잔 마셨다. 그 커피 참 소박하고 인정미가 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16. 20:17

Garden Flowers, St. John's Catholic Church, McLean



오랫만에 내 친구하고 만나서 걸으러 가기로 했다.  내 친구는 매일 아침에 예배당에서 아침 미사를 본다. 그래서 내 친구를 만나러 우리동네 세인트 존스 예배당에 가서 나도 아침 미사에 참석하였다.  이곳은 내 조카 세팔이가 다니던 학교이기도 하다. 세팔이녀석에게 학교에 핀 예쁜 꽃들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세팔이놈은 이곳에서 가을 학기만 하고 집으로 돌아갔으므로 녀석은 이곳의 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를 것이다.





이 학교에서는 금요일에는 학생들이 예배당에서 금요 아침 미사를 본다.  그래서 예배당에 전교생이 오고, 그리고 파이프 오르간도 연주되고 천사같은 성가대 학생들이 노래도 하고 그런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 맞추어 예배당에 들어설때면 나는 '우리 세팔이도 예전에 금요일마다 이곳에 들어왔겠구나' 하고 세팔이 생각을 하곤 한다.

아주 아주 노인이시라서 지팡이를 짚고 들어오시는 할아버지 신부님이 설교(?)를 하시다가  "옛날에, 내가 어렸을때..." 하고 뭔 말씀을 하시려다가, 할아버지가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You wouldn't turst me, but I was as young as you once... (너희들은 믿기지 않겠지만, 나도 한때 너희들처럼 어린 시절이 있었지...)"

할아버지 신부님은 나름 '농담'을 하신 것인데, 학생들은 너무나도 경건하게 앉아있었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나는 할아버지가 어렸을때 어떠셨을까? 학생들을 쳐다보면서, 저 노인이 저렇게 어린 시절이 있긴 했겠지..혼자 상상을 해 보려고 애썼다.  그리고 내가 노인이 된 후의 얼굴과, 내 어린시절의 얼굴을 번갈아 생각을 해보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나는 한 5분이나 10분쯤 잘 잤을 것이다. (일장춘몽). 꿈속에서 나는 하얀 팥고물이 묻어있는 흰 인절미를 열심히 받아먹었다. 나는 무척 허기져서 누가 주는지도 알 수 없는 그 인절미를 연신 받아먹었다. 그러다가 잠이 깼는데, 할아버지는 설교를 마치시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가 무슨 설교를 하셨는지 알수 없지만) 나는 꿈에서 받아먹은 인절미 덕분에 포만감과 함께 푹 자고 난 후에 몰려오는 그 따뜻한 상쾌함을 느꼈다.



예배당 정원에서는 도그우드가, 라일락이, 튤립이, 히아신스가 피어나고 있었고, 사제관 입구의 수선화는 이제 시들하게 서 있었다. 내 친구는 튤립이 '인공 꽃'같이 보여서 매력을 못느낀다고 했다.  튤립은 어찌보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싸구려 가짜꽃러럼 상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극히 개인적인 체험을 통해서, 나는 튤립의 매력을 안다.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빨간 수선화 꽃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안에서 우주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라일락을 발견하면, 월트 휘트만이 링컨을 애도하던 시가 떠오른다. 링컨은 라일락이 질 무렵에 저격당했을것이다.



예배당의 히아신스는 크고 탐스럽고, 그 향이 정원 가득 퍼지는듯 그윽하였다.






 


끊어진 강변 길을 걷다



지난 며칠 사이의 폭우로 강물이 불어있었다. 숲길이 간간히 불어난 물에 끊기기도 했다. 버지니아 블루벨은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위틈에 손톱만하게 작은 꽃들이 피어났다.




민들레도 밝게 웃고




터키런에서 아메리칸 레지온 브리지까지 왕복 4마일 코스를 마치고, 주차장 근처의 피크닉 공간에서 내 친구가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집에서 만들었다는 아몬드 강정과, 직접 구운 고구마, 그리고 ....와인 한병. ㅋㅋㅋ. 공원에서는 맥주나 와인이나 뭐든, 알콜음료는 금지되었다. 그런데, 내 친구가 나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와인이라...

나는 내가 가끔 대담하고 무모한 짓을 눈하나 까딱 안하고 저지른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내 친구가 토끼처럼 겁이 많고 온순하며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나보다 보수적인 노선이며 도덕감에 충실한 착한 시민이라는데 동의한다.  그러므로, 나는 내 친구가 나를 위해서 '정말로' 와인을 갖고 나타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때 쫄았던 것은 바로 나였다. "아이구야, 이거먹다가 경찰한테 걸리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러나, 사방에 꽃이 어지럽게 피어나는 이 좋은 계절에, 사람없는 숲속에서, 강물은 콸콸 소리내어 흐르고, 우리들은 숲길을 한시간도 넘게 돌아다니느라 지키고 배도 고픈 판국에, 게다가, 아침에 하느님전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나름대로 선량하게 살아보려고 노력도 하였는데, 와인 '한방울' 정도는 신이 용서해주시지 않으실까나...




그래가지고, 나는 향기로운 와인잔을 노려보며 깊은 사색에 잠겼다.
상상해보자. 예수님이 미국의 국립공원에서 12제자들과 둘러 앉아서, 빵과 와인을 제자들에게 나눠주며, "이빵은 나의 몸이고, 이 와인은 나의 피니라...마셔라..." 바로 이럴때, 순경아저씨가 싸이렌 엥엥거리고 나타나서 벌금 딱지를 떼는 장면을.

그래서 예수님은 국립공원에서 '학생'에게 와인을 돌렸다는 혐의로 체포가 되고,
사실은 유다가 경찰한테 문자 메시지로 고자질을 했다는 것이 후에 밝혀지며
베드로는 냅다 도망가면서 세번이나, "저는 그이가 누군지 몰라요"라고 외쳤던 것이니...

그래서 사색에서 풀려난 나는, 와인병을 내 옷으로 가려놓고, 이 성스러운 와인 파티를 즐겼다. 할렐루야.
경찰아저씨가 딱지 끊으러 오면 나는 말하리라, "내가 안그랬어요. 클레어가 그랬어요~~ "

오호라, 나는 모든 잘못을 남에게 미루던 아담과 이브의 후예가 아니었던가. 바위틈에서 나오던 굵고 붉은 뱀과 맞딱뜨렸는데, 내가 놀란만큼이나 뱀도 놀란듯, 뱀은 바위속으로 다시 들어가 숨고 말더라. 뱀아, 너도 이브가 무서웠던거냐.


와인을 다 마신후에, 우리들은 다시 강변 길로 내려가서 끊어진 숲길을 헤치고 나가느라, 가시덤불을 끊고, 바위를 기어오르며 행진하다가, 이런 길없는 길을 십자가를 지고 오르신 위대한 스승이 인류사에 있었음을 사색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15. 19:14





하루에 60마일을 걷는 프로그램이 있다. 일년에 딱 한번. 매년 4월 마지막 토요일. 새벽 세시부터 자정까지 줄창 걷는다. 

나는 30마일 (50 킬로) 걷는 동일한 프로그램에 등록을 했다. 출발점부터 30마일 거리까지는 걸어본적이 있고, 30마일 지점에서 60마일 지점까지는 새로운 길이다. (찬홍이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동으로 등록됐다. 내가 묻지도 않고 등록 해버렸으니깐. :-)  )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4. 13. 19:08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180917

글쎄, 아들아, 네게 해 줄 말이 있구먼.
나한테 인생은 수정 계단같이 화려하지 않았지.
못과 가시가 튀어나오고, 판자는 깨지고,
카펫도 깔려있지 않은 맨 바닥이었어
하지만, 그래도 난 늘 계단을 올라갔어.
계단참에 도착한 후에는 모퉁이를 돌았지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들어 설 때도 있었구먼.
그러니 아들아, 돌아보지 마라.
좀 어려워 보인다고 해서 계단에 그냥 주저앉으면 안돼.
지금 넘어지면 안 된다.
왜냐하면, 아가야, 이 어미는 아직도 올라가고 있는걸
어미는 아직도 계단을 오르고 있어.
그리고 나의 삶은 수정계단이 아니었단다.

Well, son, I'll tell you:
Life for me ain't been no crystal stair.
It's had tacks in it,
And splinters,
And boards torn up,
And places with no carpet on the floor --
Bare.
But all the time
I'se been a-climbin' on,
And reachin' landin's,
And turnin' corners,
And sometimes goin' in the dark
Where there ain't been no light.
So boy, don't you turn back.
Don't you set down on the steps
'Cause you finds it's kinder hard.
Don't you fall now --
For I'se still goin', honey,
I'se still climbin',
And life for me ain't been no crystal stair.


미국 흑인 문학계의 별과 같았던 시인 랭스턴 휴즈(Langston Hughes, 1902-1967)의 ‘엄마가 아들에게(Mother to Son)’라는 시이다. 미국 중학교 교과서에 시 전문이 실려서 교실에서 이 시를 읽고 토론을 하는 일도 있다. 영문 원시를 읽어보면 아주 평범한 흑인 엄마가 아들에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형식이다. 나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나의 삶도 수정 계단이 아니니까.

3년 전, 2008년 4월은 내게 아주 혹독한 계절이었다. 우리 집 큰 아이가 대학 입학 허가서를 못 받았기 때문이다. 꽃은 미칠 듯이 피어나는데, 우리 가족들 모두 지옥의 어둠 속에 빠진 듯 했다. 몇 가지 해결 방법을 고민하다가, 큰 아이에게 제안 한 것이 커뮤니티 칼리지 입학이었다. “엄마가 알아보니, 커뮤니티 칼리지에 가면 여러 가지 좋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더라. 오바마 대통령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콜럼비아 대학으로 편입 한 사람이야.”

나는 큰아이가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는 2년간 출퇴근을 하면서 내 차에 아이를 통학 시켰다. 첫 학기에 아이는 무척 괴로워했다. 다른 친구들은 큼직한 대학으로, 기숙사로 모두 떠났는데, 자신은 엄마의 차를 얻어 타고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닌다는 열패감이 아이를 몹시 괴롭힌 듯 했다. 첫 학기를 죽을 듯 괴로워하며 보낸 아이는 두 번째 학기부터는 학교에서 친구도 사귀고,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면서 자신의 학교에 애정을 표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학기에는 편입 희망하던 대학들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기 시작했고, 네 번째 학기를 마치고는 자신이 희망하던 큼직한 대학으로 편입을 했다.

아이가 지옥 같은 어둠 속을 헤매던 그 첫 학기에,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괴로워 울기도 여러 번. 무조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했다. 그 당시에 나는 이 시에 나오는 엄마처럼 아들에 대한 나의 꿈 그리고 내가 살면서 실패하거나 넘어졌던 일화들을 들려주며, 이 시련을 어떻게 영광스럽게 마무리 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하곤 했다.
아이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자신감을 회복하고 그리고 결국 웃으면서 엄마의 품을 떠났다. 덕분에 우리는 아이의 대학교육 2년을 ‘'헐값’에 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야, 네가 효자다. 학비 비싼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싸게 공부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치하를 하곤 한다. 돌아보니 모든 것이 은혜로웠다.

남들이 번듯한 대학의 기숙사로 떠날 때, 희망학교에서 입학허가를 못 받았기 때문에 커뮤니티 칼리지로 가는 학생들의 기분이 어떨지 나는 잘 아는 편이다. 그 부모님의 마음이 어떨지도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이미 겪어본 입장에서 웃으면서 말씀드릴 수 있다. “커뮤니티 칼리지가 학비도 싸고 정말 좋아요. 계획을 잘 짜서 착실히 공부하면 졸업 전에 원하는 큰 대학으로 편입을 할 수도 있어요. 절대, 절대, 절대 좌절하지 마셔요!”



***

한정된 글자수 안에서 글을 쓰느라 생략하고 지나갔는데, 블로그에서 첨가를 하자면,

실의에 빠진 사람, 실패의 기억에 짓눌려서 자신감을 잃은 사람  (self-confidence가 바닥에 내려간 사람)의 경우 무기력감에 빠져서 눈앞에 해결점이 보여도 아무것도 안하는 수가 많고, 행동화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렇게 무기력감에 빠진 사람을 지도하거나 돕는 방법은 :

1) 아주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눈앞에 생생하게 보여줘야 한다
2) 해결의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하여 제시해줘야 한다.  그러니까, "공부만 열심히 하면 잘 할수 있어"라고 말해봤자 소용없고,  


    1. 집근처에 무슨 무슨 학교가 있는데
    2. 일단 거기 카운슬러를 만나보는거야
    3. 카운슬러와 학업계획을 짜보는거야
    4. 첫학기에는 뭐가 되어 있어야하고
    5. 두번째 학기에는 뭐가 되어 있어야 하고
    6. 프로세스는 이러저러해. 생각보다 간단하지?
    7. 이렇게 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 그 중에 누구를 알고 있는데 만나볼까?

자 그러니 우선 오늘은 학교 웹사이트부터 좀 들여다보고... 이런식으로 구체화시켜야 한다. 이렇게 차근차근 밟아 나가다보면, 그 사이에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더 큰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전에, 학교에서 어떤 학생이 '히스테리' 증상을 보인 적이 있었다. 시험을 앞두고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 아래서 예기치 못한 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그때, 학생과 마주 앉아서 내가 했던 일:

  1. 현재 당신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뭐지? 한번 정리좀 해볼까?  학생을 안정 시키고, 종이위에 그의 문제들을 적어 나갔다.  개인 삶이 힘든 부분, 학업하는데 힘든 부분, 짓누르는 걱정거리, 기타 문제들
  2. 문제점을 다 적은 후에 이것들을 몇가지로 분류를 했다. (ㄱ) 해결 가능한 문제들 (ㄴ) 어쩔수 없는 문제들 (ㄷ) 애매한 문제들
  3. 해결 가능한 문제들을 다시 두가지로 분류했다. (ㄱ) 사실은 간단히 혼자 해결할수 있는 것들 (ㄴ) 누군가의 조력이 필요한 것들.


일단 문제 상황들을 말로 설명하고 종이에 적어보는 과정에서 학생은 많이 차분해졌다.  그중에서 나는 해결 가능한 문제들을 들여다봤다.  실질적으로 교수인 내가 도와줘서 해결할수 있는 문제도 있었고, 주변 학생들이 도와주면 될만한 문제도 있었다. 시간이 필요한 문제들도 있었다.

그래서 일단 해결가능한 것들을 정리하고 내가 도와줄것은 나도 메모를 하여 처리를 해주고, 주변 학생들의 도움을 청하고,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는 없으나 마음의 응원을 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상황이 지나고나자  학생은 일시적으로 '패닉'에 빠졌던 것을 스스로 부끄러워했다.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구먼. 우리는 모두 나약한 존재들이고, 우리는 때로 '나 죽겠다'는 최후의 몸짓을 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때 조금만 도와줘도 잘 견디고 넘어가는 것이다.  '나 죽도록 힘들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꾹참고 죽는것보다 훨씬 좋다. 그런데 모든것이 한꺼번에 밀려오듯 혼란스러울때, 그럴때는 스스로 문제들을 객관화 시키고, 해결 가능한 것 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도록 누군가 곁에서 도와주면 좋다.

Posted by Lee Eunmee
Museums2011. 4. 13. 08:36


학생들과 스미소니안 미국 미술관과 초상화 갤러리 견학을 다녀왔다.  학생들이 정확히 약속된 시각에 약속 장소에 집합해 주어서 예정대로 초상화 갤러리의 Docent Tour 를 한시간 하고,  내 안내로 미국 현대 미술을 한시간 돌아보고, 약 40분간 늦은 점심식사를 한 후에 오후 두시 반에 나는 자리를 떠야 했다. 학교에서 해결할 일이 있어서.

스미소니안 미술관은 늘, 갈때마다 새로운 무엇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언제나 가면 즐겁다. 링컨 갤러리에 Wayne Thiebaud 의 Jackpot Machine (1962) 작품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아래는, 내 제자가 찍어준 사진. 진짜 작품 사진은 별도로 페이지를 만들어야지.  이 작품은 근래까지 Luce Foundation Center 의 구석에 걸려있던 것인데, 지금은 링컨 갤러리에 번듯하게 나와있다.  반가웠다. (자...곧 잭팟이 터지는 겁니다. 일상이 순간 순간 잭팟인것입니다!)



학생들이 오늘의 견학을 무척 즐거워 하였다.  나의 메시지는 이런 것이다. 선생이 되고 싶은 사람은, 혹은 선생은, 뭔가 자꾸만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멋진 것도 보고,  미지의 것에 호기심을 갖고, 좋은 시스템을 발견하고, 그것을 어떻게 생활에, 교육에 적용할 것인지 그러한 것들을 사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가 쏟아져서 코트야드 천창으로 빗물이 흐르는 것을 보면서, 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카페에서 와인을 판매하는데, 한병에 23달러쯤 한다. 와인 한병을 사서, 학생들과 조금씩 맛을 보았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유부초밥을 넉넉히 준비 했고, 각자 과일, 샌드위치, 스넥등 한가지씩을 먹을것을 갖고 왔다.

머리위의 유리 천창으로 비가 쏟아지는데, 우리들은 각자 싸 온 점심을 테이블에 펼쳐놓고, 와인을 마시며 비오는 4월의 한나절을 기념했다. 비오는 날을 아름답게 보내는 방법 -- 스미소니안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의 코트야드에 가서 비가 흐르는 천창을 바라보며 뜨거운 커피, 혹은 와인을 홀짝이는 것이지. (와인은 잔으로도 팔고 -- 5달러쯤 한다, 혹은 작은 병으로도 판다.) 그런데 미술관 코트야드에서 와인 마셔보기는 처음인데, 정말 분위기 좋았다.  별것도 아닌 테이블이 갑자기 귀족의 성찬 테이블로 변모하고 마는 것이다.



학생이 보낸 사진 파일 중에서

이 사진은, 찬홍이가 흘낏 보더니,  링컨의 어떤(?) 신체의 부분(?)을 불가피한 이유로 포토샵 처리 한 것 처럼 보인다는  촌평.  내 학생이 실수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린 것이었는데, 보여서는 안될 곳(?)을 가리기 위해 일부런 이런 처리를 한다고도 한다. 거기가 어디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찬홍이의 평: 여기 모인 사람들이 모드 점쟎고 세련되고 그런데, 절대 교수같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한 사람 ----> 모친.


왜냐하면, 특히 아래의 사진 때문에.
여기서 유난히 움직임이 커서 사진속에서도 그 '역동성'이 드러나는 '유난맞은' 한 사람 ---> 모친.
(내 학생들은 최대한 얼굴을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편집하여 실은 것이다.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줘야 하므로)
엄마는 왜 유난맞게 설치느냐 이거다. (우리집 애들은 내가 공공장소에서 설치는것을 무척 싫어한다. 하하하. 깔깔)

이건 설치는게 아닌데.

이건 뭐하는거냐 하면, 백남준씨 작품의 생동감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나름 '퍼포먼스'였던거다. (참새가 대붕의 뜻을 어찌 알랴).  백남준씨 작품 Electrionic Highway 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 작품의 비밀을 내가 학생들에게 확인시켜주기 위해서 '굿'을 하고 있는 것이지. 사실, 나의 '퍼포먼스' 덕분에 '백남준'을 재 발견한 학생들이 '신이나서' 나중에는 다들 나처럼 퍼포먼스를 하며 놀았던 것이다.

(미술관은 고요한 물속이 아니다. 그 안에서 관객이 퍼포먼스를 할 수도 있는거다. 백남준씨가 그 창구를 열어 놓고 가신거다.)
 







위 사진은, 오른쪽 구석에 있는 사람이  키 포인트.
중간에 앉아있는 '아줌니'가 조각 작품인데,  너무나 생생하게 만들어 놔서, 내 학생은 이 아줌니가 진짜 사람인줄 알았다는 거다.  그런데 다가가보니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조각작품이었던 것이지.  이리보고, 저리보고, 샅샅이 골고루 들여다보는 '탐구심' 풍만한 학생.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11. 03:18



날이 잔뜩 흐렸지만, 비가 예보되지 않아서 아침에 터키런 파크로 향했다. 일단 American Legion Bridge 까지 다녀 온 후에 위의 지도에 보이는 트레일을 한바퀴 돌았다.  날이 선선하고, 촉촉하고, 그리고 강물이 콸콸 소리를 내며 흘러서 산책하기에 즐거웠다.

터키런 주차장 C 구역 (입구에서 첫번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이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왼쪽으로 2마일 거리에 American Legion Bridge 가 있다. 거기까지 다녀오면 왕복 4마일.  여기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도 되고, 산책이 즐거울땐, 강변 길을 내쳐 걷는것이다. 이 강변길은 Potomac Heritage Trail 의 일부이다. 오늘, 걷기에 최상의 날씨라서 양쪽을 다 걸었다.


나무에 표시된 색깔을 Trail Blazing 이라고 한다. 하이킹 하는 사람들을 위한 표시 체제이다.  아래 노란색은 Turkey Run Park 영역을 알리는 표시이다. 위의 푸른색은 Potomac Heritage Trail 영역을 알리는 표시이다.  그러니까 이 두가지 가 공존하는 구간은 상이한 트레일이 이 구간에서는 함께 간다는 뜻이다.  그러나가 길이 갈라지면 한가지 색깔만 표시 된다.

그러니까 숲에서 헷갈릴때는 자기가 따라오던 색깔의 트레일 블레이징을 따라 가면 된다. 그러면 원래 계획했던 트레일 선상에 있게 된다. 색깔을 바꾸면, 새로운 트레일에 들어서게 된다.




오늘도 여러가지 야생화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제비꽃.  내게는 보라색, 연보라색 제비꽃은 익숙하지만, 노란색 제비꽃은 처음본다.  터키런 숲에는 노란 제비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American Legion Bridge 아래 도착. 다리의 교각 부분에 낙서를 한 것이 근사해보여서 사진에 담아왔다. 낙서 부근에는 맥주병들이 널려 있었다.  와서 이런 낙서 하면서 맥주도 마시고 유쾌하게 떠들고 했을 것이다. (만약에 맥주를 마시는 것이 경찰 눈에 띄면 티켓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의 공원에서는 알콜 음료가 금지 되어 있으므로.)







 






새싹들이 돋아나는 숲이 마치 연두색 안개에 휩싸인것 처럼 보였다. 희끄므레한 연두빛 연기가 숲을 감싸고 도는 듯한 느낌. 그런 광경을 카메라에 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세상이 정말로 존재 한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파스텔로 그린듯한 몽환적인 세상이 실제로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길 걷다가 야생화를 관찰하는 두 신사를 만나서 이야기를 잠시 나눴다.  이분들은 책을 보거나 자신들의 자료를 확인해 가면서 숲에서 발견한 식물의 정체를 파악해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몽환적인 숲에 모여 서서, Virginia Bluebell 꽃들이 평소보다 2주 정도 일찍 피어났다는 환경 기사와, 터키런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식물들과, 뭐 그런, 서로 아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 신사들은 책을 보고, 수첩에 스케치를 하고, 메모를 하는 식으로 기록을 쌓아가고 있었다.  나는 주로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가 나중에 웹에서 자료를 찾아서 이름 정도를 확인하는 식이다. 이 신사들이 내가 평소에 궁금해 하던 식물들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그래도, 내가 제법 똘똘하게 아는척을 하자, 자신들의 책을 사진찍어 가라고 내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메릴랜드에 있는 모 자연과학 단체에 가입할것을 권유했다. 하하하.  내가 구글을 뒤져보고 관심이 생기면 가입하겠다고 대꾸해 주었다. 나는 숲을 다니면서 혼자서 두리번 두리번, 새가 보이면 새 구경하고, 꽃이 보이면 꽃 들여다보고, 물이 흐르면 물 소리 듣고 그러면서 실컷 노는 스타일이다.  집요하게 어떤 대상을 관찰할 의사는 별로 없다.  그냥 이런 준 전문가들에게 귀동냥을 하는 것이 즐겁다.




숲에있는 모든 대상들이 내게는 기쁨의 원천이긴 하지만, 내가 꽃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이 이끼이다. 나는 이끼를 들여다보거나 손끝으로 만져보는 일이 즐겁다. 이끼가 어찌나 부드러운지...  오늘도 이끼 사진을 찍다가 문득 발견한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이 융단같은 나무 이끼들은 대략 지상에서 3미터 이상은 못 올라가는 것 같다. 나무 이끼들을 보면 대략 내 키 높이에서 확장을 멈춘다. 아주 특별한 경우 내 키 두배 높이까지 올라간 이끼도 있다.

내가 추측하기에 이끼의 종류도 아주 많을테니까, 내가 특히 좋아하는 이 이끼의 생육조건은 사람 키 높이 정도이고, 아마도 다른 종류의 이끼들이 더 높은 곳에서도 생존 할 것이다. 종류별로 생육 조건이 다를 것이다.



지난 금요일에 리버밴드 파크에서 버지니아 블루벨 군락을 보았는데, 터키런에서도 길가에 이 푸른 버지니아 블루벨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마도 다음주쯤이 피크일테고, 그 이후엔 다 시들어 떨어질 것이다.

이 꽃은 대개가 푸른색인데, 이따금 연분홍색 꽃도 보인다. 그것이 신기해서 찍어봤다.







아 숲에서, 강물 흐르는 소리 들으며 혼자서 잘 놀았다.  하지만, 자연 관찰하는 신사들과 만나서 유쾌한 대화도 하였고, 지나치는 개들이 연신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겨주었으며, 새들이 쉼 없이 노래를 불러주어서 혼자 에덴동산에 다녀 온 기분이다.


Posted by Lee Eunmee
MyColor2011. 4. 10. 06:12



어제 리버밴드 파크에 갔을때, 바로 내 코앞에 이 mocking bird (회색 앵무새)가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아 포로롱 포로롱 한참동안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나는 가만히 정지한채로 이 새가 포로롱 거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는거니?  아니면 내게 무슨 신의 계시라도 전하러 온 요정인거니?

To Kill a Mocking Bird 라는 남부 배경의 미국 소설은 하이스쿨 학생들의 필독서중의 하나이다. '앵무새 죽이기'란 죄없는 순수한 사람/사람들을 희생자로 만드는 잘못된 사회 풍토를 빗댄 제목이기도 하다.

연회색이라고 표현할 만한 색인데, 색채 작업을 하다보니 오히려 푸른 빛이 도는 새가 되어버렸다. 푸른빛이 도는 연회색에 가깝다고나 할까. 크기도 내가 그린 고만한 몸집이다.

내가 이 그림을 그려놓고, 물감이 마르길 기다리는 동안 청소를 하면서 빨래를 널고 있었는데, 문득 돌아보니, 왕눈이가 그림을 지키고 있는듯 그림 앞에 천연덕스럽게 엎드려 있었다. 왕눈아, 혹시 내가 그린 그림이 진짜 새로 보인거냐? 응? 헤헤. ("혁필쟁이가 말씀이 되는 소리를 허셔~" <--- 박선생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왕눈이는 그냥 심심했던 것이겠지. 깔고 앉지 않은것이 다행이지. 하하.

아아, 다가오는 금요일쯤에 왕땡이 털 깍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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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10. 02:48

이 동네 벚나무 꽃을 보면, 일본 병풍에 등장하는, 벚꽃으로 가득한 그림이 연상된다.
눈이 쌓인듯 검은 아스팔트위를 희게 뒤덮은 꽃잎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10. 02:43

Kenwood 벚꽃 지대


어제 비가 많이 쏟아졌다. 오늘 예보를 살피니 흐리긴 한데 비가 올것 같지는 않아서, 비맞을 각오를 하고 산책을 나갔다.  오늘은 아리조나 철교에서 늘 가는 조지타운 방향이 아니라, 그 반대, Bethesda (베데즈다) 방향으로 잡았다. 베데즈다의 Kenwood  벚꽃 구경을 하려고.

 * 오전 7시 30분, 아리조나 철교 출발
 * 오전 8시 30분  4마일 걸어서 베데즈다 시내, 반즈앤노블 책방 도착. 책방이 열리길 기다리며 시내구경하고, 커피 한잔 사먹고
 * 오전 9시부터 10시 20분까지 책방에서 책 구경.
 * 오전 10시 20분 -- 11시 30분 다시 차를 세워놓은 포토맥 애비뉴 도착.  (왕복 8마일 초과)

Capital Crescent Trail 은 0.5 마일 구간마다 마일표시판이 붙어 있어서 그것을 세면서 가면 거리 짐작이 가능하다. 나는 메일랜드 출발점에서 보면 7.5 마일 거리에서 3.5 마일 거리까지 4마일 거리를 왕복한 것이다.  11마일 종착점은 조지타운 톰스 보트하우스. (그러니까 7.5 마일 거리에서 조지타운 종착점 11마일포인트까지 가면 3.5 마일. 이런식으로 걸을 거리 계산을 대충 할수 있다.)

베데스다 시내 못미쳐서 Kenwood 라는 주택지가 나오는데 이곳의 벚꽃나무들이 수령이 백년이 넘는 것들로, 봄이 되면 마을 전체가 벚꽃동산이 된다. 이 벚꽃이 인근에 꽤 유명하다.

비올까봐 방수 잠바까지 입고 갔는데, 비는 오지 않고 흐리고 온화한 날씨라서, 오히려 걷기에는 최상의 날씨였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촉촉하여 편안하게 혼자서 잘 걸었다.


나는 버지니아에 살고 있는데 승용차로 15분쯤 이동하면 워싱턴 디씨이고, 차를 세워놓고 조금 걸으면 메릴랜드두 경계를 넘어간다.  하루에 두발로 세가지 다른 주경계를 들락거린 셈이다. 하하하.
(표지판을 모아 안내 글을 써보려고 표지판 사진들을 찍어봤다.)



본래 Capital Crescent Trail 은 '기찻길'이었다. 교통 수단이 발달하면서 기찻길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트레일이 조성된 것이다. 그러니까 이 터널도 기차가 지나가던 터널이었고, 내가 '아리조나 철교'라고 부르는 검은 다리도 기차가 지나가던 다리였다.

그런데, 이 터널은, 어찌보면 -- 나 혼자 걸으면서 혼자 생각을 해서 그런지, 성전 건축물 같아 보이기도 한다. 어딘가 숭고해보인다는 말이지... 로마시대 초기 기독교인들은 지하 묘소 카타콤에서 집회를 했다고 하는데, 그들이 이런 곳에서 모였던걸까? 그러면 카타콤의 양식이 성전의 양식인걸까? 뭐 이런 여러가지 건축과 종교와 역사를 나 혼자 오가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했다.



어느 건물에 이런 낙서가 있길래, 하도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양쪽 가장자리에 있는 두명의 친구들이 표정이 조금 다르다. 재미있다.




Kenwood 벚꽃단지에서 셀프카메라. (왜 나는 꼭 내가 들어간 증명 사진을 남겨야 직성이 풀리는걸까. 나는 촌스러워서 그렇다.)


베데즈다 책방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시내 구경.  여기도 조지타운 시내하고 비슷하네...조지타운대학이 없을뿐, 시가지는 비슷하다는 결론. (그러니까 그동안 이 앞을 몇차례 지나면서도 시내 구경을 한가롭게 해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조지타운 컵케익 분점도 있군...




메릴랜드주 깃발이 예뻐서 그냥 찍어봤다.




이 동네 명소인가본데, 반즈앤노블 옆쪽에 Quatermaine Coffee 라는 카페가 있다. 프렌차이즈가 아닌 지역 고유의 업소인가보다. 


나도 동네 명소에서 커피나 한잔 하려고 들어가서 French Press 를 한잔 주문했다.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프렌치 프레스가 뭔지 모른다. 나는 막연히 내 친구가 만들어준 프렌치 카푸치노인가? 뭐 그런걸 상상했는데 우유가 들어가고 거품이 있는 부드러운 뭐 그런걸 상상했는데, 그냥 까만 커피를 주더라. 하하하. 내 친구 클레어가 집에서 커피 만들어주면 굉장히 맛있던데...

하지만 내가 늘 먹는 아메리카노하고는 맛이 좀 달랐다. 뭐랄까 거칠고 탁하고, 그러면서도 순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먹다 보이 입에 맞아서 그걸 맛있게 다 마셨다.

그런데 이 집에서 일하는 직원들, 죄다 영화배우같은 미남들인데 영어 진짜 깔끔하고, 그리고 쿨하면서도 친절하더라. 직원들이 매력이 있어서 내가 또 가봐야할것 같다. 동네 장사라서 그런지 단골 손님과는 잘 아는것처럼 이야기를 주고 받기도 하더라.
아 그런데 내가 프렌치 프레스 주문하니까 What kind of bean? 하고 묻는데, 내가 할말이 있어야지... 내가 커피는 그냥 다 커피라서 아무거나 먹어도 지장없는데, 이 집에서는 커피콩 종류까지 손님이 고르나벼....(나 미쳐부러...)

이렇게 난처한 경우, 나의 전략은 뭔가하면:  "Uh..well...what would you recommend, sir?"  선택을 그쪽으로 넘겨버리는거다. 헤헤헤.  그러니까 그 탐 크루즈같은 점원이 "Uh, you like it strong? or mild or weak?"  이러고 묻는거다.  그래서 내가 Mild 라고 대답해줬다. 호호호. 그러자 "OK, red bean..." 뭐 이런것 같다. 난 커피콩 종류에 특별한 관심이 없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가게 벽에 커피콩에 대한 설명판도 있는것 같았다.  커피 제대로 마실줄 아는 사람은 이 카페를 무척 좋아할것 같다. 나는 커피맛은 잘 모르고, 점원이 멋있어서 여기 또 갈거다.

이곳의 카페 밖에는 예쁜 벤치들이 마련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벤치에서 요기를 하는 것이 많이 보였다.




아홉시에 반즈앤노블에 들어가서 책 보며 놀았다. 하바즈 비즈니스 리뷰 4월자 특집 기사가 흥미로워서 구입해보려고 사진 찍어왔다.



The Playful Brain 책이 꽤 흥미진진하게 씌어졌길래...집에 와서 아마존을 통해 헌책을 주문했다. 돈 아껴서 살아야한다. 하지만 책은 원없이 봐야한다.  헌책을 구입하면...원하는 책을 싸게 볼수 있다.



반즈앤노블에서 반환. (그 전에는 여기서 줄창 가서 시작점까지 간적도 있다. 그것도...겨울에...미쳤지...하하하)



내가 차로 돌아가려면 7.5 라고 씌어진 곳까지 걸어야한다. 사실 그보다 조금 더 가므로 전체 왕복 길이는 8.5 마일 정도 된다.




캐피탈 크레센트 트레일의 전체 지도.






내 차를 세워둔 포토맥 애비뉴의 어느 집에서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정원에 파란 의자를 내 놓았다. 달력 그림같아보인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8. 23:35

5301 Potomac Ave. NW
Washington D.C., DC 20016

내비게이터에 이 주소를 찍고 운전하여 가면, 잘 정돈된 중산층의 주택가가 한쪽에 있고, 맞은편은 수로와 포토맥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이 나온다.



구글맵에서 제공한 작은 이미지인데, 이 집앞에 늘 차를 대 놓고 산책을 시작한다.  하도 이 동네를 다녀서 어느집에 어떤 개가 사는지, 어느집 벚꽃은 언제 피는지, 뭐 그런 것까지 대충 파악하고 있다.  중산층 사람들의 지역이라 주민들도 친절한 편이다.

이 길이 Potomac Avenue 이다. 왼편엔 주택들. 오른편은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이다.

차를 이쯤에 세워놓고, (안전하다. 아무도 견인해가지 않는다. 차례대로 줄 지어 서면 되는데 늘 여유롭다...) 저기 오른쪽 구석의 숲길로 진입한다.

숲길을 내려 가면 아스팔트 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오른쪽으로 4마일쯤 가면 Bethesda 가 나온다. (Capital Crescent Trail 의 구간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아리조나 철교가 보인다. 검정색 다리. 그 검정색 다리의 야간 조명등이 낮에 켜지고 밤에는 꺼지고 그래서, 내가 여기저기 이메일질 해가지고 정상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찬홍이는 이 다리를 '엄마의 다리'라고 부른다. (잠시 묵념 ㅎㅎㅎ) 그 다리를 건너서 0.5마일쯤 가면 Fletcher's Cove 가 나온다.
다리 아래로 내려가서 수로변을 걸어도 역시 Fletcher's Cove 가 나온다.
다리 아래로 내려가서 반대방향으로 가면 약, 10마일쯤 가면 Great Falls 가 나온다, 그 전에 Billy Goat Trail 입구를 지나치게 된다.



그 Fletcher's Cove 에서 2.5 마일 걸으면 (강변으로 걸어도 되고, 수로변으로 걸어도 된다. 두 길이 병행한다.) 조지타운 입구가 나온다.

조지타운 시내로 올라갈수도 있고, 아니면 내쳐서 하버로 향할수도 있다. 마음내키면 노선을 바꿀수도 있다.




참고로, 정확한 Fletcher's Cove 입구는 이곳의 Boathouse 주소인
4940 Canal Rd NW, Washington D.C., DC 20007

이곳이 되는데, 이 입구의 문제가 뭔가하면, 오전 오후 교통 통제가 이루어지므로 아예 이 방향으로 진입이 불가능한 시간대도 있고, 마찬가지로, 나왔을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달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시간대별로 차량 진행방향 통제를 하므로.  

설령 입구를 찾았다고 해도 진입 하기가 어렵거나, 위험하다. 차를 유턴하듯이 돌려서 좁다란 입구로 들어가야 하기도 하고, 나올때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서로간에 진퇴양난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곳을 어쩌다 방문하는 경우에는 어떻게든 이 입구로 들어와 보트하우스 주차장에 차를 대는 편이고.  이 지역을 잘 아는 사람들은, 위에 소개된 입구쪽을 이용하는 편이다. (게다가 요즘 보트 하우스 입구쪽에 건설공사가 진행중이라 차 갖고 집입하기가 더욱 어수선하다.)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4. 8. 18:09
체사피크&오하이오(C&O) 트레일의 일부 구간. 오른쪽에 수로가, 왼편에 포토맥강이 펼쳐진 길이다.
체사피크&오하이오(C&O) 트레일의 일부 구간. 오른쪽에 수로가, 왼편에 포토맥강이 펼쳐진 길이다.
1. 조지타운 수로변 사진.
1. 조지타운 수로변 사진.
2. 봄 한철 내내 똑같은 길에 나가 걸으면서 거위들이 부화하여 자라나는 것을 관찰한 적도 있다. 포토맥 강변 거위가족 사진.
2. 봄 한철 내내 똑같은 길에 나가 걸으면서 거위들이 부화하여 자라나는 것을 관찰한 적도 있다. 포토맥 강변 거위가족 사진.
3. Chesapeake & Ohio National Park 조지타운 입구.
3. Chesapeake & Ohio National Park 조지타운 입구.


[길따리 사색하는 이은미의 자연여행] 꽃피는 봄, 온 가족 함께 걸어요
북VA·워싱턴 DC 산책코스 5곳 어때요
기사 링크: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179797

꽃피는 계절, ‘걷기족’들의 계절이 돌아왔다. 인류가 두발로 서서, 손을 사용하여 ‘도구’를 만들게 된 이후로 비약적인 발전이 있다고 문화인류학자들이나 진화론자들은 풀이한다. 수렵 채취 시절의 인류는 생존하기 위해 하루 평균 12마일을 걸어야 했다고 한다. 두 다리를 이용해 걸으면서 인간의 두뇌가 진화를 거듭했기 때문에, 우리의 두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열심히 걸어야 한다고 역설하는 인지과학자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북 버지니아, 워싱턴DC의 주위에는 포토맥강을 중심으로 수려한 풍광이 펼쳐져 있다. 도시 생활을 하는 걷기족들에게 이곳은 하늘이 내려준 축복의 땅이라고도 할만하다. 짧게는 한두 시간, 넉넉하게는 서너 시간, 혹은 한나절 마음 편하게 걷기에 좋은 장소를 몇 군데 소개하고자 한다.

◇추천할만한 트레일 5 가지

▷내가 가장 자주 나가서 걷는 곳은 워싱턴DC의 플레처스 커브(Fletcher’s Cove)에서 조지타운 하버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대략 왕복 7마일쯤 되는 이곳을 두 시간 정도 걸으면 몸도 마음도 가뿐해진다. 사실 이 구간은 체사피크&오하이오 내셔널 히스토릭 파크(Chesapeake & Ohio National Historic Park)의 일부인데, 멀리 오하이오까지 연결된 흙 길로 전체길이 184.5마일에 달하며 전 구간을 자전거나 도보로 통과하는 것이 가능하다.

내가 조지타운 하버까지의 구간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조지타운 도심의 책방에 들러 잠시 쉬면서 독서를 하다가 돌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곳의 왕복 20마일 구간을 온 가족이 함께 걸은 적도 있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던 날 이어서, 괴롭고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곳의 빌리 고우트 트레일(Billy Goat Trail)도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이다. 일부 바위 구간이 나오지만 위험하지 않아 어린이들도 좋아하는 트레일이다.

▷리버벤드 파크(Riverbend Park)에서 크레이트 폴스 파크(Great Falls Park)로 이어지는 강변 숲길은 왕복 4마일쯤 된다. 이 트레일의 특징은 폭포의 상류에 있어서인지 강이 호수처럼 고요하며, 강을 바로 발치에 두고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은 고요한 정원 같아 사색하기에 좋다. 버지니아에서 그레이트 폴스 공원에 입장하려면 주차비를 내야 하지만, 리버벤드 파크는 입장료, 주차비가 무료다. 따라서 리버벤드 파크 트레일을 통해 그레이트 폴스로 진입할 경우 주차비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가볍게 한두 시간, 강변의 말랑말랑한 흙 길을 산책하기에는 이곳이 참 좋다.

▷워싱턴DC에서 메릴랜드의 베데스다를 통과하는 캐피털 크레센트 트레일(Capital Crescent Trail)도 추천 할만하다. DC의 조지타운 하버를 기점으로 한 이 초승달 모양의 트레일의 총 길이는 11마일. 이 트레일을 왕복하면 22마일을 걷는 셈이다. 나는 어느 날 여섯 시간쯤 걸려서 혼자 22마일을 걸은 적이 있다. 이곳의 특징은, 번화가인 조지타운 하버에서 시작해, 역시 아름다운 도시 베데스다를 통과한다는 것. 특히나 벚꽃이 피는 계절에는 베데스다의 벚꽃 군락지를 통과하게 된다. 트레일을 따라 걷다가 만나는 벚꽃의 감동은 평생 잊기 어려운 장면이다. 숲과 도시가 어우러진 트레일이라서 중간에 카페에 들러서 음료수 한잔으로 피로를 달래고 마저 걷기에도 좋다.

▷페어팩스의 버크 레이크(Burke Lake) 트레일은 인근 한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장소다. 트레일 전체 길이는 4.7마일. 걸음이 느린 사람이라도 호수를 끼고 한 시간 반 정도 쉬엄쉬엄 산책을 할 수 있다.

▷터키 런 파크(Turkey Run Park)는 왕복 4마일 거리의 ‘비밀의 화원’ 같은 곳이다. 발이 빠른 사람이라면 한 시간에도 왕복이 가능하고, 쉬엄쉬엄 사색하며 걸어도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한데, 숲이 너무나 우거져서 여성 혼자 가기에는 어쩐지 불안할 수도 있겠다. 가족들이나 친구들 두 세 명이 함께 가실 것을 권한다.

▷워싱턴DC 인근의 포토맥강은 양안 모두 자연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어 자전거족이나 걷기족이 걸어서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포토맥 강변 어디에서 출발해도 우리는 온종일 강바람을 쐬면서 실컷 걸을 수도 있고 혹은 일부 구간만 산책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트레일 산책을 나갈 때의 주의사항과 요령

▷강변이나 호숫가의 숲길로 산책을 나갈 때는 편안한 운동화에, 간편한 운동 복장, 그리고 썬블락 크림을 바르고 모자, 장갑 등을 착용하면 좋다. 휴대전화도 챙기고 가족에게 어디에 가는지 정확히 고지하면 비상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자동차에는 여분의 물을 항상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자그마한 배낭에 물, 간식을 챙겨서, 걷다가 목마르거나 허기 질 때 요기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배낭이 귀찮다면 지퍼가 달린 옷의 주머니에 별도로 귀중품을 보관하는 것이 좋다. 나는 은행카드를 재킷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숲에서 잃어버린 적도 있다.

▷산책을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트레일 산책 일기를 작성하는 것이다. 나는 산책 할 때마다 트레일 구간을 적고, 소요시간, 거리를 간략하게 메모하는 편이다. 그러면 한 달 단위로 내가 얼마나 걸었나 통계도 낼 수 있고, 걷기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는 효과도 있다. 카메라로 풍경 사진을 찍고, 가끔 만나는 신기한 새들의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블로그에 소개하기도 한다.

◇걷기 관련 서적

걷기와 관련된 책으로 60 Hikes within 60 miles (2nd Ed.) Washington DC including suburban and outlying areas of Maryland and Virginia 을 추천할 만하다. 한 때 이 책을 친구 삼아서 열심히 찾아 다녔었다. 한국어 번역서도 나온 빌 브라이슨의 A Walk in the Woods (나를 부르는 숲)’ 역시 걷기족들을 유쾌하게 해주는 필독서라고 할만하다.

◇관련 웹사이트 링크

이 글에 소개된 트레일들을 살펴볼 수 있는 웹 페이지들

http://www.nps.gov/choh/index.htm

http://www.fletcherscove.com/

http://www.midatlantichikes.com/id163.html

http://www.fairfaxcounty.gov/parks/burkelake/burketrails.htm

http://www.cctrail.org/

http://www.fairfaxcounty.gov/parks/riverbend/trails.htm

http://www.nps.gov/gwmp/turkey-run-park.htm



나는 위크엔드 한면을 상상하면서 글을 써서 송고를 했는데, 신문을 받아 보니 두면에 걸쳐서 큼지막하게 편집이 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사진이 뭐가 적당할지 몰라서 -- 골라서 쓰시라고 여러장 보냈는데, 그것들을 대부분 면에 수용을 하면서 면을 두배로 늘려 놓았다.  (놀라워라)

자전거가 들어간 표지 사진. 내가 꽤 좋아하는 사진인데, 그거 보내면서 '걷기 기사'에 자전거가 좀 안맞지... 하고 걱정을 했었다. 그것이 이렇게 크게 편집이 될 줄은 몰랐다.  조지타운 사진과 국립공원 안내판 사진은 며칠전에 찍은 것이고, 강변의 봄 사진들은 전에 (동일한 계절에) 찍었던 것들이다.

내가 아끼는, 내가 찍은 사진들과 내 글이 신문에 함께 실리니 기분이 좋다. 난 뭐든지 내손으로 뚝딱거리고 해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다. 내가 너무 좋아 탄성을 지르며 사랑하는 것들을 이렇게 신문 매체에 실어보는 것도 참 재미있다. 마치 연인을 친구들에게 공개하는 듯한 기분.  헤헤. 나의 이 헛되게 걸어 돌아다니는 취향은 우리 할아버지의 유전자일 것이다.  면 편집을 내가 상상한 것 보다 더 잘 해주셔서 편집자께도 감사한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8. 08:07





수업 마치고 일찌감치 퇴근하여, 옷을 갈아 입고 Riverbend Park 로 향했다. 도착하니 4시 30분.  Great Falls 전망대까지 가서 폭포 소리 들으면서 앉아서 쉬다가 쉬엄쉬엄 슬슬 걸어서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니 오후 6시. 가뿐한 소풍이다.

약 2마일이 채 못되는 리버밴드 트레일 (리버밴드 파트에서 그레이트 폴스까지 이어지는 길) 길 양편에 이 푸른 꽃들이 정원에 심어놓은 꽃처럼 무리지어 피어있었다.










이 인근 지역은 부자동네이다. 말을 키우는 대 저택도 많이 보인다. 그래서 가끔 말을 타고 산책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저기 말타고 가는 아줌니하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줌니가 말을 세우고 말을 걸길래, 말을 칭찬해주고 그리고 조랑조랑 이야기를 했다), 아줌니가 이 파란꽃이 Bluebell 이라고 가르쳐주었다.  자기는 꿈꾸는것 같다고.  뭐, 아줌니는 말타고 산책하시는 폼이 동화책속에 나오는 요정 여왕 같아 보였다.  아줌니는 아마도, 너무너무 아름다운 풍경속에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말을 걸고 싶었을 것이다. 그 느낌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서.... 아마 그랬을 것이다...



나는 혼자 터벅터벅 걸어 갔지만, 이렇게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한다던가, 말을 붙이면 말을 하면서, 심심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사실, 천지에 피어나는 새싹들과 꽃들이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걸고 있었으니까.








이 흰꽃은 내가 아직 이름을 못 찾아 냈다. 사진만 보면 크기가 짐작이 안되므로 내 손을 출연시켰다. 참 깨알만하게 작은 꽃들인데, 눈물겹게 예쁘더라.





Great Falls 는 가서 보면 그 위용이 느껴지지만, 사진을 찍으면 참 초라하다. 폭포가 넓게 퍼져있고, 우리가 보는 위치가 폭포보다 높은 곳이라서 그러할 것이다. 폭포 아래에서 본다면 달라 보일것이다.






봄바람이 따뜻하고 평온했다.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4. 6. 18:57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179343

천재지변을 겪는 와중에 일본이 보인 ‘독도’ 관련 망발에 대해 한국정부나 한국인들의 감정은 매우 복잡해 보인다. 나 역시 매우 착잡한 심정이다. 그 착잡한 심정으로 미국에서 발견되는 지도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얼마 전, 스미소니언 아시아 미술 박물관인 프리어 갤러리(Freer Gallery)와 자연사 박물관(Smithsonian Natural History Museum)을 둘러보았다. 이 두 스미소니언 계열 박물관에서 동일한 지도에 각기 지명을 다르게 표기한 것을 확인했다.

현재 한국의 동해바다는 ‘동해(East Sea)’라고 한국 측의 지도에 표기가 되거나, 혹은 ‘일본해(Sea of Japan)’로 일본 측의 지도에 표기가 되고 있다. ‘동해인가? 일본해인가?’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외교적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결국 이번에 문제가 된 ‘독도’ 역시 이 동해바다 문제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들은 이런 외교적 분쟁이 될 만한 지역의 표기를 어떤 식으로 하고 있을까? 나는 세 가지 각기 다른 표기 방법을 확인했다.

첫째, ‘일본해(Sea of Japan)’. 프리어 갤러리의 아시아 불교 관련 전시장에서는 불교의 전파 내용을 소개하는 안내판에서 Sea of Japan이라고 표기했다. 이런 표기는 역시 이곳의 일본 병풍 전시실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둘째, ‘동해(East Sea)’. 프리어 갤러리의 한국 도자기 전시장의 안내판에는 동일한 바다에 대하여 East Sea라고 표기했다. 한국 관련 전시장이라서 표기에 신경을 쓴 것일까?

셋째, 표기 생략.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의 한국관에도 안내판이 있고,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이 지도에는 바다에 대한 표기를 아예 생략했다.

정리해보면, 프리어 갤러리에서는 아시아 관련 안내판이나 일본 관련 안내판에는 ‘일본해’로 표기하고, 오직 한국 전시장에서만 ‘동해’로 표기했는데, 결국 이 박물관에서는 일본해라고 두 번 표기하고, 동해라고는 한 번 표기했다. 자연사박물관의 한국관은, 그곳이 한국관 임에도 불구하고 어쩐 일인지 바다 이름 표기를 생략하고 지나갔다.

프리어 갤러리는 일견 공평한 듯 해 보이지만, 그들이 한국관이 아닌 곳에서는 일괄적으로 ‘일본해’로 표기를 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자연사 박물관의 한국관에서는 아예 ‘동해(East Sea)’라고도 표기도 안 한 것 역시 마음에 걸린다. 지도를 제작할 때 정보나 자료를 제공한 한국 측의 관련 단체는 어떤 역할을 한 것인가? 여러 가지 의문점과 생각들이 교차했다.

미국 내에서 동해를 Sea of Japan이라고 표기한 지도는 이곳 외에도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예일대 출판부 같은 유수의 대학 출판사가 제작한 책에도 Sea of Japan이라는 표기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현재 미국에 사는 나는 이런 문제들을 내가 개인 자격으로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일단은 자료 수집을 위하여 이러한 지도가 보이는 대로 사진을 찍어 모아두고 있다. 그런데, 어떤 방법이 체계적인 문제 해결 방법인지 알 수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다. 개인자격으로 사진파일들을 모두 모아서 박물관 책임자들에게 메일이나 서신을 띄우면 어떨까? 이런 고민도 해보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는 미국에서 살다가 혹시 어딘가에서 이런 지도가 발견되면 상세하게 사진을 찍고 알려달라는 부탁도 한다.

한일간의 동해를 둘러싼 영토 관련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고, 정부가 뚜렷한 원칙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민간차원의 노력도 애매해지기 십상이다. 어쨌거나, 이제 나는 내가 우리의 바다 ‘동해’와 ‘독도’를 위해 개인 차원에서 무엇을 실천할 수 있는지 많은 전문가에게 질문을 하고 조언을 듣고 싶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는 우리 개개인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체계적인 대응 방법을 의논할 때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차분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3. 12:11



제퍼슨 기념관  정면, 계단 앞에서 어느 노인을 발견했다.
노인은 휠체어에 앉아 계셨고, 추운 날씨 때문에 온몸을 모포로 감싸고 계셨다.
누군가가 노인의 휠체어 앞에 무릎을 굽히고 엉거주춤 서서 노인의 귀에 뭐라고 속삭이더니 곧바로 몸을 돌려 계단을 올라갔다.  노인은 휠체어에 앉은채로 손을 약간 움직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밝게 웃으셨다. 노인의 시선을 따라 나도 눈길을 돌리니, 계단 위로 노인의 가족인듯한 사람들이 올라가면서 연신 뒤를 돌아보는 것이 보였다.

그러니까,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는 휠체어에 앉아 계시고, 그를 모시고 온 가족들은 모처럼 소풍 나온 길에 제퍼슨 기념관 내부를 둘러보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노인은 벚꽃보다 환하게 웃으시면서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는 괜챦으니 안심하고 구경하고 오너라) 이런 메시지처럼 보였다.

가족에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할아버지는 행복해 보였다.  연신 뒤를 돌아보는 댓명의 사람들도 선량해 보였고, 쾌활해 보였다. 

인생은 짧다. 그리고 모든 것은 허망하게 끝 날 것이다.  하지만, 봄 날 꽃이 피어나고, 우리가 이따금 꽃밭에서 노는 일은 허망한 삶속에서 전광석화같은 기쁨으로 각인 될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3. 11:44




벚꽃 인파를 뒤로하고, 내셔널 몰에 도착.
(전에 스포츠 오쏘리티에서 겨울상품 떨이 판매 할때 두켤레에 2달러 주고 산 등산용 장갑을 요즘 아주 요긴하게 잘 써먹고 있다. 손바닥에 고무 무늬도 있어서 물건 잡을때 미끄럽지도 않고, 따뜻하고, 편안하고 아주 좋다.)


내가 아이들 데리고 어디든지 다닌다고 하면, 내 학생들이나 주위 친구들은 놀라는 편이다. "애들이 머리 크면 엄마랑 절대 안돌아 다니려고 그러는데 어떻게 그렇게 항상 함께 다니는건가?" 이런 질문들이다.

내가 원래 독재자 엄마라서 말 안들으면 '죽음'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알고 있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다닐때의 나의 전략은, 밖에 나갔을때, 아이들을 기쁘게 해줄만한 '먹을것'을 틈틈이 사 먹인다는 것이다.  우리집 애들은 내가 사주는 주전부리 얻어먹는 맛에 나를 따라다니다가, 마침내는 외출 그 자체에 대해서 기쁘게 받아들이는 행동 패턴을 갖게 되었다.  (애들이 순진한거지.).  간단하다, "찬홍아, 어디가서 뭐 사줄게 가자" 이러면 핫도그 하나 얻어먹으려고 천리길도 마다않고 가는것이다. 하하하

나는, 가방에 가지고 간 바나나와 두유를 먹었다. 난 핫도그 먹을줄 모른다. 핫도그는 내게 길거리에 떨어진 막대기와 같다. 내게는 음식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런 욕망도 못 느낀다. 참 희안하다.) 나는 내가 왜 그것을 못먹는지 모르는채로, 그러나 절대 입에 넣지 않는다.



핫도그와 레모네이드 한잔에 입이 찢어진 찬홍이.
뒤에 자동차 타이어 모양의 건물이 Hirshhorn Museum of Modern Art 이다.


마침 소나기가 쏟아지길래, 잽싸게 허시혼 뮤지엄으로 뛰어 들어가서 미술관 구경을 했다.  이것은 Minimalist 작가 Sandback 의 작품  http://americanart.tistory.com/870  페이지에 지난해 12월에 적은 작품 소개가 들어있다. 그때는 박선생이 찬조 출연을 했는데, 오늘은 그자리에 찬삐가 서있다.



아침부터 목이 아프다던 찬홍이는 갑작스럽게 열이 올라서, 미술관 3층 소파에서 30분 가량 잠을 잤다. 나는 혼자서 미술관 작품 구경을 했다. 사진도 찍고, 새로 발견한 것들도 많이 있다. 밖에 소나기가 그치고 햇살이 쨍하게 나길래 잠 든 찬홍이를 깨워가지고 나왔다.



소나기가 내린 후 오후 두시가 조금 넘은 시각. 다시 Tidal Basin 의 벚꽃동산
역시 쨍한 햇살 속이라 꽃이 더욱 눈이 부시다.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도 보기 좋았다. 천국 같았다.








 



그림을 그리는 남자. (우리 엄니도 모시고 오면 참 좋을텐데...)



이제 벚꽃 지대를 빠져나와 강변을 지나 집으로 가야 하는 지점.
바람이 거칠게 불어 머리가 미친듯이 날리고, 벚꽃들도 흩날렸다.


그리고, 갑자기 세상이 어두워지더니 머리위로 돌맹이같은 것들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빗방울인줄 알았는데, 그것들이 얼굴에 스칠때는 얼굴이 얼얼하게 아팠다.  왕소금 알갱이 같은 것들이 머리와 얼굴을 마구 때리고 바닥에도 흩어졌다. 아이구야, 내 평생에 우박을 제대로 맞아보긴 처음이었다. 우리들은 우산도 모자도 없었다. 미친듯이 달려가지고 다리 밑에서 우박을 피했다.

우박이 멈추는듯 하여 다시 다리를 빠져나와 조지타운으로 향하는데, 그 바람 쌩쌩부는 케네디센터앞에서부터는 막 장대비같은 소나기가 쏟아지는거다.  나는 비 맞아도 그만인데, 감기 때문에 열이 오르는 찬삐를 비를 마냥 맞힐수가 없어서 주변을 살피다가 워터게이트 빌딩에 불이 켜진 곳을 발견했다. 마침 1층 가로변 카페였다.  그래서 거기서 몸을 녹히고 뜨거운 차를 마시며 해가 다시 나기를 기다렸다.

카페의 창가 자리에서 길건너 케네디센터가 내다보인다.




따뜻한 카페 실내. 카페 이름은 Cup'a Cup'a 라는 곳이다. 하도 고마워서 이름을 밝혀둔다.
찬홍이와 내가 쏟아지는 비를 피해서 몸을 말리고 뜨거운 차를 마실수 있었던 곳.
찬홍이는 아주 괴로운 표정이었지만, 나는 찬홍이를 달래주었다,
"찬홍아, 소풍을 나가서 비도 맞고, 우박도 맞고, 이렇게 달달 떨고 다니다가 찻집도 발견하고, 이런 일도 나중에 돌아보면 무척 재밌고 웃기고 그렇다.  우리가 이 비가 아니면 이 유명한 워터게이트 빌딩에 무슨 볼일이 있어서 찾아 오겠니.  두고두고 오늘을 잊지 못할거다." 

사진속에, 저쪽 테이블에 모여 앉은 사람들도 나처럼 비를 피해서 뛰어 들어온 분들이다.


집에도 무사히 도착했고, 찬홍이는 타이레놀을 먹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나갔다 와서, 뜨거운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였다.  물론, 내게는 여러가지 근심거리들이 널려있다.  그래서, 요즘 근심거리에 치어 지내다가 내가 생각해낸것이 뭔가하면, 순간순간 아름다운 시간들을 만들어가면서 이 고통스러운 삶을 견뎌 나간다는 것이다.  비도, 우박도, 나의 추억을 아름답게 채색하는 장치일 뿐이다.  오늘 벚꽃 구경은 날이 흐려서, 소나기가 내려서, 우박이 쏟아져서, 내가 비에 생쥐처럼 젖어서, 그래서 더욱 근사했다. 내 삶 역시, 벚꽃구경처럼 살아내고 싶은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3. 11:10


조지타운에서 강변을 끼고 케네디 센터를 지나 가다보면, 링컨 메모리얼 직전에 나타나는 벚꽃 동산.



포토맥 강변의 벚꽃 군락지.
내가 이 장면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벚꽃과 수양버드나무가 함께 어루러져 있어서이다.
수양버드나무 역시 연두색 꽃을 피우고 있었다. 비록 고운 꽃처럼 보이지 않아서 꽃을 알아보는 이도 많지 않지만.
수채화같은 수양버들이 맘메 들었다.




빗물에 쓸려 내려온 쓰러진 나무들이 강변에 이리저리 널려 있었다.
아무리 비가 오고 천둥이 쳐도, 꽃은 때가 되면 피어난다.
고마운 일이다.




활짝핀 벚꽃동산에 검은 잠바를 입은 찬홍이의 표정이, 참 기묘하게 잘 어울린다. 제목은 '에뜨랑제' 정도가 되면 좋겠다.





FDR (프레데릭 루즈벨트 대통령) 기념관에 설치된 Georg Segal 의 조각작품, 제목은 Breadline. 미국 경제 암흑기에 빵 배급을 받기 위해 줄 서있는 서민들의 모습이다.  그 뒤에서 새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미국인들.

뒤에 모자를 쓴 남자는 스마트폰을 갖고 작동하는 시늉을 했다. 그의 친구가 "야, 포즈 좀 잘 잡아봐라"하고 핀잔을 주자, "나도 의도를 갖고 이 자세를 취한거라구. 오늘날의 사람들의 보편적인 모습을 담으려고 한거라구!" 하고 응수를 했다. 모자쓴 남자에게 한표.



우리 할아버지 같은 농부 아저씨의 손을 잡고 나도 기념 사진.




물에 비치는 워싱턴 마뉴먼트. 이 흰 기념탑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




제퍼슨 기념관
건물 안에 서있는 제퍼슨의 검은 실루엣이 정확히 잡혔다.



제퍼슨 기념관 앞, 벚꽃축제 행사장 앞에서 '비버' 차림의 사람이 사람들을 안아주거나 기념사진을 찍도록 해 주었다. 이 비버를 안아보니 무척 포근하고 정감이 갔다.




자, 내셔널 몰에 도착.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3. 10:53


날씨가 을씨년 스럽고 추웠다.  하지만 어제 찬홍이와 '워킹'을 나가기로 굳은 약속을 했으므로, 옷을 단단히 입고 집을 나섰다.  (찬홍이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군살을 쏙 빼고, 전의 날씬한 몸매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라서, 내가 워킹 나가자고 하면 군소리 없이 따라 나선다. 

Fletcher's Cove 로 가는 숲길에서 우리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것을 보고, 달리기 하던 어떤 아시안 신사가 "내가 사진 찍어줄까?"  자원 봉사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자기가 찍은 사진이 맘에 안든다며 여러장을 찍어주고는 또다시 달려서 가버렸다.  얼핏 영어 액센트가 일본계같았는데, 어쩌면 한국계일지도 모른다.  고마운 신사분이다.

조지타운 입구의 상징.  성벽 낭떠러지 앞에서 기념사진.




조지타운 입구, 찬홍이가 좋아하는 풍경속에서 기념사진.  수로에 물이 가득. 물빛이 참 예뻤다. 하늘은 흐리고 물빛은 짙은 초록빛이었다. 바다 같았다.



조지타운 하버.   사실, 조지타운의 스타벅스에서 각자 베이글과 뜨거운 차를 마신 후라서 날씨는 추웠지만 몸은 후끈했다.  찬홍이는 감기 기운이 있어서 표정이 벌써 피곤해보인다.  저기 보이는 둥근 워터게이트 건물을 지나, 케네디 센터를 지나 계속하면 링컨 메모리얼이 나오고, 우리는 내셔널 몰 지역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에 벚꽃축제의 메카, Tidal Basin 이 있다.




Thomson's Boathouse 앞.
뒤에 보이는 건물이 스웨덴 대사관 건물. 다리 뒤로 보이는 것이 수로.
바로 이 지점이 포토맥강에서 수로가 나눠지는 분기점이다. 여기서부터 강과 수로가 각자 제 갈길로 이어지는 것이다.
수로 시작 포인트. 0(zero) 마일 지점.



차를 세워두는 포토맥 애비뉴에서 이곳까지 한시간.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