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0. 10. 25. 23:17

 

 

일주일 사이에 오파운드 감량하고 득의양양

평소에 벨트 없이 입던 바지를 그냥 빨아서 입고 나왔더니 질~질 흘러내려서 대략 난감.

 

금요일 오후까지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마무리를 끝내고 퇴근했는데

토요일은 시체놀이(?)로 보내고

일요일 아침에는 침대에서 깨어났을때

잠시

기억 상실 모우드

-- 근데 여기가 어디지?

-- 여기가 어딜까?  (치매 걸린 분들이 아마 이런 증상일것이리라...)

-- 나 지금 어디있는거지?

-- 아아, 여기 내 방이구나

-- 여기가 미국이야 한국이야?

-- 나 왜 여기 이러고 있나?

-- 오늘이 언제지?

 

곰곰 생각하다가

컴퓨터 켜 놓고 보니 10월 24일이래.

달력 보니 일요일.

아하, 그렇구나.

 

옛날에, 우리 아빠 돌아가셨을때

삼일장 치르던 마지막날,

산소 근처 천막에 잠깐 누워서 깜박 잠이 들었었는데

그때, 깨어났을때 비슷한 경험을 했었지.

내가 어디있는지 전혀 모르겠는 증상.

 

한국에서 전화 와서 뭐 물어보길래

"왜 모두들 자기 일 하나 해결 못하고, 나한테, 나한테 묻는거야? 내가 한국 가서 그거 해결해줘야 해?"

이러고 소리소리 지르고...

소리소리 지르니까 기운이 나서

기운이 난 김에

집안 청소하고

빨래하고

쓰레기장으로 변한지 오래된 부엌 청소하고

 

 

아침에 찬홍이 맛있는 고기샌드위치 두개 만들어 보내고

나도 출근하여

오랫만에 카메라 앞에 앉아서 이리저리 표정 만들어보다가

--그래. 난 이 표정이야. 난 죽을때도 이 표정으로 죽어야 해.

--사람들이 의지할수 있는 자신만만한 표정. 이 표정에 속아서 결혼한 중생도 있는데. 일관되게 이 표정으로 사는거지.

 

입맛없고 기운없어서 워킹 못나가고 그냥 하루하루 견디고 있다.

뭐 곧 회복하고, 쌩쌩하게 돌아다닐 것이니~

만사는 잘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신이 특히 애지중지하는 착하고 귀염둥이이니까 (이거 내가 왕눈이한테 매일 하는 말인데...착하고 귀염둥이--문법에 어긋나지만, 그래도 '착하고 귀염둥이!' 라고 말한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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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