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1. 4. 2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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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마지막 토요일, 다가오는 30일에 포토맥 강변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일년에 단 하루 날을 잡아서 100킬로미터(60마일)를 걷는 행사를 하는 것이다.

조지타운의 톰슨 보트하우스에서 시작되는 C&O수로(Chesapeake & Ohio Canal)는 총 길이 184.5마일(296.9킬로미터)로 워싱턴 디씨에서 메릴랜드, 웨스트 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까지 이어진다. 주로 산업 운송수단으로 활용되던 이 수로는 기차를 비롯한 교통의 발달로 사라질 뻔 했다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오히려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명소로 탈바꿈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1974년부터 진행된 이 100킬로미터 걷기 행사는 2000년부터 50킬로미터 행사가 추가 되었다. 100킬로미터 팀은 새벽 3시에 출발하고, 50킬로미터 팀은 오전 10시에 중간 지점에서 이들과 합류하여 100킬로미터 도착점인 ‘하퍼스 페리(Harpers Ferry)’에 이르게 된다. 일년에 딱 하루 진행되는 이 ‘걷기’ 행사를 위해 미국의 각 주와 해외에서 150여명의 사람들이 와서 모인다고 하는데 올해에는 나도 작은 아들과 50킬로미터 걷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나의 최장거리 걷기 기록은 22마일이다. 총 거리 11마일인 Capital Crescent Trail 을 한번 왕복한 경험이 있다. C&O 트레일을 왕복 20마일 걸은 적도 한 번 있다. 대략 15마일 거리의 걷기는 이따금 혼자서 하곤 했다. 체인브리지 부근에서 시작하여 강변을 따라 걷다가 내셔널 몰 지역에 이르러 박물관 구경을 하고 혼자서 터덜터덜 걸어서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김삿갓’ 같은 한나절의 방랑을 혼자서 하는 것이 나의 달콤한 취미이기도 하다. 체인브리지 부근에서 시작하여 조지타운까지의 왕복 8마일 거리의 강변길은 내가 버지니아에 사는 동안 가장 자주 나가서 걸으며 걱정 근심을 강물에 흘려보낸 곳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하루에 30마일을 걷는 일은 내게도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다. 그것을 잘 해내기 위해서 나는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걸으러 나가고 있다. 근력을 키워서 나의 ‘작은 도전’을 성공시키고 싶은 것이다.

마라톤도 아니고 걷기 가지고 무슨 호들갑을 떠는가 하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미련 곰딴지’로 통했다. 행동이 굼뜨고, 운동도 잘 못하고, 특히 달리기를 하면 숨이 찼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과 고무줄놀이나 술래잡기 놀이하는 것 보다 혼자서 방구석에서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놀았다. 이런 내게 가장 자신 있는 운동이 ‘걷기 운동’이다. 걷기를 잘 한다고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저 오랫동안 천천히 걷는 일에 익숙한 편이다. 내게는 혼자 걸으면서 사색하는 일이 아주 기쁜 일이다.

미국의 초절주의 철학자 쏘로우(Henry David Thoreau)는 말했다. “나의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 생각이 흐르기 시작한다.” 시계추같이 매일 정해진 시각에 동네 산책을 한 것으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칸트. 그에게서 ‘산책’을 빼앗았다면, 그의 ‘비판론’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스승과 제자가 산책을 하면서 수업을 했다고 한다. 그것이 후의 ‘소요학파’의 모태가 된다.

걷기가 단지 사색에만 좋은 것은 아니다. 걷기는 우리 건강을 증진시키며 우리의 심성도 다스려 준다. 화가 날 때 나가서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오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분노가 가라앉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하루 날을 정해서 원없이 실컷 한번 걸어보는 것이다.

이 걷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미리 등록을 하고, 거리와 상관없이 일인당 45달러를 회비로 내야 한다. 돌아오는 차편이 필요한 사람은 미리 셔틀버스의 좌석을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http://www.onedayhike.org/ )에 안내가 되어 있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