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1. 4. 27.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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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뛰기 선수권대회에서 수년간 금메달을 받은 황제 벼룩을 유리 항아리 안에 가둔다. 이 벼룩의 최고 높이뛰기 기록은 70센티미터이고, 유리항아리의 높이는 50센티미터이다. 이 항아리에 뚜껑을 덮는다. 벼룩은 유리 항아리에서 나가기 위해 연신 점프를 하지만, 번번이 머리를 뚜껑에 부딪치고 만다. 시간이 흐른다. 유리항아리에서 뚜껑을 치운다. 벼룩은 이제 자유롭게 항아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벼룩은 유리항아리에서 나가지 못한다. 벼룩은 이제 더 이상 점프 하지 않는다. 

커다란 물고기가 있다. 이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커다란 수조에 이 물고기를 집어넣는다. 그리고 수조의 가운데에 유리벽을 세운다. 유리 벽 건너편에는 맛있는 작은 물고기들이 돌아다닌다.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다가갈 때 마다 유리벽이 번번이 그의 앞길을 가로 막는다. 시간이 흐른다. 유리벽을 수조에서 꺼내낸다. 하지만 큰 물고기는 꿈쩍도 않는다. 큰 물고기는 굶어 죽고 만다. 

개를 실험실에 가둔다. 그 실험실 바닥에는 전류가 흐르는 실선이 설치되어 있다. 실험실의 한쪽 벽은 개가 뛰어 넘을 수 있는 높이이다. 개를 도망가지 못하게 묶어 놓는다. 전류를 흘릴 때마다 개는 괴로워서 낑낑대며 담을 넘어 가려고 한다. 하지만 묶여있는 개는 담을 넘을 수가 없다. 개는 고통을 견뎌야만 한다. 시간이 흐른다. 묶어 놓은 개 줄을 풀어준다. 그리고 전류를 흘려보낸다. 이제 개는 담을 넘어 도망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개는 담을 넘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단지 그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무기력하게 견딜 뿐이다. 

여기 소개된 벼룩, 물고기, 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능력을 갖추고 있는 존재가 몇 차례의 시련을 거치면서 의기소침해지고, 스스로 무능하다고 판단함으로써, 장애가 사라진 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학자들은 ‘학습된 무기력증(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해석한다. 사실 위에 소개된 벼룩이나 물고기, 개가 신체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다. 그들의 신체는 멀쩡했다. 그들이 다친 것은 ‘마음’이다.

그런데 이것이 위에 소개된 동물들에 한정된 현상일까. 사람은 어떠한가? 사람은 무기력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자기 파멸 행동까지 하게 된다.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거나 죽이는 것은 천재지변이나 피하기 힘든 사고가 아니다. 우리 주변의 아주 작은 실패와 좌절의 경험들이 우리를 서서히 병들게 하고 죽이기도 하고 그런다. 

얼마 전, 대학 입학에서 쓴 잔을 마시고 커뮤니티 칼리지를 거쳐서, 자신이 희망하던 대학으로 편입을 했던 내 큰 아들 이야기를 소개한 적이 있다. 아들이 군 입대를 위해 한국으로 갔는데, 일단 ‘카투사’라는 부대에 들어가려 했다가 ‘추첨제’에서 낙방을 하고 말았다. 통역병을 해보겠다고 시험을 쳤는데 준비가 안 되어 역시 미역국. 그래서 일반병으로 곧 입대하게 된다. 통역병 시험에 낙방을 한 날, 녀석이 울면서 서울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엄마, 난 왜 하는 일마다 번번이 안 되는 거죠? 난 뭐든지 시원하게 되는 것이 없어. 엉엉” 

전화를 받는 엄마의 마음도 한없이 무너진다. 하지만 나는 웃으면서 벼룩과 물고기와 개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네가 받았던 상들, 네가 잘 해냈던 시험들, 너의 영광스런 순간들을 기억해라. 너는 현재 아주 잘 해내고 있고, 시련은 너를 큰 사람으로 키워줄 것이니 안심하고 지금 이 순간을 견뎌라.” 니체가 남긴 말이라고 하던가, “죽지 않으면 강해질 것이다(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전화통을 붙잡고 울던 아들은 주중에는 회사에 나가 인턴으로 일하고, 주말에는 막노동 현장에 가서 노동자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입대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노동자 친구들과 일 할 때 삶의 희열을 느낀다는 참 건강한 청년. 나의 아들. 나는 녀석이 자랑스럽다.


2011,4,27  이은미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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