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1. 4. 13. 19:08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180917

글쎄, 아들아, 네게 해 줄 말이 있구먼.
나한테 인생은 수정 계단같이 화려하지 않았지.
못과 가시가 튀어나오고, 판자는 깨지고,
카펫도 깔려있지 않은 맨 바닥이었어
하지만, 그래도 난 늘 계단을 올라갔어.
계단참에 도착한 후에는 모퉁이를 돌았지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들어 설 때도 있었구먼.
그러니 아들아, 돌아보지 마라.
좀 어려워 보인다고 해서 계단에 그냥 주저앉으면 안돼.
지금 넘어지면 안 된다.
왜냐하면, 아가야, 이 어미는 아직도 올라가고 있는걸
어미는 아직도 계단을 오르고 있어.
그리고 나의 삶은 수정계단이 아니었단다.

Well, son, I'll tell you:
Life for me ain't been no crystal stair.
It's had tacks in it,
And splinters,
And boards torn up,
And places with no carpet on the floor --
Bare.
But all the time
I'se been a-climbin' on,
And reachin' landin's,
And turnin' corners,
And sometimes goin' in the dark
Where there ain't been no light.
So boy, don't you turn back.
Don't you set down on the steps
'Cause you finds it's kinder hard.
Don't you fall now --
For I'se still goin', honey,
I'se still climbin',
And life for me ain't been no crystal stair.


미국 흑인 문학계의 별과 같았던 시인 랭스턴 휴즈(Langston Hughes, 1902-1967)의 ‘엄마가 아들에게(Mother to Son)’라는 시이다. 미국 중학교 교과서에 시 전문이 실려서 교실에서 이 시를 읽고 토론을 하는 일도 있다. 영문 원시를 읽어보면 아주 평범한 흑인 엄마가 아들에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형식이다. 나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나의 삶도 수정 계단이 아니니까.

3년 전, 2008년 4월은 내게 아주 혹독한 계절이었다. 우리 집 큰 아이가 대학 입학 허가서를 못 받았기 때문이다. 꽃은 미칠 듯이 피어나는데, 우리 가족들 모두 지옥의 어둠 속에 빠진 듯 했다. 몇 가지 해결 방법을 고민하다가, 큰 아이에게 제안 한 것이 커뮤니티 칼리지 입학이었다. “엄마가 알아보니, 커뮤니티 칼리지에 가면 여러 가지 좋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더라. 오바마 대통령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콜럼비아 대학으로 편입 한 사람이야.”

나는 큰아이가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는 2년간 출퇴근을 하면서 내 차에 아이를 통학 시켰다. 첫 학기에 아이는 무척 괴로워했다. 다른 친구들은 큼직한 대학으로, 기숙사로 모두 떠났는데, 자신은 엄마의 차를 얻어 타고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닌다는 열패감이 아이를 몹시 괴롭힌 듯 했다. 첫 학기를 죽을 듯 괴로워하며 보낸 아이는 두 번째 학기부터는 학교에서 친구도 사귀고,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면서 자신의 학교에 애정을 표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학기에는 편입 희망하던 대학들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기 시작했고, 네 번째 학기를 마치고는 자신이 희망하던 큼직한 대학으로 편입을 했다.

아이가 지옥 같은 어둠 속을 헤매던 그 첫 학기에,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괴로워 울기도 여러 번. 무조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했다. 그 당시에 나는 이 시에 나오는 엄마처럼 아들에 대한 나의 꿈 그리고 내가 살면서 실패하거나 넘어졌던 일화들을 들려주며, 이 시련을 어떻게 영광스럽게 마무리 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하곤 했다.
아이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자신감을 회복하고 그리고 결국 웃으면서 엄마의 품을 떠났다. 덕분에 우리는 아이의 대학교육 2년을 ‘'헐값’에 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야, 네가 효자다. 학비 비싼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싸게 공부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치하를 하곤 한다. 돌아보니 모든 것이 은혜로웠다.

남들이 번듯한 대학의 기숙사로 떠날 때, 희망학교에서 입학허가를 못 받았기 때문에 커뮤니티 칼리지로 가는 학생들의 기분이 어떨지 나는 잘 아는 편이다. 그 부모님의 마음이 어떨지도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이미 겪어본 입장에서 웃으면서 말씀드릴 수 있다. “커뮤니티 칼리지가 학비도 싸고 정말 좋아요. 계획을 잘 짜서 착실히 공부하면 졸업 전에 원하는 큰 대학으로 편입을 할 수도 있어요. 절대, 절대, 절대 좌절하지 마셔요!”



***

한정된 글자수 안에서 글을 쓰느라 생략하고 지나갔는데, 블로그에서 첨가를 하자면,

실의에 빠진 사람, 실패의 기억에 짓눌려서 자신감을 잃은 사람  (self-confidence가 바닥에 내려간 사람)의 경우 무기력감에 빠져서 눈앞에 해결점이 보여도 아무것도 안하는 수가 많고, 행동화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렇게 무기력감에 빠진 사람을 지도하거나 돕는 방법은 :

1) 아주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눈앞에 생생하게 보여줘야 한다
2) 해결의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하여 제시해줘야 한다.  그러니까, "공부만 열심히 하면 잘 할수 있어"라고 말해봤자 소용없고,  


    1. 집근처에 무슨 무슨 학교가 있는데
    2. 일단 거기 카운슬러를 만나보는거야
    3. 카운슬러와 학업계획을 짜보는거야
    4. 첫학기에는 뭐가 되어 있어야하고
    5. 두번째 학기에는 뭐가 되어 있어야 하고
    6. 프로세스는 이러저러해. 생각보다 간단하지?
    7. 이렇게 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 그 중에 누구를 알고 있는데 만나볼까?

자 그러니 우선 오늘은 학교 웹사이트부터 좀 들여다보고... 이런식으로 구체화시켜야 한다. 이렇게 차근차근 밟아 나가다보면, 그 사이에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더 큰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전에, 학교에서 어떤 학생이 '히스테리' 증상을 보인 적이 있었다. 시험을 앞두고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 아래서 예기치 못한 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그때, 학생과 마주 앉아서 내가 했던 일:

  1. 현재 당신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뭐지? 한번 정리좀 해볼까?  학생을 안정 시키고, 종이위에 그의 문제들을 적어 나갔다.  개인 삶이 힘든 부분, 학업하는데 힘든 부분, 짓누르는 걱정거리, 기타 문제들
  2. 문제점을 다 적은 후에 이것들을 몇가지로 분류를 했다. (ㄱ) 해결 가능한 문제들 (ㄴ) 어쩔수 없는 문제들 (ㄷ) 애매한 문제들
  3. 해결 가능한 문제들을 다시 두가지로 분류했다. (ㄱ) 사실은 간단히 혼자 해결할수 있는 것들 (ㄴ) 누군가의 조력이 필요한 것들.


일단 문제 상황들을 말로 설명하고 종이에 적어보는 과정에서 학생은 많이 차분해졌다.  그중에서 나는 해결 가능한 문제들을 들여다봤다.  실질적으로 교수인 내가 도와줘서 해결할수 있는 문제도 있었고, 주변 학생들이 도와주면 될만한 문제도 있었다. 시간이 필요한 문제들도 있었다.

그래서 일단 해결가능한 것들을 정리하고 내가 도와줄것은 나도 메모를 하여 처리를 해주고, 주변 학생들의 도움을 청하고,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는 없으나 마음의 응원을 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상황이 지나고나자  학생은 일시적으로 '패닉'에 빠졌던 것을 스스로 부끄러워했다.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구먼. 우리는 모두 나약한 존재들이고, 우리는 때로 '나 죽겠다'는 최후의 몸짓을 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때 조금만 도와줘도 잘 견디고 넘어가는 것이다.  '나 죽도록 힘들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꾹참고 죽는것보다 훨씬 좋다. 그런데 모든것이 한꺼번에 밀려오듯 혼란스러울때, 그럴때는 스스로 문제들을 객관화 시키고, 해결 가능한 것 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도록 누군가 곁에서 도와주면 좋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