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1. 4. 11. 03:18



날이 잔뜩 흐렸지만, 비가 예보되지 않아서 아침에 터키런 파크로 향했다. 일단 American Legion Bridge 까지 다녀 온 후에 위의 지도에 보이는 트레일을 한바퀴 돌았다.  날이 선선하고, 촉촉하고, 그리고 강물이 콸콸 소리를 내며 흘러서 산책하기에 즐거웠다.

터키런 주차장 C 구역 (입구에서 첫번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이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왼쪽으로 2마일 거리에 American Legion Bridge 가 있다. 거기까지 다녀오면 왕복 4마일.  여기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도 되고, 산책이 즐거울땐, 강변 길을 내쳐 걷는것이다. 이 강변길은 Potomac Heritage Trail 의 일부이다. 오늘, 걷기에 최상의 날씨라서 양쪽을 다 걸었다.


나무에 표시된 색깔을 Trail Blazing 이라고 한다. 하이킹 하는 사람들을 위한 표시 체제이다.  아래 노란색은 Turkey Run Park 영역을 알리는 표시이다. 위의 푸른색은 Potomac Heritage Trail 영역을 알리는 표시이다.  그러니까 이 두가지 가 공존하는 구간은 상이한 트레일이 이 구간에서는 함께 간다는 뜻이다.  그러나가 길이 갈라지면 한가지 색깔만 표시 된다.

그러니까 숲에서 헷갈릴때는 자기가 따라오던 색깔의 트레일 블레이징을 따라 가면 된다. 그러면 원래 계획했던 트레일 선상에 있게 된다. 색깔을 바꾸면, 새로운 트레일에 들어서게 된다.




오늘도 여러가지 야생화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제비꽃.  내게는 보라색, 연보라색 제비꽃은 익숙하지만, 노란색 제비꽃은 처음본다.  터키런 숲에는 노란 제비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American Legion Bridge 아래 도착. 다리의 교각 부분에 낙서를 한 것이 근사해보여서 사진에 담아왔다. 낙서 부근에는 맥주병들이 널려 있었다.  와서 이런 낙서 하면서 맥주도 마시고 유쾌하게 떠들고 했을 것이다. (만약에 맥주를 마시는 것이 경찰 눈에 띄면 티켓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의 공원에서는 알콜 음료가 금지 되어 있으므로.)







 






새싹들이 돋아나는 숲이 마치 연두색 안개에 휩싸인것 처럼 보였다. 희끄므레한 연두빛 연기가 숲을 감싸고 도는 듯한 느낌. 그런 광경을 카메라에 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세상이 정말로 존재 한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파스텔로 그린듯한 몽환적인 세상이 실제로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길 걷다가 야생화를 관찰하는 두 신사를 만나서 이야기를 잠시 나눴다.  이분들은 책을 보거나 자신들의 자료를 확인해 가면서 숲에서 발견한 식물의 정체를 파악해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몽환적인 숲에 모여 서서, Virginia Bluebell 꽃들이 평소보다 2주 정도 일찍 피어났다는 환경 기사와, 터키런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식물들과, 뭐 그런, 서로 아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 신사들은 책을 보고, 수첩에 스케치를 하고, 메모를 하는 식으로 기록을 쌓아가고 있었다.  나는 주로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가 나중에 웹에서 자료를 찾아서 이름 정도를 확인하는 식이다. 이 신사들이 내가 평소에 궁금해 하던 식물들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그래도, 내가 제법 똘똘하게 아는척을 하자, 자신들의 책을 사진찍어 가라고 내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메릴랜드에 있는 모 자연과학 단체에 가입할것을 권유했다. 하하하.  내가 구글을 뒤져보고 관심이 생기면 가입하겠다고 대꾸해 주었다. 나는 숲을 다니면서 혼자서 두리번 두리번, 새가 보이면 새 구경하고, 꽃이 보이면 꽃 들여다보고, 물이 흐르면 물 소리 듣고 그러면서 실컷 노는 스타일이다.  집요하게 어떤 대상을 관찰할 의사는 별로 없다.  그냥 이런 준 전문가들에게 귀동냥을 하는 것이 즐겁다.




숲에있는 모든 대상들이 내게는 기쁨의 원천이긴 하지만, 내가 꽃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이 이끼이다. 나는 이끼를 들여다보거나 손끝으로 만져보는 일이 즐겁다. 이끼가 어찌나 부드러운지...  오늘도 이끼 사진을 찍다가 문득 발견한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이 융단같은 나무 이끼들은 대략 지상에서 3미터 이상은 못 올라가는 것 같다. 나무 이끼들을 보면 대략 내 키 높이에서 확장을 멈춘다. 아주 특별한 경우 내 키 두배 높이까지 올라간 이끼도 있다.

내가 추측하기에 이끼의 종류도 아주 많을테니까, 내가 특히 좋아하는 이 이끼의 생육조건은 사람 키 높이 정도이고, 아마도 다른 종류의 이끼들이 더 높은 곳에서도 생존 할 것이다. 종류별로 생육 조건이 다를 것이다.



지난 금요일에 리버밴드 파크에서 버지니아 블루벨 군락을 보았는데, 터키런에서도 길가에 이 푸른 버지니아 블루벨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마도 다음주쯤이 피크일테고, 그 이후엔 다 시들어 떨어질 것이다.

이 꽃은 대개가 푸른색인데, 이따금 연분홍색 꽃도 보인다. 그것이 신기해서 찍어봤다.







아 숲에서, 강물 흐르는 소리 들으며 혼자서 잘 놀았다.  하지만, 자연 관찰하는 신사들과 만나서 유쾌한 대화도 하였고, 지나치는 개들이 연신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겨주었으며, 새들이 쉼 없이 노래를 불러주어서 혼자 에덴동산에 다녀 온 기분이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