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1. 1. 12. 22:49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140947




지난해 11월, 애리조나 주립대 학생인 브라이언 밸린저 (Balenger)는 믿어지지 않는 연락을 받았다. 며칠 전 기차역에 놓은 채 자리를 떠나서 잃어버렸던 가방의 주인을 찾는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가방 안에는 그가 자동차를 장만하기 위해 마련한 현금 3300달러가 들어있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그 가방을 발견하여 신고한 이가 노숙자, 영어로는 ‘홈리스(homeless)’로 생활하는 사나이였던 것이니, 그의 이름은 데이브 탤리(Dave Talley). 데이브는 4년 가까이 집 없이 떠돌고 있었다. 현금이 들어 있는 가방을 발견했을 때, 그는 분명 유혹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가방이 주인에게 돌아가길 원했다.

이 소식이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감동한 시민들이 성금을 보내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그가 돌려준 3300달러를 상회하는 성금이 답지했고, 그는 직장까지 얻게 되어 ‘홈리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돌아갈 집이 있고, 그를 기다리는 직장이 있는 그런 삶.



요즘은 ‘천부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소개되어 유튜브의 스타가 된 사나이가 화제다. 테드 윌리엄스(Ted Williams)는 14년이 넘도록 자질구레한 사고를 치고 유치장을 드나들며 노숙자로 살아왔다. 마약과 술이 그의 타락의 원인이었던 듯 하다. 오하이오의 컬럼버스시에서 그는 ‘신이 선물한 목소리를 갖고 있다’는 설명서를 목에 건채 구걸을 하며 지낸 지도 2년이 넘었다. 어느 날 지역 기자가 그에게 제안한다. “목소리가 정말 좋다면 1달러를 주겠소.” 그리고 이때 보여준 테드 윌리엄스의 너무나도 매력적인 코멘트가 유튜브에 올려지면서 그는 홈리스 역사상 전례 없는 스타가 되고 만다. 어느 텔레비전 쇼에서 그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술과 마약으로 방탕한 생활을 해서 내 삶을 망가뜨렸지만, 이제 마약에서 벗어난 지 4년이나 돼요!” 그는 분명 우연히, 기적적으로 걸인에서 ‘스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마약의 늪에서 빠져 나와 4년간 버틴 일 역시 내게는 기적처럼 보인다. 이는 그 스스로 노력하여 일궈낸 기적일 것이다.


지난 연말, 한국에서는 ‘맥도널드 할머니’라는 분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십 여 년 동안 트렌치코트를 단정하게 입고, 고운 은발을 멋스럽게 빗어 올리고 꼿꼿한 몸가짐으로 커피 전문점과 맥도널드 매장, 교회를 시계바늘처럼 규칙적으로 오가며 하루를 보내는 집 없는 여성. 그이가 불문학을 전공했고, 외무부에서 공무원으로 20여 년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것과, 오늘도 여전히 국내 신문과 영자신문을 읽고 영어로 일기를 쓴다는 것도 화제가 되었다.

그는 집 없이 떠돌되, 그가 상정한 사람으로서의 자존감을 포기 하지 않고 지루하고 고단한 시간을 버텼으리라. 그이에 대한 소식은 모 방송국에서 그를 밀착 취재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이는 사회단체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몸을 맡기기보다는 독립적인 삶을 희망했다. 이분의 근황이 궁금해 웹을 찾아봐도 딱히 시원한 기사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이 추운 겨울에 트렌치코트 깃을 세우고 어느 매장 구석에 앉아 추위를 피하고 있을 듯 하다. 맥도널드 할머니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은 것일까?

나는 집 밖에서 잠을 자 본 적이 한번도 없다. 심지어 텐트에서 야영을 한 적도 없다. 저녁이 되면 서둘러 집으로 가야 안심이 되는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그런 내게 집 없이 거리에서 지낸다는 일은 ‘다른 별’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거리에 나가보면 분명 집 없이 떠도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위에 소개된 분들의 일화에서 이분들이 나하고 한 치도 다를 바 없이 생각하고, 고통 받고, 그리고 자신과 싸우며 인간으로서 하루하루 견디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가진 것 모두 잃었을 때, 내가 그들만큼 용기 있게 삶을 지탱 할 수 있을까? 새삼 묻게 되는 것이다. 겨울바람이 차다. 문밖은 더욱 추울 것이다.

이은미 2011, 1, 12

Posted by Lee Eunmee
Diary/Life2011. 1. 9. 04:06




지팔이 녀석은 떠나기 전 날 밤까지 친구 만나야 한다고 돌아다니고, 그리고는 밤새워서 부엌과 거실을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다.  (도대체 훤한 불빛과 달그락대는 소리 때문에 내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공항에 네시반에는 도착을 해야 해서 나도 자는둥마는둥하다가 세시반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나갈 채비를 했는데,  이놈은 밤새 무슨 멕시칸 음식을 만들어 놓았다.  (찬홍이 먹으라고.)

새벽에 떠나기 전에 왕눈이 끌고 나가서 산책시키고, 집 떠나기 전에 한장.

나: 야, 지팔아 너 한국 가면 이년 반쯤 후에나 미국에 돌아 올텐데, 그때 왕눈 할아범이 살아 있을까?
지팔: 오늘 보는게 마지막이 아닐까요?
나: 염려 말아라, 왕눈이는 완전 '건강남'이니까 잘 살아있을거다. 그 전에 내가 한국에 들어갔을지도 모르지.
지팔: (왕눈이에게) 왕눈아, 왕눈아, 이 놈아, 너는 내가 간다는데 잘 가란 말도 안하냐?

왕눈이와 지팔이는 우리가 함께 살아온 6년이 넘는 세월동안 '앙숙'으로 지냈다.  왕선생이 일방적으로 지팔이를 무시했다. 으르렁대거나 물으려고도 했다. 언젠가 지팔이한테 으르렁대다가 뺨에 한번 이빨자국을 낸 적이 있다. 지홍이 뺨이 긁힌듯 핏자국이 약간 생겼다.  왕눈이는 그날 나한테 죽도록 맞아 터졌다.  그 후에는 함부로 이를 드러내지는 않는데, 그래도 지팔이와는 늘 으르렁댄다.  아웅다웅하면서 정이 들어버려서 줄창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았다.

오죽하면, 지팔이의 소원이, "나도 나중에 돈벌면 강아지 한마리 사가지고, 내가 오냐 오냐 키울거다. 왕눈이 너떠위는 쳐다보지도 않겠다" 이런거다.  다른 개를 더 사랑하는 식으로 왕눈이에게 복수하겠다는 것이다. 그 발상이 참 애처로워서 내가 웃고 만다.  그렇게 지팔이는 왕눈이를 위한다. 일방적 짝사랑이라도 왕눈이를 잊을수는 없다는거다.

내가 잠 안와서 뒤척거리며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듣다보니 지팔이와 왕눈이가 두런거리는 소리도 난다. 이런 식이다.

지팔이: 왕눈아 왕눈아, 너 내가 가면 어떻게 살지?
왕눈이:  갔다가 빨리 와 이놈아
지팔이: 너 내가 어디가는줄 알아?
왕눈이: 너 이녀석아 기숙사에 가는거쟎아. 까불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지팔이: 왕눈아, 나 한국가는거야.
왕눈이: 한국은 또 뭐냐? 맛있는거냐?

지팔이와 왕눈이가 대화를 한다고?  그렇다. 우리 식구들은 이런 식으로 왕눈이와 대화를 한다. 왕눈이를 데리고 앉아서 혼자 일인 이역으로 종알대는 것이다. 지팔이와 말상대를 할때 왕눈이는 늘 이놈아 저놈아 이런식으로 지팔이를 부른다. 건방을 있는대로 떤다.  아마 우리 식구들은 이런식으로 약간 정신나간 일인이역 쇼를 하면서 이 미칠것같은 세상을 견뎠을 것이다. 왕눈이는 말하자면, 우리들의 카운슬러였던 셈이다.

식구들이 두명이 한국으로 가버리고, 왕눈이는 시무룩하게 누워있다. 어제 나는 온종일 침대에서 자거나 깨거나 또다시 잠드느라 꼼짝도 안했는데, 그렇게 24시간을 보내고 나와보니 왕눈이가 식당 구석에 상태가 안좋은 똥을 싸 놓았다. 지금은 멀쩡하다. 왕눈이가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우리 말을 대개는 다 알아듣고 있을 것이다. 왕눈이는 그리워도 그립다는 말을 못하니 참 답답하겠다.





지팔이놈이 어질러 놓고 간 부엌이며 거실을 두시간 걸려서 말끔히 치웠다. 각자 열심히 살아야 하는거다.

'Diary >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둥 번개가 무서운 왕눈이  (0) 2011.04.25
왕땡이의 변신  (2) 2011.04.20
My Granny Squares 조각 뜨개 이불  (4) 2010.11.22
Life is Good  (0) 2010.10.25
왕땡이를 위하여  (2) 2010.08.06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1. 6. 12:53
















WednesdayColumn 카테고리는 지난해 8월부터 모 일간지에 수요일마다 실리는 2,000자 칼럼을 모으는 곳이다. (편집자가 딱 2000자로 적어 달라고 해서, 매주 2000자를 정확히 맞추려고 애를 쓰고 있다. 대개 3000자쯤 적은 후에 1000자쯤 날려버리는 식이다. 글을 간결하게 쓰는 연습을 하게 된다.)  가끔 보면 내 글이 LA 지역의 일간지에도 소개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글에 상이한 타이틀이 달리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지켜만 보고 있다.  내가 글을 쓰고 타이틀까지 달아서 보내면, 워싱턴의 편집자가  타이틀을 바꾸거나 혹은 내가 보낸것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해서 신문에 싣는다.  나는 편집자의 입장을 이해하기 때문에 타이틀의 변화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때로는 편집자가 달아 놓은 타이틀이 훨씬 내 맘에 들기도 하고 그렇다.  LA에서 내 글을 가져다 쓸때에는 글의 일부가 잘라지기도 하는데, 내 본래 의도가 크게 훼손된 경우를 아직 못 보았으므로 그냥 지켜 보고만 있다.

집에서는 신문 스크랩을 해 놓았는데, 그래도 야금야금 쓴 것이 꽤 모였다. 불특정 주제의 잡문이라서 신경을 안 쓰고 지냈는데, 그래도 칼럼 카테고리에 정리 해 놓으면 나중에 자료화 할 때 편리할 것 같아서, 그리고 한국 식구들이 애써서 찾아보지 않아도 되도록, 내가 블로그에 모아 보기로 했다.

나는 정치 사회적으로 시사성이 강한  글을 안쓰려고 작정했는데, 관심이나 생각이 없어서는 아니고,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바람소리나 꽃이 피는 소리, 청개구리가 폴짝 뛰는 소리, 물고기가 즐거워서 물위로 점프하는 소리, 그런 미세한 소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좀 재미있는 현상은, 내가 제법 정치적, 사회적 이슈가 되는 글을 쓰면 그 글은 페이지의 머리 부분에 편집이 되고, 그 외의 글을 적으면 페이지의 하단에 편집이 된다는 것이다.  신문 면 편집자들은 정치 사회적 글은 머릿 기사가 될 만하고, 삶과 관련된 글은 대충 아무데나 편집해 실어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신문 편집을 한 어두운 과거가 있으므로 편집자의 머릿속 그림을 아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런데 지금으로서는 그런 모든 일들이 부질없어 보인다는 것이지.  그래서, 지금은 볕 좋은날 물속의 송사리떼를 들여다 보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



http://search.koreadaily.com/search_result.asp?sch_col=all&query=%C0%CC%C0%BA%B9%CC+%B1%B3%BC%F6&revjamo

위 링크에 내 글이 차곡차곡 실려있는 편이다. 매주 즐거운 일 만 적을수 있기를 희망한다. 읽는 사람이 행복할수 있도록.

내 제자는 칼럼에 실리는 내 사진이 불만인 모양이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예쁜데, 왜 이 사진을 싣느냐고 한다. (이렇게 말한다고해서 내가 점수를 더 잘 주는 것도 아니다) 아무튼 더 예쁜 사진도 많은데 왜 하필 이렇게 평범한 사진이냐고 불평을 한다. 그래서 내가 그 친구에게 대답해줬다, "사람이 인물이 너무 좋아도 못 쓴다. 그냥 평범하게 생기고, 눈에 안 띌 정도로 보기에 좋으면 된다. 내가 이 실력에, 이 인격에, 미모까지 대단한 줄 알려져봐라, 내 인생 얼마나 피곤해지겠는가? 은인자중해야 하는거지."  사실 그렇다. 가인박명이다. 나 때문에 나라가 뒤흔들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경국지색). 나의 애국심을 누가 따르랴.

내 칼럼을 가장 열독하시는 분은, 워싱턴지역의 호랑이 사범님, 용인 태권도 관장님이시다. 관장님께서는 내 칼럼을 통해서 나의 근황을 세밀히 체크하신다. 그리고 응원을 보내주신다. 하하하. 우리 지홍이 찬홍이의 영원한 사범님 이시다. :)  관장님께서는 지홍이가 군대에 가서 고생할까봐 노심초사 하시는 중이시다. 아이들이 관장님의 사랑속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주었다.

우리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아마도 매주 열심히 내 글을 찾아 보셨을것이다. 내가 쓴 글은 토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반드시 '여기 틀렸다'고 잔소리를 하셨었으니까.  어릴때는 칭찬은 안하고 야단만 치는 아버지가 불만이었는데, 토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깊은 애정이었는지를 나는 몰랐던거다. 나는 바보였던거다.

글을 잘 써보겠다.  지면 낭비가 안되도록. 기쁨으로 가득찬 글을.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 5. 09:11

뉴스위크 10월 10일-17일자 (오늘 배달된 다음주 뉴스위크) 표지기사는 우리의 '뇌'기능을 어떻게하면 활성화 시키거나 발달 시킬것인가를 논하고 있다.  기사의 전반부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상상하는 '기억력증진' 관련 오해들을 언급하고, 담배의 니코틴의 긍정적 기능도 소개가 된다.  재미있는 내용들이 소개가 되는데, 간략하게, 기억력이나 문제해결 능력등 전반적인 뇌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세가지 방법. (너무 상식적이라서 그만 실망스러워지기까지 하지만, 원래 진리는 평범한데 있는거니까.)

첫째: 하루 45분, 일주일에 3회 이상의 걷기와 같은 단순한 유산소 운동이 기억이나 수행능력을 증진시켜준다고 한다.

둘째: 명상이 집중력이나 감각기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걸으면서 명상하면 일석이조겠다. 각종 종교의 기도의식도 이에 해당되겠다)

셋째: 비디오게임이 정신적인 신속성이나 유연성, 문제 대처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참고로 크로스워드 퍼즐과 같은 게임은 '전이'가 일어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그거 백날 해 봐야 크로스워드 퍼즐을 잘 푸는 능력외에 다른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해결' 관련 게임은 전이성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 게임을 하다보면 관련 기능이 일반적인 영역에까지 확장된다는 말이다. 

외국어 공부나, 전혀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 이런 것들이 우리의 뇌를 활발하게 유지시켜준다는 상식은 '정설'에 가까운 것으로 논의가 된다.  다음주 기사라서 현재 웹으로는 볼수가 없을것이다. 나중에 웹에 뜨면 연결하겠다.

lem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Springkles Cupcake, Goergetown  (0) 2011.03.13
포토맥강, 조지타운의 봄 (2011)  (0) 2011.03.12
Potomac: A November Morning  (0) 2010.11.15
[산책기록] 2010년 4월--> 10월 현재  (10) 2010.11.14
Brain Fruit: "Osage-Orange"  (2) 2010.11.09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0. 12. 31. 11:52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135012
어제 나는 울었다. 내가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었지. 어제는 정말 엉망이었어. 그래서 아마도 하느님이 매일 새 날들을 만드나 보다. 오늘도 배는 고프지만…’

흑인 십대 소녀 클래리스는 미혼모의 가정에서 학대 받으며 자라났고, 근친에게 강간당하여 애를 낳고, 또다시 임신을 했고, 에이즈에 감염된 채로 살고 있다. 뚱뚱하고 못생겨서 주위 또래들의 조롱을 받고, 사방을 둘러봐도 친구가 없다. 그날 아침에도 클래리스는 끼니도 굶은 채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비참한 나날들을 반추하면서 혼자 중얼거린다, 하느님은 인생이 너무나 비참하기 때문에 매일 ‘아침’을 선물하는 것 같다고. 2010년 아카데미 시상식장을 뒤흔든 영화 ‘Precious’에서 주인공 프레시어스 클래리스가 주린 배를 안고 내뱉는 독백이다. 길고 어두운 밤이 지나면 이 세상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아침은 밝아온다. 그러면 우리는 어둠을 잊고 다시 기운을 내어 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태양의 아이들이니까.

시간이란 개념을 처음 생각해 낸 사람은 누구였을까? 흐르는 시간의 단위를 계산해내고, 하루, 한달, 일년이란 이름을 붙이기까지는 긴 세월이 흘렀을 것이다. 인간은 하루하루 흘러가는 날들과 지구의 자전, 공전 주기를 엮어,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일년으로 나이를 셈하게 되었다. 지구는 공전을 반복하지만, 우리의 삶은 반복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 (Heracleitos)의 말처럼, 시간을 되풀이 하여 살 수는 없다. 해는 매일 떠오르지만 우리의 매일은 새롭다. 반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비참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흑인 소녀 클래리스는 생각한다, 매일 새로 열리는 아침은 절대자가 만들어낸 선물이 아닐까 하고.

2010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나의 한 해를 돌아보니, 기쁜 일도, 힘겨운 일도 많았다. 한 해를 전쟁 치르듯 보낸 것 같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공들인 일이 수포로 돌아가는 불운도 겪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온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린 시절, 우리 남매들이 모두 초등학생 중학생이던 시절, 아버지는 어느 겨울밤에 우리들을 모아놓고 종이를 한 장씩 주셨다. “이 종이에 일년간 잘했던 일, 잘 못 한 일을 적고, 그리고 내년의 희망을 적어보아라.” 우리들은 무릎을 조아리고 앉아서 열심히 그 흰 종이에 여러 가지를 적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여 일등을 하여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겠다던가, 매일 일찍 일어나서 마당을 쓸고, 어머니 심부름도 열심히 하겠다던가, 그런 어린 아이들의 ‘착한’ 꿈들. 아버지는 나중에 그 글쓰기의 의미를 설명 했다. 꿈이나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향해 가다 보면 설령 계획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해도 아무런 계획 없이 사는 것보다는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말씀이셨다. 몇 해 동안 아버지는 연말이면 그것을 적어서 내라고 했고, 우리들의 신년계획은 아버지의 책상 서랍 속에 자물쇠로 채워진 채 보관되었다. 그 행사도 우리들이 각자 머리가 커지면서 사라졌고, 우리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갔다. 나중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밀봉된 아버지의 서랍 속의 서류 뭉치에서 우리들은 어릴 적 우리가 적어 냈던 새해 계획들의 흔적을 읽어 볼 수 있었다. 사실 특별할 것도 없던, 철부지 아이들의 신년 계획을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그의 서랍 속에 보관하고 계셨다는 것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었다.

이제 며칠 후면 2011년이 밝는다. 매일 반복되는 아침이지만, 우리는 어느 하루를 1월 1일로 정하고 새로운 포부와 희망을 갖고 새로운 날들을 향해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가 된다. 그 새로운 한 해가 특별히 빛나고, 기쁨으로 가득 차길 소망해 본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매일 새로운 태양과 매년 새로운 첫날을 선물해 주셨으니, 우리는 기쁘게 그 나날들을 살아야 할 사명이 있다. 오늘은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신년 설계를 해 봐야겠다.



Posted by Lee Eunmee
Humor2010. 12. 26. 00:04

http://www.jokes2go.com/jokes/20085.html 페이지에서 옮겨온 글


Two zebras are talking and one asks the other,
 "Am I black with white  stripes or white with black stripes?"
The other replies,
 "Well I don't know. You should pray to God about that and ask him."
So that night he did and God replied,
 "You are what you are."
The next day he said to the other zebra, 
 "I still don't understand what I am because God just said, You are
what you are."
The second zebra responds,
 "You must be white with black  stripes or else God would have said, Yo is what yo is."

해석:

두마리의 얼룩말이 있었는데, 그 중 한놈이 물었다. "나는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일까 아니면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일까?" 친구가 대꾸했다, "나도 잘 몰라. 하느님한테 물어보지 그래?"  그래서 그 얼룩말이 하느님한테 물었는데, 하느님이 대답했다, "너는 너다. (You are what you are.)"  하느님의 대답을 들은 얼룩말이 친구에게 말했다, "도대체 알수가 없어. 하느님은 '너는 너다'라고 말씀하셨어."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너는 흰바탕에 검은 줄무늬다. 네가 만약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였다면, 하느님은 'Yo is what yo is (흑인 특유의 액센트와 화법으로  말하는 - 너는 너다)' 하고 말씀하셨겠지."




미국에서, 일반적 고등학교 정도의 교양을 갖춘 사람들이 사용하는 미국어와 흑인들이 사용하는 흑인 미국어 사이에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데, 그러한 언어의 차이가 유머로 승화된 예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조크는 흑인들이 자유롭게 말할수 있지만, 이런 조크를 백인이나 아시안이 말 할 경우, 흑인 차별 (인종주의)적 행동으로 비쳐질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 유머를 한국인들 사이에서 구사하기 위해서는 일단 청중이 미국어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고, 그리고 Yo is what yo is 를 흑인 액센트로 익살스럽게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이 유머를 구사하면 별로 안 웃길 것이다. 남의 말 샘플링을 잘하는 지팔이는 완벽하게 청중을 압도할것이다.  내가 말하는 유머는 너무 썰렁해서 나도 안 웃기더라...






Posted by Lee Eunmee
Conceptual Art2010. 12. 24. 12:08




내 지메일에 뜨는 작은 말풍선 모양의 구글 버즈 로고.  무심코 지나치곤 했는데, 오늘은 문득, 이 작품이 솔 레윗의 작품과 꽤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분위기가 참 비슷하다는 말씀이다. 미술 작품을 한참 재미있게 보다보면,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사소한 것에서도 문득, 아 마티스 색채다! 라던가, 아 고호다! 뭐 이러고 혼자 노래를 부를때가 있다.






그런데, 피씨 구석의 이런 단추가 눈에 띈다. MS Windows 로고 역시 구글 버즈와 같은 빨, 파, 노, 초 네가지 원색을 사용하였는데, 그 방향은 버즈와 역방향이다.  윈도우즈 로고와 버즈 로고의 색상이며 배치가 하도 닮아서, 순간적으로 구글과 MS가 기업 합병을 했나?  이런 착각을.  



Posted by Lee Eunmee
American Art History Sketch2010. 12. 24. 11:04

2009년 10월 3일 Cocoran Gallery of Art에서 촬영.  워싱턴 디씨, 백악관 옆에 있는 코코란 갤러리 소장품. 메리 커셋의 '창가의 소녀 Young Girl at a Window.


미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소녀가 입고 있는 흰 드레스가 아랫부분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점점 밝아지면서, 머리의 흰 모자 부분이 눈부시게 희게 빛나는 식으로 빛의 처리를 했으며, 이 흰빛의 극대화를 위해서 배경이 되는 하늘이나 먼 도시의 풍경 역시 소녀의 모자를 중심점으로 펼쳐져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소녀가 무릎에 안고 있는 강아지의 검은 털이나 등뒤 유리창의 푸른빛, 그리고 숲은 어두운 초록색 역시 모자부분의 눈부신 흰빛을 위한 소품처럼 보인다.

그런데, 소녀의 흰빛에 가장 대비되는 것은 발코니의 울타리. 이 울타리는 소녀를 먼 풍경으로부터 단절시키거나 가두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오늘날 시각으로 (혹은 자유를 희구하는 여성의 시각, 혹은 나의 시각에서) 봤을때, 이 그림은 어쩐지 모순적 어두움을 안고 있다. 눈부시게 빛나는 소녀의 모자, 울타리에 갖힌 소녀. 메리 커셋이 이러한 해석을 의도했을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 한장의 그림은 메리 커셋이 무수하게 그린 대상들, 여인과 어린이, 집안의 여인들의 시대적 표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울타리 안에 한정된.


메리 커셋은 그 울타리를 넘었을까?  커셋은 스스로 그 울타리를 넘었다고 믿었을까?
아니면 죽을때까지 그 울타리를 의식하며 살았을까?
나는 그것을 메리 커셋에게 묻고 싶어진다. '당신은 당신의 울타리를 넘는데 성공했는가?'












코코란 미술관에 전시된 위의 작품. 오른쪽에 보이는 홀의 중앙의 중앙에 독보적으로 걸린 작품. 그 앞을 남자 관객이 가로막고 서있다.




렌윅 갤러리 (Renwick Gallery), 백악관 정문 맞은편에 위치한 스미소니안 렌윅 갤러리 2층 홀에 전시된 커셋의 '소녀' 그림. 소품인데 초록색 보넷을 쓴 소녀가 사랑스럽기도 하다.









Posted by Lee Eunmee
American Art History Sketch2010. 12. 24. 10:03

메리 커셋을 소재로 한 픽션 (Lydia Cassatt Reading the Morning Paper), 아침 신문 읽는 여인을 읽은 것은 2008년 2월의 일이다. 커셋의 작품에 모델로 등장했던 메리 커셋의 언니 '리디아 커셋'은 피를 토하는 불치의 병에 걸렸고, 작가는 메리가 언니 리디아를 그린 작품속에 그녀의 병환을 어떤 식으로 그렸는지 설명을 하고 있다. 리디아가 그려진 작품속에 등장하는 핏빛 소품들 혹은 정체 불명의 빛빛 소품들.  당시에 이 소설을 읽고, 후에 필라델피아 미술관이나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등 소설에 소개된 작품들을 찾아 다니며 리디아의 환후를 확인하고는 했었다.  (아쉽게도 당시에 내가 사용하던 작은 디카로는 미술관의 흐릿한 조명아래서 문제의 작품들을 선명하게 촬영할수 없었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메리 커셋은 그저 예쁘장한 여성 취향의 그림을 그린 어줍지않은 미국 인상파 화가 정도로 파악하고 있었으나, 소설을 통해서 메리 커셋을 만난 이후로 그이에 대한 나의 이해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메리 커셋 관련 페이지를 정리하다가 생각이 나서 책 페이지를 만들어본다.

Posted by Lee Eunmee
American Art History Sketch2010. 12. 24. 09:17


(위 그림은 2009년 12월 19일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에서 촬영했다)


메리 커셋 (Mary Cassatt 1844-1926)은 미국의 펜실베니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독일과 프랑스에서 보냈으며, 16세때는 펜실베니아 미술학교 (Pennsylvania Academy of Fine Arts in Philadelphia)에 입교, 미술 수업을 받았다. 이후에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미술 수업을 받고, 평생 프랑스 파리와  인근지역에서 활동한 미국 화가이다. (그이은 결국 82세의 나이로 프랑스에서 운명했다)

메리 커셋은 당시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인상파화가 (Impressionists)들중 유일한 미국출신, 여성 화가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나 Edgar Degas 와의 교류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드가가 메리 커셋의 예술성을 발견하고 커셋의 멘토가 되어 주었다고도 하지만, 커셋 역시 자기 주장이 확실했던 화가였다고 한다.

커셋의 작품들은 대개 '여성'들의 일상적 삶의 풍경에서 그 소재를 취하였다.  이는 당시 여성들의 활동의 폭이 제한적이었음을 대변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의 시각에서 커셋의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남성중심의 시스템에 갖혀있는 극히 제한적인 여성의 삶의 묘사에서 그 한계를 느끼게 되지만, 그것은 21세기 여성의 시각에서 그러한 것이고, 커셋이 살아가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에는 메리 커셋이라는 화가가 화단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이고 그 실력을 인정받을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여성 해방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쯤에서 조선의 '신사임당'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물론 신사임당이 유명해진 이유 속에는 조선의 석학 이이 선생의 모친이었다는 것이 한몫 하긴 하지만, 신사임당이 그려낸 화조도는 그 상세한 묘사나 애정어린 시각, 사물을 묘사하고 표현하는 테크닉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뛰어넘는 탁월성이 있다. 그이의 주요 소재가 꽃이나 과일, 작은 짐승들과 같이 울타리 안에 갖혀사는 여인네가 관찰할수 있는 한정된 대상이었다고 해서 현재의 페미니스트의 시각에서 이를 비판하거나 그 가치를 과소 평가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신사임당이라는 한 여성의 탁월성은 그대로 여성들의 모델이 될만도 하다.

마찬가지로 어머니와 아기, 집안의 여성들의 한정된 일상적 삶의 풍경의 그 제한성이나 진부함으로해서 메리 커셋의 예술성을 폄하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커셋은 여성들에게 입교가 허용되지 않는 미술학교에 들어가고 그림 수업을 받는 담대함을 가지고 그 자신의 예술 세계를 개척한 투사이기도 했던 것이다.






다음은 2010년 1월 16일 워싱턴 디씨의 국립 미술관 (National Gallery of Art)에서 촬영한 커셋의 작품들.





상기한 바 대로 프랑스 화가 Edgar Degas 가 커셋의 예술성을 발견한 이래 미술적 멘토, 친구로 평생 지내게되는데, 커셋의 그림의 구도를 함께 의논한다거나 혹은 소품을 어떻게 늘어 놓을 것인지에 이르기까지 드가는 세심하게 조언 내지는 '참견'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셋은 드가의 조언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 감정을 드러내고 격하게 대응하기도 했다. (기묘한 관계다.) 드가는 커셋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의 관계 때문인지, 큼직한 미술관에 이들의 그림이 걸릴 경우 드가 작품 옆에는 대개 커셋의 작품을 걸어 놓는다.  오른쪽에서 두번째 작품이 커셋의 The Loge 이고, 그 왼편에 Degas 선생의 작품이 걸려있다.  글쎄,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이들의 관계를 알고 있는 관객으로서는 이 두작품이 나란히 걸려 있는 것을 보면 그만 픽 웃게 된다.  전시를 기획한 디렉터의 의중을 대충 짐작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짝꿍으로 전시되는 작품들은 커셋과 드가 외에도 오스트리아의 클림트 선생과 에곤 쉴레. 클림트가 쉴레의 후원자였고 이들은 격렬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그래서 미술관이 두 사람의 작품을 소장할 경우 기를 쓰고 두 사람 작품을 나란히 전시하는 편이다. (하하하),

































Posted by Lee Eunmee
Conceptual Art2010. 12. 21. 20:14


Conceptual Art 카테고리에 허시혼 뮤지엄의 솔 레윗의 작품을 2009년에 소개한 바 있다.

허시혼 뮤지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3층 솔레윗 홀 (내가 이름 붙인것이다.)  현재는 솔레윗의 작품 앞쪽에 테이블이 있어서 작품의 하단을 가린다 (임시적인 특별 프로그램 때문에 발생한 일이기를 바란다. 미술관에서 예술 작품을 가리는 짓을 한다는 것은 범죄 행위 아닌가?)

소파에서 한 숨 늘어지게, 잠에 빠진 박선생. 이 소파에 기대 앉으면 누구나 잠의 유혹을 느낀다. 등뒤에는 빛이 가득한 솔레윗의 작품이 있고, 눈앞의 유리벽으로는 워싱턴 디씨의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으므로. 둥실 둥실 구름에 떠가는 기분이 들면서 잠이 솔솔 내리는 것이다.


솔 레윗의 빛의 피라미드 앞에 서면, 저절로 온몸이 따뜻해지고, 마음도 유쾌해진다. 행복한 색깔들의 노래.





2010년 12월 20일.





Posted by Lee Eunmee
Diary/Life2010. 11. 22. 06:44

 

 

2005년에서 2007년 사이에, 나는 세장의 손뜨개 담요를 만들었는데,

그때는 공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한장 한장 뜨다가, 막판에 재미가 붙어서 여러가지 모양을 만들어내고 그랬었다.  크기는 1인용 트윈 침대 이불만한것.

 

지금 보이는 것이 1호 작품인데, 당시에 큰놈이 고등학생이었던터라, "우리 지팔이 대학에 들어가면 기숙사로 갈테니 기숙사 보따리에 엄마가 손뜨개질한 이불을 넣어주마" 했었다.  그 후에 재미가 붙어서 2호 작품 (아래)을 짰고,  솜씨가 절정에 이르렀을때, 우리 엄니를 위한 특별판을 하나 만들었었다.  네모칸 안에 사람, 자동차, 새, 뭐 그런걸 짜넣어가지고 이야기가 가득 들어간 이불을 만들어서, 우리 엄니 갖다 드렸다.

 

1호 작품을 지홍이는 집에서 사용했고 기숙사에는 가지고 가지 않았다. 1호 작품은 내가 워싱턴에서 지내는 동안 겨울에 정말 잘 사용하고 있다. 얇은 담요 위에 이거 덮으면 정말 따뜻하다. 며칠전에 청소하다가 지팔이 침대위에 덮어놨던 1호를 소파위에 걸치니 의외로 집안 분위기가 아주 좋아지는거라.  (요새, Anthroplogies 나 뭐 멋쟁이들 패션몰에 가보면 이런 손뜨개질한 것으로 인테리어 장식을 하는 곳이 많다.)  그런데, 내가 작품을 살펴보니 파스텔톤으로 일치시킨 2호 작품보다, 야수파 그림을 연상시키는 1호 작품이 더 근사해보인다.  1번은 그냥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짠거고 2번은 일부러 실의 색깔을 잘 골라서 짠것인데, 우연성에서 빚어진 서툰듯한 작품이 오히려 예술성이 높아 보인다.

 

 

소파등에 걸쳐진 것이 1호

파스텔 계열의, 왕눈이가 덮고 있는것이 2호.

 

 

집에는 다채로운 색상의 저 털실 뭉치가 한바구니 가득있다. 이불 하나 더 짜도 될 분량이다... 요새 털실들이 자꾸만 나를 유혹을 하는데... 아직 손은 못 대고 있다.

 

내가 이 Granny Square 라고 미국 사람들이 부르는 모티브 짜기를 시작한 것은, 다분히 Nanny McPhee 영화의 영향때문이었을것이다.  지난 여름에 Nanny McPhee Returns 라는 후속작도 극장가서 찾아 보았지만, 몇해전의 그 내니 맥피의 '색상의 감동'을 나는 잊을수가 없다.  내니 맥피에 엄마를 잃은 아이들이 나오는데, 그 아이들의 침대가 알록달록하게 꾸며져 있었다. 모두, 손뜨개한 이불들이었다. 그때, 그것이 너무너무 예뻤던거라...  (나는 지금도 내니 맥피 1편 2편 디비디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색깔이 너무 예뻐서.)

 

나는 모티브 짜기 해서 조끼도 만들어 입고 싶고

모티브 짜기 해서 목도리도 만들고

모티브 짜기 해서 모자도 만들고

모티브 짜기 해서 방석도 만들고

온통 네모 네모 네모를 짜서 이리저리 연결시키면서 놀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하지만, 시작을 못한다. (그거 시작하면 폐인 될까봐.)

 

이제 결전의 나날들이다.

Thanks Giving 휴가기간동안 찬홍이 어플리케이션 준비 작업을 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전에 입학신청 절차를 모두 마치고 크리스마스때 놀겠다는 야심찬 계획.  오늘도, 학교 카운슬러에게 보낼 자료를 작성해야 하는데, 찬홍이는 온종일 작업하고 있고, 나는 골치가 아파서 머리를 싸매고 앉아있다. 나도 어서 작성해서, 오늘 계획한 것을 모두 마쳐야만 한다...

 

대학원생들은 기말 프로젝트때문에 난리가 났을것이고, 나는 나대로 할일이 태산이다.  살면 살수록 더 큰 파도가 몰려오는것 같아.  그래도 학생때는 손뜨개 이불도 만들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여유도 없으니, 사는게 왜 갈수록 힘들어지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타이레놀이나 먹고, 마저 일을.

 

아, 12월 3일에는 스미소니안에서 인터뷰가 있다. 그것도 잊으면 안된다.

 

 

조각이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는 이렇게 야금야금 다채롭게 만들어내는 삶이, 좋더라...

 

 

'Diary >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왕땡이의 변신  (2) 2011.04.20
지팔이 한국 가던날 새벽  (4) 2011.01.09
Life is Good  (0) 2010.10.25
왕땡이를 위하여  (2) 2010.08.06
친구  (2) 2010.08.04
Posted by Lee Eunmee
Pop Art2010. 11. 19. 04:45

2010년 10월 20일 워싱턴 디씨, 스미소니안 초상화 박물관에서 촬영

 

퀴즈 1)  작품속의 이 사람은 누구 일까요?

 

     문: 아니 뭐냐, 왜 이렇게 쉬운 문제를 내는거냐? 함정인가?

     답: 아니 함정 없는데요. 그냥 맞추시라고...

   

 

퀴즈 2) 이것은 누구의 작품 일까요?

 

퀴즈 내고, 나중에 이야기 하는 방법도 재미있겠다~ 

사실, 이 작품의 주인공과 작가를 연결지어서 작품을 들여다보면, 이 속에 미국 Pop Art 의 속성이 다 들어있다고 할 만하다. 그러니까, 작품의 주인공과 작가를 짐작한다면, 이를 토대로 스스로 한번 '팝 아트'가 이런것인가? 하고 논리화 할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사과씨 2010/11/16 12:41 답글수정삭제

레이건 전 대통령 같아요..^^
(지금 저자신을 시험 중..ㅋ)


내 친구 사과씨님이 나의 '문답식' 이야기에 답을 주셨으므로, 이야기를 하듯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정리를 해보겠다.

이 작품속의 주인공은 지금은 작고한  Ronal Reagan (1911-2004) 전 미국 대통령이다. 이 작품은 1985년, 그러니까 앤디 워홀이 사망하기 2년전, 레이건 대통령 재임중에 제작된 것으로 워홀은 1953년 영화배우 시절 레이건이 등장했던 남성복 Van Heusen 의 광고를 그대로 자신의 작품에 옮겨다 놓았다. 다시 말해서, The new revolutionary collar on Van Heusen centry shirts won't wrinkle... ever! (이 벤 휴센의 신세기 셔츠의 새로운 혁명적 칼라는 절대 주름이 생기지 않습니다!) 도 모두 그대로 광고에 있던 것이다.

상단의 필름 스트립같은 네모칸 속의 문안도 살펴보자:
You can twist it 비틀어도
You can twirl it  돌려도
You can bend it 접어도
You can curl it  구부려도

 

그러니까 아무리 잡고 비틀어도 절대 주름이 생기지 않는 혁명적인 셔츠라는 광고이다. 요즘 식으로 따지면 wrinkle free shirt 쯤 되겠다.

 

이 작품 한장에서 나는 '팝 아트'의 진수를 모두 찾아볼수 있다고 가늠한다.

 

팝 아트는 Populist Art 를 줄인 말이다.  요즘 한국 사람들은 Populism (포퓰리즘)이라는 말을 매우 부정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뭐 대략 '저급한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저급 문화'쯤으로 이 말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나로서는 이 Populism 을 중립적으로, Elite 주의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나는 내 성향적으로 사회의 엘리트가 되어서 살아가기보다는 대중속의 평균인이 되어 살기를 희망하는 편이고, 그래서 평균인들의 집단인 대중, 그  populist 들과 연대하기를 꿈꾼다. 그것이 나의 포퓰리즘이다.  미국의 팝 아트는 엘리트 아트에 대한 반발이다. 엘리트 아트란 무엇인가?  소수의 상류층이 향유하던 고급 예술을 가리킨다.  흔히 미국의 팝 아트의 원조를 앤디 워홀로 대충 파악하고 있으나, 미술사적으로 추적해 올라가면, 팝 아트의 원조는 영국이었다. 유럽이 2차대전의 폐허에서 날아든 것은 미국의 헐리우드와 공장에서 찍어낸 대량 생산 제품들과 대중 문화.  디즈니 만화가 마릴린 몬로가, 공장 생산 배급품이 폐허를 점령해갔고 사람들은 물자의 빈곤에 시달렸다. 1953년에서 1956년 사이 (한국이 2차 대전의 종언과 함께 광복을 맞이하여 (1945) 건국을 하고 (1948) 그리고 다시 한국전을 거치고 난 그 시절, 영국에서는 헐리우드산 광고판이나 대중문화를 이용한 미술 사조가 잠깐 일어났었다.  이것이 미국 팝아트의 시발점이 된다고 미술사가들은 해석한다.

 

미국의 팝아트의 대표적인 인물들은 누가 있을까?

 

Jasper Johns (1930 - )  : 성조기, 과녁

Robert Rauschenberg (1925 - 2008) : 낡은 이불, 넝마, 꼴라쥬

Andy Warhol (1928-1987) : 공장 생산 깡통, 대중 적인 스타들, 이상한 영화들, 닥치는대로 무한 재생

Roy Lichtenstein (1923 - 1997) : 디즈니 만화를 크게 재생, 뭐든 크게

Robert Smithson (1938-1973) : 사막을 캔버스로 작업

 

위에 대충 팝아트의 대표적인 작가들과 그들의 주요 작업을 내 식대로 정리해 놓았다 (나는 그들을 이런 식으로 기억한다는 뜻이다.) 팝 아티스트의 주요 작업에 들어가는 요소들을 다시 나열하여 보자.

 

  1.  삶속에서 발견되는, 그러나 그동안 정통 화단에서 외면되어 왔던 다양한 소재, 성조기, 과녁, 만화, 깡통, 상자, 대중적인 여배우, 평범한 일상, 간판, 땅, 대지, 넝마 쪼가리, 코골고 자는 남자
  2. 대량 생산 체제 (mass production): 깡통, 포장 상자, 만화책 쪼가리

 

이상의 요소들이 팝 아트를 구성하는 성격이라고 한다면, 위의 레이건의 초상에서 어떤 식으로 반영이 되었는지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일단,  이 초상화는 워홀이 레이건 대통령 재임시에 제작한 것인데, 원래 그가 빌려온 소재는 1950년대 레이건 대통령이 영화배우를 하던 시절의 광고였다.  그러면 이 작품만 들여다보면 뭐가 보이나?

  1.  대중의 스타, 배우가 보인다
  2. 그는 현재 진짜 스타 - 대통령이다.
  3. 이것은 광고이다. (누군가가 만들어낸 광고이다)
  4. 워홀은 남이 만든것을 빌려다 재활용 했다.
  5. 낡은 광고를 커다란 작품으로 확대 재생 시켰다. (--> 리히텐시타인을 연상케하지 않는가?)
  6. 이것은 공장에서 찍어낸 나이롱 샤쓰를 광고하는 것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깡통과 다를것이 없다)
  7. 기존의 드레스셔츠의 개념은, 다림질을 빳빳이 하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high art), 이 나이롱 셔츠는 주름이 가지 않아 다릴필요가 없다 (low art = pop art) --> 지금도 진짜 멋쟁이 남자들은 이런 드레스셔츠를 거부하고 풀먹이고 다림질해야 하는 정통 셔츠를 고집하는데 그것이 정말 고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8. 주름이 가지 않는 나이롱은 그자체가 싸구려 미덕이라고 할만하다. 아주 대중적이라는 뜻이다.
  9.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초강대국의 황제와 같은 위치이지만, 그는 전직 대중배우이다.  대통령이라는 현재 직업도 수퍼스타급이지만, 그의 과거 경력 역시 대중문화의 수퍼스타였던 것이다.
  10. 광고 문구를 보라, new, revolutionary, century, won't wrinkle!   이 문구에서 셔츠라는 말만 빼면 그대로 대통령을 위한 홍보물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비틀고 돌리고 접고 내동댕이를 치고 발로 밟아도 전혀 흠집하나 만들어 낼수 없는, 이 위대한 '나이롱' 샤쓰. 이것은 얼마나 위대한 아이러니인가?

 

 

 

 

 

애초에 1950년대에 만들어진 셔츠회사 광고는 셔츠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레이건의 정체성과는 크게 연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30여년 후 1985년에 앤디 워홀이 기존의 광고를 집어다가 자신의 작품으로 재 탄생 시켰을때, 워홀의 작품 속에서 이 광고 초상화의 주인공은 샤쓰가 아닌 레이건이 되고, 광고 문안은 샤쓰를 위한것이 아닌 레이건을 정의하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광고를 빌려다 쓰는건 워홀이 아니라도, 누구든 할수 있다. 하지만, 워홀의 시각 속에서 광고는 초상화가 된다.  워홀이 애초에 이 광고를 기획한 것도 이 광고에 참여한것도 아니었다. 워홀은 기존에 이미 남이 창조해 놓은 것을 가져다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내 놓았다.  그리고, 이것이 '팝 아트'이다 -- 손끝에 널려있는 '이미 만들어진 것들' 혹은 공장에서 아무 개성없이 대량 생산한 것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 구성하는것.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아예 작품에 손끝 하나 대지 않고 머리로만 개념을 만들어서 작품을 탄생시키는 사람들이 Conceptual art 작가들이다.).

 

 

* http://www.tvparty.com/movreagan3.html  <-- 오리지날 광고 이미지를 볼수 있는 곳.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0. 11. 19. 00:46
BMA 제공 팜플렛 사진 일부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115709
2010년 11월 16일 화요일

요즘 메릴랜드주의 볼티모어 미술관(The Baltimore Museum of Art)에서는 Warhol The Last Decade(워홀 마지막 10년)라는 주제의 앤디 워홀(1928~1987)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10월 17일에 전시가 시작되었으며 내년 1월 9일까지 이어질 것이다.

워싱턴 지역에서 사는 것의 장점으로, 나로서는 아무 때나 무료로 드나들 수 있는 각종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들 그리고 아름다운 포토맥 강변의 트래킹 코스를 망설임 없이 꼽는다. 볼티모어 역시 워싱턴 지역에서 한 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거리의 역사적인 항구 도시이고, 이곳에도 꼭 가 볼만한 미술관이 몇 군데 있다. 볼티모어 미술관의 특징은 유럽 미술의 거장 ‘앙리 마티스’ 컬렉션이 미국 내 최대 규모로 있다는 것이고, 유럽과 미국의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요소요소에 숨어있어 숨바꼭질하듯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앤디 워홀 기획전을 한다기에 아들 녀석과 함께 미술관 산책을 다녀왔다.

워홀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앤디 워홀’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들이 있다. 알록달록한 마릴린 먼로의 초상화, 실물과 일치하게 그려낸 캠벨 수프 깡통 그림. ‘전기의자’라고 불리는 사형대 사진. ‘도대체 이것이 그림이야 장난이야? 이것이 예술이야?’ 우리는 의문에 빠질 수도 있겠다.

워홀은 미국 미술사에서 ‘팝 아트(Pop Art)’ 예술가로 분류되는데, 이는 대중생활 속에서 모티브를 얻고 대중과 호흡하는 미술 조류를 일컫는 것이다. 미국의 팝아티스트 중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이들은 앤디 워홀 외에도 미국 성조기를 다양하게 표현해낸 제스퍼 존스(Jasper Johns)나 낡은 이부자리에 물감을 흩뿌리고 폐품을 수집하여 콜라주를 시도한 라우셴버그(Rauschenberg) 등이 있다.

워홀은 사실 ‘워홀은 이것이다’라고 정의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다채로운 작업을 펼친 작가인데, 피츠버그의 카네기 대학에서 상업미술을 전공한 그는 뉴욕 맨해튼으로 가서 광고미술가로 활약을 하였다. 너무나도 재능이 넘쳤던 그는 상업미술에만 안주하지 못하고 다양한 디자인과 새로운 영역의 미술 분야로 넘나들었다. 그는 폭발하듯 다양한 작업을 거치면서, 그동안 예술의 소재가 되지 못했던 우리 삶 속의 다양한 요소들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그 대표적인 것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깡통 음식 혹은 포장 상자의 무한 재생 작업, 의문의 죽음을 당한 여배우 사진의 무한 재생, 전혀 영화 같지 않은 일상의 지루한 영화들이다.

이번 특별전에 선보인 워홀의 작품은 무엄하게도 종교적 아이콘 예수의 무한 재생이었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작품을 영사기로 되쏘는 식으로 본뜨기를 한 후에 스크린 작업을 하는가 하면, 역시 최후의 만찬에 그려진 예수의 얼굴 이미지를 캠벨 깡통처럼 100회가 넘도록 반복 재생시켰다. 그리고는 길거리 낙서, 그라피티를 연상케 하는 작품 속에 문제의 예수 얼굴을 삽입시키기도 한다. 이것은 신성모독인가 신성의 대중화 인가?

혹자는 1987년 의문사한 워홀의 사망 원인과 그가 말기에 작업했던 예수 이미지의 신성모독을 연결시키기도 한다. 어쨌거나, 그의 죽음은 그가 즐겨 작업했던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죽음만큼이나 의문을 남기고 있다.

볼티모어 미술관(http://www.artbma.org/)은 평소에도 다수의 워홀 작품을 전시하는 편이다. 그러므로 이 기획전 뿐 아니라 상설전시장에서도 워홀의 주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기획전의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지만, 상설 전시장의 작품은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참고로 전시 기간 중 오는 21일까지는 미술관에 음식 깡통 한 개를 가져가면 성인 입장료 15달러에서 2달러 할인을 해준다. 다가오는 추수감사절에 사회단체로 보낼 캔 음식을 모으는 행사인가 본데, 깡통 모티브를 갖고 놀았던 워홀을 기념하는 이 아이디어 역시 워홀만큼이나 발랄해 보인다. 물론 나도 깡통 한 개 갖다 내고 입장료를 할인받았다. 유쾌했다.


앤디 워홀이라는 '거인'을 어떻게든 정리하고 싶어서 밍기적거리다가 장장 1년을 보낸것 같다.  (어쩌면 앤디 워홀이라는 거인 때문에, 내 블로그의 미국미술 정리가 자꾸만 미뤄진것 같기도 하고.) 이제 슬슬 어떻게든 이 큰 산을 넘어서서 내가 본래 계획했던 일들을 마무리 해야겠다는 절박한 느낌도 든다.  말 꺼냈으니 정리하면 되겠지...

 

 

Posted by Lee Eunmee
Pop Art2010. 11. 16. 04:52

볼티모어 미술관 2층, 현대미술 전시장은 여러개의 연결된 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입구쪽 자그마한 방에, 다음과 같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문제 1)  아래의 세가지 작품은 세명의 각기 다른 작가들이 작업 한 것이다.  혹시 이 작품들의 작가들을 짐작하시는 분? 

 

 * 하나는 쉽게 맞출것 같다

 * 두개까지도 맞추는 분이 있을것이다.

 * 세개 모두 작가를 맞춘다면, 당신은 전문가일 것이다.

 

하나도 못맞췄대도 속상해하지 마시길. 관심 없으면 재미 없는 것이고, 몰라도 상관 없는 것이므로. :-)

 

 

 

 

문제 2) 그런데 이 세가지 작품이 왜 한방에 있을까? 

 

답은...나중에요... (신변잡기는 이제 작작 좀 하고, 블로그 제목에 맞게 미국 미술 좀 들이 파야겠지요... 하도 안쓰니까 이제 작가들 이름도 가물가물 해져요.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해요...)

 

 

 

 

2010년 11월 13일 볼티모어 미술관에서 촬영

 

2010년 11월 13일 볼티모어 미술관에서 촬영

 

 

2010년 11월 13일 볼티모어 미술관에서 촬영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11. 15. 00:07

 

사진을 클릭하여 펼쳐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생각한것:

 1. 립밤을 여러개 사다가, 차에 하나, 핸드백에 하나,  산책용 배낭에 하나, 책상위에 하나, 학교 책상에 하나 이렇게 놓아둔다. (추우니까 입술이 자꾸 터져서.)  그러니까 최소한 네개를 사야 하는군 (지금 하나 있으니까.)

 

 2. 겨울 목도리 통짜로 된거 (고리모양) 이놈을 늘 산책용 배낭에 넣고 다닌다.  산책하다가 어딘가에 앉아서 쉬고 싶을때 '방석'으로 요긴하게 사용할수 있겠다. (오늘은 털모자 벗어서 깔고 앉았다.)

 

참, 대단하게 심각한 생각을 하셨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11. 14. 23:57

 

afoxboys.jpg

My friends: I miss you

 

2010년 11월: 1차 목표 60마일

 

 

  1. Wednesday November 3, 2010 :school 3 miles
  2. Thursday November 4, 2010 : school 3 miles (rained all day, went out in the evening.)  --> 6 miles  내가 왜 걸을까?  오래 살고 싶어서?  뭐 이런 생각을 해 봤는데, 그냥 걷는게 좋아서 나간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열이 나도 나가는 이유는?  걷겠다는 약속도 지키고 싶고, 그리고 열이 나고 아파도 걷다보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서 나가는 것이다.  기분이 좋아지니까. 최소한 걸을때 만큼은, 기분이 좋다.
  3. Friday November 5, 2010 : georgetown 6 miles  --> 12 miles 비가 갠 아침, 촉촉하고 좋았다.
  4. Sunday November 7, 2010: riverbend park -- great falls trail 4 miles --> 16 miles
  5. Friday November 12, 2010: riverbend park -- great falls trail 4 miles --> 20 miles
  6. Saturday November 13, 2010 riverbend park -- great falls trail 4 miles --> 24 miles
  7. Sunday November 14 2010 georgetown 6 miles --> 30 miles

 

 

10월 기록은 아래에:

 

 

 

 

 

 

 

 

 

 

 

 

 

 

 

9월 기록은 아래에

 

 

8월 기록은 아래에

 

 

 

 

 

 

 

 

 

 

이전 기록은 아래에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11. 9. 19:13

http://en.wikipedia.org/wiki/Osage_orange

 

 

hedge-apple 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는 이 가을철 과일은 얼핏 보기에 '뇌' 모양이다.

가을이 되면 강변에 수십개가 소복히 쌓여있기도 한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여다보고 그 정체를 알고 싶어 하지만, 이것이 무엇인지 도통 감이 안잡힌다는 표정이다.

 

이게 뭐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Brain fruit!" 이라고 농담으로 답을 하는데, 역시 듣는 사람도 내가 '농담'하고 있음을 알고 웃고 만다.  가끔, 포토맥 강변에서 길을 걷다보면 노랑 머리 사람들이 내게 이것저것 물어오는데, 길을 묻거나, 식물에 대해서 묻거나, 시원하게 답을 해주거나, 혹은 나도 모르겠다며 우리의 무지를 공유하게 될때, 문득 내가 깨닫게 되는 것 -- 내가 저사람들 눈에 이방인으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I feel I am one of them. It feels good.

 

얼마전에도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서 이걸 들여다보며 침팬지같은 표정으로 궁금해하다가 내게 이것의 정체를 묻는데, 내가 정답을 알려주지 못했다. (나도 몰라서.)

 

오늘 아침 문득, 잠에서 깨어났을때, 요놈 생각이 나서, 구글에서 brain shaped fruit, northern virginia 를 넣고 뒤져보니 결국 정보가 나오고 만다.  osage-orange. 북미 자생 나무. 오크보다 목재가 더 튼튼하고, 과일은 인간이 먹을수 없다. hedge apple 이라는 별명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낙엽이 지기전에, 이 과일이 떨어져나온 나무, 그 나뭇잎도 사진을 찍어와야지.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11. 8. 02:28

 

 

 

Riverbend Park 에서 Great Falls Park로 향하는 강변 오솔길에서 붉은 왕관을 쓰고 있는  딱따구리 (pileated woodpecker)를 발견했다.  마침 나지막한 강변 나무 줄기에 매달려서 나무를 쪼아대고 있었다.  대개 딱따구리가 숲에서 발견될때는 높다란 나무 기둥에 매달리는 식이라서 육안으로 발견을 해도 사진 촬영은 힘든데 (망원카메라나 큼직함 DSLR이라면 좋겠지만 똑딱이로는 포기를 해야 한다)  -- 오늘은 운이 좋았다.  내 똑딱이가 포착할 수 있는 거리에서 발견이 된 것이다.

 

그래서, 똑딱이로 동영상을 찍었다.  :)

 

 

 

 

 

 

 

 

딱따구리를 발견하여 촬영한 나무 밑에서, (너무나 기쁜 나머지) 무슨 탐사대 대장처럼, 셀프 기념촬영. 하 하 하.  아침에 얼음이 얼을 정도로 추웠다. 그래서, 털벙거지 쓰고 단단히 차리고 나갔는데, 해가 뜨면서 날이 따스해졌다.  그렇지만, 돌아올때도 모자를 벗지 않았다. 쌀쌀했다.  (목소리...도...나쁘지 않은거 같애... 앞으로 혼자서 다큐 찍으면서 돌아다니는 뭐냐 그 인디펜던트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그거 해도...될거 같어. 장비 좋은거 사가지고... :)   )

 

아. 비디오 장비 가볍고 좋은거 사가지고 제대로 트래킹 다녀봐? 

(----> 너 그러다 백수 되겠다는거냐?  학교나 잘 다녀라.....)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11. 8. 02:27

 

 

Riverbend Park 는 미국 워싱턴 디씨 인근의 국립공원인 Great Falls Park 상류에 있는, 역시 포토맥 강변의 공원이다.  Riverbend Park 에서 시작하여 강변 산길을 따라 약 2마일쯤 걸어 내려가면 Great Falls Park 버지니아쪽 공원 관리소가 나온다. 

 

(Great Falls Park 는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양안에 걸쳐있는데, 강 건너편이 메릴랜드이다. 양쪽에서 보이는 폭포의 풍경이 약간씩 차이가 나고 개성도 다르다. 마치 나이아가라 폭포의 풍경이 캐나다쪽과 미국쪽에서 볼때 차이가 나듯.  Great Falls Park 는 메릴랜드 쪽 전망대는 입장료를 안 받는데, 버지니아 에서는 공원 입장료를 차 한대당 5달러씩인가(?) 받는다.  공원이 아름다우니 입장료 내는것이 억울하지는 않지만...돈을 안낼수 있으면 안 내는 것이 상책이지...)

 

인근의 Riverbend Park는 Great Falls Park보다 상류의 공원인데, 이곳은 입장료를 안받는다.  그러니까, Riverbend Park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강변 오솔길을 따라서 강을 따라 슬슬 걷다보면 Great Falls Park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불법도 아니고, 그것이 허용되어 있다. Great Falls 에서 입장료 받는것 역시 '자동차 주차비' 명목일 뿐이다.

 

그런데, 입장료 문제가 아니고...Riverbend 에서 Great Falls 까지 내려가는 그 강변 숲길이 그 자체가 예술이다. 어떤 면에서 Great Falls 주변의 트레일보다 Riverbend 에서 이어지는 트레일이 훨씬 아름답기도 하다.

 

Riverbend 에서 시작되는 트레일의 특징은, 이곳이 강이면서 호수와 같다는 것이다. 풍광 아름답고, 강이 바로 지척에 이어져있고, 언제든지 강변에 서서 발을 담그거나 손을 씻어도 된다. 사람 통행로와 강이 멀리 떨어져있는것이 아니고 바로 내 발 끝에 강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Great Falls 직전에 나지막한 '댐'이 있다. 그래서 댐 덕분에 그 상류의 물은 호수처럼 고요하다.

 

 

 

댐을 지나면 이어서 험한 바위로 이루어진 Great Falls 가 나타나는데

댐 상류가 정적의 세계라면

Great Falls 쪽은 폭포 소리로 역동적인 세계이다.

 

 

 

사진 사이즈 줄여 놓으니까 그 위용이 사라지고 마는데,

Great Falls 는 '그야말로' 위대하다.

지난주에 비가 많이 왔는데, 덕분에 물이 많아서 폭포가 더욱 위용 넘쳤다.

한참동안 전망대에서 물소리를 들었다.

바다에 간듯 기분이 좋아졌다.

 

이 미친듯 흐르는 물의 상류로 가면, 위의 사진같은 고요한 물의 세계가 있는 것이다.

자연은 참 신기하고도 신기하다.

 

 

 

 

 

 

폭포 옆, 그늘진 도랑에 비친 나무와 물위에 떠있는 낙엽들.

마치 우리나라 자개장의 무늬같았다 (검은 바탕에 알록달록 붙어있던 조개껍데기들.)

 

 

 

2010년 11월 7일 오전 리버벤드에서 그레이트폴스까지 왕복한 길에서

 

* http://americanart.textcube.com/814   강변 길에서 만난 딱따구리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