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Art2012. 1. 17. 05:09


어제는 한가롭게 누워서 미술사 책을 이리저리 읽고 있었는데 (요즘 도통 업데이트를 못하고 있지만, 미국 미술에 대한 책 읽기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알면 알수록 쓰기가 어려워 진다는 것이지... 아이구야...) 앤디 워홀에 대해서 읽다가 '문득'  -- 이 사람 패션 스타일이 '스티브 잡스'하고 꽤 비슷하구나 했다. 물론 앤디 워홀이 스티브 잡스보다 한 세대 위이므로 스티브 잡스가 워홀과 닮았다고 해야 맞으려나...


앤디워홀은 카네기 멜론에서 미술 학사를 마치고 뉴욕에 가서 둥지를 틀었는데, 어릴때부터 몸이 허약하기도 했지만,  활동하는 내내 향 정신성 약물을 친구들과 더불어 즐긴 사람이라 건강이 썩 좋지 않았다. 막판에는 저격까지 당하면서 건강이 더욱 악화 일로를 걸었다.

그는 일찌감치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고, 결국 그가 생각해 낸 것이 '가발'이었다.  그래서 미국의 큼직한 미술관에 가보면 은빛 가발을 쓴 거대한 워홀의 초상화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그는 죽을때까지 그 은빛 가발을 벗지 않았고, 검정색 셔츠와 검정색 겉옷, 그리고 청바지를 고집했다.  이것이 그가 유지한 스타일 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어떤 면에서, 그가 죽고 난 후에 더욱 유명해 진 것도 같은데, 특히나 이세이 미야케의 고민의 결과였다는 그의 패션이 널리 알려졌다. 검정색 터틀넥 셔츠,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  그는 이 옷차림을 죽을때까지 유지했다.   아마도 그의 반쯤 벗겨진 대머리 위에 워홀의 은빛 가발까지 덮어 놓으면 둘은 형제처럼 닮아 보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패션만 닮은 꼴인 것은 아니다.

워홀은 미국 예술계에 '팝 아트'라는 핵폭탄 급의 새로운 예술을 투척했던 인물이고, 뉴욕을 세계 미술의 중심에 우뚝 세운 예술가들중의 한명이라고 할 수있다. 그는 지금 돌아봐도 참 획기적이다.

잡스는 (나는 그가 디자인 한 도구를 갖고 있지 않지만),  우리 일상의 도구에 혁명을 불러온 예술가로 보인다. 그가 죽은후 세간의 평가가 그러하다. 

말하자면, 워홀은 일상의 공장 생산품들에 예술적 가치를 덧칠할줄 알았고 (그리고 그는 선구적이었다),  잡스는 공장 생산품에 명품의 혼을 불어 넣고 싶어했다.

와홀의 엄마는 영어도 서툰, 그는 가난한 이민자의 유약한 아들이었고, 잡스 역시 어느 가난한 중동계 외국학생이 정자를 제공한 가난뱅이 소년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미국이 자랑할 만한 '미국인'들 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가 여전히 서점에 쌓여 있고, 잘 팔려나가고 있지만, 나는 그 책을 읽을 동기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워홀과 잡스를 비교하고 연결하기 위해서 (그냥 취미로) 어쩌면 그의 전기를 읽게 될지도 모르겠다.  잡스 때문이 아니라, 워홀 때문에...  :-)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