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1. 5. 2. 07:33

 

세번째 스테이션을 벗어나면서부터 찬홍이는 피곤하다며 나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자기는 자기 패이스대로 갈테니까 나는 맘놓고 그냥 먼저 가라는 것이다.  나는 앞장서서 가면서 가끔 뒤를 돌아봤는데 찬홍이가 멀리서 손짓을 하곤 했다. 나는 일부러 길 밖의 다른 곳도 둘러보면서 천천히 갔건만 찬홍이는 곧 내 시야에서 벗어났다.

내가 한참 가다가 뒤를 자꾸 돌아보니까, 내 뒤에서 걸어오다가 나를 질러 가던 남자가 내게 물었다.

남자: "너, 네 남자친구 기다리고 있는거니?"
나  : 남자친구?
남자: 머리에 헤드폰 쓴 그 남자친구 기다리는거 아니니?
나  : 응...머리에 헤드폰 쓴 애 기다리는거 맞는데, 그애는 내 남자친구가 아니라 내 아들이거등...
남자: 엇..그러니?  그 애는 음악 듣느라고 자꾸만 뒤처지더라. 근데 네 아들이라구?
나: 응.
남자: 그럼, 네 아들이면, 너 지금 무척 걱정되겠다
나 : 아니, 나중에 오겠지 뭐...

이러고 또 각자 길을 갔는데, 이 남자가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는 자원봉사자한테 길에 서서 "저기 오는 저 여자가 아들을 잃어버렸다"고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자원봉사자가 오더니 "너 아들 잃어버렸다며?" 하고 묻는다.  그러더니 그 사람들이 더욱 걱정스런 표정으로 "네 아들 번호가 뭐지?  우리가 찾아 볼까? 어디서 잃어버렸지?" 뭐 이러고 계속 묻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아니 걱정하지마, 있다가 나타날거야. 걔가 원래 좀 느려 He's kind of slow..and I am fast. That's the trouble." 뭐 이러고 태평하게 말했는데, 그 자원봉사자들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아니 엄마인 내가 걱정도 안하는데 저이들이 왜 걱정이지?  내가 너무 태평한건가? 하지만, 찬홍이는 over 18 이라서 이미 주니어급에도 못낀다구. 걱정을 할걸 하셔야지.

자원 봉사자들은 그래도 내 곁을 안 떠났다. "넌 괜챦니? 너 물 필요해? "

이사람들 이러다가 "자식 버리고 혼자만 살겠다고 먼저 가버린 악질 엄마"로 나를 관계기관에 신고하는거 아닌가 몰러... 자원봉사자들은 '어떤 여자가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말에 -- 내 용모를 보고는 --> 내 아들이 한 열살쯤 되는 애라고 상상을 했는가보다. 찬홍이는 열아홉살이라구...하하하.


내가 마지막 스테이션에 도착하여 이제나 저제나 이놈을 기다리는데 정확히 40분 후에 이놈이 저기서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나타났다.  40분이면 내가 최소한 2마일을 걷고도 남을 시간인데 저놈이 이제야 꾸물거리고 나타나는거다.




그래가지고 그때부터 나의 도착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이제부터 찬홍이와 나의 고행이 시작되었다. 지금 이 사진 이후에는 더이상 풍경 사진이 없다. 내가 찬홍이를 '모시고' 어둠속을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끝없어 보이는 '고행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퍼스 페리에 도착한 후에 볼리바 커뮤니티 센터까지 가기 위해서는 약 1마일의 '언덕길'을 올라가야 했다. 평지도 아니고 언덕길 1마일. 찬홍이가 하퍼스 페리에 도착하여 다 왔다고 좋아하다가, 모임 장소까지 가려면 언덕길 1마일을 올라가야 한다는 말에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투덜대며 성질을 냈다. 그 와중에도 "이런 길을 예수님은 십자가도 짊어지고 채찍을 맞으면서 올라가셨겠구나...기가막혀..." 하고 신세한탄을 했다.  근데 솔직히 나는 찬홍이가 그런 신세한탄을 할때, 나야말로 십자가 지고 골고다 언덕 오르는 예수님의 심정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도 피곤해 죽겠는데, 이 180 파운드짜리 웬수덩이 자식을 부축을 하면서, 그 신세한탄과 불평을 들어주고 달래주면서 언덕을 올라야만 하는 것이다.  아이구야.  애자식이 어찌나 아프다고 '지랄'을 하는지 내가 나 발아픈것은 내색도 못했네...에잇. 하하하. 아이고.  아무리 힘든들 온 인류의 죄를 십자가에 걸머지고 피흘리며 언덕을 오르신 예수님만 하랴마는.


그래서 한밤에 깽깽대며 언덕위의 그 장소에 이르자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치며 환영해주었다.  사진속에 입장하여 박수를 받으며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왼편에 그들의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기네 식구를 픽업하기 위해 직접 이곳으로 온 사람들일 것이다. 가족들이 픽업하러 온 사람들은 자기에 차를 타고 떠나고, 나같이 아무도 없는 사람은 셔틀을 이용해서 메트로 스테이션으로 가고 그랬다.

 



나도 180 파운드 덩어리 짊어지고 오느라 녹초가 되었지만, 그래도  워킹 마치고 기진맥진한 노인분들에게 음식도 날라다 드리고 그랬다. 그래서 "너는 내년에 100 킬로 걸어도 되겠다. 아직도 생생하고 활기가 넘친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나로서는 180 파운드 덩어리를 내려 놓은 것만으로도 몸이 날아갈듯 가벼웠다.  :-)   그래도 내 자식이 가장 귀한 나의 십자가임을 내가 아노라.  아, 함께 걸었던 이름도 모르는 이 사람들이 다시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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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Walking2011. 5. 2. 07:09

 

11ㅅ;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의 사진들. 

5마일을 걸은후 샌드위치와 과일을 먹고 11시 30분쯤 출발하여 서쪽으로 걸었다. 대략 7마일을 두시간쯤에 걸으면 음식보급대가 나왔다.  중간 중간에 자원 봉사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물 줄까? 간식 필요하니?" 하면서 계속해서 우리들을 살폈다.  그러니까. 이런 식의 배려가 걷는 이들에게 굉장히 위안이 되었다.  설혹 혼자 이 걷기에 참가했대도 그이는 혼자가 아니었다.  누군가 그를 기억하고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시스템이 놀라웠다.)

사진속에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데, 저 만치 깨알만하게 보이는 이들이 걷기 참가자들이다. 시간이 갈수록 서로간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그저 멀리 앞 뒤로 사람들이 보일 뿐이었다.



처음에는 동료, 친구와 시끌벅적하게 이야기 꽃을 피우던 사람들도 점점 거리가 멀어져갔고, 그리고 말 수가 줄어들었다.  우리들은 말이 없어졌고, 서서히 자연과의 대화 모우드로 변해갔던 것이다.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는 동안 오른쪽에 수로, 왼편에 물이 놓게 찬 포토맥 강이 이어졌다. 나는 물 위를 걷는 것 같았다. 길가의 들꽃들도 그림속의 꽃처럼 풍성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온세상이 형광빛 초록 이었다.  마치 '이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을 걷고 있는 듯한 풍경이었다.

나는 이 속을 걸으면서 축복이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내게 막 퍼붓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이 대자연으로부터 조건없는 사랑을 폭우처럼 받고 있다는 그런 완벽한 기쁨. 햇살도 바람도, 청랑한 공기도 모두 내게 노래를 불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온종일 '원없이' 걷고 싶다는 내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그런 완벽한 날씨 속에서.

모든 것은 나를 위해서 오래 전부터 준비 되어 온것 같다는 이 환상적인 느낌...








7마일 거리 후에 나타나는  Support Station 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




 

 



다시 출발.





또다시 7마일 후의 Support Station
내가 샌드위치에 고기를 넣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자, "그럼 치즈는 먹니?" 묻더니 치즈를 '두장'을 얹어주면서 나를 보고 생긋 웃던 자원 봉사자. 왼쪽에 치즈를 들고 있던 분이 저것을 올리더니 한장을 더 올려서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셨다.  그러니까 이럴때, 나는 눈물이 나게 고맙다.

나는 어릴때부터 '고기'를 못 먹는다고 밥상머리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괄시'를 받으며 컸다. '고기도 못먹는 바보'가 나였다. 대놓고 야단을 쳤다기보다는 그냥 고기 못먹는 것이 자랑도 아니었고, 다른 사람 성가시게 하는 이상한 존재처럼 사람들은 바라봤다. 그래서 나는 성인이 된 후에도 여러사람과 식당에 갔을때는 -- 설령 그 집에 보신탕집이나 추어탕, 삼겹살, 삼계탕 집이어도 절대 고기 안먹는다는 것을 내색하지 않고 설렁설렁 밥과 김치 이런 것을 먹으면서 고기를 먹는척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길들여져 왔다.

미국에서 음식 사먹을때는 Vegetarian Food 가 있는지 묻고 당당하게 주문 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래도 돈도 안 받고 자원봉사로 우리들을 보살펴주는 이런 분들이, 내가 고기 안먹는다고 하자 "그럼 치즈 두장 얹어줄까?" 하고 진심으로 나를 보살펴주는 태도에는 그만 감격하고 만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땐 이런 자세여야 한다고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찬홍이도 곧잘 내 보조대로 따라와 주었다.  여기서부터 다음 스테이션까지 가는 동안 찬홍이는 나보다 한참 뒤쳐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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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Walking2011. 5. 2. 06:29

 

2011년 4월 30일 토요일


아침 8:40.  Shady Grove Metro Station 에 차를 주차시키고 Emily 를 만나서 그이의 차에 올랐다. 에밀리의 남편 Erick 이 운전을 해 주었다. 차에는 에밀리, 데이비스, 나, 그리고 찬홍이가 승차했다. (우리 넷은 워킹에 참가하고, 에밀리의 남편 에릭은 운전해주고 집에가서 친구하고 온종일 논다고 한다. 왜 워킹을 안하냐고 했더니 "난 1년 내내 걷는것 합산하면 30마일쯤 나올것" 이라며 웃었다.  에릭은 흑인 에밀리는 백인 여성 부부였다. 둘이 정다워보였다.)

광장 구석에서 등록자들은 각자의 번호판을 받아서 옷에 달았다.  이 번호는 중간 지점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개인별 통과 기록을 적을때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찬홍이는 438 번, 나는 411번이었다.

출발전에 Whites Ferry 광장에서 Mike Darzi (왼쪽 모자쓴 남자)가 몇가지 안전 수칙과 진행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틈틈이 물과 소금기 있는 음식을 먹으라는 것. 지치지 않게 행동하라는 것. 건강에 무리가 생기면 즉시 중단하라는 것등.



오전 10시. 계획대로 걷기가 시작되었다.  전체 거리를 채우기 위하여 이 지점에서 동쪽 (워싱턴 방향)으로 일단 2.5마일 걸어간 후에 다시 그 지점에서 반환하여 온다. 그러면 5마일이 채워진다. 그 후에 본래 목적지인 Harpers Ferry 방향으로 25마일을 걸어간다. (그러니까 100 킬로를 워싱턴에서 출발하여 여기까지 온 선수들은 여기서 다시 자신이 왔던 2.5마일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와야한다. 목표 거리를 채우기 위해서이다.) 물론 모든 출발점과 통과점은 자원봉사자들이 길목에서 번호를 대조하면서 기록을 한다.  중간에 탈락하는 사람도 이들에게 보고를 하고 이탈해야 한다. 중간에 사라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나처럼 50 킬로에 참가한 사람은 250명으로 집계가 되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우르르 몰려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탈자가 생기고 간격이 벌어지면서 한적하게 드문드문 걷는 모양새로 바뀌었고, 밤이 되었을때는 오직 멀리서 보이는 손전등의 불빛만이 사람의 흔적을 알려주었다. 





 




오전. 씩씩하게 걷고 있는 찬홍이




그래서 2.5마일 반환점을 찍고 다시 돌아와 5마일을 마친 지점에서 처음으로 간식을 먹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즉석에서 만들어준 샌드위치. 나는 고기 빼고 야채로만 만든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이 샌드위치가 내 생애에서 가장 맛있는 샌드위치로 기억될 것이다. 5마일 아침 공기속에 즐겁게 걷고 나서 한입 베어먹은 야채 샌드위치의 그 신선한 맛.





Support Station 의 음식물 테이블에 마련된 간식들. 저쪽에 있는 분들은 샌드위치를 정성껏 만들어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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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5. 1. 22:09



새벽 네시에 일어나서, 챙긴 물품들.
완두콩밥 지어놓은 것에다 후리가케와 김을 부셔 넣고 주먹밥도 만들었다. 찬홍이와 내 가방에 골고루 분산시켜서 넣을것들.
물, 주먹밥, 트레일 넛 봉지, 영양바, 귤 이런것들은 반반씩 각자 가방에 책겨 넣을 것들이고,
찬홍이 발에 물집 방지 블리스터 밴드 붙여주고
어제 스프레이 썬스크린도 샀으니까 찬홍이 팔 다리에 뿌려주고, 얼굴에 발라주고 내 가방에 갖고 다니다가 수시로 뿌리고 바르고 그래야지.
모자는 차에 있으니까 됐고.
옷은 최대한 가볍게, 반바지, 반팔. 그렇게만 입고 가겠다.  목에는 목도리 두르고, 장갑 끼고.

30마일이니까 평균 시간당 3마일 (5킬로미터) 잡으면 열시간.  처음엔 시간당 4마일을 걷겠지만, 나중에 느려질것이다.  중간에 물이나 음식 보충하는데가 있다니까  물걱정을 안해도 될 것 같은데, 전에 참가했던 사람이 '중간에 과일이 먹고 싶더라'고 썼길래 '이사람도 나처럼 과일 중독자구나' 생각하고 귤을 좀 챙겼다. 나도 과일 없으면 현기증 난다.

Flash light 는 소형 12달러주고 LL Beans 에서 샀는데, 평소에도 여름 밤에 포토맥 걷고 올때, 어둠 속에서 산길 오르기가 힘들었었다.  핸드폰을 켜가지고 그걸 의지해서 산길을 올랐었는데, 이번기회에 장만해서 기쁘다.

새벽 세시에 걷기 시작한 사람들은 지금 열심히 새벽공기를 가르며 가고 있을것이다. 나도 내년에는 그 팀에 합류해야지.

나는 아침 여덟시반에 락빌의 Shady Grove 메트로 역에 차를 세워놓고, 에밀리를 만나서 그이의 차를 얻어타고 Whites Ferry 까지 간다. 거기서부터 오전 10시부터  30마일 행군하면 Harpers Ferry 에 도착한다. 아마 오후 8시쯤 될 것이다.  그러면 거기서 '환영'을 받은 후에,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Shady Grove 메트로 역으로 돌아온다.  거기서 내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온다. 아마도 집에는 대략 자정 전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얼굴도 모르면서, 생판 모르는 사람인 나에게 라이드를 제공하거나 나의 교통편을 신경써준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걷는 일도 유쾌할 것이고, 그렇게 우리들이 서로 협력하여 뭔가 함께 이뤄 내는 경험도 뿌듯할 것이다. 끝까지 (끝은 없지만) 걸어보는 경험은 나를 더 멀리 더 멀리 가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여태까지의 통계로는 이번 걷기에서 50마일 신청자는 250여명 되고, 100마일 신청자는 100 여명이라고 한다. 350명이 제한 인원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일정 거리에서 음료수와 간식,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

꼴랑 (우리 형부가 쓰는 부산 사투리--'겨우'라는 뜻) 요런것을 준비 해 놓고는 마음만은 'A Walk into the Woods' 의 Bill Bryson 부럽지 않다. 심지어 현재 빌 브라이슨을 조소하는 중이다. 하하하. (하룻강아지가 범을 능멸하는도다 하하하)  그 책 읽으면서 빌 브라이슨 아저씨를 엄청시리 부러워했는데, 아무튼 나도 떠난다 이거쥐~ 

빌 브라이슨이 그의 '괴상한 친구'와 떠난 여행만큼이나, 우리 귀냄이 느리동댕 거북이 찬홍이녀석하고 걷는것도 만만치 않을걸. 아이구야 벌써 한숨 나온다.

짐을 챙기면서 새삼 한가지 감사한 일이 있다.  내가 박선생하고 포토맥이나 숲으로 걸으러가면 박선생이 항상 가방을 내가 짊어지게 했다. 그리고는 자기가 입고 있던 잠바가 무겁다고 벗어서 내 가방에 꾸역꾸역 넣어주고는 자기는 가뿐하게 걸으면서도 힘들다고 뭐라뭐라 늑장을 부렸다.  세상에 남자하고 여자하고 산길을 가는데, 여자가 가방 짊어지고, 그 가방에 남자 짐까지 우겨 넣고 가는 팀이 몇팀이나 되겠는가.  내가 그 시집살이(!)까지 다 하고 산 사람이다.

내가 포실하니 공주노름 하면서 무거운 가방은 남자등에 매달고 평소에 다녔다면, 이렇게 가방을 싸지는 못하리라. 평소에 나를 단련을 시켜 주신 그 은혜가 하해와 같다. 오오 박선생의 은혜는 높고도 높아서 내가 이루 다 웬수를 값을길이 없노매라. 위 덩셔둥셩

  ***

결과: 짐싸기 평가

Support Station 에서 샌드위치, 스넥, 오렌지, 포도, 물, 각종 스포츠 음료수를 잔뜩 준비 해 놓고 실컷 먹이고, 싸가도록 유도하였다.  그러므로 위의 가방에서 '음식,스넥, 물'은 다 빼도 되겠다. 만약을 위해서 '물병 한개'와 간단한 트레일 믹스나 약간 준비하면 된다.

썬 스크린 크림도 의료팀이 제공하고 있었다. 그냥 작은것 하나 챙기면 되겠다.  물집은, 평소에 나처럼 걷는 사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냥 최대한 가벼운 복장 (반팔, 반바지)에 모자, 목도리, 장갑 착용하고 물 한병, 트레일 믹스 한줌, 현금 약간, 카드, 운동화 평소에 신던 아주 편한것 이렇게 준비하면 되겠다.  (전화, 카메라, 손전등)

양말은 특별히 마련한 스포츠 양말이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내가 평소에 산책 나갈때 신는 것은 남대문 시장에서 만원에 열한켤레 살수 있는 제일 싼 나이롱 양말인데, 그런것 신다가 두둑한 스포츠 양말 산으니까 정말 푹신하고 좋더라. 신발은 평소에 신던 뉴 밸런스 운동화 였는데, 폼은 안나도 정말 발이 편했다. (합격).  내가 눈여겨 보니 100 킬로 행진한 사람, 발 빠른 사람들은 그냥 평범한 운동화 (내것같은)들을 신고 가볍게 움직이고 있었고,  등산화에 하이킹 복장 갖추고 형식 갖춘 분들이 오히려 속도가 느렸다.  아무래도 많이 다녀본 사람들은 길을 정확히 알고 있으니까 간단히 대비를 하고, 길을 잘 모르는사람들은 심각하게 대비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가지, 사고 싶은것. Dirty Girl's Gaiters 라는 것이 있다. 운동화 위에 커버를 씌워주는 것 같은 물건인데. 얇은 스판덱스로 만들어진 그 커버를 착용하면 길 걸을때 작은 돌멩이가 운동화 안으로 튕겨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사람들이 그것을 많이 착용했다. 그것은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착용하고 다녀야지. 평소에도 운동화에 돌멩이 튕겨 들어가서 걷다가 서서 돌멩이 털어내곤 한다.

 http://www.dirtygirlgait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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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5. 1. 14:58


찬삐하고 나하고 50 킬로미터 (30 마일) 포토맥 강변 걷기를 무사히 마쳤다. 찬홍이는 출발점으로부터 20 마일이 지난 후부터는 속도가 급속히 저하되기 시작했고, 23마일 지점부터는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거북이' 행진을 해야 했다.  마지막 5마일은 신음을 하면서 걸었다.

나로서는, 그냥 내 평소 성격대로 가면, 크게 피로를 느끼지 않고 휘적휘적 갈만한 상황이었는데, 신음하는 찬홍이를 '부축'하면서 아주 힘들고 오랜 오마일을 걸어야만 했다.  찬홍이가 내 패이스대로 걸어주었다면 오후 7시에는 행진을 끝냈으리라. 하지만 간신히 도착한 시각은  밤 11시.  거의 13 시간동안을 길에서 걸으면서 보냈다. 하지만 아들과 함께 50 킬로미터 (30마일)을 걸어냈다는 것이 속도를 내는 일보다 훨씬 값진 일이므로 기쁘게 생각한다.  찬홍이도 20마일까지는 그럭저럭 내 속도를 맞춰 주었다. 그것만해도 신통하다.

나는 22마일이 걷기 최고 기록인데, 이번에 내 기록을 깨고 새로운 영역에 들어선 기분이다. 마라톤에 비한다면 '거북이' 걸음이지만, 나는 내 체력이나 체력 조건을 잘 알고 있고, 나는 마라톤에 적합하지 않다.  그러므로 현재의 내 신체상태와 건강에 만족한다.  야금 야금 연습해 나가면 100 킬로미터 행진도 가능해 보인다.

30마일 걷는동안 7마일마다 설치 되어 있는 Support Station 에서 음료수나 음식 과일을 풍족히 먹을수 있었다. 사진은 마지막 세번째 Support Station.  찬홍이하고 나하고 둘이서 나란히 찍은 사진이 없어서 자원봉사자 아저씨한테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목적지인 하퍼스 페리의 커뮤니티 센터 (강당)에 도착. 준비된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기념 셔츠를 큰것, 작은것 두장을 샀다.  도착지에서만 살수 있는 셔츠. (물론 언라인 주문도 가능하지만, 나는 반드시 도착해서 기념으로 사겠다고 결심하고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행사를 감독하고 이끌어준 Mike Darzi. 



하퍼스 페리에 다다를즈음의 밤의 강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밤에 숲속길을 걸으며 세차게 흐르는 강물소리, 그리고 밤의 신비를 간직한 새소리에 취하는 것 같았다.  찬홍이에게는 몹시 고통스런 시간이었을 것이다. 찬홍이의 발목 통증이 어찌나 심한지 우리집 아파트 계단을 오르는 일도 태산을 오르는것처럼 힘겹게 보였다.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져서는 세상 모르고 자고있다.

내가 교통 문제로 '신세한탄'을 여러차례 그룹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서 하고, 그래서 해결을 봤는데, 편지 보낼때마다 Mom and Son 으로 일관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찬홍이와 나를 발견할때마다, "Are you the mom and son?" 하고 물었다. 내가 무사히 나타나고 목적지까지 다다랐다고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무척 기뻐해주었다.  내가 좀 유난스러웠던 모양이다.  "You were the most enthusiastic person in this program this year"라고 행사 요원이 말했다.  (내가 좀 시끄럽지...)

아무튼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는데, 그분들이 대개 나를 기억하고 알아봐주어서, 우리들은 정말로 어느새 가족이 된 기분이었다. 찬홍이녀석이 끝까지 해 내줘서 참 대견스럽고 기쁘다. 고통을 참으로 밤의 강변을 끝도 없이 걸었던 기억을 오래 간직하게 될 것이다.

***

아, 하퍼스 페리 풍경은 도착시각이 깜깜한 밤이라서 사진을 찍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찬홍이가 지쳐 쓰러질것 같던 무렵, 내가 "여기 전에 아빠하고 와 본적 있어. 그때는 차를 타고 왔지만, 이 부근은 아빠하고 걸었었어. 이 산모롱이만 돌면 다리가나온다. 그 다리를 건너면 끝이야!" 하고 알려주자 찬홍이는 다시 힘을 냈다.   마치도 찬홍이와 캄캄한 밤에 걸을 것에 대비하여 그 전에 와봤던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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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30. 02:14

예정대로, 금요일 아침 워킹을 했다. 나의 사랑하는 학생과 함께.
내가 내일 장거리 워킹을 가기 때문에 잘 먹여 보내야 한다고 오늘은 내 학생이 나를 밥을 사 주어서 포식을 했다.
조지타운 천주교당에 가봤는데 문이 잠겨 있으서 못 들어가고, 정원에 앉아있다가 나왔다. (예배당 문은 왜 잠겨있는 것일까?  갸우뚱.)  우리동네 예배당은 밤에도 그냥 열려있는데...


 


Old Stone House 에 핀 작약.  꿈결같이 황홀한 꽃 빛 이었다. 꿈인듯, 취한듯 그렇게 꽃잎을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올드 스톤 하우스 정원의 이른 아침. 날씨가 청명하고 하늘이 높고 공기가 차서, 마치 9월의 아침 같았다.





모란. 김영랑의 계절이 돌아왔다.



내 학생을 꼬드겨 가지고 조지타운 컵케이크 가게에서 잠시 줄을 서서 기다려서 각자 컵케이크 하나씩 사 먹었다. 그냥 이렇게 사소한 것에 대하여 기대감을 갖고 기다리는 '재미'도 인생에서는 필요하다고 본다. 삶의 여유 같은것.

 




내가 두개 골라가지고, "뭐 먹을래?" 물었더니 내 학생이 분홍꽃이 올라간 체리 컵케이크를 골랐다. 내가 먹은 것은 레드 벨벳.



테이블에 생화가 가득 꽂혀 있어서 컵케이크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아, 걸은것보다 먹은것이 더 칼로리가 높을 것이다.  어쨌거나, 내일 온종일 꼬박 걸어야 하므로 칼로리 비축이 필요하다. (언제나 먹을 핑계는 있는법.) 이제 청소나 하고, 온집안을 반짝반짝하게 치워 놓고 내일 아침 일찍 걸으러 나가면 된다. 저녁에는 찬홍이를 데리고 앉아서 불고기를 구워서 먹고 자야지. (전투 태세.)  내일이 결전의 날이다!

다음주 금요일에는 비가 오면 포토맥을 걸을것이고 (우덜은 전천후 워커들이다), 비가 안 온다면 다른 곳을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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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28. 05:46

지난주, 스프링 브레이크 기간에 내 대학원생과 금요일 아침 일곱시 반에 만나서 한바퀴 걸은 적이 있다.  내가 어제 수업중에 "나처럼 날씬해지고 싶으면 금요일 이른 아침에 나오셔" 하고 농담을 했더니, 내 학생이 또 만나서 걷자고 한다. 그 학생이 전체 메일로 다른 학생들에게 접선 장소와 시각을 고지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누가 오건, 몇명이 오건, 우덜은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장소에 집합해서, 지각이나 결석생 무시하고 그냥 그자리에 정각에 모인 사람들끼리 계획대로 출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어..어..비가 오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내가 갈지 안갈지 나중에 알려줄게..." 내가 꽁지를 사리자, 내 대학원생이 아주 '단호한' 표정으로 나를 갈궜다.  비가 와도 걸을수 있으니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깨갱.

청출어람이야...확실해.

그 학생이 있는한 나는 아마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금요일 아침 일곱시 반에 포토맥에 나가야만 할거다. 그리고는 허벌나게 헥헥대며 걸어야 할거다. 내 제자가, 나보다 근력이 더 좋고 민첩해서, 나보다 훨씬 잘 걷는다.  심지어 우리는 농담삼아서 이런 얘기도 했었다. "우린 달리기 안해. 이런 평지는 시시해서 안달려. 산악 마라톤이라면 모를까. 시시해서 평지에서는 걷는거야."


실제로 그날, 우리는 언덕을 '약간' 달렸었다. :-)   우린 산악 마라톤 아니면 안해!  (이것이 우리가 달리기를 안하는 공식적인 이유이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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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27. 11:16




어제 셔틀버스를 신청했는데, 오늘 코디네이터에게서 연락이 왔다.  인원이 다 차서 '너희들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을 찾아 보기바란다는 매우 친절한 이메일이었다. 

셔틀버스 없으면 나는 꼼짝을 할 수가 없다. 우리집에는 운전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 뿐이고...누군가 나를 위해서 운전을 해 줄 사람이 없다.

본래 계획은 디씨 시내의 메트로 역에 차를 주차시키고 거기서 대기하고 있는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점으로 이동한다. 30마일 (50 킬로)를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는, 셔틀버스를 타고 내 차가 있는 메트로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셔틀버스가 없으면, 내가 그 야심한 밤에 웨스트버지니아의 산골짜기에서 디씨 시내의 내 차까지 무슨 수로 온다는 말인가?

집에와서 저녁 여섯시에 이메일을 열어 본 나는 순간 '패닉'에 빠졌다.

부랴부랴 메일링 리스트에 이메일을 올렸다. "나 라이드가 없어서 이 계획이 무산될것 같아. 누군가 도와주시길~"

이메일 올린지 10분도 안되어서 두 사람이 개인 메일로 답을 해 왔다. 너를 '출발점'까지는 태워다 줄수 있어.  이 말은, 디씨 메트로역에서 출발지점 까지는 태워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30마일 걸어올라가서 다시 돌아올때는 어떻게 해?)

내게 친절한 응답을 한 분들중에 한분은 아메리칸 대학의 교수. 내가 허구헌날 나가는 포토맥 애비뉴 근처에 사는 분이었다.  그 역시 나처럼 허구헌날 포토맥 강변을 서성이는 일당이었다.  내 차를 자기 집 앞에 세우고 함께 차를 타고 가면 된다고.   또 한분은 정확히 메트로 역에서 나를 픽업하겠다고 했다.  나는 메트로역에서 픽업 하는 분의 차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내 차를 메트로 역에다 놓아두는 편이 편리하기 때문에. .., 나중에 밤에 돌아오는 차편을 얻어 탈때 메트로역으로 올 가능성이 크니까. 

그래서 일단 출발점에 가는 차편을 구해놓고,

돌아오는 차편을 어떻게 구할것인가 골몰했다.

셔틀버스 코디네이터에게 다시 이메일을 보냈다.  "중간에 탈락자도 생기고, 올때는 다른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는것 같던데, 돌아오는 셔틀버스에는 내가 탈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좀 한번 고려해보면 어떨까? "  

한편으로는 그룹 메일링 리스트에 다시한번 메일을 올렸다: "내가 귀환 버스를 못구해서 장거리 워킹을 포기한다고 하면, 아마 한국에 있는 내 가족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나를 거짓말쟁이 취급을 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겨우 30 마일 거리의 차편을 못구하는 일 따위는 절대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떤 면에서 참 이상한 곳이다. 30마일 걷는 일은 아무것도 아닌데, 돌아오는 대중교통 수단을 구하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가. 이 자동차 공화국에서 나는 내 차를 갖고도 왜 이렇게 불편하게 살아야 하는가.  내가 걷기 문제가 아니라 차편이 없어서 걷기를 포기한다면 이거야 말로 블랙코메디이다.  모두가 나를 '핑계쟁이'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신세한탄을 공개적으로 하고 홧김에 수박을 때려 먹고, 분이 안풀려서 파인애플을 통째로 우적우적 먹은 후에 배를 두드리며 컴퓨터 앞에 앉으니  셔틀 코디네이터에게서 이메일 답이 왔다.  "너를 귀환하는 버스 승객 명단에 올려 놓을게, 차비를 현금으로 준비해 갖고 와라."

아, 그래서 약 네시간 만에 셔틀버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문제는 발생했지만, 문제 해결 과정에서 친구도 생기고, 친절한 영혼들도 만나게 되어서 한편 보람도 있다. ) 아, 피곤해...


천하무적 혁필선생.

(아 수박이나 마저 때려먹고 잠이나 ~ 드르렁 드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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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26. 02:58



http://onedayhike.org/  홈페이지및 관련 웹페이지에 나온 정보를 토대로, 내게 필요한 준비물들을 정리해 보았다.  (누군가 올린 정보중에서 취사선택 한 것.)

여태까지의 진행상황은

  1. 1인당 45달러의 등록비를 냈다 (찬홍이와 나 = 45 곱하기 2 = 90 달러)
  2. 출발지점까지 모여서 가야 하고, 돌아와야 하므로 셔틀버스를 신청했다 (찬홍이와 나 = 20 x 2 = 40 달러)
  3. 응급 의료 동의서를 작성하여 보냈다.
  4. 기초 지도 (언라인에 제공된것)를 프린트하여 살펴 보았다 (도착지점은 내가 가본적이 있는곳이다.)  http://americanart.tistory.com/176  하퍼스 페리에 갔을때, "여기가 우리가 매일 걷는 그 길의 연장선이다..." 하고 그곳의 수로변을 걸으며 포토맥과 수로가 이어지는 구역을 살펴 본 적이 있다.  마침내, 내 두발로 걸어서 거기까지 가게된다. 

새로 장만해야 할 것은 없고, 집에 있는 용품들을 찬홍이와 내가 각자의 백팩에 잘 챙기면 된다. 물이나 작은것 두병씩 갖고 다니다가 중간에 채우면 될 것 같다. 소금기 있는 아몬드와 땅콩, 바나나, 귤 그런것 챙겨야지.



2009년 가을 단풍이 질때 가봤던 곳. 저 다리 건너편에서 다리를 건너 이편으로 오면 종착지점에 도착하게 된다. 내 희망은 밤이 오기전에 이 다리에 도착한다는 것인데...시속 3마일로 걸으면 오후 8시에 도착하게 된다. 아마 나중에는 지쳐서 더 느리게 걷게 될 것이다.  오후 10시에나 도착하려나... (대략 9시에는 도착 할것을 예상하는데.)




바로 이 지점이 하퍼스 페리에서 포토맥과 셰난도어강이 만나는 곳이었고, 그 곁으로 수로가 이어졌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Life2011. 4. 25. 10:30


날이 온종일 화창하더니 밤이 되자 소리도 없는 마른 번개가 하늘에서 번쩍번쩍 한다.  왕눈이는 천둥치는 소리나 번개를 무서워 한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지면 왕눈이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표시하며 어두운 옷장 안으로 숨는다거나 그와 유사한 행동을 한다.

오늘은 내가 책상에 붙어 앉아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이 놈이 내 무릎 위로 뛰어 올라와서 벌벌 떨고 있어서, 내가 일에 방해를 받았다. 살살 달래서 내려 놓았더니, (저도 미안한지 무릎에는 못 올라오고) 내 발치에 와서 벌벌 떨며 엎드려 있다.  그래서 책상 밑, 내 발치에 왕눈이 개방석을 갖다 놓아주었다. 내 오른발로 살살 쓰다듬어 주니 내 발에 의지해서 잠을 청하려는듯 눈을 감고 엎드려 있다.  창밖에는 소리도 없는 마른 번개가 번쩍 번쩍.

왕눈이가 내 발을 감싸안고 있어서 내 발이 무지무지 따뜻하다.  내 발이라도 붙잡고 있으면 안심이 되는 원리는 무엇일까? 아무튼 연결이 되어야 안심이 된다는 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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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25. 02:07


신약 요한복음 5장에, 예수님이 Bethesda 연못에서 38년간 앉은뱅이로 살아온 사나이를 '일어나 네 돗자리를 걷어 들고 가라' 한마디로 일으켜 세운 일화가 소개된다. 그 Bethesda 라는 지명이 그대로 이 Bethesda 라는 메릴랜드의 작은 도시로 이어졌다.  부활절이니만큼, 그 이적을 사색하며 베데즈다 행~ 

왕벚꽃 나무도 꽃잎이 하르르 지기 시작했다. 나무 밑에 꽃잎이 덮여있어, 길이 분홍색이 되었다.



베데즈다 반즈앤노블 책방 앞의 벤치.

I am young and filled with glee.
I have ideas, but nobody will listen
I am small, but that doesn't mean you should ignore me

나는 어리고 기쁨으로 가득차 있어요
내게는 아이디어들이 있지만, 아무도 내 생각을 들으려하지 않아요
내가 작다고 해서 나를 무시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요.







 실수를 절대 저지르지 않는 유일한 사람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다. --테디 루즈벨트.

 

 


켄우드의 왕벚꽃나무




베데즈다 시내에서 열리는 일요 장터

장터에 나와있는 아네모네, 양귀비.




베데즈다의 Le Pain Quotidien 카페.  날씨가 좋아서 길거리 테이블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오전 8시 30분.)


찬옹이의 아이포드 3 라는 물건.


미국에서 이런 고풍스런 길거리 카페를 만나기 쉽지 않은데, 베데즈다 시가지를 둘러보니, 이 동네가 제법 예쁘장한 길거리 카페가 많이 있다. 얼핏 뉴욕의 Little Italy 를 방불케하는 카페 거리.



온 인류가 새생명을 얻었다는 기쁜 부활절 아침이니 만큼, 잘 먹어줘야 ... 남는거다. :-)
사실 스프링 브레이크라서 학생들이 나이아가라다 뉴욕이다 여행들을 떠나고 그랬는데, 찬홍이하고 나는 일주일 내내 그냥 집에서 이렇게 산책을 다니며 보낸 셈이다. 스프링브레이크의 마지막 날.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법 '화려한 아침 식사'를 했다.





 give us today our daily bread...  아, 이제 다 놀았다.  슬슬 미루고 있던 프로포절들도 써서 내야 하고... 원없이 놀았으니, 원없이 일이나 하자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날씨 한번 천국처럼 화창하구나.  축복의 아침 산책이었다.



이제 나는 나의 거적데기를 걷어서 등에 지고, 베데즈다의 연못에서 벗어나, 나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스프링 브레이크 기간동안, 찬홍이 10 파운드, 나는 3파운드 감량. ㅋㅋㅋ)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24. 03:14


어제 내가 산책을 마친 직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온종일, 온 밤새 비가 왔다. 아침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비가 오는둥 마는둥 해서, 그냥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내가 강변에 도착하니 비는 그쳤다.

비에 푹 젖은 4월의 포토맥 강변 숲은, 눈부신 형광색 초록이었다. 형광초록색.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흐린 날, 사실은 달리기나 걷기에 아주 좋은 날씨이다. 의외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제는 멀쩡했던 나무가, 오늘 아침에 쓰러진채 길을 막고 있었다.  Fletcher's Cove 입구에 쓰러져있는 고목.  조지타운을 한바퀴 돌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벌써 누군가가 나무를 도막내어 치워놓았다.  미국의 국립공원 관리팀의 기민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짜 숲처럼 보이는 형광색 푸르름.




물먹어 검정색으로 보이는 나무 줄기와 등나무 꽃. 

 



잔뜩 찌푸린 하늘. 비가 오다 말다 오다 말다...  (이런날이 걷기에 최고 좋은 날.)

 




멀리 조지타운의 시계탑이 오전 아홉시 45분을 가리키고 있다.



찬홍이는 엄마를 '여자 전사'처럼 보는 경향이 있다. 여자 글레이에이터처럼 찍어 놓은 사진이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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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22. 09:14




찬홍이와 메릴랜드주의 베이 브리지 (Bay Bridge)와 Sand Point State Park 로 소풍을 다녀왔다.  '다리'로 소풍을 가는 사람도 있는가?  ===> 나.  나는 베이 브리지를 경이롭게 바라보는 편이다. 엄청 길고 높은 다리이다. 이 다리를 몇차례 건너본 경험이 있는데, 이 다리를 건널때마다 '나 죽어서 다시 태어나면 다리 짓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

사실 이 다리를 건너서 몇마일 가면 아웃렛이 있다.  그래서 '다리' 구경삼아, 다리 건너 아웃렛에 가서 구경하다가, 다시 다리를  건너와서 다리 앞에 있는 Sandy Point State Park 로 가는 것이 소풍의 전체 진행 방향이 되겠다.  아웃렛에 가서는 기웃거리고 구경하다가 올리브색 가디간 (4철 입을 만한 것)을 하나 싼 값에 사고, 써브웨이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는 해변으로 향했다.




저기 보이는 것이 베이 브리지. 그리고 이곳이 샌드 포인트 파크이다.

사실 이 파크에서 2007년 겨울에,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온가족이 여기에 들러서 사진 찍고 놀다가 가방을 놓고 자리를 떠난 것인데, 집으로 돌아오던 도중 내 가방을 아무도 안챙겼음을 깨닫고, 다시 차를 돌려서 이곳에 돌아왔다.  그때 이 해변에서 금속 탐지기로 동전을 줍던 사나이가 내 가방을 발견하고, 지갑속에 수백달러와 함께 온갖 신분증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고스란히 이곳 경비 경찰에게 맡겨 놓고 있었다.  그래서 내 지갑은 안전하게 내게 다시 돌아왔다.

그 후에, 2009년 4월에 지금은 귀국한 내 제자, 나의 조교였던 여학생과 컨퍼런스 발표를 위해 함께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곳을 지나치면서 여기 다시 들렀다. 그때 내 제자와 찍은 사진들을 아직도 잘 보관하고 있다. 나의 첫 제자였고, 그리고 내가 무척 사랑하는 학생이다. 지금은 모 국제학교에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오늘. 세번째 방문이다.  그러니까...그 이래로, 나는 바다에 가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늘 바다를 그리워하면서도, 내 생활이란것이 간단치가 않았고, 늘 걱정 근심거리들이 널려 있었고, 나는 바다에 나갈 여유가 없었다.  오늘 바다가 참 아름다웠다. 그래서 서울에 간 박선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작정하고 집 나오면 한시간에 올 수 있는 거리에 바다가 있었는데, 나와서 바닷바람 쐬면 좋았을 것을.  워싱턴에서 마음고생만 하다가 귀국하고 말았다. (다음에 워싱턴에 오면 내가 바다 구경 시켜준다. 약속.)


찬홍이도 플로리다로 돌아간것 같다고 좋아했다. 날씨가 4월의 날씨답게 따뜻한듯 하면서도 쌀쌀맞아서, 공기는 차고, 투명하고 그랬다.  나는 원래 성격이, 물가에 가면 한 겨울에도 일단 물에 발을 담가야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므로, 집 나설때부터 반바지 입고, 그리고 차에 샌들을 싣고 나갔다. 그래서 신나게 물 놀이를 할 수 있었다.





갈매기 녀석들과도 놀고.







파도하고 오랫만에 놀았다.  (나 여기 여태 안오고 뭣 한거지? 응?  나 여기 또 와야지!)




내가 '살찐 유지태'라고 부르는 우리 잔삐도 오랫만에 아주 기분 좋은 표정. 













 



이 해변에는 갈대밭이 있는데, 갈대 숲이 아주 깊다. 2007년 겨울에도 이 곳에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같은 장소에서 또 기념 사진.




멀리 베이 브리지가 보이는 해변 숲.

오랫만에 맨발로 바닷가 모래 사장을 맘껏 걸었다. 그래서 발이 시원하고 좋다.  이렇게 바닷가를 걷고 오면 나른하면서도 시원하고 상쾌해서 오히려 피로가 다 날아가 버린듯한 기분이 든다.


* 아 요즘 내가 목도리와 장갑을 꼭 착용하는 이유는, 햇볕 알러지가 생긴것인지, 노후한 탓인지 손등이나 목이 햇볕에 노출이 되면 가렵거나 따끔거리고 아프다. 그래서 목을 감싸주고 손등을 가려줘야 안심이 된다. 그래서 이 장갑 한켤레를 저녁이면 빨아놓고 잔다. 아침이면 아직 덜 마른 것을 끼고 나가서 운전을 한다. (특히 운전할때 왼손이 햇볕에 그대로 노출이 되는데, 그렇게 한시간 쯤 지나면 손등이 아프다.)  썬 크림도 발라주고, 스카프나 장갑으로 가려주고, 그러면 아무렇지도 않고 좋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21. 06:42



버크 레이크 산책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에,  양말을 한 켤레 샀다.  등산용 양말이다. 정가는 15달러쯤 하고, 내가 산 할인가는 5달러이다. 그래도 양말 한켤레에 5달러 짜리는 나도 머리 털나고 처음 사보는거다.

원데이하이크 홈페이지에 복장에 대한 간단한 안내가 나와 있는데, 면양말을 신지 말라고 한다. 땀이 배인채로 신발 안에 오래 있으면 아마도 발 건강에 안 좋은 모양이다.  그대신 두툼한 야외용 전문 양말을 신으라고 해서, 큰 맘 먹고 한 켤레 마련했다.  신발은 현재 신고 다니는 운동화가 적당히 '낡아서' 가장 편안하다. 

잠바는 아주 얇은 비옷 대용 잠바를 언라인으로 하나 주문해 놓았다. 비가 오나 안오나 그것을 착용하면 더위나 추위를 막아줄수 있을 것이다.


30마일 하이킹을 위해서 더 사야할 것은 없을 것 같다. 썬크림이나 열심히 발라주면서 걸으면 되겠지.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21. 05:47
찬홍이와 아침에 버크 레이크에 가서 한바퀴 돌고, 점심 먹고, 돌아왔다.  봄의 호숫가, 나무들이 새옷을 갈아입고, 눈부신 연두로 빛났다.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이런 풍경이다.  물에 비친 풍경. 물에 비친 세상.  나는 눈앞의 풍경보다, 물에 반사된 풍경에 도취된다.









 



캐나다 거위는 순하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공원 근처에서 지내는 거위들은 특히 더 순하다. 사람이 다가가도 대충 피하는 수준이고, 빵 부스러기라도 손에 쥐고 있으면, 다가와서 달라고 꽉꽉대기까지 한다.  내가 길을 가로막고 성가시게 굴자, 이리 저리 피하더니 냉큼 물속으로 가버리고 만다.  사람이 물 속 까지는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Life2011. 4. 20. 04:06

이랬던 왕눈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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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20. 00:30


국립수목원의 입구쪽에 있는 행정관은 현재 수리중에 있다.  하지만, 건물 밖의 연못에는 잉어들이 살고 있다.  잉어의 몸집이 오리만하다. (내 팔뚝만하다는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니다).  스프링 브레이크를 맞이한 어린이들이 이곳에 소풍을 왔다가 잉어들에게 모이를 주며 좋아라 하고 있다.

어린이뿐인가. 나 역시  물속을 유유하게 헤엄치는 이 기름지고 현란하게 아름다운 잉어의 자태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런데, 꼬마들이 모이 주는 것을 보고, '청둥오리' 녀석 한마리가 잉어들 틈에 끼어서 모이를 빼앗아 먹고 있다.  오리 주제에 물고기를 잡아 먹지도 못하고, 물고기 밥이나 빼앗아 먹고 있다니... 자존심을 지켜주기 바란다 오리선생. 하하하.

아니지 아니지, 이 오리는 평화적 오리라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대신에 물고기와의 공생을 선택한 것일지도 몰라.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19. 06:51


오전 10시에 국립 수목원의 분재 전시장 앞에 차를 세우고 오후 세시까지 계속해서 걸었다.

분재 전시장 --> 국회의사당 기둥들 --> 양치식물 공원 --> 아시안 공원 --> 아나코스티아 강변--> 목련공원 --> 벚꽃 공원 --> 사철나무 공원 --> 다시 국회의사당 기둥을 지나 --> 분재 전시장을 지나 --> 기념품 매장 지나 --> 진달래길을 한바퀴 돌은 후에 --> 진달래 동산 구경.

수목원의 큰 두개의 루프와 그 일대의 공원들을 다섯시간 동안 두 발로 샅샅이 누비고 돌아다녔다. (지도에 표시된 대부분의 중요 포인트들을 보았다. 그래도 지루하거나 힘든줄 몰랐다. 아침에 김밥을 쌌고, 귤 다섯개와 물 두병을 갖고 갔는데, 김밥은 남았다. 돈은 한푼도 쓰지 않았다 (뭐 살것도 없고, 돈 쓸 일이 없었다).


사진이, 양이 좀 많아서, 주제별로 분류 정리하여 몇개의 페이지로 만들어봐야겠다.
주제별 정원에서 찍은 것들로 분류를 하는 것이 좋을것 같다.

사진은 나중에 공개하겠지만, 금주중에 방문하면, '천국'같은 비밀의 벚꽃동산을 거닐수 있고, 진달래 동산에서 꽃망울이 터져 나오는것을 볼 수 있다. 진달래는 이번주 말이 최절정이겠고, 다음주까지는 탐스럽게 남아있을 것이다.


찬홍이와 나, 꽃밭에서 놀고 있는 사진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18. 04:52
찬홍이가 다음 일요일까지 스프링 브레이크이다.  (나 역시 스프링 브레이크 이다). 그래서 찬홍이를 일주일간 '걷기'로 단련 시킬 궁리를 하고 있다.  오늘은 '간단히!'  찬홍이를 '끌고' 베데즈다 왕복  8.5마일을 걷고 왔다.


아파트 입구의 왕벚꽃 나무. 꽃이 탐스러운것이, 크레용이나 유화 물감으로 막 짓이겨서 떡처럼 발라 놓은것 같은 느낌을 준다.


지난 며칠간의 비바람에 꽃이 많이 지고 만 흰 벚꽃나무.


차를 세워놓는 포토맥 애비뉴의 사과꽃.  (사과가 열리니까 사과꽃이라는 것을 안다.) 며칠간의 짙은 구름이 쓸려나가고 화창한 하늘. 그리고 구름.

베데즈다로 향하는 Capital Crescent Trail 구간. 내가 '부스럼꽃'이라고 부르던 '박태기 나무 꽃' 혹은 Redbud.



늦은 벚꽃 나무.







 


Kenwood 의 흰벚꽃은 일주일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마치 마을 전체가 사라진듯한 낯선 느낌. 흰꽃으로 뒤덮여 있던 나무가 이제는 초록색 새잎들을 매달고 있다.





나무타기. (내가 The Selfish Giant 삽화를 그려보고 싶어서, 애들이 나무에 올라 앉아있는 풍경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 나무에 올라서 여러장의 사진을 찍었다.









우리의 목적지, 베데즈다 반즈앤노블 앞. 이곳은 마을의 광장같은 구실을 한다. 매장 앞 마당을 꽃으로 예쁘게 꾸며놓고,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서 논다.




베데즈다의 '조지타운 컵케이크'는 줄을 길게 서 있지 않아도 된다.  단지 조지타운 컵케이크가 주는 '단맛'을 조금 맛보기 위해서 찬홍이와 나도 하나씩 사서 먹었다.  인생의 순간순간, 즐길수 있을때 즐기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는것이 요즘 내가 사는 방법이다.  돌아보지 않기.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기. 때되면 떠날 각오로 하루하루 즐겁게 살기.  우리에게는 하루치의 근심만큼 하루치의 위안이 필요한법.   아, 오늘도 크 커피집에 들러서 프렌치 프레스 커피를 한잔 마셨다. 그 커피 참 소박하고 인정미가 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16. 20:17

Garden Flowers, St. John's Catholic Church, McLean



오랫만에 내 친구하고 만나서 걸으러 가기로 했다.  내 친구는 매일 아침에 예배당에서 아침 미사를 본다. 그래서 내 친구를 만나러 우리동네 세인트 존스 예배당에 가서 나도 아침 미사에 참석하였다.  이곳은 내 조카 세팔이가 다니던 학교이기도 하다. 세팔이녀석에게 학교에 핀 예쁜 꽃들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세팔이놈은 이곳에서 가을 학기만 하고 집으로 돌아갔으므로 녀석은 이곳의 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를 것이다.





이 학교에서는 금요일에는 학생들이 예배당에서 금요 아침 미사를 본다.  그래서 예배당에 전교생이 오고, 그리고 파이프 오르간도 연주되고 천사같은 성가대 학생들이 노래도 하고 그런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 맞추어 예배당에 들어설때면 나는 '우리 세팔이도 예전에 금요일마다 이곳에 들어왔겠구나' 하고 세팔이 생각을 하곤 한다.

아주 아주 노인이시라서 지팡이를 짚고 들어오시는 할아버지 신부님이 설교(?)를 하시다가  "옛날에, 내가 어렸을때..." 하고 뭔 말씀을 하시려다가, 할아버지가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You wouldn't turst me, but I was as young as you once... (너희들은 믿기지 않겠지만, 나도 한때 너희들처럼 어린 시절이 있었지...)"

할아버지 신부님은 나름 '농담'을 하신 것인데, 학생들은 너무나도 경건하게 앉아있었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나는 할아버지가 어렸을때 어떠셨을까? 학생들을 쳐다보면서, 저 노인이 저렇게 어린 시절이 있긴 했겠지..혼자 상상을 해 보려고 애썼다.  그리고 내가 노인이 된 후의 얼굴과, 내 어린시절의 얼굴을 번갈아 생각을 해보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나는 한 5분이나 10분쯤 잘 잤을 것이다. (일장춘몽). 꿈속에서 나는 하얀 팥고물이 묻어있는 흰 인절미를 열심히 받아먹었다. 나는 무척 허기져서 누가 주는지도 알 수 없는 그 인절미를 연신 받아먹었다. 그러다가 잠이 깼는데, 할아버지는 설교를 마치시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가 무슨 설교를 하셨는지 알수 없지만) 나는 꿈에서 받아먹은 인절미 덕분에 포만감과 함께 푹 자고 난 후에 몰려오는 그 따뜻한 상쾌함을 느꼈다.



예배당 정원에서는 도그우드가, 라일락이, 튤립이, 히아신스가 피어나고 있었고, 사제관 입구의 수선화는 이제 시들하게 서 있었다. 내 친구는 튤립이 '인공 꽃'같이 보여서 매력을 못느낀다고 했다.  튤립은 어찌보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싸구려 가짜꽃러럼 상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극히 개인적인 체험을 통해서, 나는 튤립의 매력을 안다.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빨간 수선화 꽃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안에서 우주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라일락을 발견하면, 월트 휘트만이 링컨을 애도하던 시가 떠오른다. 링컨은 라일락이 질 무렵에 저격당했을것이다.



예배당의 히아신스는 크고 탐스럽고, 그 향이 정원 가득 퍼지는듯 그윽하였다.






 


끊어진 강변 길을 걷다



지난 며칠 사이의 폭우로 강물이 불어있었다. 숲길이 간간히 불어난 물에 끊기기도 했다. 버지니아 블루벨은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위틈에 손톱만하게 작은 꽃들이 피어났다.




민들레도 밝게 웃고




터키런에서 아메리칸 레지온 브리지까지 왕복 4마일 코스를 마치고, 주차장 근처의 피크닉 공간에서 내 친구가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집에서 만들었다는 아몬드 강정과, 직접 구운 고구마, 그리고 ....와인 한병. ㅋㅋㅋ. 공원에서는 맥주나 와인이나 뭐든, 알콜음료는 금지되었다. 그런데, 내 친구가 나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와인이라...

나는 내가 가끔 대담하고 무모한 짓을 눈하나 까딱 안하고 저지른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내 친구가 토끼처럼 겁이 많고 온순하며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나보다 보수적인 노선이며 도덕감에 충실한 착한 시민이라는데 동의한다.  그러므로, 나는 내 친구가 나를 위해서 '정말로' 와인을 갖고 나타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때 쫄았던 것은 바로 나였다. "아이구야, 이거먹다가 경찰한테 걸리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러나, 사방에 꽃이 어지럽게 피어나는 이 좋은 계절에, 사람없는 숲속에서, 강물은 콸콸 소리내어 흐르고, 우리들은 숲길을 한시간도 넘게 돌아다니느라 지키고 배도 고픈 판국에, 게다가, 아침에 하느님전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나름대로 선량하게 살아보려고 노력도 하였는데, 와인 '한방울' 정도는 신이 용서해주시지 않으실까나...




그래가지고, 나는 향기로운 와인잔을 노려보며 깊은 사색에 잠겼다.
상상해보자. 예수님이 미국의 국립공원에서 12제자들과 둘러 앉아서, 빵과 와인을 제자들에게 나눠주며, "이빵은 나의 몸이고, 이 와인은 나의 피니라...마셔라..." 바로 이럴때, 순경아저씨가 싸이렌 엥엥거리고 나타나서 벌금 딱지를 떼는 장면을.

그래서 예수님은 국립공원에서 '학생'에게 와인을 돌렸다는 혐의로 체포가 되고,
사실은 유다가 경찰한테 문자 메시지로 고자질을 했다는 것이 후에 밝혀지며
베드로는 냅다 도망가면서 세번이나, "저는 그이가 누군지 몰라요"라고 외쳤던 것이니...

그래서 사색에서 풀려난 나는, 와인병을 내 옷으로 가려놓고, 이 성스러운 와인 파티를 즐겼다. 할렐루야.
경찰아저씨가 딱지 끊으러 오면 나는 말하리라, "내가 안그랬어요. 클레어가 그랬어요~~ "

오호라, 나는 모든 잘못을 남에게 미루던 아담과 이브의 후예가 아니었던가. 바위틈에서 나오던 굵고 붉은 뱀과 맞딱뜨렸는데, 내가 놀란만큼이나 뱀도 놀란듯, 뱀은 바위속으로 다시 들어가 숨고 말더라. 뱀아, 너도 이브가 무서웠던거냐.


와인을 다 마신후에, 우리들은 다시 강변 길로 내려가서 끊어진 숲길을 헤치고 나가느라, 가시덤불을 끊고, 바위를 기어오르며 행진하다가, 이런 길없는 길을 십자가를 지고 오르신 위대한 스승이 인류사에 있었음을 사색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