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1. 5. 1. 14:58


찬삐하고 나하고 50 킬로미터 (30 마일) 포토맥 강변 걷기를 무사히 마쳤다. 찬홍이는 출발점으로부터 20 마일이 지난 후부터는 속도가 급속히 저하되기 시작했고, 23마일 지점부터는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거북이' 행진을 해야 했다.  마지막 5마일은 신음을 하면서 걸었다.

나로서는, 그냥 내 평소 성격대로 가면, 크게 피로를 느끼지 않고 휘적휘적 갈만한 상황이었는데, 신음하는 찬홍이를 '부축'하면서 아주 힘들고 오랜 오마일을 걸어야만 했다.  찬홍이가 내 패이스대로 걸어주었다면 오후 7시에는 행진을 끝냈으리라. 하지만 간신히 도착한 시각은  밤 11시.  거의 13 시간동안을 길에서 걸으면서 보냈다. 하지만 아들과 함께 50 킬로미터 (30마일)을 걸어냈다는 것이 속도를 내는 일보다 훨씬 값진 일이므로 기쁘게 생각한다.  찬홍이도 20마일까지는 그럭저럭 내 속도를 맞춰 주었다. 그것만해도 신통하다.

나는 22마일이 걷기 최고 기록인데, 이번에 내 기록을 깨고 새로운 영역에 들어선 기분이다. 마라톤에 비한다면 '거북이' 걸음이지만, 나는 내 체력이나 체력 조건을 잘 알고 있고, 나는 마라톤에 적합하지 않다.  그러므로 현재의 내 신체상태와 건강에 만족한다.  야금 야금 연습해 나가면 100 킬로미터 행진도 가능해 보인다.

30마일 걷는동안 7마일마다 설치 되어 있는 Support Station 에서 음료수나 음식 과일을 풍족히 먹을수 있었다. 사진은 마지막 세번째 Support Station.  찬홍이하고 나하고 둘이서 나란히 찍은 사진이 없어서 자원봉사자 아저씨한테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목적지인 하퍼스 페리의 커뮤니티 센터 (강당)에 도착. 준비된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기념 셔츠를 큰것, 작은것 두장을 샀다.  도착지에서만 살수 있는 셔츠. (물론 언라인 주문도 가능하지만, 나는 반드시 도착해서 기념으로 사겠다고 결심하고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행사를 감독하고 이끌어준 Mike Darzi. 



하퍼스 페리에 다다를즈음의 밤의 강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밤에 숲속길을 걸으며 세차게 흐르는 강물소리, 그리고 밤의 신비를 간직한 새소리에 취하는 것 같았다.  찬홍이에게는 몹시 고통스런 시간이었을 것이다. 찬홍이의 발목 통증이 어찌나 심한지 우리집 아파트 계단을 오르는 일도 태산을 오르는것처럼 힘겹게 보였다.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져서는 세상 모르고 자고있다.

내가 교통 문제로 '신세한탄'을 여러차례 그룹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서 하고, 그래서 해결을 봤는데, 편지 보낼때마다 Mom and Son 으로 일관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찬홍이와 나를 발견할때마다, "Are you the mom and son?" 하고 물었다. 내가 무사히 나타나고 목적지까지 다다랐다고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무척 기뻐해주었다.  내가 좀 유난스러웠던 모양이다.  "You were the most enthusiastic person in this program this year"라고 행사 요원이 말했다.  (내가 좀 시끄럽지...)

아무튼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는데, 그분들이 대개 나를 기억하고 알아봐주어서, 우리들은 정말로 어느새 가족이 된 기분이었다. 찬홍이녀석이 끝까지 해 내줘서 참 대견스럽고 기쁘다. 고통을 참으로 밤의 강변을 끝도 없이 걸었던 기억을 오래 간직하게 될 것이다.

***

아, 하퍼스 페리 풍경은 도착시각이 깜깜한 밤이라서 사진을 찍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찬홍이가 지쳐 쓰러질것 같던 무렵, 내가 "여기 전에 아빠하고 와 본적 있어. 그때는 차를 타고 왔지만, 이 부근은 아빠하고 걸었었어. 이 산모롱이만 돌면 다리가나온다. 그 다리를 건너면 끝이야!" 하고 알려주자 찬홍이는 다시 힘을 냈다.   마치도 찬홍이와 캄캄한 밤에 걸을 것에 대비하여 그 전에 와봤던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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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