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0. 11. 15. 00:07

 

사진을 클릭하여 펼쳐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생각한것:

 1. 립밤을 여러개 사다가, 차에 하나, 핸드백에 하나,  산책용 배낭에 하나, 책상위에 하나, 학교 책상에 하나 이렇게 놓아둔다. (추우니까 입술이 자꾸 터져서.)  그러니까 최소한 네개를 사야 하는군 (지금 하나 있으니까.)

 

 2. 겨울 목도리 통짜로 된거 (고리모양) 이놈을 늘 산책용 배낭에 넣고 다닌다.  산책하다가 어딘가에 앉아서 쉬고 싶을때 '방석'으로 요긴하게 사용할수 있겠다. (오늘은 털모자 벗어서 깔고 앉았다.)

 

참, 대단하게 심각한 생각을 하셨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11. 14. 23:57

 

afoxboys.jpg

My friends: I miss you

 

2010년 11월: 1차 목표 60마일

 

 

  1. Wednesday November 3, 2010 :school 3 miles
  2. Thursday November 4, 2010 : school 3 miles (rained all day, went out in the evening.)  --> 6 miles  내가 왜 걸을까?  오래 살고 싶어서?  뭐 이런 생각을 해 봤는데, 그냥 걷는게 좋아서 나간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열이 나도 나가는 이유는?  걷겠다는 약속도 지키고 싶고, 그리고 열이 나고 아파도 걷다보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서 나가는 것이다.  기분이 좋아지니까. 최소한 걸을때 만큼은, 기분이 좋다.
  3. Friday November 5, 2010 : georgetown 6 miles  --> 12 miles 비가 갠 아침, 촉촉하고 좋았다.
  4. Sunday November 7, 2010: riverbend park -- great falls trail 4 miles --> 16 miles
  5. Friday November 12, 2010: riverbend park -- great falls trail 4 miles --> 20 miles
  6. Saturday November 13, 2010 riverbend park -- great falls trail 4 miles --> 24 miles
  7. Sunday November 14 2010 georgetown 6 miles --> 30 miles

 

 

10월 기록은 아래에:

 

 

 

 

 

 

 

 

 

 

 

 

 

 

 

9월 기록은 아래에

 

 

8월 기록은 아래에

 

 

 

 

 

 

 

 

 

 

이전 기록은 아래에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11. 9. 19:13

http://en.wikipedia.org/wiki/Osage_orange

 

 

hedge-apple 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는 이 가을철 과일은 얼핏 보기에 '뇌' 모양이다.

가을이 되면 강변에 수십개가 소복히 쌓여있기도 한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여다보고 그 정체를 알고 싶어 하지만, 이것이 무엇인지 도통 감이 안잡힌다는 표정이다.

 

이게 뭐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Brain fruit!" 이라고 농담으로 답을 하는데, 역시 듣는 사람도 내가 '농담'하고 있음을 알고 웃고 만다.  가끔, 포토맥 강변에서 길을 걷다보면 노랑 머리 사람들이 내게 이것저것 물어오는데, 길을 묻거나, 식물에 대해서 묻거나, 시원하게 답을 해주거나, 혹은 나도 모르겠다며 우리의 무지를 공유하게 될때, 문득 내가 깨닫게 되는 것 -- 내가 저사람들 눈에 이방인으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I feel I am one of them. It feels good.

 

얼마전에도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서 이걸 들여다보며 침팬지같은 표정으로 궁금해하다가 내게 이것의 정체를 묻는데, 내가 정답을 알려주지 못했다. (나도 몰라서.)

 

오늘 아침 문득, 잠에서 깨어났을때, 요놈 생각이 나서, 구글에서 brain shaped fruit, northern virginia 를 넣고 뒤져보니 결국 정보가 나오고 만다.  osage-orange. 북미 자생 나무. 오크보다 목재가 더 튼튼하고, 과일은 인간이 먹을수 없다. hedge apple 이라는 별명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낙엽이 지기전에, 이 과일이 떨어져나온 나무, 그 나뭇잎도 사진을 찍어와야지.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11. 8. 02:28

 

 

 

Riverbend Park 에서 Great Falls Park로 향하는 강변 오솔길에서 붉은 왕관을 쓰고 있는  딱따구리 (pileated woodpecker)를 발견했다.  마침 나지막한 강변 나무 줄기에 매달려서 나무를 쪼아대고 있었다.  대개 딱따구리가 숲에서 발견될때는 높다란 나무 기둥에 매달리는 식이라서 육안으로 발견을 해도 사진 촬영은 힘든데 (망원카메라나 큼직함 DSLR이라면 좋겠지만 똑딱이로는 포기를 해야 한다)  -- 오늘은 운이 좋았다.  내 똑딱이가 포착할 수 있는 거리에서 발견이 된 것이다.

 

그래서, 똑딱이로 동영상을 찍었다.  :)

 

 

 

 

 

 

 

 

딱따구리를 발견하여 촬영한 나무 밑에서, (너무나 기쁜 나머지) 무슨 탐사대 대장처럼, 셀프 기념촬영. 하 하 하.  아침에 얼음이 얼을 정도로 추웠다. 그래서, 털벙거지 쓰고 단단히 차리고 나갔는데, 해가 뜨면서 날이 따스해졌다.  그렇지만, 돌아올때도 모자를 벗지 않았다. 쌀쌀했다.  (목소리...도...나쁘지 않은거 같애... 앞으로 혼자서 다큐 찍으면서 돌아다니는 뭐냐 그 인디펜던트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그거 해도...될거 같어. 장비 좋은거 사가지고... :)   )

 

아. 비디오 장비 가볍고 좋은거 사가지고 제대로 트래킹 다녀봐? 

(----> 너 그러다 백수 되겠다는거냐?  학교나 잘 다녀라.....)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11. 8. 02:27

 

 

Riverbend Park 는 미국 워싱턴 디씨 인근의 국립공원인 Great Falls Park 상류에 있는, 역시 포토맥 강변의 공원이다.  Riverbend Park 에서 시작하여 강변 산길을 따라 약 2마일쯤 걸어 내려가면 Great Falls Park 버지니아쪽 공원 관리소가 나온다. 

 

(Great Falls Park 는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양안에 걸쳐있는데, 강 건너편이 메릴랜드이다. 양쪽에서 보이는 폭포의 풍경이 약간씩 차이가 나고 개성도 다르다. 마치 나이아가라 폭포의 풍경이 캐나다쪽과 미국쪽에서 볼때 차이가 나듯.  Great Falls Park 는 메릴랜드 쪽 전망대는 입장료를 안 받는데, 버지니아 에서는 공원 입장료를 차 한대당 5달러씩인가(?) 받는다.  공원이 아름다우니 입장료 내는것이 억울하지는 않지만...돈을 안낼수 있으면 안 내는 것이 상책이지...)

 

인근의 Riverbend Park는 Great Falls Park보다 상류의 공원인데, 이곳은 입장료를 안받는다.  그러니까, Riverbend Park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강변 오솔길을 따라서 강을 따라 슬슬 걷다보면 Great Falls Park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불법도 아니고, 그것이 허용되어 있다. Great Falls 에서 입장료 받는것 역시 '자동차 주차비' 명목일 뿐이다.

 

그런데, 입장료 문제가 아니고...Riverbend 에서 Great Falls 까지 내려가는 그 강변 숲길이 그 자체가 예술이다. 어떤 면에서 Great Falls 주변의 트레일보다 Riverbend 에서 이어지는 트레일이 훨씬 아름답기도 하다.

 

Riverbend 에서 시작되는 트레일의 특징은, 이곳이 강이면서 호수와 같다는 것이다. 풍광 아름답고, 강이 바로 지척에 이어져있고, 언제든지 강변에 서서 발을 담그거나 손을 씻어도 된다. 사람 통행로와 강이 멀리 떨어져있는것이 아니고 바로 내 발 끝에 강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Great Falls 직전에 나지막한 '댐'이 있다. 그래서 댐 덕분에 그 상류의 물은 호수처럼 고요하다.

 

 

 

댐을 지나면 이어서 험한 바위로 이루어진 Great Falls 가 나타나는데

댐 상류가 정적의 세계라면

Great Falls 쪽은 폭포 소리로 역동적인 세계이다.

 

 

 

사진 사이즈 줄여 놓으니까 그 위용이 사라지고 마는데,

Great Falls 는 '그야말로' 위대하다.

지난주에 비가 많이 왔는데, 덕분에 물이 많아서 폭포가 더욱 위용 넘쳤다.

한참동안 전망대에서 물소리를 들었다.

바다에 간듯 기분이 좋아졌다.

 

이 미친듯 흐르는 물의 상류로 가면, 위의 사진같은 고요한 물의 세계가 있는 것이다.

자연은 참 신기하고도 신기하다.

 

 

 

 

 

 

폭포 옆, 그늘진 도랑에 비친 나무와 물위에 떠있는 낙엽들.

마치 우리나라 자개장의 무늬같았다 (검은 바탕에 알록달록 붙어있던 조개껍데기들.)

 

 

 

2010년 11월 7일 오전 리버벤드에서 그레이트폴스까지 왕복한 길에서

 

* http://americanart.textcube.com/814   강변 길에서 만난 딱따구리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10. 30. 05:41

 

지나다니다보면 이 벼랑가에서 젊은 아이들이 담배도 아닌 요상한 것을 말아서 피우기도 한다. 파란 연기.  바람에 묻어오는 그 냄새를 조금 맡아도 골치가 아파서 자리를 피하곤 한다.

 

나는 물고기 지느러미처럼 빛나는 강물을 내려다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황홀경에 빠지는 편이다. 이렇게 햇살이 투명한 날은 강 전체가 한마리 빛나는 거대한 물고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커다란 한마리 물고기.

 

 

위는 오전

아래는 오후.

 

시월도 속절없이 가고 마는구나.

 

 

 

 

 

Posted by Lee Eunmee
Diary/Life2010. 10. 25. 23:17

 

 

일주일 사이에 오파운드 감량하고 득의양양

평소에 벨트 없이 입던 바지를 그냥 빨아서 입고 나왔더니 질~질 흘러내려서 대략 난감.

 

금요일 오후까지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마무리를 끝내고 퇴근했는데

토요일은 시체놀이(?)로 보내고

일요일 아침에는 침대에서 깨어났을때

잠시

기억 상실 모우드

-- 근데 여기가 어디지?

-- 여기가 어딜까?  (치매 걸린 분들이 아마 이런 증상일것이리라...)

-- 나 지금 어디있는거지?

-- 아아, 여기 내 방이구나

-- 여기가 미국이야 한국이야?

-- 나 왜 여기 이러고 있나?

-- 오늘이 언제지?

 

곰곰 생각하다가

컴퓨터 켜 놓고 보니 10월 24일이래.

달력 보니 일요일.

아하, 그렇구나.

 

옛날에, 우리 아빠 돌아가셨을때

삼일장 치르던 마지막날,

산소 근처 천막에 잠깐 누워서 깜박 잠이 들었었는데

그때, 깨어났을때 비슷한 경험을 했었지.

내가 어디있는지 전혀 모르겠는 증상.

 

한국에서 전화 와서 뭐 물어보길래

"왜 모두들 자기 일 하나 해결 못하고, 나한테, 나한테 묻는거야? 내가 한국 가서 그거 해결해줘야 해?"

이러고 소리소리 지르고...

소리소리 지르니까 기운이 나서

기운이 난 김에

집안 청소하고

빨래하고

쓰레기장으로 변한지 오래된 부엌 청소하고

 

 

아침에 찬홍이 맛있는 고기샌드위치 두개 만들어 보내고

나도 출근하여

오랫만에 카메라 앞에 앉아서 이리저리 표정 만들어보다가

--그래. 난 이 표정이야. 난 죽을때도 이 표정으로 죽어야 해.

--사람들이 의지할수 있는 자신만만한 표정. 이 표정에 속아서 결혼한 중생도 있는데. 일관되게 이 표정으로 사는거지.

 

입맛없고 기운없어서 워킹 못나가고 그냥 하루하루 견디고 있다.

뭐 곧 회복하고, 쌩쌩하게 돌아다닐 것이니~

만사는 잘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신이 특히 애지중지하는 착하고 귀염둥이이니까 (이거 내가 왕눈이한테 매일 하는 말인데...착하고 귀염둥이--문법에 어긋나지만, 그래도 '착하고 귀염둥이!' 라고 말한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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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9. 18. 00:22

one

 

 

꽃에 한참을 매달려 있던 나비는

훌쩍 날아 올라 저만치 팔랑거리고 사라졌다.

풀벌레들이 뭐라고 저희들끼리 떠들길래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비만 쳐다봤다.

 

 

 

two

 

 

 

 

 

 

 

 

 

Friday, September 17, 2010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9. 18. 00:05

 

자라 한마리가 투명한 9월의 햇살 아래에서

한가롭게 물풀을 씹어먹고 있었다.

느릿 느릿.

주위로 물고기들이 지나갔고

하늘의 구름은 물속으로 내려와서 쉬고 있었다.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지나갔다.

자라는 느릿느릿 물풀을 씹어 먹었다.

 

Friday, September 17, 2010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9. 17. 23:58

My kindle by the Potomac

 

 

 

 

 

 

 

 

Milkweed Butterfly (Monarch) by the canal road

 

 

 

 

 

 

 

 

September 17, 2010 by lem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9. 11. 00:13

 

 

일곱시에 산책을 시작하여, 오늘은 키브리지를 건너 알링턴까지 다녀 왔다.

날이 쾌청하고 선선하여 긴팔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나갔다.

위의 비디오는 키브리지에서 디씨 내셔널몰 쪽을 향하여 볼때 보이는 풍경.

자그마한 연필같이 보이는 워싱턴 마뉴먼트가 멀리 보인다.

강 가운데 보이는 섬이, 한강의 밤섬같은 포토맥 강의 섬인데 루즈벨트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루즈벨트 아일랜드'라고 부른다.

오른편의 건물들은 알링톤 시내 호텔, 오피스 건물들이다. 그 옆구역에 알링톤 국립묘지가 있다.

왼편의 강 기슭 길을 따라서 가다보면

케네디 센터를 지나 내셔널몰에 이르게 된다.

 

 

아래 비디오는 알링턴 시내에서 반환하여 돌아오는 길에

내가 매일 다니는 길쪽을 내려다 본 장면

저 상류층 숲에서부터 약 3.5마일을 걸어서 키브리지 앞에 도착한다.

다리에서 보닌 온통 푸른 숲이다.

 저 숲에 길이 있고

사슴들이 살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있건만

이 다리위에서는 오직 초록 숲과 서늘한 강물만 보인다.

 

 

 

 

오른쪽에 보트하우스가 보이고,

보트하우스 옆에 보이는 담벼락 같은것이,

내가 키브리지 앞에 도달하여 바람을 쐬곤 하는 '성벽'

매일 저 자리에서 키브리지를 쳐다보다가

오늘은 키브리지 위에서 그 자리를 내려다 보다.

강물에 다리의 그림자.

 

 

 

 

 

 

 

 

 

 

 

 

돌아오는 길에, 역시 Farmer's Market 에 들러서 아삭아삭 사과 (Crispy Apple) 한 봉지와, 농장에서 직접 짰다는 포도주스, 그리고 찬홍이가 좋아하는 야채빵을 사가지고 왔다.  방과후에 찬홍이 친구들이 와서 우리집에서 음악을 만들면서 논다고 하니까, 먹을것좀 준비해주고, 나는 청소나 해놓고 일찌감치 나가야겠다. 어딘가에 박혀서 '킨들'군과 데이트나.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9. 6. 23:06

2009년 9월6일 월요일 노동절 휴일, 쾌청.

 

여름 운동복을 입고 나가니 오슬오슬 할 정도로 날씨가 쌀쌀 쾌청했다.

이런날 몸을 움직이면, 더운 것이 아니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걷거나 달리기에 가장 이상적인 날씨.

 

오전 일곱시, 운하의 물이 강으로 합쳐지기 위해 내려가는 수문쪽 계곡.

이곳을 지날때면 항상 '폭포' 소리가 난다.

그리고 아침이면 볼 수 있는 '연기'같은 물안개.

흐린날 이곳을 지날때 이런 연기같은 안개를 보면

어릴적 본 '전설의고향' 귀신나오는 숲속이 연상되면서, 으시시해지기도 한다.

 

폭포 소리 이후에 추가되는,  지나가는 비행기소리.

 

 

 

 

 

 

 

Feltcher's Cove 앞에서도 찍어봤다.  집 아래 저만치 포토맥 강이 흐르는데, 카메라에는 강이 선명하게 잡히지 않는다. 내 '눈'이 내 카메라보다 더 멀리, 넓게 본다. 가을 풀벌레 소리가 잡혔다.

 

아, 그러니까 이 곳은 Capital Crescent Trail (워싱턴과 메릴랜드를 잇는 왕복 22마일 트레일, 검은 아스팔트길)과  저~기 오하이오까지 이어지는 수로 흙길인 체사피크 오하이오트레일이 갈라지는 곳이다. 워싱턴디씨부터 이 지점까지는 아스팔트 (아래)와 수로변 흙길(위)이 포토맥강과 수로 사이로 나란히 뻗어있지만, 지금 이 지점부터 서로 갈라진다.

 

나는 조지타운 나갈때, 위의 수로변 흙길로 걸어갔다가, 돌아올때는 아래의 강변 아스팔트길을 취한다. 두 길 모두 아름다워서 어느것 한가지를 포기할수 없으므로...

 

 

 

 

 

 

 

그리고, 잠자리.

길에 있길래, 밟힐까봐 풀숲으로 옮겨 놓아 주었다. 날개를 다친듯.

하지만 내가 건드리니까 살아서 버둥댔다.

지금쯤, 가을 햇살 아래서 고요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을것이다.

날개의 무늬가 매우 특별한 잠자리였다.

중앙에 검정색 작은 '날개'가 또 달린것처럼 보인다.

자세히 보니 그냥 날개에 얼룩무늬가 있는거였다.

 

 

 

위장무늬같다. 얼핏보면, 검정얼룩때문에 껍질이 딱딱한 딱정벌레처럼 보일것이다.

 

잘가라 잠자리.

네가 눈을 감기 전, 너의 그 수백개나 되는 눈에 비친 이 파란 하늘이, 초록 풀숲이 아름다웠기를 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9. 4. 00:10

 

 

 

2010년 9월 3일 금요일 아침에 찍은 스타벅스 (위)와 조지타운 하버 (아래)

한시간 땀 흠뻑 흘리고 하버에 도착하면 목이 말라서

가방에서 물을 꺼내 먹거나, 물 잊고 그냥 나간 날에는

스타벅스에 들러서 물이나 아이스티를 사서 마십니다.

 

한참 땀 흘리고 몸이 뜨거울때

서늘한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음악 들으며 쉬면, 거기가 천국처럼 좋습니다.

밤하늘에 별이 무수하듯, 지상에도 별처럼 아름다운 장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스타벅스 광고 같군요.

하지만, 그 시간에 음료수를 마실수 있는 곳이 스타벅스 뿐이니까요...)

 

 

전에는 P선생과 여기 들러서 베이글에 치즈 발라 먹고,

커피도 마시고

신문도 읽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음료수 한잔 먹고 쌩하니 일어나서 서둘러 집으로 돌아옵니다.

 

 

흐리고 바람 부는날.

걷기에는 완벽한 날씨.

 

돌아오는 길에는 Farmer's Market 에 들러서 나무에서 방금 따온 사과와 복숭아도 몇알씩 사고

찬홍이가 먹을 빵도 사고 그랬습니다.

오늘은 집에서 종일 공부를 하고...

내일은 오랫만에 내셔널몰, 미술관에 가서 본격적으로 미국미술 리뷰작업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9. 1. 04:14

2010년 8월은, 내 생애에서 '기록적인' 기간이었다고 할 만하다. 매일 거르지 않고 '운동'을 했다는 점에서. :)

 

내 일생을 따라다니는 '낙인'같은 트라우마가 몇가지 있다면, 그 중에 한가지는 우리 아버지가 내 가슴에 찍어놓은 낙인이다: "의지박약이고 뭣 한가지 끈기있게 하는 것이 없는 아이."

 

물론, 우리 아버지가 내내 나를 쓸모없는 자식으로 경멸하며 지냈다는 것은 아니다. 원래 우리 아버지는 자식이 잘하는 것에 대한 칭찬은 인색했고, 오로지 문제점만 가지고 지적하고 꾸중하고 그런 스타일이었다.  야단을 안치면 그건 칭찬이다.  아버지는 어떤 면에서 나의 저력을 놀라워했을지도 모르고, 만만치 않은 자식임을 인정했을지도 모른다.  말로 표현을 안 했을뿐.  아버지와 나 사이에는 서로 건널수 없는 오해의 골이 깊었을수도 있다.  :) 뭐, 내가 돌아봐도 내가 시작했다가 집어치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고, 그런면에서 나는 의지박약처럼 보였다. 내가 그리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이 세상을 전전하면서 거친 직장도 참 여러가지이고 다양하고, 많다. 대학졸업한 해에 내가 입사했다가 퇴사한 기록만도 3월 입사 - 오월 다른 회사에 입사 - 7월 다른 회사에 입사 - 9월 다른 회사에 입사. 돌아보니 3-5-7-9. 2개월마다 직장을 갈아치웠다. 모두 사업 분야가 다른 회사들이었다. 이들의 공통점 한가지는 - 모두 영어 잘하는 직원이 필요했다는 정도가 될 것이다. 대체로 나의 고용주들은 '일 잘하게 생겨서 잘 가르쳐놨더니 나가버린다'고 섭섭해 했다. 나로서는 한 두달 재미있게 일을 배우고나면, 나머지가 지루하게 여겨졌다. 그날이 그날같은 일상이 지루해지고, 비전이 안보인다 싶으면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일거리를 찾았다. 일을 배우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지루한 일상은 '지옥'같이 여겨졌다.

 

그래서, 직장을 이리저리 전전하면서 나는 어느정도 우리 아버지의 '낙인'을 수긍했을것이다.

 "의지 박약에 끈기 없는 인간."

 

내 인생에서 가장 긴 회사 이력은 2년. 그 후에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을때, 한 학교에서 3년 일한것이 가장 긴 이력이다.  그러고보면, 아무래도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이 가장 내 취향과 적성에 맞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학교에서 3년이상 버틸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그것이 계약제 시간강사 일이어서 일주일에 정해진 시간만 나가서 일하면 되고, 보수가 좋았으며, 아무도 나를 간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잡지사 기자나 리포터, 혹은 시간강사등, 내가 독자적으로 일을 할 수 있고, 남이 내 일에 필요이상 간섭하지 않는 분야에서 나는 싫증을 덜 냈다.  내게 가장 적응하기 힘든 곳은 정시 출퇴근을 해야 하는 회사.  무조건 책상을 지켜야 하는 곳. 그런 곳에서는 숨이 막혀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아무튼, 온갖 종류의 직장을 전전하고 짧게는 두달에서 길어봤자 3년을 채우고 마는 내 성질머리를 보건대, 나는 정말 의지박약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나를 그런 사람으로 대충 정리해 두었었다.

 

내가 이런 나에 대한 '정리'를 수정하리라고 마음 먹은 것은,

내가 내 공부를 모두 마쳤을 때 였다.

나는 가방끈이 길다. 제도권에서 가장 최고 학력이라는 관문까지 모두 마쳤다.

내가 내 최종 학위를 받았을때,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는 의지 박약이 아니야. 의지박약이었다면 그 힘든 공부를 다 마쳤을리가 없어. 그러니까, 나는 의지박약이 절대 아니야. 내게 위기가 닥쳤을때도 나는 물러서지 않았어. 나는 어떻게든 이것을 마쳤다구.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의지박약이라고 부르지 마."

 

 

   ***    ****    ***

 

지금도 나는 매일 여러가지 계획들을 세우고, 많은 것들을 중도 포기하거나 집어치운다. 계획을 끝까지 수행해 내는 것보다 중도에 그만 두는 것들이 더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런 일로 나를 내가 비난하지는 않는다. 잘 살아내는 것만 해도 장한 일이니까.

 

   ***   ****   ****

 

8월 한달동안, 나는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정거리를 걸었다. 매일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고 걸으러 나갔다.  나의 처음 목표는 일주일에 닷새 이상이면 족하다는 것이었다. 하루에 3마일정도 일주일에 닷새정도 걸을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A+ 점수를 주겠다고 스스로 기준을 정했다.

 

그런데, 걷다보니 기록이 올라갔다. 내가 잘 해내고 있었다. (내 적성에 맞나보다).

그래서 계획을 약간 수정했다.  한달내내 90마일 이상을 걸으면 하루 평균 3마일을 걷는 셈이니 칭찬을 받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걷기에 아주 재미가 붙고 말아서 90마일을 일찌감치 성취해 냈다.

 

그래서 그 다음 목표로, 한달에 120마일을 걸으면, 하루 평균 4마일 걸은거네. 그걸 이뤄보면 어떨까?  이렇게 계획수정을 했다. 그리고 그것을 금세 이뤘다.

 

그래서 또다니 내 계획을 수정한다. 이번달에 150마일을 걷는다면 하루 평균 5마일...  그리고, 기특하게도 나는 그 150마일 고지를 훌쩍 뛰어 넘고 말았다.  이쯤되면 내가 내 머리통을 쓰다듬으면서 '기특하도다, 기특하도다' 칭찬을 해 줘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8월 첫날 세웠던 계획보다 훨씬 많이, 그리고 꾸준히 운동을 하러 나갔다. 참, 장한 일이다. 세상에 이런 별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장하다는중, 자화자찬을 하다니, 유치해 보일지도 모른다. 아, 난 원래 심대하게 유치하다. :)   이런게 내가 사는 낙이다. 작고 사소해보이는, 그러나 내게 도전이 되는 일을 잘 해내는 것. 내가 여태까지 가보지 않은 영역까지 가보는것. 남들에게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도, 그것이 내게 새로운 것이고, 내게 의미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유쾌해질수 있다.

 

자, 8월이 끝나가고 있다.

내일부터 9월이다.

9월에는 8월만큼 잘 해낼 자신이 없다.

왜냐하면, 가을학기도 시작되었고, 찬홍이도 열심히 챙겨줘야 하고, 찬홍이가 대학입학 신청 절차를 잘 밟을수 있도록 돕는것이 내 주요 일과가 될 것이므로. 8월만큼 시간 여유가 있을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하루 3마일을 내 목표로 정하기로 한다. 9월 한달 90마일을 채우면 성공으로 볼 것이다. 그것을 초과하면 나는 또 열열히 나 자신을 칭찬해 댈 것이다.  인생 사는 재미, 뭐 별 것 없다. 하루하루 뭔가 사소한 것에 도전하고 그것을 이루는 것. 그 하루가 만족스러운 것. 주어지는 음식을 기쁘고 고맙게 먹고, 한번이라도 더 웃으면, 인생 복된것이지.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8. 30. 14:53

2009년 8월 29일 일요일.

 

오전에 조지타운에 다녀와서,

집안 치우고,

빨래하고,

온라인 강의 교재 만들어서 올리고

저녁먹고,

찬홍이를 데리고 조지타운 AMC에서  밤 9시 40분에 시작하는 Nanny McPhee Returns 를 보러 갔다.

여덟시부터 아홉시까지 걸으니 극장 도착. 4마일거리 한시간.

 

영화보고나서,

조지타운 예배당의 종이 열두시를 딩~딩~ 치는것을 들으며 한시간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옛날에 시골 사람들이 걸어서 읍내에 나가서 구경하고 달을 보며 집에 오듯.

반달이 밝았다.

 

돌아오는 길에 사슴도 만나고

여우도 만났다.

8월이 다 지나가고 있다.

 

 

오후 여덟시.

찬홍이는 이 가로등을 '엄마의 등불'이라고 부른다.

엄마의 등불을 올려다보는 찬홍이.

 

 

 

9월에 나니아 연대기 또 나온다. 극장에 그 판촉물이 설치가 되어 있길래~  놀아봤다.

저 배의 키가 진짜 돌아간다. ㅎㅎ.

 

극장안 풍경

 

 

나, 이 영화 정말 좋아한다.

몇해전에 봤던 1편도 좋았는데, 이번 작품이 더 좋은것 같기도 하고,

올해에 내가 극장에서 본 영화 중에서 '최고'로 꼽고 싶다.

참 예쁜 영화이다.

또 가서 봐도 좋을만큼 이 영화가 맘에 들었다.

 

 

극장 앞에서 찬홍이

 

 

 

돌아오는 길에 사슴을 만났다. 풀숲에 숨어서 가만히 내다보고 있다.

 

 

수정덩어리같이 투명하고 환한 반달이 내내 따라왔다.

달 그림자를 따라서 한시간을 걸었다.

 

 

철교의 등불이 밤이 깊어지자 더욱 예쁘게 빛났다.

 

즐거운 밤길이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8. 30. 00:48

매일 매일 해가 짧아지는 것을 목도하게 됩니다.

요즘은 아침 여섯시에도 밖이 컴컴해서, 나가기가 약간 무섭습니다.

여섯시 반쯤 되면 환해집니다.

 

오전 여섯시 오십분인데, 아침 안개가 자욱합니다.

이곳은 전에 기찻길로 사용되던 다리입니다. '아리조나 철교'라고 내가 이름붙인 다리입니다.

워싱턴의 조지타운 하버에서 메릴랜드주까지 이어져있는 11마일 초승달 트레일 (Capital Crescent Trail) 길의 일부입니다. 하버에서 출발하면 3.5 마일 거리쯤에 이 다리가 있습니다.  나는 이 다리 건너 언덕위에다 차를 세워놓고 산책을 시작하므로, 포토맥에 갈때마다 이 다리를 건넙니다.

 

다리위에 가로등이 켜져있는것이 보입니다.

이 가로등을 볼때마다 흐뭇한 기분이 듭니다.

 

처음에 이다리에는 등이 없었습니다. 밤이면 오직 달빛에 의지할수 있었습니다.

그런대 이태전부터 다리에 등불을 매다는 공사를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공사 시작했다 하면 일년은 그냥 갑니다. 참 느린 사람들 입니다.)

등불을 다 매달고도 불이 들어올 생각을 안해서, 또 한 반년이 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봄부터 등불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이 등불은 밝은 대낮에만 켜져있다가, 해가 지면 꺼졌습니다.

환할때만 켜지는 등불.

어두워지면 꺼지는 등불.

(...이거 지금 뭐하는건가요?)

그래서, 한심해서 하품을 하면서 지나치다가,

지난 4월인간 5월 어느날, Capital Crescent Trail 관리팀을 웹에서 찾아내가지고, 이메일을 보낸적이 있습니다.  그때, 훤한 대낮에 등불이 켜진 사진을 첨부해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뭔가 잘 못 된 것 같으니 시정되었으면 좋겠다고 정중하게 글을 적었지요.

담당자에게서 곧 답신이 왔습니다. 관계자에게 연락하여 조치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후에, 이사하고, 한국 다녀오느라 포토맥에 통 못 나갔었는데

7월에 포토맥에 갔을때, 아이들과 산책을 하고 밤에 돌아오다가

다리에 등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이메일로 부탁 한 것을 담당자가 잘 처리해 준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등불을 볼때마다,

마치 내가 등불이라도 켠 것 모양, 기분이 좋아집니다.

 

 

 

 

강변에 아주 아주 큰 나무가 나란히 서 있는데

줄기가 온통 칡넝쿨과 담쟁이로 덮여있습니다.

이 광경을 보면 무슨 생각이 날까요?

이곳은 '천국의 거울'이라고 내가 이름 붙인 곳입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영화 '반지의제왕'에 나올만한 장면 같은데

거대한 거울이 있어서

그 거울 속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상이 존재 할 것 같지요.

천국의 거울은 올해에도 여전히 잘 있습니다.

 

 

 

 

 

사진 왼쪽에서 아침 햇살이 비쳐들어오고 있습니다.

 

 

 

 

Honeysuckle 입니다.

봄철에 주로 피는 종류도 있고

이 꽃처럼 늦 여름과 가을 사이에 피는 종류도 있습니다.

향기가 이른 봄날의 라일락처럼 향긋하고 진합니다.

찔레꽃처럼 무리지어 피어납니다.

 

 

조지타운에 인테리어 가게가 줄지어 서있는 곳이 있습니다.

이 가게에는 특히, 내가 좋아하는 예쁜 의자가 많이 선보입니다.

이 세개의 의자가 참 이쁘죠.

내가 들여다보고 서 있으니까,

역시 산책나온 두명의 신사도 내 옆에 나라히 서서 들여다보다가

"They are so cute~" 하면서 방긋 웃습니다.

이럴때 전혀 모르는 사람과도 마주 서서 웃게 됩니다. 공감하니까.

아름다운 8월의 마지막 일요일 아침 입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8. 30. 00:09

 

8월의 마지막 일요일입니다.

한국은 아직도 태풍과 찜통더위가 이어진다고 하는데

워싱턴은 이미 가을로 들어선듯

하늘은 높고

아침 저녁 공기가 쌀쌀하며

낮에는 상쾌한 뙤약볕이 쏟아져내립니다.

과일이 익기에 알맞은 날씨입니다.

 

포토맥 강변으로 나갈때는

'오늘도 똑같은 풍경을 보러 나가는가' 혼자 시들해 하지만

포토맥강이 저를 실망시킨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오늘 아침 포토맥은 안개가 자욱했고

스멀거리던 안개는 떠오르는 태양 앞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나무 열매들이 가을빛을 띄기 시작했고

흰꽃은 더욱 창백한 빛으로

파란꽃은 보랏빛이 돌 정도로 푸르게 색을 입어 갑니다.

 

강에 나갔을때

물을 들여다 볼 때가 많습니다.

찰랑거리는 물을 들여다볼때면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강한 유혹을 받습니다.

오늘

그 파란 하늘과

온유한 강물과

그리고 8월의 마지막 일요일에 선사한 강변의 산들바람을

보내드립니다.

 

 

:)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8. 11. 21:01

 

 

조지타운 하버의 중앙 분수대 쪽에 도착하면 스타벅스, 피자가게, 그리고 아이스크림 가게가 나란히 있다.

옛날에 P국장하고 산책나왔다가 이따금 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제일 작은' 아이스크림을 하나 주문해가지고

그걸 둘이 먹으면서 강바람을 쐬곤 했다.  그런데 우리들은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고, 그냥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주는 위안이나 휴식 같은것이 필요했던 것이므로 대개 몇숫갈 먹다가 그만두곤 했다.

 

어제는 찬홍이가 저녁에 따라 나왔으므로 이 가게 앞 테이블에서 찬홍이가 피자 먹는것을 지켜봤다.

 

무더위헤 헥헥대는 왕눈이.

강변에 해가 지고 밤이 왔는데도 공기가 찜통 같았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내려다 보이는 중앙 분수와 포토맥 강

 

 

 

 

그리고, 사마귀

 

 

사마귀를 보면 당랑거철 (螳螂拒轍) 고사가 떠오른다. 중국 춘추전국 시절에 어느 나라 재상이 수레를 타고 가는데 수레 앞에 사마귀 한마리가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 사마귀가 수레를 막았다 해서 당랑거철이다.  재상이 이를 보고 용기를 가상히 여겨서 수레를 돌려, 사마귀를 피해서 갔다는 일화가 있다. 대개 당랑거철이라고 하면 분수도 모르고 행동하는 가소로운 존재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뭐 나는 수레앞에서 앞발을 치켜들고 서 있는 사마귀를 상상하면 알렉산더와 같은 영웅이 떠오른다. " 한번 사는 인생,  다 뎀벼! " 이럴것도 같고. 하하하

 

어찌보면, 나 역시 낯 선 남의 나라 땅에서, 뭔가 이뤄보겠다고 사는 꼴이

딱 도시에 혼자 서있는 이 사마귀 같기도 하고.

 

 

사마귀 mantis 의 영어식 별명은 praying preyer (기도하는 포식자). 두 앞다리를 기도하는 자세로 모으고 있다가 잽싸게 먹잇감을 잡아서 먹는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8. 11. 05:41

 

우리들의 귀염둥이 할아범 왕눈선생이 요즘 수상쩍어졌다.

전에는 예컨대, 내가 "왕눈이 어~~ 가자~" 하면 밖으로 나가자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듣고

벌떡 일어나 깡총거리며, 기대에 가득한 눈빛으로 현관문과 나를 번갈아 쳐다본다.

어서 나가자는 뜻이다. 어서어서 밖으로 산책을 나가자고 안달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내가 아침에 나갔다 하면 최소한 학교까지 왕복,

혹은 '운이 억수로 나쁘면' 조지타운 까지 최소 6마일, 길게는 8마일 거리를 다녀와야 하는 지옥의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왕눈이가 '실전 경험'을 통해 터득 한 것이니,

올해 춘추 만 아홉살을 넘기신 왕눈 선생에게는 매일 진행되는 이 장거리 산책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래가지고 요 며칠,

요놈이

새벽에 내가 일어나서 "왕눈아!" 하고 늘어져 자는 것을 깨우면

발딱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쓱 쳐다보고는

매우 침울한 표정 / 혹은 매우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슬그머니 찬홍이 방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내가 현관에서 개줄을 흔들며 왕눈이를 불러도 못들은척 대꾸도 안한다.

 

이것은 분명

 "난 나가기 싫으니까 너나 나갔다 오렴!" 하는 뜻이 분명하렷다.

 

사실 지난 토요일에 조지타운 멀리 돌아오기 8마일 워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왕눈이는 차에서 노란 물을 토해냈다. 힘들어서 체액이 올라왔던 모양이다.

(나도 가끔 아주 힘들면 왕눈이처럼 토한다. 그래서 놈의 상태를 짐작 할 수 있었다.)

하여, 나는 앞으로 조지타운에 갈때는 왕땡이를 대동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아침에 찬홍이네 학교에 다녀오는 것은

왕땡이는 트랙 돌기 안하고 앉아서 쉬니까

기껏해야 2마일 조금 넘치게 걷는것인데, 그건 왕눈이에게 부담스러운 거리가 아니다.

 

왕땡이는 단지, 조지타운 다녀온 것이 너무나 기운이 빠져가지고

그냥 나하고 나가는 일에 진저리가 난 것일지도 몰라.

 

요 며칠 아침마다 왕땡이가 숨어버리거나 못들은척하고 자빠져버리는 상황이 지속되었는데,

그래도 나는 녀석을 달래서 학교에까지 끌고 다녀온다.

녀석도 싫은 눈치를 하다가도 일단 집을 나서면 동당거리고 잘 따라다닌다.

 

내가 왕땡이를 아침에 끌고 나가는 이유는

(1) 왕땡이도 운동을 해야 건강을 유지하고, '근육남'으로 매력을 발산하며 장수할수가 있으니까.

(2) 왕땡이에게는 아침에 산책나온 다른 집 개들과 사교하는 일과도 매우 중요하다.  왕땡이는 멀리서 개가 보이면 헥헥거리며 달려가 인사를 나누고 싶어하고, 그것은 다른 개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사회성 발달을 위해서라도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 것이다. 내게 친구가 필요하듯, 왕눈이에게도 '개'친구가 필요한 것이다.

 

하여, 요즘 영 딴전 피우고 나하고 나가기를 꺼리는 왕선생을 모시고 산책을 나가고 있다.

왕땡아, 사실 나도 개똥 봉지까지 챙겨가지고, 니 따끈따끈한 똥 집어 담아 가면서

인생 개똥 냄새 나게 살고 싶은 생각 없다구.

하지만, 한번 태어난 니 생애도 중요한거라구.

그러니 조금 귀챦은 생각이 들어도 우리는 걸어야 하는거다. 알겠냐 왕선생~

 

 아무튼 요즘 왕선생이, 내가 나가자고 하면 인생 피곤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대신 찬홍이가 나가자고 하면 신나서 따라 나선다.

찬홍이는 아파트에서 슬슬 바람쐬다가 왕눈선생이 똥을 누면 그걸 치우고 잽싸게 들어와버리니깐.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8. 9. 23:30

8월 1일부터 작심(?)하고 실시한 '학교 갔다 오기'를 9일간 쉬지않고 진행했다. (중간에 더 긴 코스까지 포함).

통계상, 9일간 39마일을 걸었으니까, 하루 평균 4마일을 상회한 걷기 기록이다.

(1마일은 1.6 킬로미터쯤 되니까, 하루 평균 4마일을 걸었다면 대략 6.4 킬로미터를 매일 걸은 셈이다.)

 

처음에 미국에 왔을때는 (2002년) 마일 개념이 낯설고 현실감이 없었는데

8년이 지난 지금 (지금 돌이켜보니 내가 미국에 온것이 2002년 8월 7일 이었던것 같다. 만 8년이 넘었군...)

내게는 '마일'개념이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마일 개념이 구체화된 이유는,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미국의 도로가 모두 '마일'표시로 되어 있는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시속 몇마일인가, 앞으로 몇마일을 가려면 얼마나 시간이 갈것인가, 내가 이정도 속도로 걷는다면 얼마정도 갈것인가, 이런 계산이 구체적으로 떠오른다.

 

내가 구글 맵으로 계산해낸 거리를 계산하면

내가 우리집을 출발하여 학교에 가서 트랙 세바퀴를 돌고 돌아오면 3마일의 거리이다.

나는 일주일간 트랙 세바퀴를 돌았는데, 그 후로는 네바퀴로 늘렸다.

오늘도 네바퀴를 돌았다. (네 바퀴중에서 실제로 뛰어서 돈것은 두바퀴 정도 이다.)

나는 시간과 체력이  허락된다면 트랙을 도는 횟수를 늘릴 생각이다.

(트랙을 달려서 도는 횟수도 늘여나가고 싶다.)

아무튼 내가 트랙을 네바퀴를 돌건 다섯바퀴를 돌건 나는 3마일로 일단 표시를 해 놓을것이다.

(이것은, 내가 나를 좀더 단련시키겠다는 의지 같은 것이다...)

 

사실 지난 9일간 매일 아침 운동을 나간 셈이지만, 나는 앞으로도 매일 빠짐없이 나갈수 있을지는 자신하지 못한다. 사실 나는 무척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이다. 의지박약이고... 나는 나를 너무나 잘 아는고로 그것을 개선하려고 가끔 노력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약간 너그럽게, 일주일에 세번 이상만 운동을 나간다면 성공이라고 목표를 잡는다. 일주일에 세번이상으로 목표를 잡고, 그것을 지켜내기만 하면 나는 나를 '인정'해 줄 생각이다.  나를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찬홍이네 학교를 운동방향으로 잡은 것은 분명 아주 좋은 판단이었다.

그 길이 아주 맘에 든다.  그전에도 아침에 산책할 곳을 이리 저리 배회해 보았는데, 도통 정이 안 갔다.

뭐랄까, 걷는것이 재미가 없었고, 주위 풍경도 정나미가 떨어졌다.

심지어 내가 남편을 잘 만나서 부촌에서 살다가,  끈떨어진 연 모양 '가난뱅이 구역'으로 이사를 오니

주변풍경마저 삭막하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 하면서 신세한탄을 약간 했었다.

(사실 이곳 역시 부촌이건만, 나는 이런 신세한탄을 했었던 것이니, 나는 얼마나 고마운줄 모르는 인간인가...)

이곳 풍경이 예전보다 못하게 느껴지는것은

 * 일단 시내쪽에 가까워져서 강에서 멀어졌기 때문이고

 * 도심쪽에 가까우니 아무래도 숲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그대신 우리집에서 디씨 시내, 내가 좋아하는 내셔널몰에 가기는 너무너무 간단하고 가까워서 '할렐루야!'을 외칠 판국인데...난 내가 잃은 것에만 주목을 했었던 것이다.

 

내가 말도 안된는 불만을 키우며 '어디로 갈것인가' 고민하다가 결정한 이 '학교 코스'는

내게는 아주 '최적'의 코스임이 드러났다.

일단 내가 하루도 빠짐없이 나간것을 보면 어느정도 증명이 되는것 아닌가.

날이 갈수록 그 길이 아무 부담이 없어지고, 그리고 정답게 느껴지는 것이다.

게다가 찬홍이의 학교가 아닌가.

찬홍이가 개학을 하면, 찬홍이는 매일 아침 이 길을 걸어서 통학을 할 것인데,

나의 계획은 찬홍이와 함께 학교까지 가서, 아이를 배웅해주고, 운동을 하고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 실천할지 나도 자신할수 없다만.)

 

일주일에 사흘 이상만 하면, 나는 성공한것이다. 그러니 겨울이 와도, 내가 해 낼수 있기를.

 

9일이면, 작심사흘의 세베가 지났다. (흠, 칭찬받을만 하군.)

나는 이제 3주를 다시 새로운 목표로 삼는데, 3주를 잘 해낼수 있기를.

3주를 성공하면, 또다시 3주, 또다시 3주 이렇게 목표를 세워서

내가 성공할때마다 자화, 자찬, 자축을 하고 기뻐할 것이다.

 

  ****

 

아아, 이곳에서 사귄 내 '단짝친구' YJ가 머지않아 우리동네로 이사를 할거라고 소식을 전했다.

YJ는 내 유일한 단짝친구이긴 한데, 사실 가까이 살면서 얼굴 본지는 1년도 넘었다.

YJ가 카드도 보내고 가끔 내 전화에 음성메시지를 남기거나 메일을 보내기도 했지만,

난 지난 1년간 우울증의 무서운 강을 혼자 헤엄쳐서 건너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비참하게 살았는지, 내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은 짐작하지 못하지만,

   난 정말 사는게 힘들었다)

YJ에게 제대로 답을 한적이 없다.  하지만 YJ는 늘 이따금 내게 음성을 남기거나...나를 잊지 않았다.

그런데 곧 우리 동네로 이사를 한댄다

원래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하려고 했는데, 우리 아파트가 모두 동이나서

이웃 아파트를 정했다고.

 

아, 우리 아파트로 입주한다면 더 좋았을텐데...하지만, 근처에라도 온다면 나로서는 참 기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전화를 받으며 동동 뛰면서 '아유 잘됐다!' 하고 노래를 불렀다.

 

YJ가 이사를 오면, 가끔, 새벽에 전화로 불러내어 함께 장거리 워킹을 갈수 있겠다.

YJ는 워싱턴 바닥에서 내가 속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할수 있는

그리고 아무때나 맘먹으면 쳐들어가거나, 우리집에 아무때나 와도 좋은

그런 친구다. (지난 1년간 안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내 언니같은.)

내 친구가 가까이 이사를 온다니, 우리들이 아무때나 산책나가서 함께 걸을 생각을 하니 참 신닌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