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1. 5. 2. 07:09

 

11ㅅ;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의 사진들. 

5마일을 걸은후 샌드위치와 과일을 먹고 11시 30분쯤 출발하여 서쪽으로 걸었다. 대략 7마일을 두시간쯤에 걸으면 음식보급대가 나왔다.  중간 중간에 자원 봉사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물 줄까? 간식 필요하니?" 하면서 계속해서 우리들을 살폈다.  그러니까. 이런 식의 배려가 걷는 이들에게 굉장히 위안이 되었다.  설혹 혼자 이 걷기에 참가했대도 그이는 혼자가 아니었다.  누군가 그를 기억하고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시스템이 놀라웠다.)

사진속에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데, 저 만치 깨알만하게 보이는 이들이 걷기 참가자들이다. 시간이 갈수록 서로간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그저 멀리 앞 뒤로 사람들이 보일 뿐이었다.



처음에는 동료, 친구와 시끌벅적하게 이야기 꽃을 피우던 사람들도 점점 거리가 멀어져갔고, 그리고 말 수가 줄어들었다.  우리들은 말이 없어졌고, 서서히 자연과의 대화 모우드로 변해갔던 것이다.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는 동안 오른쪽에 수로, 왼편에 물이 놓게 찬 포토맥 강이 이어졌다. 나는 물 위를 걷는 것 같았다. 길가의 들꽃들도 그림속의 꽃처럼 풍성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온세상이 형광빛 초록 이었다.  마치 '이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을 걷고 있는 듯한 풍경이었다.

나는 이 속을 걸으면서 축복이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내게 막 퍼붓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이 대자연으로부터 조건없는 사랑을 폭우처럼 받고 있다는 그런 완벽한 기쁨. 햇살도 바람도, 청랑한 공기도 모두 내게 노래를 불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온종일 '원없이' 걷고 싶다는 내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그런 완벽한 날씨 속에서.

모든 것은 나를 위해서 오래 전부터 준비 되어 온것 같다는 이 환상적인 느낌...








7마일 거리 후에 나타나는  Support Station 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




 

 



다시 출발.





또다시 7마일 후의 Support Station
내가 샌드위치에 고기를 넣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자, "그럼 치즈는 먹니?" 묻더니 치즈를 '두장'을 얹어주면서 나를 보고 생긋 웃던 자원 봉사자. 왼쪽에 치즈를 들고 있던 분이 저것을 올리더니 한장을 더 올려서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셨다.  그러니까 이럴때, 나는 눈물이 나게 고맙다.

나는 어릴때부터 '고기'를 못 먹는다고 밥상머리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괄시'를 받으며 컸다. '고기도 못먹는 바보'가 나였다. 대놓고 야단을 쳤다기보다는 그냥 고기 못먹는 것이 자랑도 아니었고, 다른 사람 성가시게 하는 이상한 존재처럼 사람들은 바라봤다. 그래서 나는 성인이 된 후에도 여러사람과 식당에 갔을때는 -- 설령 그 집에 보신탕집이나 추어탕, 삼겹살, 삼계탕 집이어도 절대 고기 안먹는다는 것을 내색하지 않고 설렁설렁 밥과 김치 이런 것을 먹으면서 고기를 먹는척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길들여져 왔다.

미국에서 음식 사먹을때는 Vegetarian Food 가 있는지 묻고 당당하게 주문 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래도 돈도 안 받고 자원봉사로 우리들을 보살펴주는 이런 분들이, 내가 고기 안먹는다고 하자 "그럼 치즈 두장 얹어줄까?" 하고 진심으로 나를 보살펴주는 태도에는 그만 감격하고 만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땐 이런 자세여야 한다고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찬홍이도 곧잘 내 보조대로 따라와 주었다.  여기서부터 다음 스테이션까지 가는 동안 찬홍이는 나보다 한참 뒤쳐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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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