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엄마2011. 7. 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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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메뉴
 * 엄마는 핫케이크 (핫케이크에 시럽과 크림)
 * 찬홍이는 햄버거 샌드위치
 * 나는 지중해식 호무스 랩

식전에 빵과 잼, 크림을 갖다 주므로 그것으로 일단 시장기를 면할수 있다.  엄마는 어제 조지타운 식당에서 잼을 너무 많이 (공격적으로) 잡수신 결과,  배탈이 나셔서 다 토하고, 아주 큰일이 날뻔하셨다.  그래서 저녁과 아침을 된장국으로 달랬는데, 미국식당에서 마땅한 것이 없어서 그중 순한 핫케이크.

엄마는 시장하셨던듯 그것을 아주 맛있게 달게 잡수셨다. (나는 엄마가 배탈이 날까봐 조마조마).  오늘은 별 탈이 없어 보인다. 다행이다. 엄마는 내가 상상하는것보다 더 연약하시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는 엄마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해야 한다.  이번주에 뉴욕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엄마의 건강이 걱정이 된다. 편도 다섯시간의 운행 시간을 엄마가 잘 버티실지 가늠이 안된다. 

헬렌켈러는 '일생에 단 3일 , 세상을 볼 수 있다면...'  꼭 보고 싶은것중에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꼽았다. 나는 그 미술관을 엄마의 눈에 담아드리고 싶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0. 00:37


엄마가 어제 연꽃 구경이 고단하셨나보다. 입술이 부르트셨다.  토요일은 찬홍이와 내게는 오후에 여러가지 행사가 있는 날이라서 분주하게 들락거려야 한다.  그래서 오전에 조지타운에 나가서 밥을 먹는 것으로 엄마의 오늘 행사를 잡았다.  (나는 매일 하루에 한가지씩은 엄마에게 뭔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려고 작정을 했다).

장소는 박선생과 찬홍이와, 친구와 들르곤 하는 조지타운의 식당.  정원의 테이블이 비어 있어서 그쪽에서 자리를 잡았다.  엄마와 찬홍이는 토마토 오믈렛을 주문했고, 나는 두부 샐러드를 주문해봤다. (두부 샐러드는 오늘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각종 '베리' 종류를 담은 과일 한그릇. (strawberry, blueberry, raspberry).  아이스티~

엄마는 접시에 담긴 모~든 음식을 싸그리 비우셨다.  (놀라운 일이다).  엄마는 나처럼 비위가 약해서 서양 음식을 잘 못 드신다. 그래도 가끔 서양식당에 모시고 가는 이유는, 이질적인 문화라도 조금은 경험을 해 보는것이 외국에 나갔을때 해 볼수 있는 것이라서 그렇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은 '학습'이다.  가만히 엎드려서 자기가 아는것만 되풀이해서 경험하는 것 보다는 낯설어도 자꾸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이 건강에 좋다.  그래서 외국식당에 갈때는 엄마한테 먼저 다짐을 하고 간다, "엄마, 오늘 가는데는 서양 식당이니까, 엄마 입맛에 잘 안맞을지 몰라. 기대는 하지 말고, 그냥 미국 구경하는 셈 치고 가보셔. 어차피 밥하고 된장국은 집에서 먹으면 되는거니까..."

그런데 엄마는 접시에 날라져온 오믈렛과 야채 샐러드와 빵과, 그리고 따로 담겨나온 과일을 아주 '싸그리' 해 치우셨다. 찬홍이 왈, "할머니하고 나하고 무시무시하게 먹었다!"


엄마가 모든 음식을 해치울수 있었던 이유는, 이 집에서 제공하는 오가닉 잼에 있었다. 이집에서는 유기농 식품이라는 딸기잼, 자두잼, 피넛버터 세가지를 병에 담아 무한 제공한다.  그런데 내가 엄마 접시에 담아 드린 세가지 잼에 엄마가 맛을 들이셨다. 잼이 개운하고 맛있는거라~  잼이 너무너무 맛있으니까, 나중에는 저기 접시에 담겨있는 빵을 다 먹어 치운 후에도 맨 잼을 퍼 잡수셨다.  하하하. 


이집에서 제공하는 빵이 구수하고 좋은데, 껍질이 딱딱해서, 내가 살만 파서 엄마를 드리고, 나는 껍데기 부분만 먹었다. 엄마의 테이블 매너도 많이 좋아지셨다 (물론 가끔 실수는 하시지만, 그래도 엄마는 배운대로 하려는 노력과 의지를 보여주신다.)


엄마가 그 잼이 너무너무 맛있다고 하셔서, "집에 사갖고 갈까? 나 없을때 엄마가 이걸로 빵하고 먹을까?" 했더니 그러라고 하신다. (되게 맘에 드셨군...).  "몇병 사서 한국에도 싸갖고 갈까?" 하고 물었더니, "비행기에서 안깨지까?" 하고 걱정을 하신다. 다시 말해서, 한국에도 갖고 가고 싶다는 뜻이다.  엄마의 화법이 그런 식이다. 한국에도 갖고 가? 하고 물을때 '그래, 갖고 가자'가 아니다. '비행기에서 안깨지까?' 하는것이다.  엄마의 이런 화법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우리 언니이다. 우리언니는 마치 아기 엄마가 아기를 이해하듯, 그렇게 엄마의 화법을 이해한다.

깔깔대고 웃으며 야외 테이블에서 즐거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조지타운 시내를 산책하였다.


식당에서 산 잼병 보따리를 들고 서있는 찬홍이.(잼을 다섯병이나 샀으니깐...)
내 동생이 사드린 엄마의 파란 모자가 챙이 넓어서 이렇게 볕이 뜨거운날 쓰고 다니기에 참 좋다.



조지타운 행차를 마치고 돌아 오는길, 길에서 농부가 수박을 팔길래 그것도 한통 사가지고 ~
엄마는 집에 오자마자 매일 먹는 약을 꺼내 드시고는, 벌써 침대에 누워 세상 모르고 주무시고 있다. 날이 뜨겁다. 여름 한낮의 달콤한 잠이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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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선에 따라서, 색깔이 확 차이가 나네... 아, 이쯤되면... 동영상 전용 카메라를 구입하고 싶어진다는 것이지....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9. 00:52


워싱턴의 7월은, 나에게는 연꽃의 계절 입니다. 집에서 자동차로 30분쯤 가면 다다르는 Kenilworth Aquatic Gardens 는 연꽃으로 사랑받는 워싱턴의 명소입니다.  홈페이지를 검색해보니 아침 일곱시에 개장을 한다기에, 오전 6시 30분에 출발하여 7시 정각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키 큰 연꽃들이 절정을 향해 치닿고 있는 듯 해 보였습니다.


전에 "엄마, 워싱턴에는 내 키보다도 커다란 연꽃들이 피어나" 하고 설명을 해 드린적이 있는데, 마침내 오늘, 내 소원대로 엄마에게 정말 커다란 연꽃밭을 보여드리게 되어서 내심 무척 기뻤습니다.



늪지대에는 부들이며 다른 습지 식물들도 곱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백련' -- 흰 연꽃은 꽃잎 끝이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습니다.

 


이 연꽃밭을 모두 둘러보는것만으로도 엄마의 느린 걸음으로 한시간이 훌쩍 지나 갑니다.




연꽃에서는 작약과 비슷한 향이 은은하게 났습니다.

작약처럼 꽃잎이 겹겹으로 이루어진 연꽃도 보입니다. 한송이가 내 머리통보다 큽니다.



풍경속의 엄마는 모네 그림속의 초록과 빨강을 연상케 합니다. 나는 이 구도로 그림을 그려볼까 합니다.




엄마가 오랫만에 허리를 쭉 피셨습니다.


이렇게 연꽃나라를 둘러보고 아침의 산책을 마쳤습니다.



올해도 연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한번쯤 더 가보고 싶기도 합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8. 10:28


꽁보리에 콩을 넣은 밥을 지어, 된장 쌈이랑, 나물이랑 해서 저녁을 편안하게 먹고, 동네 마실을 나갔습니다. 반즈앤노블 책방. 엄마에게 미술책을 잔뜩 가져다 안겨놓고, 각자 한가로운 저녁시간.  찬홍이는 다른 매장에 어슬렁대고 돌아다니고, 나는 나대로 책 구경을 하면서 이리저리 산책을 하고. 엄마는 꼼짝없이 앉아서 미술책을 열심히 보시고. 

나는 요즘 구스타프 클림트의 예술에 꽂혀서, 그의 책을 들여다 볼 때가 많습니다.


엄마는 주로 20세기 현대 미술 중심으로 책을 갖다 드리고 있습니다. 명색이, '추상미술'의 세계로 나아가고 싶다고 하시므로... 아하, 엄마는 아직도 추상미술의 개념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나는 똑같은 설명을 백번도 넘게 되풀이합니다. 엄마가 영영 모른다 해도, 그렇다고 해도, 나는 되풀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몰라도 할수 없지만, 그래도 내가 포기하면 안됩니다.

 

엄마가 폴 클레의 작품을 좋아하셔셔, 이 책을 한권 아마존에서 주문했습니다. 현장에서 사면 세금포함 20달러가 넘는데, 아마존에서 사면 15달러이므로. 엄마는 내가 아마존에서 책 검색하는 것을 보시더니 -- "이 깜깜한 밤에 아무도 없는데 어디서 책을 사니?" 하고 물으십니다. 하하하. 주문을 했으니 곧 책을 받아 볼수 있습니다. 즐거운 인생입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8. 07:16

엄마가 워싱턴에 '유학'을 와서 새로 그린 작품들 입니다. 엄마는 한국에서 가져온 작품들도 손을 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엄마가 새로이 눈을 뜨면서 앞서서 그린 작품들을 다시 만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카페트 위에 얇은 다 떨어진 면 카바를 깔고, 그 위에 다시 신문지들을 늘어 놓고, 이곳에서 매일 작업을 합니다. 나도 가끔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놉니다.

이 네편의 작품들은 Blue 라는 제목을 달아주면 좋을것 같습니다. Blue I, Blue II, Blue III, Blue IV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7. 10:00


쇼핑몰


퇴근후에 엄마를 모시고 셰난도 스카이웨이 드라이브에 가서 애팔래치안 산맥을 보여드리고 했는데, 66도로가 꽉 막혀서 도저히 제시간에 갈수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하이웨이를 나와서 가까운 쇼핑몰에 갔다. 독립기념일 세일이 지난 쇼핑몰은 한가롭고 좋았다.  엄마는 옷구경을 하다가 노란 상의를 고르셨다. 마침 반액 세일중이라서 제법 좋은 옷을 싸게 살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흰색 7부바지도 하나 고르시고...



찬홍이 지홍이 다니던 매클레인 하이스쿨

집에 오는 길에 찬홍이 학교에 들러서 학교 구경을 시켜드렸다.





찬홍이가 4년간 드나들며 일하던 신문/잡지사 앞에서 찬홍이가 졸업전 마지막으로 참여한 잡지를 발견하고는 한국에 가져간다고 한웅큼 집어 드셨다. 


학교 현관 벽 장식.  클림트의 '생명의 나무'를 연상시킨다.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주민 농장


역시 돌아오는 길에 우리동네 농장에 들렀다.  바둑판 모양으로 잘라서 개인들에게 임대해준 작은 밭들.


즐거운 여름 저녁 시간이었다.


나는 지금 솥에 삼계탕을 앉혀놓고 앉아있다. 잘 고아서 한그릇 주무시기 전에 드려야지.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6. 10:27


며칠전에 엄마가 리버벤드 파크를 아주 좋아하셨기 때문에, 오늘 이곳에 가서 저녁을 먹고 바람을 쐬다가 왔다.

학교에서 처리할 일들이 쌓여 있어서 나가서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오는 길에 김밥집에 들러서 김밥 몇가지를 주문하고, 빵집에 가서 단팥빵도 사고.  집에 오자마자 하루종일 착한 아기처럼 집을 지킨 엄마를 서둘러서 공원으로 갔다.  엄마는 하루종일 일하고 왔는데 어딜 또 나가느냐며 미안해 하셨다. 나는 피곤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강가에 가서 바람을 쐬는 것이 필요했다.  바람 쐬며 쉬는것이 집구석에서 집안일 하는 것 보다 편하니까.  바람 쐬고 돌아오면, 집안 일 챙길 기운도 나니까.
 



엄마는 강변의 바위에 한시간 가까이 앉아서 강에 떠가는 오리, 물새들, 물에 비친 영상들을 신기한듯 구경하셨다.  고요한 저녁 시간이었다.  카약을 저어 가는 사람이 보였다.  엄마가 손을 흔들며 "헬로!" 하고 외치자, 그 카약신사도 역시 웃으면서 인사를 날렸다. 평화로운 시간.







기분좋은 하루가 될뻔 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세금 얘기가 나와서 그만 기분을 망치고 말았다.  엄마는 사회 시스템을 잘 이해를 못하시기 때문에 세금을 왜 내야 하는지 잘 모르신다. 그리고 왜 돈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는지 이해를 못하신다.  엄마가 잘 모르시기 때문에 세금에 대한 불평을 말할때 그냥 흘려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세금을 왜 내야 하는지 엄마한테 설명을 해도 납득을 못하시는데, 나는 자꾸만 설명을 하러 들었다. 나의 불찰이다.

엄마는 자신이 한 사회에서 대단히 운좋은, 혜택받은 집단에 속해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건 엄마가 사회체제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인데, 난 혜택받는 집단이 그 것을 잘 모를때, 화가 난다. 엄마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 세상에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진 사람들은 잘 모르거나 혹은 그들이 그렇게 사는 것은 자신과는 동떨어진 별개의 사항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하다. 소유와 행불행은 별개의 문제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아무튼, 천치같이 나는 오늘 내 불편한 심기를 엄마에게 드러내고 말았다.  (그렇다고 내가 지대한 인격자도 아니고 사회주의자도 못되는 주제에 말이다.  이럴때 내가 나에대해서 느끼는 환멸이 나를 더욱 좌절하게 만든다. )

엄마는 내가 무엇때문에 짜증을 내는지 이해하지 못하신다.  그리고 답답하게 여기신다. 속으로는 나를 빨갱이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나는 왜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것일까...


* 내일은 소시얼 시큐리티 로컬 오피스에 가봐야 한다. 내가 IRS에 신고한 이름과, SSN 카드에 적힌 이름 사이에 차이가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이를 일치시키라는 공문이 IRS에서 날아왔다.  그래서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서 최종적으로 알아낸 사실이, 내가 직접 SSN 오피스에 증빙서류를 가져가서 이름을 정정을 해야 한다고 한다. 문제의 원인은 내 이름이 Eunmee Lee 인데 그 사이에 Park 이 끼어들면서 시스템에 차이가 발생한거다.  한국과 미국의 이름표기 차이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현상이다. 아, 오늘도 피곤했는데,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한다. 날은 덥고, 내가 해결해야 할 일들은 널려있고. 천치같이 엄마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리고. (앞으로 엄마가 아무리 답답한 말씀을 해도, 그냥 흘려보내기로 하자...하지만, 딜레마가 뭔가하면, 그런 태도 역시 엄마를 무시하는 태도라는 것이지... 아, 몰라...)  아, 좀 잘해보고 싶다. 잘 해보자. 지혜롭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4. 04:20



엄마가 책 읽기의 재미에 빠졌습니다.  엄마의 홈그라운드인 침대에 앉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계십니다.  내가 책을 읽으시라고 한것도 아닙니다. 그냥 책이 방 어딘가에 있었고, 마침 며칠전에 내가 신경숙씨를 만나 사진을 찍고 왔다는 것을 들으셨고, 내가 얼마전 쓴 칼럼에 신씨의 소설과 엄마의 이야기를 적은 것을 엄마가 기억을 한 것 뿐입니다.

엄마는 문득 그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엄마, 그림 안그려?"

"아니, 나 이 책좀 보고...그러니까, 이 엄마가 병이 들어서 집을 못찾나보다, 응?"

사실 어제 식탁머리에서 내가 뭔가 엄마한테 스트레스를 줘서, 엄마가 체했었는데, 그 후에 놀라운 일이 벌어지긴 했습니다. 여태까지 없었던 확 달라진 습작이 거실에 하나 새로 생겨났고, 엄마가 구부리고 앉아 열심히 글을 적어대더니, 오늘은 책을 끼고 앉아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합니다. (엄마가 이제 삶과 예술에 대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걸까요?  글쎄...알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튼 아무도 엄마한테 책 읽으라고 안했는데, 엄마가 책을 집어 들더니 꿈쩍을 안합니다.  사람은 (무릇, 생명가진 존재는)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진화를 거듭하는 존재일 것입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4. 04:07


 


말하자면....아가씨 (엄니)와 건달들 이라는 것이지요.

찬홍이와 함께 음악 동아리를 하는 친구들입니다.  찬홍이는 프로듀서. 그러니까, 찬홍이의 방이 이 친구들이 작업하는 소굴입니다.  몇시간 동안 음악이 울리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더니, 작업 끝났다고 합니다.

이 잘생긴 꼬마 청년들이 한국에서 온 화가 할머니를 만나는 것 자체가 얘네들한테 영광입죠~
착하고 잘생긴 '청년'들 속에서 입이 귀에 걸린 유여사.



찬홍이의 음악동아리의 인종 분포는 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왼쪽부터 인도계 수재, 아랍계, 코카시안계, 그리고 아시아계 찬홍이.  (몇명 더 있는 모양인데, 애들이 들락날락 합니다...)

할무니가 찬홍이 친구들에게 기념으로 용돈을 듬뿍 주셨기 때문에, 이 친구들은 피자 가게로 몰려 나갔을겁니다. 아무튼 몰려 나갔으니깐.  엄마, 오늘 '하이, 헬로' 이런 말도 이 청년들에게 해 봤습니다. 진도 잘 나가고 있습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4. 00:03


새벽에 세상이 깜깜해지고,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한시간쯤 미친듯이 쏟아지다 그쳤다.  비가 오면 포토맥강이 생기를 띄게된다.  서둘러 세수를 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비 온 후의 포토맥을 엄마에게 보여주려고.

오랫만에 Great Falls Park 로 향했다.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 동네 마실 나가는 기분으로 나가면 된다. 비 쏟아진 후의 일요일 아침은 상쾌하고 한적하였다.




검은 물수리들이 폭포 주변 바위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며 날개를 말리고 있었고, 폭포에서는 물안개가 스멀스멀 올라갔다.



찬홍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달팽이처럼 느리게 폭포에 도착하는 엄마.



엄마는 폭포가 좋다며 여기서 한참 동안 구경을 하고 싶다고 했다.






폭포 전망대 앞에 서있는 기둥에는 큰 홍수가 났을때 물이 어디까지 찼었는지 가리키는 표시판이 붙어있다. 엄마가 아기였을때, 이 곳은 저 꼭대기만큼 물이 찼던적도 있다. 


덤불에서 산딸기를 발견한 엄마가 그것을 따 먹으며 기뻐하고 있다.




폭포의 상류, 리버밴드 파크.
물은 '그림'처럼 고요하였고, 아침 안개로 뿌옇게 누워 있었다.



엄마가 내다보는 강 풍경이 마치 액자속 그림 처럼 보인다. 엄마가 미술관의 커다란 풍경화 앞에 서 있는것처럼 보인다. 강에 떠있는 하늘의 구름.




낭만적으로 세상을 사는 방법중의 한가지: 가끔은 나무를 안아주라~ 




관점의 문제:

엄마가 이 바위를 가리키며 "저기 저 바위는 부처님이 드러누운것 같다"고 했을때... 너무나 속된 찬홍이와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킬킬대고 있었다.  "아무래도 변강쇠 같은데...쩌~그, 쩌~ 그, 긍께 뭐시냐, 저기 서있는 나무가 말씀시, 아무래도 변강쇠 거시기 아닌감?"

긍께 저 변강쇠 거시기를 확 거시기해버리면... (이거 무슨말인지 각자 해석의 문제...)  잘 나가다 삼천포~  웃기는 인생~  아무튼 엄니는 저것을 부처님이 드러누워 하늘을 보며 명상하는 것으로 보았고, 찬홍이와 나는 관점이 달랐다고 하는, 참 거시기한 거시기였던 거시기였다.




아홉시에 집에 돌아와 옥수수 쪄고, 불고기 해서 아침을 아주 거시기하게 자알~ 거시기 혔음.


엄마에게는 특히 이 고요한 호수같은 리버밴드 파크가 매력적이었던 듯 하다. 아무래도 고요하고, 안정적이고, 나무 그늘에 앉아서 맘껏 쉴수 있고 그런 분위기가 엄마에게 아주 편안했던 모양이다. 집에 가지 말고 더 있다 가자고 하시는데, 시장하실까봐 아침 지어 드리려고 서둘러 왔다. 내일 아침에 먹을것까지 챙겨가지고 또 오면 되니까.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2. 13:25



우리 집에서 약 15분 거리에 아주 커다란 야외 음악당 Wolf Trap 공연장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4년 가까이 살면서 실제로 이 야외 음악당에 가 본 것은 오늘이 처음 입니다.  뮤지컬 '맘마 미아'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고보면 박선생이 워싱턴 지역에서 3년을 살면서도 여기를 못가보고 귀국을 했군요.)

가본 사람의 말로만 어떻다고 들었는데, 가본적이 없어서 가늠이 잘 안되었는데, 마침내 오늘 현장을 가 본 것입니다.  전에 찬홍이와 내가 보려도 표 두장을 미리 사 놓은 것이 있는데, 엄마가 오기로 결정이 된 후에 부랴부랴 표 하나를 더 샀습니다. 그래도 처음 가보는 곳이고 현장 사정을 잘 알수 없어서, 제일 좋은 좌석 표를 사 놓았었지요.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언덕 위로 올라가면, 언덕 위에 목조 건축물이 보입니다. 중앙에 공연 무대 시설과 높다란 지붕. 그리고 지붕을 받치고 서 있는 목조 기둥들.  그런데 벽은 없으므로 야외 음악당이긴 합니다.  올라가는 중간 숲속에는 피크닉 시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음악당 입구에 세워진 행사 안내판 앞에서 엄마의 '인증샷. '  엄마가 맘마 미아 안내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공연장을 대략 이런 모양입니다.



나무 기둥들 사이로 숲과 하늘이 그대로 보입니다. 실제로 공연 도중에 바람도 불고, 새들도 날아 다니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나는 마치 에덴 동산에서 공연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엄마와 나의 셀카 놀이.



공연중에는 사진 촬영을 못하지만, 공연 마치고 앵콜 공연 할때는 사진을 찍어도 됩니다.  앵콜 공연때 찍은 사진 입니다. 아바의 히트곡을 조합하여 만든 뮤지컬 맘마 미아는 사실 몇해전에 나온 영화가 매우 성공적이었고, 나도 그것을 극장에서, 그리고 디비디로 여러차례 보기까지 하였습니다.  영화가 너무나 성공적이었던 것이 뮤지컬에는 오히려 손해를 끼칠수도 있습니다. 어쩐지 오늘 본 뮤지컬이 내가 극장에서 봤던 영화보다 생동감이 덜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야외음악당에서 공연을 보는 즐거움은 컸습니다.  아마 별이 빛나는 밤에 야외 음악당 공연을 보게 된다면 느낌이 색다를 것입니다. 여름이 가기전에 밤 공연을 한번 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에게는 뮤지컬 맘마 미아가 지루했을 것입니다. 잘 모르는 줄거리. 영어 대사. 잘 모르는 노래들. 엄마에게는 이 낯선 뮤지컬을 두시간 넘게 봐야 한다는 것이 아주 지겨운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는 꾸벅꾸벅 졸다가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쓰기도 했습니다.  곁에서 엄마를 지켜보기가 안쓰러워서 "엄마, 힘들지? 그냥 나갈까?" 하고 물으면 "아니야. 조금 졸았다. 끝까지 보고 가야지" 하면서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엄마는 자신이 잘 몰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고 싶어 합니다. 나는 그것이 엄마의 아주 큰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모르고 지루하고 답답해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그 태도. 그러한 인내심은 나도 따라 하기 힘든 미덕입니다.

엄마는 오늘도 달게 곯아 떨어지셨습니다. 내일은 집에서 푹 쉬시게 하겠습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7. 1. 11:16



어젯밤에 지팔이 훈련병 수료식 중계방송을 듣느라 (지팔이 부친이 전화질을 했다는 뜻) 잠을 설친 관계로, 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나 게으르게 아침을 지어 먹고, 행장을 차려 베이 브리지 너머에 있는 퀸스타운 아웃렛에 갔습니다. 대략 정오쯤 되는 시각.

오늘 엄마의 직계 자식들 및 손녀딸들에게 줄 선물을 모두 샀습니다. 서울의 가족들은 군침을 삼키며 기대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엄마가 심혈을 기울여 고른 작품들입니다.  (엄마와는 별도로, 나는 지팔이 작은 엄니들과 작은 아빠들 선물도 챙겼습니다. 지팔이 부친이 특명을 내린 관계로, 고민해서 좋은 것으로 골랐습니다.)




성지순례하듯 제일 먼저 간곳은 코치 매장인데, 이곳에서는 재은이와 세팔이, 윤지를 위한 소품들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주변 친지에게 선물할 작은 스카프들도 골랐습니다.   그러다가, 모자를 발견했는데, 엄마가 척 써보더니 "이거 좋다" 이러고 안벗어...그래서 나도 써봤는데, 엄마가 "너도 좋다" 그래서 나도 안벗고, 모녀가 둘이 똑같은 모자를 하나씩 사서 썼습니다. (사실 내가 입고 있는 원피스하고는 색깔이 안 어울리지만, 얌전한 것이 맘에 들었습니다.)
세시간쯤 선물을 산다고 돌아다니고...  엄마는 내가 선물 고르는 동안 소파에서 쉬시거나 찬홍이와 노닥노닥, 아무래도 힘에 부치시는 듯, 내가 골라가지고 "엄마 이거 좋아?" 그러면 "응" "아니" 이런 식으로 코치만 했습니다. 엄마의 직계 자손들을 위한 선물 쇼핑을 모두 마치고, 아웃렛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 (써브웨이)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조그만 피크닉 아이스박스에 인절미, 현미떡, 수박, 체리 이런것들을 싸 갖고 가서, 엄마와 나는 그것을 먹고, 찬홍이는 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먹었습니다. (엄마 앞에 수박, 체리, 그리고 인절미 봉지가 보입니다.) 미국은 여름에 실내 냉방이 잘 되어 썰렁할 정도 입니다. 우리들은 이런 생활이 익숙하지만, 엄마에게는 춥습니다. 그래서 내가 가디건을 갖고 다니다가 엄마의 어깨나 목에 걸쳐드립니다.


난, 아웃렛가서 정작 내가 사고 싶은 것은 구경도 못하고 순전히 선물 쇼핑만 하고 말았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엄니하고 다니니 몇집만 돌아도 피곤합니다. (나 비치용 썬드레스 하나 사고 싶었는데, 구경도 못했네...)  깔깔대면서 늦은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10분쯤 차를 달려 해변으로 갔습니다.

엄마가 바닷바람을 쐬면 기침이 나올수 있으므로 역시 내 카디건으로 꽁꽁 싸 매줍니다.  엄마가 입고 있는 분홍색 블라우스는 '치코' 매장에서 새로 산 것입니다.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던 큰 우산을 꺼내서 파라솔로 쓰고 있습니다.



찬홍이는 박씨문중 사람답게, 바다를 봐도 들어갈 생각을 전혀, 전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우리집 쓰리박은 물가에 가도 물에 첨벙첨벙 들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내가 석달열흘 고사를 지내야 한번 발을 담글까말까 입니다. 참 대단한 쓰리박입니다.  역시 오늘도 물한방울 만질 생각도 없어 보이는 박찬홍 선수.




파란 모자, 분홍 블라우스, 그리고 알록달록한 드레스를 입은 엄마는 얼핏 '소녀'같습니다. 파란 모자가 바닷가에서 아주 시원해보입니다.








사람좋게 벙글벙글 웃기만 하는 거북이.






"엄마, 바다에 왔는데, 바닷물도 안건드리고 그냥 가면, 바다에 좀 미안하지 않어? 응?" 내가 뭐라고 하니까, 엄마가 용기를 내어 바닷물에 손을 담급니다.  엄마는 바닷물이 찬줄알고 몸을 사리고 있다가, 바닷물이 따뜻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눈을 빛냅니다. 엄마 몸이 가뿐하면 물놀이를 하고 싶겠지요.  그러나 엄마의 몸은 마음같이 가볍지가 않습니다.






어린애처럼 물에 손을 담가보고 아주 좋아하는 엄마.



엄마는 바닷바람에 감기에 걸릴까봐 옷을 여러겹 껴 입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록달록하고 예쁩니다.




 





엄마 어릴때 사진이 몇장 있는데, 이 사진속의 엄마와 비슷합니다.

 

우리 찬홍이와 엄마 얼굴이 환하게 빛납니다.


신나는 쇼핑, 즐거운 바닷가의 시간이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다시마 멸치로 국물을 내어 우동을 끓였습니다. 엄마는 우동 한대접을 국물까지 싸그리 달게 잡수셨습니다. 내가 목이 말라서 맥주를 갖고 오자 엄마가 먹고 싶다는 듯 맥주를 쳐다봤습니다. "엄마, 맥주 할껴?" 내가 묻자 "응!"  엄마가 맥주가 먹고 싶대요.  그래서 내 맥주를 조금 따라드렸습니다. 맥주가 달다며 그것을 마십니다. 뜨거운 우동과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오늘의 피로를 날려보냈습니다.

엄마는 새로 사온 옷을 입고 지금 축구장같이 넓은 침대위에서 크르렁 크르렁 코를 골며 단잠에 빠졌습니다.  원래, 해변에 가서 놀다 오면 그날 잠은 아주 달콤합니다. 밤새 꿈속에서 파도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붑니다.

오늘도 신나는 하루를 살았습니다. 내일은 울프트랩에 뮤지컬 '맘마 미아'를 보러 갑니다. 자알~ 놀고 있군요~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30. 10:15


오늘은 내가 학교에 출근을 했다.  아침 지어서 함께 먹고, 부엌 치우고 학교로 향하면서 "찬홍아 새우젖 찌개 데워서 할머니 점심 차려 드려라" 하고 나갔다. 

오후에 학교 근처 떡집에 들러서 떡 몇가지 사고 (인절미 같은것을 작은 팩에 나눠 담아서 냉동 보관하면 소풍갈때 갖고 나가기 좋다) 반찬거리 사가지고 집으로 향하는데, 집에서 엄마와 찬홍이가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곳이 묵직해 오고, 뭔가 내가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의미심장하게 여겨졌다. (가장들이 저녁에 집으로 향할때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오직 나 하나를 믿고 기다리는 가족에게 향하는 그 사명감과 뿌듯함 같은것)

네시쯤 집에 왔는데, 모두들 낮잠을 자다 깬 분위기.  찬홍이와 엄마가 점심도 건너뛰고 낮잠을 퍼 자고 있었다고 한다. (할무니를 점심을 안드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일단 찬홍이한테 잔소리를 끓여붓고)  떡을 꺼내 접시에 담아 내 놓으니 찬홍이도 엄마도 그 떡을 아주 달게 드신다.  (나는 떡을 봉지봉지 담아서 냉동실에 넣고.)

나는 드러누워서 책 보다가, 한국의 언니와 전화로 이야기를 하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엄마가 사용하는 내 방에서 지속적으로 깔깔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엄마가 소녀처럼 하이톤으로 뭔가 신나게 설명을 하고 있고, 찬홍이가 가끔 킬킬대며 추임새를 넣는 모양이다.  찬홍이는 할머니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잘 한다.

내가 가만 관찰해보면, 찬홍이는 할머니가 알아 듣건 말건 뭔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찬홍이가 말을 하면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준다. 찬홍이의 늘어지는 수다를 다 들어준다. 

또한, 할머니가 이야기를 할 때는 찬홍이가 추임새를 넣으며 웃어가며 그 얘기를 다 듣는다. 

찬홍이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찬홍이가 '너무나 지나치게 잘난척에 빠진 엄마'와 사는동안, 엄마가 중간에 말을 툭툭 끊어버리거나, 요점을 정확히 말하라는 잔소리질을 해 대는 통에 맘껏 자기 얘기를 못했던거다. 그런데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을 해 주니까 마음이 기뻐지는 모양이다.

엄마 입장에서 봐도, 역시, 잘나 자빠진 딸년은 무슨 말을 하려해도 다 들어주지를 않고 똑똑 끊어버리거나 혹은 무시하는 태도를 슬쩍슬쩍 비치는데, 손자놈은 할머니 얘기를 재미있다고 들으며 웃고 깔깔대고 박수를 쳐 주는 것이다. 그러니 엄마도 찬홍이하고 얘기하는 것이 편안하고 즐거우신 모양이다.


찬홍이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대단한 출세를 할지 나는 가늠할수 없다.  하지만, 이놈이 사람이 아주 진국인것은 분명한 것 같다. 애가 참 어질어보인다. (내가 멍청하다고 놀리기는 하는데), 따지고 보면 어질고 멍청한것이, 약고 사악한 것보다는 그래도 낫지...  찬홍이가 어진 놈이라서 참 고맙다. 어떻게 나한테서 저런 순둥이가 나왔으까?  (아무래도 그건, 엄마를 안 닮고, 아빠를 닮았나부다...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엄니는 오늘 집에서 푹 쉬시면서, 나 없는 사이에 그림 작업을 조금 해 놓으셨다. 
금요일에는 뮤지컬 공연 보러 갈 것이고, 일요일에는 필라델피아에 모시고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외출 일정이 없는 날에는 내가 내 일을 하거나 찬홍이 라이드를 해주거나 그러고 보낸다.  그러면 엄마도 집에서 낮잠도 자고 쉬고 그러실수 있다.


엄마는 내 침실, 내 침대를 사용하신다. 내 침대가 크니까, 거기에 엄마의 귀중품을 모두 정리해 놓으셨다. 내 침대를 자신의 방처럼 정리해 놓고 쓰신다. (뭐 침대가 웬만한 조그만 방 한칸 크기이니까 ㅋㅋㅋ).  나는 거실, 지홍이가 쓰던 침대나 소파나 혹은 바닥에서 뒹굴며 잔다.  전에 플로리다에서 살때, 세팔이하고 함께 살때, 그때도 나는 거실 소파에서 주로 잤다. 거실 바닥이나 소파에서 자는 생활에 익숙한 편이다.  거실의 절반은, 우리집 화실이다. 거기에 화구를 온통 늘어놓고 엄마와 내가 각자 작업을 한다. 나도 내 작품을 가끔가다 조금씩 만져주고 있다.  지금 '사랑이 나를 교활케하여' 라는 허영자 시인의 싯귀를 주제로 연작을 만드는 중이다. 

나는 학교에 연구실이 있으니까, 거기가 완벽한 내 공간이니까, 집에서 이렇게 내방도 없이 사는것도 불편하지 않다.  마치 룸메이트들이 자유롭게 사는 공간처럼 보이기도 하고. 엄마하고 이러고 사는것도 재미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9. 10:36

미술관을 출발하여 집으로 오는 길에 프레데릭스버그에 있는 Cracker Barrel 식당에 들러서 이른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 크래커 베럴 식당은 하이웨이 주변에 있는 프렌차이즈 식당인데,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주제로 실내 장식을 하였습니다. 음식도 대략 10달러 안팎의 미국 음식들 입니다. 이 식당의 특징은, 건물의 절반은 식당이고 절반은 기념품 매장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여행하다가 밥도 먹고 기념품 구경도 하고.



이른 저녁이라 식당에 손님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서비스가 신속하고 매우 친절했습니다. 식사를 하는 사이에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사진 상태가 안 좋은 것은 찬홍이의 아이포드로 찍어서 일 것입니다.


엄마가 스테이크를 열심히 썰고 계십니다. 엄마는 포크와 나이프 사용을 제대로 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수저 (숫가락이나 포크, 젓가락)를 들고 이야기 하다가 그것으로 무엇을 가리키는 버릇이 있습니다.  나는 엄마가 이런 행동을 할 때마다 아주 히스테리컬하게 반응 하는 편입니다. (내 눈에는 특히 이것이 거슬립니다.)  그래서 요즘 밥상머리에서 엄마가 이런 행동을 할때마다 지속적으로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엄마가 포크를 들은채로 무엇을 가리키면 "엄마...지금 손에 뭐가 있지?" 하고 묻습니다. 엄마는 슬그머니 포크를 내려놓고 눈으로만 가리키며 말을 합니다.

엄마가 어떤 친구에 대한 흉을 보려고 합니다. 찬홍이는 지긋이 들어드립니다. 나는 '팍!' 신경질이 납니다. 왜냐하면, 친구의 흉을 보는 엄마의 모습이 미워보이기 때문입니다.  "엄마, 엄마는 그런적 없어?"  "나도 조금은 그런적 있지..."  "그러니까, 엄마도 실수 하쟎아. 그러니까, 엄마 친구 흉보지마... 엄마가 안 이뻐보여..."  엄마는 뭐라고 변명을 하려다가 내가 골난 표정이라서 그냥 입을 다뭅니다.  이번에는 찬홍이가 시무룩한 표정이 됩니다. 엄마가 할머니한테 쌀쌀맞게 군다고 찬홍이가 삐지는 것입니다. 뭐, 이런 식의 아주 사소한 갈등이 발생했다가 꺼지고, 다시 점화되었다가 꺼지고 합니다.

지금 엄마가 스테이크를 깔로 썰면서 밝게 웃고 있습니다. 엄마가 자신있게 칼질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 엄마 장합니다. 무엇이건 빨리 배웁니다.  나는 내가 골낸것을 반성하고 그 대신에 엄마를 아주 많이 칭찬해줍니다.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내게 다짐을 합니다, "너, 나중에 후회할짓은 하지를 말어라. 너 ...엄마 가고 난 다음에 ...그때 내가 좀 더 잘할걸! 하고 후회할 짓 하지 말어라..." 

엄마는 조수석에 앉아서 하늘의 구름을 보다가 혼자서 손 춤을 춥니다. 엄마의 버릇인데 손가락을 춤추듯 놀리며 혼자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뭔가 즐거운 생각에 빠진듯 합니다.  그런 모습이 아기처럼 천진해보여서 운전의 피로를 잊고 나는 달립니다. 아,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버지께 효도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서러울 따름입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7. 06:15


국립 미술관 1층에 전시된 백남준의 '엄마' 앞에 앉아있는 엄마.



일요일에 국립 미술관은 오전 11시에 문을 엽니다. 그 시각에 맞추어 집을 나섰습니다. 차를 미술관 맞은편의 의회의사당 주차장에 모셔놓고 국립미술관 동관으로 향합니다. (동관은 현대미술, 서관은 고전미술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동관과 서관을 잇는 통로입니다. 지하에도 통로가 있습니다. 저기 보이는 피라미드는 지하 통로 카페테리아를 환하게 비추는 천창입니다.




동관 입구에 백남준 특별전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칼더의 초대형 모빌을 배경으로 서 있는 엄마.




미술관 입구에 마련된 휠체어를 대여하여 (무료) 네시간 가까이 휠체어에 엄마를 태우고 동관과 서관을 종횡무진 돌아다녔습니다. 동관의 현대미술 전시는 상세히 보면서 설명을 해 드리려고 애썼고, 서관의 미술품은 몇가지 집중적으로 설명해드리고 건성건성 돌아다녔습니다.

휠체어를 밀고 다니다보니 미술관에서 장애인 휠체어 시설에 공을 들인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휠체어가 못사는 곳이 없도록 설계를 해 놓았습니다. 엄마는 가끔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일어난 시간 외에는 실내에서 휠체어를 타고 씽씽 돌아다니셨습니다.  그걸 타니 이 넓은곳을 다 본다고 좋아하셨습니다. "그런데 니가 힘들어서 어떻게 하니?"하고 걱정을 하셨는데, 휠체어 미는게 뭐가 힘이 드나요.  엄마 부축해서 걸어돌아다니는 것이 힘이 들지요. 나도 휠체어 덕분에 아주 가볍게 돌아다닐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왼쪽 리히텐스타인, 오른쪽 라우센버그의 작품들


왼쪽에 솔레윗의 입체 작품이 보입니다.



마티스의 전시실에서 입이 벌어진 유여사. 




스텔라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입니다. 스텔라 작품 앞의 엄마.


서관으로 이동.  피카소 초상화 앞에서 꼭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셨는데, 사진 상태가 안 좋습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도 꼭 사진을 찍어달라고, 일부러 휠체어에서 일어나셨습니다.



구경을 다 하고, 나와서 피라미드에 가 봅니다. 엄마에게 "이 피라미드 아래가 지하 카페야. 거기서 우리가 간식을 먹었어" 하고 설명을 해드려도 잘 이해를 못하십니다.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눈을 유리창에 대 보면 실내가 들여다보입니다. 나는 엄마에게 유리창 안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엄마가 나를 따라서 들여다보더니, "그렇구나. 저기가 지하구나!" 합니다.

엄마는 소학교 졸업이지만, 보통 사람의 교양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풍으로 뇌 수술을 한 이후에 엄마의 언어는 매우 한정되어 있습니다. 엄마는 내가 '피라미드'라고 말을 해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그냥 지나치려다가 그래선 안된다는 생각에, 다시 설명을 해 드립니다. "이걸 피라미드라고 해, 엄마. 피라미드. 옛날에 엄마는 피라미드가 뭔지 알았어."

엄마는 피라미드를 거울삼아서 둘이 사진을 찍는 것을 무척 신기해 합니다. 어떻게 내가 나를 찍었는지 신기한 모양입니다.


피라미드를 측명에 놓고 이렇게 사진 장난을 쳐 봅니다. 엄마는 이 자신이 아주 맘에 든다고 합니다. 신기한 사진이니까.


엄마를 모시고 다니다보면, 성질 급한 내가 '확' 성질이 오를 때가 참 많습니다. 대개의 경우, '너무나 유식한 (?) 나와, 아는 것 마저 많이 잊어버리고 언어도 어눌한 엄마 사이에는 소통의 장애가 큽니다.  엄마에게는 아주 사소한 것도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귀도 약하시므로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해야 합니다. 그것을 반복해 나가다 보면 나도 지치면서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럴때 얼른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합니다.  엄마는 어릴때 나를 가르쳤고, 그 덕분에 내가 자라서 이만큼 잘난척을 있는대로 늘어놓고 있는데, 엄마는 나이가 들어서 이제 많은 것을 잃고 잊고 그랬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엄마가 말귀를 못 알아듣고, 답답한 소리를 할때 화딱지가 나지만,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마에게 아무 설명도 안하고 그냥  돌아디닐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엄마가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리고 자각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엄마도 죽을때까지 정신줄을 놓으면 안되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성장해야 하는 존재이니까.

나는 이렇게 똑똑한데, 엄마는 왜 이렇게 답답한가... 이런 생각이 들때, 옛날에 엄마가 나에게 읽기, 쓰기를 가르쳤다는 사실을 떠올려야 합니다.


엄마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대충 씻고는 잽싸게 침대위로  올라가서 지금 크르렁 크르렁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있습니다. 늙은 아기입니다.


(그래도, 내가 인간이 되느라고, 예전보다 성질을 덜 내는것도 같애...)

아, 이제 멸치국물 내서 국을 끓이고...저녁을 기름지게 지어서 저 늙은 아기를 잘 먹여야, 기운이 나시겠지요.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6. 12:21


엄마의 미국 방문 기념, 케네디 센터 공연 관람.

급작스럽게 표를 구하다 보니, 서부 LA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는 Ozomatli 라는 '듣보잡 (듣도 보도 못한...)' 밴드가 국립 팝스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한다길래.  나는 오조마트리는 뭔지 모르지만 최소한 국립 팝스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를 한다면 꽝은 아니겠지, 이러고 그냥 표를 사 놓았습니다. 오늘이 마침 그 공연 날.

오전에는 양식당에 가서 호되게 '양식 매너'를 익힌 엄마는 집에 오자마자 곯아 떨어지셨고, 나는 학교에 잠깐 들어서 급히 일을 처리하고, 찬홍이를 태권도장에 라이드 해 주고, 찬홍이가 태권도 연습을 하는 두시간 반 동안 인근 카페에서 책보며 빈둥빈둥.  태권도 마치지마자 집으로 달려와 급히 저녁을 차렸습니다. 이거 내가 대략 30분만에 급조한 저녁 밥상.

일단 발아현미에 완두콩을 씻어서 압력솥에 앉히고
뚝배기에 순두부 찌개 국물을 앉히고
찜솥에 단호박과 옥수수를 물 잡아 앉히고
갈비살 사다 놓은 것을 꺼내어 후다닥 양념을 하고 (집에 굴러다니는, 아무도 안먹는 양주도 향긋하게 뿌리고)
상추 씻어놓고, 생두부 양념 하는사이에
밥이 완성되고
찌개가 완성되고
갈비살 굽고
어제 먹었던 콩나물국 남은것 다시 데우고.
김치와 생채 꺼내고.
잘 익은 옥수수와 호박도 꺼내놓고.
그래서 저녁밥상 완성.
내가 대충 차린 저녁 밥상을 보면서 "와! 나 대단하다 이걸 반시간만에 해 내다니!"


 
감기기운이 있는 엄마는 콩나물국과 순두부 찌개를 달게 잡수시고, 찐호박도 "미국 호박은 맛도 좋다"며 역시 달게 잡숫고, 갈빗살 구운것도 몇조각 쌈에 싸드리니까 싫다 소리 안하고 주는대로 받아 드시고~   후다닥 설겆이를 마치고, 이제 케네디센터로 달려 갑니다. 대략 2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

저기 보이는 케네디 선생 두상 (오페라 하우스 앞)을 배경으로 증명 사진 찍어주시고.



테라스로 나가서 포토맥 강을 내려다보며 바람을 쐬기도 하고.  메가폰 조형물을 설치 해 놓았길래 이것 가지고 장난도 치고.






내가 엄니한테 저기 난간에 기대서서 포토맥 강을 내려다보면서 "여기는, 저기는" 하면서 설명을 하는 것을 어떤 신사가 지속적으로 눈길을 보내는 것을 느꼈는데.  이 신사가 나중에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사진 찍어줄까?"  (요새 사진 찍어주겠다는 자원봉사자가 참 많아요~ )  그래서 내가, "내 카메라가 좀 말썽이라서 제대로 찍힐지 몰라" 하면서 그 신사에게 줬는데, 역시 작동을 잘 안하는거라. (나만 간신간신히 달래서 쓰는중.).  그런데 이 신사가 하는 말씸 --"네 카메라가 안되면 내 카메라로 사진 찍어줄게."  (아쭈... 하하하. 이 아저씨가...시방 뭐 하는겨? )   그래서 내가, "야야 찬홍아, 내 카메라 고장이다. 네 아이포드로 찍자" 이러고 찬홍이 아이포드를 아저씨한테 넘겼습니다.  아저씨는 사진을 아주 잘 찍어 주었습니다.  참 친절한 신사분이셔..




그런데, 나중에 찬홍이 왈, '그 아저씨 말끔한 신사이긴 한데,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내가 보기엔 말끔한 신사복 차려입고, 와인까지 한잔 마시면서 음악회를 기다리는 전형적인 신사더구만. 게다가 자원봉사로 사진 까지 찍어준다는데 왜 기분이 나쁜가?   심심하던 차에 미인을 발견하고 말을 걸어 보고 싶었겠지.  하하하.



이곳은 케네디센터 컨서트 홀.  내가 오페라 하우스 공연도 보았고, 테라스 컨서트 홀 공연도 여러차례 가 보았는데, 이 컨서트 홀은 나도 처음 가봅니다.  이곳은 서양 고전 그림에서 보이는, 그 발코니 형 객석이 4층까지 있는 매우 고전적인 구조의 음악당이었다.  샹들리에도 아름다웠습니다.




일찌감치 자리 찾아 앉아서, 컨서트 홀 증명사진.



아래 사진은 공연을 마치고 앵콜 공연하고 그럴때 다들 사진을 찍길래 나도 찍은 것입니다. 공연중에는 사진 촬영이 금지됩니다.  사진 오른쪽 발코니 객석에서 사람들이 선채로 춤을 추며 환호하고 있습니다.

오늘 컨서트 분위기가 어땠냐하면, 거의 100분가까이 진행된 컨서트 내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며 환호하였습니다.  신나는 컨서트였습니다. 사실 나는 무슨 힙합, 레게, 라틴 음악등 이런 잡동사니 음악을 하는 밴드라길래, 이것 무척 시끄럽겠다. 엄니는 적응 못하시겠다. 찬홍이만 신나겠다.  너무 시끄럽고 괴로우면 중간에 나가서 밖에서 기다려야지. 뭐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신이 나는 나머지 마침내는 감기기운이 있어서 전반전에 깜박 졸기까지 하던 엄니가 마지막에는 일어나서 춤을 추며 열광하셨습니다.  (난 엄마가 춤추다가 쓰러질까봐 조마조마 했습니다.  17년 전에 엄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을때도 합창 연습하다가 너무 좋아서 어쩔줄 모르다가 쓰러졌던 것이니~   난 정말 조마조마 했습니다.)


아, 나도 오랫만에 신나게 춤을 추니, 머리가 홀가분하고 좋습니다.  내가 아주 속이 다 후련합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컨서트 찾아다니며 열광하나봐...)   내가 원래 흥이 있고 잘 노는 사람입니다. 음악 들으면 몸이 먼저 들썩이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내가 쓰리박하고 살면서 많은 압제를 받았습니다.  쓰리박은 사람들이 아주 경건하고 진지합니다. 그래서 컨서트에 가서도 음악을 진지하게 듣고 앉아있습니다. 도대체 사람들이 흥이 없어보입니다.  나는 음악에 온몸으로 반응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쓰리박은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합니다.  아버지박이나 아들 박이나, 나만 보면 "음악회에서 경거망동하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구박까지 합니다.  내가 죽은 시체냐. 가만히 있게, 응?

그런데, 그 해묵은 나의 불만을 오늘 한방에 날려버렸습니다. 국립 팝스 오케스트라 지휘지가, 그리고 오조마틀리 멤버들이 "워싱턴이여 일어나라, 일어나 춤을 추라!  이 세상을 좀더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 일어나 춤을 추라" 뭐 이러니까, 다들 일어나 춤을 추며 열광하더라. 쳇. 음악회가 경건해야 한다는 것도 쓰리박의 편견일 뿐이지.  기대도 하지 않고 갔다가, 오늘 아주 신나게 춤을 추고 왔습니다. 평소에 경건하다 못해 짜증나게 진지한 찬홍이가 오늘은 너무 춤을 춰서 다리가 저리다고 합니다. 유여사 까지 덩실덩실 춤을 추었으니까~  (엄마는 심지어 나중에 이 사람들한테 싸인을 받으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하하하.깔깔깔.)

집에 오신 유여사. 내가 주섬주섬 꺼내놓는 찐호박과 수박을 아주 달게 잡수시고 침대에 오르시더니 벌써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고 계십니다.  (엄마가 열광적인 유쾌한 시간을 가져서 참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6. 01:03

 


엄마가 오셨다고 내 친구 클레어가 과일 바구니를 갖고 인사를 왔다.  엄마는 자다가 일어나 인사를 하고는, 아무 선물도 안 갖고 왔는데 이런 선물을 받아서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을 하셨다.

여러가지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과일이 가득 들어있었다. 내 친구가 신경써서 골라서 넣었을것이다.  마침 엄마 소지품을 넣을 상자가 마땅한 것이 없었는데, 바구니도 아주 요긴하게 사용할수 있게 되었다. 나는 매일 엄벙덤벙 사느라 인사 챙기는 일을 잘 못하는데, 내 친구는 늘 사려깊게 친구인 나를 챙기고 보살핀다. 원래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지나고 만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6. 00:25


토요일 아침.
미국 사람들이 주말 아침에 가족 단위로 나가서 아침을 먹는 '밥집' 정도 되는 Cassatt's Cafe 에 엄마를 모시고 나갔습니다.

엄마는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카페 벽에 그림들이 다닥다닥 걸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이곳을 좋아하실줄 내가 알고 있었지~




카페의 풍경은 대략 이러합니다. 작은 카페입니다. 그리고 항상 사람들이 바글바글 합니다.  정겨운 분위기 때문입니다.



찬홍이는 베이컨 소시지가 들어간 음식을 주문했고, 엄마는 프렌치 토스트, 나는 요거트.  프렌치 토스트가 그중 엄마 식성에 맞을 것 같아서 내가 주문을 해 드린 것입니다. 어차피 양도 많아서 나눠먹기에도 습니다.

엄마에게 토스트를 잘라 드리려다가, '이것도 다 교육이 필요한거다' 생각하고, 엄마에게 포크 나이프 잡는 방법, 그리고 서양식을 우아하게 먹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 드렸습니다.  우리는 죽을때까지 배워야하고, 엄마의 배움도 포기를 하면 안됩니다. 엄마는 금세 말귀를 알아 듣고 포크 사용을 정확히 하려고 애를 많이 쓰셨습니다.


엄마는 식사를 하는 내내, 두리번 거리며 벅에 걸린 이 지역 화가들의 작품을 들여다보느라 분주했습니다.  알고 싶고 보고 싶은게 아주 많은 유여사.  (나의 호기심의 원천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파악을 하는 순간입니다.).



알링턴 구시가지 카페 거리가 제법 고풍스럽고, 유럽 스타일이라서 식사 후에 가볍게 거리 구경.



그늘로 걸으면 날씨가 제법 선선하고 산들 바람이 불어서 산책하기에 좋았습니다. 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도 친절했습니다. 누군가가  "사진찍어줄까?" 하면서 우리 세사람의 가족사진을 찍어주기도 했습니다. 엄마는 미국 사람들은 부탁하지 않아도 친절하다며 좋아했습니다.  모든것은 '전염성'이 있습니다. 서로 친절한 것도 전염성이 있어서, 내가 받은것을 누군가에게 전하게 됩니다.




뚜껑이 없는 파란 자동차를 신기한듯이 쳐다보는 엄마. "엄마 그 옆에 서봐 내가 사진 찍어줄게" 했더니 그래도 되느냐며 묻습니다.  옆에서 사진 찍는걸 뭐라고 할 사람이 없지요.  그런데 사진이 아주 근사하게 나왔습니다.


서양식당에서 포크 나이프 사용하는 법이며, 몇가지 예법을 배우느라 고단하셨던 듯. 집에 돌아온 엄마는 기분좋게 침대에 큰대자로 누워서 낮잠.

엄마가 나이가 드셨다는 이유로 사소한 예법을 생략하고 지나가면 엄마는 그걸 배울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그런것도 차근차근 설명을 해 드리면 엄마는 열심히 배우려고 합니다.  엄마는 아주 훌륭한 학생입니다.

엄마는 '그림 구경' 때문에 이 카페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중에 한번 점심때 차마시러 다시 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엄마2011. 6. 25. 03:55

미술용품점



엄마가 밤에 잠이 깨어 - 말똥말똥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셨다고. (아무래도 시간 차이 때문에 그러하신 듯, 게다가 어제 낮에 벌컥벌컥 마신 아이스커피도 한 몫했을것.)

오늘은 가볍게, 동네 크래프트 샵에 가서 엄마에게 필요한 미술용품을 사기로 했습니다. 자동차로 20분쯤 달려서 매장에 도착하여 캔바스며, 아크릴 물감등 필요한 것 일습을 모두 마련 한 후에 백화점같이 넓다란 매장을 돌아다니며 호기심 천국 놀이.


궁금한 것이 많은 우리 엄니.  재승이, 재모, 재은이를 뭘 사다 주나 하고 고민이 많습니다.



에나멜 스프레이도 찾아 달라고 하셔서 아이들 모형 꾸미는 코너를 뒤져내어 엄마가 찾던 금색, 은색 스프레이 에나멜도 구하고.

엄마 미술품만 대략 220달러. (호기롭게 사 제끼시는 유여사님.)

그런데 계산대에서 계산원이 미술품을 포장해주며 "누가 그림을 그리는가?" 묻기에 엄마를 가리키며 "She's the painter" 하고 대꾸하자, "Where is she from?" 어디서 오셨는가 묻기에, "My Mom's visiting me from South Korea" 라고 대꾸해 주었더니. 이 계산대 직원이 엄마를 쳐다보면서 한국말로 "안녕하셔요."

엄마가 깜짝 놀라서 환하게 웃으시는데, 계산원이 "감사합니다"  역시 한국말로.

그래서, 엄마는 미국사람이 한국말로 말을 걸어줘서 기분 만땅. (지화자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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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




엄마에게 '한국장'을 보여드린다고 페어팩스에 있는 H마트 행.  매장에서 여러가지 시식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풀무원 두부코너에서 두부에 양념 얹어주는 행사.  판매원이 엄마에게는 특별히 두부를 많이 담아드려서 신나게 양념두부를 시식하시는 우리 엄니.  간장게장 코너에서도 맛보라고 밥에 간장게상 살점 두둑한것을 올려줘서 역시 포식을 하시고.  매장 코너 식당에서 찬홍이는 제육복음, 나는 생선회, 엄니는 대구지리를 주문하여 신나게 먹어댔습니다.

젖갈이며 오이지, 두부, 가지등 시장을 봐가지고 귀가. 엄니는 집에 오시자 마자 졸립다며 침대에 등산하여 드르렁 드르렁. (침대가 하도 높아서 등산하듯이 기어올라야 하는 현실.) 

엄니에게 내방 침대를 내 드렸더니, 침대위에 귀중품을 일렬 배치를 시켜놓고, 침대위에서 천하를 호령. (자기가 등소평이여? 침대 위에서 정치를 허게? 거의 등소평 급의 파워를 행사하시는 유여사.)

 

엄니가 주무시는 동안, 찬홍이하고 나는 거실에 엄니가 그림 그리기 편하시게 도구들을 배치를 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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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문신

엄니가 한국에서 작은딸 입으라고 챙겨온 나이롱 샤쓰. 동백꽃이 앞뒤로 그려져 있습니다. "내가 이걸 어떻게 입어? 엄마나 입어!" 일단 이렇게 핀잔을 때린 후에 입어보니, 오잉!~~  그럭저럭 쓸만합니다. 그래서 낼름 입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찍어 놓고 보니 사진속의 내 모습이 어쩐지 조폭들 '문신' 한것처럼 보입니다. 샤쓰가 아니라 문신 같아요.  그런데, 조폭들은 왜 꽃무늬를 좋아하는겁니까? 왜 화려한 꽃무늬 샤쓰를 입는가요?

 






엄마가 가져온 그림 세점





오늘은 대략 이쯤 하고 각자 휴식 모우드 입니다.
내일은, 찬홍이가 태권도장에 가는 날이라 어디 구경가기 애매하고, 그대신 아침 일찍 조지타운에 가서 아침 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케네디 센터에 음악회를 보러 가게 됩니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