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3. 4. 2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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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에 Whites Ferry (35마일 지점)에서 출발하여 32.5마일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돌아오는 식으로 5마일을 해결하고, (30마일 지점에서 출발한 것과 같은 거리) -- 60 마일 포스트에서 다리 건너 하퍼스 페리 마을로 진입 약 1.5마일 거리의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면 집결 장소에 도착.  다리를 건너 두개의 언덕을 오르는 일이 우리들에게는 유명한 '지옥의 코스.'  도착하니 오후 8:50분. 



오전 10에서 오후 8시 50분까지 31.5마일을 걸었으면 -- 처음 30마일은 시속 3마일 속도로 걸었고, 나머지 언덕 두개 오르는 코스가 약 50분 소요 되었을 것이다. 



강변을 빠져나와 다리를 건너 하퍼스 페리 마을에 진입한 시각이 오후 8시였으므로, 아직 주변에 어둠이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갖고간 손전등도 꺼낼 필요가 없었다. 



작년, 재작년 기록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 분명, 오늘 기록이 내 신기록이 될 것이다.



신기록을 세울수 있었던 이유는... 작년보다 내 몸이 더 좋아졌다고 보기는 힘들고 (여자 한살 먹는게 얼마나 무서운건데...), 뭐랄까, '신세한탄'하는 요령을 터득했다고나 할까?  힘들기는 마찬가지인데, 힘들면 하늘을 쳐다보고 "아이고 대장님, 나 못 살겠어여. 아이구 내 신세, 아이구 내신세. 나를 좀 업어서 이 길을 건네주세요"  뭐 이러고 혼자 신세한탄을 하면 -- 누군가가 나타나서 도와주거나 혹은 힘이 다시 나거나 그랬다.  



마지막 6마일 남겨두고, 기진맥진 했을 때, 백인여자, 흑인남자 커플이 내 뒤에서 내 앞으로 앞질렀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내가 기운이 빠져서 서서히 많은 사람들이 나를 추월하겠지, 아이고 내 신세, 그래 추월해라...'이러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내 보폭에 맞춰서 내 속도대로 앞에서 걸었다. 마치 내 동행처럼. 내 길 인도자처럼.  그 흑인남자가 내 앞서서 걸으니, 나는 그 남자를 따라서 그냥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다. 딱 내 속도대로. 내가 편안히 걸을수 있는 보폭으로.  참 고마웠다.  그렇게 그 사람을 따라서 1마일을 '날아가듯' 걸었다. 



그래도 기운이 빠지니까, 나는 길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쉬는데, 이번에는 다섯명의 아주 유쾌한 남자들이 지나치면서 -- '너 힘들어서 거기 그러고 있는거지? 자 우리들이랑 함께 가자' 제안.  그래서 커피를 냉큼 마시고, 그들과 1마일을 또 갔지. 나중에 내가 다시 뒤처졌지만 -- 도착지점에서 이 사람들과 다시 만나서 거의 동시에 도착 도장을 찍었다.  



강변길 마지막 3마일은, 거의 구보. 아주 아주 느리지만 달리기 자세를 유지했다. 그냥, 기운이 나서.  그러니까 앞서갔던 동행들을 따라잡을수 있었지.  나는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우리 대장님이 열심히 나를 응원하고 계시다는 것을 느꼈다. Praise the Lord. 힘들땐, 무조건 신세한탄을 하는거다. 그러면, 힘을 주신다. 하!하!  몸이 이렇게 가뿐하다니.

(사진속의 손이 통통하다.  20마일 지점부터 눈에 띄게 손이 퉁퉁 부어올랐다. 아마 얼굴도, 발도 부엇을것이다. 언덕 올라갈때, 언덕 두개를 통과해야 하는데, 언덕 하나 통과하자 코피가 흘렀다. 마침 휴지가 있어서 휴지로 코를 틀어막고 마저 걸었는데, 다행히도 도착 할 때쯤 코피는 멈췄다.  내 몸이 고단했던 모양인데, 우리 대장께서 나를 돌봐주셔서 내가 힘든줄을 몰랐으리라.)



* 이전 블로그 기록을 살펴 보니 2011년에는 오후 10:19, 2012년에는 오후 9:30, 2013년에는 오후 8:50 .
사실 2011년에는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서 정말 날아다니듯 걸었는데, 찬삐선생께서 거북이 진행을 허셔서, 찬삐 부축하다 기록이 그렇게 된 것이고, 2012년에는 정말 컨디션이 안좋아서 고생 했다 (http://americanart.tistory.com/1659 ). 올해 내가 이런 기록을 낸 것이 정말 신기하고 기특하기도 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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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28.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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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오전 10 출발시각에 화이츠 페리에서 찍은 것이다.  18마일 걷고, 샌드위치 받아서 먹고 쉬면서 올린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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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2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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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50 킬로미터 걷기 행사에 간다.  


복장은, 목과 팔을 햇살에서 보호할 수 있는, 통기성 좋은  긴 팔 후드 셔츠. 그리고 트레킹 치마.  작년에도 신었던 등산화. 장갑 (손이 햇볕에 타서 까맣게 되는게 싫으니까.)


준비물은, 현금 약간, 카드, 면허증을 안 포켓에 넣었다 (지갑 갖고 다니면 무거우니까.)  그리고, 밤길에 필요한 손전등(배터리도 여분 준비).  비상 간식 초코파이 두개 (이것 필요 없는데, 찬홍이가 꼭 갖고 가라고 해서, 찬홍이 서운해 할까봐 넣는다.) 


물병에 물 한병만 채워가면, 스테이션마다 서서 물 보충해서 채우면 된다. 간식도 거기서 다 주니까, 그 때 챙기면 된다. (커피는, 스테이션에서 얻어먹기 힘드니까, 내 보온병에 한 병 담아가서 -- 마법의 피로 회복제가 필요한 시간이 오면 먹어줘야지.)




상습적으로 붓는 네번째 발가락 사이에는 미리 '몰스킨 밴디지'를 붙여서 예방 (내일 아침, 출발전에 붙이면 된다). 몰스킨 재작년에 사 놓은 것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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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에, 50킬로 두번 완보 했다는 인증서. 올해 완보하면 이런 딱지가 세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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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사용했던 손전등. 이번에는 목에 걸 수 있게 끈도 꿰어주고, 애교로 끈에 꽃도 한송이 달아 줬다.  아! 썬크림 넣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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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여덟시 반에 셰이디 그로브 메트로역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셔틀버스로 출발지로 이동. 열시부터 걷기 시작. 나는 저녁 여덟시에 도착하는 것이 일단 목표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전에 21마일을 일곱시간에 걸었는데, 여덟시는 무리겠지. 아무튼, 열시라도 상관없다. 열두시까지만 가면 되니까.  열심히 걸어보겠다.  




아이구, 내일 밤에 터벅거리며 목적지로 걷고 있을 나를 상상하면, 한숨이 나온다. 하하. 그래도, 온종일 강변길을 걸을 상상을 하니 가슴이 뛴다.  일년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아닌가. 


* 우리 사랑하는 나의 친구 왕눈아, 내가 내일 강변에서 예쁜 돌 발견하면 주워다가 네 무덤에 갖다 줄게. 왕눈아.  넌 달님하고 와서 응원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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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2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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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저녁 7:30 쯤에 왕눈이 산소를 향해서 집을 나섰다.  종일 집에서 책 보다가, 안나가려다가 그냥 나갔다. 달이 밝았다. 열 사흘 달 쯤 되려나. 아직 꽉 차지 않은, 그래서 안심이 되는. 


왜 안나가려다가 갑자기 나갔냐하면,  날도 춥고, 샤워나 하고 책보다 자야지 하면서 샤워를 하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샤워 커튼을 젖히고 내다 본거다.  전에 왕눈이가 살아 있을 때, 왕눈이는 집안 구석구석 나를 따라 다녔는데, 꼭 내시처럼 내 일거수 일투족을 일일이 감시를 했는데, 그러니까 내가 샤워커튼을 치고 샤워를 할 때라도 반드시 나하고 눈을 맞춰야 했다. 눈을 맞춰주면 안심하고 다른데로 설렁설렁.  그러니까, 샤워하다가, 내가 왕눈이 기척을 느끼고 평소처럼 '왕눈아 엄마 여깄다' 하면서 내다 본 것인데, 왕눈이는 거기 없었고.  거기 없는 왕눈이 빈자리가 너무 커서. 그래서 샤워를 하고는 곧바로 집을 나섰지.




개울가에서 희고 빛나는 돌멩이 하나를 찾아  주머니에 넣고. 


가는 내내, 달을 보며 갔다. 왕눈이가 마중 나와 기웃거리는 듯. 


어스름한 수풀 저너머, 왕눈이 무덤에 쌓인 돌무더기만이 희게 빛났다. 어둠속에서도 너희들은 흰 배꽃처럼 빛나겠지.  달밤에 왕눈이 산소에 오기는 처음 이구나.


돌아오는 길, 늪의 개구리들이 소프라노로 울어댔다 (하도 하이톤이라 새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가까이에서 들리기 때문일까?) 그리고, 내 오른쪽 어깨 너머로 달이 자꾸만 따라왔다.  숲이 깊어지면 나뭇가지 사이로 달이 보였고, 탁 트인 길에서는 맑은 하늘에 둥실한 달이 내 오른쪽 어깨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한걸음 가서 돌아보고

또 한걸음 가서 돌아보고


우리 왕눈이가 내 오른쪽 한걸음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아,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왕눈아, 설령, 엄마가 지구 반대쪽으로 이사를 간대도, 영영 너를 보러 못 온대도, 저 달을 보면, 저 달을 함께 보고 있을 너를 상상하면 되겠구나. 왕눈아, 우리는 죽어도 헤어지지 않아.  그런 생각을 했다.  웃다가 울다가 웃으면서 집으로 왔다. 달이 어찌나 환하고 예쁘던지. 


(사진은, 지난 주에 갔을 때 찍은 것.)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2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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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거실에서 내다 보이는 -- 4월의 예쁜 황혼.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몸의 노화 현상 때문인지 평생 겪지 않았던 것들을 겪게 된다.  작년부터 햇볕만 조금 쬐어도 따가와서 목에 만드시 스카프를 감고 다니게 된것도 그렇고,  지난 겨울에는 목에 아토피가 와서 고생을 했다.  내 곱던 목선이, 아토피 때문에 고운 색을 잃은 것 같아 서글프다.  이게 다 노화 현상일것이다. (그렇게 짐작하고 그냥 받아 들인다.)


올 해 봄엔, 평생 모르던 꽃가루 알러지로 약간 고생을 했다.  올 것 같지 않던 봄이 온다고 어느날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고, 벚꽃이 일제히 폭탄 터지듯 피어나던 화창한 날, 그날 나는 출근을 안해도 되었는데, 그래서 어디론가 소풍을 가려고 생각했는데, 온 종일 집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눈이 따갑고, 실내 공기에 노출 된 피부가 따끔거렸다.  심지어 청소 하느라 창을 열어 놓았더니 밖에서 들어오는 공기 (꽃가루) 때문에 눈이 더 따끔거려서 창을 닫고, 괴로웠다.  끝없이 재채기를 해 대고.  (아, 이런게 꽃가루 알러지인가봐...)  


그래서 나는 평생 모르던 알러지에 대해서 눈을 떴으며, 해마다 꽃가루 알러지를 겪는 사람들은 얼마나 심한 고통 속을 살아 온 것인지 자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군.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이군... 난 그걸 여태 몰랐으니, 그동안 축복이 넘쳤던거지...  이런 알러지는 운전중에, 학교 연구실에 앉아 있을 때도 마찬가지로, 괴로운 나날이었다. 


그런데, '눈이 따가워서 정말로 못 걷겠으면 그냥 집으로 온다' 작정하고 포토맥 강변으로 나가 걷는 날에는, 신기하게도 꽃가루 알러지로 인한 고통을 못 느꼈다.  왕눈이 산소에 가는날도,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꽃가루가 아무리 날려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상도 하지.


내가 꽃가루 알러지 때문에 눈 따갑고, 피부가 화끈거리고, 재채기가 연신 나오는 상황은 -- 7층 우리 아파트 실내, 운전 중 자동차 실내, 학교 실내. 학교 근처 돌아다닐때.  반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은 -- 포토맥 강변, 우리 동네 산책로 등 내가 수마일 걷는 노선.


그래서 내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상이하게 반응하는 내 신체 반응을 관찰하면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 

 꽃가루가 많아도, 내가 자연속에 있을 때는, 꽃가루 뿐 아니라, 이것을 중화시켜주는 다른 물질들, 나무와 흙에서, 개울 물에서, 그밖의 자연 속에서 배출되는 다른 물질이 꽃가루 알러지를 무기력하게 해 주니까, 모든 상태를 중화시켜주니까, 어떤 화학 물질이 특히 독성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꽃가루도 내게 알러지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자연이 배제된 상태-- 콩크리트로 지은 7층 아파트 실내, 아스팔트로 깔린 도로위를 달리는 자동차 실내, 역시 콩크리트와 아스팔트에 둘러싸인 학교 실내 이런 곳에서는 꽃가루 알러지를 무기력하게 하거나 중화시켜주는 '자연'의 장치들이 배제되었으므로 꽃가루의 유독성만이 내게 다가오는 것이고 -- 노화된 내 체력이 이러한 유독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리라. 아무래도 저항력이 떨어졌을테니까.  


이것이 내가 잠정적으로 풀이하는 -- 꽃가루에 내한 나의 신체 반응이다. 흙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에서는 알러지는 활개를 치지 못한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흙냄새를 맡고 살수 있는 환경, 그런데서 살다가 죽어야 하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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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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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저만치 가네

촬영: 이 은미 


내 친구와 걷기 한 판. Fletcher's Cove 에서   Bethesda 까지 왕복 (8마일)



(위) 아리조나 철교 위에서 아래 수로변 길을 찍은 사진.  나는 이 사진이 요즘 내가 찍은 사진 중에서 가장 맘에 든다!  왜냐하면, 오른 쪽 아래 구석에 사람이 있어서.



사실은 다리 위에서, 닭장같은 철조망 틈새로 내 아이폰 렌즈를 갖다 대고 철조망이 카메라 각에서 벗어나게 한 후에, 마침 조깅하는 사람이 보이길래, 그 사람이 저 각도에 들어 올 때 까지 기다렸다가 -- 찰칵!  (내가 의도한 대로 잘 찍혔다.)  왜 이런 구도가 좋은가? 누군가 물으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냥 이 구도가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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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빛이 도는 -- 몽환적인 초록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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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처즈 코브, 가겟집 앞에서, 내 친구를 기다리며 커피 한 잔.  한가로운 토요일 오전.  저만치 보이는 흰 바둑 강아지.  그 녀석을 쓰다듬어 주며 한참 놀았다.  개들은 내가 쓰다듬어 주면 참 좋아한다.  나도 개를 쓰다듬어 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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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데스다의 켄우드, 벚꽃 마을.  해마다 이곳의 벚꽃 구경을 했는데, 올 해에 여기 또 오게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내 친구 덕분에 올해도 여기 출석 도장 쾅.


벚꽃은 이미 절정을 넘어서서 바닥에 떨어진 꽃잎이 쌓이고 또 쌓여, 마치 어린아이가 분홍 크레파스를 마구 칠해 놓은 것 같이, 나무 밑이 온통 분홍으로 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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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진 자리에 돋아다는 초록 잎들.  꽃만 예쁜 것은 아니지. 기지개켜고 일어나 태양을 향해 웃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다 예쁘다.  


친구와, 눈처럼 날리는 꽃잎과, 초록 새싹들과... 복이 넘치는 하루. 






(위)  내 친구 카메라에 찍힌 나.  (내 손에 아이폰 -- 내 아이폰은 사진을 찍는 존재라 자신이 나와 사진 찍힌 적이 거의 없다. 내 아이폰에 사쿠라가 가득.)    아마, 내 친구가 저 나무를 찍고 있는데 내가 그 앞을  휙 지나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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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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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곱시 20분에 국회 의사당 주차장에 도착. 걸어서 Tidal Basin 타이들 베이슨 -- 워싱턴 최대의 벚꽃 명소까지 갔다.  호수 한바퀴 돌고, 오전 아홉시 20분 -- 곧바로 귀가.  이른 아침 두시간의 디씨 산책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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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봄은 늦게 왔다. 예년 같았으면 벌써 벚꽃이 만개하고 서서히 지고 있을 무렵인데, 아직 꽃봉우리들만 보인다. 아마 이번 주 금요일 쯤 절정에 다다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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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서 겨울 코트를 입은 사람들도 보이고. 하지만 해가 중천에 뜨는 한 낮이 되면 사람들은 반팔 차림으로 바뀔 것이다.




벤치에 앉아서, 집에서 가져간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꽃 구경.  개 끌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아서 -- 동네 개들 만져주며 즐거운 시간.  



어떤 일본인 남자 둘이 '일본어로 씌어진' 관광안내 책자를 들고 내 앞에 서서 '사쿠라' 사진을 찍고, 서로 독사진을 찍어주길래 "May I take a picture of you, guys? (니네들 사진 찍어줄까?)"  그 중 한 남자가 "노, 상큐" 한다.  그러더니 덧 붙인다, "Because, we, two, men." (왜냐하면, 우리 둘 다 남자라서...)  그 남자 대꾸 듣고 깔깔대고 웃었다. 말 한 그 남자도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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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아래에서는 '활짝 핀 벚꽃 나무 아래에서'라는 일본 단편을 읽어야 하지만, 그 책을 작년에 이삿짐 보따리 싼 상자속에 그냥 그대로 있어서 (상자를 풀지도 않았다는 뜻), 올해는 읽지 못한다.  그 대신에 벚나무 아래에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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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0킬로미터, 5킬로미터 마라톤 대회가 이곳에서 있었다. (난 달리기는 잘 못 한다. 거북이처럼 걸을 뿐이다.) 달리기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매력적으로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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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 박물관 앞을 지나치는,  혼자 조깅하는 사람도 근사해보이고 (맞은편에 스미소니안 캐슬 -- 인포메이션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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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미술관 앞을 지날 때, '오필리어'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이 것 보러 미술관에 와야지 하고 생각했다.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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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파란 꽃도 아직 꽃잎이 열리지 않았다. 쌀쌀한 4월 날씨.  하지만, 금주 안에 모든 꽃들이 팝콘 터지듯 피어나겠지.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7. 21:18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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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맥 강변 체사피케 오하이오 수로 길 (지난 주에 12마일에서 22마일 지점까지 왕복)을 오늘은 10.5 마일 지점에서 0 마일 (시작점) 까지 왕복하는 행로를 선택했다.










캐더락 파크에서 출발하여, 그냥 수로를 택하면 길이 직선거리 인데, 강변의 정취를 즐기고 싶어서 강변 숲 트레일을 선택. 결과적으로 산책 행로가 길어졌다.


위의 캐더락 파크 입구에서 기념 사진  (민망해서 사이즈 줄였다 -__-;; ) 을 찍은 것이 오전 9시 30분.  검정색 파카를 입고 갔었는데, 파카는 벗어서 배낭에 넣었고,  치마 속에 얇은 쫄바지를 입고 갔는데, 그것은 벗어서 차에다 놓았다. 아침에 춥고, 비 예보가 있었는데 --쾌청할 것이라는 라디오 예보가 들리길래, 옷차림을 최대한 가볍게 했다.


빌리 고트 트레일을 헤메다가 9마일 스톤에 도착 한 것이 10시. 여기서부터 0마일 지점까지 두시간 반, 걸렸다. 0 마일 지점에서 더 나아가서 케네디 센터 앞까지 갔다가 조지타운 하버로 돌아와 간단히 요기.  하버에서 1시에 출발, 다섯시까지 네시간 동안 줄창 걸었다.  



오늘 준비한 식량:

  1. 찐고구마 작은 것 한개. (5마일 걷고 먹었다.)
  2. 물 두병 (한병은 다 먹었고, 한병은 그대로 남았다)
  3. 커피 --보온병에 한병 (반쯤 마시고 남았다)
  4. 사과 한개를 반으로 잘라 두조각 (반은 조지타운 하버에서, 나머지는 돌아오는 길 5마일 걷고 먹었다.)
  5. 바나나 두개  -- 가는 길에 한개, 조지타운 하버에서 한개.
  6. 삶은 계란 -- 조지타운 하버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물이나 커피에 대한 욕구는 지난 주에 비해서 현격히 줄었다. 식욕도 지난 주에 비해서 줄었다. 내가 분석한 바로는 -- 지난 주에는 오랫만에 먼길 행장이라, 스스로 약간 스트레스를 받고 (내가 건강한지, 잘 해낼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니까) -- 그래서 더 먹어댔던 것 같다.  이번에는 -- 지난 주에 한번 해 봐서 가늠이 되니까, 별로 걱정이 안 되어서 뭘 먹을 생각도 별로 안 났다.  


내가 경험해 보니 아는 길 보다 모르는 길에 대해서 사람들이 갖는 스트레스가 큰 것 같다. (물론 내가 걸은 길들은 모두 잘 아는 길들이지만, 자신의 건강에 확신이 안 설때는 그 길도 불안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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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마일 지점에서 (6마일을 걸었다는 뜻) --  멀리, 이 아리조나 기차 철교가 보일때부터 내 가슴이 쿵덩쿵덩 뛰었다.  매클레인에 사는 5년 동안 이 검정색 철교에 얼마나 자주 왔던가. 여기가 강변 산책의 시작점이었으니까.  온가족이 나올 때도 있었고, 왕눈이와 나올 때도 있었고, 이 다리를 내 친구, 스위스에 계신 내 선배, 내가 좋아하는 소중한 사람들과 얼마나 드나들었던가.  


우리 왕눈이와 이 길을 걸을 때, 왕눈이가 힘들면 내가 그 냄새나는 녀석을 안아 올려가지고 아기 안고 다니듯 했는데.... 길가는 사람들은 그 꼴이 우스워서 쳐다보고 웃었었다.  왕눈이를 안고 가면서 나는 얼마나 흐뭇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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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처럼 정겹게 느껴진 플레쳐즈 코브 -- 자전거/배 대여점.  마당의 벚나무에 흰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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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의 맨 끝/시작점 0 마일 지점 잔디밭에서 노는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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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조지타운 하버.  (케네디 센터 쪽에서 보이는)

하버에 앉아서 준비해 간 간식을 먹고 쉰 것이 한 20분 되려나?  모처럼 조지타운에 갔으니 정다운 식당에서 뭔가 맛있는 것도 먹고 싶었지만 -- 먼 길 돌아갈 생각을 하니 한숨... 그래서 서둘러 다시 길을 떠났다.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먼 길 가야 하는 사람은 아무데서나 늘어질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 가짐이 그렇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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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포토맥 강변의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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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버터컵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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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연두색으로 펼쳐진 것이 사실은 '연두'가 아니라, 노란 버터컵이 뒤덮에서 초록과 노랑이 섞여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강변에, 사슴들이 뛰노는 빈터가 온통 이 노란 버터컵으로 뒤덮였다.  온종일 -- 이렇게 뒤덮인 강변길을 걸었다.  우리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서 얼마나 근사한 세상을 만들어 놓으셨는고.  이것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셨을테니, 내가 안 나와 봤으면 얼마나 서운하셨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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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비가 내려서, 콸 콸 소리지르며 흐르는 포토맥. 그 흥건한 물 소리에 귀도 씻고 마음도 씻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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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시 반부터 다섯시까지 일곱 시간 반 동안 22마일.  지난 주보다 더 긴 행로였는데 몸은 지난주보다 가벼웠다. (물론 후반에 힘이 들었는데 그럭저럭 할 만 했다).  아무튼 4월 말에는 32마일을 걸어내야 하는거니까, 몸을 더욱 단련해야 한다. 


그래도 점점 몸이 다시 튼튼해지는 것이 느껴져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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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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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눈아, 너는 생전에 보지 못했지. 이 호숫가 언덕에 수선화가 무리지어 피어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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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핀 곳은 어디나 고향같다.  지구 정 반대편에 있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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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에 수양버들 가지도 이리저리 흔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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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파란 하늘 아래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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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물 빛 속에 내 그림자, 나무 그림자.  잠시 함께 있었다.


Daffodils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That floats on high o'er vales and hills,
When all at once I saw a crowd,
A host, of golden daffodils;
Beside the lake, beneath the trees,
Fluttering and dancing in the breeze.

Continuous as the stars that shine
And twinkle on the milky way,
They stretched in never-ending line
Along the margin of a bay:
Ten thousand saw I at a glance,
Tossing their heads in sprightly dance.

The waves beside them danced; but they
Out-did the sparkling waves in glee:
A poet could not but be gay,
In such a jocund company:
I gazed--and gazed--but little thought
What wealth the show to me had brought:

For oft, when on my couch I lie
In vacant or in pensive mood,
They flash upon that inward eye
Which is the bliss of solitude;
And then my heart with pleasure fills,
And dances with the daffodils. 


1-2-3연까지 과거형이던 시가, 4연에서 현재형으로 시제가 바뀐다.  시인은 젊은 날 호숫가에서 보았던 끝없이 펼쳐져 있던 수선화를 회상한다. (거기까지가 3연). 3연에서 그는 말한다, 나는 그 광경을 기쁨에 넘쳐서 보고 또 보았지만 이런 광경이 내게 무엇을 가져 올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나이 들어) 소파에 멍하니 누워 있을때 -- 젊은 날에 보았던 그 수선화들이 내 내면의 시선에 반짝이며 돌아온다고 한다.  그것이 혼자 있음에 내재한 축복이라고.  그러면, 내 가슴은 기쁨으로 넘쳐서 그 수선화들과 함께 춤을추게 된다고.


수선화 꽃이 피는 봄이 오면, 해마다 나는 워즈워드의 시를 꺼내 읽는데, 오늘은 -- 호숫가에서 수선화 언덕을 본 덕분에 -- 시인이 보았을 그 호반의 수선화가 어떠 하였을지 상상이 되었다.   내가 스무살 이던 대학 시절, 나는 수선화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이 시를 읽고, 외우고 그랬는데, 이제 내가 그 수선화 무리 속에 서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수선화 시를 열어보면, 스무살 3월 김재인 교수님의 첫 수업을 듣던 날의 햇살이라던가, 그 차갑고도 황홀했던 공기, 그런 것들이 그대로 다시 기억난다.  워드워드의 시는 <기억의 시>라고 할 만 하다. 그는 기억을 노래하는 시인이었다. 


아, 영국 가 보고 싶다.  내가 학부 전공이 소위 '영문학'인데 여태 영국 구경을 못 해 봤다. 아, 영국 구경하고 싶다. 런던에서 워즈워드의 '런던'을 읽고, 틴턴애비에서 '틴턴애비'를 읽고, 아 그러면 재미있겠다. 캔터베리 사원에서 캔터베리 테일즈를 읽고...뭐, 엘리자베스 여왕이 그려진 노턴 앤솔로지 한권 들고 가서 책 보면서 구경하면 -- 이제 나이도 들고, 세상을 이해하는 시선도 어릴때보다는 그래도 좀 더 익었을테니까, 게다가 '학점' 걱정 안해도 되니까, 재미 있겠지.  "대장님, 듣고 계시나요?"  <--- 알았다, 내가 적당한 때에 보내주마 <--- 예이~  알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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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3. 30. 20:26



http://www.macabiskirt.com/


매커비 (Macabi) 스커트 라는 것이 있다.  트레킹 스커트 전문 회사이다.  이 회사에서 만들어내는 품목이 스커트, 자켓, 뭐 이정도이다.  그러니까 아예 스레킹 스커트에 목숨을 건 작은 회사인듯 하다. 


작년에 50킬로미터 걷기 하던 날, 이 스커트를 입은 아가씨들을 몇 명 보았다.  스커트가 참 예쁘고 편안해 보인다 싶어서 눈여겨 보고 있다가 웹 검색을 해보니 이런 스커트가 있었다.  트레킹 전용 스커트.


작년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값이 만만치가 않아서 집어 치우고 잊고 있다가, 50킬로미터 행군 날짜가 다가오니 다시 생각이 나서, 온라인으로 한장 주문했다.  


도착해서 입어 봤는데, 예상대로 스타일이 나하고 맞고 (자기하고 스타일이 맞아야 하지), 그리고 편안하다.  사이즈는 내 키가 165 센티인데, 미국 여자들 기준으로 약간 자그마한 키인데, '레귤러'로 할 것인가 '쇼트'로 할것인가 잠시 고민하다가 레귤러 사이즈로 선택.   그런데 입어보니 내가 딱 원하는 길이. 그것도 만족. 


50킬로미터 행진하는 날 입고 가려고.  


왜 장거리 걷기 하는데 스커트?  그냥, 요새는 스커트 입는게 편하더라.  바지 꽉 끼는것 입기 귀챦고 스커트가 좋더라. 그리고, 이거 입고 걷는 사람들, 무척 편안해 보였다.  여차하면 바지로 변신도 가능하고. 


이 스커트를 아프리카나 중동 지방 여행자들이 많이 입는 이유는 -- 아마도, 날씨 문제도 있지만, 문화적으로 여자가 팔 다리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 반감을 갖고 있는 현지 주민들과 어울리는데도 적합해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봤다. 내가 고른 것도 사진속의 '국방색'  :-)  자주국방의 의지를 불태우며! 걷는거지. 지구 끝까지.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3. 3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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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sapeake & Ohio Canal National Historical Park.  워싱턴 기점 12마일 지점에서 22마일 지점까지 왕복.


이곳은 포토맥 강변, Great Falls Park 인근의 Angler's Inn 이라는 식당 입구에서 진입하는 트레일 입구.  주차장에 차를 놓고 작은 나무 다리를 건너면 바로 시작되는 강변 길. 


여기가 대략 12.5 마일 거리쯤 되는 곳이라서 동쪽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12마일 포스트에 도장을 찍고 22마일을 향해서 걸었다. 


아침 9시 30분에 12마일에서 출발 -- 12시 30분에 22마일에 도착 (10마일) -- 잠시 쉬고 -- 오후 1시에 반환 시작 -- 오후 4시 30분에 차로 돌아왔다.  20마일 걷는데, 중간 휴식시간 포함 일곱시간 걸렸다.  시속 3마일 속도도 못 낸 셈이다.  좀더 분발해야 한다.



마침 이 지역 공립학교들이 봄방학 주간이라서, 어린 아이들을 대동한 가족단위의 소풍객들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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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시간 혼자 걸으며 딱 한장 내 얼굴이 들어간 셀카, 기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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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걸어도 심심하지 않았던 이유: 


거의 1-2마일에 한마리씩 개를 만났다.  주인을 따라 소풍 나온 개 들. 이 개들이 어찌나 살갑게 아는척을 하고 안아달라고 엉기는지.  처음 시작 지점에서도 흰색 골든 레트리버 종류의 크고 아주 순한 개를 만났는데, 그 개가 순하게 내 손을 핥아주고 엉겨 붙는데, 개 형상을 한 천사 같았다. 우리 왕눈이가 하늘 나라에서 나 심심하지 말라고 개를 보냈다고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막바지 17마일쯤 걸을 때, 지치고 피곤했는데, 우리 왕눈이 크기의 검정 개가 주인을 따라 산책 중.  그 개는 약 1마일을 내 앞에서 걸었다. 그 개 엉덩이를 보면서 걷는 동안은 피곤한 줄 몰랐다. 우리 왕눈이가 앞장서서 걸을때, 털 공처럼 엉덩이가 통통 튀었었다. 그 왕눈이 엉덩이를 보는듯 했다. 


그 외에도 머리에 빨간 털이 난 북버지니아 딱따구리도 여럿 만났고, 사슴 떼가 한가롭게 노니는 것도 멀리서 보았고, 새들도 ... 온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내게 일제히 말을 거는 것 같아서 심심할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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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자랑을 해도 부족한, 물의 나라.  
길을 가운데 두고 왼쪽은 강, 오른 쪽은 수로. 
그 사이의 길을 걷고 있는 나. 
이렇게 근사한 풍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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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크기인데, 꽃 모양이나 잎사귀는 민들레가 아니다.  흔한 데이지 모양의 꽃인데, 납작하게 길에 엎드려 핀 것이 민들레 같기도 하고.  민들레와 데이지가 섞인 듯한 꽃을 발견했다. 이 지역에서 처음 본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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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왕눈이를 닮은, 검정색 개.  이 개는 걷다가 내가 뒤처지는지 확인하듯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막판에 이 개가 있어서 걷기가 힘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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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덕분에 봄 꽃들은 아직 더디게 피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더디 오는 봄도 좋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있으니까.  뭐든 기다릴때가 더 좋은 법이다.


오늘 내가 20마일을 걸을수 있을지 내심 걱정을 했다. 겨울 동안 장거리 워킹을 안했고, 운동을 자주 안했으니 몸도 무거워지고 (체중은 그대로라도, 나 스스로 느끼는 내 몸의 무게가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나이도 한 살 더 먹었으니까... 그런데 정상적으로 걸어줘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기록은 정상이라도 내가 느끼는 걸음의 무게가 훨씬 무거워졌다. 전에는 가볍게 다람쥐처럼 돌아다녔는데, 요즘은 그런 가벼움이 안느껴진다.   


그래도 일단 20마일을 해 냈으니, 좀더 운동을 하고 준비를 하면 한달 후에 32마일 걷기도 잘 해 낼수 있겠지.   그걸 잘 해내면 나는 건강에 좀더 자신감이 생길것도 같다.   


온 세상이 참 아름다웠다.  강물은 오랫만이라며 경쾌하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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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눈이 무덤에 '돌탑'을 쌓는 중입니다.


무덤에 갈 때 마다 돌멩이 한개씩, 그렇게 쌓이던 돌멩이들. 


어느날 찬홍이가 '왕눈이 무덤에 탑 안 만들어 주나요?' 한마디 하길래, "오냐,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이러고, 그 날 부터 저 배낭을 가지고 왕눈이 무덤에 다니고 있습니다.  



개울가에서 예쁘고 깨끗한 돌멩이들만 주워서 가방에 담아 등에 지고, 왕눈이에게 가는 겁니다. (운동 되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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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에서 사람의 눈길을 유혹하는 것은,  벨벳같이 보드라운 이끼, 이끼, 이끼. 이끼들 틈으로 꽃이 피어나고, 이끼 위로 자주색 참나무 꽃이 집니다. 



왕눈이 무덤을 지나, 메릴랜드 대학 구내를 지나, 호수까지 다녀오는 8마일 길.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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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왕눈이와 산책하던 개울 둑에 무리지은 수선화 군락도 발견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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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언덕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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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피는 꽃들중에, 오우크 트리 꽃들은, 사람들이 이 꽃을 꽃으로도 보지 않아 쓸쓸히 피고 집니다.

들여다 보면 분명 꽃인데, 벽돌색 자그마한 꽃이라 멀리서보면 나무의 새순이나 새 잎이 돋아나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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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모든 것들은 꽃이든, 꽃이 아니든, 모두 꽃같이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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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도, 메릴랜드 대학 캠퍼스를 감싸고 흐르는 개울가에서, 역시 돌멩이들을 주워다가, 우리 왕눈이 무덤에.



바람이 불어 모자를 쓰고 목도리로 머리를 동여매고, 즐거운 산책.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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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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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참가 당시 사진







1년에 딱 한번 하는 50킬로/100 킬로 행진 프로그램 등록이 2월 1일 (금요일) 오후 네시에 시작된다.  등록 창 열리고 몇시간 지나면 '마감'을 알리는 메시지가 뜨기 때문에, 컴퓨터 앞에서 4시 땡 치기 기다리고 앉아있다가 1등으로 등록하려고.


걷기 1등은 못해도, 등록 선두는 노려볼 만. 


찬홍이 꼬셨는데 절대! 안 간단다. (싫음 관둬라.)


나는 가다가 죽어도 가련다.  :-)  

올해로 세번째 도전.  (참 대단허신 은미씨.)


* 몸에 기름을 치고 근육도 붙이고 해야.

* 작년에는 진짜 힘들었다.  올해는, 한 살 더 먹었으니 더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열심히 준비를 하고, 그리고 전 날 밤에 잠을 충분히 자야지. 작년에는 걸으면서 졸았다. 컨디션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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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그나마 앞이 탁 트여서 덜 지겨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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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도 찜통같은 더위 때문에 나는 아침에도 운동 나가기를 포기 할 때가 많다. 도무지 진땀이 나서 힘든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아파트 체육관에 갈 때가 종종 있다.  트레드밀에서 걷기는 '지겨운' 일이지만, 그래도 운동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으니까.  대개 2마일을 채우는 편이다. 30분에 2마일.  지겨운 것을 견디기 위해서 포드캐스트를 듣는데, 때로는 포드캐스트도 지겹다. 새소리 바람소리는 두세사간을 들어도 지겹지가 않은데, 헤드폰으로 들려오는 음악이나 포드캐스트는 10분만 들어도 지겹다.  지겨워도 ...견뎌야 한다.  날이 선선해지면 숲에 나갈수 있을 것이다.

 

트레드밀에서 요즘은 달리기 연습도 하고 있다.  언젠가 4마일 거리를 달리기로만 해 봐야지.

 

운동을 거르지 않기 위해서, 부엌의 달력 앞에 싸인펜 하나를 놓아두었다. 운동 할 때마다 달력에 동그라미로 표시하고 운동량을 표시한다.  내 눈에 보이는데에 크게 표시를 해 두는 것이 나를 더욱 동기화 시킬것으로 보기 때문에.  난 뭐든 내가 하는 것을 표시하고 계산하고 매일 쳐다보고 그럴때 스스로 발동이 걸리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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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고 돌아오는 길, 나의 벤치 근처에서 발견한 초록 뱀. 굵기는 내 엄지 손가락 정도 굵기이고 길이는 약 60 센치정도.  머리를 바짝 세우고, 꼼짝도 않고 가만히 있다가, 내가 막 나뭇가지 조각 이런것을 뱀 근처로 살살 던지니까, 소리도 없이 풀숲으로 사라졌다.  사라질때도 아주 유연하게, 물이 흐르는 것 처럼 ~  우아해 보였다.  독뱀은 아닌 것 같았다. 예뻐 보였다.

 

나는 평소에 시간당 4마일 거리로 걷는 편인데 (체육관에서 트레드밀로 걷기 할때 대개 4마일에 맞추거나 4.5마일에 맞춘다), 왕복 7마일 거리를 다녀오는데는 세시간 정도 걸린다.  왜 그런가하면, 나는 숲길 걸으면서 늘 두리번거리기 때문이다.  두리번거리다가 뱀 만나면 뱀 관찰하고, 사람 만나면 사람하고 인사하고, 뭐 그러느라고 꾸물거리고 한눈팔고 그런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내 버릇을 고칠 의사가 없다.  숲에 가는 이유가 세상 만나러 나가는 건데, 뭐 내가 속보 기록 올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한눈 안팔고 걷기는 트레드밀에서 하는 것으로 족한데, 나는 트레드밀에서 10분 보내는 것이 아주 죽을 맛일 정도로 그 워킹 머신이 지겹다.  (그래도 날이 너무 덥거나 비가와서 못 나갈 경우 트레드밀이 요긴하긴 하니, 불평할 바는 못된다.)

 

 

오늘 만난 뱀은 색이 너무 곱고 사랑스러워서 정말 인사라도 나누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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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퀴 1.4 마일 크기의 자그마한 호수 혹은 연못.  새 관찰 트레일도 있고, 비버가 자라와 함께 한가롭게 헤엄치고, 덤불에는 토끼들이 산다.   두바퀴 돌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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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에서 맨 위의 412번. 왼편에 등수가 나오고 오른편에는 각 휴게소에 들어가고 나간 시간 기록. 최종 도착시각 기록. )

 

 

공식 기록이 나왔다. 올해 50 킬로미터 걷기에는 189명이 시작해서 177명이 완보했다 (12명이 중도에 그만 뒀다)  그리고 전체 189명중에서 나는 146등이다. 하하하 (그러니까 오십명이 한반에 있다면 나는 40등쯤 하는 애다.ㅋㅋ. 한숨.팍 팍) 일등은 오후 세시반에 들어왔다. 아이구야. ...그러니까 이 기록표를 잘 보관하고 있어야 해. 내년에는 오후 일곱시까지는 도착을 해야 해.

 

 

아유, 운동 좀 열심히 해서 내년에는 50등안에 들어야 할텐데.  (사실 하퍼스 페리에 도착한 후에 두개의 높은 언덕을 올라야 하는 최후의 난코스가 있는데, 이때 바로 이 언덕코스에서 열명도 넘는 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나를 앞질러 갔다. 내가 언덕에 취약하다는 뜻이리라.)

 

작년 기록을 보니 도착시각이 10시 19분. (40분 단축.)  하지만 작년에는 몸이 아주 가벼웠고, 올해는 천근만근이었다. 작년에는 길에서 경치도 보고, 사진도 찍고 뭐 딴짓을 많이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서 냈던 기록이다.  막판에는 찬홍님 부축하느라 기운 뺀것이고, 올해는 내 컨디션이 저조했다. 운동을 열심히 해야해.

 

(아래, 작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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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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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 방출한 행사 기념 사진 앨범속에 나도 하나 들어있다. (하하하). 내가 멀리서 남의 카메라에는 이렇게 잡히는구나. 제법 옷 색깔이 선명해서 여기 저기 구석에 내 모습이 많이 보이는 편이다. 하하하. 그런데, 군중속에 보이는 나는 참 작고 미미하고 그렇다. 그래도 참 쪼그만게 겁 없이 막 이 큰 대륙이 좁다고 돌아다니며 설치고 살고 있다. 난 이만큼 산 것 만으로도 충분히 복되고 복된 삶을 선물 받았다고 보는 편이다.  하늘에 감사할 일이다.

 

 

(여기는 50 킬로미터 시작지점이다. 화이츠 페리. 지금 반대 방향으로 가는 중이다. 이리 2.5 마일 갔다가 다시 되돌아서 하퍼스페리 쪽으로 계속 가야 한다.)

 

쩌어기, 기둥 옆에 서 있는 분홍 잠바. (하하) 나는 저기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미는 카메라로 기념 사진 찍어주고 그랬다. 기둥을 배경으로.  오른쪽 주차장 광장에서 모여서 주의사항 듣고 출발.

 

그러니까 여기까지 와서 찍고 되돌아서 가는 식으로 50 킬로미터를 채우는 것이다.  이 지점의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도착하는대로 사람들 사진을 찍었다.

 

 

저기, 작고 씩씩한 내가 오고 있다.

 

엄마가 작년에 사다주신 장갑도 끼고. 나름대로 손 흔들면서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수고가 많으시다고 인사도 하고 그러고 있다. 어디가나 매너가 돋보이는 나. :-)

 

이 유쾌하고 인상 좋은 젊은 부부가 마지막 스테이션에서 내게 많은 용기와 위로를 주었다. 밤에 셔틀버스 타고 디씨로 돌아올때도 함께 있었다. 한살짜리 딸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집에서 봐주시고, 젊은 부부 가뿐하게 50 킬로 완보.

 

자원 봉사자들이 찍어서 공개하는 사진들이다.

 

 

처음엔 이렇게 줄서서 가듯이 걷지만 차츰 차츰 거리가 벌어지면서 밤이 되면 사방에 아무도 없게 된다. 마라톤 맨들은 해가 기울기도 전에 도착해버리고, 지친 사람들은 자정이 되어서나 나타난다.  나는 올해 고생을 하긴 했지만, 작년보다 기록이 훨씬 단축되었다. (곧 공식 기록이 발표 될 것이다). 작년에는 짐덩어리 찬홍님  부축해 드리느라  늦었고, 올해는 혼자 고생했지만 그래도 도착은 작년보다 훨씬 빨리 했다. (찬홍이가 이 얘기를 듣고 깔깔댔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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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2. 4. 29. 20:53

 

츨발

 

 

 

체사피크 오하이오 수로의 시작점인 조지타운에서 수로변의 마일 포스트를 따라 이동하여 60.7 마일 지점에 웨스트 버지니아의 하퍼스 페리가 나타난다. 여기까지가 100 킬로미터인데, 덤으로  다리 건너서 언덕을 따라 1.5 마일 죽어라고 올라가면 볼리바 (Bolivar)라는 마을이 있고, 그곳 마을 회관이 집결지이다.  하루에 100 킬로미터를 완보하는 사람들의 이동 코스이다.

 

50 킬로미터만 걷는 사람들은 출발점에서 35마일 진행된 White's Ferry 에 집결하여 동일한 코스를 걷는것이다. 35 마일 지점에서 시작하면 마일리지가 모자란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35마일 지점에서 역으로 32.5 마일 지점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식으로 전체 마일리지를 채우게 된다.

 

행사 참가자들을 위한 Support Station (도움센터)이 절반 지점부터 시작하면 네 군데에 설치된다 (그 전에도 있을텐데, 그건 내가 50 킬로 참가자라서 잘 모른다).

 

 

 

 

나의 경우, 올해는 시작 할 때부터 컨디션이 안 좋았다. 전날 피곤하게 이것저것 한 데다가 결정적으로는 잠을 설쳤다. 중간 시작지점 모임장소까지 가는 셔틀버스에서부터 꾸벅꾸벅 졸고 앉아있었다.

 

 

 

네개의 써포트 스테이션

 

 

 

1. 오전 10시.  35 마일지점에서 시작하여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35마일 시작 지점에 써포트 스테이션이 서 있다. 5마일을 걷는데 1시간 15분 걸렸다 (시속 4마일로 걸은 셈이다). 거기서 과일을 좀 먹고 견과류와 포테이토칩 조금씩 담은 봉지를 간식거리로 가방에 집어 넣고, 게토레이트 한잔 마셔주고 행진.

 

2. 42 마일 지점 써포트 센터 도착.  오후 1시 15분에 도착. 음료수 마시고 쿠키 두개 챙겨가지고 다시 출발. (먹을것을 한줌씩 갖고 다디다가 지치면 먹어줘야 한다.  배부르게 먹는것이 아니고, 시장기를 느끼지 않을만큼 야금야금 먹으면 좋은것 같다.) 전체 12마일 걸을 셈인데, 어쩐지 이 지점부터 피로가 몰려왔다.  그래서 괜챦아지겠지 생각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날씨는 전반적으로 아침부터 흐렸고, 오후부터는 비가 뿌릴 것으로 예보되고 있었다.  구름끼고 쌀쌀한 날씨라서 뜨거운 햇살을 피할수 있어서 한편 좋았지만, 좀 쌀쌀했다. 얇은 옷을 몇겹 입고, 쉼없이 걸었으므로 체온은 유지가 되었지만 약간 춥다는 느낌.

 

 

 

(햇볕가리개, 비가 떨어지면 우산대용, 누비라서 방석으로도 좋고, 만능인 내 모자. 앉아서 쉬거나 누워있을땐 이걸 반드시 방석, 베개로 썼다. 숙녀가 날 바닥에 막 앉으면 안되지~ 10여년전에 갭에서 5달라 클리어런스로 샀지 아마.)

 

3. 42-48 마일 지점 (12-18 마일걷기) 까지 걷는동안 몸 상태가 급격히 저하되었다.  선두그룹이었는데 내가 자꾸만 뒤처졌다. 내 걸음이 느려지고 나를 지나쳐 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속보 경주가 아니므로 상관 없었지만, 작년에는 내가 빠른 걸음으로 한명 한명 앞서가는 사람들을 따라잡는 놀이를 했는데, 올해는 그 반대였다. 중간지점부터 엉덩이 근육이 아프기 시작했다. 특히 왼쪽은 걸음을 내딛을때마다 쑤셨다. 근육 어딘가가 쥐가 나는것 같았다. 이때부터 절름거리기 시작했다.  아픈 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살살 걷다보니 절름거리게 되더라.  그러니까, 다리뼈가 시작되는 엉덩이의 근육 뭉쳐있는곳 어딘가에 무리가 간듯 했다. 

 

 

(반다나 손수건을 얌전히 깔고, 샌드위치와 과일)

 

48마일 지나 도착한 써포트 스테이션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주길래 그것 하나를 억지로 먹었다. 포도몇알과 오렌지 한조각, 그리고 간식거리를 가방에 집어 넣고 다시 출발. 커피를 먹고 싶었으나 커피 받겠다고 서있는 줄이 길고, 야외에서 버너에 물끓여서 커피 내리는거라 언제 내차례가 올지 알 수 없어 포기하고 그냥 길을 나섰다.  그런데 이미 이 지점부터 나는 '중도포기'를 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나는 이미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고, 상태는 갈수록 심각해졌다. 엉덩이 부분의 근육이 아파서 한쪽다리를 절름거리고 걷는데다, 졸음이 쏟아졌고 (잠을 못잤으니까), 그리고 샌드위치를 억지로 먹은것이 얹혔는지 가슴이 답답했다. (최악이었다).  사람들이 자꾸만 나를 지나쳐갔다. 심지어 나는 길가다가 보이는 바위에 걸터앉아 한참동안 기도하는 사마귀 자세로 졸기까지 했다.  가끔 지나치는 사람이 Are you OK? 하며 물었다. 그때마다 얼굴을 들고 방긋 웃으며 괜챦다고 대꾸를 하긴 했는데, 사실은 죽을 맛이었다.  그냥 거기 누워서 자고 싶었다.  그런데 비는 후두둑거리고 떨어지고, 날은 춥고 (걷지 않고 앉아있으니 체온도 내려가고), 졸음은 쏟아지고, 속은 울렁거리고. 아아 미치겠네....

 

그런데 중간에 포기를 하려해도 다음 써포트 스테이션까지는 가야만 했다.  강변 숲길에서 혼자 포기한다고 누가 도와줄수 있는게 아니니까. 써포트 스테이션까지는 가서 '나 아파서 못한다....' 이렇게 신고를 해야 누군가 내게 교통편을 제공해줄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니까 '죽어도' 다음 스테이션까지는 가서 죽던지 말던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절름거리면서 꾸역꾸역 ....

 

         <두가지의 메시지와 나의 선택: 흰 악마 검은 악마 >

 

 

 

이 구간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걷기가 지긋지긋하게 여겨졌고,  집의 침대가 한없이 그리웠고, 평생 절름거리며 살아야 하는 신체 장애인들의 고통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눈뜨게 되었고,  작년에 찬홍이가 이렇게 고통스러웠던거구나 깨닫게 되었으며, 나 스스로도 건강에 자만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아아아. 중도포기의 의지를 불태우며 걷고 있는데, 나를 추월하여 앞서가는 사람의 셔츠 뒷판에 씌어진 선명한 문구, Pain is Temporary, Pride is Forever. (고통은 순간이고 자부심은 영원하다).  마라톤 참가 기념 셔츠인 모양이었다.  그 문장만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동안 그 사람은 이미 저만치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조금 더 가니 뒤에 오던 사람이 전화를 받고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사람은 달팽이같이 절름거리고 있는 나를 지나쳐 앞서가면서도 여전히 큰 목소리로 떠들고 있었는데, 통화 내용 --- "어, 스탠? 스탠은 아까 아까 중도 포기하고 지금 최종 집결지에 가서 뜨거운 췰리에 피자 이런거 먹으면서 신나게 놀고 있어.  나도 모르겠어. 아무튼 난 괜챦아...."

 

아 그러니까, 중도 포기한 사람을 누군가가 최종 집결지에 데려다줬구나! 나도 포기하면 누군가 안전하게 데려다 주겠구나!  이건 신의 계시야!  중도포기하면 낙원이 기다리고 있다는 신의 계시야! 좋아, 다음 써포트 스테이션까지만 꾹 참고 가보자!

 

4. 이렇게해서 간신히 54 마일 지점의 마지막 스테이션에 도착 한 것이 오후 여섯시 반.  배도 안고프고, 마침 커피가 그득그득 담긴것이 보이고, 그래서 뜨거운 커피를 연거푸 두잔이나 마셨다. 커피를 마시니 정신이 나는 것 같았다. 비스듬하게 경사진 잔디에 머리가 아래로 가도록 거꾸로 누워서 두 다리를 올리고 몸을 풀었다.  다른 사람들이 신기한듯 쳐다보고 웃고 그랬다. 남들은 머리를 위로 두고 누워있는데 나는 머리가 아래로 가게 거꾸로 있으니까.  (다리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니까 전체적으로 몸을 가볍게 해주려면 거꾸로 있어줘야 하는게 아닐까?)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나서 나는 서포트 팀을 살폈다. '누구한테 가서 중도포기 한다고 말을 해야 하나?' 관계자를 찾기 위해 눈치를 살피고 있었는데 어쩐지 내 상태가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커피의 각성 작용 때문인걸까? 엉치는 여전히 아프지만 속이 울렁거리는 것도 가라앉고, 졸음도 물러났다. 나는 누운채로 사람들과 수다를 떨면서 깔깔댔다.  사이좋아 보이는 젊은 부부하고 종알거리는데 젊은 남편이 관계자에게 들었다며 "여기서부터 7.3 마일만 더 가면 끝이래"하고 알려준다.  그래서 내가 "거기서 마지막 1.5마일이 지옥이야."라고 말해줬다.  "지옥 포함 7.3마일이면 끝나는거쟎아"하고 그가 대꾸했다. 젊은 아내가 깔깔거리며 내게 힘을 내라고 했다.  니네들은 젊어서 좋겠다....난 지금 죽을것만 같다구.

 

한숨을 푹푹 내 쉬면서도, 나는 더이상 졸립지가 않고, 울렁증도 가라 앉았다는 것이 좋은 징조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중도포기'의 생각을 포기했다.  설마 가다가 쓰러져 죽겠어?  그냥 가보자. 가보는거야. 일어나라 일어나라 일어나라.

 

그렇게 내가 마지막 스테이션을 떠난것이 일곱시. 내가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보니 한시간에 3마일씩 두시간, 마지막 언덕길 30분. 이렇게 잡으면 될것도 같았다. 나는 음식도 먹지 않고 다시 길을 나섰다.  작년에 함께 걸은적이 있었던 신사 매트를 길에서 만났다. 매트는 막내아들과 함께 걷고 있었다. 날은 어두워져오고 나도 동행이 필요했다. 그런데 매트가 말했다, "넌 빨리 걷쟎아. 난 빨리 못걸어. 나때문에 뒤처지지 말고 빨리 앞서가도 돼." 그는 작년에 내가 활발하게 움직이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걷다보니 상태가 좋아져서 느리게 걷는 그를 앞질러 나아갔다. 엉치 근육은 여전히 아팠는데, 내가 달리기 자세를 취하니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걸을때는 아프고 달리면 안아픈거다. 걷기 근육이 다친 모양이었다. 그래서 달리기 자세로, 아주 아주 느리지만 달리기 자세로 바꾸고 계속 진행했다. 내 평생에 수마일 길을 달리기 자세로 가보기도 처음이네.  달리면 안아프니까.

 

도착

 

 

웃기게도 절름거리며 '중도포기'만을 생각하던 내가, 마지막 대략 5마일 거리는 '달리기'를 하고 있었던거다.  나도 달리기가 되는 인간이구나~  그렇게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달려서 50킬로 지점에 도착한 것이 오후 아홉시.  그리고 가파른 언덕 두개를 올라가 집결지에 도착한것이 아홉시 반. 아, 해 낸것이다. 그것도 평생 안해본 장거리 조깅까지 구사해가면서.

 

여덟시 반까지도 강변 숲길은 훤하게 빛나고 있었다. 숲은 검고, 길은 희게 반사가 되었다. 왼편으로는 큰 강이 굽이치고 있었고 밤새들이 울었다. 참 아름다운 정경이었다. 그 이후에도 희게 반사되는 길과 얇게 낀 구름이 반사해내는 묘한 빛때문에 사방이 밝게 느껴졌다. 나는 가져간 손전등도 켜지 않았다. 신비한 밤의 빛을 나는 보았다.  그 신비한 빛속에서 절름거리던 내가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내게 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삶은 얼마나 신비로운가. 고통과 대화하며 그를 물리쳤을때 내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이런 많은 생각들이 강물처럼 굽이쳐 흘렀다. 어두운 숲길에 나는 혼자였지만 나는 대지와 강물과 숲과 새들과 신의 은총에 감싸인, 요람에서 쉬고 있는 아기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던거다.   철저히 혼자서 자신에게 닥친 고통의 심연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는것도 신의 선물처럼 여겨진다.

 

 

 

 

집결지인 볼리바 센터에서 후에 도착한 매트와 매트의 아들과 다시 만나고, 그리고 작년에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보고, 우연히 한 테이블에 앉게된 사람들과 가족처럼 즐거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매트는 내가 셔틀버스에 오르기 위해 떠나면서 "See you next year" 하고 인사를 건네자, 마치 먼길 보내는 아버지 같은 표정으로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안아주었다. 참 착한 아저씨이다.  메트로 주차장에 세워놓은 내 차를 끌고 집에 오니 자정이 넘었다.  왕눈이가 미칠듯이 반겼다. 아, 지옥과 천국을 다녀온 길고 긴 하루였다.  내년에도  또 가고 싶다. Pain is Temporary, Pride is Forever

 

 

 

 

맺음

 

 

빨리 걷는다--> 느려진다--> 절름거린다 --> 주저 앉는다 --> 일어난다 --> 걷는다 ..> 달린다.  아마 조금 있으면 날개가 돋을지도 몰라, 날개가 나오는 고통을 견딘 후에. 그러니까 고통은 선물이야. 난 이제부터 달리기 할래. 아니 어제부터 나는 나의 의지가 아닌 신의 의지대로 달리기를 시작해버린거야. 언젠가 날개가 돋을지도 몰라, 나의 의지가 아닌 신의 계획대로. 난 시험처럼 거쳐야 하는 고통을 잘 견뎌내면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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