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0. 7. 27. 22:03

 

 

지홍이가 친구들과 놀다가 새벽 두시 넘어서 귀가.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잠을 제대로 못잤고, 지홍이 귀가 후에는 그냥 뜬눈으로 날밤을 새웠다.

날이 밝기를 기다리다가, 다섯시 반쯤 창밖이 부염하게 밝길래 왕눈이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아파트 마당에서 보이는 내 방 창문.

내 방은 밑에서 올려다봐도 꼭 tree house 같다. (나무에 지은 집.)

 

 

아침 다섯시 반의 보름달.

어제 저녁달이 보름달이었다.

밤새 내 창가를 기웃거린 저 달.

 

아침 여섯시.

수로에 피어오르는 물안개.

 

 

 

 

 

언제나 가서 쉬는,

키브리지 앞 낭떠러지.

아침 일곱시의 햇살

 

 

 

 

아침 여덟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어차피 지나치는, 전에 살던 집.

혹시 우편물이 온게 있나 확인하려고 들렀다.

마당에 목백일홍이 눈이 부시게 피어나고 있었다.

 

 

 

 

내가 살땐, 붉은 벽돌에 초록색 덧문이었는데

집 주인이 집을 팔기 위해 대대적인 수리를 한 모양이다.

흰 벽돌, 흰 프레임들.

앞마당에 반달모양의 드라이브웨이도 새로 만들었다. (진작에 만들었어야지....)

입구 램프에 매달아 놓은 나비 한마리와 종.

플로리다에서 살때, 선물 받았던 것인데, 그냥 놓고 왔다. 아직도 매달려 있다.

 

내가 매일 내다보던 1층방 창문.

하루종일 해가 뜨고 지고,

밤이면 달이 뜨고 지던 2층 방 창문.

 

 

집주인이 팔기 위해 내 놓아서, 현재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들러도 되니까 좋다...

 

 

 

체사피케 베이글 가게에서 아침에 구운 신선한 베이글 1더즌을 샀다. 베이커즈 더즌은 덤까지 해서 13개. 크림치즈 두통.  아이들하고 아침 점심으로 한 이틀 먹을수 있겠다.

 

창밖에 빨간 카디널이 와서 기웃거린다....

내 방은 tree house 같아...

 

 

씻고 아침먹고 학교 가야지.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7. 25. 02:54

토요일 아침.

날씨가 더워서인지, 아니면 여름마다 찾아오는 무기력감 때문인지 모르지만

좀 피곤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라서

어제도 종일 빈둥거리기만 하다가

아침에 일어나,  오늘도 그렇게 허망하게 하루를 보내게 되는게 아닐까 걱정이 된 나머지

곤히 자는 찬홍이를 깨워가지고

Turkey Run Park 에 갔다. 왕눈이도 데리고. (지팔이놈은 안일어나서 냅 뒀다.)

 

계곡에서, 양말 벗고, 신발 벗고, 계곡 물에 들어가서 세수도 하고 물장구도 치고 놀다가

(찬홍이는 절대 물에 안들어온다. 우리집 남자들은 모두 똑같다. 왕눈이까지 포함해서,  물가에서도 물을 그림구경하듯 하는 인종들이다.)

 

나는 잠시라도 '장난'을 치지 않으면 심심해 죽는 혈액혁을 타고 나서,

게다가 '물'가에서 놀지 못하면 우울증에 빠지는 '물고기자리'인지라

물을 만나면, 놀아야만 한다.

 

하여,

왕땡이를 번쩍 안아다가 일단 내가 안은 상태로 물에 띄워서 준비운동을 시켜준 후에

(내 품에 안겨서 열심히 자맥질을 하는 왕눈선수)

왕땡이를 물에 풀어 놔 주었다.

왕땡이는 아주아주 자연스럽게 '개 헤엄'을 쳐서 이 난관을 빠져 나가더라 하하하.

왕땡이가 헤엄치는 모습이 너무너무 미끈하고 자연스러워 보여서

또다시 물에 빠뜨리려고 했지만

녀석이 물 밖으로 나온후에 저만치 바위위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았으므로

오늘 '물개 놀이'는 이쯤에서 마무리를 해야만 했다.

 

 

 

 

 

 

 

 

 

(아래) 미끈하게 헤엄치며 도망가는 왕땡군.

 

 

 

 

 

컴퓨터 화면 보호기, 수족관을 깔았다. 이 보호기가 인터넷에 많이 널렸길래, 다운받아서 깔았는데, 물소리도 나고, 물고기도 돌아다니고, 책상위에 수족관이 있는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5. 4. 10:30

 

 

2010년 5월 3일 월요일.

간밤에 폭우, 아침에도 집중적인 소나기.

새벽에 일어나 책상머리에서 온라인 수업 자료를 챙겨서 보내놓고, 내가 할 일을 다 마치고.

연구실로 나가는 대신에, 비온 후의 상쾌함을 맛보기 위해서 포토맥강변에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강변에 나가기 전에 왕눈이를 한번 안아주고.

 

비가 그쳤지만,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어서, 비가 다시 쏟아질지도 모르고,

하지만 이런 흐린 날씨가 산책하기에는 가장 알맞다.

가볍게 조지타운까지 걷다 오려고 작정하고 나간 것인데 (비 온후에 터키런 같은 숲길은 위험하다. 길이 질척거리고 그리고 바위나 나무가 미끄러워서 미끄러져 넘어지기 십상이다.)  Fletcher's Cove 앞을 지나다가 배와 자전거를 빌려주는 가게가 열려있는 것을 보았다. 

 

자전거를 타보면 어떨까?

즉흥적으로 자전거에 눈길이 꽂혀서, 그걸 타고 한바퀴 돌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안내판에 나와있다시피, 자전거는 한시간에 7달러, 하루 28달러 대여료를 받는다.  시간당으로 계산이 되다가 28달러 이상 넘어가면 하루 대여료로 내면 그만이다. (네시간을 타건 다섯시간을 타건 마찬가지라는 말씀).

 

자전거 (혹은 카약이나 보트)를 빌리기 위해서는 신분증 (운전면허증)을 제시하고 카드나 현금으로 계산을 하면 된다. 신분증은 나중에 자전거나 배를 반납할때 돌려받는다. (신분증 없으면 대여할수 없다.)  사진속의 점원 아저씨가, 성품좋게 생긴 미남이고, 그리고 친절하다. 간단한 음료와 스넥도 판다.

 

 

 

 

 

 

나는 일단 한시간 대여료를 냈고, 나중에 돌려줄때 시간초과를 할경우 정산을 하기로 했다. (그쪽에서 한시간 비용만 받고 나중에 정산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장면을...나는 무척 좋아한다.

길 왼편으로는 바다같이 넓고 느긋한 포토맥강이 유유하게 흐르고

길 오른편으로는 운하가 흐른다.

나는 물위에 난 길을 통과하는 것 같아.

이런 길이 Great Falls 로 향하는 11마일 내내 이어진다.

한편에 강, 또 한편에 운하.

 

 

 

 

흰 건물은 Lock House 라고 한다.  포토맥 강변의 운하 (이 운하 길이 200마일 이어진다, 워싱턴 디씨에서 시작하여 멀리 오하이오에서 끝난다. 그래서 Chesapeake Ohio Canal 이라고 부른다) 이 운하의 수문이 1-2마일마다 있는데 (물의 높낮이를 이용하여 배를 움직이게 해준다)  그 수문 관리인 가족이 살던 집을 Lock House 라고 부른다.

 

현재 이 200마일 (100 마일은 160 킬로미터) 의 운하는 운하로서의 기능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은 이 200 마일에 이르는 운하길을 국립 공원으로 지정하여 자연상태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다닐수 있도록 길을 유지보수하거나 나무며 자연환경을 관리를 하지만, 그 외에 인공적인 구조물은 없다. 가게도 없다. (물 사먹을 간이점도 없다.)

 

 

 

 

지금은 텅 비어있지만

언젠가는 이 집에 가족이 살았고

아이들은 부모를 도와 수문을 여닫는 일을 했을 것이다.

 

 

 

 

 

오래된 마일 스톤 (Mile Stone : 이정표 : 몇마일인지 표시하는 돌)이 보인다.

9 miles to W.C 라고 적혀있다. 

워싱턴 디씨까지 9마일 남았다는 뜻이다.

내가 강변에 가면 대개 3.5마일 지점에서 조지타운까지 가므로 왕복 6마일로 환산을 하는데

이곳은 내가 평소에 산책을 시작하는 지점에서 조지타운 반대방향으로 (상류쪽으로) 5.5 마일을 올라온 곳이다.

 

옛날에는 Washington D.C. 를 W.C 라고 표기했나보다. (혹은 D자가 마모되어 없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메릴랜드 방향의 Great Falls Park 진입로. 이쯤에서 반환

 

이곳을 지나치니, 2008년 12월이던가, 몇몇 지인들과 이곳을 산책한 일이 생각난다.

그중에는 '친구'라 부를만한 이도 있었고, 그냥 아는 분이라고 할 만한 분도 있었고.

겨울이었는데 날이 포근했다.

산책을 마치고, 일행중에 내가 '정경부인'이라고 일컬었던 '마님'이 집에서 국수나 먹고 가라고 제안을 하셨다.  그래서 산책 마치고 그댁에 들러서 멸치국물에 소면 말은것을 잘 먹었다.  그 부인이 내가 고기국물 안 먹는걸 아시고, 내게 뭘 먹일때면 신경을 많이 쓰셨다.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가셨는데,  이사한 후에 일부러 우리집에 '간장 한통'을 주려고 먼 걸음을 하셨다.  친정 어머니께서 손수 빚으신 아주 귀한 조선간장인데, 그걸 타향살이하면서 아끼고 아끼다가 귀국을 하시면서, 내게 주려고 일부러 빗속에 다녀가셨다.

 

그 조선간장 (우리 집안에서는 이걸 조선간장이라고 부른다.  '왜간장'에 대별되는 '자존심'있는 간장, 그것이 바로 조선간장이다) 을 나는 미역국 끓일때마다 넣어 먹었는데, 이제 잼병으로 두병이 남았다. 저거 다 먹으면 그다음에는 사먹어야 할 판인데, 조선간장은 집에서 담아야 제맛인것을 나는 안다.

 

 

 

 

 

 

Great Falls 에서 반환하여 돌아오는길.

 

 

 

 

오후 한시쯤에 Fletcher's Cove 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출발했는데, Great Falls 까지 가는 11마일 동안, 중간에 멈춰서 자연관찰도 하고, 새 관찰도 하고, 학교에서 긴급회의 한다고 전화를 해대서 전화받고, 그러느라 지체되었다.  길은, 흙길에 자갈이 깔려있어서, 아스팔트에 비해서는 길이 매끄럽지 않아 힘들었다.  자전거 반환하러 가서 시계를 보니 네시간이 지나있었다. (오후 다섯시). 아아아.

 

출발할때는 두시간이면 왕복할줄 알고, 가볍게 생각하고 물 한병 가지고 갔는데, 네시간 돌아다니며 그 물 한병을 아껴먹어야 했다.

 

오늘 내가 자전거로 왕복한 거리는

2008년 11월에 온가족이 걸어서 왕복한 적이 있다.

그날 오전 열한시쯤 출발하여 다섯시쯤에 돌아왔는데, 중간에 비도 오고 아주 물에 젖은 생쥐꼴로 걸었었다.

오늘은

그 길을 나혼자 한가롭게 자전거로 돌았다.

그 길의 부분부분을 친구나 지인과 돌기도 했었으므로 내게는 익숙한 길이었다.

그런데 자전거에 앉아서 보는 세상은 걸을때와는 또 달라서

늘 새롭고, 아름답고 그렇다.

날씨도 비 온 후라 촉촉하고, 공기에서 수박냄새가 나고, 향긋하고, 뜨겁지 않아 좋았다.

 

아마도 오늘 내가 자전거로 타고 돈 거리가, 내 생애에서 자전거로 달린 가장 긴 거리일것이다.

어릴때 자전거타고 태릉에 간다던가, 강변에 간다던가 한 적은 있었지만, 오늘같이 진빠지게 달린 적은 없었다.  어릴때도 내가 포장된 길만 달렸지, 오늘같은 자갈길은 ... 아아아... 만만하게 봤다가 고생좀 했다. 하하하. 하지만 즐거웠다.  또 가야지....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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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0. 3. 19. 21:55

2010년 3월 18일 목요일 키브리지 왕복  (7마일)

오후 여덟시포토맥강 그리고 초승달

이사진 내가 봐도 참 좋다 :)

 

 

 

 

오후 일곱시 10분 Fletcher's Cove. 황혼

 

 

 

 

 

 

 

오후 여덟시 키브리지와 알링턴 시가지.

 

 

 

 

대략 왕복 7마일 거리  강변길 A 지점에서 출발 -- 키 브리지앞에서 반환

 

& 3월 15 : 2마일

& 3월 17:  2마일

 

 

한창 걷기 할때는, 매일 몇마일을 걸었는지 정리했었다. 올해는 이것이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일이 분주하다...)  걸을때마다 정리는 해 놓겠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09. 11. 12. 03:33

 

The Lost Art of Walking: The History, Science, and Literature of Pedestrianism

 

 

The Lost Art of Walking by Geoff Nicholson

 

 

이 책은, 하드커버일때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비싸다'이러고 돌아섰던 것인데, 근래에 페이퍼백이 나와줬다.  하드커버로 시작해서,  페이퍼백이 나왔단 얘기는 책이 잘 팔려나갔다는 것도 의미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는... (며칠전에 누군가가 묻길래 조금 생각해보고 대답했는데)...'걷기'이다. '걷기'라면 자신 있으니까.  안타깝게도 달리기는 잘 못한다.  걷기는 잘 한다. 걷기 잘하는데 달리기를 못한다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난 정말 잘 걷는다.  우리 언니는 내 말을 이해한다.  우리 언니는 정 반대이다. 우리 언니는 달리기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피로한줄 모르겠는데, 걷기는 오래 못하겠다는 것이다. 걸으면 지루하고 어지럽고 달리면 머리가 가볍다고 한다.  우리언니는 나와 정반대인데, 그래서 나를 이해한다고 한다.  난 달릴때 힘들고 어지럽고 걸을때 몸이 가볍고 좋은 생각이 많이 난다. (한때 미친듯이 걸었으나 지금은 통 걷지를 않는다...하지만 내가 이 깊은 삶의 수렁을 벗어나면...언젠가...다시 옛날처럼 웃으면서 활기차게 걷게 될지도 모른다.)

 

걷기 이외에 '수영'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한다. 특히 평온한 바다에서 하는 수영을 좋아한다. 바다에서 송장처럼 둥둥 떠 돌아다니는 일을 좋아한다. (플로리다에서 공부할때, 돈 안들이고 할수 있는 오락이 바다에 가서 둥둥 떠다니는 일이었으니까.)

 

나는 잘 못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스포츠는 '마라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마라톤' 선수들의 몸매가 가장 아름답고 섹시한 몸매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최소한의 오직 필요한 근육만 붙어있는, 강인한.  (군더더기 장식적 근육에 대해서는 경멸하는 태도를 갖고 있는 편이다.)  나는 이봉주 선수를 좋아한다.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그냥 그 사람이 믿음직하다.  그리고 또 좋아하는 스포츠는 '축구'이다. 왜 축구를 좋아하느냐 하면...축구니까 그렇다... 박지성 때문도 아니고 그냥, 공원에서 사람들이 축구하는 것을 멀리서 멀거니 쳐다볼때가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을 쳐다본다.

 

그외의 스포츠에 대해서 나는 별반 관심이 없다. 나는 국가대표가 누군지도 잘 모르고, 국제 행사에서 죽어라고 한국을 응원하는 일에도 별 관심이 없다.  스포츠가 스포츠지 뭐 별건가 싶기도 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누군가 묻길래 조금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걷기.'

 

언젠가...전처럼.. 하루에 몇시간씩 걷는 그런 나날이 오기를... 걷기를 하면 우울증이 사라진다는 설도 있지만, 그것도 속이 편할때, 배불러서 우울할때의 얘기이다.  만약에 걷기를 통해 우울증을 해결할수 있었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산책나갔다가 바위에서 점프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것이다. 정말 우울할땐, 걷기도 별 소용이 없다. 내가 요즘 걸으러 나가지 않는 이유는, 나 역시 걸으러 나갔다가 키브리지에서 그냥 점프하고 싶어질까봐...  내가 산 걷기전용 신발 두켤레는 먼지만 뒤집어쓴채 내 방구석에 버려져 있다.  점프하면...간단하지...  하지만 생을 그렇게 끝낼순 없는 일 아닌가...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