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1. 11. 25. 10:24

올가을 프로젝트,  장거리 여러번 해서 백마일 걸어보겠다고 생각한 것을 오늘 마칠수 있었다.  원래는 20마일 걷기를 다섯번 해서 백마일 채우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렇게는 못했고, 20마일은 세번, 나머지는 10, 15 뭐 이런 식으로 했다.  오늘 찬홍이와 20마일 할 생각이었지만, 찬홍이가 학교에서 풋볼하다가 무릎을 다쳤다고 엄살을 떨어서,  그냥 무리하지 않고 15마일로 마무리 했다.

오늘 코스는 하퍼스 페리 시내에 차를 세워놓고, 다리 건너서 61마일 지점에서 68 마일 지점까지 왕복 (7x2=14)하고 다시 하퍼스 페리 시내로 돌아가는 15마일 거리였다.

이로써 나는 체사피크 오하이오 수로길을 워싱턴 디씨의 시작점에서부터 68마일 거리까지 내 두발로 걸은 셈이다. 지난 봄에 50킬로미터 걷기의 마지막 지점이 하퍼스 페리였기 때문에, 그 이후의 길이 늘 궁금했었는데, 오늘 드디어 그 '너머' '미지의 세계'를 가 볼수 있어서 소원 한가지를 풀은 기분이었다.  나는 여태 몰랐는데, 하퍼스 페리 너머, 북쪽으로 올라 갈수록 수로변 강의 풍경이 절경이 되더라....  기가 막히는 절경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전 열시반에 하퍼스페리에 도착하여 걷기 시작.  오후 다섯시에 다시 차 세워 둔 곳에 돌아왔다.  중간에 앉아서 다리쉼도 하고, 여유있게 걸었다.



(아래)  셰난도어 강과 포토맥강이 만나는 지점 (하퍼스 페리가 두 강이 만다는 교통의 중심지였다) 여기서 오늘의 걷기 출발.



하퍼스페리의 상징과도 같은 철교를 지나 (저 건너 하퍼스페리 마을이 보인다)




반마일쯤 가다보면, 이런 수로변 마일 표시를 만나게 된다. 61마일.


지난 며칠간 날이 흐리고 비가 왔기 때문에 강에 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파도소리같은 물소리가 났다.  흑탕물같은 강물이 거침없이 막 쏟아져내리는 풍경을 보면서 --- 아, 아이스 카페라테 같구나...했다.





62마일 포스트.



그런데 상류로 올라가면 강이 호수처럼 고요해진다.
내가 발견한 현상.  강이 호수처럼 고요해보이는데, 강물에 나무기둥 떠내려가는 것을 보면 내가 달리기하는 속도보다 더 빨리 떠내려가는 것이다.  그러니 물이 흐르는 속도가 엄청 빠른 것인데, 육안으로는 마치 고여있는 호수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 고요해보이는 강을 한참 내려다보고 걸으며 생각했다. 

-- 정말 너르고 큰 강은, 물이 아무리 거칠고 세게 흘러도 저렇게 호수처럼 평온해보이는구나.  수로쪽 개울은 얕은데도 돌돌돌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데 저 큰강은 오히려 물이 깊고 넓고 빨리 흐르면서도 소리가 없구나.   저렇게 크게 움직이면서도 고요할수 있는 인품을 키운다면 좋겠다.  어떤 일에도 호수처럼 고요할수 있는 평정심을 키우면 좋겠다.







수문 근처에는 반드시 수문 관리인의 사택이 있는데, 물론 지금은 인적이 없는 기념물에 불과하다.  나는 이 빈집을 지나칠때면 늘 똑같은 생각을 한다: "저 집에서도 한때는 온가족이 모여서 웃고, 떠들고, 저 안에서 애도 태어나고, 누가 죽기도 하고 그랬을텐데...."  늘 같은 생각에 잠겨서 수문관리인 주택을 지나치게 된다.

수로 근처에는 이렇게 버려진, 혹은 허물어져가는 건물들이 남아있는데,  빈집이나 허물어져가는 건물의 흔적들이 보이면 쉽게 시선을 떼지 못한다.  나는 허물어져가는 것들에 대해서, 강박증적인 집착을 보이는것도 같다.  거기 살던 사람들이 웃음소리가 들리는것도 같고.  자꾸만 슬픈 기분이 드는 것이다.






68마일 포스트에서 반환.




저기, 아직 내가 걷지 못한 길이 이어져 있고, 저기 길이 남아 있어서 나는 안심이 된다.



아까 지나쳤던 작은 집 앞 계단에서 쉬면서 뜨거운 커피.




물에 허리까지 잠긴 강변의 나무들.



오늘 나의 동행이 되어준 나의 귀냄이.




산골에는 저녁이 빨리 찾아온다. 저만치 철교가 보인다. 저 다리를 건너 다시 하퍼스페리 시내로



추수감사절 휴일이라, 가게가 문을 열지 않아 텅빈 유령의 도시 같이 고요했던 하퍼스페리.



오늘 날씨가 참 화창하고 따뜻하고 좋았다.  그래서 얇은 겨울 잠바 입고 간것도 벗고 나중에는 그냥 스웨터만 입고 온종일 걸었다. 선물같은 아주 예쁜 하루였다.  :-)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1. 20. 06:00

어제는 내 친구와 만나서, 베데스다까지 걸어갔다 왔고 (거기 커피하고 베이글 샌드위치가 너무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 내 친구하고 또 가서 그것 먹을거다.  가격은 저렴하고, 맛은 황제급이다.  한국의 김선배가 있었다면 너무 너무 좋아하셨을 거라고 생각했다. (김선배께서는 귀가 무척 근질거리셨을 것이다.)

어젯밤에, 찬홍이를 데리고 왔다. 찬홍이가 감기를 앓고, 뜨거운 밥에 김칫국 그런거 먹고 싶다길래, 다음주에 추수감사절 휴가때 어차피 올거지만, 주말에 데려다가 김칫국하고 밥 해먹이려고 데리고 왔다.

오전에 느지막히 일어나 찬홍이를 데리고 오랫만에 함께 조지타운에 나갔다.  우리는 조지타운에 브런치를 먹으러 가기 위해서 3.5마일을 걸어가고, 그거 한끼 먹고 다시 3.5 마일을 걸어온다.  찬홍이에게 조지타운 하버에 새로 열린 공원을 보여주었다.  날씨가 화창해서 걷기에 아주 좋았다.  조지타운 거리의 상점들을 기웃거리고 구경을 하고, 문구점에 들러서 카드용지를 사기도 했다.  카드용지가 다 떨어져서 카드를 못 만들고 있었는데, 이제 만들어서 소중한 분들께 카드를 보내드려야지.





키브리지 아래, 보트 하우스의 암초록색 나무 벽 앞에서.



조지타운 하버에 새로 개장한 공원이 참 아름답다. 내 친구가 아직 못 봤을거다. 함께 가서 보여줘야지.




저기 키브리지가 보이고, 다리 건너 알링턴 시내 고층 건물들이 보이고. 



강에 바로 이어지는 계단.  저 멀리 케네디 센터와 동그란 워터게이트 빌딩.




강물이 계단과 평행을 이루고 있는데, 사진 속에서는 마치 모세가 홍해를 가른 것 처럼 강물이 계단보다 높아보인다.  초현실적 조작된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카페에서 커피와 브런치를 먹었다.  오랫만에 찬홍이하고 얘기하면서 걷고, 먹고 그러니까 참 좋다. 난 내 아들이 아주 친한 친구같다. 말이 잘 통하는 친구.



Urban Outfitters 에 구경 갔다가 엘모 장갑을 발견하고, 끼고 놀아봤다. 그런데 한켤레에 40달러인가 해서, 비싸서 사지는 못했다. 참 예뻤다.



황금빛 나무 밑으로 내 친구 찬홍이가 걸어간다. 내 작은 백팩을 녀석이 매니까 정말 고목나무에 매미 매달린 꼴이다.  나 혼자 지내면서 심심하다거나 쓸쓸하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는데, 찬홍이가 오니까 무척 재미있고 즐거워지면서, 내가 혼자 보낸 시간이 참 쓸쓸했던것 같다는 자각이 들었다.  혼자 있을땐 심심한걸 모르고 잘 놀고 잘 사는데, 찬홍이가 오니까 내 시간이 곱절로 빛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나, 어쩌면 외로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모두 외롭다.)  이런 자각도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다음주, 추수감사절 휴가 기간에 좋은 날 하루를 잡아서, 하퍼스페리부터 20마일을 걷는 프로젝트를 찬홍이와 함께 하기로 했다.  찬홍이가 함께 걸어주면,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착하고 고마우신 나의 귀냄이.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1. 6. 22:50

이제 20마일 더 걸으면 올가을 백마일 프로젝트가 완성 될 것이다.  오늘 문득, '여우에게 굴이 있고, 새들에게 둥지가 있지만 '인자'에게는 머리를 쉴 곳이 없구나'라고 말씀하신 나의 사부에 대하여 생각을 해 보았다. 나의 사부께서는 지상의 어느곳에서도 자신의 집으로 머무르지 않으셨다.  이는 Miles to go before I sleep, miles to go before I sleep 이라고 중얼거린 프로스트의 사색과도 맞 닿아있다.  우리는 죽을때까지 진정 쉴 수 없다. 이따금의 휴식과 잔치가 있을 뿐 진정한 휴식은 없다. 혹은, 내가 쉴 곳은 여기가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가 아니다. 차안이 아니다. 피안이다.

내일은 내가 아직 밟아보지 않은 땅.  하퍼스 페리 이후의 땅에 가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자동차로 한시간 넘게 달려가야 한다는 부담이 좀 있지만, 조금 부지런을 떨면 또 별것 아닌 거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일 할 일들을 오늘 서둘러서 모두 해 놓았다.  오늘 준비를 다 해놓고 일찍 자고, 내일 새벽에 길을 떠날 것이다. 그러면 해 지기전에 집에 돌아 올수 있을것이다.

나는 언젠가, 사람들이 약 50일씩 걷는다는 그 스페인의 싼티아고 트레킹을 하고 싶다. 그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도 미지의 길을 많이 걸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길을 실컷 걸을 것이다.

내일 일어나서 걷는다면 60-70 마일 포스트를 왕복하게 되겠지...  나는 한곳에 머무르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가 아닐것이다. 가을엔 떠나지 말라고 최백호가 노래했지만, 사실, 가을이야말로 떠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아닌가.  떨어지기 전의 나뭇닢은 빛나는 황금색으로 손짓을 하며 작별 인사를 보낸다. 아름답지 않은가?

내일 가방에 챙겨 갈 것은:

  1. 보온 텀블러에 뜨거운 커피 (반환점에서 기념식한다)
  2. 삶은계란 세개.
  3. 사과 한개, 찐고구마 한개 깍뚝썰기 해서 샌드위치 봉지에 담아간다, 먹기 좋게.
  4. 피칸을 후라이판에 살짝 볶아서 샌드위치 봉지에 담아간다 (볶아 가야 고소하다)
  5. 물 한병
  6. 현미밥으로 주먹밥 세덩어리 만들어서 오마일 지점마다 한덩어리씩 먹어준다.
  7. 킨들. 카메라. 전화. 지갑
  8. 바람불면 머리가 아프므로, 모자를 챙긴다.

 내일 날씨, 좋을 것이다... 



*** 

아아, 머리가 아파서 두통약을 먹고 잤는데, 밤새 자반뒤집기를 하느라고 제대로 못잤다. 머리가 아프다.  날씨는 기가막히게 좋은데, 장거리 걷기는 힘들겠다.  다음으로 연기~ 

오전에 일을 좀 하고, 오후에 머리가 안아프면 산책이나...

2011, 11, 6 써머타임 해제. 한국과의 시간차는 14시간.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1. 6. 03:38







헤론은 어쩐지 마음씨 착한 아저씨나 할아버지 같은 인상이다. 대개 말이 없고, 움직임도 느리다.  가만히 서서 해바라기를 하거나, 그냥 멀거니 서 있을 때가 많다. 애가 바지런하지가 않다.   어쩌다 사람이 가까이 지나치면, 그냥 좀 비키거나 혹은 아주 싹 무시를 하고 신경도 안쓴다.  (사람이 해코지를 하지 않을거라고 판단이 되면 안 움직이는것 같다.)

이 헤론님의 경우, 조지타운 입구에서 만난 분이신데, 아주 "날 잡아 잡수"하고 서 계셨다. 날 무시하는거냐 뭐냐, 응?

난 이 새가 날 피하지도 않고, 모른척 하고 있어서 너무나 심심한 나머지 소리내어 불러보기까지 했다.  가까이 가서 괴롭히니까, 마지못해서 날개를 펴고 저 만치 날아가더니 다시 길가에 그린듯이 서 있고 만다.  게으르지만 날씬한 새다. 운동을 그렇게 안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날씬한거냐 너? 응?  아마, 먹기도 조금밖에 안 먹는 모양이다.


헤론이나 딱따구리, 와블러, 이런 각종 새들을 강변길에서 자주 만난다. 나는 주로 혼자 걸으니까, 가끔은 '미친년'처럼 길에서 만나는 새들한테 말도 걸고 그런다.  뭐 어차피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까, 신경 쓸 것도 없고.  나는 사람 아닌 존재와 말하는데 익숙하니까.

어제는 길에서 자주색 뱀을 만났다.  가끔 가느다란 실뱀이 수풀 길을 건너가는 것을 보기도 하고, 가끔은 자전거에 깔려 죽은 실뱀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는데, 어제 그 뱀은 진짜 큰 뱀이었다. 길이는 1미터가 넘었고, 굵기는  직경 3센티쯤 되려나?  몸길이 중간 부분은 다른곳보다 더 굵어보였다.  머리를 세웠을때는 세모 모양이 되었다. 와인빛이 도는 뱀이었다. 그 뱀이 길 가운데 W 자로 누워 있었다.  그대로 계속 누워 있으면,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한테 밟혀 죽을걸~ 

그 뱀은 길에서 술에 취해 자는 것인지 길에 그러고 누워 있었다.  가운데가 불룩한 것이 배가 불러서 식곤증을 느낀 것일까?  아무튼, 그런데 그녀석이 머리를 들고 혀를 낼름낼름하는데 머리가 세모 모양이었다.  옛날에 우리 할머니가 말씀하시길, 뱀 대가리가 세모인 것은 독뱀이고, 뱀 대가리가 둥글면 그건 순한 뱀이라고 가르쳐 주신것이 생각이 났다. 이 뱀은 대가리가 세모였다.  그래서 나는 그 뱀이 어서 길에서 비켜주기를 바랬다.  서서히 사람들이 왔고, 길 이편과 저편에서 사람들이 오도가도 못하고 뱀만 쳐다봤다.  뱀은 주위가 시끄러운것이 짜증이 났는지, 슬슬 기어서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뱀이 수풀로 사라졌으므로 길을 가던 사람들도 다시 이쪽으로 저쪽으로 지나쳐갔다.

저런 뱀이 수풀속에 있을테니, 수풀에 함부로 들어가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특히 신발.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를 신어주는 것이 혹시나 길에서 뱀을 만나도 안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1. 5. 08:32

수로 마일 포스트 4번에서 14번까지, 왕복하여 20마일을 채웠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2011, 11, 4).

포토맥에 나가면 늘 걷기 시작점이 되는 아리조나 철교.  이곳이 사실은 약 3.5 마일 정도 되는 거리이다. 여기서 반마일 걸어서 4마일 포스트를 기점으로 십마일을 걷기로 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21마일을 걸을 셈이다.)



4마일 스톤과 포스트.  그런데 누군가가 마일스톤에다 스프레이로 표시를 해 놨다. 보기 흉했다. 이 마일 스톤이 그래도 제법 역사성이 있는 것인데.



11월이지만 제법 포근한 날씨였다. 지난 주에는 눈과 우박이 떨어질정도로 추웠지만, 그 후로 날이 온화해서 수로에 개구리밥같은 식물들이 덮여 있었다.


약 6마일 지점쯤 되려나, 여기 전망이 탁 트인 것이 참 좋다.



해오라기같이 생긴 이 새는 Blue Heron 이라고 한다. 고요하고 의젓한 새 이다. 순하게 앉아 있다가 한번 날개를 펼치고 너울너울 날면 참 근사해보인다.





여기는 12마일과 13마일 사이 지점인데, 이곳 풍경이 특히 환상적이다.  메릴랜드 그레이트폴스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나는 거의 9마일을 걸은 상태라서 지쳐 있을 무렵이다.



이곳 단풍은 아마도 다음주가 절정일것 같다. 



14마일 지점에 도착하여 간식 꺼내놓고 기념 촬영.

오늘 챙겨나간 간식은 사과 두알, 고구마 찐것 반개, 찐호박, 피칸 한봉지, 물. 
10마일까지 가는 도중에 찐고구마와 사과 한알을 먹어 치웠고, 이것은 그 나머지이다.
찐고구마는 결국 다 못먹었다. 피칸도 한줌 먹고 말았다.
사과는 다 먹어치웠다.  사과 두알을 먹으면 물을 안먹어도 목 마른줄 모른다. 날이 선선하니까 땀이 안나서 그럴것이다. 물은 예비로 갖고 다녔지만 한모금도 안 마셨다.




14마일 포스트에서 기념 사진 찍고, 반환.



깍아지른듯한 절벽 위에서 내려다본 광경인데, 사진속의 풍경은 밋밋하기만 하다. 여기가 참 절경인데, 사진이 엉망이라 송구스럽다.



사과 먹다가 조각을 내서 이 거위들에게 던져 줬는데 잘들 받아 먹더라. 재미 있어서 자꾸만 던져 줬다. 사과를 좋아하는 캐나다 거위들.


마지막 3마일은, 지쳐가지고, 악에 받쳐서 걸었다. 하하하. 그때는 무슨 생각을 하느냐 하면, 집에 가서 멸치 국물 내 가지고, 뜨거운 잔치국수 만들어 먹고 퍼 잔다. 뜨거운 국수를 먹으러 가자. 뭐 이런 생각을 간절하게 한다. 이런 간절함으로 기도를 한다면 아마 태산도 움직이련만, 나의 간절함이란것이 마지막 3마일 남겨놓고 뜨거운 국수타령에서 정지된다는 것이다.

지금 몰골이, 기진맥진해서 마귀할멈같은 표정이다. 하하하

(이제 20마일 행사 한번만 더 하면 백마일 채우는거다.... 뜨거운 국수 한사발....)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0. 29. 06:15




대학원 학생과 함께, Billy Goat Trail 일대와 Great Falls 인근 수로를 다섯시간 걸었다.  학생이 오전 일곱시 반에 내 아파트 마당에 도착해 "저 왔어요" 하고 전화를 걸길래 쏜살같이 뛰어나가, 함께 Angler's Inn 앞으로 가서 차를 세우고 거기서부터 Billy Goat 트레일을 돌았다. 완전 네발로 걷기 프로젝트.  빌리고트 코스가 평지 걷기가 아니라 좀 난이도가 있다. 네발로 기어야 하는 난코스가  두군데쯤 나온다.  빌리코트를 돌 때는 네발로 기느라 사진이고 뭐고... 여력이 없었고, 다 빠져나와서 폭포 구경할때쯤 카메라를 꺼내서 몇장 기념사진.

이른아침에 날이 꽤 추워서 나는 안 나갈 생각도 조금 했었다.  그런데,  학생한테 약속 해놓고 취소하기가 낯이 안서서 그냥 겨울 두꺼운 패딩 자켓을 입고 나갔는데, 나가니 몸도 따뜻해지고, 날씨도 쾌청하고 좋았다. 

(아래)그레이트 폴스, 메릴랜드 전망대. 물 건너는 버지니아 전망대. 저 멀리 보이는 숲은 내가 리버밴드 파트에서 그레이트 폴스까지 걷는 숲길이다.


그레이트폴스를 지나 17 마일 포스트까지 갔다가 반환.  풍광에 정신이 팔려서 Angler's 출구를 그냥 지나치고 11마일 포스트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했다.  풍광에 넋이 나가서 나가야 할 출구를  뻔히 보면서 지나치고 말다니... 내가 아주 혼이 나가 있었나보다.






아래 다리는, 3년전에, 온가족이 20마일 걷기 행사 할 때, 그날 저녁에 비가 쏟아졌는데, 그 비를 피하기 위해서 박선생하고 나하고 숨어 있던 다리이다.  저 다리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었다.  그 때도 이맘때였을 것이다. (일기를 찾아보면 날짜가 나오겠지만...음, 찾았다. 2008년 10월 25일에 행군을 했었다.)






 


 2008년 10월 25일자  내 일기 (20마일 대 장정 사건) 사진 일부를 가져왔다.  저 위의 다리 3년전 모습. 12 마일 포스트 인근에 있는 다리.


이날 비 쫄딱 맞고 마침내는 다리 밑으로 들어가서 비를 피했는데, 비에 푹 젖은 패딩 자켓에서 김이 무럭무럭 났다. 사람 인체에서 발산되는 열기가 안개처럼 솟았다.   신기하게도, 그날 그 비를 맞고 20마일을 걷고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홍이 백팩에 먹을것을 담아 갔는데, 이놈이 그 백팩을 지고 그냥 마라톤하듯 달려가 버려서, 물한방울 못먹고 그 먼길을 지홍이 자식 잡으로 허겁지겁 가야했다. 비참한 날이었다.  나중에는 배고프고 지치고 비맞아서 춥고  화딱지 나고 그래서 이자식을 잡아 먹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저 다리를 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저날 저 다리밑에서 김선배에게 전화를 했었다. "여차저차해서 지금 제가 다리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습니다" 하면서 깔깔대고 웃었는데, 이 순진한 양반이 내가 비를 맞고 다리 밑에 있다는 메시지만을 접수하고는 매우 걱정스러운 음성으로 "거기 위치를 정확히 말해봐요. 내가 지금 차로 데릴러 갈테니까."

지금 마님께서 저 라이드 해주실 군번이십니까. 깔깔깔.  그날 빗속에서 20마일 행군을 마쳤는데, 나 데릴러 와 주겠다는 김선배 말씀은 내가 죽을 때 까지도 아마 못 잊을 것이다.  나라면, "아 그래요? 그럼 조심해서 걷기를 마치기 바래요" 뭐 이렇게 한마디 하고 말았을 것인데.   나하고는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가 다른 것으로 보였다. 





 





네발로 기어다니는 난 코스를 거쳐 쉼없이 다섯시간을 헤메고 돌아다니다가 다시 차 앞으로 왔을때는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그래서 Angler's Inn 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2층 홀. 다락방 같은 곳에 테이블이 설치 되어 있었는데, 내가 마치 다락방의 주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유쾌했다. 너무 배가 고팠던 나머지, 식전에 제공된 빵을 두조각이나 먹었고, 저 접시에 담긴 음식을 싸그리 먹어 치웠다.

내 학생은 이곳을 처음 와 보는 입장이라 다니는 곳 마다 탄성이 이어졌다.  내가 이 트레일을 0마일 지점부터 60마일 지점까지 두발로 걸어본 결과, 한 사람이 한 10마일 정도 거리를 걸을때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딘가 하면 바로 이 지점이다. 마일 포스트로 10마일 지점에서 20마일 지점 사이가 가장 수려한 경관이다. 오늘 내 제자에게 내가 걸었던 수로중에서 가장 환상적인 코스를 보여준 셈이다. 내 학생은 아마 일요일에 가족과 함께 이곳을 또 찾아 올 것이다.

혼자 걷는것도 좋지만, 생각이 통하는 학생과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일을 얘기하면서 걷는 것도 좋았다.


사실, 어제까지도 몸살 기운이 있어서, 며칠간 밤이면 독한 타이레놀 수면성분이 있는 것을 먹고 잠이 들고, 낮에는 아스피린을 먹고 버티고 그랬다.  어젯밤에 약을 먹고 자면서 제발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가뿐해져라 가뿐해져라 하고 최면을 걸었다. 만약에 내 학생과의 약속이 아니었다면, 나는 모두 다 취소 했을 것인데, 그 약속을 나는 잘 못 깬다. 나는 참 우둔하게도  남과의 약속은 숙제처럼 꾸역꾸역 지키는 편이다.  그래서 옷 껴입고 약 두 알 먹고 나갔는데, 오히려 땀을 뻘뻘 흘리며 아주 진을 빼고 돌아오니, 오히려 몸이 가뿐하다. 자연의 치유력인가.  자연이 주는 상인가?  약속을 지켜서 다행이다.




2011년 10월 28일. 금. 학생 H 와 함께.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0. 21. 08:15



구글에서 Rileys Lock House 를 검색하여 주소를 찾아냈다. 약 40분 걸리는 거리. Seneca Creek Aqueduct 를 찾아가도 된다.

지난번에 저기 보이는 라일리의 집을 구경해 본 적이 있고, 여기서 조금 더 가면 23마일 포스트가 나온다. 이 23마일 포스트에서 33마일 포스트까지 왕복하는 것이 오늘의 목표. 10마일 갔다가 다시 돌아 오는 거리.

오전 10시 30분부터 걷기 시작하여 오후 1시 30분에 10마일 지점에 도착 (3시간)
다시 반환하여 오후 5시에 원점에 도착했다 (3시간 반)
중간에 앉아서 쉰적이 없다. 내내  걸으면서 사과와 주먹밥을 먹었다. 캔커피를 반환점에서 기념으로 마셨고, 물은 먹지 않았다. 날이 쌀쌀하고 (땀을 많이 흘리지 않고), 사과를 먹었으므로 그것으로 수분 보충은 충분 했던 것 같다.

오전에는 길에서 사람을 아무도 못 만났다. 강변 숲속길에 오직 나와 다람쥐, 새들 뿐이었다. 오후에는 다섯사람을 길에서 스쳤다.  33마일 지점까지 가는 길에 마일 포스트에  도착할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증명사진.)

























도착!!!  33마일 지점!!!







33마일 지점 도착 기념으로 가방에서 캔커피를 꺼내서 기념식~


마셔 주시고~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 가는 길.


혼자 온종일 걸으면 심심하지 않는가?  뭐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걷는가? 묻는 분도 있다. 난 별로 심심하지 않다. 그저 즐거운 생각을 할 뿐이다.  그런데 슬슬 심심해지면, 가방에서 킨들을 꺼내어 주로 마태복음을 읽는다.  오늘은, The Beautitudes 를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길에 아무도 없으니까, 그냥 이걸 꺼내어 소리내어 읽으면서 걸어도, 발에 걸리는 것도 없고, 어느정도 외워지면, 킨들을 가방에 다시 넣고, 대강 생각나는 구절들에 대해서 사색을 하면서 걷는다.

오늘 나는 이 The Beautitudes 의 '순서'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색을 해 보았다.  순서에 대해서 사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체를 외우게 된다.  그리고, 피로를 잊게 된다.




다시 출발지점 라일리즈 록 하우스.


반다나 (머리에 두르는 면 스카프)가 꽤나 유용하다는 사실을 오늘 알게 되었다. 목에 두르고 갔는데, 오늘 바람이 몹시 불었다. 후드자켓을 입고 갔으니 그 후드를 뒤집어 쓰면 되었는데, 써보니 몸이 불편했다. 자꾸만 목을 움추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것이 성가셔서 벗어버리고, 목에 둘렀던 반다나를 머리에 썼다. 의외로 간편하고 바람도 잘 막아줬다.  이것이 그러니까 만능 스카프였군.

오전에는 후드자켓 위에 카디건까지 입고 출발 했는데, 걸으면서 점점 몸이 뜨거워져서, 차례차례 벗고 마침내 셔츠만 남았다. 운동의 매력은, 몸이 공장처럼 막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몸이 뜨거워지는 그 기분이 좋아서 자꾸만 나가고 싶어지는 것도 같다.

지난번에 등산화를 신고 나갔을때는 신발이 무거워서 좀 피로했지만, 발 상태는 아주 좋았었다. 뭐 아무런 피로 증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워킹화를 신고 나가니 이미 반환점 부터 발바닥 엄지 발가락 아랫부분, 아치가 시작되기 직전, 힘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이 슬슬 따가워지기 시작하더니 자꾸만 아파왔다. 집에 와서 보니 물집이 생겨 있었다. 두발 모두.  물집이 심한 것은 아니고, 약간. (내일 나갈수 있으려나 조금 걱정이 된다.)

역시 장거리 숲길  워킹에는 등산화가 더 좋은 것으로 판결이 났다.


중간에 주먹밥을 두번 먹어줘서 그런지, 워킹을 마쳐도 배가 고프지 않고, 피로하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지난번의 운동 효과도 있고, 어제도 몸 풀어주기 위해서 나가서 8마일 걸어줬고, 이래저래 몸이 가벼워진것 같다. 몸도 피로하지 않고, 걷기 기록도 향상되었다.  어제 온종일 비가 왔기 때문에 강물이 불어서 소리를 내며 흘렀고, 숲길도 물에 젖어 촉촉했기 때문에 걷기가 아주 좋았다.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흙길이 이어졌으므로.  그래서 아마 덜 피로했을 것이다.

오전에는 맑고 바람이 몹시 불었고, 오후부터는 날이 흐려졌다. 그래도 춥지는 않아서 걷기에 좋았다. 축복받은 또 하루였다.






그러니까, 아래의 지도에서, 맨 아래, 조지타운에서 시작되는  0마일--> 3.5 마일 구간은, 평소에 내가 워킹 나가면 걷는 곳이다.  3.5 에서 13.5 마일까지는 3년전 가을에 온가족이 왕복 한 적이 있다. Great Falls 까지 다녀오는 20마일 거리이다.

며칠전에는 12.3 마일부터 23마일 구간을 왕복을 하였다.

오늘은 23 에서 33까지 왕복 하였다.

33마일부터 60마일 구간은 지난 봄에 50킬로미터 걷기 행사에서 걸은 구간이다. 그날 화이츠페리에서 출발하여 워싱턴 방향으로 걷다가 다시 돌아 거슬러 올라갔었다. 마일리지를 정확히 채우기 위해서.  그러니까, 오늘 33마일까지 채움으로써, 60마일 지점까지는 내 발로 모두 걸어준 셈이다.  이후에는 하퍼스페리에 가서 걷기를 해야 한다.  집에서 하퍼스 페리까지 차로 힌시간 반 정도 걸릴텐데... 걷고 오는 길에 장시간 운전하는게 고역이겠다.  :-)

광개토대왕이 되어 내가 정복한 땅의 지도를 보고 있는듯한 기분이 든다 :-)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0. 18. 18:51

지난 3년간, 강변에서 길 막아놓고 공사하던 것이 끝났다.  조지타운에 오랫만에 나가보니 이렇게 말끔한 공원이 탄생.  매일 이 길 걷다가 서울로 돌아간 '조지타운 향우회' 회원 여러분을 위한 특별 뽀나쑤.























2011년 시월의 어느날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0. 18. 18:36


수로 22.5 마일 거리에 수문 (Lock 24)가 있고, 이곳 수문 관리원 주택이 문을 열고 방문객을 기다린다. 1870년에 이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 지역 걸스카우트 여학생들과 부인들이 당시의 아주머니, 소녀의 복장을 하고 사람들을 맞는다. 각 방마다 걸스카우트 소녀들이 배치되어 조롱조롱 안내를 해준다.  <초원의 집>을 떠올리게 하는 소녀들의 복장과 실내 집기들.











손을 씻거나 세수를 할 수 있는 실내의 공간과 집기들. (2층 안방=부모의 방 구석에 있었다)


1층 거실에 놓여있던 의자와 인형.



 

1층 부엌 한 켠에 마련된 식탁.


부엌의 중심. 화덕.


역시 부엌의 오른쪽 구석에 마련된 빨래도구들. (집앞에 강도 흐르고 수로도 있으니 밖에 나가서 펑펑 빨래하면 되었을걸~)




초원의 집, 로라 잉걸스 같은 소녀가 생크림을 만든다고 휘젓고 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0. 18. 17:49


2011년 가을 휴가.  일주일간 100마일 (160킬로미터)을 걸어보면 어떨까?  대략 하루에 20마일씩, 닷새정도 걸어보면 어떨까?  일단 이렇게 생각을 정하고, 길을 나선 첫날. 

행선지는 포토맥 강변 수로 길 (Chesapeake Ohio Canal Road) 12.3마일 거리에서 ---> 23 마일 거리까지 왕복.  Great Falls 입구 Angler's Inn 이라는 식당 쪽 입구에서 10여마일을 갔다가 반환하여 오는 코스를 잡았다.  10시에 걷기 출발. 중간에 10분 이상 앉아서 쉰 적이 없다. 돌아올때 몇차례 쉬었고, 반환점 까지 가는 동안에는 쉬지 않았다.  도중에 수로변 관리인 주택에서 집 공개 행사를 하길래 잠시 기웃거리며 구경을 하기도 했다.

출발한지 세시간 반만에 반환점 (23마일표)에 도착 (10시 출발 --> 오후 1시 30분 반환점 찍고), 출발점으로 돌아왔을때는 여섯시. 반환점 까지는 세시간 반, 거기서 원점까지 돌아오는 길은 네시간 반이 소요 되었다. 전체 8시간.

평가: 등산화를 신고 출발했는데, 신발 바닥 부분은 일반 워킹화보다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발바닥 부분의 피로함은 적었다.  그렇지만 워킹화보다 무거우니까 그것은 감점 요인.  오래 걷기 할때 등산화가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발목을 감싸는 등산화인데, 왼쪽 발목 한쪽이 약간 부었다.  그래도, 발 전체를 보호하는데는 등산화가 좋은것 같다.

8시간동안 먹은것: 사과 두알, 물 반병.

위의 동영상은, 천국같이 맑은 가을날, 강바람이 상쾌했고, 며칠간의 워싱턴 지역의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서 강물이 요란하게 소리내어 흐르던 '시간'을 잠시 붙들어 둔 것이다.  마지막에 내가 Hey! 하고 즐거운 비명을 지를 것은, 화면에 잠깐 나타나는 노인의 개가 나를 지나치면서 내 다리를 싹 핥고 지나갔기 때문에 간지러워서.  개들은 그 촉촉한 코를 문질러대며 내 신체의 어딘가를 싹 핥고 지나치곤 한다. 개가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방법일 것이다.

물소리 바람소리, 햇살의 노랫소리가 내 카메라에 잠시 모습을 드러내다.



혼자 길을 걷는 나그네에게는 마일스톤도 아주 소중한 친구가 된다. 23마일 표시. 이 조그만 마일스톤을 손으로 쓰다듬어주고 반환. (그러니까, 다음에는 여기서 출발해서 또 10마일 가는것이지... 가능하다면...)



오른쪽에 바다같이 너른 강. 왼쪽에 수로. 나는 반환점을 돌아, 다시 동쪽으로 가는 중. 저 앞에 보이는 아저씨의 개가 내 다리를 싹 핥고 지나갔다.






햇살은 바람에 일렁이는 나무 그림자로 편지를 쓴다.




오후 여섯시, 기진맥진. 다리는 천근이고, 배는 고프고. 시작점에 있는 Angler's Inn 식당. 20마일을 잘 걸어준 나를 위하여, 스테이크와 와인. 식당은 분위기 좋고 서비스도 만족할만하다. 단지, 음식값이 좀 비싼편이지... 나도 처음 가 봤다.  기념 할 일이 있을 때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변, 숲속의 여관. 여관 정원의 테이블.  촛불과 야외 난로.  대체로 아름답다.





2011년 시월의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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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9. 6. 03:56


그저께 산 등산화를 길을 들이기 위해 (to make it broken well) 헤리티지 트레일에 나갔다.  지난 토요일에는 동일한 길을 반대 방향으로 진행했었다.  그러니까, 지난 토요일에는 평소대로 포토맥 강을 끼고 걷다가, 그냥 반환하기 심심해서 키브리지를 건너 로즈벨트 섬으로 진입하여 여기서부터 헤리티지 트레일을 따라서 체인브리지, 거기서 다시 포토맥 애비뉴까지 가는 동선이었는데. 내 예상보다 험난한 길이었다. (만만히 생각하고 들어섰다가 고생을 좀 했다.)  전에도 왔던 길인데, 왜 이렇게 험난하게 느껴질까?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동선을 잘 못 잡은것도 원인 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 동선은 '갈수록 태산' 이다. 가면 갈수록 힘든 코스.  이러면, 그렇지 않아도 힘이 빠지는데 갈수록 난감해지니까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반대방향으로 시작을 했다.  일단 차는 평소에 두는 장소에 모셔놓고, 몸을 풀겸 편안하게 체인브리지를 건너서 헤리티지 트레일로 접어 든다.  체인브리지에서 들어가는 헤리티지 코스의 경우 로즈벨트 섬까지 4마일 거리중에서 처음의 약 1.5 마일이 난코스에 해당된다. 이 코스를 지나면 그저 강을 끼고 오르락 내리락하는 언덕길이 펼쳐질 뿐이다. 그러니까 걷기 시작할때, 아직 기운이 펄펄 날 때 힘든 코스를 통과하면, 그 후부터는 기운이 빠져도 별 어려움없이 평소 페이스대로 걷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역시 내 계획이 내 몸에 잘 맞았다.  로즈벨트에서 키브리지를 건너 조지타운에 접어 들었을때는 이미 내집 안방 같은 편안한 기분.  오늘은 무리없이 편안하게 한바퀴를 돌았다. 초년 고생은 사서도 한다.  힘든 코스는 처음에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고생 다 끝나고, 키브리지를 통과할 무렵 길가에 펼쳐진 허니써클 무더기 무더기.  인적없는 길에 무리지어 핀 흰꽃무더기가 어쩐지 봄날의 찔레꽃처럼 슬프더라.  지홍이한테 편지쓸때 부쳐주기위해서 꽃을 좀 땄다. 눌러서 편지에 붙여서 보내주면, 지홍이가 이 꽃 향기를 맡을수 있을까?




강의 이편에서 강의 저편을 내다 보다.  주로 강의 저편에서 이쪽을 쳐다보곤 했는데, 이제는 내가 이편에 있다. 차안과 피안. 삶의 이편 저편을 경험하듯, 나는 강의 이편 저편을 걷는다. 이 길이 끝나면, 키브리지를 건너 다시 강의 저편으로.

집으로 돌아오는길, 내가 아침에 걸었던 길을 찾기 위해서 나는 기웃기웃 강건너편을 보며 걸었다. 나의 길. 인적이 뜸한 나의길.


새로산 등산화는 '합격'이다.  어제 산책할때 일부러 신었는데 편안했다. 그래서 오늘 용기를 내어 이걸 신고 산으로 간 것인데, 세시간 넘게 걷는 동안, 특히 바위 골짜기를 이리저리 넘나드는 동안 내 발을 잘 보호해주었다. 신발이 무겁지도 않고, 바닥에 닿는 착지감이 참 안정되고 좋았다. 새로 신었는데 발이 불편하지도 않았다. (요즘 신발 만드는 기술이 정말 좋은가보다. 새 신인데 불편하지가 않다니 말이다.)

키브리지 건너, 조지타운에 도착했을때 열두시쯤.  그래서 나의 단골 식당으로 가서 샐러드와 아이스티로 점심을 먹었다. 웨이터가 친절했고, (알아서 아이스티를 충분히 리필해주었다), 이웃 자리에 앉은 사람들도 친절했다. 내가 먹기 좋게 잼을 내 쪽으로 밀어 주었다.  땀을 흠뻑 흘리고 노곤한 상태에서 마시는 아이스티와, 적당히 배가 고플때 먹는 음식. 친절한 미소. 참 좋은 시간이었다.  혼자서 즐겁게 점심을 먹으며 내 생활의 '주제'를 정했다. '칸트 놀이'를 해야지. 칸트 놀이. 

칸트는 고약스럽고, 수다스러우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괴상한 성격이었다고 알려져있다. 그는 심부름하는 머슴에게 인색했다고 하며, 자기 몸을 꽤나 챙겼다고도 한다. 좀 웃기는 할아버지였던 것 같다. 나는 당분간 칸트 놀이를 하기로 했다.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면서, 산책하고, 사색하고, 공부하고 그렇게 살겠다는 뜻이다.  주말에는 '순례자' 놀이를 해야지. 주말에는 어디론가 낯선 곳으로 가서 한나절 걷겠다는 뜻이다.  나는 현재의 나의 삶을 '안식년'이라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잠시 주어지는 안식년. 나 혼자서 사색하고 생활하는 시간. 이 시간이 길어질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 내게 주어진 이 고요한 시간을 나는 최대한 의미있게 보내고 싶다. 칸트 놀이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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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9. 6. 03:29

 날짜  걷기오전  걷기오후  다른 운동  메모
 1 (목)
 2 (금)
 3 (토)
 2
 -
9
 -
2
-
 
카메라도 안가지고 나간 인적없는 산길.  사진대신 들꽃을 따서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오다.
 
lemon
 포토맥-로즈벨트-헤리티지-체인브리지 논스톱 세시간 20분 길 끊어진 바위 산길. 등산화 사야겠다.
 5 (월)  10  -   5 hours Heritage + Potomac
         
         
 총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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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9. 4. 20:20

 

내 생애 최초로 내 발에 맞는 등산화를 샀다. (어제).

전에 스포츠 오소리티에서 대강 등산화를 살펴 봤었고, 노스페이스 등산화도 살펴놨고, 어제 팀버랜드 매장에서 예쁜 등산화를 만났는데 (꽤 팬시했다) 어쩐지 그 팬시함에 넘어가면 안될것 같아서 에코에 갔다가, 이 신발이 제일 맘에 들어서 이것을 샀다.
 
어제 아침에 산책 나갔다가, 난데 없는 바위지대를 만나는 바람에 내 발이 고생을 좀 했다. 평평하고 잘 닦여진 산책로에만 익숙해진 내 몸이 집중력을 요구하는 바위 산길에서 영 적응을 못하고, 특히 발과 발톱이 고통을 겪었다. (발톱 일부가 깨졌다. 양말과 신발이 얇았던 때문이다.)  그래서 '등산화'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등산화 그것이 둔하고 무겁고, 그걸 왜 신나 했더니 발전체와 발목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어제 바위지대에서 고생을 좀 했는데, 통과 하고 나니, 특히 그 고생스런 지대에 또다시 가고싶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평소에 안다니던 길에서 고생을 좀 한 결과, 몸살이 났다. 이 몸살이 지나면, 산에 가도 몸살이 안 날것이다.)  평탄한 길은 재미가 덜하고, 바위산을 좀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평생 내 몫으로 등산화를 사 본 적이 없다. 옛날에 엄마가 산 빨간 나이키 등산화를 신은적이 있었는데, 내 발에 약간 작은 (발에 딱 맞는) 신발을 그래도 열심히 신고 다녔었다. 그것이 집에 있던 유일한 등산화였었으니까.  발가락이 아픈것을 참고 그 것을 신고 산에 오르고 그랬었다. 아주 옛날 얘기다. 지홍이가 태어나기도 전이니까.

이제야 내가 내 몫의 등산화를 한컬레 장만한다. 인생은 아직도, 새롭고, 처음이고 그런 것들이 많이 있다. 늘 새로운 해가 떠오르는 것이니까. 새로운 길이, 새로운 사람들이 내 앞에 펼쳐지고 지나갈 것이다.  열이나서 오늘 장거리 워킹은 불가능하겠다. (산에 가기 전에 이 신발을 신고 길을 들여줘야 하는데...)


***

같은 매장에 트레킹화도 아주 예쁜, 그리고 편해보이는 것이 있었는데, 신어보니 발 앞꿈치가 신발에 닿았다.  이상도하지 똑같은 사이즈인데 등산화는 앞꿈치가 신발에 안닿는데 왜 트레킹화는 닿는 것일까? (나는 발 앞꿈치가 신발에 닿으면, 안신는다. 두꺼운 양말 신고, 발이 부을경우 신발에 닿는 부분이 아프니까.)  그 트레킹화가 참 가볍고 예뻤지만, 그점이 맘에 안들어서 안사고 말았다.  하지만 가벼운 트레킹화도 한켤레 갖고 싶은데 말이지. 

아주아주 나비처럼 가볍고 기능적인 트레킹화도 하나 골라서 사야지.  산에 가기에 좋은 계절이다. 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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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9. 2. 22:32

 날짜  오전(새벽)  오후 (저녁)  기타  
 8월 6일 (토)  포토맥  (6마일)  버크레이크 (2마일)    레몬다이어트 8일째부터 운동 다시 시작
       7일 (일)  포토맥 (6마일)      
       8일 (월)      수영 1시간  레몬다이어트 10일 완성
       9일 (화)      수영 1시간  
       10일 (수)      수영 1시간  
       11일 (목)    포토맥 (6마일)  수영 1시간  
       12일 (금)  포토맥 (6마일)  조지타운 (7마일)    
       13일 (토)  버크레이크 (5마일)      
       14일 (일)  포토맥 (6마일)      
        15일 (월)  동네 (3마일)      
        16일 (화)  동네 (3마일)  포토맥 (6마일)    
        17일 (수)  동네 (3마일)  동네 (3마일)  수영 90분  
        18일 (목)  동네 (4.2마일)      
        21일 (일)  조지타운 (7마일)  동네 (2마일) 왕땡이와    
        22일 (월)  동네 (4.2 마일)      
        24일 (수)  동네 (2마일)      
        25일 (목)  동네 (4.2 마일)      
        26일 (금)  동네 (4.2마일)      
        27일 (토)
        31일 (수)
 동네 (4.5 마일)
 동네 (2 마일)
   트랙 달리기도 했다.  

통계: 걷기 96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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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Walking2011. 8. 22. 01:54



지난 금요일 아침에는 찬홍이 대학 오리엔테이션에 다려오느라 이른 아침부터 바빴고
어제 토요일에도 아침부터 찬홍이 귀 고막 파열 된것 같아서 이비인후과에 갔다가, 은행에 들러서 찬홍이 카드 하나 만들어주고, 집에 가구 가지러 사람이 온다고 해서 집안 정리 좀 하느라 고된 하루였다.  그래서 지난 이틀간 운동을 못했다.  집에 있는 침대며, 아이들 쓰던 책상 이런것들을 내 학생네 집에서 가져가기로 했다. 그 집에 홈스테이 하는 학생이 와서 그런 가구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우리집에 있는거 가져가라고 했다. 어차피 나는 짐을 확 줄이고 단촐하고 가뿐하게 살 생각이라, 원하는 사람 있으면 모두 내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태권도 대회 할때 귀를 맞아서 찬홍이 귀 고막이 약간 파열되었으나, 의사 소견으로는 그냥 내버려두면 되는 정도라고 한다. (다행스런 일이다.)

오늘도 어쩐지 매일 새벽에 깨던 내가 일곱시까지 내쳐 자버렸다. 여덟시가 넘어서야 산책을 나갔다. 모처럼 찬홍이 데리고 조지타운까지 가서 카페에 가서 아침을 잘 먹고 왔다.  찬홍이는 오늘이 레몬 다이어트 7일째 인데, 그냥 카페에서 아침을 먹였다. 찬홍이 레몬 다이어트는 이쯤에서 정리 시키려고 한다.   (나는 하루에 한번, 그리고 주말에 레몬 다이어트 요법을 병행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하루중 저녁 한끼, 그리고 주말 하루쯤을 레몬다이어트 음료를 만들어서 계속 해독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 해독 요법이 내 체질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몸이 가볍고, 머리가 맑은 느낌이 좋다. 커피도 안먹고 있고, 매일 레몬수를 먹으니까, 확실히 잠 잘 자고 머리 맑고, 그리고 덜 지치는것 같다. )

조지타운에 작은 카페가 있는데 그 카페 앞에는 예쁜 자전거가 장식으로 세워져 있다. 오늘은 그 자전거 그늘에 개 한마리가 묶여 있었다.  순하고 착한 개. 다가가서 보니 아랫니 송곳니 두개 중에 하나는 빠지고 없다. 꽤 오래된 개 인 모양이다. 열살 넘은 우리 왕눈이도 아직 이가 멀쩡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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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8. 18. 00:26

나 어렸을때, 시골에서 살때, 그러니까, 내가 네 살때, 우리들이 마당에서 놀다가 일없이 하는 자랑질 중에는 "너 버스 타봤어?" 이런거였다. 내가 이것을 분명 네살 때라고 기억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해에 우리 부모님과 형제들이 나를 떨어뜨려 놓고 서울로 가버렸으니까. 그리고 내가 버스를 처음 탄 기억은 아직 시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우리식구 이렇게 모두 모여서 살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네살이거나 그 전이었다는 것이지.

버스를 처음 탔을 때의 기억.

흑먼지 막 날리고, 그리고 창밖으로 사물이 막 휙휙 지나가는 그 놀라움! 와 와 세상이 막 지나간다!!!

버스를 처음 탄 아이들은 대개 너무나 놀라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서 버스를 타봤냐 못 타봤냐 점검이 끝나면, 그 다음에는 "너 울었냐 안 울었냐" 이런 조사였다. 난 울었는지 안 울었는지 잘 모르겠다. 내 성격에, 안 울었을것 같다 (너무너무 겁이 나서 쫄았겠지만 겉으로는 태연한척 했겠지...)   아, 창밖에 미루나무가 막 다가왔다가 휙 지나가던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그 후에 우리들이 초등학생이 된 후에, 그 마당에 놀던 아이들의 화제는


"너 에레베타 타봤어?"  --> 일단 에레베타가 뭔지 모르면 한수 꺽이고 들어가는거다.
"너 에스카레타 타봤어?" --> 역시 타고 못타고를 떠나서 이것의 존재 자체를 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그리고 그 후에

"너 서울에 있는 전철 타봤어?"

서울에 가서 전철을 처음 타 본 아이는 우리 이웃의 유순이였다.  서울가서 전철 탔다고 자랑질을 엄청 했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놀이같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며칠전에 찬홍이와 왕눈이와 산책을 하다가  문득, 걷는 것이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갑자기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내가 다리를 움직일때마다 세상이 조금씩 움직인다. 멀리 있던 것이 가까이 다가오고, 그리고 내 곁은 지나쳐간다. 내가 다리를 움직이면, 세상은 영화처럼 돌아간다. 움직인다. 세상이 움직인다.  내가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면, 세상은 정지해 있을 것이다. 내가 다리를 움직이면 세상은 살아 움직인다.  그런 현상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어쩌면, 옛날에, 옛날에, 내가 한돌쯤 되었을때, 내가 처음으로 일어나서 걸음마를 시작했을때, 그 때, 한걸음 한걸음 떼면서 나는 세상이 마구 흔들리고 그리고 덜컹거리며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내게 세상은 얼마나 신기했을까?  나는 여기 있는데, 나는 왜 나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걸까?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8. 17. 23:37


요즘, 아침에 (강변에 나갈수 없는 평일에) 내가 걷는 산책 코스.  

우리 아파트 앞 일직선으로 나 있는 도로가 Margarity Road 인데, 지난해에는 아침에 이 길을 따라서 매클레인 하이스쿨까지 가서 트랙을 몇바퀴 돌고 돌아오는 (총 3마일) 워킹을 하곤 했다.  (우리집은 이 마가리티 도로 중간쯤에 위치한다.)

그런데 내 성격상, 운동장을 뺑뺑이질 하는 것을 진심으로 즐길수가 없다. 난 뱅글뱅글 도는 일이 굉장히 지루하다.  그래서 학교 찍고 근처 공원을 에둘러서 막 이리저리 돌아다니곤 했는데, 그것도 질서가 없어 보여서 금세 싫증이 났고.  오늘 아침에 지도에 있는 노선을 '확정' 지었다. (당분간 아침마다 이 노선대로 산책을 나가겠다는 것이지.)  그러니까 내 성격이,  반복해서 뭘 하는것은 지겨워하고, 그렇지만 뭔가 정해진 질서를 필요로 한다. 무질서한것은...매력이 없어 보인다. 무질서 속의 질서. 그것이 가장 매력적일 것이다.

구글 맵으로 계산해보니 일직선 2.1 마일. 한바퀴 돌면 4.2 마일이 되겠다.  4.2 마일이면 빠른 걸음으로 한시간이면 걸을수 있다. 달린기를 하는 사람들은 30분이면 가능한 거리. (이길을 달리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난 타고난 거북이라서 달리기를 하면 금세 지치고 만다. 

이 길의 장점은 일직선으로 길이 뻗어있되, 구불구불 완만한 언덕길을 오르 내리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 걸을때는 잘 모르겠는데, 막판에 반환하는 지점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멀리 오르락 내리락 완반한 언덕길이 펼쳐져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완만한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걷는것도 재미있다. (평지는 약간 지루하다).

나는 여전히 포토맥 강변길로 나가곤 하지만, 아침 출근전에 몇시간씩 강가에 갔다 올수는 없으므로, 아침 운동은 이길에서 보낼 때가 잦을 것이다.  오죽 맘에 들었으면 내가 지도까지 갖다 붙여놓고 이러고 있을까. :-)  새벽에 혼자 이길 걸을때 기분 무척 좋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8. 15. 09:22
2011년 8월 12일 (금)

새벽에 일어나서 키브리지까지 왕복했고,

저녁에 혼자 나가서 조지타운 거리와 반즈앤노블 책방을 구경하고 밤길을 걸어 돌아왔다. 밤의 숲속은 캄캄한데, 막상 어둠속을 혼자 걷는 일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좋았다.  나중에 정말 배낭 하나 매고 천지 유람을 해도 될것 같다.

해질녘, 조지타운의 올드 스톤 하우스 앞에서 두명의 악사가 파헬벨의 캐논을 연주하고 있었다.  단지 음악이 흘렀을 뿐인데, 나는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방랑자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2011년 8월 13일 (토) 버크 레이크

아침 일곱시, 버크 레이크의 태양.




이른아침, 호수에 배를 띄우고 낚시를 하는 가족.  미국의 아빠들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자녀들에게 낚시를 가르쳐주거나 혹은 스포츠를 함께 하는 것을, 어떤 신성한 의무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의 문화...)

 


2011년 8월 14일 (일)

온종일 날이 흐렸다, 비가 왔다, 개였다, 다시 흐렸다를 반복하고 있다. 저녁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예보되고 있지만 얼마나 쏟아져 줄지는 미지수다. 아침에 비가 부슬부슬 오길래 그냥 키브리지까지 걸어갔다 왔다.  90분간 걷는 도중 소나기가 후두둑하고 쏟아지거나 부슬부슬 비가 내리거나 개이거나 그랬다.  시원하고 좋았다.


일기예보와 달리 쨍쨍한 저녁.  풀장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모두들 비가 쏟아질것을 예상하고 안 나온 모양이었다. 한시간동안 쉬지 않고 수영을 하고 돌아왔다. 물속에 있을때는 내가 물고기가 된것처럼 자유롭고 시름도 사라진다.  하지만, 이 좋은 수영도 앞으로 일주일 정도 하면 여름이 갈 것이다. 일주일후에 생리가 오고, 그래서 물에 못들어가고  며칠 지나면 서늘한 바람이 불겠지.  그런 생각을 했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빨리 지나간다. 그래서 청춘도, 인생도 금세 지나간다.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고 하고 있다. 날이 추워지기 전까지는 꾸준히 근육을 키워야겠지...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8. 12. 12:02


새벽 네시에 잠이 깨면, 그 때부터 잠을 못잔다.  그래서 버스럭거리면서 동이 트기를 기다리다가, 동트면 찬홍이네 학교까지 해서, 동네를 한바퀴 돌고 들어온다. 그러면 한시간이 지난다.  오늘 아침에도 그렇게 아침 운동을 했다.

퇴근 후에는 찬홍이와 곧바로 아파트 수영장에 가서 한시간동안 쉬지 않고 수영을 했다. 며칠 연달아 하다보니 할수록 는다. 신기하다 사람의 몸이. 사람의 몸은 써줄수록 발달된다.

수영 마치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곧바로 포토맥으로 나갔다.  조지타운에 도착하니 예배당의 종이 아홉번을 때렸다. 다시 터벅터벅 걸어서 출발 지점으로 돌아와, 집에 돌아오니 열시 반이다. 빠진 살 다시 찔까봐 내가 아주 발광을 하고 있다....  (찬홍이도 기숙사 들어가기 전에 살을 좀 빼줘야 하겠어서...)

아직 보름 되려면 2-3일 남은것 같은데, 달이 참 환했다. 밤의 숲속길을 걷는것이 참 좋은데, 찬홍이 기숙사 들어가고 나면 나 혼자서는 밤길 못다닌다. (새벽에 다니면 되겠지...)  밤은 신비롭고 그윽하다. 그리고 공기가 시원하다. 참 아름다운 달빛 속 산책이었다.  내일 또 나가야지.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8. 7. 22:29
2011년 8월 7일 일요일 아침 6시-8시

곧 비라도 쏟아질것 같이 찌푸린 하늘.  일요일 아침.



어제 아침에 멀쩡했던 길에 나무 한그루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다.



달리기 행사를 하는듯 단체로 뛰는 사람들 행렬.



그래서 포토맥 강변에 나가면 저절로 운동에 대한 자극을 받게 된다. 미끈한 선수들이 총 집결을 하니까.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