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2. 4. 22.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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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왕눈이 데리고 리버밴드에서 그레이트 폴스까지 산책을 다녀왔다. 폭포 입구쪽에 작은 시내가 흐르는데, 왕눈이를 쉬게 하려고 시냇가로 내려갔더니 왕눈님께서 작은 조약돌로 덮여있는 시냇가에 '털퍼덕~'  엎드리고 만다. 앞발을 물에 담근채 가끔 물을 먹기도 하고, 졸졸 흐르는 물을 쳐다보기도 하고. 혹은 시냇가의 풀들을 뜯어먹기도 하고 (왕눈아, 네가 양새끼로 보이는 구나. Mary has a little lamb!  너는 새끼양이고 나는 메리 놀이를 해야겠구나.)

 

폭포 내려다보고 돌아서는데 머리위에 아카시아가 주렁주렁.  한송이 따서 야금야금 먹었다.  옛날에 어릴때 시골에서 살때, 동네 아이들 (고모들, 오빠 언니, 이웃집 아이들)이 개울가에 몰려가 아카시아를 따 먹었다.  아이들 높이의 아카시아를 다 따먹으면, 그중에 나무를 잘 타는 이웃집 유순이같은 애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 꽃을 따먹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네살짜리 땅꼬마인 나는 고모들이 마지못해 노나주는 꽃 몇송이 얻어먹는것이 고작이었는데, 참 달고 맛있었다.  한국에서 아카시아가 지천으로 피어나지만, 내가 따먹을수 있는 나지막한 아카시아 나무는 없었다.  버지니아에 오니 나무들이 하도 많아, 아카시아도 많고, 미국 사람들은 꽃을 따먹을 생각을 안하므로 내가 원한다면 아마 아카시아로 배를 불릴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한송이 맛보는 것으로 이미 추억이 몸안에 가득해진다.  나는 되새김질 하는 초식동물 같아, 결국 추억을 되새김질 하는 시간이 내가 살아있는 시간보다 더 긴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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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2. 4. 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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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주문한 신발 덮개가 왔다.  앞부분에는 고리가 달려서 운동화 끈에 걸면 되고, 뒷꿈치에는 찍찍이를 붙여서 고정 시키는 것이다. 물론 탈부착이 가능하므로 다른 신발 신을때는 거기에 부착 시키면 그만이다.

나는 등산화를 신고 장거리 워킹을 할 예정이기 때문에 요즘 등산화를 주로 신고 걸으러 나간다. (이 등산화를 신어보니 그 둔탁한 바닥이 의외로 편안하고, 산길에 안전해서 자꾸 신게 된다.)  등산화에 부착시키니 날렵한 맛을 덜하지만, 그래도 예쁘다.  군복무늬에 핑크색 입힌 원조는 (내가 알기로는)앤디 워홀 님이다. 워홀님은 내겐 충분히 매력적인 분이시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워홀무늬'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 다음주 토요일이 바로 그 날이군.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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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2. 4. 16. 08:15




I saw something moving gently on the surface of the river and snatching a fish!

The victim looked larger than the mouth of the serpent and I was wondering how it was going to cook and eat its dinner.

I was sorry to see that the fish was still alive and was trying to free himself from this monster's mouth.

Sometimes I feel something like I were trapped in a hell without exit and the only way out is 'eternal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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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2. 4. 6. 17:26

 

 

 

2012년 4월 5일 (목),  운하 4마일에서 14마일까지 왕복

총 거리: 20마일

시간: 오전 8:45 - 오후 5:45 (9시간)

앉아서 쉰 시간은 30분도 안되고, 오가며 딴짓하고 한눈 파느라 거북이 행진. (거북이도 만나서 놀고...)

 

 

이번주가 내게는 스프링 브레이크이다.  집에서 책보면서 주변 정리도 하고. 청소도 하고. 그래도 날 좋을때 20마일 한번 걷자고 가볍게 길을 나섰다. 가방에 바나나 두개 넣고, 물 한병 담고. 점심을 싸기도 귀챦아서 베이글 가게에 들러서 계란 샌드위치 하나 사고.  포토맥 애비뉴에 차 세우고 10마일 걸어 갔다가, 간 것 만큼 되돌아 와야 하는 길. 목표는 그레이트 폴스.

 

부활절, 석탄알, 식목일이 모여 있는 일년중에 가장 '잔인한' 계절. 4월. '천국'가는 길이 이러할 것이다...라고 상상할 만큼 들꽃으로 덮인 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민들레가 지천으로 깔려 있어서, 꽃을 따 모아서 화환을 만들고 싶을 지경이었는데, 참았다... 그래도 꽃을 따면 죄가 될것 같아서.  (못 참고 몇송이 땄지만, 아마 용서 해 주시리리.) 씁쓸한 민들레 꽃. 

 

 

 

수로에 살던 거북이 (자라?)가 해바라기 하러 길로 올라와 있다.  볕이 좋은 4월.  풀잎을 따 가지고 거북이를 간지르고 있는 중이다.  산 짐승이 산 짐승을 만났는데 어찌 그냥 지나가리오. 인사도 하고 해야지. 안 그렇노 거북선생?

 

 

 

 "아이구 아이구, 야, 너 뭐야? 그냥 지나가 주면 아될까?  사색하는데 방해가 되는구나..."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 놓아라. 안 그러면 번작이끽야!  구워 먹겠노라!!!"  삼국시대로 돌아가 아리따운 수로부인을 내 놓으라고 시비거는 중이셔~

 

 

 

 

 거북아, 네 평생에 네가 하늘을 날을 일이 있겠느냐? 너는 운이 기가막히게 좋아서 이 볕 좋은날 너의 그 2차원적 삶으로부터 3차원의 세상으로 날아 오른것이지.  기적이 일어난 줄 알아라.

 

 

 

 

박태기꽃, 도그우드 하염없이 피어있는 물의 나라 포토맥.

 

 

 

여기서부터는 그레이트 폴스 찍고, 돌아 오는길.

 

갔던길 되돌아 오기가 뭣해서, 강변의 빌리 고우트 트레일로 에둘러 왔는데, (그러니까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역시 숲속 길을 걸으니까 평소에 보지 못하던 현상이나 숲속 길에 피어나는 희귀한 꽃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어떤 나무 아래를 지나가는데 분명 어디서 '딱!' 소리가 난거다. 새소리 물소리 온갖 소리가 널려있는 숲에서, 그런 물리적인 소리와 관계없는 어떤 소리.  '달빛 소리'같은 어떤 소리가 분명 난거다.  그래서 이상도 하다 하고 둘러보다가 이것을 발견했다.  도토리가 싹이 터진 소리. 떡잎이 벌어지는 도토리의 껍데기가 깨지면서 낸 소리.  그 소리는 내 귀에 들린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들렸을거다 아마. 생명이 기지개를 켜는 소리.  도토리 기지개 켜는 소리를 들으니 며칠전에 봤던 '이웃집 토토로' 생각이 났다.  도토리 싹이 나도록 밤새 기합을 넣던 토토로와 아이들.  내가 마치 생명의 존재인것처럼, 내가 지나치니까 도토리가 싹이 트는구나. 생명이 생명에게 보내는 인사.  아마 그런것이겠지. 

 

 

 

천국가는 길이 이런 꿈같은 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염소가 간신히 다녔을 이 좁은 강변 숲속길을 한참 걸었다. 가는 길보다 에둘러 돌아온 그 길이 참 좋아서 시간 가는줄 몰랐다.

 

 

집에와서 찬밥 있는거 김치랑 먹고, 전기 담요 깔려있는 찬홍이 방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한참 걷고 난 후에 몸이 으슬으슬해서 따끈한 목욕을 했어야 했는데,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내가 온종일 걸은 실제 거리는 20마일보다 훨씬 길 것이다. 에둘러 다녔으니까.  그래도 그다지 힘들지 않게 여겨졌다.  그러면 이달 말에 걷는 32마일 (50킬로)도 문제 없을 것이다. 힘들겠지만 결국 잘 해 낼 것이다. 2월 한달간, 나 혼자 앓고 지낼때는 5분 10분 걷는일도 힘이 들었었다.  매일 왕눈이 산책 시키는 것이 고역이었으니까.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하루에 거뜬히 20마일을 걸어낸 것 자체가 부활이나 기적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내가 잘 견뎌낸것도 같다. 이렇게 건강하여 온 세상에 들꽃이 가득한 계절을 걸어낼수 있는 것 만으로도 나는 무조건 하늘에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새벽에 무슨 소리에 깨어보니 내 얼굴에 달빛이 가득. (보름달인가?)  달은 아직도 내 얼굴에 가득하다. 내가 살고 있는 지구가, 그리고 햇님, 달님, 별님이 나에게 축복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사는 잘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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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2. 4. 5. 08:28

 

 

 하루종일 창가에 앉아서 내다보는 왕벚꽃 나무.  꽃잎이 바람에 날린다.  들여다보면 꽃송이가 툭...하고 떨어진다.

 우리 왕눈이, 벚꽃 아래서 님 기다리는 '게이샤' 같은 포우즈. 랄라~

 

 왕눈이는 일단 개줄을 묶고 나가면, 내가 끈을 내려놓고 딴짓을 할 때 조차도 내 주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뭐랄까, 끈이 있는한 절대로 내 곁에서 멀어질수 없다고 믿고 있는 눈치이다.  만약에 내가 끈을 풀어주면, 멋대로 아무데나 막 돌아다닌다. 왕눈이에게 '개끈'은 그 자체로도 '속박'을 의미하는 모양이다.  왕눈아, 너 착각하는거야.  (하지만, 인간 역시 이런 착각을 종종 한다. )

(저 위의 사진, 울타리에 노란 옷을 입은 사람이 아주 작게 보인다.  아래 사진에는, 그 노란 사람이 개를 끌고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나도 저 쪽문으로 왕눈이를 끌고 드나든다.)

떨어진 꽃을 감상하시는 왕눈 할아범.

 

아파트 인근, 동네 산책.  벚꽃 나무 가지 너머로 노란 스쿨버스 한대가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엘리오트의 '황무지'에 등장하는 '라일락'.  너의 향기는 지옥처럼 감미롭다.

 

태양은, 지상에도 자신을 닮은 꽃들을 흩뿌려 놓았다.

 포도송이같이 흐드러진 등나무꽃.

 

아파트 입구에 저승의 등불처럼 요사스럽게 피어난 박태기 꽃.  아직 어린, 작은 나무이지만, 꽃은 요염하게 피어났다. 색상이 어딘가 '형광 핑크'라서, 가짜꽃 같아라. 박태기꽃. Redbud.

오늘, 우리동네 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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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2. 3. 25. 03:35


오늘과 내일은 비가 예보 되어 있다.  하지만, 매일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는 봄날인데, 비가 온다고 집에만 있기에는 가는 봄날이 아쉬워서, 우산을 챙겨가지고 찬홍이와 집을 나섰다.

창밖에 왕벚꽃이 탐스럽게 피어나고 있다. 내 창에서 보이는 왕벚꽃나무. (뒤에 아파트 벽이 있어서 벽화 처럼 보이기도 한다.)


포토맥에서 3마일쯤 걸으면 나타나는 켄우드 벚꽃마을. 지난주에 막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이제 만개를 하여 꽃잎이 이리저리 흩날린다. 봄날이 가는것이 아쉽고, 청춘이 지난 것이 아쉽다.  인생이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하루가 허락된 것에 감사할따름이다.








켄우드 벚꽃 마을을 지나쳐 1마일 걸으면 나타나는 예쁜 마을 베데즈다.  마을 가운데 책방. 책방앞에 한가롭게 모여서 노는 사람들.  빨간 튤립이 눈에 띄게 사랑스럽다.




베데즈다 베이글 집에서 샌드위치 하나씩 사서 길거리 벤치에 앉아 신나게 먹고, 동네 상점 구경.



베데즈다 르 뺑 꼬디디엥 카페에 앉으면 창밖에 보이는 작은 케이크 가게가 있다. 이 집은 특별한 케이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지역 명품 케익점이라고 한다.  찬홍이와 나는 이 가게에 들어가서 케이크 구경하다가 그냥 나왔다.  내게는 조지타운 컵케이크가 더 친숙하다.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준비한 우산을 쓰고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속에 숲속길을 걸어 돌아왔다.



아침에 바글바글 사람들이 모여 있던 벚꽃 동산.  비가 내려서인지 아무도 없고 조용했다. 신비한 고요. 빗방울. 비에 젖은 꽃잎들.  그래서, 나는, 비오는날의 산책을 좋아한다. 세상은 더욱 고요하고, 인적은 없다. 별유천지 비인간.




보슬비는 우산을 접고 맞아도 그만이다. 우산을 접은채 씩씩하게 걷는 찬홍이.



빗속에 웃고 있는 제비꽃들.



어제는 햇살이 따가웠다. 그래서 디씨에 다녀 온 후에 지쳐서 낮잠을 잤다. 오늘은 날이 흐리고 비가 오니까 걷기에 참 좋았다. 지치지도 않았고, 산책을 마친 후에도 피로하지 않다.  오늘 같은 날이야말로 산책하기에 좋은 날.

찬홍이는 피곤하다고 잠이 들고, 왕눈이도 찬홍이 곁에서 쿨쿨 낮잠을 잔다.

나는 집안을 치우고 찬홍이가 먹을 맛있는 것을 만들어야지. 비오는 봄날이 참 좋다.  꽃잎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지만, 아쉬운것은 아쉬운대로,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흘려 보내는 것이 인생이다.  나는 세월이 흐르는 것을 수긍하거나 체념하기에 이르른 것 같다.  청춘을 지나 보낸 사람의 체념 같은 고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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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맨 찬삐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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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crossing the strewn to Bethes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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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여덟시 반. 포토맥 수로/강변


아홉시 반, 조지타운 하버를 지나 스웨덴 대사관 앞 (이곳이 수로의 시작점, 포토맥과 수로가 갈라지는 지점)


저만치 보이는 케네디 센터.



가까와지는 케네디 센터와 오른쪽에 유유히 흐르는 포토맥 강


케네디 센터 아래 커다란 벚나무 아래에서 나는 해마다 사진을 찍었다. 작년에는 찬홍이와, 그 전해에는 박선생과...


워싱턴 벚꽃축제의 중심점, 제퍼슨 기념관 앞 호수 (타이달 베이신) 도착.


지난 가을에 세워진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관 (기념비). 거대한 석상에 거부감이 생긴다. 이렇게 하지 말지....





호수위에 쌓이는 꽃잎들.

언제나 그리운 워싱턴 마뉴먼트.
내가 워싱턴에 처음 구경 왔을때 (2005년 여름) 한눈에 반했던 흰 탑.  나는 정말 이 탑을 사랑한다.



꽃구경 나온 사람들. 꽃 아래서는 모두 순해진다. 행복해진다.




나무 그늘에 앉아 찬홍이와 음악도 듣고, 아이폰으로 사진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면서 한가롭게 놀고 있다가, 이 사람많은 곳에서 내친구 클레어를 마주쳤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는 내 친구도 함께 했다.  찬홍이와 셋이서 조지타운에서 점심도 먹고, 강변을 따라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약속 없이도 아름다운 곳에서 스치는 내 친구.  내 친구하고 나는 정말 전생에 아주 깊은 인연이었을 것이다. 생일도 똑같은 내 친구.

대략 12마일쯤 걸었을 것이다.  집에 온후에 노곤하여 아주 달게 푹 자고 일어나니 저녁이었다.  몸이 건강하여 오래 걸을수 있으니 참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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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Walking2012. 3. 24. 00:18


찬홍이와 벚나무아래

찬홍이갸 '봄날은 간다' 노래를 틀어줘서  둘이 함께 연인모우드로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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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2. 3. 23. 23:45




찬홍이와 벚꽃축제 :) 걷기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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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Walking2012. 3. 21. 10:30



봄날이 가는 것이 안타까워서, 학교에서 수업 마치자 마자 대충대충 책상위를 정리하고 집으로 달려왔다.  운동을 다녀와서 쉬고있던 찬홍이를 끌고 포토맥으로 향했다.  찬홍이가 운전대를 잡아서, 내가 차창밖의 풍경을 사진기에 몇장 담을수도 있었다.  체인 브리지 로드.  하늘에 떠있는 '꽃구름.'


비가 뿌렸던 걸까? 길이 촉촉하고 웅덩이에 물이 고여있기도 하고, 온세상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 그렇게 싱싱한 봄날의 오후. 웅덩이에 고인 물에 비친 나무의 연두가 너무 생생해서 슬프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일까?  작년까지도 나는 꽃잎에 열중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자꾸만 초록, 연두가 시선을 잡는다. 심지어 이 봄날의 연두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길가다 문득 문득 발을 멈추고 연두 잎을 들여다보거나 손으로 만져보기도 한다.  연두, 초록, 네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몰라.  살아서 이렇게 아름다운 색깔을 보고 만지고 하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산다는 일은 참 벅차고 힘든 숙제 같은 거지만,  그래도 이렇게 고운 빛깔을 볼 수 있으니 위로가 되고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찬홍이가 찍은 내 뒷모습이 참 태평하고 아담해보여서 맘에 들었다.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 살았다는 것을 기억해야지.




키브리지



조지타운 스포츠 용품점 쇼윈도. Run, Recover, Repeat. 달리고, 회복하고, 다시 달리고.
찬홍이가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루에 5-7마일을 꾸준히 달리고 있다고. 하도 기특해서 내가 달리기 운동화와 운동복을 사주기로 했다.  찬홍이를 따라서 나도 조금씩 달리기를 해 봐야지.



요즘 찬홍이와 외출을 하면 프로즌 요거트를 사 먹을때가 종종 있다. 만날때마다 한번씩은 사 먹는것 같다.  전에 혼자서 프로즌 요거트를 사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맛이 없어서 먹다 버렸다.  찬홍이와 먹으면 맛있는데, 혼자 먹으면 재미가 없다.  그래도 아이스크림은 느끼해서 다 못먹는데 프로즌 요거트는 작은것 하나는 거뜬히 해결한다. 즐거운 프로즌요거트.





집에 돌아오는 길에 조지타운에서 아주 고색창연하고 위엄있어보이는 빵집을 하나 발견했다. 빵집 점원이 갓 만든 빵을 진열하다 말고 창밖의 내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다음에 조지타운에 오면 이 빵집에 들러서 예쁜 파이 하나를 사 먹어봐야지!!!






꽃잎이 잔설처럼 내려 쌓인 조지타운 수로변. 파타고니아 옷가게 앞이다.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를 무심코 흥얼거리게 된다.

 


그리고 수로 너머로 지는 저녁해.  찬홍이와의 즐거운 강변 산책.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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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밴드 파크에 산책 갔다가 만난 퍼그 종 개 한마리. 물론 곁에 주인이 있었다. 목줄을 묶어야 하지만, 한적한 숲속이고, 개도 순둥이라서 주인이 그냥 풀어놓고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 녀석은 오만상을 찌푸린채로 (원래 생긴게 그런 것이지 원래 걱정이 많은 개는 아닐 것이다), 꽃밭을 서성이며 연신 꽃무리에 코를 박고 나오려 하지 않았다. 못생긴 개와 꽃이 어쩐지 아주 잘 어울리고, 정겨워 보였다.  이 장면에 맞은 짧은 동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나중에, 생각나면.)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2. 3. 20. 10:39



폭탄 맞은듯 갑자기 몰아닥친 봄날에, 내가 마음이 바쁘다. 갑자기 봄이 왔기 때문에 예년 같으면 차례차례 피어날 봄꽃들이 순서 무시하고 한꺼번에 피어나고 있고,  아마도 이렇게 황망하게 봄날은 지나갈 것이다.  이꽃이 지면 저꽃이 피고, 이런 순서가 사라진 것이다.  아쉬운 일이다.

퇴근후에 저녁나절에 리버밴드 파크에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가 예상했던대로 작년보다 이르게 버지니아 블루벨 (파란 종) 꽃이 이미 길섶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었다. 앞으로 열흘정도 후에는 길이 온통 파랑이 되겠구나.  놓칠뻔 했다. 금주중에 터키런에도 가 봐야 하고...마음이 더욱 급해진다.  봄 아가씨가 벌써 저만치 가버리는 것 같아서다.





그레이트폴스까지 산책.











돌아오는 길에 찬홍이가 강가에서 놀다가 뻘흙에 두발이 빠지고 말았다.  그래서 넓다란 바위에 앉아서 흐르는 물에 찬홍이 양말도 빨아주고, 발도 씻어주고, 뻘흙이 뒤범벅이 된 운동화도 깨끗이 빨아 주었다.  강변의 바위에 앉아 빨래를 하고 있자니 마음이 한가로워졌다. 

찬홍이가 내게 미안했기 때문에, 앞으로 봄방학 끝 날때까지 매일 엄마가 산책가자는대로 함께 다니기로 했다.  4월말에 50 킬로미터 걷기를 성공적으로 하려면 이제 슬슬 몸만들기를 해야 한다. 거의 두달가까이 꼼짝 않고 누워서 뒹굴거리고 지냈기 때문에 몸이 둔해지고 발걸음에도 속도가 붙지 않는다. 민첩하고 단단한 몸을 만들어놔야 장거리 걷기를 무사히 해 낼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올 봄에는 단거리 달리기에도 도전을 해 볼 것이다.  이 봄이 다 가기전에 해야 할 일들이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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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2. 3. 19. 04:24
지난 금요일 저녁에 스프링 브레이크를 맞은 찬홍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어제는 종일 5월의 날씨처럼 화창했고, 꽃이 천지에 미친듯이 피어났고 햇살이 너무 눈부셨다.

오늘은 종일 구름낀 날씨가 예보되어, 아침에 찬홍이와 산책을 나갔다. 오랫만에 찬홍이와 베데스다.

차를 포토맥강변 마을에 세우고,  개나리가 만발한 어느 집 담장 앞에서 사진도 찍고.


숲길에 핀 야생 수선화에게 인사도 하고


누군가가 쓰러진 나무를 토막 내어 세워 놓고는 심심풀이로 조각을 한 듯.  나무 토막 일부를 잘라내어 의자를 만들어 놓았다.  나무꾼의 의자.





오랫만에 찬홍이와 커플샷 놀이도 하고. (불쌍한 찬홍이. 아직도 여자친구가 없어서 엄마하고 논다)
엄마 곰은 날씬해. 아기 곰은 뚱뚱해. 찬삐곰은 너무 귀여워~!


연두빛으로 물이 오르는 숲의 자태가 눈물겹게 아름다운, 아주 짧은 일년중 한때.


개울가 숲지대를 덮고 있는 이끼같이 고운 Buttercup.


다리의 철조망 사이로 삐죽 내민 벚꽃. (호기심 많은 강아지가 울타리 밖을 내다 보는듯 앙증맞고 귀엽다).





케닐우드 벚꽃 마을의 벚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직 만발한 것이 아니다. 다음 주말에 가면 온동네가 흰 벚꽃으로 뒤덮이리라... 다음 주말에 또 이곳에 와야지. (이 나무에 이렇게 걸터 앉으면...(작년에도 이 가지에 걸터 앉았었다) 어김없이 오스카 와일드의 '키다리 아저씨, 이기적인 거인 이야기가 떠오른다.  아이들이 나무에 오르자 봄이 찾아왔다는 이야기. 한아이가 나무에 오르지 못해 울고 있자 거인 아저씨가 아이를 나무에 올려 준다. 그러자 그 나무에도 꽃이 피고, 거인은 아이의 손발에 못자국 상처가 있는 것을 보고 화를 낸다, "누가 네게 이렇게 몹쓸짓을 한거냐?"   빙긋 웃고 사라지는 아이.

나무아래를 지나가는 꼬마 아이가 부러운듯 쳐다본다.



나무에 기어오르는 꼬마아이들.


늘 들르는 카페 뺑 꼬디디엥에서 늘 먹는 음식을 주문하여 먹고, 즐거운 봄날의 오전.

***  ***

살면서 올해 봄처럼 반갑고 고마운 봄은 처음 인 것 같다.  그만큼 지난 겨울 나기가 힘이 들었다. 2월 한달간은 정말 하루하루가 힘이 들었다. 내가 뜨개질만 내내 했던 것은, 일어나 걸을수가 없이 힘이 들어서, 침대에 기대 앉은채 뜨개질을 하다가 자다가 했기 때문이다. 잠이 깨면 뜨개질을 하고 그러다 졸리면 다시 뜨거운 전기담요 속으로 들어가 자곤 했다.  드디어, 결국, 내가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이러다 죽나보다 했다.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중병 환자 병동에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다. 병원에 일찌감치 안 간 이유는, 중병 선고 받기가 싫어서. 최대한 미루기 위해서.

의사는 '아무 병도 아니다'라고 나를 안심 시켰고, 그래도 나는 여전히 아팠고, 3월이 되고 세상이 꽃이 피면서 나를 괴롭히던 통증도 요술처럼 사라졌다. 정말 요술 같다. 내가 세상에 꽃이 피어나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내 몸의 통증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지금 1년전처럼,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 처럼 몸이 가볍고 건강하다.  부활한것처럼.

그래서, 지금 내가 누리는 이 몸 가벼운 건강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가 건강한 몸으로 맞는 이 봄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지 절절하게 느끼고 있다. (오늘 오랫만에 걸으러 나갔는데, 조깅하는 사람들을 따라서 달려도 몸이 가벼울만큼 그렇게 가뿐했다.) 이제 다시 뭔가 계획하고 노력하고 성취할수 있을것 같다.  다시 봄이 온것 같다.

지난 겨울은 너무나 혹독했고, 웅녀처럼 내 굴속에서 뜨개질을 하며 버티던 그 겨울의 시간은 내게 많은 소중한 것들을 일깨워주고 있었으리라.  굴밖의 세상은 황홀하게 아름답다. 이제 다시 부지런해져야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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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2. 2. 2. 10:29

http://onedayhike.org/

오늘 정오에 등록창이 열렸다. 일년에 딱 하루 모이는 모임. 4월 마지막 주 토요일 (4, 28) ! 결전의 날이다!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서 12시가 되기를 기다리다가 등록을 하고, 셔틀버스 서비스 신청서 작성도 마쳤다.

 * 등록비 : 100 킬로미터, 50 킬로미터 선택에 상관없이 일인당 50 달러.
 * 셔틀    : 가는 것은 무료, 돌아오는 것은 10 달러.  (50 킬로 참가자들은 Shady Grove 역에서 모여서 화이츠페리로 이동해야 한다. (중간지점에서 출발)

작년에는  뒤늦게 신청했다가 셔틀 서비스를 못 받아서 라이드 구하느라고 속 좀 썩였다. 그래서 이번엔 1등으로 신청하겠다는 각오로.

준비 완료.  그날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찬홍이는 마침 기말고사 기간이라 '면제' 되었다. 찬홍이가 어찌나 기뻐하던지!  안 갈수 있는 완벽한 핑계가 생겼으니.

이번에는 나도 혹 달린 것 없이 자유롭게 내 패이스대로 걸어볼수 있겠다. 나의 목표는 열시간 안쪽에 50 킬로미터를 완보한다는 것.  찬홍이하고 12시간 걸렸으니까, 혼자라면 10시간 이내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해 넘어가기 전에 끝내자.)

달력 보니 90일도 안 남았다.  뭔가 기다릴것이 있으니 기분이 좋다.  이번엔 또 어떤 길동무들을 만나게 될까. 버지니아 블루벨이 피어나겠지. 그 햇살과 산들바람. 강물소리.

*****

 

Hi,

Registration closed in record time around 7:30 tonight after reaching the 350 max. If you were unable to register, there will be other opportunities as cancellations accumulate, probably around late March.

Mike





우와...정오에 등록창이 열렸는데 저녁 7시 반에 350명 정원이 모두 차서 등록창을 닫았다고 대장이 단체 이메일을 보냈다.  하하. 세상에!  오늘 기회를 놓치신 분들께서는, 중간에 취소하는 사람들이 나오므로 3월말에 다시 등록 받을때, 그때 등록을 하시면 될 것이다. 사실 나도 작년에 4월 초에 (처음 이 단체를 알게 되었을때) 그때 등록을 했었다. 그때가 아마도 추가 등록 기간이었던 모양이다.  추가등록기간에 자리가 널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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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2. 1. 28. 22:28

Walking


날씨가 추워지면, 나는 집안에 박혀서 꼼짝을 안한다.  그래서 겨울에는 운동을 못하고 몸이 둔해진다. 체육관? 돈도 아깝고, 역시 귀챦아서 못간다.  이럴때는 '걷기'관련 책이라도 보면서 스스로를 달래는데, 책 찾다가 소로우 아저씨의 '걷기'라는 아주 짧을 책을 발견했다.  킨들버전은 공짜다. 킨들로 다운 받아서 읽었다.

소로우 아저씨는 어딘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구석이 있는데, 이분의 '워킹' 책을 읽으며, '아하, 이제 알았다. 이 사람의 글은 워즈워드의 시를 산문으로 옮긴것과 같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문학사조에서도 영국 낭만주의와 미국의 초절주의 (Transcendentalism)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는 어쩌면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라고 한지 문에 고모가 잉크로 적어 놓았던, 그것을 뜻도 모르고 읽던 다섯살때의 지적 영역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그 언저리를 맴돌고 있으니 말이다.  다행인지도 모른다 시를 좋아하던 할아버지와 고모들 속에서 내가 성장한것이. 아니 운명일지도 모른다.

소로우의 '걷기'는 '스포츠'로서의 '걷기'와는 거리가 멀다.  '동물중에 유일하게 사색하면서 걷는 종자가 낙타'라고 하는데 그 낙타처럼 걸으라고 그는 말한다.  나는 동의한다는 뜻에서 열심히 하일라이트 처리를 한다.

그래, 살을 빼기위해서라던가,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걷기 그 자체가 좋아서 걸어야 진짜 걷기하는 것이지.  자연스런 걷기 그 자체. 걸으면서 바라보는 세상. 눈에 들어오는 그 세상을 충분히 바라볼수 있는 여유. 그것을 위해서 걸으러 나가는거지. 그 자체가 기쁨일수 있을때, 우리의 걷기는 완정되는거지. 그것이 곧 우리의 '성지 순례'인것이지. 

내가 서 있는 이 대지가 성지가 아닌가. 아, 순례자가 되어 보기로 하자. 잠시만이라도. 강변으로 나간다.

201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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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2. 18. 21:11



http://www.imdb.com/title/tt1441912/

'순례자의 길'로 알려진 800 킬로미터에 달하는 산티아고 가는길이 영화에 담겨있다.  각자 다른 사연으로 순례자의 길에 오르는 사람들.  800 킬로미터라면, 내가 혼자 앉아서 따져 보니까, 하루에 30 킬로미터씩 27일을 꼬박 걸어야 한다. 중간에 며칠 쉬거나 일정이 늦어질경우 한달이 훌쩍 넘어 버릴수도 있는 여정이다.

하루 30 킬로미터가 어떤 거리냐 하면,  내가 지난 가을에 하루 20마일씩 몇차례 걸은적 있는데 (20마일은 대략 32 킬로미터 된다), 아이고, 이거 하루 걸으면 그 다음날은 그냥 뻗어버려야 할 판국이다. 다리가 뻗뻗하고, 발 바닥도 부르트고 그렇다.  하루 30 킬로미터를 줄창 걸어대는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 게다가, 등에 기본적인 생존 도구들을 짊어지고 걸어야 한다. 등짐 지고 하루 30 킬로미터는 간단한 행진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 나의 고민은,  내가 가볍게 산책 나갈때도 등짐을 지고 연습을 해야 하는가?  이런 것이다.)

이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해서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 죽은 엄마가 넋두리 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소설가인 딸에게서 들었던 순례자의 길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려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 속에서 실종되어 구천을 떠도는 엄마가, 순례의 길에 올랐다는 해석을 했었다.

또 있다. "엄마 또 올게"라는 책이 있다.  정경화 라는 분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모하며 만들어낸 책이다. 그 어머니는 '인간극장'에 소개된적도 있는 분인데, 근래에 돌아가셨다. 나는 운좋게도 그 할머니 생존시에 나오신 인간극장을 한국에 갔을때 테레비로 본 적이 있다. 이것도 인연이다. 그 따님이 70이 다 되신 분인데, 그 순례의 길을 떠나신다. 늙으신 어머니는 딸이 떠나 있는 동안 자신이 죽을까봐, 자신이 세상 하직 할 때 딸이 없을까봐, 그 딸이 순례의길을 안 갔으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하지만, 그 딸은 순례의 길에 오른다.  (할머니는 따님이 돌아온  후에 돌아가셨다.)  --> 이것은 소설이 아니고 실화이다.

그래서, 그 순례자의 길에 관심을 가져보긴 했는데,  영화에 그 풍광이며 문제상황까지 상세히 나와줘서, '나도 거기 가서 실컷 걸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좀더 구체화 되었다.

이것도, 내 삶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것 리스트에 담아 두기로 하자.

2011, 12.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2. 18. 04:39



모처럼 왕땡이를 데리고 조지타운에 산책을 나갔다. 왕눈이가 장거리 워킹을 한 지 오래되었고, 나이도 연로하셔서 잘 걸을지 약간 염려가 되었는데, 노익장!을 과시하듯 문제없이 가볍게 6마일 거리를 왕복을 했다.  헥헥거리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왕눈이가 장거리 걸을때 헥헥거린 이유는 날씨가 더워서 땀이 나서 그랬던 모양이다. 날씨가 쌀쌀하니까, 왕눈이 입장에서는 덥지가 않으니까 가볍게 잘 걷더라.

나 역시, 왕눈이를 위해서 왕눈이가 평소에 먹는 '과자'를 몇개 주머니에 갖고 나가서 약 1마일 걸을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였다. 말하자면 그것이 왕눈이에게는 '에너지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군소리 않고 걸어주었으니까.





조지타운 컵케이크 가게에서 오랫만에 컵케이크 하나를 사 먹었다. 점심도 안 먹었고, 출출하고, 배고프면 걷기 힘드니까, 에너지 보충을 위해서.  역시 토요일 오후라서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5분쯤 기다리다가 가게에 들어갔다.  왕눈이는 가게앞 기둥에 묶어 놓았다.  밖에서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왕눈이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사람들이 예쁘다고 쳐다보면서 보살펴 주었으므로. (줄서서 기다리다가, 개 한마리가 보이니까 덜 심심했을것이다.)



컵케이크 하나, 그리고 커피 작은것 한잔을 주문해서


착하게 기다려준 왕땡이와 컵케이크는 둘이 똑같이 노나 먹고,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달콤한 컵케이크와 뜨거운 커피는 이렇게 추운날에는 환상의 콤비이다.  조지타운 컵케이크는 내가 먹어본 중에서 오늘것이 가장 맛있었다.  배고프고 춥고 그런 상태에서 뜨거운 커피와 먹으니까 환상적이었을것이다.

왕눈이는 겁에 질려서 사방을 둘러보다가 유리문 안의 나를 발견하고는 앙앙거리고 짖어댔다.  왕눈이는 늘 그런다.  사람들이 나를 부러운듯 쳐다봤다. 모두들 왕눈이를 만져보고 싶어했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남의 개를 만져볼때는 사람들이 반드시 "May I pat your puppy?" 하고 먼저 승락을 받는 편이다.  그러니 개 주인인 내가 제왕이 된 기분이 드는 것이다.  :-)




컵케이크를 사이좋게 노나먹고, 다시 강변을 걸어서 돌아오는길



예정대로 였다면, 지금쯤 왕땡이는 자기를 세상에서 가장 예뻐하는 '아부지'의 품에서 놀고 있었겠지만, '아부지'께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휴가를 반납한 관계로, 불쌍한 왕눈이가 되었다.



조지타운 왕복 산책로 중간 지점쯤에 이런 벤치가 하나 있다. 이곳을 지날때면 왕땡이는 습관적으로 이 벤치위에 냉큼 올라가서 다리 쉼을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 의자를 '왕눈이 의자'라고 이름 지었다. 오늘도 왕눈이는 이 의자에서 하염없이 수로의 물을 바라봤다.









왕눈이가 정정해서 다행이다. 겨울 동안에는 워킹 나갈때 왕눈이도 데리고 다녀야겠다.  왕눈이를 데리고 나가면 카페나 책방에 들르기가 어려위지지만, 그러니만큼, 시간 낭비 안하고, 돈도 안쓰고 걷기만 하게 된다. 그러니 좋은 일일 것이다.  왕눈이를 운동을 많이 시켜서 날씬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를 해야, 이 친구도 내곁에서 오래 오래 살게 될 것이다.  요즘은 내가 왕눈이를 돌봐주는 것이 아니고, 왕눈이가 나를 돌봐 준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우리들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들일 것이다.

2011, 12, 17, 토, 흐린 날.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11. 25. 20:23

꽁지 아래 부분이 흰털로 덮여서 '흰꼬리 사슴'이라고 불리우는 사슴.



어제 하퍼스페리 숲길에서 오후내내 뻥뻥 울리는 총소리를 들었다.  아마도 사슴 사냥 계절이 온 모양이었다.  강변 길이라도 내가 주로 나가 걷는 워싱턴 인근에서는 총소리를 들을수가 없는데 (백악관이 지척에 있는 수도 중심에서 사냥질을 해댈수는 없겠지),  역시 웨스트버지니아 산골로 오니 사냥 총 소리가 난다.

처음에 어딘가에서 뻥!하고 총소리가 났을때, 나는 대포라도 터진줄 알았다.  깜짝 놀랄정도로 그 소리가 컸다. 정말 너무 깜짝 놀라서 가슴이 따가울정도였다. (체한것처럼 심장이 찌르르 찌르르 할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사슴 가족이 숲속에서 단체로 달려가는 것도 몇차례 봤다.  사슴이 쫒기고 있는가보다...

내가 알기로 버지니아 메릴랜드 웨스트버지니아 일대에서는 겨울 일정 기간에 사슴 사냥 허용을 해서, 대책없이 늘어나는 사슴의 개체수를 조정한다고 한다. 사슴 사냥철이 왔을것이다.  어느 댁에 가면 거실과 집안 곳곳에 자신이 사냥한 사슴의 머리며 곰을 박제를  해서 전시를 할 정도로 사냥 애호가가 있기는 한데, 나로서는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살륙에 대해서 뭐라고 반감을 가질 건덕지는 없다.  사슴이 사랑스럽다고 무한정 늘어나게 방치 할 수만도 없는 노릇일것이다. 게다가 미국인들중에 사슴을 혐오하는 사람들도 많다. '라임병'에 걸려본 사람들이라면 사슴을 아주 골치아픈 존재로 안다.  아무튼, 현실적으로 각자 입장이 다를수 있는데,  나는 뭐 그냥 대책이 없는 사람이고, 사슴 숫자가 넘치거나 말거나 사슴은 사랑스러운 존재일 뿐이고.  쫒기는 사슴은 나를 슬프게 한다.

사냥이 신나는 스포츠라도, 어쩔수 없다고 해도, 나는 사냥이 슬프다. (먹을거 많쟎아. 왜 취미로, 생명을 죽이는가?)

내가 기껏 해 줄수 있는 것이라고는, 사람을 보고 달아나는 사슴을 향해서, "사슴아, 멀리 멀리, 사람이 안보이는데로 달아나!!!"

하지만, 이세상에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어디있는가.  사슴이 숨을데가 없는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