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1. 4. 15. 19:14





하루에 60마일을 걷는 프로그램이 있다. 일년에 딱 한번. 매년 4월 마지막 토요일. 새벽 세시부터 자정까지 줄창 걷는다. 

나는 30마일 (50 킬로) 걷는 동일한 프로그램에 등록을 했다. 출발점부터 30마일 거리까지는 걸어본적이 있고, 30마일 지점에서 60마일 지점까지는 새로운 길이다. (찬홍이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동으로 등록됐다. 내가 묻지도 않고 등록 해버렸으니깐. :-)  )

Posted by Lee Eunmee
WednesdayColumn2011. 4. 13. 19:08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180917

글쎄, 아들아, 네게 해 줄 말이 있구먼.
나한테 인생은 수정 계단같이 화려하지 않았지.
못과 가시가 튀어나오고, 판자는 깨지고,
카펫도 깔려있지 않은 맨 바닥이었어
하지만, 그래도 난 늘 계단을 올라갔어.
계단참에 도착한 후에는 모퉁이를 돌았지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들어 설 때도 있었구먼.
그러니 아들아, 돌아보지 마라.
좀 어려워 보인다고 해서 계단에 그냥 주저앉으면 안돼.
지금 넘어지면 안 된다.
왜냐하면, 아가야, 이 어미는 아직도 올라가고 있는걸
어미는 아직도 계단을 오르고 있어.
그리고 나의 삶은 수정계단이 아니었단다.

Well, son, I'll tell you:
Life for me ain't been no crystal stair.
It's had tacks in it,
And splinters,
And boards torn up,
And places with no carpet on the floor --
Bare.
But all the time
I'se been a-climbin' on,
And reachin' landin's,
And turnin' corners,
And sometimes goin' in the dark
Where there ain't been no light.
So boy, don't you turn back.
Don't you set down on the steps
'Cause you finds it's kinder hard.
Don't you fall now --
For I'se still goin', honey,
I'se still climbin',
And life for me ain't been no crystal stair.


미국 흑인 문학계의 별과 같았던 시인 랭스턴 휴즈(Langston Hughes, 1902-1967)의 ‘엄마가 아들에게(Mother to Son)’라는 시이다. 미국 중학교 교과서에 시 전문이 실려서 교실에서 이 시를 읽고 토론을 하는 일도 있다. 영문 원시를 읽어보면 아주 평범한 흑인 엄마가 아들에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형식이다. 나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나의 삶도 수정 계단이 아니니까.

3년 전, 2008년 4월은 내게 아주 혹독한 계절이었다. 우리 집 큰 아이가 대학 입학 허가서를 못 받았기 때문이다. 꽃은 미칠 듯이 피어나는데, 우리 가족들 모두 지옥의 어둠 속에 빠진 듯 했다. 몇 가지 해결 방법을 고민하다가, 큰 아이에게 제안 한 것이 커뮤니티 칼리지 입학이었다. “엄마가 알아보니, 커뮤니티 칼리지에 가면 여러 가지 좋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더라. 오바마 대통령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콜럼비아 대학으로 편입 한 사람이야.”

나는 큰아이가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는 2년간 출퇴근을 하면서 내 차에 아이를 통학 시켰다. 첫 학기에 아이는 무척 괴로워했다. 다른 친구들은 큼직한 대학으로, 기숙사로 모두 떠났는데, 자신은 엄마의 차를 얻어 타고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닌다는 열패감이 아이를 몹시 괴롭힌 듯 했다. 첫 학기를 죽을 듯 괴로워하며 보낸 아이는 두 번째 학기부터는 학교에서 친구도 사귀고,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면서 자신의 학교에 애정을 표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학기에는 편입 희망하던 대학들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기 시작했고, 네 번째 학기를 마치고는 자신이 희망하던 큼직한 대학으로 편입을 했다.

아이가 지옥 같은 어둠 속을 헤매던 그 첫 학기에,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괴로워 울기도 여러 번. 무조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했다. 그 당시에 나는 이 시에 나오는 엄마처럼 아들에 대한 나의 꿈 그리고 내가 살면서 실패하거나 넘어졌던 일화들을 들려주며, 이 시련을 어떻게 영광스럽게 마무리 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하곤 했다.
아이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자신감을 회복하고 그리고 결국 웃으면서 엄마의 품을 떠났다. 덕분에 우리는 아이의 대학교육 2년을 ‘'헐값’에 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야, 네가 효자다. 학비 비싼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싸게 공부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치하를 하곤 한다. 돌아보니 모든 것이 은혜로웠다.

남들이 번듯한 대학의 기숙사로 떠날 때, 희망학교에서 입학허가를 못 받았기 때문에 커뮤니티 칼리지로 가는 학생들의 기분이 어떨지 나는 잘 아는 편이다. 그 부모님의 마음이 어떨지도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이미 겪어본 입장에서 웃으면서 말씀드릴 수 있다. “커뮤니티 칼리지가 학비도 싸고 정말 좋아요. 계획을 잘 짜서 착실히 공부하면 졸업 전에 원하는 큰 대학으로 편입을 할 수도 있어요. 절대, 절대, 절대 좌절하지 마셔요!”



***

한정된 글자수 안에서 글을 쓰느라 생략하고 지나갔는데, 블로그에서 첨가를 하자면,

실의에 빠진 사람, 실패의 기억에 짓눌려서 자신감을 잃은 사람  (self-confidence가 바닥에 내려간 사람)의 경우 무기력감에 빠져서 눈앞에 해결점이 보여도 아무것도 안하는 수가 많고, 행동화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렇게 무기력감에 빠진 사람을 지도하거나 돕는 방법은 :

1) 아주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눈앞에 생생하게 보여줘야 한다
2) 해결의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하여 제시해줘야 한다.  그러니까, "공부만 열심히 하면 잘 할수 있어"라고 말해봤자 소용없고,  


    1. 집근처에 무슨 무슨 학교가 있는데
    2. 일단 거기 카운슬러를 만나보는거야
    3. 카운슬러와 학업계획을 짜보는거야
    4. 첫학기에는 뭐가 되어 있어야하고
    5. 두번째 학기에는 뭐가 되어 있어야 하고
    6. 프로세스는 이러저러해. 생각보다 간단하지?
    7. 이렇게 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 그 중에 누구를 알고 있는데 만나볼까?

자 그러니 우선 오늘은 학교 웹사이트부터 좀 들여다보고... 이런식으로 구체화시켜야 한다. 이렇게 차근차근 밟아 나가다보면, 그 사이에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더 큰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전에, 학교에서 어떤 학생이 '히스테리' 증상을 보인 적이 있었다. 시험을 앞두고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 아래서 예기치 못한 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그때, 학생과 마주 앉아서 내가 했던 일:

  1. 현재 당신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뭐지? 한번 정리좀 해볼까?  학생을 안정 시키고, 종이위에 그의 문제들을 적어 나갔다.  개인 삶이 힘든 부분, 학업하는데 힘든 부분, 짓누르는 걱정거리, 기타 문제들
  2. 문제점을 다 적은 후에 이것들을 몇가지로 분류를 했다. (ㄱ) 해결 가능한 문제들 (ㄴ) 어쩔수 없는 문제들 (ㄷ) 애매한 문제들
  3. 해결 가능한 문제들을 다시 두가지로 분류했다. (ㄱ) 사실은 간단히 혼자 해결할수 있는 것들 (ㄴ) 누군가의 조력이 필요한 것들.


일단 문제 상황들을 말로 설명하고 종이에 적어보는 과정에서 학생은 많이 차분해졌다.  그중에서 나는 해결 가능한 문제들을 들여다봤다.  실질적으로 교수인 내가 도와줘서 해결할수 있는 문제도 있었고, 주변 학생들이 도와주면 될만한 문제도 있었다. 시간이 필요한 문제들도 있었다.

그래서 일단 해결가능한 것들을 정리하고 내가 도와줄것은 나도 메모를 하여 처리를 해주고, 주변 학생들의 도움을 청하고,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는 없으나 마음의 응원을 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상황이 지나고나자  학생은 일시적으로 '패닉'에 빠졌던 것을 스스로 부끄러워했다.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구먼. 우리는 모두 나약한 존재들이고, 우리는 때로 '나 죽겠다'는 최후의 몸짓을 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때 조금만 도와줘도 잘 견디고 넘어가는 것이다.  '나 죽도록 힘들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꾹참고 죽는것보다 훨씬 좋다. 그런데 모든것이 한꺼번에 밀려오듯 혼란스러울때, 그럴때는 스스로 문제들을 객관화 시키고, 해결 가능한 것 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도록 누군가 곁에서 도와주면 좋다.

Posted by Lee Eunmee
Museums2011. 4. 13. 08:36


학생들과 스미소니안 미국 미술관과 초상화 갤러리 견학을 다녀왔다.  학생들이 정확히 약속된 시각에 약속 장소에 집합해 주어서 예정대로 초상화 갤러리의 Docent Tour 를 한시간 하고,  내 안내로 미국 현대 미술을 한시간 돌아보고, 약 40분간 늦은 점심식사를 한 후에 오후 두시 반에 나는 자리를 떠야 했다. 학교에서 해결할 일이 있어서.

스미소니안 미술관은 늘, 갈때마다 새로운 무엇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언제나 가면 즐겁다. 링컨 갤러리에 Wayne Thiebaud 의 Jackpot Machine (1962) 작품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아래는, 내 제자가 찍어준 사진. 진짜 작품 사진은 별도로 페이지를 만들어야지.  이 작품은 근래까지 Luce Foundation Center 의 구석에 걸려있던 것인데, 지금은 링컨 갤러리에 번듯하게 나와있다.  반가웠다. (자...곧 잭팟이 터지는 겁니다. 일상이 순간 순간 잭팟인것입니다!)



학생들이 오늘의 견학을 무척 즐거워 하였다.  나의 메시지는 이런 것이다. 선생이 되고 싶은 사람은, 혹은 선생은, 뭔가 자꾸만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멋진 것도 보고,  미지의 것에 호기심을 갖고, 좋은 시스템을 발견하고, 그것을 어떻게 생활에, 교육에 적용할 것인지 그러한 것들을 사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가 쏟아져서 코트야드 천창으로 빗물이 흐르는 것을 보면서, 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카페에서 와인을 판매하는데, 한병에 23달러쯤 한다. 와인 한병을 사서, 학생들과 조금씩 맛을 보았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유부초밥을 넉넉히 준비 했고, 각자 과일, 샌드위치, 스넥등 한가지씩을 먹을것을 갖고 왔다.

머리위의 유리 천창으로 비가 쏟아지는데, 우리들은 각자 싸 온 점심을 테이블에 펼쳐놓고, 와인을 마시며 비오는 4월의 한나절을 기념했다. 비오는 날을 아름답게 보내는 방법 -- 스미소니안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의 코트야드에 가서 비가 흐르는 천창을 바라보며 뜨거운 커피, 혹은 와인을 홀짝이는 것이지. (와인은 잔으로도 팔고 -- 5달러쯤 한다, 혹은 작은 병으로도 판다.) 그런데 미술관 코트야드에서 와인 마셔보기는 처음인데, 정말 분위기 좋았다.  별것도 아닌 테이블이 갑자기 귀족의 성찬 테이블로 변모하고 마는 것이다.



학생이 보낸 사진 파일 중에서

이 사진은, 찬홍이가 흘낏 보더니,  링컨의 어떤(?) 신체의 부분(?)을 불가피한 이유로 포토샵 처리 한 것 처럼 보인다는  촌평.  내 학생이 실수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린 것이었는데, 보여서는 안될 곳(?)을 가리기 위해 일부런 이런 처리를 한다고도 한다. 거기가 어디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찬홍이의 평: 여기 모인 사람들이 모드 점쟎고 세련되고 그런데, 절대 교수같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한 사람 ----> 모친.


왜냐하면, 특히 아래의 사진 때문에.
여기서 유난히 움직임이 커서 사진속에서도 그 '역동성'이 드러나는 '유난맞은' 한 사람 ---> 모친.
(내 학생들은 최대한 얼굴을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편집하여 실은 것이다.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줘야 하므로)
엄마는 왜 유난맞게 설치느냐 이거다. (우리집 애들은 내가 공공장소에서 설치는것을 무척 싫어한다. 하하하. 깔깔)

이건 설치는게 아닌데.

이건 뭐하는거냐 하면, 백남준씨 작품의 생동감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나름 '퍼포먼스'였던거다. (참새가 대붕의 뜻을 어찌 알랴).  백남준씨 작품 Electrionic Highway 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 작품의 비밀을 내가 학생들에게 확인시켜주기 위해서 '굿'을 하고 있는 것이지. 사실, 나의 '퍼포먼스' 덕분에 '백남준'을 재 발견한 학생들이 '신이나서' 나중에는 다들 나처럼 퍼포먼스를 하며 놀았던 것이다.

(미술관은 고요한 물속이 아니다. 그 안에서 관객이 퍼포먼스를 할 수도 있는거다. 백남준씨가 그 창구를 열어 놓고 가신거다.)
 







위 사진은, 오른쪽 구석에 있는 사람이  키 포인트.
중간에 앉아있는 '아줌니'가 조각 작품인데,  너무나 생생하게 만들어 놔서, 내 학생은 이 아줌니가 진짜 사람인줄 알았다는 거다.  그런데 다가가보니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조각작품이었던 것이지.  이리보고, 저리보고, 샅샅이 골고루 들여다보는 '탐구심' 풍만한 학생.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11. 03:18



날이 잔뜩 흐렸지만, 비가 예보되지 않아서 아침에 터키런 파크로 향했다. 일단 American Legion Bridge 까지 다녀 온 후에 위의 지도에 보이는 트레일을 한바퀴 돌았다.  날이 선선하고, 촉촉하고, 그리고 강물이 콸콸 소리를 내며 흘러서 산책하기에 즐거웠다.

터키런 주차장 C 구역 (입구에서 첫번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이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왼쪽으로 2마일 거리에 American Legion Bridge 가 있다. 거기까지 다녀오면 왕복 4마일.  여기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도 되고, 산책이 즐거울땐, 강변 길을 내쳐 걷는것이다. 이 강변길은 Potomac Heritage Trail 의 일부이다. 오늘, 걷기에 최상의 날씨라서 양쪽을 다 걸었다.


나무에 표시된 색깔을 Trail Blazing 이라고 한다. 하이킹 하는 사람들을 위한 표시 체제이다.  아래 노란색은 Turkey Run Park 영역을 알리는 표시이다. 위의 푸른색은 Potomac Heritage Trail 영역을 알리는 표시이다.  그러니까 이 두가지 가 공존하는 구간은 상이한 트레일이 이 구간에서는 함께 간다는 뜻이다.  그러나가 길이 갈라지면 한가지 색깔만 표시 된다.

그러니까 숲에서 헷갈릴때는 자기가 따라오던 색깔의 트레일 블레이징을 따라 가면 된다. 그러면 원래 계획했던 트레일 선상에 있게 된다. 색깔을 바꾸면, 새로운 트레일에 들어서게 된다.




오늘도 여러가지 야생화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제비꽃.  내게는 보라색, 연보라색 제비꽃은 익숙하지만, 노란색 제비꽃은 처음본다.  터키런 숲에는 노란 제비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American Legion Bridge 아래 도착. 다리의 교각 부분에 낙서를 한 것이 근사해보여서 사진에 담아왔다. 낙서 부근에는 맥주병들이 널려 있었다.  와서 이런 낙서 하면서 맥주도 마시고 유쾌하게 떠들고 했을 것이다. (만약에 맥주를 마시는 것이 경찰 눈에 띄면 티켓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의 공원에서는 알콜 음료가 금지 되어 있으므로.)







 






새싹들이 돋아나는 숲이 마치 연두색 안개에 휩싸인것 처럼 보였다. 희끄므레한 연두빛 연기가 숲을 감싸고 도는 듯한 느낌. 그런 광경을 카메라에 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세상이 정말로 존재 한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파스텔로 그린듯한 몽환적인 세상이 실제로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길 걷다가 야생화를 관찰하는 두 신사를 만나서 이야기를 잠시 나눴다.  이분들은 책을 보거나 자신들의 자료를 확인해 가면서 숲에서 발견한 식물의 정체를 파악해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몽환적인 숲에 모여 서서, Virginia Bluebell 꽃들이 평소보다 2주 정도 일찍 피어났다는 환경 기사와, 터키런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식물들과, 뭐 그런, 서로 아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 신사들은 책을 보고, 수첩에 스케치를 하고, 메모를 하는 식으로 기록을 쌓아가고 있었다.  나는 주로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가 나중에 웹에서 자료를 찾아서 이름 정도를 확인하는 식이다. 이 신사들이 내가 평소에 궁금해 하던 식물들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그래도, 내가 제법 똘똘하게 아는척을 하자, 자신들의 책을 사진찍어 가라고 내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메릴랜드에 있는 모 자연과학 단체에 가입할것을 권유했다. 하하하.  내가 구글을 뒤져보고 관심이 생기면 가입하겠다고 대꾸해 주었다. 나는 숲을 다니면서 혼자서 두리번 두리번, 새가 보이면 새 구경하고, 꽃이 보이면 꽃 들여다보고, 물이 흐르면 물 소리 듣고 그러면서 실컷 노는 스타일이다.  집요하게 어떤 대상을 관찰할 의사는 별로 없다.  그냥 이런 준 전문가들에게 귀동냥을 하는 것이 즐겁다.




숲에있는 모든 대상들이 내게는 기쁨의 원천이긴 하지만, 내가 꽃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이 이끼이다. 나는 이끼를 들여다보거나 손끝으로 만져보는 일이 즐겁다. 이끼가 어찌나 부드러운지...  오늘도 이끼 사진을 찍다가 문득 발견한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이 융단같은 나무 이끼들은 대략 지상에서 3미터 이상은 못 올라가는 것 같다. 나무 이끼들을 보면 대략 내 키 높이에서 확장을 멈춘다. 아주 특별한 경우 내 키 두배 높이까지 올라간 이끼도 있다.

내가 추측하기에 이끼의 종류도 아주 많을테니까, 내가 특히 좋아하는 이 이끼의 생육조건은 사람 키 높이 정도이고, 아마도 다른 종류의 이끼들이 더 높은 곳에서도 생존 할 것이다. 종류별로 생육 조건이 다를 것이다.



지난 금요일에 리버밴드 파크에서 버지니아 블루벨 군락을 보았는데, 터키런에서도 길가에 이 푸른 버지니아 블루벨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마도 다음주쯤이 피크일테고, 그 이후엔 다 시들어 떨어질 것이다.

이 꽃은 대개가 푸른색인데, 이따금 연분홍색 꽃도 보인다. 그것이 신기해서 찍어봤다.







아 숲에서, 강물 흐르는 소리 들으며 혼자서 잘 놀았다.  하지만, 자연 관찰하는 신사들과 만나서 유쾌한 대화도 하였고, 지나치는 개들이 연신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겨주었으며, 새들이 쉼 없이 노래를 불러주어서 혼자 에덴동산에 다녀 온 기분이다.


Posted by Lee Eunmee
MyColor2011. 4. 10. 06:12



어제 리버밴드 파크에 갔을때, 바로 내 코앞에 이 mocking bird (회색 앵무새)가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아 포로롱 포로롱 한참동안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나는 가만히 정지한채로 이 새가 포로롱 거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는거니?  아니면 내게 무슨 신의 계시라도 전하러 온 요정인거니?

To Kill a Mocking Bird 라는 남부 배경의 미국 소설은 하이스쿨 학생들의 필독서중의 하나이다. '앵무새 죽이기'란 죄없는 순수한 사람/사람들을 희생자로 만드는 잘못된 사회 풍토를 빗댄 제목이기도 하다.

연회색이라고 표현할 만한 색인데, 색채 작업을 하다보니 오히려 푸른 빛이 도는 새가 되어버렸다. 푸른빛이 도는 연회색에 가깝다고나 할까. 크기도 내가 그린 고만한 몸집이다.

내가 이 그림을 그려놓고, 물감이 마르길 기다리는 동안 청소를 하면서 빨래를 널고 있었는데, 문득 돌아보니, 왕눈이가 그림을 지키고 있는듯 그림 앞에 천연덕스럽게 엎드려 있었다. 왕눈아, 혹시 내가 그린 그림이 진짜 새로 보인거냐? 응? 헤헤. ("혁필쟁이가 말씀이 되는 소리를 허셔~" <--- 박선생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왕눈이는 그냥 심심했던 것이겠지. 깔고 앉지 않은것이 다행이지. 하하.

아아, 다가오는 금요일쯤에 왕땡이 털 깍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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