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1. 4. 20. 04:06

이랬던 왕눈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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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20. 00:30


국립수목원의 입구쪽에 있는 행정관은 현재 수리중에 있다.  하지만, 건물 밖의 연못에는 잉어들이 살고 있다.  잉어의 몸집이 오리만하다. (내 팔뚝만하다는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니다).  스프링 브레이크를 맞이한 어린이들이 이곳에 소풍을 왔다가 잉어들에게 모이를 주며 좋아라 하고 있다.

어린이뿐인가. 나 역시  물속을 유유하게 헤엄치는 이 기름지고 현란하게 아름다운 잉어의 자태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런데, 꼬마들이 모이 주는 것을 보고, '청둥오리' 녀석 한마리가 잉어들 틈에 끼어서 모이를 빼앗아 먹고 있다.  오리 주제에 물고기를 잡아 먹지도 못하고, 물고기 밥이나 빼앗아 먹고 있다니... 자존심을 지켜주기 바란다 오리선생. 하하하.

아니지 아니지, 이 오리는 평화적 오리라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대신에 물고기와의 공생을 선택한 것일지도 몰라.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19. 06:51


오전 10시에 국립 수목원의 분재 전시장 앞에 차를 세우고 오후 세시까지 계속해서 걸었다.

분재 전시장 --> 국회의사당 기둥들 --> 양치식물 공원 --> 아시안 공원 --> 아나코스티아 강변--> 목련공원 --> 벚꽃 공원 --> 사철나무 공원 --> 다시 국회의사당 기둥을 지나 --> 분재 전시장을 지나 --> 기념품 매장 지나 --> 진달래길을 한바퀴 돌은 후에 --> 진달래 동산 구경.

수목원의 큰 두개의 루프와 그 일대의 공원들을 다섯시간 동안 두 발로 샅샅이 누비고 돌아다녔다. (지도에 표시된 대부분의 중요 포인트들을 보았다. 그래도 지루하거나 힘든줄 몰랐다. 아침에 김밥을 쌌고, 귤 다섯개와 물 두병을 갖고 갔는데, 김밥은 남았다. 돈은 한푼도 쓰지 않았다 (뭐 살것도 없고, 돈 쓸 일이 없었다).


사진이, 양이 좀 많아서, 주제별로 분류 정리하여 몇개의 페이지로 만들어봐야겠다.
주제별 정원에서 찍은 것들로 분류를 하는 것이 좋을것 같다.

사진은 나중에 공개하겠지만, 금주중에 방문하면, '천국'같은 비밀의 벚꽃동산을 거닐수 있고, 진달래 동산에서 꽃망울이 터져 나오는것을 볼 수 있다. 진달래는 이번주 말이 최절정이겠고, 다음주까지는 탐스럽게 남아있을 것이다.


찬홍이와 나, 꽃밭에서 놀고 있는 사진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18. 04:52
찬홍이가 다음 일요일까지 스프링 브레이크이다.  (나 역시 스프링 브레이크 이다). 그래서 찬홍이를 일주일간 '걷기'로 단련 시킬 궁리를 하고 있다.  오늘은 '간단히!'  찬홍이를 '끌고' 베데즈다 왕복  8.5마일을 걷고 왔다.


아파트 입구의 왕벚꽃 나무. 꽃이 탐스러운것이, 크레용이나 유화 물감으로 막 짓이겨서 떡처럼 발라 놓은것 같은 느낌을 준다.


지난 며칠간의 비바람에 꽃이 많이 지고 만 흰 벚꽃나무.


차를 세워놓는 포토맥 애비뉴의 사과꽃.  (사과가 열리니까 사과꽃이라는 것을 안다.) 며칠간의 짙은 구름이 쓸려나가고 화창한 하늘. 그리고 구름.

베데즈다로 향하는 Capital Crescent Trail 구간. 내가 '부스럼꽃'이라고 부르던 '박태기 나무 꽃' 혹은 Redbud.



늦은 벚꽃 나무.







 


Kenwood 의 흰벚꽃은 일주일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마치 마을 전체가 사라진듯한 낯선 느낌. 흰꽃으로 뒤덮여 있던 나무가 이제는 초록색 새잎들을 매달고 있다.





나무타기. (내가 The Selfish Giant 삽화를 그려보고 싶어서, 애들이 나무에 올라 앉아있는 풍경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 나무에 올라서 여러장의 사진을 찍었다.









우리의 목적지, 베데즈다 반즈앤노블 앞. 이곳은 마을의 광장같은 구실을 한다. 매장 앞 마당을 꽃으로 예쁘게 꾸며놓고,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서 논다.




베데즈다의 '조지타운 컵케이크'는 줄을 길게 서 있지 않아도 된다.  단지 조지타운 컵케이크가 주는 '단맛'을 조금 맛보기 위해서 찬홍이와 나도 하나씩 사서 먹었다.  인생의 순간순간, 즐길수 있을때 즐기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는것이 요즘 내가 사는 방법이다.  돌아보지 않기.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기. 때되면 떠날 각오로 하루하루 즐겁게 살기.  우리에게는 하루치의 근심만큼 하루치의 위안이 필요한법.   아, 오늘도 크 커피집에 들러서 프렌치 프레스 커피를 한잔 마셨다. 그 커피 참 소박하고 인정미가 있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16. 20:17

Garden Flowers, St. John's Catholic Church, McLean



오랫만에 내 친구하고 만나서 걸으러 가기로 했다.  내 친구는 매일 아침에 예배당에서 아침 미사를 본다. 그래서 내 친구를 만나러 우리동네 세인트 존스 예배당에 가서 나도 아침 미사에 참석하였다.  이곳은 내 조카 세팔이가 다니던 학교이기도 하다. 세팔이녀석에게 학교에 핀 예쁜 꽃들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세팔이놈은 이곳에서 가을 학기만 하고 집으로 돌아갔으므로 녀석은 이곳의 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를 것이다.





이 학교에서는 금요일에는 학생들이 예배당에서 금요 아침 미사를 본다.  그래서 예배당에 전교생이 오고, 그리고 파이프 오르간도 연주되고 천사같은 성가대 학생들이 노래도 하고 그런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 맞추어 예배당에 들어설때면 나는 '우리 세팔이도 예전에 금요일마다 이곳에 들어왔겠구나' 하고 세팔이 생각을 하곤 한다.

아주 아주 노인이시라서 지팡이를 짚고 들어오시는 할아버지 신부님이 설교(?)를 하시다가  "옛날에, 내가 어렸을때..." 하고 뭔 말씀을 하시려다가, 할아버지가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You wouldn't turst me, but I was as young as you once... (너희들은 믿기지 않겠지만, 나도 한때 너희들처럼 어린 시절이 있었지...)"

할아버지 신부님은 나름 '농담'을 하신 것인데, 학생들은 너무나도 경건하게 앉아있었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나는 할아버지가 어렸을때 어떠셨을까? 학생들을 쳐다보면서, 저 노인이 저렇게 어린 시절이 있긴 했겠지..혼자 상상을 해 보려고 애썼다.  그리고 내가 노인이 된 후의 얼굴과, 내 어린시절의 얼굴을 번갈아 생각을 해보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나는 한 5분이나 10분쯤 잘 잤을 것이다. (일장춘몽). 꿈속에서 나는 하얀 팥고물이 묻어있는 흰 인절미를 열심히 받아먹었다. 나는 무척 허기져서 누가 주는지도 알 수 없는 그 인절미를 연신 받아먹었다. 그러다가 잠이 깼는데, 할아버지는 설교를 마치시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가 무슨 설교를 하셨는지 알수 없지만) 나는 꿈에서 받아먹은 인절미 덕분에 포만감과 함께 푹 자고 난 후에 몰려오는 그 따뜻한 상쾌함을 느꼈다.



예배당 정원에서는 도그우드가, 라일락이, 튤립이, 히아신스가 피어나고 있었고, 사제관 입구의 수선화는 이제 시들하게 서 있었다. 내 친구는 튤립이 '인공 꽃'같이 보여서 매력을 못느낀다고 했다.  튤립은 어찌보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싸구려 가짜꽃러럼 상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극히 개인적인 체험을 통해서, 나는 튤립의 매력을 안다.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빨간 수선화 꽃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안에서 우주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라일락을 발견하면, 월트 휘트만이 링컨을 애도하던 시가 떠오른다. 링컨은 라일락이 질 무렵에 저격당했을것이다.



예배당의 히아신스는 크고 탐스럽고, 그 향이 정원 가득 퍼지는듯 그윽하였다.






 


끊어진 강변 길을 걷다



지난 며칠 사이의 폭우로 강물이 불어있었다. 숲길이 간간히 불어난 물에 끊기기도 했다. 버지니아 블루벨은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위틈에 손톱만하게 작은 꽃들이 피어났다.




민들레도 밝게 웃고




터키런에서 아메리칸 레지온 브리지까지 왕복 4마일 코스를 마치고, 주차장 근처의 피크닉 공간에서 내 친구가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집에서 만들었다는 아몬드 강정과, 직접 구운 고구마, 그리고 ....와인 한병. ㅋㅋㅋ. 공원에서는 맥주나 와인이나 뭐든, 알콜음료는 금지되었다. 그런데, 내 친구가 나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와인이라...

나는 내가 가끔 대담하고 무모한 짓을 눈하나 까딱 안하고 저지른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내 친구가 토끼처럼 겁이 많고 온순하며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나보다 보수적인 노선이며 도덕감에 충실한 착한 시민이라는데 동의한다.  그러므로, 나는 내 친구가 나를 위해서 '정말로' 와인을 갖고 나타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때 쫄았던 것은 바로 나였다. "아이구야, 이거먹다가 경찰한테 걸리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러나, 사방에 꽃이 어지럽게 피어나는 이 좋은 계절에, 사람없는 숲속에서, 강물은 콸콸 소리내어 흐르고, 우리들은 숲길을 한시간도 넘게 돌아다니느라 지키고 배도 고픈 판국에, 게다가, 아침에 하느님전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나름대로 선량하게 살아보려고 노력도 하였는데, 와인 '한방울' 정도는 신이 용서해주시지 않으실까나...




그래가지고, 나는 향기로운 와인잔을 노려보며 깊은 사색에 잠겼다.
상상해보자. 예수님이 미국의 국립공원에서 12제자들과 둘러 앉아서, 빵과 와인을 제자들에게 나눠주며, "이빵은 나의 몸이고, 이 와인은 나의 피니라...마셔라..." 바로 이럴때, 순경아저씨가 싸이렌 엥엥거리고 나타나서 벌금 딱지를 떼는 장면을.

그래서 예수님은 국립공원에서 '학생'에게 와인을 돌렸다는 혐의로 체포가 되고,
사실은 유다가 경찰한테 문자 메시지로 고자질을 했다는 것이 후에 밝혀지며
베드로는 냅다 도망가면서 세번이나, "저는 그이가 누군지 몰라요"라고 외쳤던 것이니...

그래서 사색에서 풀려난 나는, 와인병을 내 옷으로 가려놓고, 이 성스러운 와인 파티를 즐겼다. 할렐루야.
경찰아저씨가 딱지 끊으러 오면 나는 말하리라, "내가 안그랬어요. 클레어가 그랬어요~~ "

오호라, 나는 모든 잘못을 남에게 미루던 아담과 이브의 후예가 아니었던가. 바위틈에서 나오던 굵고 붉은 뱀과 맞딱뜨렸는데, 내가 놀란만큼이나 뱀도 놀란듯, 뱀은 바위속으로 다시 들어가 숨고 말더라. 뱀아, 너도 이브가 무서웠던거냐.


와인을 다 마신후에, 우리들은 다시 강변 길로 내려가서 끊어진 숲길을 헤치고 나가느라, 가시덤불을 끊고, 바위를 기어오르며 행진하다가, 이런 길없는 길을 십자가를 지고 오르신 위대한 스승이 인류사에 있었음을 사색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