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1. 4. 3. 11:44




벚꽃 인파를 뒤로하고, 내셔널 몰에 도착.
(전에 스포츠 오쏘리티에서 겨울상품 떨이 판매 할때 두켤레에 2달러 주고 산 등산용 장갑을 요즘 아주 요긴하게 잘 써먹고 있다. 손바닥에 고무 무늬도 있어서 물건 잡을때 미끄럽지도 않고, 따뜻하고, 편안하고 아주 좋다.)


내가 아이들 데리고 어디든지 다닌다고 하면, 내 학생들이나 주위 친구들은 놀라는 편이다. "애들이 머리 크면 엄마랑 절대 안돌아 다니려고 그러는데 어떻게 그렇게 항상 함께 다니는건가?" 이런 질문들이다.

내가 원래 독재자 엄마라서 말 안들으면 '죽음'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알고 있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다닐때의 나의 전략은, 밖에 나갔을때, 아이들을 기쁘게 해줄만한 '먹을것'을 틈틈이 사 먹인다는 것이다.  우리집 애들은 내가 사주는 주전부리 얻어먹는 맛에 나를 따라다니다가, 마침내는 외출 그 자체에 대해서 기쁘게 받아들이는 행동 패턴을 갖게 되었다.  (애들이 순진한거지.).  간단하다, "찬홍아, 어디가서 뭐 사줄게 가자" 이러면 핫도그 하나 얻어먹으려고 천리길도 마다않고 가는것이다. 하하하

나는, 가방에 가지고 간 바나나와 두유를 먹었다. 난 핫도그 먹을줄 모른다. 핫도그는 내게 길거리에 떨어진 막대기와 같다. 내게는 음식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런 욕망도 못 느낀다. 참 희안하다.) 나는 내가 왜 그것을 못먹는지 모르는채로, 그러나 절대 입에 넣지 않는다.



핫도그와 레모네이드 한잔에 입이 찢어진 찬홍이.
뒤에 자동차 타이어 모양의 건물이 Hirshhorn Museum of Modern Art 이다.


마침 소나기가 쏟아지길래, 잽싸게 허시혼 뮤지엄으로 뛰어 들어가서 미술관 구경을 했다.  이것은 Minimalist 작가 Sandback 의 작품  http://americanart.tistory.com/870  페이지에 지난해 12월에 적은 작품 소개가 들어있다. 그때는 박선생이 찬조 출연을 했는데, 오늘은 그자리에 찬삐가 서있다.



아침부터 목이 아프다던 찬홍이는 갑작스럽게 열이 올라서, 미술관 3층 소파에서 30분 가량 잠을 잤다. 나는 혼자서 미술관 작품 구경을 했다. 사진도 찍고, 새로 발견한 것들도 많이 있다. 밖에 소나기가 그치고 햇살이 쨍하게 나길래 잠 든 찬홍이를 깨워가지고 나왔다.



소나기가 내린 후 오후 두시가 조금 넘은 시각. 다시 Tidal Basin 의 벚꽃동산
역시 쨍한 햇살 속이라 꽃이 더욱 눈이 부시다.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도 보기 좋았다. 천국 같았다.








 



그림을 그리는 남자. (우리 엄니도 모시고 오면 참 좋을텐데...)



이제 벚꽃 지대를 빠져나와 강변을 지나 집으로 가야 하는 지점.
바람이 거칠게 불어 머리가 미친듯이 날리고, 벚꽃들도 흩날렸다.


그리고, 갑자기 세상이 어두워지더니 머리위로 돌맹이같은 것들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빗방울인줄 알았는데, 그것들이 얼굴에 스칠때는 얼굴이 얼얼하게 아팠다.  왕소금 알갱이 같은 것들이 머리와 얼굴을 마구 때리고 바닥에도 흩어졌다. 아이구야, 내 평생에 우박을 제대로 맞아보긴 처음이었다. 우리들은 우산도 모자도 없었다. 미친듯이 달려가지고 다리 밑에서 우박을 피했다.

우박이 멈추는듯 하여 다시 다리를 빠져나와 조지타운으로 향하는데, 그 바람 쌩쌩부는 케네디센터앞에서부터는 막 장대비같은 소나기가 쏟아지는거다.  나는 비 맞아도 그만인데, 감기 때문에 열이 오르는 찬삐를 비를 마냥 맞힐수가 없어서 주변을 살피다가 워터게이트 빌딩에 불이 켜진 곳을 발견했다. 마침 1층 가로변 카페였다.  그래서 거기서 몸을 녹히고 뜨거운 차를 마시며 해가 다시 나기를 기다렸다.

카페의 창가 자리에서 길건너 케네디센터가 내다보인다.




따뜻한 카페 실내. 카페 이름은 Cup'a Cup'a 라는 곳이다. 하도 고마워서 이름을 밝혀둔다.
찬홍이와 내가 쏟아지는 비를 피해서 몸을 말리고 뜨거운 차를 마실수 있었던 곳.
찬홍이는 아주 괴로운 표정이었지만, 나는 찬홍이를 달래주었다,
"찬홍아, 소풍을 나가서 비도 맞고, 우박도 맞고, 이렇게 달달 떨고 다니다가 찻집도 발견하고, 이런 일도 나중에 돌아보면 무척 재밌고 웃기고 그렇다.  우리가 이 비가 아니면 이 유명한 워터게이트 빌딩에 무슨 볼일이 있어서 찾아 오겠니.  두고두고 오늘을 잊지 못할거다." 

사진속에, 저쪽 테이블에 모여 앉은 사람들도 나처럼 비를 피해서 뛰어 들어온 분들이다.


집에도 무사히 도착했고, 찬홍이는 타이레놀을 먹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나갔다 와서, 뜨거운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였다.  물론, 내게는 여러가지 근심거리들이 널려있다.  그래서, 요즘 근심거리에 치어 지내다가 내가 생각해낸것이 뭔가하면, 순간순간 아름다운 시간들을 만들어가면서 이 고통스러운 삶을 견뎌 나간다는 것이다.  비도, 우박도, 나의 추억을 아름답게 채색하는 장치일 뿐이다.  오늘 벚꽃 구경은 날이 흐려서, 소나기가 내려서, 우박이 쏟아져서, 내가 비에 생쥐처럼 젖어서, 그래서 더욱 근사했다. 내 삶 역시, 벚꽃구경처럼 살아내고 싶은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3. 11:10


조지타운에서 강변을 끼고 케네디 센터를 지나 가다보면, 링컨 메모리얼 직전에 나타나는 벚꽃 동산.



포토맥 강변의 벚꽃 군락지.
내가 이 장면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벚꽃과 수양버드나무가 함께 어루러져 있어서이다.
수양버드나무 역시 연두색 꽃을 피우고 있었다. 비록 고운 꽃처럼 보이지 않아서 꽃을 알아보는 이도 많지 않지만.
수채화같은 수양버들이 맘메 들었다.




빗물에 쓸려 내려온 쓰러진 나무들이 강변에 이리저리 널려 있었다.
아무리 비가 오고 천둥이 쳐도, 꽃은 때가 되면 피어난다.
고마운 일이다.




활짝핀 벚꽃동산에 검은 잠바를 입은 찬홍이의 표정이, 참 기묘하게 잘 어울린다. 제목은 '에뜨랑제' 정도가 되면 좋겠다.





FDR (프레데릭 루즈벨트 대통령) 기념관에 설치된 Georg Segal 의 조각작품, 제목은 Breadline. 미국 경제 암흑기에 빵 배급을 받기 위해 줄 서있는 서민들의 모습이다.  그 뒤에서 새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미국인들.

뒤에 모자를 쓴 남자는 스마트폰을 갖고 작동하는 시늉을 했다. 그의 친구가 "야, 포즈 좀 잘 잡아봐라"하고 핀잔을 주자, "나도 의도를 갖고 이 자세를 취한거라구. 오늘날의 사람들의 보편적인 모습을 담으려고 한거라구!" 하고 응수를 했다. 모자쓴 남자에게 한표.



우리 할아버지 같은 농부 아저씨의 손을 잡고 나도 기념 사진.




물에 비치는 워싱턴 마뉴먼트. 이 흰 기념탑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




제퍼슨 기념관
건물 안에 서있는 제퍼슨의 검은 실루엣이 정확히 잡혔다.



제퍼슨 기념관 앞, 벚꽃축제 행사장 앞에서 '비버' 차림의 사람이 사람들을 안아주거나 기념사진을 찍도록 해 주었다. 이 비버를 안아보니 무척 포근하고 정감이 갔다.




자, 내셔널 몰에 도착.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3. 10:53


날씨가 을씨년 스럽고 추웠다.  하지만 어제 찬홍이와 '워킹'을 나가기로 굳은 약속을 했으므로, 옷을 단단히 입고 집을 나섰다.  (찬홍이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군살을 쏙 빼고, 전의 날씬한 몸매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라서, 내가 워킹 나가자고 하면 군소리 없이 따라 나선다. 

Fletcher's Cove 로 가는 숲길에서 우리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것을 보고, 달리기 하던 어떤 아시안 신사가 "내가 사진 찍어줄까?"  자원 봉사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자기가 찍은 사진이 맘에 안든다며 여러장을 찍어주고는 또다시 달려서 가버렸다.  얼핏 영어 액센트가 일본계같았는데, 어쩌면 한국계일지도 모른다.  고마운 신사분이다.

조지타운 입구의 상징.  성벽 낭떠러지 앞에서 기념사진.




조지타운 입구, 찬홍이가 좋아하는 풍경속에서 기념사진.  수로에 물이 가득. 물빛이 참 예뻤다. 하늘은 흐리고 물빛은 짙은 초록빛이었다. 바다 같았다.



조지타운 하버.   사실, 조지타운의 스타벅스에서 각자 베이글과 뜨거운 차를 마신 후라서 날씨는 추웠지만 몸은 후끈했다.  찬홍이는 감기 기운이 있어서 표정이 벌써 피곤해보인다.  저기 보이는 둥근 워터게이트 건물을 지나, 케네디 센터를 지나 계속하면 링컨 메모리얼이 나오고, 우리는 내셔널 몰 지역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에 벚꽃축제의 메카, Tidal Basin 이 있다.




Thomson's Boathouse 앞.
뒤에 보이는 건물이 스웨덴 대사관 건물. 다리 뒤로 보이는 것이 수로.
바로 이 지점이 포토맥강에서 수로가 나눠지는 분기점이다. 여기서부터 강과 수로가 각자 제 갈길로 이어지는 것이다.
수로 시작 포인트. 0(zero) 마일 지점.



차를 세워두는 포토맥 애비뉴에서 이곳까지 한시간.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1. 4. 3. 06:51

벚나무 군락지역, 포토맥강변.
휘늘어진 벚꽃나무를 이곳에서는 Weeping Cherry 라고 부른다.
수양버드나무에 벚꽃핀것처럼 휘늘어진다.



  1. 아침 아홉시에 포토맥 애비뉴에서 출발 --> 9시 45분, 조지타운 하버 스타벅스에서 베이글과 차를 마시면서 쉬고
  2. 케네디 센터를 지나, 링컨 메모리얼 앞을 지나 강변의 벚꽃 숲을 걷다가,  Tidal Basin, FDR Memorial 도착 12시
  3. Tidal Basin 한바퀴 돌고, National Mall 로 직행, Hirshhorn Museum 앞에서 찬홍이에게 핫도그를 하나 사 먹임.
  4. Hirshhorm Museum에서 미술 감상을 하고 두시에 출발
  5. 곧바로 조지타운으로 이동하던중 중간에 우박을 동반한 소나기를 길에서 뒤집어 쓰고
  6. 워터게이트 건물 커피숍에서 비를 피하면서 뜨거운 커피 한잔.
  7. 해가 쨍 나길래 조지타운을 지나 포토맥 애비뉴에 도착. 오후 5시
  8. 집에 5시 20분 도착.

전체적으로 걸은  거리 대략 14마일.

날씨는 전체적으로 흐렸다 개었다, 바람불고, 비가 후두둑 내리고, 결국 우박도 쏟아지고, 다시 반짝개이는. 그래서 하루에 4계절을 모두 경험한 듯한.  그래서 온몸이 나른하고 개운한.


(씻고, 나갔다 와서, 나중에 ~~  )

Posted by Lee Eunmee

Swing, 1969, Acrylic and aluminium on canvas

Photo by Lee, Eunmee, 3rd Floor,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January 14, 2011


스미소니안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 (스미소니안 미국 미술관) 3층에 걸려있는 쌤 길리엄의 '그네 (Swing, 1969). 스미소니언 미국 미술관은 여러점의 길리엄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지만, 전시되고 있는 것은 이 작품 하나, 그리고 Luce Foundation Center (그림창고같은 전시장) 구석에 평면적인 액자 작품이 하나 걸려있다.

Corcoran 미술관에서도 그러하고, 요즘 진행되는 필립스 콜렉션의 전시회에서도 그렇고, 미술관들은 길리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커튼 널어놓은 것 같은 작품 한점과 이런 작품들의 평면 모습을 보여주는 액자 작품을 형제처럼 걸어놓는 편이다.  그리고 그 외의 평면적인 다른 작품들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 이다.  그는 60년대외 70년대에 이렇게 '걸어 놓는 캔바스' 작업에 열중하고, 그 이후에는 꼴라쥬를 위시한 다양한 작업을 했는데, 미술관에서는 그의 '널어 놓는 설치 미술' 쪽에 애정을 보내고 있는듯 하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이 '널어 놓는 캔바스'가 그의 독특하고, 새시대를 여는 발상이었고, 나머지는 남들도 다 하는 것들이니까 그럴 것이다.

아래는 스미소니안 미국 미술관의 쌤길리엄의 작품이 전시된 전시실 풍경이다.

사실 이 사진을 찍었던 날은, 나의 관심이 백남준의 작품에 집중되어 있었다. 백남준 보러 갔다가, 간김에 또 한바퀴 둘러보던 식이었다. (그래서 결국 온종일 발품을 팔고 돌아다니는 것이다.)  왼쪽 구석에 쌤길리엄의 '그네'가 매달려 있다. 전시실 중앙에 백남준의 'Zen' 이라는 텔레비전 작품이 있다. 나는 처음에 이 백남준씨 작품을 보고 지나치면서, "테레비가 고장이 났나?" 뭐 이러고 말았었다.  그런데 바로 이 '한줄 그은듯한 선' 그것이 백남준씨가 의도한 'zen'이었다.
창문이 있고, 하얀 석고상같은 여자가 창밖을 내다보는 작품이 Georg Segal의 조각 작품이고, 오른편에 Rauchenberg 의 콜라쥬 작품이 두점 보인다.






 




3층 전시실 복도. 내가 사진을 찍는 위치가 백남준의 Megatron/Matrix 전시실 입구 쯤이 될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왼편 전시장에 백남준의 방이 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20세기 비디오아트 기획전이 진행중이다. (현재에도 진행중).  쌤길리엄 작품 외에 전시장 전체를 담아보는 이유는, 이것이 그가 속한 미술의 어떤 시대이고, 그리고 그가 미국 현대미술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예술가들의 일생을 단 몇줄로 요약해보면, 대개는 그의 '대표작'이 한두가지 들어가게 되는데, 그 대표작이 그의 '마지막'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지. 삶의 어떤 시간속에 그 어떤 순간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그것만을 기억할 뿐이지.  그 이전도, 그 이후도 잊혀지고 말아.  쌤 길리엄은 현재 노인이지만 젊은이 못지 않게 왕성하게 자기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할수 있지.  그런데, 아직 그의 삶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이지만, 획기적인 어떤 변화가 없는한, 결국 그는 벽에 걸어놓은 커튼같은 캔바스작품, 그리고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같은 설치미술작품 이 두가지로 기억되고 말것이지.

우리가 어떤 사람의 삶을 기억할때는, 그의 '종말'이 아니라, 그가 가장 빛나던 순간을 기억해주는 것이 좋을것 같다.  이래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어 시체되고 벌레들의 먹이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해도,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의 가장 빛나던 장면 그런 것들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예술가를 기억할때는 그의 마스터피스를 기억해주니까.

종말이 아닌, 삶의 장면들에 포커스를 맞춰보면, 삶은 다른 각도에서 무척 신기로와 보일것이다. The best is yet to come. 내 인생에 최상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이런 백치같은 optimism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