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서울대는 “청소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장소 특성상 유학생들이 많아 적절한 응대를 위한 교육이었다”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서울대 학생처장의 변명이 납득하기 힘들다. 고인이 근무하시던 곳에 국제 학생이 많아서 '적절한 응대를 위한' 서비스 차원의 부가적인 기능이 필요할 수는 있겠다. 그런데, 나 역시 '유학생'이던 경험에 입각해서 보면 -- 내가 미국 대학에서 유학할 때, 나를 위해서 미국 대학의 어느 누구도 '유학생'인 나의 입장을 고려하여 '한국어' 서비스를 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으며 그것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미국의 주요 언어가 영어이니 내가 영어를 더 잘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어가 주요 언어인 미국'에서 영어를 못하는 청소 노동자들도 아주 많았다. 미국 대학의 청소 용역 하시는 분들 중에는 '히스패닉'계가 많고, 영어가 잘 안되고 스페인어로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것도 종종 목도한다. 그래도 문제가 안 되는 게, 학생과 청소 노동자가 서로 말을 섞을 상황이 별로 없는 것이다. (아니 미국에서도 청소부가 영어 못해도 청소 잘 하고 사는데, 한국에서 왜 청소부가 영어 때문에 고통을 겪어야 하지? 한국에 있는 외국계 회사나 대사관도 아니고, 그냥 한국의 대학인데 말이다.)
청소 노동자는 청소만 잘하면 된다. 당신은 청소 노동자에게 뭘 더 요구하는가? 부가적인 서비스? 그것이 노동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가? 서울대학교에서 청소 하려면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일어 또 뭐 이런 저런 외국어의 기본을 익혀야 하는가? 당신들은 과연 유학생들과 소통을 잘 하고 있는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데 - 청소하는 사람에게 외국어를 요구하다니, 이것이 한국이 지향하는 '세계화' 이런건가? 그런가? 이 기묘한 세계화의 논리는 시골 장터에서 옥수수를 내다 파는 할머니에게도 '옥수수를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써보시오'라고 시험을 실시한 후에야 옥수수를 팔 것을 허용하려는가?
서울대학교에서 유학하는 학생들은 외국학생들일 것이다. 그들은 한국에 왜 유학을 왔나? 그들이 강의를 영어로 듣건 뭐로 듣건, 한국의 대학에서 공부를 한다면 기본적인 한국어 구사가 가능해야 한다. 청소노동자와 서울대 유학생이 소통할때 영어가 왜 필요한가? 유학생이 한국어로 소통하는 것이 마땅한 것 아닌가? 우리가 미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토플 시험으로 기초적인 영어 실력 검증을 한다. 서울대학교에 유학하는 인재 학생들이 입학할 때 기본적인 한국어 실력 검증도 없이 '영어만 잘하면 어서 옵시오!!!!!' 인가 혹시? 그런 건가? 한국어 한마디 못해도 서울대학교 입학 가능? 청소노동자까지 나서서 영어로 '어서 옵시오!!!!' 해야 하는 건가?
유학생들 살뜰히 살피는 그 정신으로 당신 대학 구석구석 쓸고 닦는 청소 노동자를 살뜰히 살필수는 없는가? 어떤 슬픈 상황이 발생해서 비판을 받을 때는 그 순간만이라도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재발 방지를 위한 고민을 하는 시늉이라도 하여 조금이라도 상황을 개선시키는 것이 우리의 일상을 먼지만큼이라도 의미있게 하는게 아닐까? 우리가 왜 사나...위로하고 미안해하고 뭔가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는것이 우리 삶을 좀 더 가치있게 하는게 아닐까? (정치인이 뭐라고 하건 말건, 정치적으로 이용하건 말건, 그런 부차적인 것 말고 본질을 들여다본다면 -- 당신이나 나나,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하여 미안하고 슬퍼해야 하는게 아닌가? 그것이 지식인의 몫이 아닌가?)
4주 전에 모더나 백신 1차 접종을 했고, CDC 접종 카드에 7월 8일에 2차 접종 받으러 오라고 표시를 해줘서 오늘 아들과 함께 지난번 1차 접종을 했던 월마트 약국으로 가서 2차 접종을 완료했다. 약국 한쪽 구석 간이 주사실에서 주사 맞고, 월마트 약국 매장 앞 Post Vaccination Area라고 표시가 된 의자에 15-20분 앉아 있다가 약국 직원이 이제 가도 좋다고 해서 자리를 떴다. 현재 주사 맞은 지 5시간 흘렀는데 왼쪽 팔 주사 맞은 부위가 약간 열감이 있고 욱신거리는 느낌. 지난번 1차 때에도 그다지 눈에 띄는 심각한 증상이 없어서 타이레놀 한알도 안 먹고 지나갔던 터라서 크게 걱정은 안 하고 평소대로 책상 앞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다.
오후에 주사 맞고 돌아오는 길에 근처 맥도날드에 들러서 생선살 햄버거 (Filet-O-Fish)와 감자튀김 그리고 아이스티 한 세트 사 가지고 와서 얼음 동동 아이스티 벌컥벌컥 - 집에 1 갤론 생수통에 가득 마련해 놓은 루이보스티 벌컥벌컥 - 주로 카페인 없는 차 종류를 벌컥벌컥 먹어주고 있다. 그냥 동물적 직감으로 물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좋을 것 같아서 (독성분은 빨리 나가 줄 것이고 순환은 잘 될 것 같고). 하루 수분 권장량이 대체로 1.5-2 리터이고. 미국에서 판매하는 생수는 갤런 (3.8 리터)이고. 내가 하루에 1갤런을 마시면 하루 권장량의 두배 정도 마시는 건가? 뭐 그냥 열심히 노카페인 차나 마시면서 이 시기를 통과해야겠다.
접종 후 20시간 경과: 어제 오후에 접종하고 밤이 지나 이튿날 오전 10시. 어젯밤에 선선한 밤공기 속을 아들과 30여 분간 동네 산책하고 나는 자정쯤에 잠자리에 들었고, 아들은 잠이 안 오는지 늦게까지 TV 소리가 들렸다. 새벽에 잠이 깨어,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자다 깨다 빈둥댔는데 아들이 '엄마 괜찮으신가' 묻는다. 나는 그냥 주사 맞은 왼팔 주변 어깨까지 좀 욱신욱신하는 정도인데 아들은 '아이고 죽겠다'는 표정으로 종합감기약 '애드빌'을 먹고 쉬겠다고 한다. 나는 아직까지는 뭐 별로 특별한 통증은 못 느껴서 책상 앞에 앉아서 밀린 일이나 하겠다고 생각한다. 역시 젊은 사람이 백신에 더욱 활발한 반응을 보이고 나는 신체가 노후하여 별 반응을 안 보이는 것인가?
접종 후 24시간 경과: 온몸이 몽둥이로 사정없이 두드려 맞은것처럼 아프다. (몽둥이로 맞아본 적이 없으니 적절한 비유는 아닐것이다). 온몸의 마디마디가 바늘로 콕콕 쑤시는 것처럼 아프다. 온몸에 열감이 느껴지고, 동시에 오한이 찾아와 몸은 불덩이 같은 느낌인데 손발이 시리고 덜덜 떨린다. 그래서 얇은 패딩을 갖다 껴 입는다. 그리고 애드빌을 한 알 먹는다. 애드빌 약기운에 의지하여 한 숨 자면 고통도 잊고 증상도 완화되지 않을까 싶은데 잠도 안온다. 몸이 아픈 상태에서 뜬 눈으로 이리뒤척 저리뒤척 시간이 어서 가기만을 기다린다.
접종 후 30시간 경과: 애드빌 한알을 다시 먹는다. 손발 시리고 온몸의 마디마디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찌릿찌릿한 통증이 조금 완화된 상태이다. 엉금엉금 기어나와 냉장고에 있던 식혜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 식혜를 끼니 삼아 벌컥벌컥. 오한 통증이 완화되었지만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문득 내 몸이 '생체실험'을 당하고 있다는 기묘한 느낌이 든다. (아, 어쩌다 인류가 이런 전 지구적 문제에 봉착한 것인가?) 영화 Avatar 를 꺼내 보았다. 잠이 들었다.
접종후 40시간 경과: 일곱시간의 깊은 잠에서 깨었다. 온몸을 찌르는 듯한 예리한 통증은 사라졌다. 오한도 사라졌다. 두통도 사라졌다. 아침 산책을 나가도 좋을것 같다. 아들이 일어나 내 증상을 묻는다. 아들은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한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의 백신 반응이 더 활발해서 그럴 것이다. 그는 아직도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다. 나는 이제 일어나 평소대로 일을 한다. 백신 2차 생체실험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는 듯 하다. 인생은 롤러코스터처럼 한고개 넘어가면 또 다른 고개가 기다리고. 몸이 고단하니 사는게 왜 이리 힘든가 싶다. (둘째는 어제 화이자 2차 접종을 완료했다. 둘째에게 오늘 힘든 시간이 찾아 올지도 모른다. 음료수와 해열제를 준비 해 놓으라 일렀다).
접종후 48시간 경과: 아들과 나 모두 별 고통 느끼지 않고 평소에 하던 일을 하고 있다. 폭풍우가 지난 것 같다. 일단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난 내가 부엌으로 나가서 부엌을 치우고 냉장고를 뒤져 쇠고기 다짐육을 가지고 햄버거를 만들었다. "아들아! 엄마가 햄버거 만들었다 내려와 먹어라!!!" 아들을 불러도, 아들은 내려오지 않았다. 나도 햄버거를 만들긴 했지만,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안들어서 - 기왕에 부엌에 들어온 김에 부스럭부스럭 냉장고를 뒤져 국물 멸치와 새우, 해산물을 찾아내어 '잔치국수'를 만들었다. 고춧가루도 넣어 얼큰하고 멸치 육수 맛이 향기로운 잔치국수. 또 2층의 아들에게 외쳤다 "야, 아들아! 잔치국수 했다! 내려와라!" 아들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햄버거도 만들어 놓았고, 잔치국수도 만들었는데 너 뭐부터 먹을래?" 내가 물으니 잔치국수부터 먹겠단다. 사람이 몸이 아프고 지칠때 먹는 음식 - 그 음식이야말로 '고향' 같은 '위안'을 주는 영혼의 음식이 아니겠는가. 한국보다 미국에서 살아온 시간이 더 오래된 아들은 몸이 아플때 햄버거와 잔치국수 두가지 선택지중에서 '잔치국수'를 선택했다. 그렇지, 내 아들은 한국에서 병역의무까지 마친 한국 사람이다. 그의 '잔치국수' 선택이 그가 본래 어디에서 온 사람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니 너의 이곳의 생활은 얼마나 고단한 것인가. 설령 본인 스스로도 잘 감지하지 못한다 하여도.)
2차 접종 후유증의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 어제의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증명하려는 듯 입안과 콧속의 피부가 헐었다. 나는 몸살기운이 있거나 피곤이 극에 달하면 입이나 콧속의 피부가 붓거나 헌다. 내 몸이 잘 싸워낸 듯 한다.
한국은 확진자 숫자의 증가로 초비상 상황이 되는 모양새라 걱정이 된다. 백신 접종 받은 분들도 경계를 늦추지 말고 평소대로 마스크 착용하고 접촉을 최소화하며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이 최고의 대책이 아닐까. 백신을 접종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조금 안심이 되는 상황이니 - 아직 접종받지 않은 가족이나 이웃들을 위해서 답답해도 거리두기와 마스크를 계속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내가 모더나 1-2차 접종을 완료했지만 나는 백신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다. 좀 더 인내심을 갖고 모두가 안심할 수 있을 때까지 서로 협조해야 한다. 한국의 내 또래 친구들과 이웃들은 아직도 백신 차례가 되지 않았고,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그런 형편을 생각하면 내가 다 송구스럽다. 내가 돕는 길은 위생을 철저히 하고, 철저한 마스크, 거리두기를 통해서 내가 감염경로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주에 영주권 만료 6개월을 앞두고 온라인으로 재발급 신청을 마쳤는데 (6월 15일), 오늘 우편으로 신청 접수 완료되었다는 우편물 두장이 도착했다. 편지 한통은 단순하게 *접수가 되었다 * 전에 사용했던 지문이나 서류를 다시 사용하겠다 뭐 대충 이러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아, 잘하면 지문 날인 다시 할 것 없이 그냥 카드가 날아 올수도 있는거구나.)
아래 폼의 내용은 영주권 카드가 만료 되는 시점까지 영주권 카드 재발급이 안될 경우 이 서류를 소지하면 만료일부터 1년까지 미국 출입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료된 영주권 카드와 이 서류를 소지하면 된다). 만약에 만료된 영주권카드를 소지 하지 않을 경우 (예컨대 분실했다던가...) 별도로 승인 스탬프를 받아라 뭐 그런 안내이다. 그러니까 이 서류는 영주권과 함께 소지할 필요가 있다 (만약 만료 이전에 새 카드가 온다면 아무 상관없다.)
영주권 재발급은 기초 영어 독해와 인터넷으로 자신과 관련 된 기본 정보를 기입하는 정도의 지식이 있고, 인터넷 기본이 가능한 사람이면 변호사 도움없이 혼자 스스로 충분히 해결할 만하다.
지난 월요일에 DMV에 가서 운전면허 갱신 (주소 변경과 2월에 만료된 면허증 복구) 신청을 했는데 - 이튿날 '우편으로 부쳤다'는 메시지가 왔고, 오늘 (금요일) 우편함에 새 면허증이 도착했다.
새 면허증은 Real ID라고 해서 optional (내가 원하면 하고 원치 않으면 안해도 되는) 이라고 했는데 나는 15달러 더 내고 신청을 했다. (그게 뭔지도 모르고 일단 신청을 했다). 이미 만료된 이전의 면허증과 새것을 비교해보니 디자인이나 내용 구성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 단 한가지 오른쪽 상단 모서리에 '별'표가 새겨져 있었다. 그 '별'표시가 미 연방정부의 아이디라는 표시로 보인다.
그래서 도대체 이것이 기존의 면허증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 이제사 DMV 설명을 읽어보았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별 차이는 없고, 2023년이 되면 기존의 면허증가지고는 미국내에서 국내선 탈 때 사용할수가 없다는 모양이다.
What are the benefits of having a REAL ID compliant license or ID card?
Holders of licenses and ID cards that meet federal requirements will be able to use their Virginia DMV-issued credentials as identification to access federal buildings, including military installations, and board domestic flights.
Do I have to get a REAL ID compliant license or ID card when I renew my credential?
No, obtaining a REAL ID compliant license or ID card when you renew is voluntary. Current Virginia driver's license and identification card holders may choose at renewal whether they would like a REAL ID compliant credential or a standard Virginia credential. If a customer chooses not to apply for a REAL ID compliant credential, the customer’s renewal process remains the same as in previous years. If you are a renewal customer and want to upgrade to REAL ID, you can start your REAL ID application online. This easy and efficient process will also help you select which documents to bring to DMV.Start your application now.
Can I use my current driver's license or ID card to board a domestic flight?
Yes, until May 3, 2023. Your current Virginia credential may be used to board a domestic flight through May 2, 2023. On May 3, 2023, the federal government will require all domestic air travelers to present a REAL ID compliant driver’s license or ID card or another federally approved form of identification.
내가 여름을 보내는 버지니아 시골 마을. 주변이 목장 지대로 둘러싸여 있어 집앞에 실개천이 흐르는데 나는 이 개울가를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한다.
요즘 개울가를 뒤덮고 피어있는 아주 자그마한 파란 꽃들. 꽃들을 들여다보며 '이것이 혹시 물망초 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 웹검색을 하여 대조해보니 이것이 말로만 듣던 그 '물망초'이다. 기쁘다. '날잊지 말아요, 내 맘에 맺힌 그대여' 노래속의 그 물망초가 이것이었구나!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가 되어 이제야 '물망초' 꽃을 시냇가에서 발견하다.
사람에게는 '암묵적 (implicit)' 지식 혹은 기억이란 것이 있다. 모르지만 아는것. 그것이 암묵적 기억이다.
가령 이 물망초꽃처럼 - 나는 평생 '이것이 물망초다'라고 내 눈으로 알고 본 적이 없다. 그저 노래로 듣고, 시냇가에 피는 꽃이라는 정도의 정보만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무엇이 물망초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이 자잔한 파란 꽃이 무리지어 피어난 것을 보고 '저것이 물망초가 아닐까' 추측을 한 배경에는 나도 설명하기 어려운 '기억장치'들이 있는 것이다. (전에 책이나 혹은 티브이나 인터넷에서 이 물망초를 봤을 것이다.)
20여년전에 내가 플로리다에서 생활을 시작했을때, 어느날 산책길에 '로드킬' (road kill) 교통사고로 죽은 동물의 시체를 발견했다. 난생 처음 보는 동물이었다. 양서류, 악어같이 생기고, 등이 둥글고, 도마백 같이도 생겼고. 미국 남부에서나 사는 (한국에서는 아예 서식하지 않는) 그 동물의 사체를 들여다보며 나는 문득 종알거렸다 - 이게 '아마딜로'인건가? 나는 내 입으로 '아마딜로'라고 말을 하면서도 도무지 내 입에서 왜 '아마딜로'라는 말이 나온 것인지 알수 없었다. '아마딜로'라는 말 자체도 내 머릿속에 있었던 것 같지가 않았으니까. 그런데, 웹검색으로 아마딜로를 찾아보니 정말 그 동물 그림이 나오더라.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컬러학습대백과'나 '동물의 시간' 그런데서 아마도 나는 아마딜로를 여러차례 봤을것이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암묵적 기억'이다.
역시 20여년 전 플로리다에서 살때의 일이다. 어느날 욕실 캐비닛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쥐 같은것이 내는 소리였다. 캐비닛에 쥐가 있나보다. 그런데 어딘가 함정에 빠진 쥐가 발버둥치는 것 같은 그런 소리이다. 캐비닛 문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괴상한 외계 생명체'가 들어있었는데 날개짓을 하는것도 같고, 내 평생 한번도 본적이 없는 그야말로 '외계생명체'였다. 내 등뒤에 숨어서 관찰하던 당시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내 아들들도 아무런 생각이 안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기괴한 장면의 중심에 선채로 (내가 아이들 엄마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자리에서 도망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였기 때문에 나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나는 골똘히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이건.....박쥐 인가봐...."
내가 평생에 박쥐를 본적이 있었는가? 물론 없었다. 그리고 박쥐라면 암굴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 혹은 밤하늘을 갈짓자로 날아다니는 것이여야 한다. 그런데 박쥐가 왜 내 욕실 캐비닛에 들어 있겠는가? 말도 안된다....하지만...그래도 이것은 혹시 박쥐가 아닐까?
일단 '박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치자 웹을 뒤져 박쥐를 찾아냈고 - 바로 그 괴생명체가 '박쥐'임이 밝혀졌다. 그날, 그리고 그 며칠 후, 우리는 여러마리의 박쥐들을 생포하여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박쥐가 화장실의 환기구를 타고 실내로 들어와 캐비닛 안에 들어온 후에 퇴로를 찾지 못해서 발생한 일이었다. 아, 밖으로 박쥐를 살려서 내보냈는데도 그 중에 몇놈은 고집스럽게 우리집 뒷마당으로 통하는 문 앞에서 집으로의 침투를 시도했는데 참 괴이한 일이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 한국에서는 박쥐가 '복'을 가져오는 길한 짐승이라는 것이고 - 그래서 그 괴이쩍은 상항에 대하여 '우리집에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려나봐'하고 아이들을 달랬다. (영 기분이 나빴으니까.) 그렇게 기괴한 박쥐와의 조우 이후로 나는 박쥐를 잘 식별한다. 플로디아에서 버지니아로 이주한 후에도 저녁 산책길에 술취한듯 갈짓자로 날아다니는 새들을 발견하면 그것이 '새'가 아니라 '박쥐'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니까 생전 본적도 없고, 절대 그 자리에서 발견할거라고 예상할수 없는 - 전혀 연결이 안되는 생명체를 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내게 '박쥐'라는 답을 준 것은 바로 그 '암묵적' 기억이다.
나는 우리아들에겐 걸어다니는 '클래식 음악 사전'이다. 아들이 뭔가 흥얼거리며 "엄마 이 곡이 뭐죠?"하고 물으면 나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내 입에서 나오는 내 말소리를 듣는다. 내가 아무 생각도 없이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그것이 정답일 때가 많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그리고 종알거린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런 기억력이 그다지 신통하지 않지만.)
이름모르는 꽃을 발견하고 '이것이 물망초인가봐' 추측한 내가 신통해서 '암묵적 기억'에 대해서 헛소리를 해 봤다.
한국에는 아스트라제네카, 얀센(존슨앤존슨), 그리고 화이자가 풀려있고 아직 '모더나'는 풀리지 않은 것 같은데 - 나는 모더나를 맞았으니 후일 다른 분들이 참고하시라고 기록을 남겨본다.
버지니아주 우리 동네 순박한 미국인들이 서로 모여서 한 얘기 하고, 한 얘기 또 하는 (그냥 사람 만나서 대화 나누는 것 자체가 기쁘고 흥겨워서 한얘기 하고 또 하는) 상황에서 나눈 후기:
(1) 모더나건 화이자건 1차 접종은 아무것도 아니다 2차때 이틀정도 끙끙 앓는다. 각오하라 (각오하라지만 별것 아니라고 킬킬댄다).
(2) 주사 맞은 부위가 얼얼하고 아플것인데 - 통증을 예방하려면 팔을 많이 움직여주는것이 좋다고 한다. 이것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민간처방인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그러는게 좋을것 같아서 나도 주사 맞고 온날 오후에 팔 운동 열심히 했다. 딱히 운동이랄것도 없이 그냥 아령 운동하듯이 팔을 올렸다 내렸다, 춤추듯 팔을 이리저리 돌리고 휘젓고 ... 그냥 밑도 끝도 없이 팔을 움직여주는거다. 그래서인지 통증이 막 심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아들도 마찬가지로 (젊은 사람이 통증이 더 심하다는 설도 있지만) 그다지 통증이 없어 보였다. 이 친구는 정기적으로 근력운동도 하고 아주 건강한 젊은이인데 - 노인이 되어가는 나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통증을 겪지 않았다.
I think I should report my case that I've got my 1st shot of Moderna vaccine on Thursday, June 10 in Virginia, and the bleeding after menopause began on Sunday, June 13 (it began about 72 hours after the inoculation). At first I took it as the 'ordinary' symptom that most middle aged women experience 'in the final process' of menopausal period (irregular bleeding in several months) and today I've noticed some online news reports on the same cases that other women across the world experience after the covid-vaccination.
I do not take it seriously and I am not a bit concerned of this situation as I have regularly consulted with my gynecologist for her advice on my menopausal symptoms and my recent medical check-up with her tells me that my 'women organ' does not show any irregularity.
I am purely curious and I think it deserves scientific investigation on the 'causal relation' between the Moderna Vaccine (or covid-19 vaccines) and post-menaupasal bleeding.
--Moderna, Virginia, US
모더나 백신 1차 접종 후 7일째 되는 날이다. 새벽에 잠이 깨어 이런저런 온라인 뉴스를 리뷰하던중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 모더나나 다른 코비드 백신을 맞은 폐경기 여성들 중에서 '생리'를 경험한 사람들의 증언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오호!~ 이것이 나만 겪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나도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 생리가 불규칙적이 되고 전형적인 '갱년기 증상'에 시달리던 나머지 지난 봄부터는 근처 산부인과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갱년기 증상 완화 치료도 받고 상담도 하며 지내왔다. (나의 갱년기 증상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무기력감 이었다. 무기력감. 다행스러운 것은 이 무기력감이 '우울증'과는 다른 것으로 그냥 신체적으로 깊이 깊이 늪속에 빠져들어가는 느낌. 정말 깊고 깊은 무덤속에 갖혀있는데 숨만 쉬고 있을 뿐 빠져나갈 기력이 없는 상태. 매일 기도하므로 마음은 평안하고 흔들림이 없는데 신체가 무덤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기묘한 상황. 그래서 마침내 의사를 찾아갔던 것이고, 그럭저럭 잘 견뎌내고 있었다. 이런 깊이를 알수 없는 무기력감 속에서도 - 나는 내 정신이나 마음 혹은 영혼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
갱년기 치료를 받는 중간에도 어쩌다 '잊혀진 옛사랑의 그림자가 얼핏 지나치듯' 한두차례 출혈이 있기도 했는데, 이것은 종이에 손가락을 베었을때 약간 피가 나다 마는것 같이 아주 경미한 일이었고 나의 의사 선생님도 별일 아니라고 친절한 조언을 해 주신바 있다. 내 여성기관은 '정상'이고 암이나 다른 이상 증상은 없이 멀쩡한 상태이다.
그런 상황이므로, 버지니아 집에 와서 모더나 백신을 맞고 그리고 3일후 (만 72시간 경과후)생리가 (폐경 이전과 같이 건강하고 왕성한 생리가) 다시 시작되었을 때 - '이거 뭐지? 아! 내가 스트레스 많던 학기 일을 다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와 며칠 푹 쉬니까 생리가 돌아온건가? 결국 이러다 끝나겠지.' 대충 이렇게 정리를 한 바있다. 그런데, 이것이 코비드 백신을 맞은 많은 여성들에게 일어나는 증상이라니, 놀랍다.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 중에 '혈전'이나 뭐 그런것이 문제가 되는 모양인데 결국 이것도 '혈액'과 관련된 문제인걸까? 그래서, 내 케이스도 일단 공개한다. 영문으로 써놔야 혹시 연구자들이 발견할지도 몰라서 영문으로도.
이걸 내가 정말로 '생리'로 받아들인것은 정말로 생리전 증후군 (갑자기 뭔가 식욕이 올라가서 뭔가 자꾸 뒤져 먹게 되고, 배가 빵빵해지고 --나의 생리전 증후군)이 있었고, 안색이 안 좋아지고, 약간 오싹한 기분이 들어서 (생리 전에 손발이 시려지고 그런다) 얇은, 한 여름에도 꺼내 입는 얇은 패딩 점퍼를 입고 줌으로 회의도 하고 그랬다. 그러고 나면 출혈은 이어지는데 온몸이 따뜻해지고, 나른하고 포근한 잠이 쏟아지기도 하는 - 그냥 평소 생리를 할 때 겪는 달콤한 증상들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나는 이것을 순전히 '과도한 업무에서 벗어나 휴식을 즐기므로 일어나는 일시적이고 즐거운 신체적 변화'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에...에...그, 그런데... 그러니까, 가령, 뭐, '비아그라' 그 약이 원래는 무슨 고혈압인가 뭔가 치료제 개발중에 실수로, 우연히 기가막힌 증상이 나와서 그것이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되었다는 것 아닌가? 그러면 코비드 백신의 어떤 무언가는 장차 '폐경기 여성 치료제'로 개발 될 수 있는것 아닐까? 이런 엉뚱하고도 즐거운 '상상'을 해 보게 된다. 하하하. (알게 뭐람. 재미있는 인간계).
확실히 지난 겨울, 백신이 아직 본격적으로 풀리기 전의 미국과 백신이 대중들에게 풀리고 맞을 사람은 대체로 맞은 (아예 안맞겠다고 작정한 고집쟁이들을 제외한 말 잘 듣는 사람들은 다 맞은) 미국의 풍경이 확연히 다르다.
공항 입국심사대를 통과할때까지만 해도 한국에서의 일상과 별 차이를 못 느꼈다. 비행기에서 삼엄하게 마스크를 해야했고, 이민국을 통과 할 때까지도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쓴 상황이었다. 그런데 공항을 빠져 나오자 거리의 모습은 '코비드 이전'으로 돌아간 듯, 마스크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식당에 들러도 마찬가지. 마스크를 꽁꽁 쓰고 있는 나와 내 아들이 '튀는 존재'처럼 여겨졌다.
이 동네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만날수 있는 '월마트'에서는 50:50 정도로 마스크를 쓴 사람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
어제 DMV (자동차 관련 관공서)에 갔을때는 출입구에서 경비가 '코비드 관련 질문 (열 있냐, 2주 안에 코비드 환자와 접촉한 적 있냐' 뭐 그런 일상적인 질문을 했고 내가 '도리도리'하는 것을 보면서 경비아저씨는 '묻는 내가 미안하구나' 하는 표정으로 싱긋 웃었다. 그런데 사전 예약으로 '통제'된 인원만 출입이 가능했던 DMV에 들어가보니, 실내에 있던 사람들 중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나와 어느 노인 부부 뿐이었고,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나 일을 보러 온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였다. 관공서인데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을 보면 -- 예방 접종 완료자들이라는 뜻인걸까? 대충 예방접종 완료를 한 사람들인가보다 짐작하고 내 일을 마무리 했다.
마을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중에도 마스크를 쓴 아이들은 없다. 개를 끌고 가다 길에 서서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모두 마스크 없이 마주서서 미소를 보낸다. 뭔가 지난 겨울에 비해서 사회적 공기가 가벼워진듯 하다. 이곳이야 목장으로 둘러싸인 그야말로 '초원의집' 같은 동네이고 사람들도 별로 없으니 그렇다 치고 - 대도시에서도 이런 식이라면 과연 백신 접종을 완료 했다는 것 만으로 안심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어제 저녁에는 나도 산책을 나갈때 마스크 없이 나섰다. 한국에서 '사람 얼굴'을 보기 어려웠던 길거리 풍경에 익숙해 있다가, '사람 얼굴'과 그들의 미소를 그대로 볼 수 있는 풍경을 보니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아, 이제는 정말 사람이 그립다. 마스크 없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사실 지난 겨울방학에 왔을때, 유효기간 만료 전에 새로 발급받기 위하여 온라인으로 절차를 밟았는데 - 나의 경우 서류를 가지고 DMV를 방문해야 하는 사안이었고 - 그 당시에 (미국에서도 코로나 예방 정책이 삼엄하던 시기) DMV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온라인으로 예약을 잡아야 했는데 한달 넘게 기다려야 할 형편이라서 방문을 포기 했던바 있다. 이번에는 오자마자 온라인으로 살펴보니 곧바로 방문 일정이 잡히길래 가장 빠른 날짜로 예약을 잡고 서류를 챙겼다. 예약된 시각에 맞춰서 DMV에 도착하니 단 1분의 지체됨도 없이 "Lee! Counter number 5! (예약자 이씨는 5번 카운터로 오세요)" 하고 누군가 나를 불렀고 5분도 안되어 운전면허증 주소변경및 재발급 신청이 완료 되었다. 내 운전면허증이 10년쯤 전에 발급 받았던 것인데 - 그 10년 사이에 뭔가 명허증 체계에 변화가 생겨서 '국가 아이디'뭐 그런 것으로 만들수 있다나 뭐라나. 뭔가 특별한 아이디로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하는데 그거 신청하니까 10달러 추가 비용을 받더라. 그런데 옛것과 새것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더라. 뭐 좋은거겠지...
사실 DMV행차는 미국인들이 대체적으로 매우 싫어하는 일인데 - DMV 서비스의 느릿함은 코메디의 주요 소재가 되기도 하고, 몇해전 애니메이션에서는 '나무늘보'가 DMV 직원으로 나오는 장면도 있었다. 말하자면 사소한 일로 DMV에 갔을때 신속한 일처리를 기대하기 어렵고 한나절을 바보같이 기다려야 하는것이 일반적인데 -- 이번 DMV 행차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것처럼 일사천리였다. 만세!를 부르고 싶어진다.
DMV 서비스의 개선은 온라인에서도 두드러진다.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시스템도 아주 맘에 들었고, 게다가 내 방문 사유에 따라서 어떤 서류를 챙기면 좋을지 정확하게 안내해주는 시스템도 아주 돋보였다. DMV서비스도 개선되고 있었다. 기분좋은 외출이었다.
미국을 드나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 비행기에서 내려서 미국 이민국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행정부와 공화당 행정부의 분위기가 현저하게 다르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하게 된다. 물론 극히 개인적인 느낌일 수 있겠으나, 트럼프 (공화당)시절에 미국에 입국할때는 질문이 많고 '불친절'했다.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로 바뀌자 입국 프로세스가 너무나 신속해서 깜짝 놀라게 된다.
트럼프 시절 미국 입국 절차가 가장 까탈스러웠다는 느낌이다. 남편과 함께 동반 입국할때는 남편이 '외국인' 신분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뭔가를 확인하겠다면서 back-room 이라는 특정 구역에서 - 막연히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냥 막연히 사람을 대기하게 만들었다. 덩달아서 아무 문제 없이 통과했던 나까지 남편과 동행이라는 이유로 함께 '억류'되어 영문모를 시간을 한시간 가까이 보내야 했다. 그날 입국하는 한국인이나 아시안계 사람들중에서 (우리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들 중에서) 그렇게 알수 없는 이유로 '억류'된 사람들이 여럿이었고 - 한명 한명 차례차례 상황이 정리되고 나가게 되었는데 하필 남편이 최후에 그 방을 떠나게 되었다. 그날의 불쾌한 기분이 아직도 기억 어딘가에 남아있다. 굉장히 불쾌했다. 그것이 이민자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짓거리'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처럼 내 기억에 남아있다. 합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이 드나드는 '손님'에 대해서도 그들은 이상한 짓거리를 서슴치 않고 저질렀다.
지난 겨울에 미국에 입국 할때는 트럼프의 종말 기간이었다. 서슬퍼렇던 이민국 창구 직원이 매우 '나이스' 했다. 몇가지 간단히 묻고 지체없이 통과 도장을 찍어주었다. 며칠전 입국할때는 - 프로세스가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신속해서 - 내가 미처 예상을 못하고 있다가 (그러니까 줄서서 기다리다가 내 차례 직전에 가방에서 여권을 꺼내면 되는 일이었는데) -- 기다릴 틈도 없이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바람에 나는 이민국 창구 직원 앞에서 "Excuse me a moment, please. I need to locate my passport in my baggage. I've put it into a safe spot somewhere in my bag and I am hunting for it now" (가방에서 여권을 찾아야 하니까 잠깐만 기다려주셔요. 여권을 가방 깊숙히 안전한 곳에 넣어 놓아서 지금 찾는 중이에요" ) 이런 얼척없는 짓거리를... 하하하. 직원은 빙긋 웃으며 "Take your time, no problem..." 가방을 뒤적거리는 나를 내버려두었다.
그렇다 너무 빨랐다. 원래는 줄 서서 기다리다가 앞사람이 지체되는 시간에 가방에서 여권/항공권 이런거 꺼내서 준비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런 지체되는 시간이 단 1초도 없었던 것이다.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행렬을 이뤘고 줄이 아주 길었는데도 지체되는 시간이 없었다는 것은 그냥 바로바로 통과를 시켰다는 것이지. 내 경우에도 "어디서 왔어?" "인천, 한국이라고?" 그러고는 그냥 도장 쾅.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의 미국은 공기가 더욱 가볍고, 쾌적하고, 그리고 이민자들에게 친절하다. (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다.)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내가 해결해야 했던 문제는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만드는 일이었다. 비행기 탑승 수속 72시간 이내에 발급된 코로나 음성 확인서. 이것은 어디서 어떻게 얼마의 비용을 치르고 만들수 있는가?
네이버와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몇가지 방법이 나온다.
인천 공항에서 - 사전에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검사를 받는데 대략 PRC 검사 음성확인서류 한장 떼는 비용이 17만원-20만원 정도이다. 당일에 가서 검사받고 영문확인서 받을수 있다고 한다. (사실, 예약하려고 로그인해서 들어갔는데 - 이미 예약이 꽉 차서 예약할수가 없었다. 망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출국을 앞둔 동료들에게 예약할거면 빨리 하라고 알려주었다.)
대학병원급에서 미리 예약하고 검사받고 영문 서류를 받는다. 나는 인하대학병원에 예약을 했다가 나중에 더 가까이에 있는 더 저렴한 검사를 발견하고 취소했다. 오늘 검사받으면 내일 가서 확인서 받는 방식이었다. PCR음성 확인서 17만원 경비가 든다고 했다.
알음알음으로 인터넷에 잘 잡히지 않는 동네 개인 병원에서 미국행 음성 확인서를 받는다. 나는 송도 시내의 '이화 웰봄 소아 청소년과 의원' (웹에 검색하면 나옴)에서 Viral Antigen Test 라는 '항원검사'를 받고 1시간 후에 영문 음성 확인서를 받았으며 경비는 7만원 들었다. 걸어서 갈 수 있는거리에서 검사받고 한시간만에 영문서류 받고 7만원 냈다. 이걸 모르고 차 끌고 인천공항까지 가서 비싼돈 들일뻔 했다. 이걸 모르고 차끌고 인하대병원가서 검사받고 이튿날 또 그 서류 찾으러 두번 걸음할뻔했다.
내가 선택한 3번 안티젠 항원 검사는 인천공항이나 대학병원급에서 시행하는 PCR검사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에 입국하는 사람들에게는 통용되는 검사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봐도 대체로 통과되는 검사로 알려져있었고 학교 담당 직원도 전에 여러사람이 안티젠 항원 검사증으로 미국 입국에 문제가 없었다고 알려 줬다. 그래도 주마다 상황마다 변수가 있을수 있어서 약간 고민하다가 - '남들이 됐다면 나도 되는거지, 겁먹지 말자' 각오하고 안티젠으로 갔다. 일단 값이 훨씬 싸고 시간도 절약되고.
영문 코로나 음성 확인서는 내가 보기에는 - 순전히 병원들 배불리는 요식행위처럼 보인다. 단순한 검사확인서인데 '영문'이라는 이유로 몇몇 지정된 병원에서만 이 확인서를 발급해주는데 - 내가 받아본 영문 확인서도 그냥 별것이 아니었다. 병원 영문 주소와 병원의사 싸인이 들어있는 정도. 아니 이 간단하고 별것 아닌 영문 확인서 때문에 우리가 돈 20만원 가까이 내야 하는가? 이건 그냥 병원들 배불려주는 장사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식으로 종합병원들 배부르게 하는 행정절차에 대해서 재고해 볼 여지가 있다. 이정도의 영문 서식은 그냥 국가에서 폼을 만들어서 코비드 관련 검사가 가능한 모든 곳에 비치하여 놓고 - 그자리에서 곧바로 약간의 비용 (만원정도)만 받고 발급해줘도 되는 것이다.
인천에서 비행기 타기 전에 샅샅이 검사하고 뭐 싸인하게 하지만 - 미국에 입국할때는 이런 서류 보자는 말도 안한다. 이미 비행기 타기전에 검사하고 확인했으니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 가지고 다시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듯한 태도이다. 미국의 이런 느슨하고 방만한 행정이 코로나 방지에 걸림돌이 될지는 모르지만 - 그렇지만 합리적으로 보인다. 서류 검사 하고 비행기 탔으니 내린후에 검사할 필요가 없다는거다.
내 제안은 - 지역마다 텐트치고 작업하는, 여기저기 널려있는 코비드 검사소에 영문확인서 서식 준비해 두었다가, 이것 필요하다는 사람한테 만원정도 받고 영문 확인서 발급해주는거다. 이 간단한것을 뭣하러 종합병원들 배 불려가며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들게 한다는 말인가?
성추행에 저항하다 스스로 이 '더러운 수컷들의 세상'에서 떠난 공군 중사의 사건 관련 뉴스들이 연일 업데이트 되는 상황을 보면서 나는 문득 한가지 제안을 하고 싶어진다.
이쯤되면 - 저 돌아가신 '중사님' 이름 공개하고 사진도 공개하고 - 아예 '전태일 님'처럼 이분의 저항과 사망을 널리 알리고 기리는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게 아닐까? 이분의 죽음은 사실은 크고 작은 성폭력과 성추행에 시달리며 살아온 '나를 포함한' 전 여성의 '죽음'이 아닐까? 우리들의 일부도 조금씩 죽어 왔던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내 또래 아줌마들만 그냥 무작위로 붙잡고 한 번 물어보라 - 여태 살아오시면서 내 의사와 상관없이 어떤 남자가 내 몸에 손을 댄 경험이 있으십니까? 불쾌했던 경험이 있으십니까? - 이런 질문에 픽 웃으며 '그런 일이야 부지기수로 일어나지요마는 ...어느 정도 수위의 이야기를 원하십니까? 어디까지 얘기해드릴까요?' 라도 답하는 아줌마들이 꽤 많이 나올것이다. 물론 오십 육십줄의 아주머니 중에서도 절대 입을 열지 않는 분들도 계실것이다. 아직도 그 기억이 너무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워서 말이다. 물론 나도 정말로 기가막힌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입을 다문다. 가벼운 것들에대해서만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이지. 그래서 -- 정말로, 돌아가신 공군 여중사님이 그런 선택을 한 것에 대하여 깊이 깊이 공감하는 것이며 함께 고통스러운 것이며, 함께 분노하는 것이다.
우리는 '위안부를 기리는 소녀상'과 같은 '공군 여중사의 상'을 만들어 세워야하고, 그의 기념비를 대한민국 서울 중앙의 공원에 세워야 한다. 이한열처럼, 전태일처럼 그의 기념비를 세우고 -- 비슷한 이유로 죽거나 고통당한, 숨어서 한숨짓는 사람들을 위로해야 하며 그 악의 근원을 뿌리 뽑는데 애써야 한다.
군부 무장세력에 저항하듯, 부패한 정부에 저항하여 촛불을 들듯, 우리는 싸워야 한다. 하지만....한국 인구의 절반인 남성들 중 얼마나 이 저항에 동참해줄까? 촛불을 들때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았지만 - 이중사를 위한 싸움에 남성들이 얼마나 동참해줄까?
그래서 나는 '비관적'이다. 공군중사님을 위해서 - 그 오천년 넘게 지속된 성추행/폭행의 역사에 저항하는 시민운동은 일어날 가능성이 커보이지 않기에 나는 비관적이다. 나는 비관적이다. 정말로 여성에겐 조국이랄것도 없는 것인지 모른다....여성에겐 조국도 조상도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 공존하지 못하면 공멸할것이기 때문이다. 공존 상생을 원한다면 말이다.
버지니아 집에 6월 8일 저녁에 도착하여 하루 쉬고, 6월 10일 정오에 집 근처 '월마트'에서 '모더나' 백신 1차 접종을 완료 하였다.
아들이 '엄마 오시면 모시고 가서 함께 맞아야지'하고 벼르고 있다가 -- 나이가 몇살인데 아직도 '엄마오시면 같이 가야지' 마인드인지 모르겠지만 - 아들의 이웃 친구들도 비슷한 양상이란다. 이웃집 털보 녀석도 엄마 모시고 나가서 함께 맞고 왔다고 하고. (그러니까, 레드넥 백인 이건 아시안 녀석이건 간에 사내놈들은 기본적으로 '엄마'에 대한 의존성에서 영 못벗어나는 모양이다. 하하하. 이 작은 동네에선 그냥 그 아시안 녀석의 엄마가 드디어 이 마을에 다시 나타났다는 것이 동네 뉴스가 된다. 내가 이 동네에서는 아시안을 대표하는 아줌마라서 집밖에 나갈때도 뭔가 옷을 차려 입어야 할 형편이다. 그냥 내가 아시아 대륙을 대표하는 중년여성인 것이라. 누군가는 새로 장만한 수천달러짜리 바베큐 그릴을 자랑하기 위해 바베큐 파티를 열 것이고 - 그러면 나는 아시아 대륙을 대표하여 잡채나 뭐 내가 만든 음식을 동내에 돌려야 하리라. 사람이 너무 없어 사람을 반기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 그들은 '엄마'를 사랑하고, 주사도 엄마하고 함께 가서 맞는것이 일상처럼 보인다. )
1회에 끝낼수 있는 존슨 앤 존슨과 2회 접종의 모더나, 두가지 중에서 뭐 맞을 것인지 선택할수 있는데 - 아들과 나는 그냥 모더나 쪽으로 선택을 했다.
아들 설명으로는 미국에서 백신이 확 풀린것은 한달쯤 전 부터라고 한다. 그것도 지역에 따라서 어느 지역에서는 한국처럼 '신청'하고 기다렸다가 맞는 곳도 있었고, 어느 지역에서는 '가서 맞고 온다'는 지역도 있고 해서 - 성질 급한 사람은 '가서 맞는' 지역에 가기도 했다는데 그것이 요즘 들어서 확 풀리면서 아무때나 접종 장소에 가는 분위기가 되었다고 한다.
접종 프로세스는 - 일단 월마트의 경우 매장 파머시 (약국)에 가서 '코비드 백신' 맞으러 왔다고 하면 줄서서 기다리라고 한다. (아들과 나외에 아무도 없어서 아들과 나만 줄을 섰다.) 서류를 작성하라고 한다. 대략 예방접종을 위한 문진표다 (알러지 반응 있냐, 약 먹는거 있냐 뭐 이런 일반적인 문진). 간호사가 직접 중요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알러지, 열, 지병, 복용약 뭐 이런것들). 의료보험 관련 문건도 있다. '전국민 의료보험'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의료보험이 개인별로 다르고 나의 경우에는 미국에 의료보험이 없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개별적으로 보험이 있는 사람은 일일이 소속 보험을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이 있고, 나처럼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은 보험이 없다는 서류에 싸인을 해야 한다 (보험 없는 사람은 주정부나 연방정부에서 비용을 내주는 시스템일 것이다).
그리고나서 백신 주사를 맞는다. 주사를 맞은 후에는 파머시 인근에 표시되어진 의자 (post-vaccination area)에 15분간 얌전히 앉아서 기다린다. 뭔가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지 관찰하는 시간일것이다. 15분이 지나면 '이제 완료되었으니 가도 좋다'고 알려준다. 그러면 자리를 뜬다. 한국에서 백신 주사를 맞았다면 전자식으로 등록이 될것이다. 미국에서도 접종 사실은 시스템에 등록이 될 것이고 - 접종을 한 사람에게는 아래와 같은 명함만한 접종 카드를 한장 준다.
Covid-19 Vaccination Record Card, CDC
이름
생년월일
1st dose Moderna 009D21A, 06/12/21 (2021년 6월 12일) Wclmc4#0154 (월마트 지역코드와 몇번째 접종인가 표시한듯)
아 카드의 뒷면에는 7월 8일 2차 접종을 한다는 표시가 들어있다. 이걸 갖고 가면 2차 접종 프로세스가 신속하게 진행될 듯.
대략 월마트 도착해서 접종후 15분 대기까지 30분도 안되어 1차 접종이 완료 되었다.
목요일 정오쯤에 접종 받고, 현재 일요일 새벽이니 만 2일이 지났다. 내가 겪은 증상은 - 전에 독감 백신 맞았을때도 경험했던 (1) 주사 맞은 부위 주변의 약간의 욱신욱신한 근육통 정도 (2) 약간의 열감 정도이다. 나는 일반 직장인처럼 휴가를 내야 하는 상황이 아니고 학기 마치고 왔으므로 내가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만 처리하면 되므로 -- 그냥 만 이틀간 한국에서 가져온 '누룽지' 나 퍽퍽 끓여서 먹으면서 틈틈이 요거트와 과일 썰은거 먹으면서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두개를 밤 낮 틀어놓고 보는둥 마는둥 자는둥 마는둥 하면서 보냈다. 어차피 시차적응 기간이기도 하니까 빈둥빈둥 주로 누워서 뒹굴거리며 보냈으므로 딱히 이렇다할 고통은 느끼지 못했다. 나는 '타이레놀' 족이라서 머리 아프거나 미열감이 있으면 타이레놀을 먹는 편인데 - 이번에는 타이레놀 한알 먹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모더나백신이나 화이자 백신을 이미 해결한 동네 사람들 전언으로는 2차 접종 후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하니 2차 접종이 약간 신경이 쓰이지만, 뭐 내 몸이 그럭저럭 견뎌주기를 기대한다.
* 스케치
큰 아들은 '엄마' 손 붙잡고 가서 백신을 맞고 - 작은 아들은 다른 주에 사는데 아직도 백신을 안 맞았단다. 그래서 '이놈아, 한국에서는 백신 차례가 안되어 젊은 사람들이 주사를 못맞는데 여태 뭘 꾸물거리고 속을 썩이고 나라에서 '어서 제발 맞아주십시오'하는데도 안맞고 게으름을 피우는 거냐. 당장 나가서 맞지 못할까!!!!!' 하고 야단을 쳤다. 백신 맞고나서 전화할것. 그 전에는 어미 목소리 들을 생각도 말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고얀놈 같으니. 바이든 정부에서 지금 국민들 모두 백신 완료 하도록 캠페인을 벌일 지경인데 꿈지럭거리고 있다니. 나라의 짐이 되려느냐? 딱 상황이 -- 없는집 애들은 밥때가 언제가 되나 눈이 벌개져서 밥때를 기다리느라 목이 빠지고 있는데 -- 있는 집 애들은 배가 불러서 에미애비가 밥먹어라 밥먹어라 밥 그릇을 들고 따라다니며 애새끼들 밥먹이는 모양새라고나 할까. (한숨...) 지금 지구상 어느나라에서는 백신은 커녕 마스크도 귀한 판인데 - 이 부자나라 미국에서는 '와서 제발 백신좀 맞아주세요'하고 캠페인을 하고 있다. 월마트에서 백신을 맞는것도 따지고 보면 사람들이 두부 콩나무 사러 일상적으로 들르는 동네 가겟방에까지 백신이 들어와 사람들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들녀석만 해도 - 엄마 오시면 백신 어디로 맞으러 가면 되나 - 고민할 겨를도 없었다고 한다. 평소처럼 월마트에 장보러 갔는데 매장에서 방송을 하더란다 "현재 매장 방문 손님중에서 아직도 백신을 맞지 않은 분은 지금 약국코너로 오면 백신을 맞을수 있으니 어서 와서 백신을 맞으세요." 그래서 장보던 아들이 - 아하! 엄마 오시면 그냥 여기 오면 되는거구나 했단다. 그리고는 저도 여태 안맞고 '엄마'가 오기만 기다렸단다. "먼저 맞고 기다리면 안된나?" 나의 송곳 같은 질문에 아들 왈 --"헤헤...그냥 귀챦아서...어차피 엄마 오시면 맞을거니까."
왜 모더나인가? 나는 한국에서 '화이자'가 '인기'라서 -- 미국가면 '화이자 맞아야지' 기대했는데, 월마트에서는 '모더나'라고 해서 약간 의아. 아마도 그냥 지역이나 장소에 따라서 임의로 화이자 혹은 모더나가 공급되는 모양이다. 한집에 사는 한 부부도 한쪽은 모더나 한쪽은 화이자가 걸리기도 하고 그런단다. 부부중에 한쪽은 직장에서 단체로 맞고, 한 쪽은 월마트 같은 곳에서 맞을경우 그때그때 모더나/화이자 사이를 오가는 모양이다. 존슨앤존슨은 선택사항이긴 한데 미국에서도 일반인들은 2회에 나눠서 접종하는 백신을 주로 맞는 모양이다. 나도 나이가 있으니까 무리 할 필요가 없어서 2회 접종으로 했는데 - 일정이 촉박한 사람들은 1회 완성을 선택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1회 접종으로 마무리하는 존슨앤존슨이 몸이 힘들수도 있겠지... 이쪽 지역 평범한 주민들은 대체로 2회 접종으로 가는 모양.
---------
모더나 일차 접종을 하고 나니 한국 정부에서 해외 접종 완료자에 대한 방침을 발표했다. '교도소 (자가격리)'를 면제받는 방법은, 접종을 모두 완료 한 2주후에 한국 영사관에 가서 뭐 자가격리 면제 신청을 한다는 것인데 - 그래도 뭔가 명확하지 않다. 면제 신청하면 그자리에서 승인을 해주는것인지 아니면 며칠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나의 경우에는 2차 접종 완료후 2주가 못되어 귀국하기로 되어 있는데 - 그러면 나는 2주 교도소생활을 해야 한다. 만약에 내가 귀국을 1주 연기하고 2주 채우고 곧바로 한국 영사관 가면 승인서를 받을수 있는걸까? 그게 가능하다면 귀국을 1주 연기하고 면제 승인 받고 귀국하고 싶다. (하지만 승인서 받기위해 또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면 골치아프니까 그냥 계획대로 귀국하여 2주 교도소 채우는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한숨... 한방짜리 얀센을 맞을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든다. (뭐가 스케줄이 이렇게 꼬이나 싶다.)
어쨌거나, 백신 구하기 힘든 시절에 미국 나와서 미국 연방정부 비용으로 백신 받고 귀국하는 것도 - 먼지만큼은 한국의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거 아닌가? 내 몫만큼 다른 사람이 받을수 있는거니까 말이다. 아주 먼지만큼 한국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므로.
그러니까, 자가격리도 두차례나 해서 2주간 자가격리에 대해서 '그러려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 막상 그것을 면제 받을 길이 열렸다니까 마음이 변한다. 나도 면제 받고 싶다. 2주간의 교도소 생활이 지긋지긋하게 여겨진다. 상황에 따라서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변한다. 그러니까, 내 마음이 변하는것이지...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하는것이다. 자가격리도 나쁘지는 않다. 이미 격리장소 확정 되어 있고 전망좋은 곳에서 코로나 걱정 없이 (이미 백신 다 받고 나는 일상이 자가격리처럼 고립되어 있으므로 코로나 감염 위험도 별로 없다) 그냥 콕 박혀서 공부하고 성경읽고 기도드리는 '마음 수양'의 시간을 보내는거니까. 그러니까 14일간 자가격리를 하게 된대도 불평하지 말자. 모든 것은 순리대로 -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진행될것이라고 믿고 감사하면 된다.
그냥 집 근처의 풀숲에서 - 보이지도 않는 새들이 수선스럽게 지저귀는 소리를 듣다가 - 문득 생각해 본 것이라, '미친소리'처럼 느껴질수도 있겠다. 저 위에 열거된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1. 모두 남자들이다.
2. 지구상에 생존한 기록이 있거나 현재 생존하는 사람들이다.
이 외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일론 머스크 때문이었다. 애초에 이런 헛생각을 하게 된 것은. 최근에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이 가상화폐 시장을 쥐락펴락하면서 '장난질'을 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 그의 그 '참을수 없는 존재의 지루함'을 털어내기 위한 장난질에 세계 시장이 요동질을 친다는 상황을 영문 모르고 관조하면서 나는 - 인류 역사상 이런 기묘한 캐랙터들이 늘 있어 왔다는 것에 눈 뜨게 되었다.
나는 일론 머스크를 싫어한다. 그가 누구인지 잘 모를때부터 - 단지 그의 '얼굴'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동물적 감각'으로 그가 싫었다. 내가 이런 단순히 외모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 싫어하는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이다. 나는 심지어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가 쌍둥이 형제처럼 똑같이 생겼다는 생각도 한다. 내게 어떤 '외상'이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는데 - 나는 이런 '관상'을 가진 사람을 보면 '무조건 싫다'는 느낌에 휩싸인다. '사기꾼 같이 생겼어' - 단순히 이런 느낌이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사기를 치고 있다고 느낀다. 그의 모든 것이 사기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팝아트의 수퍼스타 앤디 워홀이 활발하게 작업을 하고 있었을 때 - 어쩌면 앤디 워홀도 '사기꾼'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기존의 예술의 틀을 뒤흔들고 제멋대로 '장난질'을 해대던 그에 대하여 나같은 보통 대중은 '예술이 장난이야?' 하면서 사기꾼을 바라보듯 그를 바라본게 아니었을까?
베들레헴의 마굿간에서 나서 나사렛에서 자란 예수라는 청년이 이적을 일으키며 대중들의 수퍼스타로 떠오를때 - 유대인과 그 일파는 그를 수상쩍게 바라봤으며 급기야는 그를 처형하라고 요구하였다. 그들이 보기에 예수는 기존의 가치관을 뒤엎고 흔들어대는 위험분자였다. '안식일에 장난해?' 뭐 이런 심사였으리라.
'이*석'이라는 젊은이가 한국의 쓰러져가는 정당의 대표직에 출사표를 던지고 돌품을 일으키고 있다. 이것은 '이*석 현상'이라고 불리울만 하다. 쓰러져가는 정당의 대표가 누가 되건 별 관심이 없지만 - 이*석 현상에 대해서는 눈길이 간다. 내가 의아해 하는 것은 - 명석한 두뇌로 미국의 유명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 외에 그가 생활인으로 어디서 무슨 일을 해서 밥벌이를 해 왔는지 도통 신통한 기록이 없는 가운데 정당의 대표가 될 수도 있다니 - 이건 뭐지? - 싶은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캐나다에서 유럽에서 오세아니아에서, 심지어 '북한'에서 '젊은' 지도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데 그 물결이 한반도에 거칠게 흘러오는 것인가? 이것은 막을수 없는 조류인것인가?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허ㄱ영이라는 인물이 있다. 나는 일년에 두차례 정도 경기도 장흥의 모 사찰에 들른다. 성묘를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그 성묘길에 기이한 현상을 보게 된다. 허 ㄱ영이라는 사람의 '궁전'이 몇 년사이에 자라나는 모습은 거의 인근의 '지도'를 다시 제작해야 할 정도로 활발하다. 경기도 장흥 일대가 이제 곧 그 허 아무개씨의 '영토'가 되는게 아닌가 그런 상상을 하게 될 정도로 그의 궁전이 자라고 있다. 역시 '뭐지?' 하며 이곳을 통과한다. 그런데 인근에 성묘를 하기 위해 그의 '영토'를 지나칠때마다 밀려오는 자괴감은 어쩔수가 없다. 이런 자괴감은 내가 일론 머스크를 볼때도 피어오르는 것인데, 뭔가 내가 '바보'구나 하는 느낌 - 혹은 내가 '바보처럼 살고 있다'는 느낌과 흡사한 것이다.
좋다. 나는 바보다. 그렇다고 치고, 사랑하는 예수님을 사기꾼 옆에 세워서 죄송하지만 - 예수님이 처형당하실때도 역시 인근에 중죄인들이 매달려 있었으므로 예수님은 나를 용서하시리라 믿고.
저 위에 뒤죽박죽 섞인 인물들의 공통점은 -
1. 저들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타성을 가졌다는 것
2. 그리고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는 것
3. 시대를 앞서가거나 시대를 깨우는, 혹은 선동하는 존재들이라는 것.
저들 중에는 '사기꾼'도 있고 '사기꾼'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는데 - 한 시대를 살아가는 나같은 보통 '바보같은' 사람들 눈에는 저들이 어떤 '현상'처럼 여겨질것이다.
그러면 이런 '현상'은 뭘 말해주는가? 예수님은 그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 이천년이 흐른 후에도 그의 '보편적 사랑의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하고 있다. 앤디 워홀은 죽었고, 그는 팝 아트계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고 앞으로도 대충 그렇게 기억 될 것이다.
현재 살아있는 일론 머스크나 이*석이나 허*영은, 아직 살아있으니 뭐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사람은 살아 움직이고 변화해가며 어제의 그 사람으로 오늘의 그 사람을 규정 할 수는 없다. 이중에 어떤 사람은 '사기꾼'으로 기록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기록 될 수도 있을 것일지도 모를수도.... 나는 이 세사람에 대하여 사색중이다. 저런 '현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들은 어떻게 종말을 맞이하고 - 훗날 이들의 사망기사에는 어떤 평이 달리게 될까? 나는 저들의 '기이한 장점'이 무얼까 생각해보며 -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재기발랄함과 '숭고함' 사이의 높은 벽을 감지한다. 새삼 '숭고함'의 가치에 매달려 - 미친듯이 돌아가는 세상일을 관찰하는 나는 천상 바보다. 분명 이렇게 바보로 살다가 죽을 것이다.
아침에 내 카톡에 '매튜 (마태)'라는 사람이 Hello 하고 인사를 보냈다. 전에는 그런 일이 없더니 요즘 한 두번 낯선 사람에게서 뜬금없이 메시지가 오는데, 대체로 그냥 Block 처리를 하는 편이다. (내 카톡 대화 상대는 매우 한정적이다). 그런데 이 '마태' 에게 내가 "?" 물음표라도 대꾸를 한 이유는 - '혹시 이 사람이 내가 스친적이 있었던 학생 중에 한명이 아닐까?' 해서다.
나는 몇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프로그램을 도울 인턴들을 여러명 뽑아야 하는 상황인데 - 내가 학교에서 자주 스치는 '마태'라는 미국인 학생이 아주 마음에 들었던 차에 그 학생이 혹시 인턴에 자원하기 위하여 내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한건가 싶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 학생이 학교 이메일이 아닌 카톡으로 뜬금없이 접근할리가 없는데 - 알수가 없어서 그냥 물음표 (?) 만 날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가
Hello nice to meet you
How are you doing over there?
하고 메시지를 날릴때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아, 내가 알고 있는 매튜가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모르는 사람이 왜 다짜고짜 말을 거는걸까?
How are you doing there? 에 대한 나의 대꾸 (댓구) 가,
(I am) phishing. -- (사기치는 중).
그리고 마태가 뭐라뭐라 하는데 나는 그냥 모든 내용을 신고하고 그를 차단했다. 내가 딱히 신고를 한 이유는 - 혹시 모르지 이런 식으로 그가 여자들에게 접근해서 직업적으로 사기를 치는지도. 그러면 내가 신고한 기록도 조회가 되겠지. 아니면 다행인거고.
얼마전에는 정말 phishing 문자가 온적이 있다. '이베이에서 네가 940 달러를 쓴 기록이 나오는데 이것이 사실이 아니면 소비자 보호원으로 연락해라. 전화번호 xxxxxx' 뭐 이런것이 왔었는데, 내가 깜빡 속았다. (전화번호가 070이 아닌 일반 전화 번호였다) 미국에서 지낼때 이베이에서 몇가지 구매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소지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의심'이 들어서 핸드폰 대신에 연구실 전화기로 전화해보니 -- 내가 뉴스에서 많이 보고 들었던 시나리오가 차근차근 나오더라. "고객님께서 이베이에서 물건을 사진적이 없다구요. 그러면 ...." 뻔한 소리. 그래서 듣고 있다가 "아, 너 이거 나한테 피싱?" 그랬더니 저쪽에서 '빙고~'대꾸하고 전화를 먼저 끊더라.
나는 무조건 '신고'하기로 했다. 내 근처에 오면 무조건 신고한다.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 그 작은 움직임이 악의 확산을 조금이라도 막을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 친정 집안은 종중 묘소가 있다. 그곳에 내가 기억하거나 내 고향 동네에서 나고 살았던 내가 알지 못하는 분들이 묻혀있다. 내 고조할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도 묻혀있다.
어느날인가 일없이 내 아버지를 비롯한 이웃 어른들의 묘지를 기웃거리며 묘비를 읽다가 한가지 발견한 '팩트'가 있다.
이 이 종중 사람들은 죄다 아들만 낳았구나. 딸이 없구나. 간혹 딸을 낳은 아저씨 (아저씨 항렬)의 묘비도 발견을 하긴 했다. 이 ** 바오로 뭐 이런 분은 묘비에 딸이름도 젹혀있었다. 아하! 천주교쟁이라고 하던 그 윗집 꼬짱네 (일제시대때 일본식 이름이 꼬짱이라서 꼬짱네라고 불렸다) 아저씨에게는 딸이 있었구나!
우리 고조 할아버지에게도 아들만 있었고, 우리 할아버지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고, 우리 아버지에게는 아들 둘에 손자들이 몇명이 있다. 그러고보니 넷이나 되던 우리 고모들은 죄다 사생아였던 모양이다. 우리 아버지 묘비에 내이름이나 언니 이름도 안적혀 있다. 아 나도 사생아였구나. 아버지 자식이 아니거나 어디서 얻어온 자식들이었구나! 그 날 나는 깨달았다, 이 종중은 애를 낳으면 99프로 아들이며 딸이 아주 귀한 집안네였다는 것을. 나는 사생아이거나 업동이이거나 근본을 알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나는 아버지를 아버지로 알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 집안네인데, 아버지 산소며 직계 조상 산소를 약간 보수 공사를 해야 할 형편인데 그걸 형제들이 공평하게 기금을 모아서 해결하자고 우리 아버지의 아들이 제안을 하길래 나는 갸우뚱 했다. 조상 땅 갈라먹을때는 나는 기억도 못하더니, 아버지 묘비 만들어 세울때 이름도 안올리더니 사초는 함께 하자고요? 그러면 '서자'이거나 '사생아'이거나 '얻어온 업동이' 신분의 나는 그것조차 영광으로 알고 굽신거리며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헛 웃음이 나와서 그만 '그냥 쿨하게 알아서들 하시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눈것이 5월 1일이다. 3주가 지났다. 농담처럼 하고 지나간 얘기인데 나는 가슴이 무겁다. 그래서 블로그에라도 스트레스 해소를 하기로 한다.
산소 보수공사 그거 한 천만원 들으려나? 그러면 내가 돈 천만원이 없나? 그거 오늘이라도 내가 그냥 사람 사서 돈 처들여서 하면 그만이다. 조상 산소에 천만원 붓는것은 나로서는 '일'도 아니다.
내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건 이런거다.
어쩌면 아버지 묘비에 아들 손자 이름 새길때 어떻게 똑같은 아버지의 자식인 내 이름이나 언니 이름은 새길 생각을 전혀 못했을까? 그리고 그것을 아예 인지를 못하고 있을까? 그게 뭐가 문제인지 왜 문제인지 아예 문제 의식이 전혀 없는 자들이 내 오래비라는 사람들인데 - 그들은 아예 문제 의식이 전혀 없으므로 '순수'하기까지 하다. 너무 투명하게 순수하다. 내가 왜, 무엇때문에 분노하는지 알지 못하며 이해하지 못하며 --- 그냥 나를 예민한 '미친년' 수준으로 이해 할 것이다. 너무 착하고 너무 순수한 기득권자들. 나는 이 착하고 무던하고 순수한 기득권자들 앞에서 숨이 턱턱 막힌다.
이 사람들은 '여자'라는 짐승은 자신들이 나타나면 밥상을 차릴것, 과일을 준비하고, 설겆이하고, 하하호호 웃어주고, 분위기 맞춰주고, 위로해주고, 절대 기분나쁜 소리는 하면 안되는 것들인데 그것이 동기간이라도 마찬가지임.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거는 그것만 전문으로 하는 직업군이 별도로 있지 않나? 상차려 내 주고, 비위 맞춰주고 위로해주고 그 댓가로 서비스료를 받는 서비스 전문직종이 있단 말이지.) 이자들은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모두 서비스직 종사자라고 생각하는걸까? 물론 이런 상황은 내 주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침소봉대 할 필요는 없겠지. 그런데, 그게 뭐 세상이 크게 다를까? 그 눔이 그눔이지.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 내가 기를쓰고 공부를 하여 전문직 종사자가 되어, 최소한 나의 생활권 안에서 나는 내 목소리를 내고 살수 있다는 것 정도.
나는 예수님께 이걸 여쭤보고 싶다. 예수님, 예수님께서 인류를 구제하기 위하여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신 그 고통을 저는 그냥 무한한 사랑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 저는 저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겁니까? 기득권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당연한 것이며 그 기득권 언저리에 사는 '별개의 생명체'에 대하여 '동기간'이라고 애정을 표시하면서 조금도 먼지만큼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들에 대해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겁니까? 예수님, 그냥 그들앞에서 웃고, 상냥하게 대하고, 그냥 기분좋은 소리만 하고 그렇게 살면서 죽을때까지 내가 왜 무엇때문에 분노하고 답답해하는지 침묵해야 하는겁니까? 예수님, 저는 이 문제가 해결이 안됩니다. 그들 앞에서 웃고 싶지 않고, 그들과 만났을때 일어나 상을 차리고 과일을 준비하는 그런 모든 것을 하기가 싫습니다. 지긋지긋합니다. 지긋지긋하다구요 예수님. 이제는 저도 그들을 외면하고 그냥 물이 흘러가듯 피해 지나가고 싶습니다. 예수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십시오. 무조건 '그래도 사랑하라'고 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그들은 영원히 내가 왜 답답해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죽을것이고, 저는 영원히 화해하지 못한채 죽을것입니다.
내가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미국 사회의 문화중에 한가지: 공공장소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다. 공공장소에서는 술을 마시면 안된다. 이것이 법에 정해진 것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대체로 그러한 편이다.
약간의 예외가 '맥주'나 '와인' 일 수 있다. 워싱턴 디씨의 국립미술관 조각 공원에서 여름이면 한밤의 가든파티라고 특별한 며칠을 지정하는데 그 때는 그 공원 식당에서 제공하는 와인을 별빛 아래 공원에서 마시도록 허용한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그러하다. 대체로 보통 '국립공원'이라고 지정된 해변이나 강변, 공원에 가도 길에 앉아서 술을 마시는 사람을 볼 수 없다. 아마도 '금지'되어서 그럴 것이다.
차 안에서 술병이 발견되어도 불법이다. 술 뒷트렁크에 실어야 한다. 술병이나 맥주캔이 그대로 드러난채 차안에 있는 것이 발견되면 티켓을 끊을걸 아마. 맥주를 제외한 다른 독한 술은 종이로 감싸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식당에서 술 마시다가 남으면 뚜껑 덮어서 갖고 나와도 되지만, 미국에서는 먹던 술 갖고 돌아다니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니까 술을 포장하지 않은채 들고 돌아다녀도 안되고, 뚜껑 열린 술을 갖고 다녀도 안된다. 술은 아무데서나 저 먹고 싶을 때 먹는 것이 아니라, 허용된 술집이나 식당이나 실내에서만 먹는 것이다. 밤에 술에 취하여 비틀거리며 걸어도 경관이 다가온다. 그것이 대략적인 술에 대한 미국 문화이다. (주별로 디테일에서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대체로 그러하다.)
한국은 - 술에 참 관대하다. 길거리에서 병나발을 불어도 문제가 안된다. 강변이나 바닷가에 나가보면 함부로 버려진 소줏병, 맥주캔들. 내가 한국으로 돌아와 자유로운 공기를 즐거워하면서도 못내 아쉬웠던 점 몇가지가 있는데 그 중 이 술에 대한 관대함에 대해서 여전히 아쉬운 감이 있다. 근래에 촉망받는 대학생이 한강변에서 친구와 밤이 깊도록 음주를 하고 사망을 한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시름에 잠겼다.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에 공감하고 - 아름다운 청년 한명을 잃었다는 사실이 슬프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 학생이 그냥 술집에서 술을 마셨더라면. 공원에서는 그냥 바람을 쐬고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마셨더라면. 그러면 사고를 피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날 그 시각 그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 학생은 아름다운 오월의 휴일을 보내고 있었을텐데...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하는 법안이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가 실내에서 담배를 금지하듯이, 실외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하면 안되는걸까? 미국도 그렇게 하고 있고, 일부 눈을 피해 음주를 할 망정 대체로 그러한 문화가 자리 잡았다. 우리가 음주에 대하여 좀더 엄격해야 하는 이유는 - 그래야 소중한 생명들을 지킬수 있기 때문이다. 귀한 생명들이 잘못된 음주 문화 때문에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을 더이상 좌시해서는 안된다.
스프링브레이크라서 학교가 고요하다. 쓰던 글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물속같이 고요한 학교, 연구실에 와 앉아서 노닥노닥. '국경없는의사회'에 '헌금'을 약속한다. 내가 우리 하나님께 드리는 헌금을 이런 식으로 보내기로 한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정말 가슴이 따뜻해진다).
'아 도무지 가슴 뛰는 일이 없어' 라고 내가 하소연을 했을때, 내 친구 장혜숙이가 대꾸했다. "야, 야, 우리 나이에 가슴이 뛰면 부정맥이야."
그래서 알았다. 우리 나이에는 가슴이 뛰는게 '병'이라는 것을. 인정.
그런데, 약정을 하고 나니 가슴이 온천물에 들어가 앉아있는 것 같이 따스해진다. 이거다! 가슴뛰는 일보다 더 근사한것은 가슴이 따스해지는거다! 늙어도 사는 재미가 있는거구나. 하느님 감사합니다. 당신은 항상 옳으십니다. 당신에게 보내드리는 헌금은 항상 진리입니다. 아멘.
학생이 상담을 하러 왔다. 그 학생은 나를 자신의 멘터로 뽑아가지고 나를 괴롭힐 모양이다. 지난 주에 열려진 문 틈으로 머리를 디밀고 '시간이 있는가' 묻길래 - 지금 회의 자료 만드는 중이니 아무도 만날수 없다고 제법 냉정하게 밀쳐냈는데 '그럼 언제?'하고 끈질기게 미팅 요청을 하길래 아무렇게나 생각나는대로 시간을 말 해 줬더니 그 시간 5분전에 들이닥쳤다. 이쯤되면 귀챦아도 상담을 해 줘야 한다. (일단 공격적으로 약속을 정하고 정해진 시간보다 앞서서 들이닥친것에 좋은 점수를 준다. 될성부른 나무라는 뜻이다.)
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진단'이 필요하니 몇가지 질문을 던졌다. 내 질문은 - '너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냈냐' 하는 것이다. 학점 잘 따기 위해서 노력한 것 외에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가 묻는 것이다.
이 학생은 지난번에 나를 찾아왔을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대답의 양상을 이런 식이다.
나: So...what kind of extra-curricular activities did you or do you have? Anything special? (수업말고 뭐 했니, 뭐 하고 있니? 뭐 특별한것 있니?)
그: Uhm....nothing much... well...uhm....I am doing something but that is not something special. I just try to help some middle school students through mentoring them for....but..I am only supporting the....
대부분 '얌전이'들, 교양있는 부모님 슬하에서 모범생으로 선생님들의 신망속에서 잘 자란 학생이 대학생이 되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교수에게 설명할때 대체로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한다.
오늘은 그 학생을 앞에 앉혀 놓고 내가 연기를 해야 했다. "See how I am answering in two different ways."
1) I am working for a project which is a part of a corporate environmental responsibility project funded by an international corporation. I am one of the 30 university student mentors who will be actively working with middle school students across the nation. It is now in its initial stage and there will be more news coming. I am proud to be a part of this project.....
2) I am working for a project for some environmental issues. I am just a mentor. It is only helping middle school students to work on some projects about environmental problems. There is nothing much to talk to you now because I just recently joined it.
어느쪽 학생이 똑똑해보니지? 내가 눈앞에서 연기를 하니 답은 쉬웠다. 1)의 연기를 할 때 나는 상대방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자신있는 태도로 말을 했다. 2)의 연기를 할 때 나는 어깨를 움추리고, 잔뜩 움추린채로, 매우 겸손한 태도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2)로 연기를 할 때는 '얌전이' 내 학생의 제스처와 말투를 그대로 보여줬다.
그리고 나는 말을 해 줬다. "내가 학생 인턴들을 뽑을때 2)로 말하는 학생은 학점이 완벽하고 성품이 좋아보여도 절대 뽑지 않아. 나는 일꾼을 뽑는것이지 얌전한 모범생을 뽑는게 아니니까. 나에게는 일꾼이 필요하지. 사회는 일꾼을 원해. 모범생을 원하는게 아니야. 우리는 당당하게 예의바르고 겸손할수 있다. 사회는 그런 인재들을 원하지. 네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은 아니야. 단,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있다는 것이지."
예쁜 여자아이의 사진을 보다가 문득 생각한다. '그러면, 이렇게 예쁘지 않고 그냥 어린 시절의 나처럼 눈에 안띄고 그저그러하거나 밉상의 얼굴이라면 그래도 된다는거야 뭐야?' 그리고 깨닫는다 '예쁘다'라는 말이 갖고 있는 위험성을.
사망한 어린아이가 '예쁘니까' 우리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갖는 것이고, '예쁘지 않았더라면' 우리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 되는걸까? 예쁘면 우리가 함께 슬퍼해야하고, 예쁘지 않으면 '그럴수도 있다'라고 넘어갈 것인가? 어린아이의 예쁨이 이 사건의 추악성의 본질이 아니지 않은가? 못생기고 어디가 찌그러졌으면 방치되어 죽어도 상관 없다는 말인가?
'이렇게 예쁜 아이를...' 이 말 뒤에 숨은 보통사람들의 무심함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 그래서 '언론'인들이나 공공목적의 글을 쓰는 사람들의 어휘 사용이 중요하다. 이 타이틀은 옳지 못하다. 이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만약에 '좋은글'이라는 것이 정의될수 있다면 말이다.)
내가 온갖 인종의 학생과 교수가 뒤섞여 있는 국제 캠퍼스의 한 미국대학 교수로 일하다보니 '언어' 혹은 '영어'의 문제가 늘 삶의 중심에서 함께 흐르는 편이다. 나는 순간순간 한국어와 영어 사이를 오가면서 산다. 수업은 영어로, 수업 준비도 영어로, 여러가지 회의도 영어로, 학생 면담은 필요에 따라 영어와 한국어 사이를 오가고, 미국인 교수와는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국인이 지나가면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눈다. 일하다가 막간에 한국뉴스를 보다가 영어뉴스를 확인하고, KBS 1FM을 늘상 틀어놓고, 집에가면 '전원일기'같은 옛날 드라마를 찾아서 보기도 한다. 그리고 블로그에는 한국어로 스트레스를 푼다.
최근에 교수회의를 하면서 어떤 직책에 관한 논의를 하였다. 어떤 직책이 있는데 여태까지 'Coordinator'라는 이름으로 칭하였다. 그런데, 몇몇 해당 교수가 Coordinator 라는 직함이 맘에 안들었던 모양으로 그 직함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 Director 라는 안이 나왔지만,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공식 직함이라 사용 불가하다는 본교의 입장을 들었다. 문제 제기를 한 교수 쪽에서는 Director 가 불가하다면 Unit Head 라는 직함은 어떤가 다시 제안했다. 학교의 책임있는 교수들이 모여서 하는 소회의였는데 그중에 '영어 원어민'이 아닌 '한국어가 모국어인' 교수는 나 혼자였다. 다른 교수들은 미국인들 캐나다인들 이었다. 나는 Unit Head 라는 말이 맘에 안들었다. 그래서 대체로 회의할때 잠자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주거나 수용하는 편이었던 내가 말했다. "I don't like somebody becoming my head. I have my head. Nobody can become my head." (나는 누가 내 머리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아. 내게도 내 머리가 있어. 아무도 내 머리가 될 수는 없어.) 라고 내 의견을 말했다.
그래도 다른 교수들은 Coordinator 라는 직함보다는 Unit Head 가 좋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면서 그들중 한명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Mayby because you are not a native speaker of English you have different sense about 'unit head' it is a term commonly used" (네가 원어민이 아리라서 뭔가 다른 느낌을 받는 모양인데, 유닛헤드라는 말은 종종 사용되는 직함이라구.) 그러자 다른 '원어민' 교수들도 그를 거들었다.
일단 숫적으로 밀리니 나는 잠자코 있었다. 하지만 기분이 매우 나빴다 (속으로는 ㅂㅅ ㅅㄲ들 ㅈ~ 도 모르는게....). 사실 그들은 나의 사랑스러운 동료들이고 나는 기분이 나빴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다음날, 다시 소회의가 열리고, 그 직함 문제가 다시 논의 되었다. 다는 다시 얘기를 꺼냈다. I prefer the current term 'Coordinator' since it is neutral and somewhat friendly compared to 'unit head.' I still believe nobody can become someone's head, and I want a term which does not have hierarchical connocation within it. Whatever you pick, it should be neitural. That's what I want. (나는 현재의 코디네이터라는 직함을 선호한다구. 왜냐하면 '유닛 대가리'라는 말에 비해 중립적이고 우호적이기 때문이지. 나는 '누구도 다른 사람의 머리가 될수 없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고, 어떤 직함이건 상하위계질서의 의미가 내포된 어휘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 위아래가 아닌 중립적인 것 - 내가 원하는건 그거야.)
니네가 미국 사람 맞니? 니네 조상이 독립전쟁으로 쟁취한게 뭔지는 아니? All men are created equal 의 기본 개념이 뭔지는 아니? 네가 네 대가리라는거 아니냐? 그러면 다른 사람도 대가리가 있다는걸 인정해야하는거지. (사실 나는 이런 말을 막 소리쳐 말하고 싶었다. 막 욕을 퍼부으면서. 하하하.)
그래서, 결론은 더이상 '코디네이터'라는 직함에 대하여 토론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사용하는 어휘가 가장 타당하다는 쪽으로 마무리가 된 것이다.
원어민 너희들이 간과하는게 있어. 나같은 이중언어자들은 언어 그자체를 깊이 들여다보는 편이지. 너희들은 일상화 된 말이라고 무개념으로 지나치는 것에 대하여 - 우리는 그것을 '새롭게' 본다구. 유닛헤드가 너희들에게는 한 단어로 보이지 - 내게는 그것이 아주 생생한 두개의 개념을 가진 단어로 보인다는거야.
이 원리는 내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내가 한국어를 사용할 때 정말로 그 말의 깊은 결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사용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대충? -- 그렇다 나역시 그냥 대충....이러고 산다. 그런데 '그냥 대충' 속에서 폭력이 자라나고, 압제가 일어난다. 그냥 대충, 별 뜻없이 우리들은 어마어마한 폭력의 주도자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인간은 불완전하고, 나약하며, 원죄를 지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성서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예쁘지 않아도 모든 생명은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