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1. 3. 14.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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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 아이를…” 구미 3세 여아 생전 얼굴 공개

경북 구미의 한 빌라 빈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살 여아의 생전 모습이 공개됐다.MBC ‘실화탐사대’는 유튜브 채널엔 지난 13일 ‘구미 3세 여아 사건 제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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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에서 사망한지 6개월만에 발견된 3세 어린이에 대한 뉴스들이 지속적으로 떠오르면서 - 오늘자 신문기사 제목은, 인터넷 댓글을 인용한 "이렇게 예쁜 아이를..."을 포함하고 있다. 

 

3세 어린이는 얼핏 보기에도 사랑스러운 외모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요즘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예쁜' 아이이다.  

 

 

예쁜 여자아이의 사진을 보다가 문득 생각한다.  '그러면, 이렇게 예쁘지 않고 그냥 어린 시절의 나처럼 눈에 안띄고 그저그러하거나 밉상의 얼굴이라면 그래도 된다는거야 뭐야?'  그리고 깨닫는다 '예쁘다'라는 말이 갖고 있는 위험성을. 

 

 

사망한 어린아이가 '예쁘니까' 우리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갖는 것이고, '예쁘지 않았더라면' 우리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 되는걸까?  예쁘면 우리가 함께 슬퍼해야하고, 예쁘지 않으면 '그럴수도 있다'라고 넘어갈 것인가?  어린아이의 예쁨이 이 사건의 추악성의 본질이 아니지 않은가? 못생기고 어디가 찌그러졌으면 방치되어 죽어도 상관 없다는 말인가?

 

 

'이렇게 예쁜 아이를...' 이 말 뒤에 숨은 보통사람들의 무심함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  그래서 '언론'인들이나 공공목적의 글을 쓰는 사람들의 어휘 사용이 중요하다.   이 타이틀은 옳지 못하다. 이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만약에 '좋은글'이라는 것이 정의될수 있다면 말이다.)

 

 

내가 온갖 인종의 학생과 교수가 뒤섞여 있는 국제 캠퍼스의 한 미국대학 교수로 일하다보니 '언어' 혹은 '영어'의 문제가 늘 삶의 중심에서 함께 흐르는 편이다. 나는 순간순간 한국어와 영어 사이를 오가면서 산다.  수업은 영어로, 수업 준비도 영어로, 여러가지 회의도 영어로, 학생 면담은 필요에 따라 영어와 한국어 사이를 오가고, 미국인 교수와는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국인이 지나가면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눈다. 일하다가 막간에 한국뉴스를 보다가 영어뉴스를 확인하고, KBS 1FM을 늘상 틀어놓고, 집에가면 '전원일기'같은 옛날 드라마를 찾아서 보기도 한다. 그리고 블로그에는 한국어로 스트레스를 푼다. 

 

 

최근에 교수회의를 하면서 어떤 직책에 관한 논의를 하였다. 어떤 직책이 있는데 여태까지 'Coordinator'라는 이름으로 칭하였다.  그런데, 몇몇 해당 교수가 Coordinator 라는 직함이 맘에 안들었던 모양으로 그 직함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  Director 라는 안이 나왔지만,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공식 직함이라 사용 불가하다는 본교의 입장을 들었다.  문제 제기를 한 교수 쪽에서는 Director 가 불가하다면 Unit Head 라는 직함은 어떤가 다시 제안했다.  학교의 책임있는 교수들이 모여서 하는 소회의였는데 그중에  '영어 원어민'이 아닌 '한국어가 모국어인' 교수는 나 혼자였다. 다른 교수들은 미국인들 캐나다인들 이었다. 나는 Unit Head  라는 말이 맘에 안들었다. 그래서 대체로 회의할때 잠자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주거나 수용하는 편이었던 내가 말했다. "I don't like somebody becoming my head. I have my head. Nobody can become my head."  (나는 누가 내 머리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아. 내게도 내 머리가 있어. 아무도 내 머리가 될 수는 없어.) 라고 내 의견을 말했다.

 

 

그래도 다른 교수들은 Coordinator 라는 직함보다는 Unit Head 가 좋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면서 그들중 한명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Mayby because you are not a native speaker of English you have different sense about 'unit head' it is a term commonly used"  (네가 원어민이 아리라서 뭔가 다른 느낌을 받는 모양인데, 유닛헤드라는 말은 종종 사용되는 직함이라구.) 그러자 다른 '원어민' 교수들도 그를 거들었다. 

 

 

일단 숫적으로 밀리니 나는 잠자코 있었다.  하지만 기분이 매우 나빴다 (속으로는 ㅂㅅ ㅅㄲ들  ㅈ~ 도 모르는게....).  사실 그들은 나의 사랑스러운 동료들이고 나는 기분이 나빴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다음날, 다시 소회의가 열리고, 그 직함 문제가 다시 논의 되었다. 다는 다시 얘기를 꺼냈다. I prefer the current term 'Coordinator' since it is neutral and somewhat friendly compared to 'unit head.' I still believe nobody can become someone's head, and I want a term which does not have hierarchical connocation within it.  Whatever you pick, it should be neitural. That's what I want.  (나는 현재의 코디네이터라는 직함을 선호한다구. 왜냐하면 '유닛 대가리'라는 말에 비해 중립적이고 우호적이기 때문이지. 나는 '누구도 다른 사람의 머리가 될수 없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고, 어떤 직함이건 상하위계질서의 의미가 내포된 어휘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 위아래가 아닌 중립적인 것 - 내가 원하는건 그거야.) 

 

니네가 미국 사람 맞니? 니네 조상이 독립전쟁으로 쟁취한게 뭔지는 아니? All men are created equal 의 기본 개념이 뭔지는 아니?  네가 네 대가리라는거 아니냐? 그러면 다른 사람도 대가리가 있다는걸 인정해야하는거지. (사실 나는 이런 말을 막 소리쳐 말하고 싶었다. 막 욕을 퍼부으면서. 하하하.) 

 

 

그래서, 결론은 더이상 '코디네이터'라는 직함에 대하여 토론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사용하는 어휘가 가장 타당하다는 쪽으로 마무리가 된 것이다. 

 

 

원어민 너희들이 간과하는게 있어. 나같은 이중언어자들은 언어 그자체를 깊이 들여다보는 편이지. 너희들은 일상화 된 말이라고 무개념으로 지나치는 것에 대하여 - 우리는 그것을 '새롭게' 본다구. 유닛헤드가 너희들에게는 한 단어로 보이지 - 내게는 그것이 아주 생생한 두개의 개념을 가진 단어로 보인다는거야.

 

 

이 원리는 내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내가 한국어를 사용할 때 정말로 그 말의 깊은 결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사용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대충?  -- 그렇다 나역시 그냥 대충....이러고 산다.  그런데 '그냥 대충' 속에서 폭력이 자라나고, 압제가 일어난다. 그냥 대충, 별 뜻없이 우리들은 어마어마한 폭력의 주도자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인간은 불완전하고, 나약하며, 원죄를 지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성서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예쁘지 않아도 모든 생명은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