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과 갱년기가 겹치면서 내 몸이 빵처럼 부풀어가는 것이 현격하게 드러났다. 몸이 빵처럼 부푸는 것에 비례하여 움직임이 둔해지고,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두통이 잦고 -- 대체로 내가 나 같지가 않다는 낯선 느낌마저 지속되던 나날이었다. 그래서 '자가격리'에서 벗어나 귀가한 후부터 -- 7월 말부터 정신을 차리고 내 몸을 관리하기로 했다.
우선, 용기를 내어 1년 가까이 멀리하던 '체중계' -- 전자 체중계를 장만하여 피하고 싶었던 나의 현실에 직면했다. 예상대로 일생일대의 최고의 몸무게를 이룩하고 있었다. (임신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인생 최고의 몸무게였다.) BMI는 정상치에 머물러 있었으나 그것은 서양인들의 기준이므로 한국인 기준으로는 필시 '비만'이다. 체지방 비율은 심각한 수준이었고, 신체 나이가 내 실제 나이보다 높아져 있었다. 수년전 까지만 해도 실제 나이보다 20세 이상 젊게 나오던 숫자가 이제 역전 되었다. 음...심각하다. 내 건강을 내가 관리하지 않으면 나는 비만, 고혈압, 당뇨등 성인병을 얻게 되리라.
그래서 내가 7월 말부터 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하여 하고 있는 몇가지들:
- 매일 전자저울로 신체 상황을 체크한다. 마침 저울의 앱이 여러가지 지수를 상세히 보여주는데 그 숫자들을 참고하면 동기화가 된다. 매일 평균 100 그램의 체중이 줄어들고 있다. 여태까지 보름간 대략 고기 두근반 (1,500 그램)을 제거했다.
- 실내운동용 스텝퍼를 장만하여 거실에 놓고 집에서 TV 보며 빈둥거릴때 그 위에 올라가서 운동을 한다.
- 매일 쉼없어 새벽 공원 산책 (7킬로미터 거리. 10,000 보 거리) 를 빠른 걸음으로 하고 있다. 시간이 점점 단축되어가고 내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있다.
- 비가 와서 공원에 나가기 어려울때는 체육관 트레드밀을 이용하여 동일한 거리를 걷는다. 체육관에서 하면 입고간 운동복 상의가 비에 맞은듯 온통 젖고, 머리에서 땀이 뚝뚝 떨어진다. 나는 시속 6.4 킬로미터로 걷는다 (시속 4마일로 속보를 하라는 내용을 읽은적이 있어서.)
- 운동으로 만보 걷는것 이외에 생활속에서 만보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도합 이만보. 채울때도 있고 못 채울때도 있다.
- 과일을 끊었다. 사실 내 몸을 감싸는 지방질은 '과일'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밥을 먹는것 외에 참외를 한번에 서너알씩 먹는 것은 기본이고, 수박도 큰것 한통 사면 혼자서 사흘 (3일)이면 아작이 난다. 귤을 앉은 자리에서 열개도 거뜬히 먹고. 늘 이런식으로 과일을 달고 살았다. 내 식비의 절반 정도는 아마도 과일 값이었을것이다. 그 좋아하는 과일을 끊었다. (매일 아침에 밥대신 갈아먹는 바나나와 견과류를 제외하고, 간식으로 먹어대던 과일을 일체 끊었다.) 말하자면 나는 '과일 중독자'인 셈인데, 내가 과일을 끊는 것은 애연가가 담배를 끊는것이나 애주가가 술을 끊는 것 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일이긴 하다. 나도 과일을 안 먹으면 '금단현상' 같은게 온다. 우울하고, 짜증나고, 불안하다. 그래도 '비만을 해결 한 후에 다시 과일을 먹자'고 다짐하고 과일을 딱 끊었다. 안먹겠다고 작정하니...뭐 견딜만 하다. 내게 이렇게 말해주고 있다 -- "나중에 정상체중으로 돌아가면 그 때 과일 다시 먹을 수 있어." 그러나, 그 후에도 나는 여태까지 '소처럼 우적우적' 먹어 치우던 과일 먹는 양식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 아침 식사는 늘 하던대로 -- 집에서 만든 요거트에 호두, 생아몬드, 해바라기씨, 브라질 넛, 유산균, 새싹보리 분말, 바나나, 비트 (기타 그때 그때 냉장고에 있는 채소)등을 넣어 스무디를 만들어 한사발 숫가락으로 천천히 떠 먹는다. 죽 같다. 한끼 든든하다.
- 점심은 잘 먹으려고 노력한다. 생선구이나 계란 후라이, 뭐 속 든든한 반찬으로 든든하게 잡곡밥을 먹거나, 점심 약속을 잡고 나가서 든든한 식사를 하기도 한다. 별로 구애받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알차게 먹는다.
- 저녁은 그냥 차를 마시고 통과하거나, 오이, 토마토, 파프리카 이런것 썰어서 샐러드를 맛있게 먹는다. (오늘은 학교에서 밤 늦게까지 작업하고 있으므로 보리차를 따뜻하게 마시고 있는데, 집에 가서 아무것도 안먹고 그냥 잘 것이다. 레몬 물이나 만들어 먹던지.)
- 레몬을 한박스 사서, 매일 아침 저녁으로 레몬수를 짜내어 물에 섞어 마시고 있다. 가끔 심심하면 레몬을 통째로 갈아서 먹기도 한다. (물론 레몬을 깨뜻이 씻어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집에 들어가면 레몬 향기가 난다.
- 새싹보리 키우는 키트를 장만하여 벌써 두번째 농사를 지었다. 수경재배를 하고 있다. 뿌리 째 그냥도 씹어 먹고, 아침 스무디에 넣어 갈거나, 된장국에 넣기도 한다 (달래하고 비슷한데 달래에 비해 뿌리가 질기지만 먹을만하다.).
뭐 이렇게 살고 있다.
보름간의 변화라면
- 일단 체중보다는 발걸음이나 내 몸집이 가벼워졌다는 느낌이 강하다. 활발해졌다. 물론 체중도 내려가고 있다. 지방율이 감소하면서 다른 '긍정적'인 요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근육양도 증가하고, 수분량도 증가하고.
- 사진을 찍어보면 내 얼굴 표정이나 피부빛이 밝아졌다. 아무래도 피부 톤이 밝아진것 같다. 탄력이 늘어나 보인다.
- 나른하게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자꾸만 움직이게 된다 (스테퍼에 자꾸 올라가고, 뭔가 부스럭대며 움직인다.)
- 뭘 먹을때 칼로리를 따져보는 습관이 들었다. 60 칼로리 짜리 음료수가 있다면 -- 이만큼 칼로리를 빼려면 내가 트레드밀에서 얼마를 걸어야 하지? 이런 생각을 해보고 먹기를 포기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 과자 한입도 먹을 생각이 사라진다. 그래도 그다지 우울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 점심 때 먹고 싶은것을 먹을수 있기 때문이다. 점심 한끼는 먹고싶은대로 먹으니까 (점심때 막 흐드러지게 먹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달랠수 있다는 것이다.)
- 매일 아침에 잠에서 깨면 체중계에 올라간다 (그때가 하루중 가장 가벼운 때이니까). 그리고 건강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열어서 -- 나의 하루 성적을 조회한다. 내가 얼만큼 칼로리를 소모했으며, 오늘 아침 나의 체중 데이타는 얼만큼 향상 했는지. 그 수치들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즐거워진다. 매일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이 나를 더욱 분발하게 한다.
나는 그다지 허기지지 않다. 아침 식사로 먹는 요거트 스무디도 아주 건강한 음식이며, 점심도 기름지게 잘 먹고 있다. 저녁을 생짜로 굶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고기를 (내 몸의 지방을) 대략 열근 정도 태워야, 평상시의 나로 돌아갈 것 같다. 가을내내 서서히 꾸준히 진행하여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