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7. 16. 02:05

성추행, 성폭력 피해자가 오랜 세월이 지난후에 그 일을 공개하거나 문제화 하는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내가 '내가 아는 범위안에서' 설명을 해 주겠다.  (나는 이런 분야에 전문가가 아니다 그냥 자연인에 불과한데 그래도 한정된 설명은 가능하다).

 

1. 그동안 숨죽이고 지내다가 주위에서 미투운동으로 뭔가 목소리가 나고, 김지은씨도 나오고, 오거돈씨 주변 피해자도 나오고 그러면서 - 어떤 사람들은 '이게 숨죽일 일이 아니라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일인가보다' 하고 깨닫고, 용기를 낼 수 있다.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용기를 낼 수도 있다.

 

2.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자기 잘못인줄 알거나 아예 원인도 모르고 고통을 겪다가 정신과 상담 과정에서 혹은 다른 상담과정에서 문제의 원인을 자각한다.  그래서 상담해주시는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자각을 하고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낸다. 오랜 세월후. 

 

3. 나도 내 평생 침묵하는 나만의 문제가 있다. 죽을 때까지 입을 열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죽을 때까지 입을 열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그를 용서한 것은 아니다. 용서도 무엇도 아니고 그냥 내가 흘러가주는거다. 입에 담기도 싫어서.  그러나 내가 이를 입 열고 문제화한다면 충분히 문제가 된다.  그런데 "왜 이제와서 이러느냐"라고 누군가 내게 손가락질을 한다면 일단 그 자부터 죽여버리겠다. 모르면 잠자코 있으라.

 

4. 나만 그런게 아니다.  내 아주 가까운 사람도 내게 동일한 맥락을 말한 바 있다. 누군가가 죽었다. 그거 장례식장에 갈 의논을 하는데 그가 말했다. "그 새끼 뒈지길 여태 기다렸다. 곱게 가는걸 고마워해야 할거다. 내가 장례식장에 가면 그 새끼가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 다 까발려 버릴거다. 그러니 내가 안가고 말지."  주변 사람들은 그가 장례식장에 안온것을 가지고 수근댔지만, 장례식장에 안 가주는것이 아주 큰 은혜였음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5. 어떤 사람이 가슴에 묻고, 상처를 묻고, 고통을 겪으며 보낸 시간에 대해서 '그동안 뭐 하다가 이제와서'라고 쉽게 말하지 말라.  그동안 겪은 고통을 함께 슬퍼해야 그게 정상인거다. 

 

 

이 세상 여자들이 어릴때부터 나이 들도록 여기저기서 당한 성추행의 역사를 그대로 드러내고 그럴때마다 가해자가 죽는다면 - 이 세상 남자들 씨가 마를까봐 나는 그걸 염려한다.  남자들 씨가 마를까봐 그냥 참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아주 많이 있다.  나는 정말로 '남성 보존 연구회'를 창설하여 남성들을 보호해야 하는게 아닐까 염려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여자가 남자를 추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성추행에 여자 남자가 어딨나. 여자도 힘을 가지면 충분히 남자를 추행할 것이다. 인간이 뭐 특히 다를게 없으니까.  성추행 성폭행자들은 죽지좀 말라. 이제와 생각하면 오거돈씨는 오히려 존경받을만하고 안희정씨도 살아줘서 고맙다.  살아서 스스로의 치욕을 버텨줘서 오히려 고마운 판이다. (사람 오래 살고 봐야해. 시간이 지나면 그림이 휙휙 달라지고, 심지어 살아있는 그들에게 감사하게 된단 말이지.) 

 

 

 

 

Posted by Lee Eunmee